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는 면담때 문열어두고 남학생들은 술자리 자제

  • 권혁준,양승진
  • |
  • 입력 2018-03-19 07:34  |  수정 2018-03-19 07:34  |  발행일 2018-03-19 제8면
■ 대구권 대학가 미투 영향
여학생 “지나친 조심 불편”

대구권 대학가 분위기가 미투(#MeToo) 운동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개강과 함께 성폭력 피해 익명신고가 잇따르자 교수들은 물론 남학생들도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이 때문에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져 여학생마저 어색함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18일 복수의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지역대 교수들의 행동반경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좁아졌다. 강의시간 외에는 학생과의 만남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연구실에서 학생과 면담할 때도 문을 열어두는 등 오해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경산 소재 한 대학교수는 “이전부터 여학생들과 대화를 할 때는 스스로 조심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미투 운동 확산 이후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며 “학생들과 면담할 때는 최대한 개방된 공간에서 거리를 두고 얘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수들 사이에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T·체육대회 등 학생과 함께하는 단체 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A대학 한 교수는 “여학생들과 동석하는 술자리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지만 신입생 환영회, 개강총회 등 꼭 나가야 하는 자리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참석하고 있다”면서 “4월 이후엔 MT 등 단체 행사가 많아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선배·동기 간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면서 술자리를 줄이거나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있다. 대구권 B대학에 재학 중인 박모씨(25)는 “미투 운동 이후 여학생들과 조별과제를 위한 활동을 하면서도 신경 쓸 게 많아졌다”며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학생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라고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여학생은 이런 변화가 오히려 불편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여대생 이모씨(22)는 “수업 중에 교수들의 언행이 조심스러워진 걸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여학생’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말을 할 때마다 ‘이런 건 미투운동에 해당되는 거 아니다’라며 농담식으로 말하곤 한다”면서 “학생들은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데 교수님은 말 한 마디에도 부담을 가지는 것 같다”고 했다. 문모씨(여·21)도 “미투운동 때문에 교수님의 태도가 조금 소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 평소 학생과 대화도 자주 하며 잘 지내던 교수님도 말을 거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자 성추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던 배우 조민기씨에 이어 수년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외대 모 교수가 지난 17일 숨진 채 발견됐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권혁준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양승진 기자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