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조난어민 사건 유족 “배상 아닌 미군 사과 원한다”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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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7 07:26  |  수정 2019-07-17 07:26  |  발행일 2019-07-17 제9면
1948년 6월8일 독도 앞바다서
미군, 통보 없이 폭격훈련 강행
어부 수십명 죽고 어선들 파괴
학술보고회 열고 진상규명 요구
“정부서 미군 잘못 바로 잡아야”
독도조난어민 사건 유족 “배상 아닌 미군 사과 원한다”
경북도와 시민단체가 지난 13일 울릉군 독도에서 위령제를 열고, 독도에서 조업하다가 미군 오인 폭격으로 숨진 어민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1948년 6월8일 오전 11시30분쯤 울릉군 독도 앞바다. 대일 강화조약 이후 독도를 폭격 연습장으로 이용하던 미국 극동공군사령부는 사전 통보 없이 수차례에 걸쳐 폭탄을 투하하고 기관총을 난사했다. 이 폭격으로 독도 일원에서 조업하던 어부 수십명이 즉사하고 울릉도와 강원도 어선 수십척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폭격 사실을 부인한 미 공군은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서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폭격기가 고공에서 비행했기 때문에 어선을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폭격 30분 뒤 정찰기가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현장에 작은 선박 여러 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발표했다. 미 공군은 소청위원회를 구성해 울릉도와 독도에서 피해 내용을 조사했고, 1명을 제외한 피해자들에게 소정의 배상을 완료했다고 했다. 그러나 배상 내용과 독도를 연습 대상으로 지정한 경위, 사고에 따른 내부 처벌 등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71년이 흐른 지난 14일 ‘6·8 독도조난어민 사건 학술보고회’가 울릉도 한마음회관에서 열렸다. 독도에서 조업 중 미 공군 폭격으로 숨진 어민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자리였다. 이번 보고회는 울릉군이 주최하고, 푸른울릉독도가꾸기회가 주관했으며 경북도와 대구지방변호사회가 후원했다.

이날 학술보고회는 김성호 한국외대 교수(문화콘텐츠학과)의 ‘생존자와 유족 조사현황보고’와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의 ‘1948년 독도 폭격사건의 인적피해 현황’ 발표, 그리고 박진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과 현대송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등이 종합토론자로 나서 각자 의견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6·8 독도어민 조난사건’의 유족인 오명자·오선희·김상복씨가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김상복씨는 “이제는 모든 것을 밝혀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미군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현 정부에서 적극 나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며 “오직 바라는 것은 배상이 아닌 당시 사건에 대한 미군의 사과와 한 점 의혹 없는 진상 규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술보고회 도중 ‘6·8 독도조난어민 사건’을 새롭게 명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진희 편사연구관은 “가해와 피해의 주체가 드러나는 명칭으로 명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다만 역사적 사실로 보면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처럼 ‘미군 폭격기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명칭을 바꾸는 게 맞다고 보지만, 유족이나 후손들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교수도 “조난이란 문구는 마치 태풍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희생당한 것 같은 느낌을 줘 적합하지 않은 용어”라며 “관련 연구자들이 명칭 부분을 명확하게 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 대구변협은 미국을 상대로 폭격에 대한 사과와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기 위한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장환 도 독도정책과장은 “앞으로 학계에서 사건에 대한 더 정확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원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과까지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독도에서 강승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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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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