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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세프를 찾아서- ‘용지봉’ 변미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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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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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승부사’ 그녀의 손을 거치면 無味란 없다

한상차림을 낼 때 수란채 등 경상도 반가 내림음식도 섞어낸다.
포항지역에서만 유통되고 있는 개복치 껍질. 곤약 같은 식감이 특징이다.
고조리서를 통한 새 한식메뉴 개발에 열중인 변미자 대표.
25년 지기 최정민 ‘뜰안’ 대표와 합심
경북의 고조리서 요리·班家음식 재현
TV프로그램 ‘한식대첩 시즌4’서 大賞
'無味의 생선’ 개복치 온갖 요리로 주목

외환위기 때 한우숯불갈비로 식당 열어
코스한정식 이어 최근 퓨전 한정식까지
명이장아찌·수란채 등 다양한 시도 선봬
근처 ‘소풍가’‘따뜻한 한 그릇’도 운영


지난해 지역 외식업계의 빅뉴스는 뭘까?

tvN과 올리브TV에서 동시에 방영된 12주간의 한식 경연 서바이벌 프로그램 ‘한식대첩 시즌4’인 것 같다. 거기에서 경북팀이 전국의 9개 팀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수성구 들안길 한정식 전문 ‘용지봉’ 변미자 대표(60). 그녀는 이 대회에 출전하면서 최강의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바로 경주 최부자 집안 사람으로 현재 영남대 근처에서 한식당 ‘뜰안’을 운영하고 있는 최정민 대표. 25년 친구 사이인 둘은 지난해 7월 출연 제의를 받았다. 이후 방송 녹화를 위해 무려 12번이나 경기도 여주에 있는 스튜디오를 오갔다. 이들이 내건 팀명은 ‘고조리서 연구팀’. 자신이 있었다. 경북은 ‘고조리서의 메카’였기 때문이다. 영양의 ‘음식디미방’, 안동의 ‘수운잡방’, 상주의 ‘시의전서’ 등을 충분히 활용했다. 이 밖에 ‘규합총서’ ‘증보산림경제’, 궁중요리연구원에서 펴낸 ‘잡지’ 등 여러 고조리서를 품고 다녔다. 1시간짜리 프로를 위해 무박2일 강행군을 감내했다. 녹화를 마치면 졸음을 참고 영업을 위해 식당으로 바로 출근했다. 경북팀은 ‘전통의 식감을 제대로 살렸고 동시에 이론에도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출전했던 경북팀은 성적이 저조했다. 그랬기 때문에 경북팀의 대상은 하나의 ‘이변’이자 ‘충격’이었다. 맨 처음 방송이 시작될 때 다들 ‘전라도 잔치’로 끝날 줄 알았는데 결과는 아니었다. 경북팀 덕분에 대구음식의 위상도 더 올라가게 됐다.

◆한식대첩 대상 수상

한식대첩에 소개된 경북팀의 레시피가 가장 궁금했다.

결승전의 주제는 ‘삼시세끼’. 30분 만에 아침상, 30분 만에 점심상, 1시간 만에 저녁상 메뉴를 만들어야만 했다. 경북팀은 아침상에는 대게의 껍질을 벗겨 말린 것으로 쑨 죽인 ‘해각포죽’을 비롯해 ‘대구맑은탕’과 ‘무숙무침’, 점심상에선 수삼을 넣은 ‘장어조림’과 ‘인삼김치’ 그리고 전분 묻힌 닭가슴살로 만든 진주처럼 생긴 ‘진주면’, 저녁상에는 ‘방어탕’과 ‘톳홍합밥’ ‘닭갈납’ ‘가괄운’ ‘국화채’ 등을 선보였다. 술안주인 가괄운은 고조리서 ‘요록’에 등장하는 요리로 시래기, 소고기, 막걸리, 식초 등을 이용한 일종의 찜 요리다.

요리 때 몇 가지 제약조건이 주어졌다. 제일 큰 조건은 자기 고장 제철 식재료 적극 활용하기였다. 음식 선정은 물론이고 재료를 구하는 것도 팀의 몫. 경연마다 선보일 음식 연구를 위해 각종 고서를 뒤졌고 자문도 많이 했다. 경북 지역의 여러 반가를 찾아다니며 내림음식 재현에 힘썼다. 덕분에 고조리서 수운잡방에 등장하는 ‘황탕밥’, 400년 전통 경주최씨 내림음식인 ‘수란채’ 등 경북 반가만의 자랑스러운 내림음식을 소개할 수 있었다.

경북만의 일품 재료를 찾기 위해 포항, 경주, 영덕, 봉화 등 곳곳을 동분서주했다. 해발 1천m 이상 고지에서 나는 석이버섯을 이용한 ‘석이편’을 위해 전문가를 따라 봉화의 험준한 산을 올랐다. 절벽에 매달려 줄 하나에 의지해서 채취해야 하는 석이버섯은 너무 귀했다. 1년에 1~2㎜밖에 자라지 않아 10년 이상 자란 것만 채취할 수 있었다.

경북팀은 차근히 상승세를 타다 5회차에 확실히 기선을 제압한다. 5회 주제는 ‘지역의 해산물로 차려내는 최고의 바다진미’. 변 대표는 과감하게 ‘개복치’를 내밀었다.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개복치, 다른 지역에선 존재감이 없는 식재료다. 변 대표는 남편의 고향이 포항이라 일찍부터 그 생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특히 포항 죽도시장은 개복치의 고향이다. 다 자란 개복치는 2m가 넘고 가격도 수백만 원대다. 방송을 위해 죽도시장 개복치 전문점에 가서 직접 토막 내 스튜디오로 갖고 왔다. 하지만 최현석 심사위원은 개복치에 대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그는 아무런 맛을 느낄 수 없는 ‘무미(無味)의 생선’으로 저평가했다. 그래서 맛을 내는 데 더 신경 써야만 했다. 대회 때는 개복치를 갖고 껍질, 수육, 맑은탕 그리고 대창구이를 만들었다.

장어수삼요리도 예상치 못한 메뉴다. 장어를 포를 떠서 구웠다. 자연적으로 끝이 말려 올라가서 둥그런 모양이 되었다. 그대로 플레이팅 하자니 모양이 영 아니었다. 잘 펴지게 수삼을 끼우는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8회 촬영 하루 전날에는 ‘베도라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한 횟집에서 어렵사리 구할 수 있었다.

◆용지봉의 변신 스토리

변 대표를 지난달 25일 용지봉에서 만났다. 아직 대상 수상의 흥분에서 쉬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가게 입구에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내걸렸다. 경북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찍힌 상패와 대회 때 입은 조리복도 홀 입구에 진열해 놓았다.

그녀는 만족을 모른다. 끝없이 배우겠다는 ‘침묵의 승부사’다. 남편 김수진씨의 사업이 순조롭게만 흘러갔다면 그녀는 결코 식당업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IMF 외환위기를 건너오면서 남편은 비단유통, 예식장 식당 등 손을 댄 사업 세 개가 연이어 부도를 맞는다. 절체절명의 순간, 변 대표는 아내가 아니라 ‘어머니’였다. 남편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건 ‘모성(母性)’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게 바로 지금의 용지봉이다.

용지봉의 시작은 참으로 보잘것없었다. 들안길로 옮겨오기까지 숱한 변신을 해야만 했다. 대구에서 식당으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용지봉의 변신사를 보면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 초창기 용지봉은 수성구 지산성당 근처 너무 구석진 곳에 있었다. 입지는 C급이었다. 처음엔 한우 숯불갈비 전문점이었다.

일단 대구에서 가장 큰 간판을 갖고 싶었다. 합판 50장을 붙이고 소가 뛰노는 그림을 그렸다. 황토통나무집 식당이었다. 지역에선 맨 처음으로 명이장아찌를 특화시켰다. 4년 정도 무난하게 흘러갔다. 그런데 난데없이 ‘복병’이 나타났다. 2002년 광우병 파동이 터진 것이다. 요리만 잘하고 맛만 있으면 될 것 같았는데 그것만으로는 결코 롱런할 수 없었다. 작전을 수정했다. 숯불갈비집에서 1인분 9천원짜리 한정식 스타일로 바꾼다. 이때 개발한 ‘버섯탕수’가 꽤 사랑을 받는다. 각종 장아찌도 특화해서 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장아찌에 대한 호감은 갈수록 떨어져 지금은 명이만 활성화시키고 있다.

2003년에는 소고기숯불갈비에 코스한정식을 결합시켰다. 가격은 1인분 2만원대. 하지만 결국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구석진 곳에 위치하다 보니 다들 찾아오기가 너무 어렵다고 투덜댔다. 2010년 안되겠다 싶어 들안길로 이전한다.

들안길로 오면서 젊은 층과 어르신, 3대가 함께 먹을 수 있는 양식·일식·중식까지도 수렴한 ‘퓨전 한정식 메뉴라인’을 제시했다. 젊은 층의 새콤달콤한 입맛까지도 동시에 잡고 싶었다. 하지만 초창기 숯불갈비집으로 시작했기에 코스 중간에 숯불화로 위에 한우를 올렸다. 원칙만 고집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홍어도 냈지만 특유의 냄새가 다른 메뉴의 식감에 영향을 주어서 결국 뺐다. 강된장도 자작하게 내면 좋을 것 같았는데 그걸 싫어하는 이가 월등하게 많았다. 집된장과 공장된장을 적절하게 섞을 수밖에 없었다.

변 대표는 지역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학구파 오너셰프다. 프로는 배움에 끝이 없다는 걸 안다. 구미대 식품조리학과와 경북과학대를 졸업한 그녀는 영진전문대·경북과학대 외식 CEO과정, 핀외식연구소가 개설한 소스과정을 챙겼다. 월간식당이 마련한 외식CEO심화과정과 주방리더과정, 한의대 약선글로벌리더과정도 거쳤다. 남편은 그만하면 충분할 것 같은데 아내는 만족하지 못한다. 현재도 서울 궁중요리연구원에서 한식 과정을 공부 중이다.

◆한식대첩 대상 메뉴도 팔아

용지봉 메뉴 가격대는 1만3천원대부터 10만원까지 모두 8가지.

특히 1인분 6만~10만원짜리 고가 코스에는 지난 한식대첩 중에 선보였던 수란채, 게찜, 개복치껍질과 개복치대창구이 등을 낸다. 개복치껍질이 문어숙회와 함께 나왔다. 언뜻 투명한 곤약처럼 보였다. 초장에 찍지 않고 그냥 먹어봤다. 정말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반가의 동치미 국물 같은 포스다. 하지만 씹을수록 맛이 났다.

용지봉 대표 전채 중 하나인 ‘수란채’는 경주 최부자 내림음식인데 찌고 데친 각종 채소와 문어, 게살 등에 수란(물속에서 반숙 정도로 익힌 달걀)을 얹고 잣즙을 뿌린 것이다. 손님상에 낼 때는 식감을 위해 달걀은 뺀다.

근처에 식당 두 개를 더 냈다. 2014년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보쌈 한우불고기세트 전문인 ‘소풍가’를 차려 지역 조리학과 학생을 고용했다. 지난해는 30여 명 직원 식사를 위한 공간 ‘따뜻한 한 그릇’이란 집밥식당을 차렸다. 용지봉에서 사용하고 남은 갈비뼈를 갖고 곰탕을 끓여 냈는데 이젠 점심때 직장인들이 더 많이 찾는 백반집이 돼버렸다. 직원들은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여기 와서 두 끼를 해결한다.

현재 한국외식산업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이기도 한 남편은 아내와 함께 신선한 식재료 확보를 위해 새벽같이 칠성·매천시장 등을 훑고 다닌다.

한식의 길은 입구만 있고 나오는 문은 없다고 한다. 그만큼 배울 게 무진장하다. 변 대표는 본메뉴 못지않게 전채와 디저트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전통 병과(떡류)와 한과(과자류)에 파고들고 있다. 언뜻 우뭇가사리로 만든 콩국 같은 ‘녹두나화’도 하절기에 낼 계획으로 있다. ‘나화’란 칼국수·수제비를 일컫는 고조리어다. 녹두 전분을 빚어서 얇게 썬 면을 오미자즙에 띄운 화채 같은 음청류인 ‘창면(昌麵)’도 준비 중이다.

글·사진=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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