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남자들이 돌아왔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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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8   |  발행일 2018-06-18 제23면   |  수정 2018-06-18
‘김비서가 왜…’ 박서준 등
잘난 ‘男主’ 까칠연기 인기
거침없는 행동·언사가 매력
안방극장 ‘女心’ 사로잡아
20180618
‘김비서가 왜그럴까’ 박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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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정음’ 남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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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멜로’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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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 이상윤

안방극장이 온통 매사에 까칠한 남자, 이른바 ‘까칠남’으로 그득하다. 이들은 로맨스극의 공식처럼 무례하고 쌀쌀맞은 겉모습 이면에 달콤함을 장착한 사려 깊은 면모로 속깊은 까칠남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사랑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에선 기대 이상의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여심을 사로잡고 있는 그들, 그 주인공들을 만나본다.

◆봇물 터진 듯한 까칠남의 등장

‘까칠남’이 모두의 사랑을 받은 건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확실히 까칠남 캐릭터가 부드러운 남자에 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시청률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과거 ‘똥덩어리’로 대표되는 싸가지 없는 강마에의 말투로 여태껏 회자되고 있는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과 ‘파스타’의 ‘버럭 셰프’ 이선균,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의 엄기준, SBS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범수, ‘질투의 화신’의 조정석 등이 드라마 속 대표적 까칠남들이다.

까칠남은 남을 위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지만, 속내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특징이 있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능력도 탁월하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다보니 종종 거침없는 언사와 행동이 뒤따르고 결국 본인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래도 굴하지 않고 당당한 이들, ‘잘난 남자’의 자신감 넘치는 행동에 묘하게 끌린다.

◆까칠남, 사랑을 통해 변화

물론 까칠남들이 시종 까칠하기만 하다면 지금과 같은 호응을 얻을 수 없다. 까칠남 주변에는 사랑을 통해 이들을 변화시키는 여성 캐릭터들이 늘 존재해왔다. 거칠 것 없이 굴던 까칠남들이 사랑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하며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속 까칠남들도 같은 패턴이다.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이영준(박서준)은 까칠함에 더해 자기애가 하늘을 찌른다. 외모, 능력, 재력 등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생각하는 그는 온 우주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자신을 24시간 보필하고 있는 비서 김미소(박민영)가 퇴사를 선언하자, 이를 막겠다며 일방적인 프러포즈까지 한다. 이처럼 영준은 첫 방송부터 까칠하면서도 미소를 짓게 할 엉뚱한 매력으로 여심을 정조준하고 있다.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의 이도하(이상윤)도 재벌가의 아들로 태어나 까칠하고 까다롭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다. 의심병, 깔끔병, 철벽병에 선단, 고소, 폐소에 이르는 각종 공포증까지 지닌 성장환경은 자연스레 도하를 까칠하고 까다로운 인간으로 만들었다. 그가 자신의 삶에 갑자기 뛰어든 여자 최미카(이성경)와 사랑을 일궈가는 모습은 다소 상투적이긴 하지만 로맨스극의 공식대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된다.

SBS ‘훈남정음’ 속 강훈남(남궁민)도 까칠하기로는 영준, 도하에 밀리지 않는다. 대기업 가문의 혼외자로 태어난 훈남은 자라난 환경 탓에 여자와 사랑을 거부하는 비연애주의자가 됐다. 그는 사랑을 꿈꾸지만 팍팍한 현실에 연애포기자가 된 정음(황정음)을 만나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 까칠한 남자와 캔디처럼 밝은 여자라는 로코 공식은 진부하지만 설렘 지수를 높이며 여전히 귀엽게 다가온다. ‘기름진 멜로’의 서풍(이준호)은 앞선 세 사람보다는 정감 있지만, 중식 셰프로서 주방에선 누구보다 깐깐하고 까칠하다. 파산한 재벌집 딸 단새우(정려원)를 놓고 중국집 사장인 두칠성(장혁)과 일종의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이들의 모습은 또 다른 재미다.

또 오는 7월 방송될 MBC ‘사생결단 로맨스’의 신경외과 의사 한승주(지현우) 역시 까칠남의 계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상한 기억력, 탁월한 운동신경, 냉철하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지만,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인물이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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