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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세프를 찾아서-‘쿠사(CUSA)18’ 김성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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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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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도 음료도 음악을 위한 곁가지…“한번에 25명만 들어올 수 있어요”

카페·레스토랑·바·커피숍·공연장을 합쳐 놓은 듯한 LP 라운드뮤직바인 쿠사18. LP뮤직과 간헐적 라이브공연을 통해 ‘뮤직파라다이스’를 일궈나가고 있는 김성민 대표.
북적되는 방천시장 김광석길에서 서쪽으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릴 잡은 ‘쿠사(CUSA)18’. LP 전문 라이브 뮤직바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각에 거기에 도착했다. 뉴욕 맨해튼 뒷골목에서나 볼 수 있는 앤티크하고 그러면서도 모던하고 아방가르드한 분위기.

김성민 대표(47). ‘바텐더’란 호칭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첫인상은 가게 입구처럼 꽤 깔끔하고 무채색이다. 적당하게 벗겨진 이마, 조금 야윈 듯한 얼굴선, 거기에 가세한 콧수염과 턱수염, 성악가처럼 뒤로 젖힌 파마 스타일. 언뜻 블록버스터 영화에 등장하는 암흑가의 보스 같은 포스다. 옷매무새도 사치스러운 건 아니지만 한 치의 틈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멋스럽다. 청바지에 콤비 상의를 즐긴다. 패션모델 같다. 그가 묵직한 표정을 잡으면 손님도 쉬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한때 대구에서 수성못 근처 스쿨(SCHOOL)과 함께 LP 전문 뮤직바의 붐을 일으켰던 수성구 상동의 ‘스윙바나나’의 초대 주인이다. 2010년 오픈한 거기를 단골에게 넘겨주고 그는 얼마 전 여기로 거처를 옮겼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그날 여기선 꽤 근사한 밴드 공연이 자정 넘어까지 이뤄졌다. ‘사자’란 닉네임으로 인디뮤지션 사이에선 꽤 유명한 보컬 겸 기타리스트인 최우준 밴드가 광란에 가까운 연주를 선사했다. 1부와 2부 사이 몽환적 애드리브를 위해 기꺼이 고급 양주를 밴드 멤버에게 쾌척했다. 사실 여긴 협소해 공연이 불가능하다. 20명이 들어서면 만석이다. 쿠사는 그게 오히려 더 강점이라고 봤다. 1m도 안 되는 바로 눈앞에서 절정의 연주 광경을 만끽할 수 있는 특혜를 단골에게 준 것이다. LP음반에 매몰돼 있지만 국내 뮤지션 최신 동향은 지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체크를 한다. 좋은 공연을 위해 기타와 고가 엠프도 샀다.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쿠사

출입 조건이 까다롭다. 주인이 왕이다. 손님도 가려서 받는다. 일단 4인 이상은 출입을 못한다. 만취손님은 물론 운동복과 슬리퍼 차림도 출입금지. 신청곡도 주인장 맘대로다. 10곡 신청해서 한 곡만 나와도 감지덕지하는 이들만 단골이 될 수 있다. 당연히 매출이 오를 수 없다. 적자가 날 경우를 생각해 낮에는 미군부대에서 일한다. 마치면 쉴 틈도 없이 여기로 직행한다. 불금에 죽이 맞는 단골이 오면 날을 새운다. 단골도 결국 제2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대구 LP전문바 붐 ‘스윙바나나’ 첫 주인
5년 하다 단골에 넘겨…작년‘쿠사’ 오픈
김광석길서 서쪽으로 한 블록 떨어진 곳
클래식서 가요까지 全장르 망라 뮤직바

4인 이상 금지 등 까다로운 출입 조건
좁은 공간에 LP 1만여장·CD 9천여장
30여종 칵테일·‘코로나리타’ 대표음료
25일 밤 재즈뮤지션 찰리정 무료 공연



“가장 고독할 때, 가장 취해 있을 때, 조금 어눌하고 실수할 때, 그게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인 것 같아요.”

바텐용 의자 9개가 있다. 손님이 없는데도 꼭 누가 앉아 있는 것 같다.

대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수 배호가 아시아레코드사 시절 그곳의 영업부장. 음악적 자양분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협성고 시절 록밴드 활동을 하면서 기타리스트 꿈도 꾼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 음악에 대한 귀가 열렸다. 가수의 꿈까지 꾸지만 그 꿈은 거기까지였다. 음악다방에서 DJ 생활을 했다. 음악을 들려주는 게 더 적성에 맞고 더 짜릿한 것 같았다. K2 공군 시절 틈만 나면 이어폰을 꽂고 살았다. 지구에 등장했던 모든 음악을 다 듣고 싶었다. 제대 후엔 음반 사모으기에 올인한다. 서울 향레코드, 명동의 회현상가 등지를 돌며 명반을 구입해 왔다. 한때 대구과학대 방송연예학과를 다니기도 했다. 졸업 후 대구MBC에서 FD로 활동한다. 그동안 축적한 음악지식을 공유하고 싶었다. 2009년에 달서구 상인동에서 조그만한 커피숍인 ‘하드 보일드’를 차렸다.

◆기분 좋으면 김민기 노래도 튼다

그때 바리스타의 유전자를 키웠다. 1년 하다가 수성구 상동천주교회 근처에서 ‘스윙바나나’란 뮤직라운지바를 오픈한다. 거기서는 커피를 빼고 맥주와 칵테일만 팔았다. 커피를 안 판 이유는 커피가 자칫 분위기를 수다스럽게 만들기 때문. 당시 단골 대다수는 음악에만 심취한 과묵파였다.

전용 음악감상실이 아니다 보니 단골 사이에서도 볼륨을 놓고 갈등을 많이 빚었다. 여기선 낮춰라, 저기선 높여라. 원치 않는 손님이 오면 영업 끝났다고 둘러댔다. 음악에도 원칙이 있었다. 일단 주인의 취향을 고집한다는 것. 너무 올드한 곡, 방금 튼 곡은 절대 안 틀었다. 손님의 표정을 보면서 다음 곡은 뭐로 해야 될지가 단번에 결정이 났다. 그냥 표정만 보면 무슨 곡을 좋아하는지 감이 온단다. 참 까칠한 사장이었다.

5년 정도 스윙바나나 시절이 계속된다. 다른 집보다 사운드 퀄리티가 좋다. LP 제작연도에 따라 음질이 각기 다르다. 그걸 모르고 노래만 고려하면 감상에 방해를 줄 수 있다. 현재 LP는 1만여장, CD는 9천여장이 있다. 돈만 생기면 음반을 산다. 최근에는 1970년대 나왔다가 2014년에 리메이크한 레드 재플린 음반을 새로 구입했다. 국내 대표적 여성 재즈보컬리스트 웅산과 강허달림 LP음반을 얼른 구입했다. 가장 좋아하면서 틀기 싫어하는 음반이 있다. 이글스 곡이 그렇다. 음악카페에서 가장 많이 트는 곡일 것이다. 곡은 좋지만 너무 노출돼 식상해졌다. 하지만 1994년 그들이 재결성할 때 어쿠스틱 버전으로 낸 LP음반은 너무 좋다. 이젠 수십만원을 줘야 구할 수 있다. 노래를 독점적으로 틀어주려고 하면 가수, 음반 상태, 오디오 사정, 단골의 맘 상태 등을 모두 고려해 기절할 것 같은 곡만 깔아줘야 된다.

그동안 엠프만 60여개 바꿨다. 스윙바나나 시절에는 JBL4344라는 버전을 두 조를 사용했다. 쿠사에서는 18인치 우퍼를 가진 JBL4345를 사용한다.

◆작년 가을 쿠사 오픈

쿠사18만의 기운이 담긴 칵테일 ‘코로나리타’.
작년 9월 좋아하는 곡을 내 스타일로 깔기 위해 다시 쿠사를 오픈했다. 여기서는 클래식부터 전 장르를 다 튼다. 스윙바나나 시절에는 클래식은 안 틀었다. 재즈도 정통 재즈는 안 틀었다. 그런데 지금은 흐름만 맞으면 가요까지 모두 튼다. 김추자와 임희숙, 심지어 일반인은 거의 모르는 1985년 발표된 명혜원의 ‘청량리블루스’, 박인희, 이문세, 이연실, 심지어 7080 운동권 시절이 그리운 단골에겐 김민기의 ‘기지촌’을 편지처럼 보내준다. 그날 송창식의 초창기 곡 ‘밤눈’을 놀랍게도 강허달림 버전으로 들을 수 있어 개인적으론 무척 좋았다.

나름 셰프적 본능을 발휘해야 된다. 맥주라인에는 10가지 수입맥주, 5가지의 패일맥주가 있다. 칵테일에 비중을 둔다. 나름 공부를 했다. 30여종의 칵테일을 내는데 대표격은 쿠사버전으로 변형시킨 ‘코로나리타’. 코로나리타는 최근 레스토랑이나 바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칵테일 맥주’의 대명사다. 맥주를 병째로 놓고 빨대를 꽂아 마시다 보면 코로나가 천천히 흘러나와 상큼하면서도 톡쏘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는 1925년 멕시코 ‘그루포 모델로(GurupoModelo)’사에서 처음 생산된 멕시코 내에서 최고 판매율을 보인 국민맥주. 코로나는 라임이나 레몬 조각을 병 입구에 끼워 마시는 음용법으로 유명하다. 코로나에 라임을 넣는 이유는 고산지대가 많고 날씨가 매우 더운 멕시코의 날씨 특성 때문에 갈증 해소를 위해 술을 마실 때 라임이나 레몬, 소금을 쳐서 마시는 멕시코의 음용 습관이 자연스럽게 코로나에 연결된 것이다. 병 입구에 라임을 끼워 마시면 탄산이 줄어들어 맥주 맛이 한결 부드럽고 깔끔해지며 상쾌한 맛을 더해준다. 긴 목의 투명한 병은 여타의 짙은 갈색 맥주병 사이에서 코로나를 차별화시킨다. 코로나의 축소판인 ‘코로니타’는 코로나와 나란히 놓고 보면 마치 커플인 듯한 느낌을 주어 성별을 가진 유일한 맥주로 주목 받는다. 무더운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맥주를 마시는 짧은 시간에도 맥주의 온도가 쉽게 손실되어 더욱 시원하게 마시고자 코로나를 작은 병으로 제작했다. 이후 병이 작아 여성 맥주로 사랑받는다.

원래 코로나리타를 만들 때는 코라나, 데킬라, 트리플 섹, 마가리타 등이 묶여진다. 스페인어인 ‘마가리타(Margarita)’는 데킬라 칵테일의 한 가지로 글라스 주위에 소금을 두르는 것이 특징이다. ‘트리플 섹’은 세 번 증류한 오렌지향이 감도는 증류주다. 쿠사는 코로나리타를 여성이 좀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레시피를 변형시켰다. 양도 많게 하고 새콤달콤한 맛을 가미했다. 특히 데킬라향을 누그러뜨려주는 솔트림(Saltrim·림에 발라놓은 소금)을 없앤 게 특징이다. 한 잔 1만3천원.

그는 30세부터 커피에 손을 댔다. 여기 커피는 모두 스페셜티. 주문하면 주인이 알아서 드립해준다. 운이 좋으면 고가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파나마 게이샤까지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 가격은 7천원. 향을 위해 100만원대 핸드그라인더를 사용한다.

25일 밤 국내 수준급 재즈뮤지션 찰리정의 무대가 오른다. 피아니스트 성기문, 드러머 이도헌, 객원보컬 박재홍이 세션으로 참여한다. 입장료는 없고 25명까지만 입장 가능하다. 스탠딩 댄스 정도는 할 수 있다. 중구 대봉동 19-27. (053)422-9418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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