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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尹·李, 채상병法 받고, '25만원' 접고, 고준위法 합의하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 회담 준비를 위해 양측이 어제 실무회동을 가졌다. 영수 회담은 이르면 내일~모레쯤 열릴 것 같다. 만시지탄이다. 회담 의제에 대한 양측 입장 차는 뚜렷하지만, 접점을 찾아가는 기준은 분명하다. '민의'와 '민생'이다.민주당이 요구하는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과 채 상병 특검법부터 장애물이다. 국민 눈으로 보면 답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채 상병 특검법은 추진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이게 협상의 안건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은 현실을 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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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임의 병원 복귀 움직임…사태 해결 시그널 될까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대학 자율로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도록 한 타협안을 내놨지만, 의사들은 요지부동이다. '증원 백지화' 없이는 어떤 대화나 협상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단체는 오는 25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참여도 거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병원을 떠났던 전임의(펠로) 복귀가 늘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이를 의정갈등 사태 해결의 시그널로 보긴 이르지만 의료공백 해소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전국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전임의 계약률은..
[사설] 경영악화 위기 대구 택시업계…과잉공급 해소 시급하다
아직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택시를 잡기 힘든 경우는 여전하지만, 손님을 기다리느라 승강장에 줄지어 대기 중인 택시가 부쩍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대구지역 택시가 공급과잉이라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법인택시업계가 최근 감차 실시 등 공급조절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최고 수준의 과잉공급 상태인 대구택시의 총량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운송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인해 업계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택시는 총량제 적용을 받는다. 공급과잉 방지를 위해 지역별로 총량을 설정하고 이를 넘..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강준만
곽현지
황병우
이창호
이제상
김기억
최신칼럼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칼럼
[시시각각(時時刻刻)] 에티켓도 국력이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감동적인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소매치기 같은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한 나라에서 짧은 기간 어쩌다 겪은 경험이 그 나라의 이미지로 각인되는 경우도 많다. 유럽에서 우연히 겪은 경험의 단상들이 스쳐 간다. 유럽사람들은 어떤 곳이든 출입구를 드나들 때 반드시 뒤를 돌아보며 사람이 뒤따라오면 문을 잡아주고, 엘리베이터에서도 누군가의 기척이 있으면 열림 버튼을 누르고 끝까지 기다려준다. 한번은 여행 중 호텔을 찾지 못해 헤매다 행인에게 길을 물으니, 꽤 멀리 떨어진 호텔 앞까지 직접 데려다주고 가던 길을 한참 되돌아가던 사람도 만났었다. 이런 모습이 나에게는 아직 낯설었던 시절, 타인에 대한 작은 배려들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해외에서 좋은 경험만 있지는 않았다. 관광지에서 지하도를 걸어가다가 능청맞게 내 백팩의 물건을 훔치려다 눈이 마주쳐도 놀리듯 헤죽거리며 지나가는 소매치기범도 만났었다. 지하철에서 뒷주머니의 지갑과 휴대폰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자리에 앉아서 나의 이런 상황을 빤히 지켜만 보는 현지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적극적으로 제지하거나 도와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낯선 곳에서 더 외로워지고 불안한 마음이 들곤 했었다.어떤 나라에서 좋은 경험을 통해 얻은 좋은 이미지가 그 나라의 전부가 되기도 하고, 안 좋은 경험이 또 그 나라의 전부로 인식되기도 한다. 한 나라 국민의 작은 에티켓이 한 국가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이 국력이 된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눈에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치안이나 도둑이 없다는 점에 매우 놀란다고 한다. "한국은 밤에도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다" "카페에서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 비싼 물건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없어지지 않는다"라고 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의 윤리의식이 강해서 그런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한국은 사생활이 침해될 정도로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사생활 보호가 약하지만, 치안은 좋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한몫하기도 한다.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 운크타드(UNCTAD)는 만장일치로 우리나라를 선진국 지위에 올려놓았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만큼 경제적 지위뿐만 아니라 윤리·도덕적 지위도 '동방예의지국'의 명성답게 선진국으로 평가받았으면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막말에 이젠 놀라지도 않는다. '맹자'에 "윗사람이 잘하면, 아랫사람은 반드시 그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上有好者, 下必有甚焉者矣)"라는 말이 있다. 또 '논어'에는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라,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눕는다(君子之德, 風, 小人之德, 草. 草上之風, 必偃)"라는 말도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여야 사회가 더 건전해지지 않을까. 고대부터 법만 따지고 정치인들이 염치가 없으면 국민도 염치가 없어진다는 가르침이 있지 않은가.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의 배려와 서로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는 에티켓이 모이면 국격도 높아질 것이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해외에 대한민국을 체계적·포괄적으로 바로 알리기 위해 현재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한국 관련 정보의 현황을 점검·조사한다고 밝혔다. 케이팝, 불닭볶음면, 떡볶이 같은 것뿐만 아니라 한국이 전통 예절을 지닌 바른 나라의 이미지로 세계에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권세훈 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이하석의 발견과 되새김] 신록의 꿈과 소통에의 열망
# 꽃 잔치그 많던 꽃들이 자취를 감추고, 새잎들의 그늘이 무성해진다. 신록의 계절이 열리는 것이다. 너무나 화려했지만, 한편 너무 짧았던 지난 꽃 시절을 아쉬워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지난주 총선 날 오후, 각자 선거를 한 다음 전국의 문인들 수십 명이 영천의 보현산 자락에 모였다. 나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산돌배나무가 거의 만개한 때여서 그 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꽃나무 하나를 보려고 서울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그리고 대전과 전북에서까지 문인들이 찾아오다니, 봄 호사의 극치가 이런 게 아닌가 여길 만도 하다. 하지만 참으로 진정이 넘치는 소박한 꽃 잔치였다. 오래된 고목이 한껏 가지를 뻗친 채 꽃핀 장엄한 나무에의 예찬이 잇달아 나왔다. 누군가는 '어르신'이라며 나무에 경배하기도 했다. 이들은 꽃나무 그늘에서 흔쾌한 술자리를 가진 후 이내 뿔뿔이 헤어졌다. 그때가 꽃 시절의 절정기였던 듯하다. 영천시에서 보현산 자락을 찾아가는 길가는 물론 영천 댐 주변의 길은 온통 벚꽃들이 터널을 이루었고, 산록과 들에는 복사꽃이 만개했다. 사과꽃과 자두꽃들 등 봄꽃들이 다투어 피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꽃들이 지고, 신록이 세상을 덮기 시작한 것이다. 새삼, 꿈을 꾼 듯이 한 계절의 변화를 바라본다. 이런 글이 눈에 띈다."아침이면 새 소리 구르고 언덕은 다시 부풀어 올랐다. 그러므로 어제의 밤이 결코 괴롭고 긴 것만은 아니었다."문학과지성사의 시인선 600번째 기념으로 나온 앤솔러지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에 실린 이시영 시인의 글이다. 이 책은 시인선 501번에서 599번째에 걸쳐 나온 시집들의 시인들이 직접 쓴 뒤표지글을 모은 이색적인 앤솔러지다. 이 시인은 시집 '나비가 찾아왔다'의 뒤표지글로 이 짧은 글을 붙였다. 아침에 듣고 보는 자연의 놀라운 변화 앞에서 험난했던 지난밤을 되돌아보는 눈길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그것을 나는 혹독했던 겨울을 지나 그 보상처럼 맞이하는 놀라운 꽃 잔치의 풍성함에 이어 새롭게 다독이는 신록에의 기대로 받아들인다. #시단의 경사말이 나온 김에 우리 시단의 경사를 짚고 가야겠다. 이번에 우리 문단의 대표적인 시인선으로 꼽히는 문학과지성의 시인선집과 창작과비평의 시선이 각각 600권째와 500권째를 내놓아 우리 문학의 눈부신 성과를 펼쳐보이고 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첫 출간은 민음사의 '오늘의 시인총서'(1974년)나 창비시선(1975년)보다 늦었지만 활발히 시집을 펴내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선으로 거듭났다. 1호는 황동규 시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로 1978년 출간 이후 46년이 됐다. 창작과비평도 꾸준히 시선을 펴내어 500권이라는 기념비적인 부피를 쌓았다. 창비시선 1호는 신경림의 '농무'다. 이들 시인선들은 우리 문단의 꽃을 활짝 피워 다른 시인선들의 출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한국 시단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민음사는 '오늘의 시인총서' 외에도 1986년 시작한 '민음의 시' 시인선으로 최근 320호를 펴냈다. 문학동네도 2011년부터 '문학동네시인선'을 출간하며 최근 208호까지 이르렀다. 이들 시인선들의 꾸준한 출간은 우리 문학에의 신뢰와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 이룬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시에 대한 관심이 점점 옅어지는 상황에서도 우리 문단에서 시집들이 꾸준히 발간되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야말로 눈부신 꽃의 시절을 거쳐 신록의 푸르름으로 거듭나 새로운 도약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시영의 말처럼 우리 문학은 어렵던 시절을 견뎌내어 이제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소통의 꿈그래, 다시 말하지만, '아침의 새소리와 부풀어 오른 언덕'은 풍성했던 꽃 시절을 거쳐 맞는 신록의 푸르른 세계로 볼 수도 있다. 그런 아침의 새 기운으로 간밤의 '괴롭고 긴' 시간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 말을 나는 또 우리가 맞이한 새로운 시간으로 바꾸어 말해보고 싶어진다. 선거가 끝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엄청난 말의 성찬이었다. 온갖 말들이 강렬한 기세로 피어나 봄꽃처럼 화려하게 전국을 덮었다. 그리고 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특히 불통이라는 현 정부를 겨냥한 야권의 집요한 정권 심판론의 공격이 주효한 듯하다. 이러한 판세 때문에 여러 가지 정국의 전망이 나오지만, 어쨌든 여든 야든 국민의 선택을 받아들여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고 타협하며, 소통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정치도 꽃 시절을 지나 신록의 차분하고도 푸른 시기에 접어든 것이라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득 학창 시절에 읽은 이양하의 수필 '신록 예찬'이 생각난다. 자연의 혜택을 고맙게 여기면서 그 가운데서 "봄과 여름이 혜택이 많고 그 가운데서도 봄, 봄 가운데에서도 만산(萬山)에 녹음이 싹트는 이때"를 제일 혜택이 많은 것으로 꼽는다. 그러면서 "나는 역시 사람 사이에 처하기를 즐거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갑남을녀(甲男乙女)의 하나요, 또 사람이란 모든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생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신록에 빗대어 관조한다. 서로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마구 꽃피어대던 시절을 지나 한층 차분해진 녹음의 시기를 맞으면서 서로는 서로를 돌아본다. 그렇게 새롭게 우거지면서 강렬한 여름의 세계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선거 기간 중의 온갖 막말과 상대에 대한 증오의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다시 서로는 얼굴을 풀고 소통해야 함을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산돌배나무 아래서 원로 문인이 강조했던 "우리는 꽃도 좋아하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다"는 말처럼 서로 대립했던 마음을 풀어서 어우러지고 상응하는 게 인간의 미덕인 것이다. 꽃 지고 푸르러지는 신록의 계절을 맞아 갖는 바람의 마음이다. 시인이하석 시인
[사설] 선거에 뺏긴 마음, 이제 나랏빚과 중동발(發) 위기에 눈 돌려야
총선에 나라 전체의 마음이 쏠린 사이,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가 채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고, 중동발(發) 전쟁의 암운마저 밀려들고 있다. 치열했던 선거전을 뒤로하고 정부와 국회가 무게중심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총선 뉴스에 묻혔지만 최근 발표된 지난해 '확정된 국가채무, 나랏빚'은 무려 1천126조원이었다. 1982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50%를 넘었다. 국민 1인당 2천178만원이다. 국가 예산을 미래의 부채로 끌어쓴 탓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 시절 코로나 사태와 퍼주기 논란 속에 확장재정을 쓴 여파가 컸다. 문 정부는 GDP 대비 나랏빚 비율을 50%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정치권은 현금 지원성 복지 공약을 마구 남발했다. 후과는 컸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성장이 둔화하면서 세수마저 줄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유가 100달러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마저 봉쇄된다면 세계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정치권은 이제 정쟁을 멈추고 나라 경제와 안보 전반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야 한다. 진영의 이익을 넘어 미래성장을 향한 진지한 토론과 협치가 요구된다.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을 비롯해 후세 나랏빚에 영향을 줄 사안들에 대한 개혁작업도 재개해야 한다. 공무원·군인 연금은 '확정되지 않은 나랏빚'으로 1천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도 중동발 악재 여파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국가 안보의 허점이 있는지 살피고 민생 물가를 관리해야 한다.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시기가 다가왔다. 위기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설] 巨野, '의정 갈등' 중재로 '협치' 선도하는 건 어떤가
의정(醫政) 갈등이 여당의 총선 참패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강경했던 정부는 원칙 고수와 유연한 대응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의료계는 단일 안을 내놓기는커녕 심각한 내홍을 앓고 있다. 대화는 오리무중이다. 사태의 장기화마저 우려된다. 소통 통로가 막혀 요지부동의 상태일 때 필요한 건 '중재자'다. 지금 그 역할을 맡을 적격자는 국회, 특히 야당이다. 범야권은 총선에서 190석을 넘는 '거야(巨野)'의 신기원을 이뤘다. 입법 권력의 2/3를 거머쥐었다면 걸맞은 국정 책임을 지라는 민심의 명령도 동시에 받은 것이다. 곤경에 처한 정부 여당을 나 몰라라 하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지 않은가.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진의 사의, 여당 지도부 부재, 개각 압박 등으로 정부 여당이 갈등을 능동적으로 풀어갈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될 대학별 의대 증원 인원이 이미 발표되지 않았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국민 피해가 커지고 있는 의료 현장도 마냥 방치할 수 없다. 뻘밭에 왜 발 담그려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은 정치적 계산과 이해득실을 떠나 국민 고통에 마음을 열어 '중재'를 자임하길 요청한다. 총선 민의였다고 민주당이 거듭 강조해온 '협치'의 물꼬를 틔우는 일이기도 하다. '협치'는 일방적 요구나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거야가 정부 여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 민의를 받드는 게 몸집에 걸맞은 성숙한 자세다. 이게 의사 편도 정부 편도 아니고, 이재명 대표가 총선 직후 약속한 '국민의 충직한 도구'로서의 마땅한 책무이지 않겠는가.
[사설] 돌파구 안 보이는 지역 고용시장, 손 놓고 있어선 안 돼
올해 대구경북 인력 채용이 줄어들며 고용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 1분기 대구와 경북지역 정규직 채용 공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4%, 15% 감소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중하위권이다. 채용 공고가 늘어난 곳은 충남(24%·1위)을 비롯해 전북·경남·세종·인천 5곳이다. 충남은 삼성 등 대기업이 입주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최근 채용이 늘어난 결과다. 반면, 우리 지역은 좁은 문의 대기업은 물론 그나마 들어갈 만한 강소기업 일자리도 부족한 실정이다. 채용 공고가 가장 많은 곳은 역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전체의 77.9%에 이른다. 심각한 일자리 불균형이다. 임금 격차 또한 커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역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널린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런 상황을 대구경북 기업들이 모를 리 없지만 현재로선 인력을 고용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경기 불황 때문이다. 지역의 어느 기업인들 지역 인재를 많이 뽑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작금 중동발(發) 전쟁 리스크도 우리 청년들에게 우울한 뉴스다. 국내 경제의 전방위적 침체가 우려되면서 지역 고용시장은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힘들 때일수록 대구경북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 기업도 어려움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인재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주길 바란다. 아울러 정부의 고용 장려 지원책도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게끔 실질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하프타임] 화려한 교육 정책보다 중요한 것들
교육 관련 기사를 쓴 지 이제 두 달째가 됐다. 기자 생활이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교육 담당은 완전히 처음이어서 많이 낯설다. 교육 관련 자료에 나오는 전문용어도 어렵고, 숫자는 또 얼마나 많은지…. 내가 서툴러서 기사를 잘못 쓸까 봐 늘 전전긍긍이다. 밥솥 사용법이나 운전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나는 지금 자신이 없다. 맛있는 밥 짓는 법을 터득하려면 혹은 운전을 잘하게 되려면 시간이 걸리듯, 괜찮은 교육 기사를 쓰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교육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역량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기자가 지난 두 달 동안 교육 관련 기사를 쓰면서 직관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 그 느낌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모순'이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모순'의 뜻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또는 두 가지의 판단, 사태 따위가 양립하지 못하고 서로 배척하는 상태.' 무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어쩌면 '모순'은 '위선'과도 참 닮아있는 단어다.이 나라의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참 모순적인 것 같다. 최근 기자가 다룬 교육 관련 기사들을 보면 그러하다. 지난달 기자는 사교육 카르텔 관련 기사를 쓰며, 입시 불공정 문제에 대해 보도했다. 얼마 전에는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기사도 썼다. 오랜 시간 동안 교육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진화를 거듭해온 것들이다.우리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이런 것들을 배운다. 반칙하면 안 되고, 남의 것을 탐하면 벌 받고, 약한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되고, 경쟁은 공정해야 하며, 법과 원칙은 지키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실제 교육 현장, 그리고 우리 사회와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배운 것과 반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교육계의 이슈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모순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근 한 지인이 기자에게 말했다. "학생들의 안전과 공정한 경쟁을 위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어른이 돼 마주하는 세상은 또 어떤가. 어른들의 그릇된 가치관과 욕망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 나라 교육의 어딘가는 늘 썩어 있을 것이다."그 지인은 지금 우리 주변, 네 주변을 보라고 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세상 안에 반칙과 꼼수, 부조리가 판을 치고 있지 않느냐고. 지인의 말이 맞았다. 교육계에서 마주한 불공정과 학교 폭력 등은 어른들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세상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니 말이다. 이는 곧 단편적으로 교육계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본들 한계가 있다는 의미였다. 그걸 깨닫고 각성을 하게 됐다. 이제 앞으로 내가 할 일들이 분명해졌다. 여태껏 수많은 기사를 썼지만, 기사로 '이게 문제다, 저게 문제다' 지적해 본들 한계가 있다. 기사만 쓰는 게 아니라, 나도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 업계의 평판 때문에, 혹은 겁이 나서 조심했던 부분들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싸우기로 했다. 그게 기사와 현실 사이의 모순, 또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 사이의 모순을 극복하는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교육 당국에서 발표하는 정책들은 참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정책이 시행되는 환경이 공정하지 못하거나 때론 썩어 있다면 그것만큼 지독한 모순이 또 있을까. 노진실 사회부 차장노진실 사회부 차장
[단체장의 생각:長考] 상주가 '모자'와 '만화'를 주제로 축제를 여는 이유
지역 축제는 지역의 특색과 문화를 홍보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축제가 너무 많아지고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효과가 반감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지역 축제가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되지 못하고, 단순한 소비와 유희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축제는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야 할까.우선, 지역 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역사를 살려 독창적이고 주민이 참여하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전북 임실군의 N치즈축제는 임실만의 차별화된 임실N치즈라는 고유 콘텐츠와 치즈 테마파크를 조성해 전국에서 유일한 치즈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볼거리, 먹거리, 살 거리, 체험 거리가 풍성하고,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아서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반면, 축제의 콘셉트와 상관없이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를 동원하거나 다른 지역과 비슷한 축제를 열면서 정체성을 잃는 경우는 피해야 한다.둘째, 지역 축제는 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역 축제는 단기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지만, 지역의 인구 감소와 쇠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역 축제는 지역의 매력을 알리고 관계인구를 확대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셋째, 지역 축제는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지역 축제는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소개하고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전남 함평군의 나비축제는 생태축제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축제다. 이 축제는 나비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과 전시를 통해 나비의 생태와 문화를 알리고, 나비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반면, 축제를 통해 동물이나 식물을 대상화하거나 파괴하는 경우는 지양해야 한다.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장이 되어야 한다.지역 축제는 지역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높이고 지역발전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역 축제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지역 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역사를 살리고, 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역 축제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상주시라고 다르지 않다. 독창적이고 참여적인 축제와 관계인구를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과 만화축제다. 지난해 개최한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하지 않은 축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점하고 '모자'라는 세계인 공통의 소재를 이용하여 축제로서 지역 경제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힘써왔다. 처음부터 성공이 보장될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저 가능성을 보고 만들어갔다. 상주시는 지난해 그런 가능성을 확인했다.만화축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준공한 만화특화 시립도서관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동되고, 그곳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외지에서도 찾아오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일본 다케오시는 인구 5만명의 소도시지만, 시립도서관 하나가 연간 100만명의 방문객을 창출했다. 우리도 이와 같다. 일본 고치현의 만화 고시엔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전국의 청소년과 가족들이 찾아오는 상주를 만들어 가는 게 목표다.강영석 상주시장강영석 상주시장
[박재일 칼럼] 이준석의 귀환
3년 전인가 신문사 로비에서 만난 이준석은 당당하면서도 지쳐 보였다. "당선될까요?" "글쎄요. 반반이라 봐요." 반반이면 50%인데 살짝 놀랐다. 30대 제1야당 대표가 출현할 수 있다는 데 내심 놀랐다. 대구에서 도와주면 된다고 했던 그의 말은 실현됐다. 당내 3, 4선 중진들이 모두 나가떨어졌다. 정치권에도 드디어 MZ식 새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걸까. 36세 야당 당수는 집권당 당수로 이어졌다.3년 뒤, 이준석은 경기도 화성을에 출현했다. 4번째 국회의원 도전이다. 서울 노원구에서만 3번 떨어졌다. 이번에도 모두 어렵다고 했다. 근데 인상 깊은 장면이 선거 막판에 나왔다. 이준석 모친이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기도 한 '어머니 김향자'는 이렇게 말했다. "준석이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때 아들 앞에서 내가 '힘들지' 하면 우리 아들이 무너지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아무 일 없는 듯 밥해주고…그리고 나와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3시간을 울었다." 동영상을 보는 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난 '아들 이준석이'가 드디어 금배지를 달 것이라 예감했다. 인요한이 말했던가. 이준석은 부모 교육 잘 못 받았다고. 그 대목이 떠올랐다.홍콩 인근 심천에서 사업을 하는 중학교 동창 친구가 카톡 전화를 걸어왔다. 예의 한국 선거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이런저런 문답 끝에 동창이 대뜸 말한다. "난 이준석이가 이번에 꼭 됐으면 한다." 왜냐고 반문하니 "신세대가 정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무엇보다 이준석이가 양향자(삼성전자 출신)와 3시간 동안 나눈 반도체 대담에 매료됐다. 그 토론에는 정치는 없고 오로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치열함이 있다. 어느 정치인이 그런 지식을 현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가." 내 친구는 성대 공대를 나온 공학도다.이준석을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들은 그가 '싸가지 없다'고 한다. "건방지게, 싸가지 없이", 이는 한국 사회 특유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버릇이다. 노총각 이준석은 성접대 논란에 올가미가 씌워져 방출됐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운 행보가 결정적이라는 것이 정설일 게다. 이준석은 '환자(patient)'는 서울(용산)에 있다는 도발적 발언까지 했다.지난해 연말 이준석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조건을 달았지만 탈당의 불가피함을 예고했다. 결행 날짜를 12월27일로 못 박았다. 정치를 시작한 날이라나. 난 그의 실패를 예감했다. 전직 당 대표가 기껏 '천아용인' 소수파로 뛰쳐 나가봐야 허허벌판일 텐데…수모를 감수하고라도 본진을 지키는 것이 정치의 실리인데….한 달 전 서울 가는 길에 경부고속도로 동탄을 지나쳤다. 허허벌판이던 이곳 화성시 동탄 신도시는 삼성전자를 축으로 천지개벽 된 곳이다. 고속도로 지하구간마저 생겼다. 이준석이 출마했다니 궁금증에 검색했다. 상대는 기자 경력에 현대차 사장 출신 공영운(민주당), 삼성전자 공학도 한정민(국민의힘). 만만찮은 구도였다. 노원구에서 3번 떨어진 이준석에게 이런 넋두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이라면 할 수 있는 일(선거운동)을 다 했어요."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 걸 쏟아붓고도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됐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죽기보다 낙선이 더 싫다는 이준석의 당선, 아마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에게 보내는 헌사(獻辭)일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낭만적인가. 논설실장박재일 논설실장
[단상지대] 삶의 정수에 다가가다
얼마 전 어떤 조직에서 경력변호사를 대거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았는데 조건이 좋았다. 신입도 아니고 경력인 데다가 내가 했던 일과 관련이 있어서 나는 관심을 가지고 공고를 읽었다. 지원자의 나이 조건이 40세까지이니 지원 가능 나이도 넉넉하고 적절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던 중 현실타격감이 왔다. 내 나이가 47세인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흥, 경력이면 50세까지는 뽑아야지.'며칠 후 나는 문득 오랫동안 미루던 조혈모세포 기증(골수 기증)을 결심했다. 예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한 적이 있었는데, 조혈모세포 기증의 경우 입원해서 채취하고 회복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 등록은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이라고 되어 있었다. 해가 바뀌어도 나는 똑같은데 내 나이의 숫자만 관용 없이 더해진다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졌고, 철없는 내가 이쯤 되면 삶의 지혜를 축적했을 것만 같은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나이가 든다는 것이 이렇게 억울한 생각도 들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의 장점도 종종 발견한다. 나이가 들면 유독 꽃 사진을 찍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아침에 아파트 거실에서 밖을 내려다보면 늘 비슷한 자리에서 운동하시는 어머님 아버님들이 보인다. 나는 주로 스쿼트를 하면서 밖을 보는데, 그분들의 직관적인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을 보면 웃음이 나서 자세가 무너지곤 했다. 하루는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펴듯 팔을 펴고는 허리를 90도로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것이다. 퍼득퍼득 거리면서. 날갯짓은 일정하고 엄숙했다. 그런 날갯짓 이외에도 온몸을 일정한 규칙 없이 배배 꼬는 운동도 하셨다.그런데 어느 날 나는 그 족보에도 없는 운동을 따라 해 보았다. 독수리가 날아오르듯 시동을 걸고 큰 날갯짓으로 퍼덕이며 상체를 접었다 폈다 했다. 이 근본 없는 몸짓은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여 유산소 느낌을 줌과 동시에 하체를 강하게 지탱하여 근력운동도 되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새가 나는 듯 명상효과와 마음의 평온까지 느껴졌다. 꽈배기처럼 배배 꼬거나 몸을 꿀렁거리며 예측하기 어려운 동작들을 정적으로 연결하는 이 직관적인 운동은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자극하여 피로를 풀고 스트레칭 효과가 있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앞뒤로 손을 손뼉 치거나 뒤로 가는 어르신들, 특이한 동작으로 몸을 푸시는 분들을 보면 '풋' 했는데 지금은 그게 삶의 정수에 다가가 있는 몸짓처럼 느껴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내 근육을 푸는 것과 편안함만 추구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예전의 나는 놀기로 약속하면 맛있는 것 어떤 것을 먹을지 어디에 갈지 등 계획을 짰다. 무언가를 경험해야 할 것 같고 최대한 신나야 하고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놀았다고 생각되는 날은 자주 오지 않았고 그렇게 놀고 나면 놀아서 기가 털리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목적적이지 않은, 잔잔하고 무색무취한 그런 시간에도 '놀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좋을 때 걷거나 앉아 있는 것, 전통시장을 천천히 걸어 지나갈 때도 놀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하고 작고 평범한 것들, 다른 사람의 인정보다는 내 마음이 채워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이은미 변호사이은미 변호사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이스마일 하니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최근 확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 전쟁의 종전과 이스라엘 인질석방을 위한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이스마일 하니예(62)는 그 협상의 하마스 측 책임자다. 그는 지난 4월10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들 3명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입장이나 결의에 흔들림이 없다고 언명했다. 이스라엘은 그 아들들이 하마스 공작원이라고 했으나 그는 아들들을 순교자라고 치켜세웠다. 지금까지 그의 대가족 중 60명이 이스라엘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지난 공습에 아들들 외에 손자 셋도 함께 희생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동포는 자유와 존엄성을 쟁취하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말도 했다.하니예는 2006년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총리가 되었으나 그 이듬해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었다. 그는 그 해임을 인정치 않았다. 그때부터 웨스트뱅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였으나 가자지구는 총리인 그가 통치하였다. 2014년 두 지역의 통합정부가 꾸려지자 그때 총리직을 내려놓았다. 그때부터 2017년까지 가자지구의 실질적 통치기구인 하마스를 이끈 사람도 그였으며 그 이후로도 정치국 의장으로 여전히 그 지역을 책임지고 있다. 2017년부터 그는 카타르 도하에 거주하고 있으나 가자지구의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일류호텔에서 생활한다고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이집트에서 땅굴을 통해 들어오는 상품에 20% 세금을 매김으로 많은 돈을 그러모아 가자시 경치 좋은 해변에 엄청난 땅과 여러 채의 주택을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 시행한 차기 대통령 적격자 여론조사에서 어느 지역에서든 현 대통령보다 몇 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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