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파이팅” 수능한파 뚫고 응원…부모들 눈시울

  • 정우태,서민지,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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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5 07:19  |  수정 2019-11-15 08:52  |  발행일 2019-11-15 제8면
후배들 외침에 고사장 앞 후끈
학교 간 미묘한 응원경쟁 펼쳐
“잘할거야” 교사 간식건네며 격려
학부모 자리 못뜨고 기도하기도
20191115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대구 경북고에서 한 수험생이 선생님과 포옹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매서운 수능한파도 후배들의 응원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대구지역 각 고사장 앞은 수능을 치르는 선배를 위한 후배들의 응원열기로 뜨거웠다.

14일 오전 6시50분쯤 대구 동구 신암동 청구고 교문 앞. 목도리와 털모자로 중무장한 응원단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교사들은 따뜻한 커피와 차, 초콜릿을 나눠주며 격려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수능 대박’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거야’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든 성광고 후배들은 구호에 맞춰 “선배님 파이팅”을 크게 외치며 선배 수험생을 맞았다.

김정보군(18·성광고)은 “재수생인 형이 오늘 여기서 시험을 본다. 형도 그렇고 선배들 모습을 보니 마음이 이상하다”면서 “저도 내년에 수능을 보는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구중 김민창군(16)은 “자발적으로 응원전에 참여했다. 선배들 힘내서 시험 대박나길 바란다"고 했다.

송민 칠성고 교사(33)는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고 노력한 만큼 아니 그 이상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앞으로 발표가 많이 남았는데, 우리 학생들 원하는대로 잘 풀릴 것"이라는 마음을 전했다.

학교 앞 곳곳에는 가족과 손을 꼭 잡고 걸어와 포옹을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수험생 아들을 둔 이선희씨(여·47)는 “시험을 볼 때 아이가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어제까지 괜찮아 보였는데, 아침에 유독 긴장한 모습이라 걱정이 되고 날씨가 추워서 더 마음이 아프다. 저녁에 웃는 얼굴로 보고 싶다"고 했다.

자녀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학부모도 많았다. 각 고사장에는 오전 8시10분 출입을 통제하는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두 손을 모으고 학교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학부모도 몇몇 보였다.

한참을 서 있던 최미진씨(여·49)는 “아들이 작년에 아쉽게 몇 문제를 놓쳐 재수를 택했다"면서 “엄마 마음은 다 똑같다. 이번에는 꼭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수성구 정화여고 앞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학교 간 묘한 응원 경쟁도 벌어졌다. 동부고 2학년 조웅군(18)과 김연지양(18) 등 응원단은 “선배들이 지금까지 한 노력이 보상 받길 바라요”라며 수험생의 선전을 기원했다. 대구여고 학생들은 학교 앞 마당을 둘러싸고 시험치러 가는 선배가 보일 때마다 목청 높여 “대구여고 파이팅”을 외쳤다.

이 학교 2학년 정채은양(18)은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꼭 좋은 결과 얻을 수 있게 응원할게요"라고 했다.

학교 앞 도로는 학부모 행렬이 이어졌다. 몇몇 학부모는 자녀를 학교로 들여보낸 후 걸어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돌아서 눈물을 훔쳤다.

학부모 김소연씨(52)는 동부고 3학년 딸 나혜양에게 “나혜야, 이제까지 한 것처럼 최선을 다하고, 마음 편히 시험 쳐. 엄마가 응원한다"라고 전했다.

이날 정화여고 앞은 제자를 향한 선생님들의 사랑으로 훈훈했다. 혜화여고·동부고·강동고·동문고 등에서 새벽부터 응원을 나온 교사들은 각 학교 학생에게 준비한 간식을 나눠주고 등을 토닥이는 등 격려했다.

선생님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는 제자들을 꼭 안아주기도 하고, 멀리서 걸어오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먼저 다가가 손을 꼭 잡으며 “잘 할 수 있어"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7시 이전부터 학생들에게 나눠줄 초콜릿을 가득 안고 서 있던 조아라 혜화여고 교사는 “얘들아, 지금까지 정말 고생 많았다. 오늘 긴장하지 말고 집중해서 공부한 대로 잘 풀자. 앞으로 너희 앞길에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란다”며 따뜻한 덕담을 전했다.

김학철 동문고 교사(52)는 “담임으로서 시험치러 가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찡하다"며 “어제 눈물을 보인 한 아이는 오늘 씩씩하게 들어갔는데, 어제 씩씩하던 한 아이가 오늘 선생님 얼굴을 보더니 눈물을 보여서 마음이 쓰인다. 아무쪼록 우리 학생 모두가 시험을 무사히 잘 치르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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