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실제 '그놈 목소리'···"신용등급 상향 조정해 드립니다"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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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31 10:12  |  수정 2018-05-31 10:12  |  발행일 2018-05-31 제1면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의 가장 큰 특징은 가계를 책임지는 40~50대 가장(家長)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캐피탈·카드사·대부업체 직원을 사칭한 이들은 ‘저리 대출’을 제안하면서 신용등급 상향을 위한 전산작업비와 채권추심비용 등을 요구한다. 때로는 저금리대환대출을 위해 기존 대출금을 우선 갚으라고 속이기도 한다. 일부 피해자는 이 말에 속아 급전을 빌려 송금하는 경우도 있어 이중의 채무 부담을 떠안게 되기도 한다.

지난해 대구에서 일어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모두 512명. 이 가운데 40~50대 남성은 모두 189명으로 36.9%를 차지했다. 올들어서도 대출빙자형 피해 284건 가운데 40~50대 남성 피해자는 모두 114명(40.1%)에 달한다. 이 연령대 남성이 대출빙자형 수법에 취약한 이유는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이기 때문이다. 1차 피해뿐 아니라 가정경제 파탄, 가정 해체 등 2·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엔 ‘신속한 대출 진행을 위한 앱 설치가 필요하다’고 속여 악성코드에 감염시키는 ‘파밍(Pharming) 수법’도 등장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휴대전화는 정상 대부업체로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만 연결되기 때문에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40~50대 남성의 경우 비교적 대출이 쉬운 서민대부업체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대출 상담기록이나 대출이력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김현국 지능범죄 수사대장은 “대출을 해주겠다면서 돈이나 통장을 먼저 요구한다거나 특정 앱 설치를 권유하는 건 보이스피싱 범죄일 확률이 높다”며 “대출 상담·거래는 업체를 방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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