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자유성] 키오스크
키오스크가 일반화된 시대다. 음식점이나 병원, 공항, 버스터미널 등 웬만한 곳은 대부분 무인 주문 시스템인 키오스크가 고객을 맞이한다. 키오스크를 사용할 줄 모르면 매우 불편한 시대를 살고 있다. 얼마 전 인천공항 가는 버스를 이용했었다. 모바일로 예약을 해서 승차권을 창구에서 구매하거나 현장에서 키오스크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버스가 출발했는데 플랫폼에 어르신 한 분이 버스를 타야 한다는 듯 뒤따라오면서 아쉬운 손짓을 했지만, 버스는 정시에 떠났다. 그 어르신이 버스를 잘못 보고 손짓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비행기를 타야 할 처지였다면 매우 곤란했을 것이다.예전에는 시외버스터미널에 버스회사 직원이 나와 승차권도 체크하고 버스 승차를 안내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직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비싼 인건비를 이유로 안내 직원이 사라지면서 종전에 누렸던 각종 서비스는 고객들이 알아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결국, 시대 흐름에 뒤처진 어르신들만 살기 어려워졌다. 친척 중 한 분은 아직도 한글을 모른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 번도 혼자 버스나 기차를 타고 다른 집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못 했다. 집 나서기가 두렵기 때문이었다.지금은 키오스크나 모바일이 어르신들을 문맹으로 만들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는 어르신들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진땀을 빼는 경우가 가끔 보인다. 노인대학이나 어르신 모임에 모바일 기기 사용법뿐 아니라 키오스크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가뜩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에 기본적인 생활마저 불편해 점점 사회에서 소외되는 디지털 문맹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배려해야 한다. 세상은 젊은 사람만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동대구로에서] 대구 경제계 '합의추대' 프레임서 탈피를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요즘 대구상공회의소 차기 회장 선거 분위기가 그렇다. 회장을 선출하는 임시총회는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수장이 누가 될지는 지역의 큰 관심사다. 대한상의 부회장도 겸하기 때문에 그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더욱이 경기불안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이른바 '다중 위기' 속에서 공존 해법을 찾을 새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2명이 회장 선거 출사표를 던졌지만 적극 나서지 않고 눈치만 본다.왜 그럴까. 일찌감치 '단일후보 합의추대'라는 프레임에 가둬놔서다. 경선을 하면 마치 난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를 형성해놓은 것. '경선'이란 말은 사실상 금기어(禁忌語)에 가깝다. 다른 지역 상의선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특정 후보자 지지선언도 없다. 아마 지금도 2명 후보자를 대상으로 물밑 설득작업이 한창일 것이다. 그 원인을 찾으려면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0년 4월 제17대 회장 선거 때 채병하(전 대하통상 회장)·권성기(전 태왕그룹 회장) 후보가 상의회장 자리를 놓고 제대로 붙었다. 16대에 이어 리턴매치였다. 선거구도는 치열했다. 두 후보는 경선 때 자신에게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기업인을 상공의원으로 대거 가입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결국 사달이 났다. 기업인들이 패가 갈려 상대편을 힐난했다. 채 회장(16대 회장)이 또 수장에 올랐지만 반목과 갈등의 정도는 치유불능상태였다. 채 회장은 새 임기(3년)를 시작한 지 8개월만인 2000년 12월 말 자진 하차했다. 사업장 부도, 대구시와의 불화도 있지만 역시나 경선을 치르면서 불거진 기업인 간 갈등이 뼈아팠다. 이 일은 지금도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후부터 대구상의 회장 선거에선 오롯이 '단일후보 합의추대'만 허락됐다. 갈등이 잉태될 여지를 원천차단하고 조용히 선거를 치르는 게 '아름다운 전통'처럼 인식됐다. 이제 '묻지마 합의추대' 방식에 태클을 걸 때가 왔다.기업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당시 '정치적 부대낌'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섬유와 건설 등 전통업종도 지금은 많지 않다. 2차전지, 반도체, 디지털헬스케어, 로봇, UAM 등 신산업이 승승장구하면서 경제지형도가 바뀌었다. 고학력과 합리적 사고가 통하는 2세, 3세 경영인이 많아졌다. 제조업에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시도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고금리, 공급망 불안 등 대내외적 악재 속에도 대구지역 투자는 늘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후 20개월 만에 대구 투자액 규모는 8조원을 넘어섰다. 이 기세가 꺾이지 않아야 한다. 대구 시민은 여전히 '경제적 허기'를 느낀다. 미래지향적인 마인드가 확보되면서도 생산적이고 행동하는 기업인들의 등장을 학수고대한다. 대구상의 회장이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새 경제리더를 제대로 뽑도록 선택의 장(場)이 열려야 한다. 정책 비전 제시는 당연히 해야 하고, 업종의 지역 대표성, 수출 및 연구개발 활성화 의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대구시와의 공조 의지 등 따져볼 게 많다. 하나같이 지역 기업인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부분이다. 합의추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바뀐 기업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탈만 내세우다 보면 미래는 없다. 경쟁 없는 조직은 도태되기 십상이다.최수경 정경부장최수경 기자
[자유성] 피 같은 수액
고로쇠나무·신나무·거제수나무 등의 수액(樹液) 채취가 한창일 때다. 이들 수액은 하나같이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신경통 등 만성질환 뿐만 아니라 술독을 풀고 위장을 튼튼히 하는데도 효험이 있단다.이른 봄에 수액을 채취당하는 나무들은 얼리버드족(Early bird 族), 아니 얼리웜족이다. 이들은 땅이 풀리자마자 뿌리로 땅속의 물을 흡수하고 이 것을 목부의 도관을 통해 가지로 보낸다. 이 때 물의 흡수는 삼투압에 의한 이동이다. 겨울 동안 뿌리는 탄수화물을 비롯해 많은 영양소를 저장하고 있어서 농도가 매우 높다. 농도 차이로 땅속의 물을 빨아 들인다. 빨아들인 물은 어떻게 상승할까? 나무에 잎이 있을 때는 잎 표면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힘을 원동력으로 하지만 이 때는 잎이 나오기 전이다. 수목생리학자들은 물이 상승하는 에너지를 수목 내부의 물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에서 찾는다. 낮에 햇볕을 받아 나무의 체온이 올라가면 이산화탄소가 팽창, 압력이 높아 지면서 물을 상승시킨다는 것. 상승하는 물 속에는 겨우내 저장해 놓은 탄수화물과 질소·인·칼륨·마그네슘 등 나무의 생존에 필요한 무기물이 들어 있다. 나무는 새잎과 꽃을 만들기 위해 이 물질들을 몸 곳곳에 보낸다. 피와 같은 것이다."식물을 가리키며 '이게 몸에 좋은 것'이라는 말을 하면 안됩니다. 듣는 식물은 얼마나 무섭고 기분 나쁘겠습니까?" 수 년 전 식물 관련 강좌를 들을 때 첫 번째 실습지인 달성공원에서 담당 교수가 한 말이다. 살아 있는 나무의 피부를 뚫고 호스를 박아 수액을 채취하는 촬영물을 볼 때 마다 되살아 나는 말이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자유성] 일자리 감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 문제는 국가 재앙 수준이다. 2022년 기준 국내 신혼부부(혼인신고 기준 5년 이내)는 103만2천쌍으로 전년도보다 6만9천쌍 감소했다.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6년 이내에 부산시 인구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지난해 70대 이상 인구는 20대를 처음으로 앞섰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70대 이상 인구는 632만명, 20대 인구는 620만명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를 추월했다. 내년부터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도 예고된 상황이다. 총인구도 줄어드는 추세로 접어든 가운데, 아동복지법상 17세 미만 아동 인구는 10년간 4%나 줄었다. 모든 것이 출생아 감소 탓이다. 2015년까지 43만명대를 유지하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16년 40만명, 2017년 35만명, 2019년 30만명, 2022년 25만명, 지난해 23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사실상 아동 인구 감소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취업 문제와 직결된다. 민간연구소가 다양한 행정 통계를 바탕으로 출생아와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 출생아가 연평균 1만명 감소할 경우 향후 10년간 일자리는 25만 개 이상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를 잃는 곳은 출산과 관련된 어린이집, 교습 학원, 유치원, 초등학교 등이다. 출생아 감소로 시작된 우리나라 인구 감소는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지방 소멸과 직결된다. 만점을 줘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저출산 해법을 하루빨리 찾아야 할 때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월요칼럼] 영화가 선거를 만날 때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된다는 점에서 영화적 상상력은 참으로 놀랍다. 1968년 개봉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등장한 디스플레이 장치는 태블릿PC가 됐고, 1991년 개봉작 '딕 트레이시'에서 선보인 통화 가능한 손목시계는 스마트 워치가 됐다. 최근 암호화폐 월드코인과 관련해 논란이 된 홍채 인식은 22년 전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기술이다. 1963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전 세계 동심을 사로잡은 '우주소년 아톰'은 인공지능, 원자력 모터를 탑재한 로봇에 관한 얘기다. 어디 이뿐이랴. 미래 산업의 총아로 떠오른 상당수 신기술이 실은 오래전 영화에서 이미 구현(?)됐다. 영화의 영향력은 미래에만 귀속되는 건 아니다. '도가니'(2011)는 2000년부터 5년간 광주 한 특수학교에서 교사와 교직원에 의해 자행된 청각장애아동 성폭력 사건을 다뤘다. 묻혀 있던 추악한 진실이 스크린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자 국민은 충격과 분노의 도가니에 빠졌다. 1991년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다룬 '그놈 목소리'(2007), 1997년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을 다룬 '이태원 살인사건'(2009),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1987'(2017) 등 은폐되거나 진실이 불편한 '과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실화 영화는 세상을 바꾸는 지렛대가 됐다. 공소시효 연장, 재수사, 제도 개선 등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영화는 사회구조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도 제공한다. 이소룡 유작 '사망유희'(1978)의 마지막 결투 신은 전형적인 '수직 구도'다. 주인공 빌리(이소룡 분)는 마치 도장깨기 하듯 고수들과 차례차례 대결을 펼친다. 한 층, 한 층 올라갈수록 더 센 강자가 버티고 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장센을 만나게 된다. 반면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설국열차'(2013)는 계층(혹은 계급)이 반드시 수직적으로만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열악한 환경의 꼬리칸에 탑승한 생존자들은 빈곤 해방을 위해 앞칸으로 전진한다. 한 칸, 한 칸 점령할 때마다 더 풍요로운 환경이 펼쳐진다. 평등해야 할 수평적 사회(열차)에도 계급을 구분 짓는 '철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영화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팝콘 터지듯 짧은 시간 내 집단적 공감을 분출시키는 폭발력에 있다. 그래서일까. 총선 사상 유례없는 '영화전쟁'이 지금 장외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개봉된 '서울의 봄'(누적 관객수 1천312만명)이 불을 붙인, 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정치영화가 올 들어 다큐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DJ를 다룬 '길위에 김대중'과 이승만을 다룬 '건국전쟁'이 각각 12만명, 113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며 상영 중이다. 정치 성향이 다른 두 다큐가 맞대결하는 양상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달 하순에는 12·12사태를 다룬 '서울의 봄' 뒷얘기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1980'이 개봉된다. 영화가 '이념의 전쟁터'가 됐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렵지만, 선거를 앞두고 정치색 짙은 영화가 쏟아지는 데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정치권의 경쟁적 '관람 인증'은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고 있어 사실상 국민을 갈라치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에선 심리적 내전 상태에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30% 보수 성향의 국민과 또 다른 30% 진보 성향 국민 간 간극이 영화로 더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 달 뒤 총선에서 여야 간 승패가 갈리겠지만, 보수와 진보 간 '역사의 화해' 없이는 그 누구도 승리했다 하지 못할 것이다. 변종현 경북본사 본부장변종현 경북본사 본부장
[조진범의 시선] 파렴치한 국회의원 특권, 더이상 안된다
정치인들은 때로 '국민의 머슴'임을 자처한다. 선거철에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4·10 총선을 앞두고도 심심찮게 나온다. "국민의 지배자가 아니라 머슴"이라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한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말인데,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없다. 으레 그러려니 할 뿐이다. 단언컨대 국회의원이 국민의 머슴인 적은 없다. 선거만 끝나면 머슴은커녕 '상전'이 된다. 상전도 보통 상전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을 보면 기가 차다. 서민들은 꿈도 못 꾼다. 국회의원 특권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180개가 넘는다.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은 대표적이다.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의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 게 국회의원이다. 막말로 상대방의 명예에 치명적 타격을 가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 석을 공짜로 이용한다. 인천국제공항의 귀빈실과 귀빈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한다. 보좌진을 9명 둘 수 있고, 의원 사무실 지원 경비로 1억원을 받는다. 후원금으로 매년 1억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을 챙길 수 있다.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5천만원이지만, 이런저런 혜택을 합치면 실질 연봉은 5억원이 넘는다. 직업도 매력도가 최상이다. 기를 쓰고 국회의원이 되려는 상황이 이해가 되는 특권들이다. 최근 한 언론에서 인터뷰한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최연혁 교수에 따르면 "스웨덴 정치인들은 특권을 누릴 생각이 없다. 국민도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력한 총리 후보였던 여성 정치인이 주차 위반 문제로 낙마한 사례도 소개했다. 작은 스캔들에도 연루되면 스스로 옷을 벗기 때문에 국회 윤리위원회를 열 필요도 없다고 했다. 중대범죄를 저질러도 온갖 변명으로 빠져나가려는 한국 정치인과 비교하면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다.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입법으로 가능하다. 국회의원이 변해야 한다는 것인데, 기대하기 힘들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선거 때 중요한 문제인 것처럼 다루지만, 금세 '자신들의 특권 리그'에 방어벽을 친다.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것이냐'는 외침에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정치적 문제로 맨날 싸우면서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는 기민하게 단합한다. 국회의원 특권만을 보더라도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정치는 실패했다. 정치의 실패는 곧 말의 실패다. 말이 실패한 것은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게 국회의원들이다. 조선시대 양반을 비판할 때 언급되는 '권력 투쟁에 몰두하면서 교묘한 도덕정치의 말로 위장하는 무리들'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국회의원에게만 맡길 수 없다. 때마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개혁'을 약속했다. 불체포 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을 공약했다. "국회의원의 직업적 매력도를 하향하겠다"고도 했다. 부족하다. 180여 개에 달하는 국회의원 특권을 그냥 두고 정치 개혁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을 보면 공직 등을 마치고 '권력이나 한 번 잡아보까'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TK(대구경북)가 특히 그렇다. 오죽하면 '고관대작 정치'라는 말이 나왔을까. 권력 보다 사회적, 정치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국회에 모으려면 우선 특권 폐지 전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분위기는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특권 폐지당(가칭)이 창당될 움직임이고, 한 시민단체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촉구라는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국회의원을 머슴으로 부리겠다는 '국민적 각성'이 절실하다. <편집국 부국장>조진범 편집국 부국장
[미디어 핫 토픽] 충전하는 시대
대구지역 화폐인 '대구로페이'는 충전할 때 7% 할인된다. 10만원을 충전한다면, 실제로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금액은 9만3천원이다. 처음에는 10%를 할인해줬다. 플라스틱 카드가 있을 땐 학부모들이 아이에게 쥐어주고 학원에 보내 학원비를 결제하는 데 많이 썼다고 한다. 인기가 많다 보니 소진이 빨리 되기도 한다. 그래서 월초에 미리 충전해놓는 이도 적지 않다. 온누리상품권도 모바일 앱으로 충전해두고 사용한다. 대구로페이와 마찬가지로 충전 시 할인된다. 할인 폭은 10%다. 다만 온누리상품권인 만큼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다.스타벅스 선불카드는 미리 충전해두고 '사이렌오더'로 미리 주문해 놓을 수 있다. 그럼 주문하는 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선물로도 인기다. 뭘 선물로 줄까 고민할 땐 역시 스타벅스 커피 모바일상품권이나 이 선불카드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만족하는,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선물이 됐다. 충전한다고 할인이 되진 않지만 '가심비'로는 이만한 게 드물다.건전지를 충전하기도 하는데, 충전지라는 건전지가 따로 있다. 보통 사용하는 일회용 건전지는 망간·알카라인 건전지이며, 니켈 2차전지가 다회용 건전지인데, 흔히 '충전지'라고 한다. 5년간 700번 충전해서 쓸 수 있다고 하니 경제적이다. 게다가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니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최근 '충전'이라는 낱말이 가장 많이 쓰이는 때는 전기자동차가 아닐까 싶다. 전기차는 늘어나는데 혜택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 충전공간이 부족하니 전기차주끼리 눈치를 주기도 한다. 전기차주들은 '집밥'과 '회사밥' 모두 가능해야 전기차를 탈 만하다고 한다. 집밥은 아파트 주차장이나 집 근처에서, 회사밥은 직장 근처에서 충전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충전의 편의성이 핵심이다.바야흐로 충전의 시대다. 충전이란 낱말은 여러 곳에서 쓰인다. 요즘 휴대전화에는 배터리의 과(過)충전을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잔량이 85% 이상이 되면 충전을 중단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전기차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다. 충전 중 폭발했다는 휴대전화와 전기차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의 한국사회는 갈등이 과충전된 것처럼 보인다. 정부와 의사가 대립하고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공천을 받은 자들과 공천권을 쥔 자들이 서로 헐뜯는다. 갈등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지만, 과하면 이렇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 이해는 부족하다. 충전의 시대, 이해는 충전하고 갈등은 조금 덜 충전하면 어떨까.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자유성] 사이버레커
요즘 직장인 사이에서 나도는 2대 허언이 "퇴사할 거다"와 "유튜브 할 거다"라고 한다. 빈말이라지만 1인 미디어 시대를 사는 직장인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 사실 지금은 누구나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만의 미디어를 만들어 유통시킬 수 있지 않은가. 알다시피 1인 미디어는 잘만 하면 경제적 보상이 뒤따른다. 너도나도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나이가 어릴수록 선망의 대상인 모양이다. 지난해 교육부의 초등학생 희망 직업 조사에서 '크리에이터'가 3위에 올랐을 정도다. 조만간 운동선수, 교사 직업을 제칠지도 모를 일이다. 1인 미디어가 각광 받는 만큼 사회적인 부작용도 만만찮다. 가장 큰 문제가 가짜뉴스 범람이다. 특히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유명인이나 연예인의 가십, 루머를 악의적으로 짜깁기한 영상물이 범람하고 있다. 이 같은 저질 영상물을 주로 유튜브에 올려 돈벌이를 하는 부류를 '사이버레커'라고 한다. 사설 레커(견인차)처럼 사고 발생 현장에 난폭하게 몰려드는 것을 빗댄 신조어다. 사이버레커는 남의 불행과 고통을 먹잇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양아치보다 나을 게 없다.사이버레커 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해악에 비해 처벌은 그야말로 솜방망이다. 무엇보다 법적 장치가 미약한 게 문제다. 1인 미디어는 언론이나 방송에 속하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또 유튜브 등 플랫폼 서브가 해외에 있어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렵다. 설사 가짜뉴스나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처벌돼도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에 그친다. 이래서는 사이버레커의 발호를 막을 수 없다.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D-30 다섯 장면
하나. 한동훈이 이재명에게 TV 토론을 제안했다. "원하는 시간, 원하는 방송사에서 김어준 사회도 상관없다"는 도발적 제안이다. 대통령은 감추고 '이재명 vs 한동훈' 구도로 선거에 임할 의도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이슈화하면서 정권 심판론을 무력화하는 양수겸장의 수다. 제안은 거절됐다. 되받아친 '정청래-김건희 1대 1 토론'은 설익은 장난기가 다분하다. 조국이 숟가락을 얹었다. 한동훈 만남을 요청했다. "따님 입시 비리 11개가 모두 무혐의 처리된 것에 관해 물을 것"이라 했다. 민주당의 표적은 분명하다. 숨은 대통령을 여하히 재소환해 국정 심판대에 올려놓는 일이다. 과연 '정권 심판론'이 다시 작동할까. 곡돌사신(曲突徙薪), 화를 막기 위해 아궁이 근처 나무를 이미 딴 곳으로 옮긴 뒤다. 그렇다고 정권심판론이 사라진 건 아니다. 후보들은 한동훈과 찍은 사진을 더 선호한다. 예전만 못하지만 '정권 심판론'은 여전히 총선 제1 승부처다.둘. "160석"이라 호언한 후보를 엄중 경고한 한동훈, 공천 반발에 "탈당하든 입당하든 자유"라고 한 이재명. 오만하면 진다. 공천 국면에선 '갈등 관리'가 중요한데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으로 아픈 곳을 헤집으면 어떡하나. 보수조차 한동훈이 꺼낸 '운동권 청산'을 이재명이 앞장서고 있다고 빈정댄다. 탈당파가 박빙의 지역에서 3자 구도를 만들면 민주당은 필패다. 임종석 잔류로 한숨 돌렸지만 바닥은 멀었다.셋. 이재명이 마주한 '조국신당' 고차방정식. 거리를 두던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했다. 조국신당 지지율이 예사롭지 않다. 최고 21.0%까지 떴다.(미디어토마토·5일) 두 사람이 만나 "윤 정부 심판에 한 뜻"이라 외쳤다. 시너지가 클까 리스크가 클까. 조국 신당의 존재는 윤(尹)도 싫고 이(李)도 싫어 투표를 포기할 사람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한다. 예기치 않은 변수다. 이재명 가고 조국 온다? 대체재로서, 미래권력으로서 입지 하기엔 조국의 강이 간단치 않다.넷. '의대 증원'에 국민 80% 가까이 찬성하더라도, 이게 국정 수행 '긍정' 평가 이유 1위에 등극한 건 뜻밖이다. 기존 1위 '외교 안보'를 2배 차 이상 따돌렸다. 화물연대 파업 때 그랬다. 2022년 8월 24%까지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이 12월 36%까지 올랐다.(한국갤럽) 작금의 변화도 경이롭다. 한 달 만에 29%(2월)→39%(3월)로 치솟았다. 후퇴 없는 전진? 피해가 국민 개개인의 것이 되는 순간 모든 게 달라진다. 국민 고통을 담보로 한 호재는 지속적이지 않다. 리스크가 큰 모험을 선거 앞두고 마냥 즐길 수 없다.다섯. 대선 후 24개월 이전 선거 모두 여당이 승리했다. 이번엔 '3년 차' 마법이 걸렸다. 25개월 차 총선. 2년 차에 가까운 3년 차다. 이 정도면 여당 밀어주기 여론이 작동한다. '국힘 상승' '민주 하락'은 부정할 수 없는 추세다. 강서구청장 보선도 여론조사와 달랐다고? '개딸'의 공상이다. 다만 주목할 게 있다. 중도층 여론이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서 중도층의 긍정 응답은 20%대, 부정 60%대가 오랫동안 유지한다. 중도층, 청년층에서의 지지율 반향 부재가 상승 고점에 제동을 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리얼미터 분석)4년 전 선거 당시 5% 내 승패가 난 게 40곳, 10% 내는 39곳이었다. 79곳이 10% 미만으로 명암이 갈렸다는 의미다. 남은 한 달, 10% 정도는 왔다 갔다 할 넉넉한 시간이다. 선거는 지금부터다. 논설위원논설위원
[취재수첩] 학교운영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
최근 학교 자율화 확대 등 단위학교 중심의 교육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단위학교 책임경영 체제의 기틀을 마련하는 제도 중 학교운영위원회 역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1995년 후반기 시범학교 운영을 시작으로 1996년에는 시 지역 이상의 국·공립학교에서부터 시작됐다. 2000학년도부터 모든 사립 초·중·고교에도 설치가 의무화돼 명실공히 단위학교 차원의 자치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의 요구를 학교 교육에 적극 반영해 학교 운영에 대한 정책 결정의 민주성·합리성·투명성을 높이고,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개별학교의 실정과 특색에 맞게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초·중교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와 교사 간 이해관계가 적기에 학교 운영의 자율성 부족,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요구나 의견 반영 통로 부재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서의 본래 기능이 나름 잘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 학교운영위원회는 '대입'과 직결되면서 '내 자식 챙기기'의 수단이 되거나 학교의 독단에 따라 운영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최근 경북 성주군 A고교에서 학교 운영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운영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른 B 학부모 위원이 학교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장은 B씨가 운영위원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깜깜이로 내세운 지역위원에게 운영위원장 직을 맡기려 했다 여의치 않자 직전 운영위원장에 한 번 더 운영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권고한 것이다. 결국 학교장과 학부모 위원 간 감정싸움에 이어져 학교 위원들 간 세력다툼 양상으로 번지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학교장은 구성원의 참여와 합의에 따른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민주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며, 교사들은 교육 활동에 있어 학부모들의 상식적 견해에 더해 전문적 식견을 제시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학부모들도 '내 자식만을 위해'가 아닌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라는 자세로, 지역 인사들은 교육 문제는 학교만의 문제라는 인식이 아닌 우리 지역의 발전과 지역 구심체 구축을 위한다는 자세가 요구된다. 학교 현장에서만큼은 정치권과는 차별화된 조속한 해결을 기대해 본다.석현철기자〈경북부〉석현철기자〈경북부〉
[박규완 칼럼] 혁신 사라진 공천…비호감 총선 되나
#1 현상은 언어로 표현된다. 4·10 총선의 공천 내막과 전모도 언어로 투영된다. 민주당을 휘감는 조어는 '친명횡재' '비명횡사' 그리고 '멸문정당' '야바위'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재명 대표를 "전형적인 야바위꾼"이라고 직격했다. 경기 의정부갑의 풍광도 희한하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예비후보와 당 영입 인재 1호 박지혜 변호사의 경선이라니. 문 예비후보는 2020년 총선 때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력이 있다. '정치 세습' '아빠 찬스'의 대명사이자 민주당을 탈당해 해당 행위를 한 후보를 경선에 끌어들인다? 이 지역구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마저 "불공정 경선"이라며 분노했다. 이재명 대선 선대위 배우자실 부실장 출신 권향엽 예비후보를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에 단수 공천한 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인가. 전국 유일의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한 저의부터 미심쩍다.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민주당은 현역 서동용 의원과의 경선으로 방향을 틀었다.친명은 단수공천, 비명은 컷오프 아니면 경선행이 민주당 공천의 큰 줄기다. 당 지도부 우대도 유난하다. 최고위원 및 고위 당직자 23명 중 21명이 경선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친명 정당'을 지향하는 속내가 고스란히 읽힌다. 공천 내홍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이재명 대표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뭉갠다. "공천 갈등 얘기가 나와 당사 앞에 갔더니 아무도 없더라." 이재명의 복심(腹心)이 궁금하다. 민주당은 죽어도 나는 살겠다? #2 국민의힘의 공천을 웅변하는 언어는 '현역불패'다. '현역횡재' '신인횡사' '꼰대남당' 같은 신조어도 등장했다. '고인 물 공천' '세대 정체'란 비아냥도 나온다. 지난해 엑스포 유치 참패는 온 국민에 자괴감을 줬다. 그런데 투표 직전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 오판했던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책임을 묻기는커녕 꽃길을 깔아준 것이다. 친윤 핵심 권성동·이철규·정진석·윤한홍 의원도 단수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주 의원 영입은 정치의 희화화다. 의정활동 하위 20%에 포함돼 민주당서 컷오프 된 인물을 재활용한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맡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공천이 확정된 국민의힘 후보자의 평균 연령은 58세 안팎, 여성 비중은 10% 남짓이다. 20·21대보다 '그림'이 더 안 좋다. 현역 의원 교체율은 20%를 한참 밑돈다. 4년 전엔 현역 43%가 교체됐다. "와이프·아이만 빼고 다 바꾸자"던 인요한 혁신위의 결기가 공허하다. #3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혁신이 없다. 혁신이 없으니 감동이 없고 세대교체도 없다. 이를테면 '3무 공천'이다. 공약·정책에서도 혁신이 실종됐다. 불체포 특권 포기, 구속 의원 세비 박탈 따위의 정치혁신은 침잠한 지 오래다. 후보는 총선 전쟁을 치르는 '절대 무기'다. 여의도 문법을 타파하고 국회개혁을 견인할 주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혁신을 주도하고 그 기운을 전파할 후보는 언뜻 보이지 않는다. 선거는 상대평가다. 게다가 거대 양당 다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말마따나 상대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이 총선 승패를 가를 개연성이 농후하다. 4·10 총선이 '비호감 마이너리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비호감 선거? 지난번 대선만으로도 신물 나는데. 지금도 늦지 않다. 혁신 경쟁, 정책 경쟁, 비전 경쟁으로 총선의 물길을 돌려야 한다.논설위원
[자유성] 남진
지난 1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트로트 가수들의 공연이 있었다. 요즘 인기 있는 신인선, 김용필, 조정민 등이 공연을 했지만 압권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남진이었다. 남진은 공연 도중 "신도극장을 …"이라는 말을 여러 번 하면서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신도극장은 1970년대 '남진 리사이틀'이 많이 열렸던 곳으로, 지금은 사라졌다. 이날 관객 대부분은 신도극장을 알 만한 중장년층이었다.필자가 공연을 보면서 새삼 놀랐던 것은 78세라는 나이가 전혀 믿기지 않았던 남진의 젊음과 체력이었다. TV에 나오는 것과 같은 모습의 얼굴이야 '의학의 힘'을 살짝 빌렸다손 치자. 그런데 나이 든 티가 전혀 나지 않는 목소리, 배도 나오지 않은 반듯한 자세는 놀라웠다. 4곡을 부르면서 관객에게 인사말도 하고 살짝 춤도 추는데, 마지막까지 전혀 숨차지 않는 체력에는 비결이 궁금해진다. 그래서 겉모습은 남진의 누나처럼 보이는 여성들이 그를 보고 "오빠"라며 환호하는 모습은 정겨웠다.104세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강연 활동을 하는 김형석 철학자가 100세 시대의 롤 모델이 된 지는 제법 오래됐다. 남진은 100세 시대의 또 다른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이날 공연만 보면 남진은 90세가 넘어도 무대에 설 것 같다. 지난달 말 나훈아(77)가 올해 4~7월 예정된 전국 순회 공연을 끝으로 은퇴할 것을 시사했기에, 오래 무대에 서는 남진을 보고 싶게 한다. 누구나 병석에서 누워지내는 노년이 아니라 건강하게 활동하는 노년을 꿈꾼다. 남진이 그런 노년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 관리를 잘해서 보통의 많은 사람들도 '또 다른 남진'이 되길 바란다. 김진욱 논설위원
[영남타워] 기업 없는 지방화
지난달 29일 마감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전국에서 11곳이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반도체· 2차전지·디스플레이 분야 7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 이은 추가 특화단지다.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기업 유치 등을 통해 첨단 바이오산업 주도권 확보가 가능해 경쟁이 치열하다.경북도도 지난해 바이오 국가산업단지로 선정된 안동과 연구개발 역량이 뛰어난 포항 두 곳을 묶어 바이오 특화단지 신청서를 냈다. 코로나19 백신 국내 1호 생산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당시 생산을 맡았던 안동공장에서 6일 증설 착공식까지 가지며 경북(안동·포항)의 바이오특화단지 유치에 힘을 보탰다. 경북도는 지·산·학·연과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경북이 바이오 특화단지로 선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바이오뿐 아니라 모든 산업의 기반과 연구 역량이 집중된 수도권에서 이번 경쟁에 대거 뛰어들었기 때문이다.경기도에서만 수원, 고양, 시흥, 성남이 별도로 특화단지를 신청했을 뿐 아니라 인천까지 나섰다. 인천은 안동에 생산라인이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기도 판교 연구소를 이전할 곳으로 거론되는 지역이기도 하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지방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지난해 경기도 용인을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며 이 일대를 2047년까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구축하겠다고 밝히는 등 오히려 '지방화'에 역행하고 있다.정치권은 한술 더 떠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가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권을 '반도체 벨트'로 구축해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기지로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경북을 비롯해 대전, 강원, 충북, 전남, 전북 등 공모 신청 6개 지자체가 바이오 특화단지에 목을 매는 것은 수도권만 선호하는 대기업의 지방 유치 이유가 가장 크다.지방은 인구소멸로 국회의원 선거구조차 짜깁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도권 특히 반도체 벨트로 불리는 경기 남부권은 잇따른 기업 유치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가 17개에서 19개로 2곳이나 더 늘었다.경북의 경우 19대 총선에서 단독 선거구였던 상주는 20대에서 군위-의성-청송과 통합 선거구가 된 뒤 21대 때는 다시 문경과 한 선거구가 됐다. 20대 때 문경-예천과 같은 선거구였던 영주는 21대 때 울진-영양-봉화와 같은 선거구가 됐고, 울진은 이번 총선에서 생활권이 전혀 다른 의성 등과 같은 선거구로 묶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 공고를 내면서 신청 주체를 중앙행정기관과 특별시까지 포함시키며 수도권은 물론 서울까지 허용했다. 여기에 심사 기준으로 첨단전략산업 경쟁력과 인프라·인력 등 첨단전략산업 성장 기반 확보 가능성, 첨단전략산업 및 지역산업 동반 성장 가능성 등을 제시해 지방 지자체의 지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기도가 공모에 4개 기초지자체를 대거 신청한 것도 지방보다 심사 기준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바이오 특화단지는 국무총리 주재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올 상반기 중 지정될 예정이다. 임성수 경북본사 부장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하프타임] 문화예술지원금, 독이 안 되려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달 말 지역 문화예술지원 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한 해 중 지역 문화·예술·관광의 컨트롤타워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 지역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순간이다. 매년 연초 지역 예술인들은 올해 펼치게 될 활동을 위해 관련 서류를 작성해 이 사업 공모에 지원한다. 이밖에 지자체의 지원으로 공연을 만드는 예술인들도 있고, 좀 더 발 빠른 이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한 중앙의 문화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기도 한다.중앙·지역 문화 기관의 지원 사업은 수도권보다 작업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특히 단비와도 같다. 특히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던 때에는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모로 진행되는 사업은 선정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한다. 특히 과거에는 사업 선정 결과 발표를 놓고 불공정성 시비가 자주 일었다. 기자도 이러한 문제를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하기도 했다. 공모가 아니어도 해당 예술단체의 선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제도 개선이 조금씩 이뤄지며 불공정성 시비는 과거에 비하면 많이 해소되긴 한 것 같다. 다만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예술의 특성상 그런 논란의 우려는 여전하다. 심사 문제 외에 중앙·지역 문화기관의 지원사업과 관련된 공연을 볼 때마다 늘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지원 사업으로 무대에 오른 작품이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가"라는 것이다. 기자가 지원 사업으로 진행된 공연을 여러 차례 보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 지역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지역 문화 진흥에 대한 명분은 가져간다. 하지만 그 명분을 넘어서지 못하는 공연에 그친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원사업에 맞춰 작품을 만들다 보니, 연극·뮤지컬과 같은 작품의 경우 이야기 자체가 매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런 이유로 하고 싶은 작품을 하지 못한다며 지원사업에 지원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예술인들도 있다.몇몇 예술인·예술단체들은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우선 지원받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일부 단체의 경우, 이전에 자신이 무대에 올린 작품과 유사한 형태로 작품을 만들어 가며 사실상 '자기 복제'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작품의 완성도는 더 높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떨어지기도 한다. 이는 지역 문화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기도 하지만, 지역 예술인·예술단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이런 공연에 가보면 순수 공연 애호가보다는 지인, 동료 예술인들이 객석 대부분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이렇기에 지원사업으로 무대에 오른 작품 중 실제 관객에게 인정받는 작품은 드물다.심사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보완은 여러 차례 이뤄진 만큼 이제 중앙·지역 문화기관 모두 지원 후 사후 평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지원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실제 예술인·예술단체가 지원사업을 통해 성장했는지를 평가해 지원 사업의 취지를 살리는 데 노력해야 한다. 예술인에게는 창작활동에 대한 간섭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세금으로 이뤄지는 지원사업이기에 이러한 절차는 당연히 필요하다. 예술인·예술단체가 지원사업을 바라보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지원 사업을 지원하기 전 자신의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는지를 우선순위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동대구로에서] 꿈꾸는 도시와 꿈을 이루는 도시
어릴 적 무수히도 많은 프라모델을 조립했다. 미국산 전투기인 F-14톰캣부터 F-15이글, M1 에이브럼스 전차, 항공모함 등 군사용 무기는 물론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을 주로 만들었다. 동네 문방구에서는 정밀한 모델을 구하기 힘들어 명절날 외가인 서울에 올라가서야 원하는 모델을 구할 수 있었다.프라모델은 조립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스티커를 붙이고 색을 입히는 작업을 거쳐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각색의 에나멜 도료가 회색 톤의 플라스틱 쪼가리에 도포돼야 비로소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먼지나 진흙이 묻은 질감, 불에 그을린 모양까지 표현해 낼 때 느끼는 성취감은 해 본 사람만 안다. 지금도 서재 책장에는 수년 전 만든 프라모델 2기가 건재하다. 시너(thinner) 냄새와 함께 어린 날의 꿈을 떠올리게 하는 '프리덤 건담'과 '뉴건담'이 그 주인공이다.TV를 보는 게 오락의 전부였던 그 시절, 프라모델 조립과 함께 공상과학 만화는 설렘 그 자체였다. 2020원더키디, 녹색전차 해모수 같은 국산작품을 비롯해 기동전사 Z건담, 신세계에반게리온, 기동경찰 패터레이버, 공각기동대 등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했다.'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는 장석주 시인의 말에 빗대자면 그 시절 가슴에 로봇 하나쯤 품고 살았는지 모른다.절대 올 거 같지 않았던 로봇과 함께하는 세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건담 같은 거대 로봇의 출현은 시기상조일지 모르지만, 로봇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산업용으로 국한하지 않고 점차 영역을 넓혀 일상에까지 파고든 상태다.특히 대구는 국내 첨단 로봇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4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비롯해 지난해 국가 로봇테스트필드까지 유치하면서다. 이는 1990년대부터 발전한 자동차 부품 산업과 금속·기계 공업 역량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덧 지역에는 로봇 관련 업체만 200여 곳이 넘는다. 더욱이 국가 로봇테스트필드는 정부의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포함된 데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관심을 표명한 터라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렸다. 지난 4일 대구를 찾은 윤 대통령은 "대구의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2족 보행 로봇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일상에서 인간과 함께하는 미래 도시의 모습을 조만간 달성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정부의 관련 정책과 전망을 살펴보면 대구의 미래는 더욱 밝다. 정부는 국내 로봇산업 규모가 5조6천억원에서 2030년 2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년 새 4배 가까이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또 같은 기간 국산화율이 44%→ 80%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핵심기술 확보는 물론 전문 인력 1만5천명을 양성하고 로봇 전문기업 150개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2030년까지 국내 제조·서비스업에 총 100만대의 로봇을 보급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대구는 물론 국내 로봇산업은 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기대된다. 또 비수도권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집적지로 성장 중인 수성알파시티와 시너지는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UAM(도심항공교통) 등 대구의 또 다른 첨단산업의 기반도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대구는 이제 꿈꾸는 도시를 넘어 꿈을 이루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박종진 정경부 차장박종진 정경부 차장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대구권 의대 교수 8명 사직서 제출…정부 대화 촉구에도 의료계 강경한 태도
의협 새 회장 강경파 임현택 당선…'의대 증원 논쟁' 고조 될듯
많이 본 뉴스
오늘의운세
용띠 3월 29일 ( 음 2월 20일 )(오늘의 띠별 운세) (생년월일 운세)
영남생생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