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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바다, 경주의 동해 ①~⑤

천년의 바다,
경주의 동해

바다로 돌아간 왕과 바다에서 건너온 왕, 불이 식어 돌이 된 해안과 솔숲이 품은 포구 —
경주의 동해는 천 년의 시간을 품고 오늘도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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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동해 ①
바다에 남은 왕, 천년의 파도를 지키다
무덤 대신 바다를 택한 문무왕, 그 뜻을 완성한 아들의 절과 용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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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남기지 말라,
나는 바다의 용이 되겠다

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 해변. 새벽부터 사람들이 두 손을 모으는 이 바다 가운데, 봉분도 석물도 없이 바위와 물결만 남은 자리가 있다.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이 “재물을 허비하고 백성을 수고롭게 하지 말라”며 화장을 명하고 동해 어귀의 큰 바위 위에 잠든 곳, 문무대왕릉이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왕의 뜻이 천 년을 건너 오늘의 기도와 포개진다.

나는 죽어서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수호하리라.문무대왕 유언 (吾死亦爲海中之龍 以守護國家)

용이 드나들도록 비운 자리,
그리고 파도를 재운 피리

봉길리에서 대종천을 거슬러 오르면 빈 절터에 동·서 삼층석탑만 남은 감은사지가 있다. 왜구를 막으려 문무왕이 짓기 시작했으나 끝을 보지 못했고, 아들 신문왕이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완성했다. 금당 아래에는 바다의 용이 된 아버지가 드나들도록 비워둔 공간이 남아 있다. 언덕 끝 이견대에서 신문왕은 용을 보았고, 그 대나무로 만든 피리 만파식적은 온갖 파도를 잠재웠다 전한다.

한 손으로 치면 소리가 나지 않고, 두 손으로 쳐야 소리가 납니다. 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화평할 것입니다.삼국유사, 만파식적 설화 중 용의 말
문무대왕릉(대왕암)봉길리 앞바다
이견대에서 본 대왕암만파식적의 자리
감은사지 삼층석탑신문왕 682년 완성
감은사지 석탑장대한 통일신라의 탑
문무대왕 유조비유언을 새긴 비
경주의 동해 ②
천년 전 바다를 오늘 만나는 방법
폐교의 자리에 들어선 해양역사관, 그리고 세상으로 열린 신라의 바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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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사라졌지만
바다의 수업은 계속된다

감포읍 대본리, 아이들이 날마다 동해를 보며 ‘문무정신’을 노래하던 대본초등학교가 있던 자리. 학생이 줄어 문을 닫은 교정에 문무대왕 해양역사관이 들어섰다. 실감영상실에 앉으면 벽과 바닥이 온통 바다가 되어 신라의 배가 물길을 가른다. 문무왕이 지키려 한 바다가, 신라인이 세상으로 나아간 바다가, 그리고 오늘 다시 돛을 올린 한 사람의 바다가 이곳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경주에 가거든 모름지기 이 문무왕의 유적을 찾으라. 구경거리의 경주로 쏘다니지 말고 문무왕의 정신을 길어보아라.고유섭, ‘경주기행의 일절’ —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
문무대왕 해양역사관옛 대본초등 자리
실감영상실 ‘물멍’벽과 바닥이 바다로
신라 천년의 빛실감영상 전시
대본초등학교 변천사문무정신을 노래하던 아이들
신라 동해구 표석동해로 나아가는 어귀
경주의 동해 ③
지구가 만든 파도 한 줄
신라보다 오래된 시간, 불이 식어 돌기둥이 된 양남의 해안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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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천년을 거슬러,
지구가 몸에 새긴 파도

왕릉과 탑이 천 년을 말하는 도시에서, 양남면 읍천항을 지나면 시간의 눈금이 전혀 달라진다. 뜨거운 용암이 흐르다 식으며 쩍쩍 갈라진 주상절리의 해안이다. 곧게 선 것, 옆으로 누운 것, 한 점에서 부채처럼 퍼진 것 — 바위는 움직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한때 이곳을 흐른 불의 방향이 남아 있다.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이어지는 파도소리길은 해안의 굴곡을 따라 걷는, 경주에서 가장 오래된 길이다.

만날 보던 그냥 바위인데 이게 엄청난 거였다고? … 그 바위에, 지구가 지나온 시간이 새겨져 있는 거죠.조종철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 해설사
부채꼴 주상절리세계적으로 드문 형태
양남 주상절리 해안멈춘 용암의 방향
파도소리길읍천항~하서항 1.7㎞
파도소리길 출렁다리해안을 잇는 길
양남 주상절리 전망대부채꼴을 한눈에
읍천항파도소리길의 시작
경주의 동해 ④
바다와 마을 사이, 소나무숲에 머물다
낮에는 솔숲 사이로 바다를, 밤에는 나무 위로 별을 보는 양남의 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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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나무 사이,
그 빈틈까지가 숲이었다

소나무 사이로 몇 걸음 들어가면 파도 소리보다 솔잎 밟는 소리가 먼저 들린다. 곰솔이 바닷바람과 모래를 걸러주는 관성솔밭해변, 그 북쪽에는 황새바위와 할매바우가 지키는 수렴항이, 남쪽 끝에는 경주와 울산이 갈리는 지경해변이 있다. ‘관성(觀星)’은 별을 본다는 뜻. 낮에는 나무 사이로 바다를, 밤에는 나무가 비워둔 자리로 별 하나를 본다.

숲을 이루는 것은 나무만이 아니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빈틈까지가 숲이었다. 그 틈으로 빛이 들고 바람이 지났다.관성솔밭해변에서
관성솔밭해변솔숲 사이의 바다
수렴항 황새바위일출 촬영지
수렴리 할매바우마을을 지키는 바위
지경해변 갯바위 굴검은 바위의 틀 안에 담긴 동해
지경해변경주 동해안의 남쪽 끝
경주의 동해 ⑤ · 끝
탈해왕의 바다
바다로 왕을 떠나보내기 오래전, 이 바다는 한 왕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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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데려온 아이,
그 궤를 열어준 손길

양남면 나아해변. 알에서 태어나 궤에 담긴 채 바다를 건너와 신라 제4대 왕이 된 석탈해의 이야기가 남은 곳이다. 설화의 주인공은 대개 왕이 되는 아이지만, 나아의 바닷가에 오래 서 있으면 낯선 배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떠오른다. 이상한 배를 보고도 돌아서지 않고, 길흉을 알 수 없는 궤를 열어 아이에게 먹을 것과 머물 곳을 내준 아진의선. 한 아이의 긴 항해는 누군가 그 궤를 열었을 때 완성됐다.

이 바다에는 본래 바위가 없는데, 무엇 때문에 까치가 모여 우는가.삼국유사 — 아진의선이 탈해의 궤를 발견하며
탄강설화 조형물궤를 실은 배와 아진의선
까치가 울던 궤바다에서 온 아이
아진포, 탈해왕을 받아들인 바다읍천·죽전 사이
석탈해왕 탄강유허나아리 · 하마비
탄강유허비첫 순간을 기억하는 자리

경주 동해, 그곳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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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안내
바다로 돌아간 왕이 있었고, 바다가 보낸 왕이 있었다.
불이 식어 돌이 되고, 숲은 포구를 품었다.
경주의 동해는 오늘도 저마다의 파도를 들려준다.
글 = 이은임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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