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현실 격파할 ‘사이다 영웅’이 뜬다

  • 강주아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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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7   |  발행일 2017-03-27 제24면   |  수정 2017-03-27
■ 히어로 드라마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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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현실을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히어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OCN 드라마 ‘보이스’와 JTBC ‘도봉순’의 한 장면.

‘고구마’ 같은 답답한 현실, ‘사이다’의 청량감을 선사하는 드라마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청년 실업과 빈곤, 극소수 기득권자들의 독점과 독식으로 날로 극심해지는 사회 양극화 등 뉴스를 틀면 답답한 이야기들뿐이다. 중산층은 무너진 지 오래고,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본인의 삶조차 바꿀 수 없는 만만치 않은 현실에 사람들은 도리어 현실을 잊게 해줄 히어로물에 열광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영웅의 존재는 비현실적이고, 지극히 판타지적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히어로물을 통해 ‘대리만족’과 남다른 희열을 느낀다. 거대한 적 앞에서 항상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드라마 속 ‘초능력자’들의 활약상을 보며 현실의 노곤함을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보이스
사고로 눈을 다친 주인공
절대 청각으로 범인 검거

▶도봉순
로맨스로 포장한 히어로물
편견 깨고 사랑하는 법 배워

▶역적
고전 영웅 홍길동의 재해석
조선시대 썩은 권력 파헤쳐



최근 종영한 OCN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 제작 콘텐츠K)는 방송사 역대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장르물의 새 역사를 썼다. 12일 방송된 최종회 시청률은 평균 5.6%(닐슨코리아,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방송 중반 ‘19세 이상 관람가’로 시청등급이 상향조정되면서 시청률이 약간 타격을 입었지만, 현실적인 사건 묘사와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JTBC ‘힘쎈 여자 도봉순’(이하 도봉순·극본 백미경 연출 이형민 제작 JS픽쳐스, 드라마하우스)은 1회 시청률 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JTBC 개국 이래 가장 높은 첫 방송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한 2회 만에 5%를 돌파하며 2014년 ‘밀회’가 기록한 종전 JTBC 드라마 최고시청률(5.3%)을 가볍게 제쳤다. ‘도봉순’의 현재 최고시청률은 9.6%(8회). 무서운 상승세에 탄력이 제대로 붙었다는 평가다.

화제성도 압도적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도봉순’은 3월 3주차(13~19일) 지상파, 종편, 케이블 프로그램을 통틀어 TV화제성 프로그램 종합순위 1위에 등극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드라마 배우 브랜드 평판 3월 조사에서도 ‘도봉순’ 주연배우 박보영과 박형식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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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역적 홍길동역을 맡은 윤균상.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는 약간 주춤하지만 사극 마니아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시청률은 10%대 내외.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닐슨코리아와 CJ E&M이 공동으로 발표한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들 드라마에는 범상치 않은 주인공들이 출연한다. ‘도봉순’과 ‘역적’에는 괴력의 소유자가, ‘보이스’에는 괴물 청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남다른 능력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을 척척 해결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거침없이 발휘한다.

‘도봉순’은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 분)이 똘끼 충만한 게임회사 CEO 안민혁(박형식 분)과 정의감에 불타는 경찰 인국두(지수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 ‘도봉순’은 로맨스로 포장돼 있지만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흐름을 따른다. 남과 다른 능력으로 인해 소외되고 위축돼 살던 도봉순이 사회의 편견을 깨고 나와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세상과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사회와 조화롭게 사는 법,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역적’은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윤균상 분)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다룬 사극이다.

‘보이스’의 주인공 강권주(이하나 분)는 과거 불의의 사고로 눈을 다치면서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절대 청감 능력이 생긴 인물이다. 아버지의 살해 현장을 전화기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들은 이후 112신고센터 골든타임 센터를 만들게 된다. 특히 강권주는 같은 범인에게 아내를 잃은 형사 무진혁(장혁 분)과 힘을 합쳐 강력범죄에 맞선다.

이들 드라마는 지극히 비현실적이지만,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를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 안에 녹여내 호평을 받고 있다.

‘도봉순’에는 보이스피싱과 여성범죄가 등장한다. 재벌 2세이자 게임회사 CEO 안민혁은 몇 달째 이유 없이 ‘발신자 표시 금지’ 전화에 시달린다. 젊고 힘없는 여성들은 연쇄 납치사건의 주요 표적이 된다. 이런 범죄자들을 도봉순은 유쾌하고 통쾌하게 처단한다. 주먹 한방에 깡패의 치아는 옥수수처럼 우수수 떨어져나가고, 슬쩍 밀었을 뿐인데 납치범은 저 멀리까지 날아가 떨어진다. 드라마 전개 과정은 만화를 연상시키듯 과장되고 코믹스럽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우울한 현실을 잠시 잊게 된다.

‘보이스’는 가정 폭력, 납치, 살인 등 다양한 범죄를 담아낸다. 특히 드라마는 피가 난무한 살인현장을 여과 없이 방송하고, 강도 높은 액션 신을 다수 노출시키며 현실감을 높였다. 물론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서 형사와 프로파일러의 공조로 범인을 잡는 데 성공한다. 이 짜릿함을 잊지 못한 시청자들은 ‘보이스’ 시즌2 방영을 강하게 염원하고 있다.

‘역적’은 조선시대 썩어빠진 권력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며 평범한 홍길동이 영웅이 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사치와 향락에 잠식된 폭군, 인간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역적’은 이제 방송의 절반을 넘어섰다. 홍길동의 활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강주아 객원기자 dalsuk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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