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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세프를 찾아서-‘로스터 리 커피하우스’ 이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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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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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마니아의 인생 2막…로스팅으로 원두 최고의 맛·향을 뽑다

재즈클럽 사장에서 커피 볶는 사내로 변신한 로스터 이선기. 하루 10번 정도 생두를 볶아 마니아에게 유통시키는 그는 요즘 저가커피 범람 속에서 진짜 커피맛이 왕따 당할까봐 무척 걱정한다.
로스터 리(LOASTER LEE). 대구 중구 방천시장 김광석길 골목 중간에 자리한 ‘로스터 리 커피하우스’ 이선기 대표의 닉네임이다. 종일 사람으로 들끓는 시장 동쪽 구역에 비해 그의 가게 앞 길은 늘 한산하다. 그의 말로는 ‘여기서 제일 부산한 건 바람뿐’이란다. 그 무료한 골목에서 그는 아내(조문경)와 함께 매일 바다를 건너온 커피 생두를 10번 정도 볶는다. 손님이 오면 직접 드립해준다. 그는 종일 음악과 커피 사이에서 재밌게 논다. 그는 한때 대구의 골수 재즈마니아로부터 재즈를 제대로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게에 들어가니 주인보다 더 컬러풀한 자태의 7종류의 원두가 빵긋 인사를 한다. 시다모(에티오피아), SHB 안티구아(과테말라), 수프리모(콜롬비아), 예가체프(에티오피아), 만델링(인도네시아), 케냐 AA(케냐), SHB 따라주(코스타리카). 이 7남매도 그의 가족.


갓 추출한 커피는 재즈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믿는 ‘로스터 리’ 이선기 대표.
커피를 패션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커피의 본질을 직시하기 어렵다. 노래도 각양각색 장르로 나눠지듯 커피도 나무 수종에 따라 맛도 제각각. 수종은 크게 아라비카·로부스타·리베리카로 갈라진다. 전 세계 유통 커피의 70%가 아라비카. 이 수종은 병충해에 약해 재배하기도 무척 어렵지만 산도가 높고 향도 진해 전 세계 로스터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로부스타는 재배가 수월한 반면 향이 부족해 아라비카에 비해 저렴해서 저가커피 관계자들이 선호하는 수종이다. 리베리카는 나무가 너무 커서 재배하기가 어렵고 쓴맛이 지나쳐 시장에선 외면받고 있다.

로스터 리. 아라비카종과 손을 잡은 그가 커피향과 동고동락했던 씁쓸했던 재즈클럽 사장 시절을 회상한다.

◆ 차렸다 하면 망했던 재즈클럽

계명대 서양화과를 나왔다. 화가의 길을 갈 것 같았는데 그에겐 그림에 대한 열정 이상으로 생계가 더 절박했다. 1988년 대구 첫 재즈클럽 ‘올드뉴’가 생겼을 때 지역에서도 제대로 된 커피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도 그 흐름과 함께했다. 사인펀 등을 이용해 원두커피를 추출해 먹었다. 서울에서 광고인테리어 일을 하다가 이게 아니다 싶어 생애 첫 재즈클럽 사장이 된다. 1997년 중구 통신골목 중간에서 태어난 ‘붕어’다.

지금은 서울로 가버린 은둔형 소설가 장정일. 그는 장정일과의 추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당시 북부정류장 근처 허름한 주택에 살았던 장정일은 아예 붕어로 출근을 했다. 보던 책을 팔아 산 새 재즈 음반을 들고 와 종일 죽치고 앉아 재즈에 샤워를 했다. 덜컥 첫 애까지 태어났다. 2000년 삼덕성당 뒷골목에서 ‘코너(Corner)’를 오픈한다. 붕어 시절부터 함께했던 장정일 등 2명이 동업자로 가세한다. 하지만 코너도 무력했다. 다시 장소를 물색했다. 2003년 2·28공원이 보이는 곳에서 ‘인디고’란 클럽을 열었다. 세 번째 재즈클럽이었다. 이때 색소포니스트 박시홍 등 지역 재즈뮤지션이 출연료와 상관없이 열정페이 무대를 가졌다. 하지만 남는 게 없었다. 설상가상 도둑이 들어 괜찮은 음반을 다 가져가버렸다. 죽을 맛이었다. 재즈클럽에 대한 미련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3번의 재즈클럽 실패. 아내도 슬금슬금 남편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클럽을 그만둔 그는 이후 별별 직군을 전전한다. 정육점에서 발골도를 갖고 갈비살점을 발라내는 알바도 해봤다.

◆ 재즈맨에서 커피맨으로

그런 와중에 서울에 있던 커피회사 ‘루왁코리아’에서 연락이 왔다. 사장(이정무)과 그와는 동서 간이었다. 동서는 재즈클럽 시절, 이탈리아제 커피머신을 구입하는 등 단 하루도 커피를 손에서 놓치 않고 있었다는 걸 알고 그 근성을 인정했고 결국 그에게 딱 맞는 일을 제안한 것이다. 2007년 가족을 대구에 두고 재즈클럽의 쓰디쓴 추억을 뒤로하고 상경한다. 그의 말마따나 ‘황산벌로 향하는 계백장군의 심정’이었다.

동네 선배한테 대충 당구를 배우면 절대 고수가 못 되는 법. 기본기를 확실히 배워야 된다. 당시 한국 커피 1세대의 리더격으로 불렸던, 강릉의 커피숍 ‘보헤미안’의 대표 박이추 문하에 들어간다. 사실 강릉이 한국 커피1번지로 급부상한 것도 보헤미안과 후발주자 ‘테라로사’ 등이 한몫을 했다.


장정일이 보던 책 팔아 음반 사서 찾던 곳
1997년 통신골목 재즈클럽 ‘붕어’주인장
이후 ‘코너’ ‘인디고’까지 세차례 폭망

재즈클럽 시절부터 그의 손엔 늘 커피
2007년 동서 제안에 상경 ‘로스터의 길’
韓 커피 1세대 리더 박이추 문하서 사사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길 중간 언저리
현재 하루 10차례 로스팅해 드립까지
에티오피아 시다모 등 7種 커피맛 선사



아무튼 루왁코리아 직원 자격으로 박이추 교주한테 몇 수를 배우려고 했다. 그때 깨달은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이 세상에서 커피가 뭔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쩜 아무도 없다는 생각,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조건에 따라 커피의 본질은 교과서에 배운 것과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기타의 거장 세고비아가 임종 때 “나도 기타가 정확하게 어떤 악기인지 잘 모른다”고 고백했듯 사부도 “아직 커피를 가르칠 정도는 아니고 계속 배우고 있는 처지”라고 그에게 귀띔해줬다. 그는 그 교주의 겸손한 고백에서 엄청 자신감을 얻었다. 커피에 대해 한없이 겸손해질 수 있었다.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회사 전용 생두 볶는 로스팅룸이 있었다. 그에겐 ‘매혹적인 감옥’이었다. 많이 볶을 땐 1주일 2t씩 감당했다. 공장표 원두는 양보다 동질의 품질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다. 자기 기분대로 볶는 건 거기에선 통용되지 않았다. 표준화가 생명이었다. 그래야만 체인사업도 가능했다. 머신 옆에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콩의 색깔을 판별해야만 했다. 시간대별로 변화되는 상황을 일지처럼 기록했다. 그 엄청난 양을 혼자 감내해야만 했다. 사용하지 않은 근육을 사용해야 하니 늘 급피곤이 엄습했다. 졸다가 오버히트돼 버린 콩도 적잖았다. 로스팅 머신을 210℃ 근처에 맞춰두고 신맛이 강조되는 ‘약배전’, 구수하고 묵직한 맛이 특징인 ‘강배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야만 했다. 따다다닥~. 콩이 볶이면서 균열이 형성되는 소리(POP)는 재즈 드러머의 브러시스틱이 북의 표면을 스치는 사운드를 닮았다. 로스팅이 재즈 공연 같았다. 첫 팝에서 1~2분 지나면 두 번째 팝이 생긴다. 커피는 15분 안팎에서 볶는 승부가 결정난다. 거기에 불의 온도와 양, 그리고 굽는 시간을 안배해야 하는 도공의 육·직감이 필요하다. 매뉴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같은 일의 반복. 어느 날 갑자기 로스팅룸에서 콩 볶는 일이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나만의 예술적 로스팅의 세상을 맛보고 싶었다. 2013년 대구로 내려왔다.

그는 요즘 유럽형 수제 로스터 ‘하스 가란티’를 사용한다. 더 큰 용량도 있지만 그는 그게 딱 맞는단다. 사용하는 생콩은 10종이 있다. 바다를 건너 온 커피콩, 이놈의 수분 함유량, 콩의 크기, 콩의 밀도를 봐야 하고 특히 로스터에 들어갈 땐 콩의 크기가 일률적이라야 골고루 열기가 닿게 된다. 크기가 들쭉날쭉하고 상하거나 너무 말라버린 걸 선별하지 않고 볶으면 그게 맛에 치명상을 준다.

그가 커피맛에 영향을 주는 건 생두·로스팅·드립퍼 순이라고 했다. 중요한 건 좋은 생두를 사용하는 건데 저가의 로부스타종을 쓰면 아무리 탁월한 로스터라도 커피 본연의 맛을 내기 어렵단다. 중구 동덕로 14길 29. (053)291-1824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이선기 대표가 말하는 ‘맛있는 커피’

로스팅 3~5일 원두·1분30초 드립 일미…저급 로부스타種 사용 커피숍 난립 우려


요즘 저가 커피숍이 난립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집의 생두가 대다수 저급한 로부스타종인데 대다수 그 사실을 알 리 없다. 싼 집으로 몰려가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된다.

볶은 후 3~5일이 가장 맛이 좋은 것 같다. 커피 알갱이 굵기는 0.3~0.4㎜가 적당하다. 너무 가늘면 드립 시간도 길어져 쓴맛이 강해진다. 드립 시간은 1분30초 정도가 적당한 듯하다. 로스팅 자체는 기술이지만 커피맛을 낼 때는 매뉴얼 이상의 뭔가가 섞여야 된다. 그 뭔가는 ‘소울(Soul)’이다.

콩볶는 집? 그게 ‘쇼’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솔직히 일반 가게에서 주인이 직접 볶고 드립하고 서빙까지 하기는 무리다. 있어 보일 것 같아 일단 전후 사정 안 가리고 무턱대고 기계부터 사놓는다. 잠시 볶는 걸 보여주다가 문닫는 집이 부지기수다.

배우려는 사람이 오면 “일단 큰 공장에 가서 밑바닥부터 시달려본 뒤 이 길을 계속 갈 건지 결정해라”고 조언한다. 책, 인터넷 정보 등은 솔직히 안 믿는 게 좋다. 많이 먹어보고 시행착오 끝에 더 깊은 맛을 알아가는 거지, 배워서 절대 아는 건 아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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