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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머물고 드라마가 흐르는 포항

카메라는 꺼졌지만 이야기는 계속된다.
청하공진시장에서 영일대 바다까지, 포항의 골목과 해변에 깃든 사랑·치유·청춘의 장면을 따라 걷는다.

갯마을 차차차 스프링 피버 마이유스 이 연애는 불가항력 여행을 대신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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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1 —

청하, 봄이 머무는 자리

백년 장터 청하공진시장과 붉은 지붕의 청하중학교, 그리고 솔밭과 식물원이 품은 작은 마을. '갯마을 차차차''스프링 피버'가 머문 봄날을 따라간다.

백년 장터에 카메라가 머문 자리, 공진이 되었다

공진公辰

색동 우산과 까만 그늘막, 빨갛고 하얗고 파란 천막들. 1일과 6일마다 장이 서던 청하시장은 2021년 여름, 드라마 한 편으로 이름을 하나 더 얻었다. 도시에서 온 치과의사 혜진과 만능 백수 홍반장이 두번째로 마주친 곳, '갯마을 차차차'의 무대가 된 시장.

이곳은 세트장이 아니다.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흔들리고 살아낸 진짜 시장의 25곳 상가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고, 상인들 다수가 길손과 주민으로 출연했다. 오래된 청하와 새로운 공진이 하나가 되어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

"마수운 것도 많이 먹고 행복해야 돼. 니가 행복해야 내도 행복하고 또 치과 선생도 행복할기야." — 큰할머니 감리
보라슈퍼
마을 사람들의 동네 사랑방
청호철물
홍반장이 들락거리던 만능 작업장
오징어탑
혜진이 꼬마들과 앉아 있던 자리

한낮의 커피, 달밤의 맥주 전직 인기 가수의 안식처

달밤月夜

파스텔 톤의 커다란 문 앞에서 혜진과 홍반장은 매일 마주쳤다. 감추지 못했던 그 사랑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나.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는 전직 가수 오윤의 카페. 창에 붙어 있는 잘 나가던 시절의 포스터는 추억 깊은 곳의 최애 가수를 보는 듯하다.

카페 안쪽은 드라마와 방문객들의 쉼터로 꾸며져 있다. 주인공들의 모습과 방문객들이 남긴 메시지로 가득한 그곳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를 다시 짚어본다. 실수하고, 사과하고, 용서하고, 마침내 서로를 보듬는 그 모든 과정.

"근데 솔직히 달밤의 체조는 좀 별로였어요. 근데 마음의 푸른 상어는 좋더라고요." — 혜진, 오윤에게 사과하며
파스텔 문
인기 많은 포토존
오윤 포스터
'잘 나가던 시절'의 추억
메시지 월
방문객들이 남긴 흔적

붉은 지붕의 작은 학교에 스프링 피버가 피어났다

Spring Fever

청하교 건너 읍내 초입, 서정리천 변의 무성한 숲 더미. 그 속에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들어가면 아담한 운동장과 붉은 지붕의 예쁜 학교가 나타난다. 2026년 초 tvN '스프링 피버'에서 신수고등학교로 불린 곳이 바로 이 청하중학교다.

도시에서 잘나가던 교사 윤봄(이주빈)이 어떤 사건으로 들어선 작은 마을. 피어난 채로 얼어버린 꽃 같던 그녀의 마음을, 조카바보 선재규(안보현)의 뜨거운 심장이 천천히 녹여간다. 봄이 되면 마음이 들뜨는 현상, 사랑이 시작될 때의 열병.

"오늘도 침울하게 하루를 시작해 볼까. 웃지 말기, 즐겁지 말기, 기쁘지 말기." — 윤봄, 매일 아침의 다짐
붉은 지붕
교문 너머 동화 같은 풍경
은행나무 길
교정으로 이어지는 가로수
전원학교
환경보전 우수 시범학교

조선 세종이 심은 솔밭과 개인이 일군 무릉도원

꽃멀미花眩

학교 뒤편엔 관송전이라 불리는 솔밭이 있다. 조선 세종 때 청하현감 민인(閔寅)이 바람과 홍수에 대비해 심었다는 관 소유의 소나무숲. 그 숲은 윤봄과 재규의 산책로가 되었고, 카메라 너머로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학교를 품에 안듯 자리한 기청산식물원은 곡식을 거를 때 쓰는 '키'와 무릉도원의 '청산'을 합한 이름이다. 식물을 사랑한 한 개인이 일군 정원으로 2천여 종의 토종 식물과 포항·울릉도 일대 희귀식물의 안식처. 봄이와 재규의 데이트 장소로 등장했다.

오는 5월, 백합나무와 쪽동백이 흐드러질 게다. 꽃멀미가 나면, 식물원 찻집에서 따뜻함에 안겨 평온해지도록.

관송전
조선 세종 때의 관 소유 솔밭
킹트리
석순처럼 솟은 호흡근의 낙우송
멸종위기 지킴이
서식지 외 보전기관
— Part 2 —

영일만, 빛이 머무는 바다

해를 맞이하는 만, 시민들의 소원 8천653장이 얹힌 누각이 떠 있는 자리. '마이유스'·'이 연애는 불가항력'·'여행을 대신해드립니다'가 그린 로맨스의 성지를 따라 걷는다.

송중기·천우희가 달리던 바다, '마이유스'의 빛나는 청춘이 머무는 곳

바다우와 바다다!

달만곶과 호미곶이 소리굽쇠처럼 이어진 영일만은 해를 맞이하는 곳이다. 그 바다에 영일대 누각이 떠 있다. 80m의 견고한 교각 끝에 시민들의 소원 8천653장이 얹힌 기와누각.

2025년 JTBC '마이유스'에서 두 주인공 선우해(송중기)와 성제연(천우희)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함께 달려갔던 그 바다가 바로 이곳이다. 학창시절 한 번도 수학여행을 가보지 못한 해를 위해 두 사람이 찾은 곳. 여전히 사랑하고, 다시 사랑하는 두 사람으로.

밤이 내리면, 빛에 둘러싸인 어둠 속에서 하늘과 바다는 하나다. 영일대 누각은 천공에 있는 듯도 하고 물속에 있는 듯도 하다.

"잠시 잊었을 뿐, 사라지지 않은 것들과 인사 나누라고, 그 인사가,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시간에 대한 헌사가 되길 바랐다." — 마이유스 기획의 말
해상 누각
바다 위 80m 교각의 정자
해송 숲길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포스코 실루엣
바다 저편의 야경

'이 연애는 불가항력', 전생을 건너온 로맨스

영일迎日

2023년 JTBC '이 연애는 불가항력'은 300년 전 봉인된 금서가 해제되며 일어나는 판타지 코미디. 환경 녹지과 9급 공무원 이홍조(조보아)와 시청 법률자문관 장신유(로운)가 일하는 온주시청이 곧 포항시청이다.

철길 숲, 영일대호수공원이 영상에 무시로 등장하고, 두 사람이 함께 걷는 밤의 영일대는 전생의 인연을 확인하는 장소가 된다. 2025년 SBS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영일대는 또 다른 마음을 나누는 자리로.

영일교 맞은편에는 5천여 그루의 장미와 LED 조명이 어우러진 영일대장미원이 있다. 이곳에서 마은영(이봉련)과 공서구(현봉식)가 마침내 결혼식을 올렸다. 곧 장미가 피어나겠다.

"만약에 말이야, 내가 전생에 당신의 원수였다면 어떨 거 같아?" "그런 게 뭐가 중요해? 현재가 중요하지. 그 마음 변치 않는다고 약속해." — 홍조와 신유, 밤의 영일대에서
영일대 누각
시민 소원 8,653장의 기와
장미 5천 그루
LED 조명과 어우러진 장미원
방향 표지석
서울·리우까지, 세계로 뻗는 시선

옛 달맞이 동산 위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단

717계단의 우주산책

영일대해수욕장의 왼쪽 끝, 영일만의 북쪽을 감싸는 나지막한 언덕은 옛날 마을사람들이 달맞이 하던 동산이다. 이후 포항 최초의 공원인 환호공원이 됐고, 지금 그 푸른 우듬지 위에는 스페이스워크가 번쩍번쩍 빛난다.

길이 333m, 717개 계단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철제 조형물. 세계적인 건축 잡지 AD(Architectural Digest)가 소개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단'의 한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영일대해수욕장은 물론 먼 바다와 도시와 포스코까지 훤히 펼쳐진다.

'이 연애는 불가항력'에서,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나며 세상의 불빛에 둘러싸인 이 계단을 두 주인공이 걷는다. 홍조는 겁 많은 신유의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함께 걸으며 서로를 알아간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나며 세상의 불빛에 둘러싸인 스페이스워크를 두 사람이 걷는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 '이 연애는 불가항력' 中
길이 333m
국내 최대 규모 철제 조형물
계단 717개
우주를 걷듯 오르는 산책로
AD 선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단

방파제 너머 바다 위의 길, 사랑과 작별이 머무는 끝마을

여남如南

환호공원 아래 해안도로는 두호항, 환호항, 여남항으로 이어진다. '눈물의 여왕'에서 현우(김수현)가 독일에 있는 해인(김지원)에게 가기 위해 질주했던 길. '스프링 피버'의 봄이와 재규가 달렸던 길.

여남항은 영일만의 북동쪽 끝자락 끝마을의 항구. 방파제 너머 스카이워크가 바다 위를 선회하는 아름답고 조용한 포구다. 이곳은 '마이유스'의 해와 제연이 데이트를 즐기던 곳. 주고받는 말장난 속에 담뿍 담긴 진심이 심각하게 달콤했다.

2025년 채널A '여행을 대신해드립니다'에서 강여름(공승연)은 골든 리트리버 지니와 함께 이곳을 찾는다. 의뢰인은 어느 날 모습을 감춘 배우 이정우(진구). 포항은 정우의 빛나던 시절이 추억으로 머물러 있는 곳이었다.

"꼭 또 오래이, 꼭 또 보재이." "퍼뜩 오거래이, 퍼뜩." "다시 만나요, 정우씨." — 여름이 정우에게 보낸 포항의 메시지
바다 위 산책
방파제 너머 선회하는 데크
끝마을 포구
영일만 북동쪽 끝자락
대리 여행
떠날 수 없는 누군가를 위해
— Pohang Login —

카메라는 꺼져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포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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