“학생수 늘어나도 농촌학교 시설개선은 남의 얘기”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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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6 07:16  |  수정 2019-12-16 07:16  |  발행일 2019-12-16 제8면
구미 덕촌初 열악 학습권 침해
건물밖 화장실로 몰카 등 위험
“예산 한정, 학생 많은 학교 우선”
“학생수 늘어나도 농촌학교 시설개선은 남의 얘기”
지난 12일 임선희 덕촌초등 교장이 컨테이너로 된 화장실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외부에 있다 보니 몰카 등 각종 범죄 발생에 노출돼 있다.

구미 덕촌초등학교의 교육환경이 열악해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다. 학교 측이 해마다 교육지원청에 시설 개선을 요청하고 있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려 예산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15일 구미교육지원청에 따르면 1938년 설립된 덕촌초등은 현재 전교생 51명(유치원생 포함)의 소규모 농촌 학교다. 교직원은 총 24명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 3월 부임한 임선희 교장을 비롯해 전교직원이 동참하는 ‘온종일 학교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선산 등 인근 지역 학생들도 다니고 있다. 특히 상당수 학교에서 학생 수가 줄고 있지만 이 학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교육시설이 열악해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열악한 시설은 컨테이너로 된 화장실이다. 학교 건물 밖에 있다 보니 학생들이 용변을 보러 먼곳까지 이동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꺼려지고, 또 외부에 노출돼 있다 보니 몰카 등 범죄 발생 가능성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돌봄교실·과학실·음악실 등 특별교실도 모두 건물 밖에 있다. 학생들이 음악·과학실에 가기 위해선 운동장을 지나 100m 이상 걸어가야 한다. 비라도 내리면 이동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재 이 학교는 교사들이 실습 도구를 미리 일반교실로 가져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피가 큰 악기의 경우 학생 수가 가장 적은 5학년 교실에 배치해 놓았다.

방과 후에 맞벌이 가정 자녀를 보살피는 공간인 ‘돌봄교실’은 더욱 심각하다. 건물 출입문과 통로 일부를 막은 뒤 그 안에 난방시설 등을 설치해 임시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저도 공간이 부족해 교장실을 개방해 돌봄교실 기능으로 활용하고 있다. 임선희 교장은 “전 교직원이 학생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시설이나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할 때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구미교육지원청은 덕촌초등 시설 개선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내년에 덕촌초등에 투입되는 시설 예산은 내진성능평가에 대한 8천200만원이 전부다. 구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학생이 많은 학교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내년에 화장실 개·보수 공사가 확정된 8개 학교는 모두 학생 수가 수백~수천명인 학교다. 학모 A씨는 “단순히 학생 수나 학교 규모에 따라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위험에 노출돼 있거나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곳부터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구미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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