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사랑하는 ‘봉’, 황금종려상 품에 안을까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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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2 08:07  |  수정 2019-04-22 08:07  |  발행일 2019-04-22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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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신작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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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감독 신작 ‘악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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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올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봉 감독의 작품이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2017년 ‘옥자’ 이후 두 번째다. ‘기생충’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티아스 앤 막심’, 켄 로치 감독의 ‘쏘리 위 미스드 유’ 등 총 19편과 함께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합을 벌이게 된다. 이와 함께 이원태 감독 신작 ‘악인전’은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칸에서의 낭보를 기대하며 두 작품을 미리 살펴본다.

◆칸과의 인연은 올해도 이어진다

칸 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 중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5월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개최되며,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연출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개막작으로는 짐 자무시 감독의 신작 ‘더 데드 돈트 다이’가 선정됐다.

한국영화는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2017년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이어 4년 연속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이들 작품은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본상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이 감독상,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4)가 심사위원대상, ‘밀양’(2007)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가 심사위원상, 그리고 이창동 감독의 ‘시’(2010)가 각본상을 받았다. 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는 칸영화제 기술 부문 최고상에 해당하는 벌칸상을,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벌칸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 내달 14∼25일 열려
봉준호 ‘기생충’ 경쟁부문 진출
트리플 천만배우 송강호가 주연
‘봉-송 조합’ 성사 일찌감치 화제

이원태 ‘악인전’ 비경쟁 부문에
범죄 액션물 장르영화로 선보여



봉준호는 홍상수·이창동·박찬욱 등과 함께 칸이 사랑하는 한국 감독 중 한 명이다.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에 이어 5번째 칸에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봉 감독의 첫 경쟁 부문 진출작인 ‘옥자’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점에서 당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극장용이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영화를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하는 것이 적절한지 등을 놓고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다.

그 점에서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는 봉준호 감독은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여름, ‘기생충’ 촬영에 몰두했던 나 자신과 배우들, 그리고 제작진 모두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지금 현재 우리 시대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영화를, 칸 영화제의 열기 속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되어 영광스럽고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가족희비극, ‘기생충’

“영화에 기생충은 등장하지 않는다. 호러도, SF 장르도 아니다. 독특한 가족이 중심이 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가족드라마가 될 것이다.” ‘기생충’은 언제나 통념을 깨는 동시에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마더’ 이후 봉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영화이자, 그의 7번째 장편이다. 일찌감치 트리플 천만 배우 송강호가 주연으로 참여를 확정해 4번째 ‘봉-송 조합’ 성사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다. 기택네 가족의 형편은 참으로 막막하다. 휴대폰도 다 끊기고 몰래 사용하던 윗집 와이파이까지 비번이 걸린 상황. “어떻게 생각하냐”는 아내 충숙(장혜진)의 타박에 가장 기택은 묵묵부답으로 식빵 쪼가리를 뜯을 뿐이다. 친구 소개로 고액 과외 면접 기회를 얻은 장남 기우는 위조한 재학증명서를 들고 면접에 나선다. “아버지,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갈 거거든요.” 그 말에 반색한 기택은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며 모처럼 싹튼 고정 수입의 희망에 부푼다. 이들 부자(父子)의 대화는 팍팍한 현실 속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희비극의 유머 코드가 ‘기생충’의 주된 정서임을 짐작하게 한다.

송강호는 ‘괴물’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에 이어 다섯 번째 , 이선균은 ‘끝까지 간다’(2014년) 이후 두 번째, 최우식은 ‘부산행’(2016)과 ‘옥자’에 이어 세 번째로 칸을 찾는다.

이선균은 “‘기생충’은 배우들이 각자의 포지션과 역할을 담당하고, 퍼즐을 맞추듯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재미가 있다”며 “봉준호 감독이라는 훌륭한 가이드를 따라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유쾌하고 코믹한 두 가족의 상황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먹먹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악인전’, 조직 보스와 강력반 형사가 손잡다

이원태 감독의 신작 ‘악인전’은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장르영화를 소개하는 비경쟁 부문이다. 우연히 연쇄살인마 K(김성규)의 표적이 됐다가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마동석)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형사(김무열)가 함께 연쇄살인마를 쫓는다는 내용의 범죄 액션물이다. ‘악인전’은 조직 보스와 강력반 형사,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들이 공통의 목표를 위해 손잡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한다.

하나의 장르가 된 배우 마동석은 이번에도 자신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위트를 곁들인 압도적인 파워와 카리스마로 자신 혹은 주변을 위협하는 대상들을 단숨에 제압한다. “내가 맡은 역할 중 가장 세다”고 말한 마동석은 살인마를 쫓으며 추리하고, 형사처럼 자료를 수집하는 등 조직 보스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준다. 그와 대립각을 세우며 삼각구도를 형성한 김무열과 김성규 역시 마동석 못지않은 존재감과 연기로 ‘악인전’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마동석은 2016년 ‘부산행’에 이어 두 번째로 칸에 초청됐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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