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든든한 응원 연아 키즈 날개를 펴다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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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4 00:00  |  수정 2018-02-24
최다빈 7위·김하늘 13위 올림픽 성공적 데뷔
개인 최고 199.26점 최다빈
엄마 잃은 슬픔 연기로 승화
김연아 제외 한국 최고 성적
신체 약점 극복한 김하늘
키 149㎝…주변 시선에 상처
160㎝ 쇼마보며 기술로 승부

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한국 여자 피겨 선수들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마쳤다. 엄마 잃은 슬픔을 연기로 승화, 대회 ‘톱 10’에 진입한 최다빈과 단신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극복하고 화려한 날갯짓을 선보인 김하늘은 국민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인 최다빈(수리고)은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8.74점, 예술점수(PCS) 62.75점을 합쳐 131.49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67.77점) 점수와 합친 총점은 199.26점으로 당당히 7위에 올랐다.

프리 스케이팅 점수와 총점 모두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얻은 개인 최고점(프리 128.45점, 총점 191.11점)을 훌쩍 뛰어넘은 최고점이다. 최다빈은 김연아를 제외한 한국 선수 중 올림픽 여자 싱글 최고 성적을 거두게 됐다.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전후로 한국 선수 가운데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는 밴쿠버 대회에서 16위를 한 곽민정이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기대주 김하늘(수리고 진학예정)은 기술점수(TES) 67.03점, 예술점수(PCS) 54.35점을 합쳐121.38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 점수(54.33점)를 합친 총점은 175.71점이다.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얻은 프리 스케이팅 개인 최고점 111.95점을 10점 가까이 경신한 것으로 총점도 기존 최고기록(173.10점)을 넘어섰다. 김하늘은 이날 선전으로 13위를 차지했다.

‘우상’의 든든한 응원 연아 키즈 날개를 펴다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다빈, 엄마에게 보낸 편지

지난해 선수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부상으로 낙마한 박소연(단국대)을 대신해 출전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총점 187.54점의 개인 최고 점수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동갑내기 친구 김나현이 부상으로 출전권을 반납한 세계선수권 대회에 또 대신 나가 개인 최고점 191.11점을 기록하며 종합 10위에 올랐다. 김연아(은퇴) 이후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톱10의 기록을 세웠다.

최다빈이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극도의 압박감을 극복하고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엔 엄마, 김정숙씨가 있었다. 김정숙씨는 당시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는데, 최다빈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어머니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다.

최다빈은 올림픽 시즌 새 쇼트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어머니께 바치는 영화 ‘옌틀’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파파 캔 유 히어 미’(Papa Can you Hear Me·아빠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를 선택하기도 했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니나 시몬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만든 음악인데, 최다빈은 엄마를 떠올리며 이 곡을 택했다. 어머니 김정숙씨가 세상과 작별한 건 지난해 6월의 일이다. 김씨는 병마와 사투를 벌였지만, 끝내 딸의 올림픽 무대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최다빈은 찢어지는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만 17세의 고교생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시련이었다. 버팀목이자 목표를 잃어버린 최다빈은 평창올림픽 국내 선발전 출전 포기도 고려했다. 엄마가 없는 올림픽 무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모와 언니의 설득으로 겨우 대회에 참가한 그는 지난해 7월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내 선발전 1차전에서 눈물의 연기를 펼쳐 주변을 숙연케 했다.

‘우상’의 든든한 응원 연아 키즈 날개를 펴다
김하늘

◆149㎝ 작은 거인, 편견에 맞서다

김하늘은 149㎝의 단신이다. 미적 가치를 중시하는 피겨스케이팅에선 치명적인 단점이다. 주변에선 김하늘이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가졌다고 했다. 팬들의 시선도 따가웠다. 외형적인 모습만 보고 몇몇 피겨팬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악플 세례로 김하늘을 조롱했다. 중학생 김하늘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김하늘은 “태릉빙상장에 가면 나보다 작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코치 선생님들은 동작을 크게 해서 단점을 극복하라고 했는데, 나조차도 매우 힘들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하늘에게 가장 힘든 적은 경쟁자도, 악플을 쏟아내는 네티즌도 아니었다. 자꾸만 움츠러드는 자기 자신이었다.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괴로웠다고 한다. 그는 피겨 선수 생활을 하며 어머니와 많이 싸웠다. 그는 “엄마에게 원망을 많이 했다. 왜 이렇게 나를 작고 통통하게 낳으셨냐고. 내게 피겨를 시킨 부모님이 많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런 김하늘에게 일본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우노 쇼마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160㎝의 단신인 쇼마는 일본 최고 스타 하뉴 유즈루의 그늘에 갇혀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뛰어난 기술력으로 단점을 극복하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김하늘은 “쇼마를 보며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면서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은 과감히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하늘은 연기 후 “항상 용기와 힘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연합뉴스

‘우상’의 든든한 응원 연아 키즈 날개를 펴다
작은 사진은 올림픽 홍보대사인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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