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홍준표 한국당 대표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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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4   |  발행일 2017-12-14 제6면   |  수정 2017-12-14
“나도 TK출신…‘홍준표=대구정치인’ 타이틀로 내년 地選 치를 것”
20171214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3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방문 의의를 말하고 있다. 홍 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대표실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수가 부활하려면 대구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1월30일 대구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그날 ‘영남일보 2018 지방선거 아카데미’에서 특강을 하면서 “현재 공석인 ‘달서구병’ 또는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대구에 내려오겠다”고 선언했다. 차기 대권 재도전을 노리는 원내 제1야당 대표가 대구에서 원외 당협위원장을 맡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일단은 ‘진정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홍 대표가 수도권에서 다시 원내 입성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러다 홍 대표의 일본 방문 전날인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 6층 대표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 금배지 한 번 더 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보수가 부활해야 하고, 그러자면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중심이 돼야 하므로 내가 대구에 진(陣)을 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보수 부활하려면 대구가 중심 돼야
달서구병·북구을 당협위원장 맡아
한국당이 이기는 선거 되도록 노력

이재만·이철우 최고위원 사퇴하면
당지도부 TK의견 전달창구 없어져
내가 대구서 민심·고충 전달할 것

개헌, 반대하는게 아니라 내용이 문제
지방선거때 곁다리 투표는 옳지 않아



▶내년 6월 지방선거는 홍 대표의 정치적 진로도 가늠할 계기가 될텐데, 광역단체장 17석을 기준으로 몇 석 정도 이기면 성공일까요.

“6곳이죠. 현재 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5명이고, 제가 대선 출마를 위해 그만둔 경남까지 합치면 6곳입니다. 굳이 지역을 특정하진 않겠지만 내년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곳을 차지하면 현상유지를 하는 거죠. 그러면 자유한국당이 재기의 발판을 구축하는 겁니다. 다음 총선(2020년)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공천을 어떻게 할 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각 지역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하려고 해요. 가령 대구·경북의 경우엔 경선을 해도 무방한 지역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경선이 옳다고 보는 거죠. 그 외의 지역은 경선을 해서 우리가 유리할 게 없는 곳이 많아요. 그리고 일부 광역단체장의 경우는 현역을 재신임할 수밖에 없는 곳도 있어요. 그런 곳은 거기에 맞는 절차를 밟아가야겠죠.”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를 경선에 부치겠다고 했지만 당 대표 입장에서 염두에 두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거 없어요. 대구시장이나 경북도지사 후보로 경선에 출마할 분 가운데는 우리 당 지도부에 소속된 사람(대구시장 이재만 최고위원, 경북도지사 이철우 최고위원)도 있죠. 그러나 출마를 하려면 지도부에서 사퇴해야죠. 경북의 경우는 우리 당 중진 의원(김광림 의원)도 있어요. 그러니까 더욱 경선을 거쳐야 된다는 거죠. 경선을 안 하고 (낙점하면) 그건 상식에 어긋나는 거죠. 물론 구체적인 절차는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된 뒤에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지만 현재로선 그렇다는 겁니다.”

▶그래도 당을 리모델링하는 입장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있을 거 아닙니까. 특히 대구와 경북은 보수정당에서 중요한 곳인데요.

“그 이야기를 했다가는 또 ‘사당화’ 논란이 일겠죠.(웃음) 나는 그렇습니다. 공천이란 건 이기는 공천이 돼야 한다는 거죠. 소위 내 주변에 있다는 사람도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절대로 공천을 주지 않을 겁니다. 그런 짓은 선거를 망치는 행위죠.”

현재 대구의 12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에서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곳은 달서구병과 북구을, 두 군데다. 달서구병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하며 한국당을 탈당해 대한애국당을 창당한 조원진 의원 지역구다. 북구을은 양명모 전 위원장이 맡고 있었으나 건강이 좋지 않아 내놓았다. 홍 대표는 이 두 곳 중 한 곳을 맡겠다고 했다.

▶지난번 대구 강연에서 달서구병이나 북구을의 당협위원장을 맡을 생각이 있다고 한 건 립서비스가 아니고 확고한 의지인가요?

“그렇습니다.”

▶당협위원장을 맡고 나서 그 이후는요.

“이건 확실하게 해 둡시다. 제가 2020년 21대 총선 때 대구에서 출마하기 위해 가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아도 21대 총선에서 그 지역에 출마하려는 건 아니에요. 지금은 우리 자유한국당에서 대구를 상징하는 정치인이 없어요. 그래서 대구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며 초·중·고를 졸업한 제가, 지금 당 대표를 하는 이 홍준표가, 대구지역의 당협위원장을 맡아서라도 TK를 상징하는 정치인으로서 지방선거를 치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지방선거 이후에는 어떻게 됩니까.

“21대 총선을 대비해서 대구의 훌륭한 사람을 영입할 겁니다. 그 사람에게 지역구를 물려줘서 총선에 출마하게 할 생각입니다.”

▶최근 실시한 당무감사 결과가 나오면 바로 당협위원장 교체가 있을텐데 이번에 바로 대구로 가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연말이 가기 전에 당협 조직을 재정비할 텐데, 그 때 달서구병이나 북구을에 제가 신청할 겁니다. 그래서 ‘홍준표= 대구 정치인’이란 타이틀로 지방선거를 치를 생각입니다.”

▶그 말씀은 여전히 대구가 보수의 본류이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그렇습니다. 대구가 흔들리면 온나라가 흔들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구를 안정시켜야 하고, 그 때문에 대구로 제가 갑니다. 더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의 이재만 최고위원, 경북의 이철우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우리 당 지도부에 TK 출신이 없게 됩니다. 그러면 지역의 민심이나 고충을 중앙에 전달하는 창구가 없어지게 되죠. 그래서 저라도 대구로 가서 당협위원장을 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저도 TK 출신이니까요. 하하…”

▶영남일보 아카데미에서 지방선거 공천을 2월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은 것 같은데요.

“당협 정비 절차가 있으니까요. 일단 안정된 지역은 2월말까지 공천을 완료하고, 안정되지 않은 곳은 늦어도 3월말까지는 하려고 해요. 과거 사례를 보면 3월말까지 해도 조기 공천하는 결과가 됐으니까.”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 각 지역에서 정치신인들을 대거 영입하면 한국당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공천을 할 겁니다. 공천위원회 구성도 대부분 외부 인사로 채울 생각이고요. 과거에 공천파행이 일어났던 건 당 내부 국회의원들이 공천위원회에 들어갔기 때문이죠.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하니까 파행이 일어나는 겁니다. 지방선거 공천 헌금 문제가 자주 불거진 것도 내부 사람 때문이었죠. 이번 지방선거 공천위원회는 직책상 들어가는 사무총장 외에 내부인은 안 들어갈 겁니다.”

▶공천위원장으로 염두에 둔 사람은 있나요.

“아직은요. 찾아봐야죠. 내년 1월초에 공천위를 구성할 때까지 살펴봐야죠.”

▶만일 새로 선임되는 공천위원장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 공천 방식을 바꾸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대구·경북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은 당 혁신위의 권고사항이기도 합니다. 공천위가 바꿀 수 없어요. 혁신위도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했는데, 그걸 무시하고 공천심사를 새롭게 하면 당 혁신작업이 무용지물이 되죠. 공천위도 혁신위 권고사항을 존중할 겁니다.”

홍 대표와 인터뷰를 한 날은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한창일 때였다. 홍 대표는 김성태 후보를 지원한다는 보도가 있었고, 결국 김 후보가 그날 오후 실시된 경선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어 제1야당의 새로운 원내사령탑이 됐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실제로 김성태 후보를 지원했나요?

“국회의원들의 판단을 존중해야죠. 다만 만일에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후보가 당선되면 이 당은 문을 닫는 게 맞다는 생각은 해요.”

▶당내에 친박을 대체하는 친홍 세력이 존재하는가요.

“우리당에서 ‘친홍(親洪)’이니, 비홍(非洪)이나 하는 말이 나오는 걸 보니 불과 5개월만에 제가 당을 상당히 장악했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지난 8년 동안 ‘박근혜당’이었는데, 5개월만에 바꿔놓았으니… 역으로 생각하면 5개월 만에 체제정비를 이뤘으니 나쁘진 않다고 봐요.”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데 부정적이더군요.

“그렇습니다. 개헌은 시기의 문제가 아니고 내용의 문제입니다.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안에 개헌을 하면 되는 거죠. 굳이 지방선거 때 곁다리 투표를 하자는 건 개헌의 중요성에 비추면 옳지 않아요. 오히려 지방선거가 개헌 찬반 논쟁 때문에 희석될 수도 있잖아요.”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찬성하죠. 반대 여지가 있을 수 있나요? 저도 경남도지사를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 시대를 명시하는데 찬성합니다. 다만 시기는 이번이 아니라는 거죠.”

대담·정리=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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