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어요”

  • 이창남,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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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5 07:30  |  수정 2016-05-05 07:30  |  발행일 2016-05-05 제8면
대구 해서초등-불로시장 상인, 지역 첫 ‘고사리손 5일장’ 운영
경제원리·자산관리 체험 교육…어린이들 알뜰 생활습관 길러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어요”
4일 오전 대구 해서초등 학생들이 오는 15일 불로전통시장에서 열리는 ‘제2회 불로 고사리손 5일장’에 내놓을 물건들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초등 6학년인 윤하(동구 불로동)는 5일 오전 엄마·아빠와 함께 조금은 특별한 곳으로 ‘어린이날 나들이’를 간다. 집 근처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이 내놓은 상품들을 구경하고 쇼핑을 한다. 또래 친구들이 놀이동산을 찾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윤하와 세 살 터울의 여동생 수하는 앞서 지난 달 10일 대구시 동구 불로전통시장에서 열린 벼룩시장에 참여했다. 평소 아끼던 인형 20개를 내놓아 5만원을 벌었다. 난생 처음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돈을 벌었다는 사실에 들떴다.

평범한 어린이를 개념 있는 자립형 어린이로 탈바꿈시키는 ‘어린이 벼룩시장’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여기서 어린이는 수동적 시혜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된다. 어린이가 평소 갖고 있던 물건을 내놓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해 수익을 남기는 과정에서 경제 활동 원리를 배울 수 있다.

벼룩시장을 통해 윤하 자매의 생활 습관도 180도 달라졌다. 지출과 수입의 개념을 이해하면서 저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돈을 번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스스로의 경제활동으로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저축을 해야 더 큰 자산을 만들 수 있고 훗날 부모로부터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깨달았다.

윤하네 가족은 이참에 ‘셀프 통장’을 만들었다. 윤하와 수하는 수시로 이 통장에 용돈을 얼마나 아꼈고, 지출은 어느 정도 했는지 등을 ‘깨알같이’ 기록하고 있다.

아빠 이재진씨(46)는 “두 딸이 벼룩시장 체험을 통해 스스로 용돈을 벌 수 있는 자신감을 키우고, 엄마 아빠와 평소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행복해 하는 것을 느꼈다”면서 “자녀에게 무언가를 해주면 부모 역할이 끝났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이제 자녀 스스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선 최초로 지난달 10일 불로전통시장에서 문을 연 ‘제1회 불로 고사리손 5일장’이 호평을 받고 있다. 대구 해서초등(교장 문영철)과 불로시장 상인회(회장 우제일)가 공동 주관한 5일장은 인근 화훼단지와 팔공산 특산품과 연계해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자는 목표를 세웠다. 1회 행사 땐 해서초등학생 30여명이 참석해 거둔 수익금을 전액 학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오는 15일 2회를 비롯해 3회(6월5일), 4회(9월25일) 등 올해까지 세 차례 더 행사를 연다.

정지원 해서초등 학부모 대표(43·동구 불로동)는 “1회 행사 때 참가 어린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앞으로 벼룩시장에 관심 있는 지역 어린이 모두에게 참여 기회를 주기로 했다”면서 “침체된 전통시장도 살리고, 어린이들이 경제개념도 가질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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