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나라가 망하는 다섯 가지 요인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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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6   |  발행일 2019-12-16 제30면   |  수정 2020-09-08
진영대결에 지도층의 호사…
대한민국은 오면초가 위기
고비마다 근성으로 극복해
실패한 정권이 여론 무시땐
국민이 호랑이 되는 걸 명심
[아침을 열며] 나라가 망하는 다섯 가지 요인
김홍신 소설가

나라가 망하는 요인의 첫째는 내분으로 나라가 어지럽다. 길게 말할 필요없이 서초동과 광화문 시위로 양분화된 한국인은 서로 적대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권은 저급한 대결로 사사건건 충돌하고 청와대와 야당은 한풀이하듯 으르렁대고 조국 사태를 두고 부모와 자식 간에 말다툼까지 하는 판이다.

둘째는 지도자의 혼암(昏暗)이다. 지도자가 어리석고 못나고 사리에 어두우면 백성들에게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 경제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젊은이들의 일터가 부족하며 집장만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제도의 허점으로 기업이 휘청거리고 가진 자는 더 갖게 되고 없는 자는 더 궁핍하게 되었다. 오죽하면 정부가 하는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기겠는가. 나라가 백성을 걱정해야지 어찌 백성이 나라걱정을 하게 되었는지 지도자는 되새겨봐야 한다.

셋째는 지도층의 호사 누림이다. 참 괜찮아 보이고 능력 있다는 사람을 인사청문회에 세워보면 갖가지 혜택과 호사를 누렸다는 게 들통 나곤 한다. 세금 체납, 교묘한 재산증식, 기이한 특혜, 황당한 불법과 위선, 선민의식과 오만함, 권력의 사유화 등이 발각된다. 더 큰 문제는 그들 탓에 한국 땅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넷째는 민심이반이다. 촛불을 들어 세상을 바꾼 국민에겐 기대심리가 있기 마련이다. 국민은 거창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수고한 만큼 대우받고 법을 농단하는 권력이 사라지며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걸 인정받고 싶어 한다. 죄 없는 국민이 갚아야 할 나라 빚이 735조원에 국민 1인당 1천418만원이나 되고 기대했던 남북문제는 얽히며, 제 주머니는 억척스럽게 챙기고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예산은 사상 최대로 깜깜이 통과시킨 국회는 국민들의 원성을 정녕 모를까. 민심은 소리 내지 않지만 임계점에 도달하면 촛불 대신 들불이 된다는 걸 명심하라.

다섯째는 외침이다. 친구는 백 명도 적지만 적은 한 명도 많은 법이다. 현대는 경제, 과학, 외교 전쟁이다. 한국은 미, 중, 일, 러, 북한의 오면초가에 갇힌 꼴이다. 미국은 갖가지 트집으로 위세등등하고 북한은 핵무장으로 우리를 겁박하고 중국은 사드보복을 감행하며 일본은 첨단소재로 겁박하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들먹이며 주둔비용을 천정부지로 올려 요구하는 행패도 서슴지 않는다.

CEO모임에서 강연하며 나라가 망하는 다섯 가지를 열거하자 자유토론 시간에 여러 사람이 “그럼에도 한국 땅에서 살아야 하느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일부는 기업을 처분하고 해외 투자이민을 가겠다고 했다. 상속세와 살벌한 세무조사와 주 52시간 정책과 세금때문에 기업을 처분하고 투자이민을 간 사람이 꽤 많다고도 했다. 나는 그럼에도 한국은 망할 수 없고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될 거라고 강조했다. 그것은 곧 한국인의 놀라운 DNA와 때가 되면 반드시 횃불을 드는 한국인의 근성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조에 ‘표해록(漂海錄)’을 쓴 최부 선생의 증언을 소개하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쇄경차관(推刷敬差官)이란 벼슬의 최부가 부친상을 당해 제주에서 나주로 가던 중 거친 풍랑으로 명나라 태주부 임해현에 표류해서 살해위협과 온갖 고난을 겪었다. 6개월 동안 무려 8천리 길을 걸어 귀국했고 어명을 받아 견문록을 썼다. 내용 중에 우리 가슴을 울리는 게 있다. 명나라 관리가 “고구려는 도대체 어찌 수, 당나라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나”라고 묻자 최부는 “지모 있는 신하와 용맹한 장수가 군사를 부리고 병졸은 모두 윗사람을 친애해 그들을 위해 죽었다. 그런 까닭에 작은 나라지만 100만 대군을 물리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런 DNA가 있다는 걸 대통령과 정치권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미 실패한 정권이라고 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새겨듣지 않으면 곧 국민이 호랑이가 된다는 걸 명심하라.

김홍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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