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기의 구미산단, 外人 근로자 ‘탈구미’

  • 백종현,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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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6 07:27  |  수정 2019-07-16 07:28  |  발행일 2019-07-16 제9면
수천명 거주하던 외국인 동네, 지금은 원룸 절반이 텅텅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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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 특화거리로 불리던 구미시 상모사곡동 원룸촌 주변엔 ‘원룸·상가임대’를 알리는 안내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고(왼쪽), 거리에는 인적이 뚝 끊겨 삭막한 모습이다.조규덕 기자 kdcho@yeongnam.com

[구미] 일요일인 지난 14일 찾은 구미 상모사곡동 외국인 원룸촌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점포임대’와 ‘임대문의’를 알리는 안내 문구가 요즘 이 지역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듯했다.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상가 건물에도 ‘상가임대 가격 절충’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10여개의 식당과 당구장·노래방이 있던 4층짜리 건물은 빈 곳이 더 많았다. 한때 노동자로 넘쳐나던 외국인 거리에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작년 상반기 구미 실업률 5.2%
전국 226개 기초 단체 중 넷째
북적이던 산단은 슬럼화 진행
경기 침체 중소기업도 큰 타격
구미형 일자리 등 특단책 필요


구미 국가산업단지 인근 주거 밀집지역에는 2000년대부터 수천명이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동네’가 생겨났다. 특히 구미산단 1공단 주변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원룸촌이 형성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 당구장, PC방이 즐비했다. 하지만 구미국가산단의 수출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탈(脫)구미’ 현상(영남일보 7월15일자 1면 보도)은 지역 동네경제를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이곳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여·49)는 “2~3년 전부터 점점 상황이 나빠져 지금은 임대료도 겨우 맞추고 있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난 뒤 동네 전체가 슬럼화에 빠졌다”고 했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지난해 상반기 구미공단 주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3.6%(전국 평균 10.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제법 규모가 큰 상가의 두 곳 중 한 곳 가까이가 비었다는 뜻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수년 전까지 3층 원룸 건물의 경매가는 7억원을 넘어섰지만, 현재는 5억원대로 뚝 떨어질 정도로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근로자의 발길이 사라지면서 원룸 보증금과 월세도 급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구미지역 다가구 주택은 6만6천여 가구다. 이 중 순수 원룸은 절반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몇 년 전까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40만원이던 원룸은 현재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15만원, 투룸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25만원, 쓰리룸은 보증금 300만원에 40만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예전에 원룸은 월 50만~60만원에도 방이 없었는데 요즘은 10만~20만원에 내놔도 들어올 사람이 없다”면서 “상모사곡동 원룸 공실률은 50%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구미산단의 경제 상황은 각종 통계지표로 더 쉽게 확인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구미지역 실업률은 5.2%로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에서 넷째로 높았다. 청년실업률은 무려 14.8%였다. 기업체 가동률은 67.4%까지 추락했다. 2013년 367억달러까지 치솟았던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259억달러로 급락했다. 10.7%를 웃돌던 전국의 수출 비중은 5% 아래로 뚝 떨어졌다.

구미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구미산단 제조업의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전자·반도체 산업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삼성 등 대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결정타를 맞고 있다. 구미지역 한 경제전문가는 “여야 정치권과 지자체는 ‘구미경제를 되살리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42만 구미시민의 경제적 상실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구미산단 1~4단지에도 구미형 일자리와 같은 특단의 대책을 쏟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백종현기자 baek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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