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들이 9일 오전 서구 상리동 인근에서 성인 후세인 일가를 기리는 의식을 치르면서 행진하고 있다. |
“1천400여년 전 시아파의 성인 후세인 일가가 이라크 왕조에 몰살당한 비극을 기리고자 합니다.”
9일 오전 10시 대구 서구 상리동 상리교. 검은색 옷을 맞춰입은 100여명의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슬람 시아파(Shi’a)의 최대 종교 행사인 ‘이슈라’ 의식을 치르기 위해서다.
20여분간 기도 의식을 한 무슬림은 상리교에서 옐로우캡~청송유통~이맘바르가 기도소까지 500m 구간을 거리행진했다. 행진 중에는 양손으로 가슴을 두드린 뒤 요란한 곡소리를 냈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된 행동이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가 세게 가슴을 때리는 식으로 바뀌었다. 이 행위는 한 자리에서 5분 정도 이어졌고, 500m구간까지 가는데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
메흐무드울 하산 <사>카즈맨 한·한이슬람문화교류협회 대표이사(41)는 “올해 행사를 위해 대구뿐 아니라 서울, 경북 등에서도 많이 왔다”며 “앞으로 무슬림은 성인 후세인 일가의 슬픔을 기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직장인 박모씨(56)는 “이슬람 행사를 처음봤다.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그들만의 고유한 의식이니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반면 김모씨(35)는 “한국이 아무리 다문화사회가 됐다고 하지만, 다소 비호감을 가지고 있는 무슬림의 행사는 보기가 안 좋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글·사진=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