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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세프를 찾아서-브런치카페 ‘슬로우’ 최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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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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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담담한 ‘맛 설계사’…그의 요리 한 입, 입 안은 축제판

힐링과 웰빙 식탁의 완성도를 위해 항상 미소를 머금고 다니는 최상윤 셰프.
묵직한 기운이 감도는 그레이비 소스가 인상적인 채끝 한우스테이크.
해산물 소스맛이 깊숙하게 스며든 새우오일파스타.
대구 도심을 벗어나 팔조령쪽으로 차를 몰다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신개념 건축물에 자주 눈길이 간다. 달성군 가창면 옥분리. 전원주택 짓기도 좋고 해외파 오너셰프가 허름한 시골집을 리모델링해 자기만의 메뉴를 라이브콘서트처럼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들게 할 그런 동네다. 동양화와 수채화, 그리고 유화가 한데 섞인 듯한 풍광이다.

올해 마흔넷의 최상윤 셰프를 만날 수 있었다. 화가의 유전자, 그것도 모자라 실내인테리어 전문가의 아우라까지 겸비했다. 끝내 오너셰프의 길로 들어섰다. 그런 그가 옥분리에 신개념 브런치카페 ‘슬로우’를 차렸다. 샐러드, 빵, 파스타, 스테이크 등을 무겁지 않게 심플하게 엮고 싶다.

잘 정리된 턱수염과 콧수염, 헌팅캡, 그것에 잘 어울리는 친절한 농도의 미소. 그게 갓 추출해낸 커피향과 잘 섞여 돌아간다. 두 살된 흰색 레트리버 ‘산’. 그 놈은 이 집의 마스코트. 무료하면 어슬렁거리며 맘에 드는 테이블을 찾아 재롱을 피운다. 견고한 성채처럼 보이는 노출콘크리트 건물. 널찍한 통유리창은 심야엔 등불 같이 변모한다. 이강소·최병소·이명미 등 지역 출신 유명 화가의 작품이 여럿 걸려 있다. 수문장 같은 두 그루의 소나무를 지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림에 빠진 청년기

생애 첫 열정은 그림이었다.

중1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고1 때는 그맘때면 누구나 빠지게 되는 록뮤직에 젖었다. 그림과 음악이 스파크를 일으킨다. 수순대로 미술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시절에는 현대미술의 한 지류인 개념미술에 심취했다. 풍경을 그리기보다는 색·면·선·비례 등이 맘에 와 닿았다. 2000년부터 대구에 있는 ‘백신디자인’이라는 건축사무실에 닻을 내린다. 이후 17년간 건축, 그 중에서도 실내인테리어 분야에서 잔뼈를 키운다.


대구 달성 가창면 옥분리 핫플레이스
미술 전공후 17년 건축에 몸담은 이력
요리 못잖게 건물 외관·실내 작품 눈길

식당 관련 인테리어 하다 음식에 관심
고향 경주 교동 주점‘풍악’으로 첫발
연애시절 데이트코스에 차린 ‘슬로우’

스페셜 원두로 선뵈는 커피맛 입소문
보름 걸린 특제 스테이크용 소스 별미
2층엔 탄노이 오디오 갖춘 음악감상실



그의 현재 삶의 모토는 ‘맑고 담담하게 살아내는 것’. 음식도 그 수단이다. 하지만 담담하게가 갈수록 어렵다. 젊을 때는 정신이 그를 흔들었다. 이젠 화두가 ‘물질’이다. 다들 정신 운운하지만 실은 그게 물질이란 것도 안다. 음식과 여행이 함께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따로 논다. 장사라는 게 사람을 잘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대신 그에겐 오디오가 하나의 여행이다. 슬로우 2층은 작업실 겸 음악감상실. 일을 마치고 피로를 푸는 곳이다. 그 작업실에 비장되어 있는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시스템을 슬로우로 내려 단골과 공감할까 싶어 고민 중이다.

◆식당 인테리어…거기서 요리를 엿보다

소나무 두 그루가 수문장처럼 손님을 반기는 슬로우의 입구 전경.
대구식당의 색과 모양이 하나같이 우중충하고 촌스럽다. 그래도 국제도시인데.

“인테리어 일을 할 때는 건축주와 시공자 간에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합니다. 만일 그 소통이 부족하거나 오해가 생기면 후에 더 비효율적인 문제가 발생해요. 건축주가 ‘내가 본 그림이랑 다르잖아’ 이러면 ‘멘붕’이죠.”

그는 식당 간판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간판은 사람의 시선이 닿는 곳에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룰을 무시한 간판이 대다수예요. 집만 한 간판에 원색분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자기 얼굴과 음식사진을 흉칙하게 배치할 수 있는 게 대구의 음식문화인가 싶어요.”

그는 ‘오리 화가’로 불리는 한국 최고급 단색화가 이강소의 경기도 안성 작업실을 설계했다. 그 건으로 나름 인정받았다.

◆경주에서 5년간 식당 경영

그의 고향은 경주다. 특히 경주 최부잣집이 있는 교촌 한옥마을과 인연이 깊었다. 우연찮게 교동 한옥마을 사업자공모에 참여해 운좋게 선정된다. 그 계기로 전통 민속주점인 ‘풍악’을 오픈한다.

“사실 여러 해 식당 관련 인테리어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페나 레스토랑의 속내를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음식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죠.”

민속주점을 영어로 어떻게 표기하는지 알려고 참 애를 많이 썼다. 그래서 ‘Korean native pub’으로 정했다. 그가 구상한 풍악은 한옥이라는 멋은 살리면서 조금은 가볍고 쉽게 대중이 한옥과 그에 걸맞은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주막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문화재구역이란 경주 특성상 그 콘셉트가 쉽게 유지될 수가 없었다.

메뉴구성도 육개장을 비롯해 각종 전류, 최부자 가양주 외 다양한 막걸리 종류 등으로 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곳곳이 덫이었다. 육개장의 경우 소고기국밥과는 달리 재료의 손질, 준비, 배합 등 각 공정이 꽤나 복잡하고 힘이 들었다. 육개장과 소고기국밥의 차이를 알아야만 했다. 육개장 특성상 각 재료가 잘 어울릴 수 있게 버무려주는 게 관건인데 그걸 터득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전이 그렇게 만들기 힘든 음식인지도 처음 알았다.

“파전은 파 고유의 아삭거림과 달콤함이 느끼하지 않게 표현되어야 해요. 부추전은 부추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특히 밀가루 양은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제맛이 안 나와요.”

◆경주에서 대구시절로

집사람과 연애시절 가창~청도 코스를 데이트 삼아 자주 다녔다. ‘담안마을’이란 별칭을 갖고 있는 옥분리는 괜찮은 담이 많았다. 대구 도심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시골마을이었다. 그래서 풍악과 슬로우를 병행했다. 풍악을 그만두자 슬로우가 빠듯해졌다. 경주의 고정수입이 사라진 것이다.

슬로우는 대구 중심에서 차로 약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타인보다 내 욕망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해보자는 의미로 상호를 슬로우로 정했다. 자본 위주의 삶을 마음 위주의 삶으로 전향시키고 싶었다. 그는 요즘 사람과 사람 간의 ‘간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사람과 사람의 간격이 멀어지면 오히려 앞사람에게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여기는 음식은 물론 인테리어, 음악, 소품 등도 슬로우와 관계 있다. 재즈나 소편성 클래식을 많이 튼다. 음식도 메뉴의 하나로 본다. 그의 컴퓨터에는 그가 여러 장르로 분류해 놓은 8만5천여곡이 수록돼 있다.

절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모든 음식을 직접 조리한다. 한우스테이크 소스의 향미가 상당히 셌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요즘 여느 레스토랑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 브라운소스 계열이다. 알고보니 된장 만들 듯 소스를 빚었다.

“스테이크용 그레이비 소스를 만들려면 거의 보름이 소요됩니다. 제 주변의 지인들은 저보고 ‘요즘 세월에 무모한 짓’이라고 뭐랍니다. 특히 스톡(Stock·서양요리의 기본이 되는 고기 육수)은 물론 밀가루를 버터에 볶은 ‘루’도 만들고, 소뼈를 고아내고, 각종 채소들을 볶아 다시 끓이고, 거르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메인요리 과정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그런 과정을 아는 손님은 거의 없죠. 그래서 외롭지만 원칙을 고수하는 것 그게 슬로우라는 생각을 합니다.”

새우오일파스타(1만7천원)와 치킨스테이크, 모차렐라치즈 등이 어우러진 슬로우브런치(2만2천원)를 먹었다. 파스타에 게향이 깊숙하게 박혀 있다. 감미롭지 않고 좀 무뚝뚝한 맛, 그래서 진솔하달까.

◆슬로우 & 스페셜티

슬로우는 이미 커피맛이 괜찮은 곳으로 소문이 나있다. 핸드드립에 쓰이는 원두는 모두 스페셜티커피. 케냐 키리냐가, 과테말라 COE, 콜롬비아 게이샤,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등 네 가지만 핸드드립에 사용한다. 커피머신은 슬레이어(Slayer)를 사용한다. 이 머신은 스페셜티커피의 맛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당하다. ‘프리인퓨징’이란 기능이 있어 마치 핸드드립커피처럼 압력을 걸지 않고 커피를 추출할 때 뜸들이는 기능이 있다. 또한 온도에 따른 흔들림이 거의 없다. 그라인더는 메저 로버, 말코닉 EK43, 후지로얄 R300 등을 사용한다.

매주 직접 장을 본다. 물론 공산품이나 가공식품류들은 사입을 하지만 제품의 상태나 품질은 직접 장보는 게 이상적이다. 아직은 평일에는 식사하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거의 평일은 재료 손질이나 선처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약간 이상한 재료들은 과감히 버린다. 아깝지만 별수 없다. 그날 그날 체크하지 않으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전통적인 다이닝 식당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고객들이 소위 가성비를 편협한 관점에서만 따지면서부터 비롯된 것 같다.

“가치는 무시하고 양적 가성비만을 따지다보니 성의있는 다이닝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라 봅니다. 인정받을 날이 올 때까지 노력해 보는 수밖에요.”

조만간 별채를 만들고 거기서 커피를 주로 마시게 하고 슬로우 버전의 브런치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베이커리샐러드, 치즈샐러드, 치킨샐러드 등을 파생시키고 싶단다. 한끼도 아니고 간식도 아닌 대구식 브런치 같은 것.

단품 메뉴마다 아메리카노가 딸려 나온다. 매주 화요일 휴무. 대구 달성군 가창면 옥분리 613. (053)768-0369

글·사진=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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