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포티나이너스(49ers) 대망론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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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7   |  발행일 2019-12-17 제31면   |  수정 2020-09-08
[CEO 칼럼] 포티나이너스(49ers) 대망론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포티나이너스(49ers)’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미국프로풋볼연맹(NFL)에 소속된 축구팀의 이름이다. 이 구단명은 1848년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 강 근처에서 사금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골드러시(Gold Rush)에서 황금을 찾아 서부로 몰려들었던 1849년의 노다지꾼들에서 유래한다.

서부개척의 한 획을 그었던 골드러시는 1849년 한해 약 8만 명에 이르는 모험심에 가득 찬 청년들을 새크라멘토 강 유역으로 끌어들였고 1853년에는 그 수가 25만 명을 넘었다. 결과는 ‘한탕하든지 망하든지(California or Bust)’ 둘 중 하나였지만 두려움이 모험심을 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포티나이너스들은 새크라멘토밸리에서 유래한 오늘날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을 탄생시켰고, 그들의 모험정신은 실리콘밸리 벤처기업가들의 도전정신의 모태가 되었다.

혁신 선도기업이란 지역에서 유명한, 규모가 큰 기업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지역발전에 헌신하는 시혜적인 기업가는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자리매김을 하여 기업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예비창업자들이 가야할 명확한 발전비전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자기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혁신적인 발상을 하고 과감한 실천을 통해 산업 내 역할모형이 되고 경쟁기업들의 모방적인 혁신을 통해 산업혁신의 씨알을 제공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1968년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외부 투자를 받아 설립한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개발로 소형 컴퓨터시대를 열었고, 1976년 설립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애플은 퍼스널 컴퓨터시대를 본격화했고, 1994년 설립된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의 야후와 1996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시작한 구글은 검색포털 비즈니스를 창조했다. 이 설립자들이야말로 현대의 포티나이너들이며 이들의 성공을 바라보며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은 지금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2004년 마크 저커버그가 동부의 하버드대에서 시작해 캘리포니아 멘로파크로 건너와 초대박을 터뜨린 페이스북은 그들 중 하나일 뿐이다.

소수의 혁신 선도기업의 성공사례는 어떤 정부의 정책보다 더 위력적이다. 과거 포티나이너스가 정부도 하지 못한 서부개척을 삽시간에 해치웠던 것처럼 지금 그 후배들은 미국을 필두로 세계 산업지도를 불과 50년 내에 깔끔하게 갈아치웠다.

이 포티나이너스 사례는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 현재의 성공에 따른 명성과 대중의 인식은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역사성에 대한 집착(예컨대 브랜드자산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엉뚱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모험을 즐기는 청년들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둘째, 생각지도 못한 제품이 느닷없이 튀어나와 자사제품을 일순 말살하고 시장을 완전히 초토화하는(이른바 ‘devastating innovation’) 시장재편은 언제나 예약완료 상태다. 셋째, 현재의 성공을 이룬 방법에 대한 지나친 신뢰, 용의주도한 자기통제와 합리적 사고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낯선 사고구조, 즉 굉장히 논리적인 듯 하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차세대 포티나이너스에게는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길일뿐이다.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우리 지역 산업현장을 평가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명해진다. 이것이 실리콘밸리와 우리가 다른 점이고 왜 실리콘밸리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이다. 끝으로, 앞서 열거한 이들은 거의 전부 스탠퍼드, 버클리, 칼텍 중 하나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당연히 이들 학교에서 공부하는 이공계 학생의 미래 희망은 다른 지역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모자라는 예산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2020년 한 해만 118억원을 전액 시비로 투입하여 실시하는 휴스타(대구 경북 혁신인재양성) 프로젝트의 존재 이유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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