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3천명 동원 해산작전…반대측 200여명 뒤섞여 순식간 아수라장

  • 조규덕,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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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4 07:37  |  수정 2018-04-24 07:49  |  발행일 2018-04-24 제9면
■ 사드기지 장비 반입
20180424
성주 사드기지 공사 장비 반입을 위해 경찰이 23일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진밭교에서 사드 반대 단체 회원·주민들을 강제 해산시키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3일 오전 11시30분쯤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주변.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사드 반대 단체 회원·주민 등 100여 명이 대형천막 아래 모여 있었다. 이들은 몇 시간 전까지 사드 기지 앞 진밭교에서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마을회관으로 끌려 나왔다. 잠시 후 사드 기지 환경개선 공사 장비를 실은 군용트럭이 마을회관 앞을 지나가자 야유와 비난이 일제히 쏟아졌다. 회원과 주민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공사장비 반입을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회원은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 “사드 배치 철회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회원들이 장비 반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수백 명의 경찰 저지선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10여 분 뒤 장비를 실은 덤프트럭 등 22대의 차량이 마을 앞을 통과하자 일부 회원과 주민은 맥이 풀린 듯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봤다.

여경중대·警 종교케어팀도 투입
1시간만에 170명 진밭교밖 끌어내
집회참가자 몸에 그물망 쓰고 저항
통로 확보되자 차량 등 장비 반입
부상 22명 중 10명 병원 이송 치료


전날 오후부터 진밭교에서 집회 참가자 200여 명과 대치하던 경찰은 이날 오전 8시12분부터 경력 3천여 명을 동원해 해산 작전을 벌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진밭교 아래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여성 집회 참가자를 전담하는 ‘여경 중대’와 천주교·원불교 등 종교인을 위한 ‘경찰 종교케어팀’도 투입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4명도 파견돼 현장을 지켜봤다.

작전이 시작되자 경찰과 집회 참가자가 뒤섞여 진밭교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폭력 경찰 물러가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전날 알루미늄 봉으로 만든 격자형 시위 도구를 뺏긴 이들은 몸에 녹색 그물망을 덮어쓴 채 경찰에 맞섰다. 일부 참가자들은 팔과 팔을 원형파이프로 연결해 묶은 뒤 경찰에 저항했다. 경찰은 5~6명이 한 조가 돼 집회 참가자를 한 명씩 진밭교 밖으로 끌어냈다.

경찰은 작전 1시간여 만에 170여 명을 진밭교 밖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차에 탄 사람과 차량에 양팔을 묶은 참가자 등 30여 명이 강하게 버티면서 작전이 지체됐다. 경찰이 차에 묶인 참가자를 떼어 내던 중 인권위 관계자가 “부상 위험이 있다”며 제지하면서 해산 작전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경찰은 차량 이동용 특수장비 ‘포지션잭’을 이용해 농성자들이 타고 있는 차량 자체를 들어내는 방법으로 해산 작전 3시간여 만인 11시10분쯤 통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방부는 통로가 확보되자 11시25분쯤 마을 밖에 대기하던 공사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군용 덤프트럭과 자재를 실은 민간트럭 등 차량 22대는 경찰 호위를 받으며 10여 분 만에 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성주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해산 작전에서 경찰 3명을 포함해 총 22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10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성주=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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