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촛불정부’도 권력을 사유화했나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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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6   |  발행일 2019-12-16 제30면   |  수정 2019-12-16
조국사태 이은 세갈래 의혹
드러나는 청와대 개입 정황
노무현 정권 옛 동지들끼리
그들만의 이익 챙기기 열중
문 대통령은 소외돼 몰랐나
[송국건정치칼럼] ‘촛불정부’도 권력을 사유화했나

자유한국당은 친문(親문재인) 집권세력의 선거농단·감찰농단·금융농단을 3대 국정농단 게이트로 꼽는다. 검찰수사와는 별개로 자체 진상규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선거농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철호 형’이라고 부른다는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려는 선거공작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감찰농단은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부른다는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의 금융위 국정 시절 비위를 묵살했다는 의혹이다. 금융농단은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인데, 대선을 전후해 문재인 후보를 천주교 지도자들과 연결시켜줬다는 사업가 신모씨가 등장한다. 세 의혹의 공통점은 조국 수석시절의 청와대 민정파트를 중심으로 문재인정권 실세들의 조직적 개입 흔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또 3대 의혹에 연루된 실세들이 문재인정권 탄생 기반인 노무현정권 때 맺은 인연으로 연결되는데, 너무나도 사사로이 권력을 휘두른 정황이 짙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선거농단과 감찰농단에서 ‘허리’ 역할을 한 걸로 보인다. 백원우는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인데, 그 무렵 민정수석은 문재인, 민정비서관은 이호철이었다. 선거농단에서 백원우는 당시 야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위 첩보 수집과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옛날 사병(私兵)같은 ‘별동대’를 두고 울산경찰의 현지 수사상황을 점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감찰농단에서 백원우는 직속상관인 조국에게 감찰중단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감찰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승승장구한 유재수는 노무현 청와대 시절 백원우와 같이 행정관을 했다. 유재수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제1부속실에서도 근무했는데,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같은 방 행정관 동료였다.

유재수는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을 받자 김경수와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노무현정부 정무기획비서관) 등 옛 동지들에게 SOS를 날린 덕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 두차례 꾸려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재정업무를 봤던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등장하는데, 유재수와 김경수·윤건영·천경득이 금융계 인사를 논의하는 텔레그램 메신저가 검찰에 넘어가 있다고 한다.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사건에서도 ‘노무현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은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 허리 디스크 수술을 집도하는 등 친노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일이 엉클어지자 이 원장의 동업자 신모씨는 양정철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장(노무현정부 홍보기획비서관), 정재호 의원(사회조정비서관)에게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조국 사태에 이어 드러난 친문 집권세력의 3대 의혹을 보면서 당장 떠오르는 용어가 ‘권력의 사유화’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정부임을 주장하면서 정권의 이너서클 안에선 권력을 이용해 철저히 그들만의 이익을 챙겼다. 대통령을 형, 혹은 동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위해 국가공권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위력을 동원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중요한 금융계 인사가 몇몇 실세들의 비밀대화방에서 다뤄지고, 서로 잘못한 일은 묻어주고 자리를 알아봐주기도 한 모양이다. 수백억, 수천억원 대출과정에선 그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런 일들이 보수정권을 겨냥해 ‘적폐청산’을 외치던 2017년 중반부터 쭉 있었다. 적폐청산의 핵심 명분은 권력의 사유화였다.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3대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사람들은 문재인정권의 살아 있는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는데, 그들을 연결시켜주는 끈은 죽은 권력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지금 국정운영에서 문 대통령이 겉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과 묘하게 겹친다. 그렇다면 3대 국정농단을 대통령이 몰랐을 수도 있겠다.

송국건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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