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영화 ‘조작된 도시’ 권유 役 지창욱

  • 김명은
  • |
  • 입력 2017-02-17   |  발행일 2017-02-17 제43면   |  수정 2017-02-17
“첫 스크린 주연…영화 찍으며 많이 외로웠다”
20170217

브라운관에서 배우 지창욱(29)의 인기는 그야말로 뜨겁다. 신인 시절 출연했던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웃어라 동해야’가 시청률 40%대를 기록하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순식간에 인지도를 높이 쌓아올리더니 ‘무사 백동수’ ‘총각네 야채가게’ ‘다섯 손가락’ 등 연이은 작품에서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 작품인 ‘기황후’ ‘힐러’ ‘더 케이투’를 통해 그는 본인의 이름 석자 만으로도 신뢰를 줄 수 있는, 명실공히 안방극장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꽃미남’ 배우로 미소년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거친 ‘상남자’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건 그만이 가진 장점이다. 안방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비교적 짧은 기간 별다른 부침(浮沈) 없이 배우로서 성장해온 그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스크린의 주연을 맡았다. 순 제작비 85억원이 들어간 대작을 원톱으로 이끈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어깨가 무겁다. 배우 지창욱을 영화 ‘조작된 도시’의 개봉을 앞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만화적 요소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20170217

그가 주연한 영화 ‘조작된 도시’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살던 전직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 권유(지창욱)가 어느날 영문도 모른 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뒤 자신을 따르던 게임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억울한 누명을 벗는 이야기다. 범죄 액션 영화의 전형을 따라가는 듯하면서도 뭔가 색다른 멋을 풍기는 작품이다. 게임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구성,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개인 사생활을 조종하는 ‘빅 브라더’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권력자들의 잔인한 횡포 등 형식과 내용이 모두 낯익은 듯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오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당초 요란하게 홍보를 하지 않았던 탓인지, 영화의 완성본이 언론 및 일반 시사회에서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지창욱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필할지는 말 그대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깊이 새기고 있는 듯했다. 다행히 예상대로 인터뷰가 진행된 뒤 개봉한 영화는 현재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에겐 어쩌면 이번 영화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과연 제가 주연으로서 중심에 서서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담이 컸습니다. 시나리오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고, 만화적인 요소가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한편 걱정되기도 했어요. 고민이 많이 됐던 작품이었는데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믿고 연기해도 되겠다 싶었죠.”


순제작비 85億 대작의 ‘원톱’ 부담감
“게임세계-현실 경계 오가는 구성 매력
뭔가 새로운 이야기라는 확신 들어 출연
신인 땐 2편에 특별출연 통편집되기도”

한 순간에 살인자로 몰린 게임마니아 役
“대사도 인물간 소통도 적어 외로운 작업
누명 벗는 과정의 액션과 다양한 감정신
내가 권유라면 어땠을지 상상하며 연기”

“늘 새로운 캐릭터에 무게둔 작품 선택
재벌 3세 역할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어”
서른 코앞 늦은 나이로 올해 입대 예정



그는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본인은 게임 중독자와 정보 독점자들을 향하는 왜곡된, 혹은 비판적 시선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기보다 비주류 인물이 모여 권력을 나쁘게 쓰는 사람들에게 반격을 가하는 내용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관객들에게는 해피엔딩을 선물했지만 지창욱은 “결국 세상은 달라진 게 없고 권유의 어머니는 죽었다. 그리고 그들(세상이 비주류라 칭하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억울한 일을 당하며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들에게 편히 다가갈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정말 색다른 톤의 영화입니다. 주제가 가볍지 않은데도 이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볼거리도 많아요. 인물의 감정적인 요소도 잘 가미됐고요. 액션도 거칠 것 없이 시원시원합니다. 멋지다고 하기보다 경쾌하고 보기 편한 액션이라고 할 수 있죠.”

2008년 KBS 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로 데뷔해 이미 안방극장에서 스타로 자리 잡은 그가 그동안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지 않은 것은 다소 의아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는 “신인 때 두 편의 영화에 특별출연했는데 모두 편집된 적이 있다”며 “특별히 영화 출연을 꺼렸던 것은 아니다. 출연 단계에서 무산되거나 드라마와 영화 중 선택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드라마행(行)이 결정된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연으로 처음 인사드리는 영화라 칭찬을 들으면 정말 좋겠다”면서 “영화배우 지창욱도 나쁘지 않구나. 신선하다는 평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체력적·감정적으로 쉽지 않았던 영화

그는 이번 영화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잔혹한 범죄의 용의자로 몰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자 주인공 권유가 느끼게 되는 억울함과 절망감, 교도소 안에서 모진 고초를 당하며 가졌을 공포감, 그리고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나갈수록 드러나는 권력자들의 추악한 일면을 통해 받게 되는 충격과 이후 끓어오르는 분노의 감정까지. 심정적으로 소모가 컸다. 여기에 누명을 벗기 위한 과정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이 추가되면서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작업이었다. “제가 권유와 같이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면 과연 어땠을지 상상하며 연기했어요. 교도소에서 무참한 학대와 핍박을 당했다면 얼마나 화가 나고 또 한편 무서울까도 생각했습니다. 특히 교도소 내에서는 체력적으로는 물론 감정적으로도 저를 몰아갔던 신(scene)이 많았습니다. 흉악범만 수용하는 곳이라는 설정 때문에 장소조차도 일반 교도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죠. 음침한 공간에 혼자 누워있거나 운동장에서 다른 죄수들에게 맞고 차가운 돌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는 것이 모두 (연기하기) 쉽지 않았던 장면이었어요.”

그는 또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대사가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과 소통하는 부분도 거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유의 게임 멤버로 영화 중반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심은경, 안재홍, 김민교, 김기천 등 동료 배우들을 촬영 현장에서 만났을 때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그는 공교롭게도 드라마 ‘힐러’ ‘더 케이투’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특출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그는 “‘힐러’에서는 누군가를 지켜주고 이유 없이 사랑해주면서 사회를 고발하는 캐릭터에 호기심을 느꼈고, ‘더 케이투’에서는 경호원이라는 인물의 직업에 대한 판타지가 컸다”면서 “어릴 적부터 남자들의 액션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그 때문에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그간 출연했던 드라마와 달리 ‘조작된 도시’에는 러브라인이 없다. “시나리오 초고에는 권유와 게임 멤버인 여울(심은경) 간 감정 설정이 더 있었어요. 그런데 추후 모두 삭제된 버전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멜로가 갑자기 섞이면 내용이 조잡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울과는 자동차 안에서 자리를 바꿔앉는 장면에서 잠깐의 아이컨택이 있었죠. 멜로라기보다 동료로서의 애틋함 정도를 표현했던 것 같아요.”

◆재벌 캐릭터 꼭 한 번 연기해보고 싶다

지창욱은 훈훈한 외모를 자랑한다. 희고 깨끗한 얼굴 때문에 ‘미소년’ ‘착한 남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작품 속에서 보이는 모습은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길들여지지 않은 거친 남성미를 발산해 액션 배우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경지에 이르렀고, 드라마 ‘다섯 손가락’에서는 악역을, 또 ‘기황후’에서는 철없는 순정남에서 광기 넘치는 왕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꽃미남’에 안정된 연기력까지 겸비했으니 인기가 치솟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그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매체에 노출되는 횟수가 늘어서 그렇게(인기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나친 겸사(謙辭)로 들린다.

지창욱은 데뷔 후 스캔들은 물론이고, 사생활과 관련한 사소한 실수나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다. 그만큼 자기 관리를 잘해왔다는 의미로 읽힌다. “평소 몰래 행동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생활을 굳이 외부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저 조용히 움직일 뿐이죠. 작품에 함께 출연했던 몇몇 연예인 동료와 친하긴 하지만 대개는 동네 형과 같은 비(非)연예인 친구들과 잘 어울립니다.”

그는 올해 다소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한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와중에 하는 입대이지만 부담은 크지 않은 듯했다. 그는 “예전처럼 복무 기간 팬들에게서 잊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는 사라진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인성, 현빈, 송중기 등 군필 남자배우들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입대 전 마지막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데뷔 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오면서 여러 캐릭터를 소화한 그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연기자가 되길 바란다. “제가 작품을 보는 기준은 세 가지 입니다. ‘스토리가 재미있는가’와 ‘캐릭터가 매력적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잘해낼 자신이 있는가’입니다. 하고 싶은 게 많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바람이 큽니다. 재벌 3세 역할은 한 번 꼭 해보고 싶네요.(웃음)”

고(故) 김광석의 노래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을 비롯해 틈틈이 뮤지컬 공연도 펼쳤던 그는 “무대가 주는 재미가 남다르다”며 “군대에 다녀와서도 뮤지컬에 출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사진제공=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