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리더십 위기속 ‘단식’초강수…돌파구인가 무리수인가

  • 정재훈
  • |
  • 입력 2019-11-21   |  발행일 2019-11-21 제4면   |  수정 2019-11-21
정치권, 국면전환용 관측 속 비판
20191121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에 들어가자 한 시민이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제1야당 대표로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저지 및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강행 처리를 막겠다며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단식을 놓고 범여권은 물론 당장 한국당 내부에서도 ‘뜬금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어,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범여“타이밍도 뜬금없다”혹평
패스트트랙·지소미아 등 항의
공감·성과 얻어낼지는 미지수
한국당도 “예산 정국에” 불만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한다.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당시에도 같은 장소에서 삭발을 감행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세 가지 사항(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들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황 대표는 최근 거부당한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이 받아들여지면 단식을 멈추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협상 제의가 있으면 언제든지 응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단식이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최근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국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지만 황 대표는 사실상 거부 입장을 낸 바 있다. 실제로 황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식을 시작하며 저를 내려놓는다. 모든 것을 비우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황 대표 단식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대표의 단식은 ‘떼쓰기’ ‘국회 보이콧’ ‘웰빙 단식’ 등만 경험한 정치 초보의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깎아내렸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넘어져서 해결하려는 심산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국민 감정, 시대 정신과 괴리된 단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일갈했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대표 단식 사유는 앞뒤가 맞지 않고 타이밍도 뜬금없다”면서 “곡기를 끊지 말고 정치를 끊기를 권한다”고 비꼬았다. 대안신당의 박지원 의원도 “(황 대표가)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행에 돌입한다”며 “단식, 삭발, 의원직 사퇴 중 현역 의원이 아니기에 의원직 사퇴는 불가능하지만 이제 당대표직 사퇴 카드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한 의원은 “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다”며 “의원들 대부분이 오늘 아침에야 이 소식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를 사퇴하라는 것이 아니라 쇄신하라는 요구였는데 단식에 돌입한다는 것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며 “패스트트랙 협상이나 예산 등 중요한 국회 일정이 많은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황 대표는 당초 청와대 앞 광장을 단식농성 장소로 선택했지만, 경호상 이유로 텐트 설치가 불가능하자 장소를 국회로 옮겨 ‘준비 부족’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