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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 셰프를 찾아서 - 제주가는길’ 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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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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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명물된 제주돌집 성악가 셰프의 제주특선라인…“혼저 옵서예”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서영의 집 같은 제주풍의 레스토랑 ‘제주가는길’.
미술학도에서 성악도로, 끝내는 오너셰프로의 길로 들어선 제주가는길 오너셰프 김홍. 그는 건축가의 유전자까지 겸비해 푸드테인먼트문화의 신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대구 수성구 파동은 달서구 상인동과 수성구 범물동을 이어주는 파동IC 고가교 때문에 조금은 재개발촌 같은 이미지를 준다. 최근 그 언저리에 ‘제주가는길’이란 편하고 재밌는 카페 같은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오너셰프 김홍(37). 계명대 음대 출신의 바리톤이다. 2016년 대구제주교류음악회에도 참여한 현재진행형 성악가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 음악을 음식으로 드리블하고 있다. 요리하면 요리사, 노래할 때 성악가란 생각으로 살아간다. 그의 가게는 무척 예쁘다. 영화 ‘건축학개론’에 등장했던 ‘서영의 집’, 혹은 제주도에만 있는 생태숲인 ‘곶자왈’ 같은 숲이 집앞에 있어 단번에 이 집을 찜해버렸다.

미술가·바리톤·퓨전요리셰프로 변신
제주 핫플 ‘버스킹라운지’기획·운영
찜해논 대구주택 제주닮은 풍경 성형

색감 기교 부리지 않은 돌문어샐러드
흑돼지큐브스테이크와 새우 앙상블
제주전복 리소토·우도땅콩한라산빙수


제주돌문어로 만든 샐러드.
새우를 곁들인 제주흑돼지큐브스테이크.
제주마늘을 곁들인 갈릭에스카르고.
우도땅콩가루를 이용한 빙수.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대구가 고향이다. 경북예고에선 음악이 아니라 미술을 공부했다. 그리고 계명대에선 음악을 전공. 벌써 괴짜스러운 구석이 있다. 초등·중학교 동창에겐 ‘노래 잘하는 예쁜 남자’였다. 중학교 때는 대구청소년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회 청소년가요제에서 나미의 원곡을 그룹 015B가 리메이크한 ‘슬픈 인연’을 불러 당시 대구시장상을 받았다.

그의 집은 평화롭지 못했다. 그는 ‘그림 좀 그릴 줄 아는 불량스러운 아이’였다. 그를 그늘에서 양지 쪽으로 길을 터준 김동호 선생이 없었다면 그의 현재 모습도 많이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그 시절의 고마움 때문에 그는 매월 둘째주 월요일에는 한부모 가정 자녀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고3 어느날 EBS를 통해 뮤지션 야니의 콘서트에 매료돼 성악의 길로 들어선다. 졸지에 성악하는 미술학도로 변한다.

제대 직후 계명대 성악과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점차 이탈리아가 음악 못지않게 음식의 메카란 사실도 알게 된다. 음식과 음악이 한몸으로 붙어다닌 이탈리아로 여행 가고 싶었다. ‘일 쿠오코 알마’라는 이탈리아 파르마에 본교를 두고 있는 요리학교에 들어가고 싶었다. 대구의 한 이탈리아 어학원측 도움을 받아 3개월 비자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3개월간 고시원 같은 2층 침대 쪽방에 진을 쳤다. 일반 동네식당에서 알바로 버텼다. 그때 스쳐지나간 모든 메뉴를 직접 스케치했다. 그 그림이 그에겐 더없이 귀중한 재산이다.

다시 대구로 왔다. 성악가냐, 아니면 요리사냐? 공부냐, 아니면 창업이냐?, 불면의 밤이 이어진다. 결국은 재학 중 달서구 신당동 먹거리촌에서 식당을 오픈하게 된다. 기존 파스타집 ‘CAMPO’를 재인수한 것이다. 이어 그 남자의 봉골레, 화덕쟁이, 파스타 디 까사, 까사 나폴리 등 이런저런 카페, 맥줏집을 그동안 무려 8개 업소나 오픈했다. 계명아트센터 개관 오페라 무대에도 섰지만 그의 음악은 점차 음식으로 귀결된다.

◆김홍과 제주도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오면서 제주도를 만나게 된다. 제주도가 새로운 음식특구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새로운 투자 기회다 싶었다. 가게를 다 정리하고 제주도로 떠났다. 자연스럽게 건축디자인에도 간여하게 된다. 그는 미술·음악·요리를 하나로 뭉쳐줄 수 있는 건축가적 유전자도 있다.

5년간 제주생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는 핫플레이스였다. 제주 복합 휴양단지 내 ‘버스킹 라운지’ 기획과 운영에 매달렸다. 거기는 신개념 공연무대였다. 제주도에 온 20대 관광객에게 새로운 공연인프라를 깔아본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제주도는 투자적으로 변질됐다. 그 투자 속엔 꿈 대신 욕심과 욕망이 들끓었다. 한계의 제주도 같았다. 그런 시점에 대구로 잠시 왔다가 수성못, 가창과 맞물린 파동의 한적한 뒷골목 주택가를 발견하게 된다. 낙후된 것 같은데 발전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에겐 나름 입지를 분석하는 힘이 있다.

그 주택 바로 앞에는 자그마한 숲이 있다. 마치 일본의 영화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만화영화 ‘이웃집 토토로’에 등장하는 뭔가 환상적 요소가 있는 곳 같았다.

제주도에서 숱한 건축 기획을 하면서 늘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제주에 있는 돌집을 대구로 옮겨놓는 것이었다. 그래서 작년 7월 40년 된 낡은 이 주택을 산다. 도면 하나 없이 일을 저질렀다. 제주와 대구를 오가면서 40년 된 주택을 새롭게 성형했다. 미닫이 같고 여닫이 같게 현관문을 만들었다. 벽을 새로 뚫어 통유리창을 냈다. 벽도 뚫었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시 메꾸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게 ‘제주가는길-CAFE & DINING’.

이 식당에는 그의 지난 시절 음악과 요리, 그리고 제주의 건축미가 혼융돼 있다. 그는 이 공간을 ‘예술가 김홍의 창작품’이라고 규정한다. 지인도 많고 알릴 데도 많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소리소문없이 오픈했다. 그런데 첫날부터 그가 바빠지게 됐다. 제주가는길을 찾은 사람들이 다들 자기 집, 자기 방, 자기 식탁 같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상호처럼 통유리창 밖 숲을 보면 여기가 제주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곳이라고 그를 격려했다. 그 동네에서 가장 우중충한 집이었지만 지금은 그 집이 이 동네의 명물이다.

◆김홍의 레시피스토리

요즘 테이블 몇 개 놓은 고가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세몰이를 한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파인다이닝이 뭔가를 되묻는다. 그는 문턱이 높고 고급스러운 게 파인다이닝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손님의 눈높이에 모든 걸 맞추려는 인간미와 배려가 가장 소중하다고 본다. 당연히 그런 식당은 푸짐하고 재밌고 자연친화적이다. 그는 말씨도 중시한다. 그래서 손님의 질문에는 항상 어미에 강세를 두고 그때마다 푸짐한 미소를 건넨다.

“자기 음식이 다 옳을 수는 없죠. 당연히 자부심은 가져도 되지만 강요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저는 전통이, 또는 오리지널이 무엇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철 식재료가 반영되지 않으면 그건 오너셰프의 직무유기라 생각해요. 누군가 제 음식을 먹고 힐링이 되었다면 거기가 바로 파인다이닝, 아니 더 정확하게는 ‘리얼다이닝’이겠죠.”

한라봉티에이드, 한라봉스무디, 우도땅콩한라산빙수, 우도땅콩크림크루아상, 제주감귤잔맥주 등. 상호처럼 제주도스러움을 자주 끼워넣는다.

그가 제주도특선라인을 요리해갖고 나왔다. 제주도산 돌문어로 만든 ‘카라파초샐러드’. 여느 샐러드와 달리 알록달록하지 않고 무채색으로 내려앉는다. 샐러드에 문어를 넣는 그의 손길이 좀 짓궂다. 그는 너무 화려하고 기교적인 샐러드를 거부한다. 그냥 겨자잎, 돌나물, 로메인, 올리브 등을 같은 색으로 엮어준다.

생크림과 치즈가 들어간 제주마늘을 베이스로 한 ‘갈릭에스카르고’는 퐁듀와 그라탕 같은 질감이다. 그 옆에 수제 모닝빵이 조약돌처럼 앉는다.

수비도 방식으로 요리한 ‘제주도흑돼지큐브스테이크’에 묻은 바질잎과 라임이 침을 적절하게 솟구치게 한다. 돼지 옆에 먹음직스럽게 누운 새우. 그 앙상블은 다음 메뉴를 궁금하게 만든다. 제주전복으로 만든 리소토는 밥 알갱이가 무르녹지 않고 탱글하다. 전분이 탄력적이다. 조금 느끼한 속을 중화시키기 위해 우도땅콩가루가 들어간, 정말 달지 않은 빙수가 나온다. 프랑스 요리로 말하면 얼음 알갱이가 서걱거리는 셔벗 구실을 하는 것 같다. 그는 이탈리아 요리를 축으로 한식·일식·양식·분식을 녹이고 싶단다. 퓨전요리연구가의 발상이다. 향후 오메기떡, 귤말랭이 등을 이용한 메뉴도 개발할 것이다. 평소 하던 요리를 새롭게 해석하는 쪽으로 갈 것 같다.

입지만 봤을 때 파동 주택가는 지옥이다. 그런데 손님이 몰리는 건 이야기가 있고 편안함이 있고 주인만의 색깔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손님이 그걸 더 먼저 안다. 경쟁 중인 식당주도 서로를 위해 단골이 돼줄 필요가 있다. 그럼 지옥 식당업에서 ‘천당 식당업’ 시대로 건너갈 것이다. 그 중간에 ‘제주가는길’도 있다. 수성구 파동 249-1. 010-7572-0708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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