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필요한 집 내놓지 않으면 자리 내놓는 것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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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7   |  발행일 2020-07-07 제27면   |  수정 2020-07-07

부동산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어제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 선포로 읽힌다. 종부세의 실효세율을 높이는 추가 조치가 예상된다. 여론은 냉담하다. 같은 날 국민 10명 중 절반 꼴로 당정이 마련 중인 이 같은 후속조치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는 여론조사(리얼미터)가 발표됐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무려 66.2%가 부정적으로 봤다. 심각한 불신이다. 대통령 국정지지율 급락의 요인으로 지목된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맘 먹고 내놓은 '종부세' 카드조차 무용지물이 될 위기다. 왜 그럴까. 어떤 정책이든 신뢰를 잃으면 효과가 없다. 부동산 정책에 여론이 들끓는 첫째 이유는 신뢰 상실이다. 신뢰 회복을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찾는 게 순서다.

'내로남불'의 구태를 걷어내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1주택 이상 집은 팔라'는 대통령 지시를 씹어 버린 청와대 참모와 고위공직자들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을 국민이 어찌 믿겠는가. 좋은 정책을 만들려면 정책 결정에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 "돈을 벌고 싶다면 처음부터 공직에는 발도 들이지 말라"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말은 지당하다. 경실련이 오늘 민주당 내 다주택자 의원 명단을 공개한다. 물론 다주택자 문제는 보수정권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정부 여당이 보수정권의 악습 뒤로 숨는 것은 '못난이 경쟁'을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이참에 고위공직자 임용과 선출직에 강력한 '다주택 옵션제'부터 도입하자. 일각의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 도입 주장도 일리 있다. '백지신탁'도 좋지만, 공직을 뜻에 둔 사람은 아예 다주택을 꿈도 못 꾸도록 강력히 규제하는 게 더 좋겠다. 다주택자의 공직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지금 최고의 민생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고 천명했다. 대통령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집을 몇 채씩 가지고 있다면 국민은 어떤 암시를 받겠나. 투기성 집을 내놓지 않으면 자리를 내놓는 게 맞다. 신뢰 회복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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