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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문신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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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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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조각 거장의 작품, 고향 바다를 품고 빛나다

문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재단해 만든 미술관 마당. 스테인리스와 청동을 위주로 한 대형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제1전시관. 각종 자료와 청동, 흑단, 쇠나무, 스테인리스 스틸, 회화 등을 상설 전시한다.
문신미술관은 그가 사랑했던 마산 시내와 마산 앞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추산동 언덕에 자리한다.
이제는 기차가 달리지 않는 기찻길이 추산동 언덕의 종아리 즈음에 놓여 있다. 지금은 산책로가 되었다.
잡목이 우거진 오솔길을 오른다. 짧지만 숨이 턱 막히는 가파른 길을 쉬운 길 두고 부러 오른다.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찾아 뒷산을 올랐던 어린 시절처럼 이곳에 오면 꼭 그러하게 된다. 오솔길 끝에는 낮게 드리운 구름 같은 대문이 있다. 훌쩍 안으로 들어서면 빗방울이 그린 동심원 같은 대리석 마당이 수면처럼 가볍다. 마당에는 단단한 스테인리스와 청동의 조각들이 샤먼들 처럼 세계를 투영하고, 그들 사이를 부유하는 나의 온 몸은 마치 깃털과 같아 저 희뿌연 마산 앞바다까지 날 수 있을 듯하다.

학이 날개 펴고 날아가는 모습 무학산
산자락 전망좋은 언덕 자리 문신미술관
마당 전시장엔 스테인리스 대형작품展

본명은 ‘문안신’
광부 아버지, 日 탄광에서 일하다 만난 母
5세때 부친과 함께 고향 마산으로 돌아와
바닷가 모래로 조각·그림 그리며 자라

佛 연안 거대조각展 세계적 작가로 명성
추산동 언덕에 14년간 직접 지은 미술관
개관 1년만에 세상 떠난 후 고향에 기증

◆문신미술관

마산의 뒤편을 병풍처럼 막아선 무학산은 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모습이다. 무학산의 남쪽, 바다가 내다보이는 산자락을 사람들은 옛날부터 추산동 언덕이라 불렀다. 다닥다닥 붙어 앉은 조그마한 집들과 좁은 골목길, 이제는 기차가 달리지 않는 기찻길, 소방도로가 생기고 난 후 도로 따라 들어선 야무진 집들, 발전의 상징이었던 전망 좋은 20세기의 아파트로 빼곡한 언덕이다. 그 언덕바지에 문신미술관이 자리한다.

문신은 20세기 조각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다. 199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3대 거장 조각전’에 영국의 헨리 무어, 미국의 알렉산더 칼더와 함께 초대된 작가가 한국의 문신이다. 그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 공로 훈장인 ‘예술문학영주장’을 받기도 했다. 미술관 마당은 야외 전시장으로 스테인리스와 청동을 위주로 한 대형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제1전시관에는 각종 자료와 브론즈, 흑단, 쇠나무, 스테인리스 스틸, 회화 등이 상설 전시되어 있으며 제2전시관에서는 기획 전시가 열린다. 문신원형미술관에는 작가의 석고원형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좌우균제’의 추상조각이라고 한다. 추상과 구상, 물질과 정신, 균제와 파괴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질서와 리듬과 조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좌우는 완벽한 대칭이 아니다. 미세한 불균형을 통해 자연스러운 균형이 이루어진다. 해석은 어렵다. 그러나 바라보면 편안하다. 어떤 것들은 속 시원하고, 어떤 것들은 잠자리 날개를 처음 잡았을 때처럼 신기하고 두근거린다. 그의 조각 재료는 쇠처럼 단단한 흑단, 녹슬지 않는 강철 스테인리스 같은 것들이다. 고집 센 재료들만큼이나 작업은 치열했을 것이다. 그는 ‘무사’였고, 전기톱과 손도끼 등 공구들을 보관한 곳은 ‘병기창’이었다.

◆문신 혹은 문안신

그의 아버지는 광부였다. 일본 규슈 사가현의 탄광지대였던 다케오에서 일하다 일본인 아내를 만나 문신을 낳았다. 문신의 본명은 ‘문안신’, 그의 아버지는 한국 최초의 비행사인 안창남의 ‘안’자를 그의 이름 가운데에 넣었다. 아버지는 문신을 각별히 사랑했고 하늘 높이 나는 꿈을 아들의 이름에 담았다. 문신은 5세 때 아버지의 고향 마산 땅을 처음 밟았다. 이후 다시는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 소년 문신은 마산 바닷가에서 모래로 조각을 빚고 간판집을 드나들며 페인트 그림을 배우며 자랐다. 13세에는 마산 시내에서 영화 간판을 그렸다. 그는 16세에 일본으로 밀항한다. 구두닦이와 목수일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일본미술학교 서양화과에 들어가 6년 과정을 공부했다. 학업 중 데생대회에서 1등을 했던 그는 간판 그림을 그려 돈을 벌었고 번 돈을 아버지에게 보내 이곳 마산 추산동 언덕바지 땅을 사도록 했다.

광복과 함께 귀국한 문신은 마산, 부산, 서울 등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1960년까지 화가로 활동했다. 당시에는 인물, 풍경, 정물 등의 구상 회화 작업을 주로 했다. 문신은 38세인 1961년에 프랑스로 건너가 화가에서 조각가로 변신해 본격적인 추상 조각 작업을 시작한다. 그가 세계적 작가로 떠오른 것은 1970년 지중해 연안 프랑스 발카레스 항구의 야외미술전시장에 13m의 거대한 토템조각 ‘태양의 인간’을 제작하면서다. 가끔 한국을 오갔지만 그는 거의 20여 년을 프랑스에서 살았고 유럽 각국을 순회하며 150여 회의 전시회를 가졌다. 1980년 프랑스 정부는 문신에게 귀화를 요청한다. 이를 알게 된 한국정부는 마산 출신 박종규 경호실장을 비밀리에 파리로 보내 귀국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미술관은 나의 필생의 이력이다.’

문신은 1980년 영구 귀국해 이곳 추산동 언덕에 정착했다. 그리고 돌산 황무지에 미술관을 짓기 시작했다. 나무를 심고, 언덕을 깨어 터를 다듬었다. 언덕을 깨어 나온 돌로 옹벽을 쌓았고 작은 폭포와 연못을 만들었다. 스스로 미술관의 밑그림을 그리고 작품 하나가 팔리면 하나 만큼, 둘이 팔리면 둘 만큼 공사를 이어나갔다. ‘문신 25시’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노예처럼 일했다. 문신미술관의 문은 그가 직접 디자인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문이다. 미술관으로 오르는 언덕의 울타리 역시 문신의 작품이다. 미술관 마당도 그가 디자인하고 직접 재단해 만든 것이다. 재단된 대리석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몇 번이고 다시 만들었다. 8천250㎡(2천500평)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조각이다. 그는 ‘미술관은 나의 필생의 이력’이라 했다.

문신미술관은 1994년 5월27일 문을 열었다. 14년이 걸렸다. 시나 후원자의 도움은 없었다. 미술관을 짓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은 영혼이 깃든 명작이자 사랑하는 고향 사람들에게 바친 선물이라 했다. 미술관은 추산동 언덕에 있는 듯 없는 듯 폭 안겨 있다. 문신은 미술관을 개관하고 1년 뒤 세상을 떠났다. 1995년 5월27일 장례식을 치르고 자신이 쌓은 옹벽 위에 묻혔다. 미술관은 ‘사랑하는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시에 기증되어 시립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미술관의 공식명칭은 ‘창원시립마산 문신미술관’이다.

지금 미술관 앞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정수장 자리에는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이 육중하게 들어서 있고, 미술관 뒤에는 아파트가 높이 솟아있다. 그는 정수장의 튼튼한 지하에 음악 공연장이 만들어지기를 바랐고, 아파트 건설을 위한 무지막지한 발파가 서민들을 위협하는 것에 반대해 싸웠다. 그는 자신의 고향이 문화 도시, 예술의 도시가 되기를 꿈꿨지만 마산은 도시명조차 잃어버렸다. 2007년 8월, 독일 바덴바덴필하모닉은 ‘생명, 조화, 선율’을 주제로 한 ‘국제미술영상음악제’를 열고 문신의 조각 작품에 영감을 받아 특별히 작곡된 ‘문신 교향곡’을 연주하며 그를 기렸다.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나는 서민과 함께 생활하고, 나는 신처럼 창조한다.’ 그의 좌우명이었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정보

대구에서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향으로 가다 내서분기점에서 102번 남해 제1고속도로 지선 부산, 서마산 방향으로 간다. 서마산IC로 들어가 14번 국도를 타고 창원시립마산박물관으로 가면 된다. 부림시장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뒤 걸어 올라가도 좋다. 미술관 개관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료는 어른 500원, 대학생 군인 청소년 어린이는 200원이다. 월요일, 1월1일, 설날과 추석은 휴관한다. 현재 문신과 부인 최성숙의 40주년 ‘예술과 일상’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3월2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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