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초부터 논란 지속…4년만에 ‘애물단지’

  • 유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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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7 07:30  |  수정 2018-07-17 07:30  |  발행일 2018-07-17 제11면
3천300억원 투입 영천 보현산댐
위치 부적합·저수량 과다 계상
지역기후 미고려 등 논란 제기
악취로 주변 관광시설도 직격탄
건설 초부터 논란 지속…4년만에 ‘애물단지’
영천 보현산댐 취수탑 아래에 거대한 녹조라테가 형성돼 악취까지 풍기고 있다.

[영천] 2014년 지어진 영천 보현산댐이 해마다 심각한 녹조로 댐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이 댐 건설엔 3천300억원이 투입됐다. 건설 당시부터 위치 부적합, 저수량 과다 계상, 지역 기후 미고려 등으로 많은 논란이 제기됐다.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한 보현산댐은 준공 4년여 만에 저수율 52%를 기록하고 있지만 녹조와 악취로 영천지역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선 보현산댐은 녹조에 이어 악취까지 내면서 댐 위치 적합성에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현장 확인 결과, 보현산댐 취수탑 주변에 거대한 녹조가 형성돼 상류지역까지 확산 중이었다. 아울러 지독한 악취로 이곳을 찾은 관광객의 불만도 높았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저수율이 50%를 넘고 있지만 녹조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2~3년 전 댐 관계자는 “저수량이 적어 녹조 발생이 심각하다. 유입량이 늘어나면 해소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이 같은 현상은 해마다 반복됐다. 사실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수량 확보에만 급급해 근본적으로 유수(流水)를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물이 유입되는 상류지역에 이미 저수지가 들어서 있어 유입 수량이 줄고, 곳곳의 비점 오염원이 유입돼 녹조 발생이 반복되고 있고, 용수가 제대로 가둬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 보현산댐 상류지역은 강수량이 적고, 중·소형 저수지가 5~6개나 있어 유입 수량 부족은 예상됐다. 게다가 영천지역 연간 평균 강수량이 1천222㎜로 전국 평균(1천245㎜)에 비해 20여㎜ 가량 적은 편이다. 특히 보현산댐 유역 강수량은 영천 평균 강수량보다도 20~30% 적은 실정이다.

댐 건설 당시 주민들은 부족한 강수량과 연약한 지질 등을 이유로 댐 위치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거 댐 건설 관련 환경영향평가 설명회에서 “댐이 들어서려는 상류지역에는 이미 6개의 저수지가 있는데 단 한 번도 만수위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며 “강수량이 전국에서 최저인 지역에 댐을 건설하려는 의도가 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과거 실시설계 때 댐 저수량을 고의적으로 늘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부 공사 관계자들은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사업을 많이 받기 위해 댐 총저수량을 2천만t 이상 설계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보현산댐 본래의 기능을 찾기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K-water 보현산댐관리단 측은 “보현산댐 현 저수율은 52%, 용수공급량은 하루 2만6천t(생활·공업), 하천유지수는 2천600t”이라며 “지난 6일부턴 전력생산 시설도 가동돼 시간당 100㎾를 생산하고 있다. 댐으로서의 기능을 차츰 갖춰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보현산댐 관련 관광시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영천시가 2016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보현산댐 중·하류 지점에 설치한 집와이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정식 개장한 이후 1만2천여 명이 이곳을 찾았지만, 최근 녹조로 인한 악취가 진동해 관광객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이곳을 찾은 한 관광객은 “집와이어 하강 때 댐 아래에서 악취가 강하게 풍겨온다”고 말했다. 더욱이 K-water가 댐 하류지역에 조성한 댐 공원도 개장을 앞두고 있어 물 관리에 큰 비상이 걸렸다. 영천시는 향후 관광객 감소를 우려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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