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별천지’ 영양 국제밤하늘생태공원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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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2 07:35  |  수정 2017-07-22 07:36  |  발행일 2017-07-22 제5면
어둠이 사방을 감싸는 순간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
20170722
반딧불이천문대에서 촬영한 영양의 밤하늘 사진이 마치 빈센트 반 고흐의 1889년작 ‘별이 빛나는 밤’을 연상케 한다.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유일하게 국제밤하늘생태공원으로 지정된 영양 반딧불이생태공원에서는 밤마다 신비로운 ‘별세상’이 펼쳐진다. 국제밤하늘협회는 영양의 밤하늘에 대해 투명도가 세계적으로 뛰어나 천체 현상에 대한 육안 관측이 가능한 지역이라 평가했다. <영양군 제공>

“저 많은 별들 가운데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곱게 잠들어 있노라고.”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 중에서)

“아이는 지금 자기의 오른쪽 눈에 내려온 별이 돌아간 어머니라고 느끼면서, 그럼 왼쪽 눈에 내려온 별은 죽은 누이가 아니냐는 생각에 미치자 아무래도 누이는 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눈을 감아 눈 속의 별을 내몰았다.” (황순원의 소설 ‘별’ 중에서)

국내외 대문호에게 별은 사랑이고 어머니고 누이다. 윤동주는 ‘서시’에서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면서 상실감을 되살려주는 빛과 같은 존재로 표현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별은 희미해진 기억 너머의 존재가 되고 있다. 하늘의 별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알퐁스 도데의 고향인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인 10명 중 6명은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다. 하늘로 쭉쭉 뻗은 고층건물에서 나오는 불빛과 거리의 가로등이 사람의 눈에서 별을 빼앗아갔다. 미국 등지에서는 실종된 어두운 밤하늘을 되찾자고 세계별밤주간(4월22~28일)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깜깜한 밤하늘을 잃어버린 이 시대에 알퐁스 도데가 보았고, 황순원이 보았으며, 윤동주가 보았던 그 별들이 다시 살아난 곳이 있다. 육지 속의 섬, 영양이다. 국제밤하늘생태공원으로 지정된 영양군 반딧불이생태공원에서는 매일 밤 어깨에 내려앉는 별과 바람에 스치는 별을 만날 수 있다.

◆아시아 유일의 밤하늘 천연기념물

2015년 10월 국제밤하늘협회(IDA)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반딧불이생태공원 390만㎡를 국제밤하늘생태공원으로 지정했다. 국제밤하늘생태공원은 IDA가 별빛이 밝은 밤하늘을 갖고 있는 지역을 선정해 지정하는 공원이다. 2007년 미국의 ‘내추럴 브리지스 국립 천연기념물’이 처음 국제밤하늘생태공원에 지정된 이후, 현재 미국·독일·스코틀랜드·헝가리 등 전 세계 30여개 지역이 국제밤하늘생태공원으로 보호받고 있다.


밤하늘 밝고 투명…육안관측 가능
亞 최초로 수하리 390만㎡ 지정

郡, 관측 편의위해 천문대 운영
매일 저녁 30분간 가로등 불 꺼
먼길 온 방문객 헛걸음 막기위해
별 예보서비스·밤날씨정보 제공

“겨울별이 가장 밝게 뜨지만 추워
별 관측엔 여름밤이 최적의 환경”



국제밤하늘생태공원은 밤하늘의 품질에 따라 골드·실버·브론즈 등급으로 나뉜다. 골드등급은 오염되지 않은 천연 자연에 가까운 밤하늘로 환경오염 영향이 거의 없는 사막 같은 지역이 주로 해당된다. 실버등급은 빛공해나 인공조명으로부터 교란의 영향이 심각하지 않은 양질의 밤하늘을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곳으로, 영양군도 여기에 속한다. 영양군에서도 밤하늘생태공원으로 인증받은 수비면은 북쪽으로는 봉화, 동쪽으로는 울진군과 맞닿아 있으며 가로등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개발되지 않았다.

영양군 자연생태공원관리사업소 김경호 계장은 “국제밤하늘협회는 보통 사방 200㎞ 내에 인공적인 시설물이 없어야만 실버등급을 부여한다”면서 “영양은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못하지만 자연 환경과 공기가 좋아 예외적으로 실버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제밤하늘협회는 영양의 밤하늘에 대해 “밝기 측정값이 매우 우수하고 투명도가 세계적으로 뛰어나 천체 현상에 대한 육안 관측이 가능한 지역”이라고 밝혔다.

◆여름 밤하늘이 별 관측에 가장 좋아

영양의 하늘은 밤이 되면 전구 발명 이전의 세계로 가는 타임머신이 된다. 빛공해가 전혀 없는 청정지역이라는 것은 어두워져야 느낄 수 있다. 영양의 밤하늘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천문대를 가야 한다. 영양군은 방문객이 밤하늘을 보다 가까이서, 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반딧불이천문대를 운영하고 있다. 천문대 관측실의 문이 열리면 이전에는 절대 보지 못한 신비로운 작품 수백만점을 볼 수 있다. 굳이 별자리를 따질 필요도 없다.

영양군 자연생태공원관리사업소는 관람객이 아름다운 밤하늘 별을 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매일 저녁 시간을 이용해 건물 밖 가로등 불을 소등하는 불빛 없는 시간을 운영한다. 여름철에는 밤 9시부터 9시30분까지, 겨울철은 오후 7시30분부터 8시까지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영양 국제밤하늘생태공원을 찾은 방문객에게 아름다운 별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서 팁 하나. 영양의 밤하늘 별은 사시사철 모두 떠 있지만 그렇다고 매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상태, 즉 구름이나 안개가 끼는 날이면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밤하늘 별을 또렷이 볼 수 있는 날이 1년 중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영양군은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밤하늘생태공원과 반딧불이천문대에서 천체 관측이 가능한지를 알려주는 별 예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밤하늘 별을 보기 위해 먼 길을 온 방문객이 헛걸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별빛 기상정보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야간 천문대를 통해 별을 볼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높아졌다. 밤하늘생태공원 지역을 중심으로 3일간의 밤날씨가 제공된다. 그렇다면 봄·여름·가을·겨울 중 언제 가장 별이 잘 보일까. 자연생태공원관리사업소 박찬 연구사는 “대기가 불안정한 봄이나 가을보다는 여름이나 겨울이 관측환경이 더 좋다”면서 “겨울은 가장 밝은 별이 뜨지만 대신 좀 많이 춥다”며 웃었다. 여름 밤하늘이 별을 관측하기에 가장 쾌적하고 적당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별이 쏟아져 내린다

어둠이 깔리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 끝없이 펼쳐진 공간 아래 유난히 반짝이는 작품이 어우러져 몽환 속 세계를 만들어낸다. 어둠이 사방을 감싸는 순간 밤하늘은 검정색 도화지에다 은색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빛난다. 땅과 별 사이에 오직 공기만이 존재한다. 까마득히 멀리서 산길을 내려오는 자동차의 전조등이나 어두워진 길을 찾기 위해 꺼내든 휴대폰 불빛조차도 거북하게 느껴진다.

여름날 긴 저녁노을이 완전히 사라지는 밤 9시쯤에 남쪽 하늘에는 유난히 반짝이는 것이 있다. 칠월칠석의 전설을 간직한 직녀별과 견우별이 그 주인공. 두 별의 대각선 위쪽에 있는 백조자리의 데네브(새의 꼬리) 별과 함께 여름밤의 큰 삼각형으로 불린다. 직녀별과 견우별 사이에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뿌연 빛의 띠가 눈에 띈다. 구름처럼 보이는 이 별무리가 은하수다. 우리말로 미리내로 불리는 이 별무리를 보는 건 여름철 밤하늘의 백미로 꼽힌다.

데네브에서 고개를 약간 돌려보면 별자리 길잡이 역할을 하는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을 아는 몇 안되는 별자리라 더 반갑다. 북두칠성 그릇 부분 끝의 두 별을 이어나가면 북극성과도 만날 수 있다. 같은 시각 서쪽 하늘에는 저녁노을에 가려졌던 봄철 별자리 목동별과 처녀자리 등이 시간을 아쉬워하며 떠 있다. 자정쯤 동쪽 하늘에서는 가을철 별자리인 카시오페이아와 페가수스도 볼 수 있다. 같은 장소 같은 하늘에서 봄·여름·가을의 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한여름밤의 별잔치’가 펼쳐지는 것이다.

영양 출신 시인 조지훈이 ‘꿈이야기’에서 쓴 “별빛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는 시구가 절로 이해가 된다. 조지훈이 고향인 수하계곡에서 쳐다본 밤하늘의 광경을 보고 이 시를 썼을 거라고 단정할 수 있겠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도움말=영양군자연생태공원사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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