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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블루오션 개척자들-이경원 ‘프레시고메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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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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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같은 반찬’…20대 푸드마케터, 3대 백화점 입점 바늘구멍을 통과하다

현장을 발로 뛰며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숨은 마케팅 전략을 체득한 이경원 대표. 그는 식품이 문화예술과 융합되는 새로운 식품마케터의 꿈을 위해 대구와 서울을 오가고 있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비정규직이 700만명에 육박했다. 청년백수의 삶은 더 고달프다. 그런 가운데 블루오션을 개척해 주목을 받고 있는 열정의 20대 청년사업가를 최근 만날 수 있었다.

‘푸드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원 대표다. 대구 출신인 그는 요즘 서울 백화점 업계에선 ‘불도저’로 부른다.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기질 때문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그게 다 부질없는 것 같아 일단 휴학계부터 냈다. 그리고 밑바닥으로 내려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삶의 시크릿을 하나둘 체득해 나갔다. 불과 1년도 안돼 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퓨전요리점을 냈고, 신세계 강남점에 장아찌·피클 전문 매장까지 오픈했다. 그가 백화점으로 치고나갈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어머니로부터 요리본능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한때 팔공산 파계사 아랫마을에서 꽤 인지도 있었던 ‘다강산방’이란 약선요리 한정식집을 운영했다. 이젠 그걸 접고 대구 신세계백화점에서 ‘권현숙의 한식요리’란 코너를 운영하며 음식은 물론 각종 도시락과 반찬류를 특화해서 팔고 있다. 어머니가 식당을 접고 식재료 업계로 터닝하도록 설득한 것도 바로 그였다. 현재 반찬가공 등 멀티푸드마켓 스타일의 업체인 ‘프레시고메이’ 대표인 그를 통해 쉽지않은 백화점 입성기에 얽힌 얘기를 들어 보았다.

◆맨땅에 헤딩하듯 현실을 배웠다

대학생활은 너무 지루했다. 교수들의 가르침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아 고민의 나날을 보낸다. 절벽으로 내몰리는 어느 날이었다. 인생의 방향을 잡기 위해 배수진 전략을 구사한다. 학교에 휴학계를 냈다. 용돈 지원은 물론 부모와의 연락까지 끊어버렸다. 그렇게 2년2개월 ‘생고생’의 나날이었다. 처음에는 독서실 알바를 했고 찜질방에서 잠을 잤다. 툭하면 라면이었다. 다시 강남의 고시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거기서 총무 일을 하면서 매일 밤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다.


경영학도로 실전서 인생 배우려 휴학
독서실 알바에 라면으로 2년여 생고생
고시원 총무하며 날마다 큰 꿈 찾던 중
“백화점 매장당 年 20억 매출” 말에 번쩍

매일 백화점 탐방…반찬 수요에 깜짝
약선 전문 어머니 요리 브랜드화 결심
가장 한국적인 장아찌에 감각적 디자인
재료 특화 등 ‘Think different’ 승부

모델 투입 마케팅 등 차별화로 승승장구
제사·홈파티·웰빙도시락 개발도 성공


그러다 우연히 고시원에서 롯데백화점 주차요원으로 근무했던 한 아저씨를 만난다. 그로부터 피를 솟구치게 만드는 얘기를 듣게 된다. 강남의 유명 백화점 한 매장의 연매출이 20억원이란 얘기다. 속으로 ‘20억원의 매장이 5개 있으면 100억원이겠네’란 독백을 했다. 순진하고 단순한 욕망이었다. 그 욕망에 사로잡혀 매일 저녁 서울의 백화점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어느 날 백화점 식품관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한다. 밑반찬을 구입하는 광경이었다. 국내 반찬 수요가 생각 이상으로 컸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집밥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초간편 외식시대가 되겠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어떻게든 백화점에 반찬·식품매장부터 입점시키고 싶었지만 그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인지도 없는 지방브랜드는 언감생심. 그때 대구에 계신 어머니가 퍼뜩 떠올랐다. 그래, 뭐가 문제지. 어머니가 만든 제품을 유통시키면 될 것 같았다.

그다음 고민은 상호, 디자인 등 브랜드 마케팅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재료 포장술은 하나같이 세련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한 제품의 디자인에 시선이 꽂힌다. ‘피에르에르메’라는 프랑스 마카롱브랜드 디자인이었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섬뜩하게 아름다웠다. 식품이 아니라 작품 같았다. 순간 직감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우리 식품들을 피에르에르메처럼 세련된 디자인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그때부터 정보의 바다를 헤집고 다녔다. 인터넷 서핑은 물론 백화점 식품관, 외국의 식품 디자인 등을 수없이 비교하고 벤치마킹했다. 이미지통일 작업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그렇게 해서 가장 한국적인 식품인 장아찌와 피클을 고유의 원색을 이용해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부모를 사업 파트너로

화사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프레시고메이의 장아찌와 피클.
식혜에 연잎밥까지 곁들여 단품 요리 같은 프레시고메이 도시락.
서울에서 부모와 상봉했다.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고 서울 3대 메이저 백화점에 식품매장부터 내겠다고 말했다. 부모는 그의 얼굴을 황당하게 쳐다봤다.

일단 롯데·현대백화점 담당자를 찾아갔다. 여러 번 퇴짜였다. 기죽지 않고 또 당당하게 찾아갔다. “우리 장아찌는 국제급 세련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나올 반찬, 도시락 등에 대해 당당하게 설명을 했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디자인, 유통방식까지 설명했다. 결국 그가 이겼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롯데백화점, 4월에는 현대백화점, 5월에는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다. 현재 서울에는 6개 매장, 대구에 1개 매장을 갖고 있다.

“시시콜콜한 사업계획을 얘기했다면 당장 퇴짜를 맞았을 텐데 제 꿈과 신념, 비전을 얘기했기 때문에 그들이 저한테 설득당한 것 같았어요.”

품목도 다각화했다. 장아찌와 피클을 넘어 서울 강남권 위주로 반찬카페, 퓨전요리 매장 등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반찬가게가 하나같이 우중충했습니다. 서울은 조금 낫지만 대구는 아직 상당히 후져요. 조만간 카페 같은 반찬가게 시대가 열릴 겁니다.”

하지만 백화점의 상황과 식품업계의 환경과 제약조건을 잘 몰랐던 그는 몇 달간 숱한 시행착오와 수많은 위기에 봉착한다. 그때마다 새로운 유형의 행사와 기존에 하지 않았던 마케팅을 구사했다. 창의력의 원천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Think different! 어떻게 하면 똑같은 메뉴지만 다르게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모든 걸 다 익히고 배울 순 없었다. 이미 성공한 고수의 머리를 빌리면 될 것 같았다.

반찬에서 요리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셰프가 절실했다. 그렇다고 어느 천년에 요리 공부를 할 수 있겠는가. 타인의 힘을 빌리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전 플라자호텔 출신인 한태웅씨, 전 청담동 애류헌 총괄셰프인 박평준씨와 손을 잡는다. 그들은 서울에서 알아주는 특급셰프로 연봉도 상당하다. 그런데 요리의 ‘요’ 자도 잘 모르는 그가 둘을 설득한다. 비전과 신념이 빛을 발한 것이다. 기존보다 더 낮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두 셰프는 기꺼이 그의 파트너가 돼주었다.

◆그만의 차별화 전략

롯데백화점 강남점 행사장에서 장아찌와 피클을 팔 때였다. 고객에게 색다른 이벤트를 선사하고 싶었다. 그는 유난히 국내 유명 스포츠 스타, 방송인, 가수, 모델 등과 인연이 깊다. 그 인연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장아찌를 팔 때도 그랬다. 후배인 남자 모델들을 투입했다. 당연히 장아찌를 든 모델 때문에 아줌마 고객한테 더 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도 그의 사업 파트너다. 어머니가 주목한 건 장아찌와 도시락이다. 기존 장아찌와 차별화된 20여종의 별스러운 장아찌를 개발했다. 기존 장아찌는 너무 짠 게 흠이었다. 그래서 일단 저염을 원칙으로 했다. 소금도 18년 이상된 천일염을 사용한다. 재료도 특화시켜 곶감, 참외, 방풍나물 등을 투입했다. 연근요리 노하우를 발휘해 연근비트·연근치자피클도 개발했다. 이 밖에 제사음식은 물론 1인당 5만원 정도의 홈파티메뉴도 주문받는다. 직접 요리해 용기에 담은 뒤 주문자 집을 방문한다.

어머니는 지금이 ‘도시락 세상’이란 걸 잘 안다. 기존 도시락은 가짓수만 많았지 먹을 게 없는 게 단점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철 식재료가 가미된 ‘웰빙 도시락’을 개발했다. 특히 도시락은 위생이 관건인데 일본의 한 도시락 장인으로부터 쉽게 상하지 않는 도시락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그 비결은 연잎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도시락은 모두 3종류가 있다. 어머니는 매일 팔공산 아래 자택에서 백화점 식품관으로 출근한다. 떡갈비 등 15가지 정도의 한식 요리는 물론 도시락과 장아찌류도 함께 판다. 1만4천500원짜리 ‘연잎밥도시락’에는 함박스테이크, 닭다리간장구이, 잡채, 곶감장아찌, 네 가지 반찬, 연잎밥 등이 담기고 식혜가 디저트로 섞인다.

그는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에서 메이크업쇼를 보고 또 다른 아이디어를 얻었다. ‘식품브랜드들은 왜 저런 행사를 못할까’라고 생각했다. 현재 어머니는 조만간 억대 연봉을 받는 윤은정 쇼호스트와 손을 잡고 식품관에서 벌이는 쿠킹쇼를 준비 중에 있다. 아버지는 모자가 챙길 수 없는 자잘한 걸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고 있다.

고액기부자클럽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수익의 일부를 더 어려운 이웃에 나눠줄 때 그게 진정한 사업가’라고 믿고 산다. 그래서 좀 특별한 방식으로 위안부 나눔의 집에 제품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는 <사>나눔의 집과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에 더 동참하기 위해 가칭 ‘위안부할머니도시락’이란 제품을 낼 작정이다. 벤토(일본 도시락)에 들어가는 우메보시(매실 장아찌)를 ‘극일(克日) 스타일’로 표현할 작정이다. 태극기 문양으로 만들어 도시락 밥 중앙에 박아 내는 것이다. 태극기가 심어진 도시락이랄까. 일부 수익금은 위안부 역사관에도 기부할 생각이다.

역시 머리싸움 세상이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광고회사인 ‘아이디어 팩토리’와 사업을 제휴하고 있다. 그의 사업전략은 단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다르다’이다. 다시 말해 ‘차별화’다.

“완전히 새로운 것의 발견보다는 기존에 있는 유형의 상황과 제품들을 차별화시키는 작업으로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갈 겁니다. 제4산업혁명시대니 SNS 마케팅은 물론 문화와 예술을 식품에 가미시키면서 매번 색다른 마케팅을 선보일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레시고메이’란 브랜드 가치를 더 올리는 한편 홈쇼핑 등으로 뻗어나가려고 포탄을 장전 중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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