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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누가 리스크인가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작업도 마무리에 한창이다. '비명횡사, 친명횡재'. 민주당 공천의 후폭풍은 요란하다. 내부의 자중지란은 목불인견이다. 친명 인사 중심의 불공정 사천(私薦) 논란이 거세고 공천에서 배제된 비(非)명계 의원들은 탈당 대열에 줄을 섰다. 현역 평가 및 여론조사 기관 선정에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고 비명계가 경선에서 불리한 하위 20% 안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천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진영은 사분오열되고 당은 쪼개질 위기까지 왔지만, 민주당은 무신경하다. 객관적이고 뚜렷한 표심 이동에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만 믿고 총선에서 이길 것이라 철석같이 믿는다. 공천을 통해 보여주려는 민주당의 비전은 무엇인가.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재명 대표는 '151석 다수당'이 민주당의 총선 목표라고 했다. 그 목표는 여전히 유효한가. 당의 색깔을 확실한 '이재명당(黨)'으로 바꾸는 게 우선 순위는 아닌가. 지금의 공천 파동이 불러올 나비효과를 민주당은 알지 못하는 듯하다. '현역 불패, 친윤 불패'.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운 시스템 공천을 통한 잡음 없는 공천을 자랑한다. 공천은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부적절한 인물을 탈락시켜 당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유권자에게 후보를 통해 제시하는 과정이다. 시스템 공천이 필요한 이유도 유권자들이 원하는 국회의원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서다. 21대 국회 4년에 대한 유권자 평가는 냉혹하다. 현역 의원에 대한 교체 요구가 유례없이 높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60%, 국민의힘 지지자의 53%가 현역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당선되길 원했다. 나이, 지역, 지지 정당,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대다수 유권자가 현역 교체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여당 지역구 의원 컷오프는 한 명도 없다. 경선에서도 현역 의원은 거의 승리하고 있다. 공천룰은 현역에게 유리하고 신인이 새롭게 등장할 여지는 많지 않다. 여당 공천의 현역 교체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대에는 현역 45%가 공천을 받지 못했다. 친윤 주류를 포함한 중진과 현역 의원 대부분이 살아남으면서, 희생도 혁신도 없는 무감동 공천이 되어버렸다. 더불어 변화와 책임도 함께 사라졌다. '오로지 잡음 없는 조용한 공천'의 배경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의 재표결이 있다. 국회는 오늘 본회의를 열고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 재표결에 나설 예정이었다. 본회의에서 이탈표가 발생하는 사태를 우려해 현역 의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것을 공천 우선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건희 여사 방탄용 공천'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유권자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각자의 밥그릇만 챙기는데 온갖 꼼수를 동원하는 저들을 보고 있자니, 정치는 무엇이며 민주주의란 또 무엇인가라는 질문만 회의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결국엔 유권자의 몫일 것이다. 꼼꼼하게 후보를 검증하고 정밀하게 정책을 비교하여 표로 심판하는 것. 난장판이 된 정치판을 넋 놓고 바라볼 일이 아니다. 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영남시론] 미래 포항의 운명을 짊어져야 할 '포씨 3형제'
최근 포항에서는 김성근 포스텍 총장의 '포씨삼형제론(浦氏三兄弟論)'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포항의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된 한 포럼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꺼냈다. 이후 지역사회에서 공감이 확산됐고 포스코그룹의 새 회장이 내정된 뒤 더욱 설득력을 얻으면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포씨삼형제'는 '포항시'를 비롯해 '포스코(포항제철)'와 '포스텍(포항공과대학)'을 가리킨다. 김 총장은 포항에는 '포항시' '포스코' '포스텍'이라는 삼 형제가 살고 있으며, 장남은 1949년 시(市)로 승격된 포항시, 둘째는 포스코(1968년 창립) 그리고 막내는 포스텍(1986년 설립)이라 칭했다. 큰 형님인 '포항시'는 시민들의 삶과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또 둘째인 '포스코'는 돈을 벌어서 지역에 기여하는 글로벌기업 역할을 하고 있으며 '포스텍'은 두 형의 배려 속에서 성장한 국내 '빅5' 대학으로 포씨 가문의 미래를 책임지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포씨삼형제론'은 삼 형제가 힘을 합쳐야 포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현실을 명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너무나 간결하고 함축적이어서 이의를 제기할 포항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인구가 50만명 아래로 떨어져 위기를 맞고 있는 포항의 재도약을 실현할 수 있는 주체가 이들 삼 형제라는 것이다. 김 총장은 삼 형제가 포항의 부흥뿐 아니라 지방붕괴 또는 지방소멸의 저지선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6·25전쟁 당시 포항이 낙동강 방어선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한 역사적 사실이 소환된다.지난해 7월 '2차전지 특화단지'에 선정된 포항은 요즘 '철강도시+2차전지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꿈꾸고 있다. 실제로 에코프로 등 지난해 7조4억원 규모의 역대 최고 투자유치 실적을 일궈내면서 기대에 한껏 부응하고 있다. 지금은 포스텍 의대 설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줄어드는 인구가 제일 큰 걱정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둘째 형인 포스코는 2022년 태풍 힌남노 침수피해를 성공적으로 복구했지만 중국발 철강제품 공급과잉과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2차전지도 전기차 수요 둔화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재계 순위 5인 포스코그룹은 삼성·현대·LG·SK 등의 4대 그룹과 달리 본사를 포항에 두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지역사회와 다소 불편한 관계에 있다.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전직 포스코 사장이 새 회장으로 내정된 만큼 그에게는 하루빨리 맏형과 상생을 도모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막내인 포스텍은 최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향후 10년간 1조2천억원에 이르는 투자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대학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매년 1천2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국내외 석학을 초빙하고 연구환경을 대폭 개선해 세계적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목표다. 제2의 건학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김 총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이 돈을 받고 망치면 대역죄인이 된다"는 말로 비장함을 표현했다. 포항제철소 건립 당시 '실패하면 영일만에 몸을 던지겠다'던 박태준 포스코그룹 창업자의 우향우(右向右) 정신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포씨삼형제'는 화려하고 활기찼던 시절의 영광을 다시금 누리고 싶은 포항시민들의 염원에 반드시 화답할 수 있도록 명심해야 한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동대구로에서]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선친은 약주만 드시면 자랑 삼아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정부의 인구정책의 선구자라는 것이다. 은근히 자식 욕심 있으셨지만 슬하에 1녀1남만 둔 것을 두고 '나라보다 먼저 가족계획을 실천했다'는 자기 위안을 하신 것이다.가족계획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던 1960년대 인구 위기는 지금과는 반대 상황이었다. GNP 196위에 불과했던 당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6.2명이었다. 전쟁 이후 폐허 상태에서의 인구증가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오죽했으면 당시 가족계획의 첫 표어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자극적인 문구였을까. 가족계획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20여 년 만에 출산율은 2.83명으로 떨어졌다. 또 2000년까지로 예정됐던 '인구증가율 1%대' 목표를 1988년에 조기 달성했으니 이 정책은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큰 성공은 정책 전환의 적기(適期)를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라는 유통기한 지난 고정관념에 발목 잡혀 급변하는 상황을 인식 하지 못한 것이다.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명으로 떨어졌다. 국가 소멸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공포스러운 수치다. 인구 폭발을 막았다고 샴페인을 터트리기도 전에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는 표어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됐다.이런 상황을 보는 외부의 눈길도 우려의 연속이다.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인구 감소가 14세기 유럽 인구의 절반 가까이 소멸시켰던 흑사병을 능가할 것이라 우려한 '한국이 사라지는가(disappearing)?' 칼럼을 게재했다. 또 미국의 한 대학교수는 공중파 방송에 나와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을 두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 교수의 반응에 더 놀란 건 우리였다.전문가라기보다 인플루언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한국의 저출산 추세가 계속되면 한 세대가 지나면서 매번 인구가 반 토막 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구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존립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한 나라의 국력은 경제력에서 나오고, 경제력은 일정 규모의 인구가 뒷받침이 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헝가리에서 4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사람은 평생 소득세를 면제해 준다. 이탈리아는 2명 이상의 자녀를 낳으면 세금을 모두 면제해 주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우리나라에서 이런 혁신이 가능할까. 대답은 경북의 저출산 대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완전 돌봄과 안심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을 내놨다. 육아와 돌봄 부담을 줄이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꺼내든 마을 단위 공동체 육아와 24시간 돌봄이 혁신적인 이유다. 홍석천 경북부장홍석천 경북부장
[자유성] 행복
사람들은 무엇이든 순위를 매겨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극히 주관적인 '행복'마저도 비교 대상이다. 이미 전 세계인의 행복 수준을 재는 잣대도 여럿 있다. 그중에서 가장 공신력이 있는 게 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다. 150여 개국의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은 이렇다. 우선 국민 1천명이 직접 선택한 삶의 만족도(최저 0점~최고 10점)를 매긴다. 여기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등 6개 항목 점수를 합산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57위로 국가 경제력에 비해선 낮은 편이다.세계행복보고서는 매년 3월20일에 발표된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이날은 UN이 2012년에 정한 '국제 행복의 날'이다. 기념일을 선포했던 그때 총회에서 UN은 "행복은 인간의 목적"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지구 차원의 평등과 가난 구제 등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물론 UN이 전 세계인의 행복 증진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인간의 목적을 행복으로 못 박고, 행복을 계량화하는 건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행복의 개념을 지나치게 표피적이고 단순화한 측면이 있어서다.행복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가 있다. 사람들은 보통 외부 대상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래서 더 많은 돈과 권력, 즐거움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욕망의 빈 잔은 채워지는 법이 없다. 갈망할수록 불만족과 고통만 늘어난다. 동서고금의 현자들은 진실을 안다. "행복과 불행은 같은 것이다. 행복에 목매지 않으면 불행도 없다. 그게 진정한 행복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김기억 칼럼] 방탄의 저주
40여 일 앞둔 제22대 총선 판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큰 표 차로 이기자 당내에서는 '4·10 총선 200석 압승론'이 횡행했다. 반면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100석 붕괴론'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총선에서의 정권 심판론은 더욱 비등했다. 방탄의 틈을 단식으로 메워 구속을 면한 이재명 대표의 당내 리더십은 확고해지는 듯했다. 이 대표의 방탄 성공은 아이러니하게 민주당에 독이 됐다.방탄의 저주는 이렇게 시작된다.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 내홍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친명횡재(親明橫財) 비명횡사(非明橫死)는 민주당 공천의 유행어가 됐다. 공천을 두고 탈당과 반발은 일상이 되고 있다. 느닷없는 단식까지 등장했다. 비명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공천을 사천(私薦)으로 받아들인다. 지난해 9월21일 가결된 '이재명 의원 체포 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은 살생부로 둔갑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 최소 29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무효표까지 합하면 39명이 딴마음을 먹은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표결 얼마 후부터 의원 평가를 시작했다. 최근 알려진 현역 평가 하위 20%로 통보받은 31명 대부분이 이들과 겹친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비밀 투표로 진행됐는데 어떻게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찾아냈는지 신기하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후보로 뽑힌 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때는 그 말의 속뜻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민주당의 이번 공천을 관전하면서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 동의안 가결을 지켜보면서 절대 다수의 의석보다는 어떤 경우에도 체포동의안에 부결 표를 던질 '찐명 의원'들로 짜인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그 다짐을 이번 공천 과정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이 만들어지고 있다.이 대표는 연초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 목표로 "최소한 원내 1당을 차지해야 하고, 목표를 높여 잡으면 151석"이라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너무 겸손한 목표치라는 얘기가 많았다.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방향을 잃고 우와좌왕하고, 대통령 지지율은 30% 초중반을 오락가락하는 터라 여권의 총선 필패론이 의심받지 않을 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총선판 분위기는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민주당의 공천을 둘러싼 내홍이 격화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총선 필패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대표 불출마와 2선 후퇴론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 대표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말이다.만약의 경우지만 이 대표가 구속이 됐었다면 지금 총선 분위기는 어땠을까.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민주당은 친명, 비명을 아우르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극심한 공천 갈등은 없었을 것이고, 정권 심판론은 한층 탄력을 받아 총선 압승 분위기를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정치적 승리인 양 안주하면서 끓는 냄비 속 개구리 신세가 돼 있을 것이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비대위원장이 아닌 특정 선거구의 일개 후보가 돼 국민의힘 위기를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다. 이 대표의 방탄은 민주당에는 저주이고, 국민의힘에는 어쩌면 축복이다.이 대표가 껴입고 있는 방탄 갑옷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해진다.서울본부장서울본부장
[자유성] 사과(謝過)
사과(謝過)의 사전적 뜻은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용서를 구함'이다. 이처럼 사과는 잘못에 대한 '온전한' 시인(是認)에서 출발한다.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근데 '다만' '하지만' '의도치 않게' '불쾌했다면' '상처를 줬다면' 등의 사족(蛇足)을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같은 표현은 '사과할 뜻이 없지만, 상대가 하도 요구하니 사과하는 시늉이라도 내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정치인들의 사과 스타일이 주로 그렇다. 아마 그들은 '사과=정치적 데미지'라고 여기기 때문이리라. 정치인들의 사과 워딩에 '국민에게 죽을 죄를 졌다'는 말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죄송하다'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드물다.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 같은 '유체이탈식' 사과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 짜증이 난다. "이유불문(理由不問), 내 잘못이오" 사과는 이 한마디면 족하다. 깔끔하지 않은가.온 나라를 달군 '탁구 게이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최근 영국 런던을 찾아 선배인 손흥민(토트넘)에게 직접 사과했다. 자신의 SNS에 사과문도 올렸다. "그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깊이 뉘우치고 있다."(잘못에 대한 뼈저린 반성) "앞으로 선배·동료에게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개전의 의지) 그의 사과 워딩은 표면적으론 '사과의 정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스스로의 다짐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강인의 사과를 받은 주장 손흥민도 "나도 내 행동이 충분히 질타받을 수 있는 행동"이라고 사과했다. 역시 대인배(大人輩) 캡틴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월요칼럼] 건국전쟁과 화폐속의 國父(국부)
필자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관심을 가진 것은 7년 전쯤이다. '화폐 속 주인공들의 사랑'을 주제로 특강을 준비할 때, '우리나라 화폐에는 왜 초대 대통령이 없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각 나라의 화폐 속 주인공은 모두 그 나라의 영웅이고 위인이다.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영국 파운드화의 국왕이 그런 경우다. 현재 영국 파운드화에는 엘리자베스 2세가 있지만, 올해 중반부터는 찰스 3세의 초상화가 있는 파운드화가 유통된다.화폐 속 주인공은 그 나라의 가치관도 보여준다. 많은 나라의 화폐 속 주인공으로 건국 아버지가 등장하는 이유다. 미국 1달러에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있다. 미국 연방법은 1달러에 새겨진 인물을 워싱턴으로 못 박았다.중국 위안화의 주인공은 마오쩌둥이다. 중국 공산당 초대 주석이었던 그의 집권기에 일어난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으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모든 위안화에는 마오쩌둥이 있다. 튀르키예의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화폐 속의 국부(國父)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화폐에 등장하는 5명은 모두 조선 시대 위인이다. 100원짜리 동전에는 이순신 장군이, 1천원권에는 퇴계 이황, 5천원권에는 율곡 이이, 1만원권에는 세종대왕,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이 있다. 화폐만 보면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이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조선의 유교가 지배하는 나라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정치적 논란이 되는 근현대사 인물은 화폐 속 주인공에서 배제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그렇다.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이지만 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부정적이다. 3·15 부정선거와 이에 따른 4·19혁명으로 하야한 대통령, 일제 강점기 때 부역한 친일파의 청산을 반대한 대통령, 6·25 때 자신은 서울을 빠져 나갔으면서도 서울시민들에게는 안심하라면서 한강 다리를 폭파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대통령, 독재 등등.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다고는 하는데, 그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이 초대 대통령을 그렇게 인식해 왔다. 2월1일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영화는 새로 발굴한 자료를 근거로 종전과 다른 관점에서 초대 대통령을 다룬다. 한강 다리 폭파 전에 부교를 설치해 민간인은 피란할 수 있도록 했고, 4·19혁명 발생 며칠 뒤 병원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학생들을 위로하는 이승만의 모습에서는 여태껏 진실로 알고 지냈던 것들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 1954년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수많은 미국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면서 카퍼레이드 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건국전쟁'이 우파적 관점에서 만든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영화 속 주장은 사실 확인 차원에서 검증해야 한다. 초대 대통령의 공과(功過)가 있는데, 과(過)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공(功)을 못 보게 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건국전쟁'을 계기로 초대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다시 불이 붙었다. 보수진영의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 목소리도 높아졌다. 동시에 우리나라 화폐에도 초대 대통령이 국부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있길 바란다. 김진욱 논설위원김진욱 논설위원
[자유성] 헬시 플레저 (healthy pleasure)
건강관리를 쉽고 즐겁게 한다는 '헬시 플레저'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열풍에 가까운 수준이다. 예전처럼 이를 악물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통스럽게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가미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SNS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과정과 변화를 수치와 사진으로 공유하면서 다양한 정보와 에너지를 얻는다. 바람직한 건강습관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역시 즐거움의 연장 선상이다.다이어트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범답안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면 된다. 매우 간단하지만 실천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절제와 인내를 강요받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칼로리가 낮은 대체식품에 열광하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선호한다. 관건은 지속가능성이다. 운동이 습관화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100일의 벽'으로 불릴 정도로 만만찮다.재미를 붙이고 효과를 느끼기 시작하면 즐겁다. 제로 슈가제품을 비롯해 칼로리가 낮은 곤약 떡볶이나 두부면 파스타·단백질 음료 등 식이관리를 돕는 식품이 수요에 반응하고 있다. 탄산음료나 커피 대신 차를 마시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 헬시 플레저에 대비되는 개념인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에 길든 사람들이 아직 많다. 안 좋은 줄 알지만 우선 편하고 자기만족이 크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세대를 막론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헬시 플레저 인구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준영 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민주당, 이러다 바닥 간다
#151석?=신년 벽두만 해도 '민주당 과반 이상 확보'에 별 이견이 없었다. 이재명 대표가 '목표 151석'이라 할 때 '부자 몸조심' 정도로 이해했다. 전문가연하는 진보 유튜버들이 '200석'이라 교만을 떨 때도 짐짓 그러려니 했다. 총선 D-50 현재, 그 꿈은 턱도 없다. 선거가 코앞인 어제 민주당 선관위원장과 위원들이 줄사퇴했다. 사달 나기 일보 직전이다.#판세 요동=지난 18일 공개된 여론조사(KSOI) 결과는 변곡점이다. 국민의힘 지지율 44.3%, 민주당 37.2%. 격차 7.1%포인트가 오차범위 밖이다. 지역구 투표에선 44.3 vs 35.9%로 더 벌어졌다. 비례대표 투표에선 무려 12.7%포인트 차가 났다. 민주당이 의지했던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조차 44.7%로 치솟고, 정권심판론(45.9%)도 국정안정론(46.3%)에 역전당했다. 야 편향이라 오해(?)받는 한 여론조사(20일)조차 2주 전보다 국민의힘 5.0%포인트 상승, 민주당 2.1%포인트 하락했다. 뚜렷한 판세 변화다. 두 달 전만 해도 한동훈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절망적 처지를 '9회 말 2아웃 투스트라이크'에 빗댔다.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뒤늦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성원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사죄했지만(20일 국회 연설) 울림이 없었다. '성원에 부응 못 한' 진짜 이유를 알고 있긴 한가. 남의 다리 긁지 말고 당장 그 '진짜 이유'에 메스를 대지 않으면 민주당은 희망 없다.# 韓, I'm still hungry?=국민은 '태도'를 본다. 한동훈 위원장은 "아직도 어렵고 쫓는 처지다. 우린 아직 멀었다"고 했다. '추월'을 '추격'으로 변착(變着)한 한동훈의 레토릭이 돋보인다. 히딩크 마법(I'm still hungry)을 연상시키면서 한때 민주당 주변의 '200석' 호언과 대비됐다. 매끄럽기는 공천도 매한가지. 심각한 갈등 없이 할 건 다 하고 있다. 이삭줍기에 목매던 이준석 신당이 답답해졌다. '오렌지색 점퍼'로 갈아입고 이준석에게 갈 이가 몇이나 될까.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재투표' 전략도 낭패다. 미루고 미루다 남은 마지막 화약고 TK 공천만 잘하면 유종의 미를 거둘 것 같다.'대통령-한동훈'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뚜렷한 건 성공한 '박근혜 대비위'(19대 총선)와 데칼코마니다. 한동훈 나오면 '땡큐'라더니 양당 간판(한동훈-이재명) 간 지지도 격차가 10~20%포인트 정도 나는 건 민주당에 치명적이다. '정권 심판론'에서 '여야 모두 심판론'으로 프레임이 바뀐 것과 무관치 않다.#120석?=그저께 민주당 의총에선 내부 불만이 폭발했다. 정작 이재명 대표는 불참했고, 정청래 수석 최고위원마저 자리를 떴다. 저간의 민주당 사정은 "일부러 지려 하지 않는 한 저럴 수 없다"(송갑석 의원)라고 비판받아 족하다. '지지율 2월 크로스'는 2012년 총선(4월11일) 때와 흡사하다. 그때도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 야당과 싸우는 한동훈, 친문과 싸우는 이재명. '문명(문재인·이재명) 파괴는 총선 폭망'(최재성 전 의원)의 길이다. 당 핵심 관계자조차 "이런 추세라면 120석도 못 건질 것"이라 한다. 답답했던지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가 또 나서 '이재명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사실 '마지막 경고'로 들린다. 3월 꽃바람 불면 백약이 무효다. 논설위원이재윤 논설위원
[자유성] 대학통합
학령인구 감소로 문을 닫는 초중등학교가 늘어난다. 대학도 신입생의 급격한 감소로 구조조정이나 폐교로 치닫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지방의 대학이나 전문대학의 생존환경은 심각하다. 입학 철이 되면 대학교수들은 고등학교로 달려가 신입생 유치에 온갖 능력을 동원해야 한다. 신입생 충원율이 대학 사활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최근 숭실대와 전문대학인 문경대가 지역산업 맞춤형 인재양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손을 잡았다. 두 대학이 통합을 향한 행보를 시작했다. 통합 제안은 대학 당사자가 아니라 의외로 신현국 문경시장이었다. 서울 밖의 캠퍼스가 없는 숭실대는 문경시가 제시한 통합안에서 발전 방향을 찾았고, 상황이 더 어려운 문경대는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시도야 어쨌든 두 대학의 통합은 상생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문경시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숭실대와 문경대를 통합해 의료·건강·스포츠 분야를 특성화하고 K-콘텐츠 등을 접목한 글로벌 캠퍼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면의 뜻을 읽자면 의과대학이 없는 경북 북부지역에 의료계열 학과를 신설하고 국군체육부대 등과 연계한 스포츠와 건강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대학의 통합도 쉽지 않고 의과대학의 신설은 더욱더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문경시와 숭실대는 통합의 시너지와 다양한 인맥, 지역공동체의 열렬한 지원을 바탕으로 계획을 추진할 작정이다. 인구소멸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는 문경시민들의 비장한 각오는 응원군이 될 것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박규완 칼럼] '무능 리더십'의 장기집권
#1 군왕의 리더십을 얘기할 때 으레 등장하는 인물이 세종과 정조다. 또 고려 하면 창업자인 왕건과 광종, 공민왕 정도만 인구에 회자되지만, 11대 왕 문종은 '고려의 세종대왕'이란 수식(修飾)이 아깝지 않은 현군이다. 양전보수법을 제정해 전답의 세율을 정하고 녹봉제를 시행하는 등 내치 기반을 다졌으며, 대외적으론 조정의 진면목을 발휘했다. 북변에 침입한 동여진을 토벌한 후엔 회유책으로 평정했다. 송나라와 친선을 도모하고 선진문화를 수입해 당나라 현종 시대에 버금가는 고려의 문화 황금기를 열었다. 이를테면 '조율의 리더십'이다. 고려사는 "문종 재위 땐 창고에 곡식이 쌓였고 집집마다 살림이 넉넉하였으며 나라는 부유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학문을 좋아하고 서예에 능했으니 문종(文宗)이란 묘호가 절묘하다. 대각국사 의천이 문종의 아들이다.#2 '경영의 신'이란 타이틀이 어울리는 경영자, 리더십의 특장(特長)을 고루 갖춘 지도자라면 잭 웰치를 빼놓을 수 없다. 잭 웰치 리더십엔 속도, 혁신, 단순함, 자신감 등이 공식처럼 따라붙는다.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침몰 직전의 거함 GE(제너럴 일렉트릭)를 살려냈으며 4천% 성장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왜 글로벌 기업과 대학들이 잭 웰치의 '경영 코드'와 '혁신 기법'을 신봉하고 연구했을까.잭 웰치가 '위기극복 리더십'의 표상이었다면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리더십 요체는 '미래 통찰'이다. 1983년 이병철의 반도체 사업 진출 선언은 한국 기업 100년사의 퀀텀 점프 순간이었다. 2020년 전경련이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6·25 전쟁 발발 후 70년간 우리 산업사의 최대 업적으로 삼성의 반도체사업 진출(64.2%)을 꼽았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지혜로운 지도자는 미래를 읽어 현재의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과대망상증이란 비아냥을 들어가며 반도체 투자를 결단한 이병철의 경영철학이 바로 '미래 읽기'다. #3 경질된 클린스만의 리더십은 아예 '색깔'이 없다. '무전술 방임' 축구였으니 말이다. 무능, 불성실, 무책임의 조합이라고나 할까. 한데 클린스만 선임을 주도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계속 자리를 지킨다? 자가당착이며 꼬리 자르기 아닌가. 사퇴는커녕 내년 초 4연임에 도전할 거란 말이 나돈다. 불감청 고소원? 정몽규 회장의 리더십은 클린스만을 빼닮았다. 무능, 무책임에 독선과 불통을 더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하고, 쓴소리하는 김판곤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자리에서 밀어냈다. 김판곤 전 위원장의 말은 구구절절이 옳다. "대표팀 감독 선임보다 중요한 게 운영과 관리다. 훈련과 경기에 대한 리포트를 받아 피드백을 줘야 한다.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정 회장은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정몽규 체제 11년간 축구협회는 행정·경영·외교에서 뒷걸음쳤다.무능한 지도자의 장기집권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리가 대통령 5년 단임을 헌법으로 못 박은 이유이기도 하다. 세종이나 고려 문종 치세의 5년은 너무 짧겠지만 연산군 치하라면 5년이 길디길다. 3연임만으로도 정몽규 회장의 분에 넘친다. 영화 '친구'의 대사가 불현듯 떠오른다. "고마 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논설위원논설위원
[영남타워] 2천명 증원 근거 밝혀라
전공의와 의대생, 의사들은 의대 정원 증원을 무작정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증원은 하되 속도를 조절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3천58명에서 65%(2천명)를 한꺼번에 늘린다면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의대생은 "5천원인 짜장면값을 갑자기 8천원으로 올리면 어느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했다.정부가 10년 후 의사 1만명 안팎이 부족할 것이라며 매년 2천명씩 늘려야 하는 이유로 공언하고 있지만, 그 근거는 모호하다.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2021년), 신영석 고려대 교수(보건대학원·2019년), 홍윤철 서울대 교수(예방의학과·2020년)의 연구를 근거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연구 보고서 어디에도 2035년에 의사 1만명가량이 부족하니 내년부터 5년간 2천명씩 의대생을 증원해야 한다고 못 박은 내용은 없다. 정부의 누군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2천명을 도출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이들 보고서는 '소아과' '산부인과' 등 기피 과목에 대한 유인책과 농어촌 등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공공의료 확충 방안을 핵심으로 다뤘다. 서울대 홍 교수도 21일 뉴스 채널에 출연해 "지역 간 의료 불균형에 관한 보고서인데, 빠져 있어 아쉽다"고 했다.무엇보다 정부 스스로도 얘기하는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라는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정책을 펴면서 연구용역 하나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껏 내세운 게 수년 전 KDI와 대학 교수진이 발표한 연구자료뿐이다. 이마저도 저자로부터 의대 증원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그런데도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2천명 증원은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천명했다. 대통령은 보고받는 입장이어서 그렇다 치고, 보건복지부 실무진은 어떤 근거로 2천명으로 결정했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의대 교육도 문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기존 정원의 65%를 단번에 증원하는데 교육에 차질이 없다고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나. 정부는 1983년 서울대 의대 한 학년 정원이 260명(현재 135명)이었다며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40년 전 교육 현장을 지금과 동일시하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다. 1980년대엔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 교실도 60명 넘는 학생이 수업을 들었다. 현재는 평균 21.5명이다. 30명만 넘어도 '콩나물시루'에 비유한다. 교육부는 그동안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평균보다 높다며 지속적으로 이를 줄여왔다. 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런데 의대 증원에 대한 명분으로 80년대 대학 정원을 거론하고 있으니 '쯧쯧'이란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의료계도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하는 건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소리는 오만의 극치다. 그렇다면 '의사가 국민을 이길 수 있나'. '강 대 강' 국면에 기름만 붓는 격일 뿐이다.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기성 의사들이 나서 정부와 협의 테이블에서 마주해야 한다. 350명 증원 카드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이대로 가면 의료계도 내상이 불가피하다. 젊은 의사들을 다치게 할 순 없지 않나. 진식 사회부장진식 사회부장
[동대구로에서] 히포크라테스 가르침 외면한 정부와 의사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다."하얀 가운 입고 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딜 때 다짐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일부다. 대다수 의사는 희생·봉사·장인정신이 담긴 이 선서를 읽던 그 날의 뜨거운 가슴을 기억한다. 히포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가 가장 융성했던 페리클레스 시대 의사다. 또 '의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 하나. 그가 나타난 이후 사람들이 질병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그리스인은 질병에 대해 신이 내린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병을 치료하려면 신전에서 반드시 기도해야 한다고 믿었다. 한마디로 신전이 병원이었던 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은 신의 노여움이 아니라, 인체 내부와 외부 환경이 변화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를 올바르게 하면 병도 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질병의 생각 자체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신에게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가 남긴 의학적 지식은 후대에 구전과 저술로 전해졌다. 책에는 질병을 증상에 따라 자세히 구분한 것뿐만 아니라 각 질병의 치료 방법 및 의료 윤리의 기초 등이 담겨 있어 오늘날에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가 쓴 게 아니다. 책은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지식에 당대 알려진 모든 의학 관련 지식을 덧붙여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연구뿐만 아니라 잘못된 진료 결과까지 모두 남겨 후세에 큰 도움을 줬다. 자신의 잘못을 숨기지 않고 기록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요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사실 의대 정원 증원은 윤석열 정부 이전부터 검토하다 의료계 반발로 무산된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진 부족 사태를 해결할 방법의 최우선 방안으로 의대 정원을 연간 2천명씩 10년 동안 총 2만명 늘리겠다는 해법을 내놨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청소년과 개점 질주' 등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국민 상당수가 필수의료진 확충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공감하는 여론도 뒷받침됐다.하지만 일선 의사의 반발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의대 정원 증원이 필수 의료진 확충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아주 극미한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되레 인기 진료과목 의료진 경쟁만 부추기고, 의대 교육환경은 악화하고, 건강보험 재정만 더 축나고, 이공계 인재를 의대로 흡수하는 역효과가 더 크다는 게 논리다. 사실 큰 틀에선 양쪽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단지 풀어가는 과정이 아쉬울 뿐이다. 소통과 설득의 기본은 '경청'이다. 상대 생각과 우려·불안을 먼저 듣고 이해한 뒤, 설명하고 조율하면서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데 현 정부 소통 방식은 주먹구구식에 가깝다.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과 불편을 덜어내며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고귀함을 실천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다. 반면 의료 기관을 경영하고 유지하고자 이익을 산출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인의 모습도 있다. 한 손에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한 손으로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되새길 수 있도록 소통하고, 의사들도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어떨까 싶다. 그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이다.강승규 사회부 차장강승규 사회부 차장
[영남시론] 구미 돋우는 구미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지금까지 본 국제스포츠대회 중 대구가 가장 뛰어났다." "최근 5차례 열린 세계육상대회 개최도시 중 대구가 가장 준비가 잘됐다." 자크 로게 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라민 디악 전 IAAF(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이 각각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끝난 후 대구시를 치켜세운 말이다. 당시 옐레나 이신바예바, 우사인 볼트 같은 세계적 육상스타의 참가도 관심을 끌었지만, 세계육상대회 사상 첫 선수촌을 제공한 데다 서포터스와 자원봉사자 등 적극적인 시민참여 덕분에 내외신 기자로부터 대구대회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도 대구스타디움을 지날 때면 우사인 볼트의 시그니처 포즈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대회 마스코트인 살비(삽살개)를 보면서 당시를 회상하곤 한다.재작년 12월24일 경북 구미시가 인구가 10배나 많은 중국 푸젠성 최대도시 샤먼을 제치고 제2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해 47억 아시아인을 놀라게 했다. 한국에선 1975년 서울, 2005년 인천에 이어 기초자치단체로는 구미가 처음으로 대회를 치르게 됐다. 지금껏 이 대회를 네 차례나 가져간 일본도 도쿄, 후쿠오카, 고베 등 대도시에서 개최했고, 중국도 베이징, 우한에서 그리고 뉴델리, 도하, 방콕,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등 이름만 들어도 아시아 각 나라를 대표하는 메가시티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중소도시 구미가 유치에 성공한 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과 진배없다.구미시는 내년 5월27일부터 31일까지 아시아 45개국, 45개 종목에 1천2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달 24일 조직위원회를 꾸렸다. 이에 앞서 오는 5월10일부터 13일까지 제62회 경북도민체전이, 8월25일부터 31일까지 제32회 한·중·일 주니어종합경기대회가 구미에서 열린다. 이는 김장호 구미시장의 열정과 추진력에다 산업도시에서 문화·체육도시로 거듭나려는 구미시민의 간절한 염원이 이룩해 낸 쾌거다. 대구가 2003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도시브랜드 가치를 올렸듯이 구미도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도약할 것이다. 구미시는 내년 대회의 모토를 기존 시설 인프라를 활용한 경제대회, 스포츠로 하나 되는 화합대회, 구미의 문화를 아시아에 알리는 문화대회, 모두가 즐거운 안전대회로 잡았다. 이에 덧붙여 완벽한 경기시설과 매끄러운 경기 진행, 매너 있는 관중과 꽉 찬 관중석,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 쾌적하고 편안한 숙소, 따스한 자원봉사와 적극적인 시민참여, 풍성한 문화행사와 관광, 친절하고 위생적인 식당, 독특하고 기발한 홍보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아쉽게도 한국 선수 가운데 한 명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구미대회는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열린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3개(은1, 동2)의 메달을 가져왔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나마디 조엘진, 배건율 등은 대한민국 남자 육상의 유망주이며 한국 장대높이뛰기 간판 진민섭도 기대주다. 최근 전성기를 맞은 한국수영처럼 한국육상도 구미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발판 삼아 세계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자유성] 진상 시산제
지난 일요일 오전 10시쯤 상주시 중동면 회상나루관광지 낙동강 변 주차장에 대구 번호판을 붙인 대형버스와 승합차가 도착했다. 버스 앞 머리 전광판에는 'OO산악회'라는 글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버스에서 등산복 차림을 한 50~70대 수십 명이 나와 트렁크에서 접이식 테이블과 상자 등 여러 물건을 내리더니 강변에 제단을 꾸렸다. 'OO산악회 시산제'라는 현수막을 걸고 제단 양 옆에는 태극기와 산악회 깃발을 세워놓았다. 7~8명은 옥색 두루마기와 건(巾)을 착용했다. 강물을 향한 시산제(始山祭)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회상나루 관광지 관리인들이 "관광지 주차장에서 이런 행위는 하면 안된다"고 안내했으나 "제만 지낼 것이니 양해해 달라"며 강행했다. 제(祭)가 끝나자 여러 개의 테이블에 술과 음식을 놓고 먹기 시작했다. 다시 관리인들이 제지하자 짐을 챙기더니 그곳으로부터 2.5㎞ 정도 떨어진 상주농협중동지점 앞 마당에서 다시 술판을 벌였다. 뿐만 아니다. 같은 날 상주시 사벌국면 경천대 관광지 주차장에서는 3개 산악회가 시차를 두고 시산제를 지낸 후 술판과 화투판을 벌였으며, 고성방가까지 이어졌다. 경천대 관리인들은 이들이 음식 찌꺼기를 함부로 버리고 토사물까지 남긴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설날 이후 첫 휴일인 지난 주말부터가 시산제 시즌이다. 시산제는 한해의 안전산행을 기원하고 먼저 간 산우들을 추모하는 제사의식이다. 경건한 자세가 필수다. 산에는 한 발짝도 올라가지 않은 채 버스 옆에서 제사를 지내고 술판을 벌이는 행위는 진상 그 이상일 수 없다. 시산제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경건하게 진행돼야 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법에 쓴맛 본 의사단체…헌법소원 카드 '만지작'
정부 "의료개혁 의지 변함없어"…전공의 단체 "복지차관 경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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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띠 4월 18일 ( 음 3월 10일 )(오늘의 띠별 운세) (생년월일 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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