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외제차 전시장’ 같았던 고급 식당가 주차장

  • 사회부,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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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9 07:23  |  수정 2016-09-29 08:59  |  발행일 2016-09-29 제4면
하루새 예약 손님은 뚝 끊기고…빈 자리만 수두룩
■ 김영란법 시행 前과 後…
20160929
같은 식당 다른 모습‘김영란법’ 시행 전날과 첫날. 대구시 수성구 일대 고급 식당가의 분위기가 하루 사이 크게 달라졌다. 27일 저녁(왼쪽)과 28일 저녁 시간대 한 일식집 주차장 모습.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더치페이법인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적용 범위가 넓은 데다 아직 법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무튼 우리사회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혹자는 “민선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혁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김영란법의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영남일보가 취재한 결과, 법 시행 직전과 직후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27일 저녁
몰려오는 손님 맞느라 진땀
주차장 통로까지 ‘빼곡하게’

◆28일 저녁
종업원들 손님오기만 기다려
홀채우기도 벅찰 정도로 한산

◆‘김영란법’ 전야(前夜) 27일 저녁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저녁.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한 일식집 주차장은 외제차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고급 외제차들이 주차장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간혹 눈에 띄는 국산차들도 에쿠스와 제네시스, 그랜저 등 중대형급 세단이 주를 이뤘다. 주차요원들은 저녁시간을 맞아 몰려드는 손님들을 맞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주차장 통로까지 빼곡하게 차를 댔다.

근처의 유명 중식당도 상황은 마찬가지. 붉은색 경광봉을 든 주차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손님들의 차량을 안내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손님의 차량을 재빨리 빼고, 그 자리에 새로 온 손님의 차량을 댔다. 커다란 테트리스 게임을 보는 듯했다. 그 사이 차에서 내린 양복차림의 손님들이 쉴 틈 없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불과 몇 시간 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최후의 만찬’을 가지는 분위기였다.

수성구의 한 고급 일식집 관계자는 “최근 콜레라 등의 영향으로 손님이 부쩍 줄었는데, 오늘 저녁에 손님이 가장 많았다”며 “아무래도 김영란법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 시행 이후 장기적으로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식당은 최근 술을 포함해 3만원짜리 ‘김영란법’ 코스 메뉴를 내놨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 28일 저녁

‘김영란법’이 시행된 28일 저녁. 대구지역 고급 식당가는 전날과 달리 제법 한산했다. 전날 고급 외제차로 가득했던 대구 수성구 황금동 고급 일식집 주차장은 빈 자리가 더 많았다. 특이한 것은 외제차량보다 국산 중형차가 훨씬 많았고 고급 세단은 단 두 대밖에 눈에 띄지 않았다.

저녁 예약 손님도 크게 줄었다. 예약 손님 안내판은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고, 신발장도 텅 빈 곳이 많았다. 종업원들은 식당 입구에서 선 채로 손님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한 종업원은 “어제는 예약 손님이 많아 안내하기 바빴는데 오늘 저녁은 김영란법의 영향 때문인지 한산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주변 식당들의 분위기도 다를 바 없었다. 유명 중식당의 경우 이날 예약 손님은 두 팀밖에 없었다. 평소같으면 별실의 절반 이상이 차지만, 이날은 홀 채우기도 벅찼다. 이 식당의 지배인은 “동기회 모임도 줄고, 예약도 뚝 끊겼다. 다가올 10월이 식당 비수기인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한동안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매출이 줄어들면 인건비부터 줄여나가야 하지 않을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한 식당 주인은 “고급식당은 재료비와 인건비가 비싸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의 메뉴를 짤 경우 손해를 보기 십상”이라며 “퇴직금 등으로 식당을 차렸는데, 김영란법 때문에 망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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