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잉머신 타고 영차 ‘동성로 무한도전’

  • 박광일·양승진·김형엽,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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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4 07:30  |  수정 2016-08-24 07:30  |  발행일 2016-08-24 제8면
■ 세계명문대 조정축제 개막
DGIST 길거리 조정대회 열어
시민들 최고기록 달성 안간힘
일부는 선수 못지않은 실력도
로잉머신 타고 영차 ‘동성로 무한도전’
23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2016 DGIST 세계명문대학 조정축제’의 개막행사인 길거리 조정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로잉머신을 힘차게 당기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23일 낮 12시쯤 대구시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 광장. 흰색 티셔츠를 입은 청년 30여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헬스기구와 비슷한 모양의 철제 물건을 하나 둘씩 실어날랐다. 길이 2m 남짓한 이 기구 이름은 ‘로잉머신’. ‘조정’ 선수들이 날씨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훈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실내 조정기구’다.

조정은 노를 저어 배의 속도를 겨루는 수상경기다. 보트를 젓는 일을 ‘로잉(Rowing)’이라고 한다. 로잉머신은 사람이 앞뒤로 움직이는 안장에 앉아 발판을 힘껏 밀면서 동시에 손잡이를 당길 수 있게 만들어졌다. 실제 배를 타지 않고도 노 젓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로잉머신을 설치한 이들은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조정부 학생들이다. 이들은 이날부터 닷새간 대구 일원에서 열리는 ‘2016 DGIST 세계명문대학 조정축제’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훈련장에서 로잉머신을 꺼내 동성로에 나왔다.

이날 오후 4시부터 동성로 광장에서 조정축제의 개막행사인 ‘길거리 시민 조정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즉석에서 신청을 받았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남녀 50여명이 대회에 참여했다. 직접 참가하지 않더라도 늦여름 대낮에 동성로 한복판에서 조정대회가 열리자 관심있게 지켜보는 시민도 많았다.

대회는 로잉머신 16대를 이용해 8~10명씩 조를 나눠 300m 기록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1위는 뽑지 않고, 조별 1위만 선정했다. 최첨단 IT기술도 동원됐다. 야외무대에 걸린 250인치의 대형 스크린에는 참가자들의 경기 상황이 그래픽으로 표시됐다. 각 참가자들의 탄 배가 노를 저은 만큼 앞으로 전진했다. 속도와 거리 등의 정보도 표시됐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최고기록을 내기 위해 힘껏 노를 당겼다. 일부 참가자들은 현역 선수 못지않은 기록을 뽐내기도 했다. 1분41초의 기록으로 남자 2조 1위를 차지한 김상학씨(25)는 “다리가 후들거린다”면서도 “우연히 시내에 나왔다가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조정을 경험하게 돼 좋았다. 강에서 실제로 배를 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계명문화대 곽수연씨(여·21)는 남성 참가자들과 비슷한 1분42초의 기록으로 골인해 화제를 모았다. 곽씨는 “TV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조정 특집편을 보고 관심이 생겨 중학생 때부터 조정선수로 활동하다 2년 전 그만뒀다”며 “옛 기억도 나고 다시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DGIST 관계자는 “조정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외국에는 널리 보급된 운동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종목”이라며 “대구에서 세계 명문대학 학생들이 참가하는 조정축제가 열리는 만큼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길거리 조정대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27일까지 DGIST 낙동조정장과 대구시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조정축제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중국 홍콩과기대, 호주 멜버른대학, 미국 MIT, DGIST 등 6개국을 대표하는 명문대 6개 팀의 학생 80여명이 참가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박광일·양승진·김형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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