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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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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팀기자
  •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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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리고 둘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生父 찾는 화성 소년, 지구 소녀를 만나다


최근 3~4년간 SF 장르가 보여준 다양한 변이는 산업과 학계를 아우르는 영화계의 큰 수확이었다. ‘그래비티’(2013)에서 ‘인터스텔라’(2015), ‘마션’(2015)을 거쳐 ‘패신저스’(2016)와 ‘컨택트’(2016)에 이르기까지, 디스토피아적 미래나 외계 생명체의 침공, 우주전쟁 등의 소재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성과 스타일의 SF를 만나는 것은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었으며 이 장르의 다음 국면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컨택트’ 등의 작품에서 두드러졌던 것은 감성적 측면인데, 각각 우주에서 느끼는 외로움 및 물리적 차원을 뛰어넘는 부성애, 외계인과의 소통이라는 주제가 부각되면서 이 장르에 따뜻한 색깔을 입혀주었다.


가족애·로맨스 가미된 피터 첼섬 감독의 심쿵 SF물
사실감 넘치는 화성 풍경과 그곳 삶 보는 재미 톡톡
게리 올드만·에이사 버터필드 출연 다양한 매력



화성에서 태어난 소년과 지구에서 태어난 소녀가 만나 벌이는 모험담,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감독 피터 첼섬) 또한 SF 장르의 관습들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가족애가 살아있고, 로맨스까지 가미된 상큼한 작품이다. ‘이스트 텍사스’, 즉 화성도시의 설계자이며 총책임을 맡은 나다니엘(게리 올드만)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주인 중 한 명이 임신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그녀가 화성에서 출산하도록 지시한 후 모든 상황을 비밀에 부치고 일선에서 물러난다. 16년 후, 최초의 화성 출생 소년 가드너(에이사 버터필드)는 자신의 생부와 위성 채팅으로 만난 지구 소녀 툴사(브릿 로버트슨)를 만나기 위해 우주로의 긴 여행을 떠난다.

가드너의 시점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익숙하게 느껴지고,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이 신비롭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가령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로봇이 친구가 되어 있는 미래 사회는 스크린 속에서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최근작 ‘마션’의 잔상이 남아있어서일까. 화성의 풍경이나 화성도시의 삶에서도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가드너가 처음 경험하는 지구의 모든 것은 새삼 다르게 보인다. 중력의 무게감이야 ‘그래비티’에서 맛본 적 있지만, 가드너가 경이로운 눈빛으로 “색깔이 정말 많다”라고 할 때나 거대한 물의 저장소(바다) 혹은 네 다리로 걷는 동물(말)을 바라볼 때, 관객들은 너무 당연하게 보고 느껴왔던 우리별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찰하고 인식하게 된다. 툴사와 함께 생부를 찾아 떠난 여행길을 계속 하이 앵글로 잡아주는 것도 화성 출신 소년이 느끼는 지구의 아름다움을 보다 숨막히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16세 청소년들의 로맨스는 대체로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우리 정서에 다소 넘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국경과 나이는 물론이요 계급, 인종, 성별, 죽음 등 모든 차이와 장애를 뛰어넘어온 로맨스의 서사에 제목 그대로 ‘우주’(스페이스)를 첨가시켰다는 것만으로 의의가 충분하다. 여기에 게리 올드만의 카리스마와 에이사 버터필드의 풋풋함까지, 다양한 매력이 담긴 작품이다. (장르: SF, 멜로,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1분)


청원
존엄사 문제 다룬 발리우드판 ‘미 비포 유’


2005년 개봉했던 ‘블랙’을 본 관객이라면,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의 신작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소녀 미셀이 사하이 선생을 만나 희망을 갖게 되고, 꿈을 이루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최근 국내에서 재개봉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청원’에는 14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된 마술사 이튼(리틱 로샨)이 등장한다. 목 밑으로 전혀 움직이지 못하면서도 씩씩하고 유머가 있는 이튼은 미셀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또한 12년째 그를 헌신적으로 간호해온 소피아(아이쉬와라 라이)는 사하이와 일견 닮아있다. 그러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이튼은 안락사를 청원한다. 사고 후에도 책을 쓰고 라디오를 진행하며 많은 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그였기에 사회의 충격과 파장은 크다.


최근 국내 재개봉‘블랙’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作
전신마비 마술사와 12년 그 곁을 지킨 간호사 얘기
무거운 주제를 印영화 특유 음악·춤으로 밝게 풀어


영화는 인도에서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안락사 문제를 이튼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죽음을 택했던 ‘미 비포 유’(2016, 테아 샤록 감독)의 전신마비 환자처럼 이튼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불행을 사라지게 할 방법은 죽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국가와 사회, 인도적, 종교적 차원에서 안락사를 반대하는 군상들이 맞서고, 이튼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몇 차례에 걸친 법정신은 인간이 자신의 죽음을 선택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는 인간의 권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라는 질문과 직결되며, 이것은 곧 인간의 존재론과도 맞닿아있음을 시사한다. ‘청원’은 이 민감한 사안에 대한 산제이 감독의 공개적 입장표명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타인의 고통은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기에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되며, 사회나 종교가 존엄사 선택의 걸림돌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소피아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내적 갈등을 서사의 한 축으로 만들어 진정한 우정이나 사랑은 그 대상에 대한 이기심을 버리는 것이라는 점도 피력한다.

이처럼 ‘청원’은 논쟁적인 이슈를 다룬 영화다. 그가 이상적으로 묘사한 결말부는 사회적 통념상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관객이 그의 논리에 설득 당하지 않으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그것이 영화의 질이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 대한 비현실적 상상이 영화의 바탕이라면, 기존의 가치관에서 벗어난 산제이 감독의 상상력은 이질적이기보다 일종의 해방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튼을 유쾌한 캐릭터로 상정하고,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음악과 춤을 삽입시킴으로써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간 연출은 바로 그 해방감을 돕는 요소다. 같은 맥락에서 종종 삽입되는 과거 이튼의 마술쇼는 현재 이튼의 절망감을 이입시키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우아하게 무대를 누비고, 사물을 뜻대로 움직이며, 공중으로 떠오르기도 하는 그의 모습은 ‘자유’ 혹은 ‘자유의지’에 대한 표상이 아닐까. 심각한 주제 자체에 침전하지 않고 캐릭터의 매력과 서사의 강약 조절을 통해 메시지를 드러낸 노련함이 돋보인다.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6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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