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예식장 줄취소...결혼식 하객도 크게 줄어

  • 서정혁,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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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3 16:58  |  수정 2020-02-24 08:12  |  발행일 2020-02-24 제10면
결혼식장과 예비부부들 사이 갈등도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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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열린 한 결혼식 모습. 코로나 19여파로 하객들이 참석을 꺼리면서 한산한 모습이다.

코로나19 충격이 예식장을 덮쳤다.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예정된 결혼식을 취소하는 예비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코 앞에 닥쳐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결혼식에 하객들의 참석도 확 줄었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 위치한 결혼식장에는 예비 부부들의 취소 문의가 잇따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3~5월까지 결혼 성수기인 만큼 미리 예식장을 잡았던 고객들의 줄취소가 시작되면서 결혼식장과 예비부부들 사이에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오는 주말 자녀 결혼을 앞둔 안동지역의 한 혼주는 "지인 중 상당수가 결혼식에 가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하다는 연락이 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 결혼식장을 예약했는데 최근 취소나 연기를 문의했더니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결혼식장은 예약 전 예상 하객 수를 정해 미리 음식이나 답례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지불보증인원' 관련 규정을 정해 예약을 받고 있다. 하객 수가 적어 결혼식장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A씨는 "취소할 경우 예식장에 상당한 금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친척끼리 모여 혼례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결혼식 하객은 대폭 줄었다.

지난 22일 대구 동구에 위치한 한 예식장. 매주 주말이면 결혼식에 참가하는 하객들 차량으로 마비가 됐던 도로는 한산했다. 주차를 하는 차량보다 주차를 안내하는 안내원 수가 더 많았다. 주차 안내원 A씨는 "평소 이곳은 주말이면 결혼식 하객들 차량 때문에 도로 정체가 극심하다. 예식장 주변에 안내원들을 모두 배치했었는데, 오늘은 따로 주차 안내할 필요가 없다. 주차공간도 넉넉하다"며 "코로나 19 때문에 평소보다 결혼식에 참가하는 하객들이 90% 이상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식장 내부도 한산했다. 40~50여개의 테이블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일부 자리에 앉아있는 하객들 역시 마스크를 끼고 결혼식을 지켜봤다. 아이를 동반한 하객들은 결혼식장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결혼식을 지켜봤다. 일부 하객들은 축의금만 전달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하객 B씨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인들에게 축의금 부탁을 많이 받아 어쩔 수 없이 왔다"며 "3살 아이가 있어 식장에는 들어가지 않고 봉투만 전해주고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결혼식장에 마련된 식당에도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객 C씨는 "식사를 하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 싫어 밥을 먹지 않고 답례품을 받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랑 D씨는 "결혼식을 앞두고 어르신들과 취소를 두고 논의를 했지만, 이미 청첩장도 나눠드렸고 어르신들이 어렵게 잡은 날을 바꾸기가 어려워 결혼식을 진행했다"며 "결혼 전날까지도 결혼식 진행에 대해 지인들의 문의가 많았다. 안 오셔도 된다고 안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속상해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일부 예식장들은 예약된 고객들을 상대로 결혼식 날짜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3월 중순 예정된 결혼식 날짜를 바꾼 E씨는 "처음에는 예식장에서 날을 바꿀 수 없다고 해 마찰이 생겼다. 하지만 최근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예식장에서 먼저 연락이 와 날을 바꿀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동=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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