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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괜찮아 청년
몇 해 전 어느 대학의 강연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역 소멸 위기의 심각성과 그에 대한 대안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연사로서 나는 평소 고민했던 지역 소멸 대응 방안을 산업과 교육 측면에서 발표했다. 질문과 응답 세션에서 한 분이 손을 드셨다. 국회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일할 수 있도록 출마를 해보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제안을 주셨다. 당황했고 답변을 피했다.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어 의정활동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사회다. 정치를 해보겠다는 바람을 내비치는 것과 주변의 시선도 두려웠다. 한편으로는 현실 정치에 동반되는 돈과 조직이라는 자원이 전무한 평범한 청년인 내게 너무 높아만 보였다.그로부터 몇 해의 시간이 지났다. 청년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청년의 목소리를 담겠다는 정부와 정당의 목소리가 와닿았다. 과정에서 여러 위원회에 참가하며 지역 청년을 대표해왔기에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국회는 다양한 의견이 모여야 하는 곳이다. 소외되고 외면됨이 없는 그런 국회가 구성되어야 다수의 국민이 행복한 법이 만들어지고 정책이 실행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실현하고 지역 청년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여정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수도권은 과밀로 고통받고 있고 지역은 소멸 위기로 고통받고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지방 청년 관련 이슈를 국회에 제시하고 싶었다. 실패할지언정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러분의 응원과 지원 그리고 격려로 22대 총선에 보수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여의도의 한 숙소에서 후보자 면접 전날 도착해 하루를 머물렀다. 당사에서 가까운 숙소에서는 거리의 집회소리가 생생히 들렸다. 경찰은 곳곳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 공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후보자와 지지자가 한데 섞여 거리는 혼란스러웠다. 복잡한 거리를 뒤로하고 숙소를 나와 여의도 공원을 걸었다. 마음속으로는 정치란 국민과 국익을 위해 희생과 봉사하는 일이란 선배님들의 말씀을 되뇌었다. 다음 날 면접을 치렀다. 여러 질문을 받았고 차분히 답변드렸다. 특히 기억에 남는 질문은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느냐였다. 입법활동을 통해 좋은 법을 만들고 싶다고 답변 드렸다. 교육을 통한 성장의 기회가 주어지고 선택하지 않은 환경으로 꿈과 삶이 제한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달했다. 억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며칠 후 결과 발표 시간이 다가오면서 의연한 척하는 나와는 달리 주변 사람들이 더 긴장했다. 조용히 결과 발표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특구 지정을 심의 의결하는 전문 위원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개된 장소에 있었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살면서 받아볼 위로는 다 받은 것 같았다. 사실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마음이 아프고 아쉽고 힘들었다. 어떤 말로도 나 자신이 위로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도전했고 실패했지만 믿고 지지해주신 여러분의 마음을 함께 위로해야 하는 책임이 내게 있었다. 나의 도전은 실패이나 청년의 도전은 성공이어야 한다. 당선자는 소수이고 낙선자는 다수인 봄이다. 동료 후보들에게 위로와 축하를 함께 보낸다. 더 나은 사회와 지역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바람은 더 강해졌다. 변함없는 열정과 행동으로 지역을 지키며 초심과 진심을 이어 나가기를 다짐한다.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추현호 콰타드림랩 대표
[메디컬 窓] 전공의에 의존하는 왜곡된 한국의료
정부가 의사가 부족해 필수의료 공백사태가 벌어진다며 의대 정원을 2천명 증원한다고 하니 전공의들은 이에 반발해 사직계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상태다. 교수들이 전공의 대신 응급실을 전담하여 큰 의료 혼란은 아직 없으나 피로도가 누적되니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한시라도 빨리 사태가 해결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의사가 실제 부족한지를 논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에 의존하는 한국의 왜곡된 의료 제도이다. 전공의란 전문의가 되기 위해 5년 동안 교육받는 의사로 진료보다는 수련에 매진해야 한다. 전공의가 사직한다고 병원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한국 의료가 멈출 지경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이는 대학병원 의료진 상당수가 전공의이기 때문이다.건강보험평가원 자료를 보면 서울대, 아산 등 국내 대학병원 전공의 비율은 40%에 달한다. 반면 미국 메이요클리닉, 도쿄대 병원은 10%에 불과하다. 외국에 비해 왜 한국은 전공의 비율이 높을까? 환자는 명의에게 진료받으러 서울대병원에 가는데 서울대병원 의사 중 무려 46%가 전공의이다. 그 원인은 바로 원가에도 못 미치는 건강보험제도이다. 국가기관인 건강보험평가원 2020년 기준 한국의료 평균 원가 보전율은 91%, 수술분야는 82%이니 수술할수록 18% 손해라는 뜻이다. 건보공단 일산병원은 2020년 424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이렇듯이 병원은 일반 진료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병원은 3분 진료 같은 박리다매, 비급여, 부대시설 등으로 수익을 내고 전문의 대신 주 80시간 근무가 합법화된 전공의, 간호사 등 의료인의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해 인건비를 줄인다. 정부 또한 값싼 노동력 없이 종합병원 운영이 불가함을 알기에 노동법에 반하는 주 80시간이라는 살인적인 근무, 간호사 간 태움 등의 비인간적 행위를 묵인해 왔다.이 와중에 정부는 수도권에 6천 병상의 대학병원 설립을 인가하였다. 기존 제도하에서 대형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 값싼 노동력이 필요하기에 정부는 2천명 의사와 1천명 간호사를 더 증원한다고 한다. 지금도 신경외과 같은 필수의료 전문의 절대 수는 모자라지 않다. OECD 통계 10만명당 한국 신경외과 전문의 수는 4.7명으로 OECD 평균 1.3명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그러나 한국의 대다수 신경외과 전문의는 위험도 대비 수가가 낮아 뇌수술 대신 통증진료를 선택한다. 필수의료 공백 근본 원인은 의사 부족이 아니라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와 불필요하게 과도한 소송이다. 근본 해결 없이 의사만 증원하겠다 하니 그나마 남아 있던 필수의료 전공의마저 전공을 포기하고 지역에서 대학병원 응급실을 책임지던 교수마저 사직하고 한방병원 일반과장으로 취직하였다. 정부는 이제서야 종합병원을 전공의에서 전문의 위주로 바꾸겠다고 하지만, 최저시급 받으면서 주 80시간 초과 근무하는 전공의 대신 전문의를 채용하려면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결국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이나 정부는 재정마련에 대한 언급은 없고 의사만 2천명 증원하면 된다고 한다.정부가 필수의료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먼저 필수의료를 포기한 기존의 전문의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정책을 논의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필수의료 전문의가 부족하면 증원하면 된다. 기존 필수의료의사 은퇴 후 미래에 한국에 뇌수술할 의사 없을까 걱정된다. 정부와 의협이 잘 소통하여 이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이준엽 (대구시 의사회 홍보단장·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이준엽 (대구시 의사회 홍보단장·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
[더 나은 세상] 나의 가난한 문학창작교실
보름 전, 문학창작교실을 처음으로 개설하였다. 동신교회 맞은편 동네 카페에서 격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은 '유쾌한 바나나씨의 글쓰기교실'. 사실, 이 작업은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에서 양사나이 만나기'나 '눈 덮인 월든 호숫가에서 한 달 살기'와 같은 내 인생의 몇 안 되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한 뒤, 소설가와 교사의 삶을 병행하고 있던 난 서른 즈음에는 나의 진로가 하나로 정해질 줄 알았다. 물론 난 전자를 원했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퇴근 후 나의 일상은 읽고, 쓰고, 잠드는 그런 단순한 시간과 행위들의 연속이었다. 난 그 정형화된 삶을 나의 숙명으로 받아들였고, 놀라운 비유와 기발한 상상으로 뒤범벅된 그 기묘한 시간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물론 그 당시 나의 초현실적인(나에겐 극히 현실적이었지만) 삶이 결코 헛되고 지난한 것만은 아니었다. 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적잖은 상금을 받았으며, 몇몇 만나고픈 문인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었다. 그러한 것들은 내 단순한 삶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불행히도 내 글은 돈이 되지 못했다. 현실의 난 교사(그건 내가 원한 삶도, 선택한 삶도 아니었다)에 불과했고, 매달 받는 월급 없이는 생활은 물론 도서구입조차 불가능했다. 또한, 난 독하지 못했다. 난 결혼을 해버렸고, 가장이 되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가정은 더 많은 책임과 시간을 나에게 요구했다.(그건 정말 전업작가를 꿈꾸는 나에겐 치명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난 느슨했다. 나를 꼭 닮은 아이를 낳고, 그렇게 소소한 일상의 행복에 젖어 들자 절대고독과 문학의 가치에 대해 조금씩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소설이 날 구원할 수 없다면 이런 평범한 삶도 괜찮지 않을까? 그게 행복이 아닐까? 마흔 즈음,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그렇게 세월이 흘러 난 이제 쉰다섯이 되었다. 잃어버린 건강만큼이나 한껏 무뎌진 감수성…. 그렇게 고통스러운 글쓰기에서 벗어나 행복한 책 읽기에 빠져 있던 어느 날이었다. 문득, 내가 가진 창작의 노하우를 그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용기 내어 몇몇 분들에게 연락했다. 소박한 글쓰기교실을 마련했으니 원하시면 신청하시라고. 돼도 좋고, 안 돼도 좋고…. 그렇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지 몇 시간 뒤 3명의 수강생이 모집되었다. 가슴 벅찬, 내 인생의 몇 안 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며칠 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첫 수업을 진행하였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생각보다 피곤했다. 타인의 작품을 읽고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곧장 서재로 달려가 그곳에 꽂혀 있는 작법서들을 한곳에 모은 다음 정성껏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수강생들에게 보냈다. '습작기 때 읽은 작법서 중에서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들이에요. 작법서… 필요하죠. 하지만 그냥 한번 읽어볼 만한 책, 정도가 맞는 것 같아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기.(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아시죠? ^^) 그렇게 기본에 충실한 삶인 것 같아요. 참, 완성된 습작품은 미리 보내주셔도 됩니다. 글을 쓰다 궁금한 점 생기면 개인톡 하시고요. 항상 건필하세요.' 그래, 따스한 봄. 여러분들도 건필하시길 바란다. 힘!우광훈 소설가우광훈 소설가
[노윤구의 관광산업] 자전거 여행 메카로 대구경북 비상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주목받는 자전거 여행은 속도, 통행료, 눈높이 등에 따라 자동차여행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느끼게 된다. 자연 속에서 역동적인 라이딩을 즐기는 전문 동호회 중심의 라이더가 급증하면서 국내에 잘 알려진 곳 또는 해외까지 확대돼 그 지역 문화와 역사, 일상, 자연을 두루 살피는 여행으로 변화되어 가는 추세이다.국내 국토 종주 자전거길 15개 코스(1천857㎞)는 강변과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져 자전거만을 위한 코스로 라이더들에겐 최적의 환경이며, 주변 자연경관은 자전거 여행객에게 또 다른 만족을 제공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초보자들도 전국 전역을 자전거 여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자전거 여행보다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며, 자전거 여행 시 인증수첩과 코스 중간에 설치된 인증센터(85개)를 통해 완주의 의미 부여와 자전거 여행객에게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다.자전거 여행객들의 성지인 스위스의 경우, 스위스 정부 관광청 홈페이지에 자전거 여행코스와 숙박시설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자전거 여행을 독려하고 있다. 일본은 자전거 도로정비와 자전거를 수리할 수 있는 무인 정비소를 코스 중간에 배치하여 자전거 여행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전거길 인프라 및 주변 환경에 대한 경쟁력이 우수하지만, 자전거 여행객의 저변 확대를 위한 차별화된 이벤트 및 다양한 정보 제공과 소프트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4월이면 벚꽃축제와 더불어 전국에서 국제 마라톤이 개최되는 것을 착안해 국내외 자전거 여행 동호회 및 잠재된 자전거 여행객을 유치할 수 있는 국제 자전거 여행 대회를 제안해본다. 자전거길과 연계한 지역관광산업은 건강과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수단으로 지역관광자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홍보하며, 자전거길과 지역관광 간의 융·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 증대 및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측면에서 관광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구·경북은 3대 문화권으로 다양한 역사문화자원과 강(江)·산(山)·해(海) 생태자원이 공존하는 지역으로서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자전거 여행코스 개발 및 이벤트를 개최하여 지역관광 활성화 및 지역경제 발전에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경북대 RIS 전담교수노윤구 경북대 RIS 전담교수
[유영철 칼럼] 독립운동가 후손의 출마와 대구의 자존심
64년 전인 1960년 2월28일은 일요일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수성천변에서 야당인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장면 박사의 선거연설이 있는 날이었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은 학생들이 민주당의 유세장에 가지 못하도록 일요일 등교를 지시했다. 교육당국은 임시시험, 영화관람, 토끼사냥 등을 구실로 삼았다. 의분(義憤)한 학생들은 전날 모여 시위를 기획했다. 경북고 등 시내 고교 학생대표 8명은 자유당의 불의와 부정을 규탄하는 시위를 갖기로 하고 전국 백만학도의 궐기를 호소하는 결의문도 작성했다. 다음 날 대구의 고교생 1천200여 명이 시내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대구2·28 이후 학생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됐다.그해 3·15는 전국적인 부정선거였다. 당일 마산에서 대규모 규탄시위가 일어났다. 경찰은 발포했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27일 만인 4월11일 시위 도중 실종된 마산상고 김주열 학생이 경찰이 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변사체로 마산 앞바다에서 떠올랐다. 학생과 시민들은 더욱 격분했다. 전국에서 정권 타도에 돌입했다. 4·19혁명으로 이승만정권은 붕괴했다. 대구의 2·28의거와 마산의 3·15의거는 4·19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그 이전 1946년 대구10·1사건, 전국으로 확산된 민중봉기가 일어난 곳이기도 한 대구는 민주화운동의 시발지이자 성지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에는 야당 성향이 매우 강한 도시였다.과거 대선을 보면 뒷받침된다. 1956년 제3대 대선에서 대구는 무소속 조봉암(1898~1959)에게 72%라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반면 자유당 이승만은 27%에 그쳤다.(당시 민주당 후보 신익희는 유세 가던 중 열차 안에서 뇌일혈로 급서했다.) 그러하다 1967년 제6대 대선부터 대구는 달라졌다. 박정희에게 71.86%의 몰표를 던졌다. 다가온 4·10총선, 보수여당 일색인 대구, 잘하면 몰라도 못해도 몰표를 던지는 양상. 어디를 봐도 같은 색깔, 그래서 대구의 총선에 누가 나오는지 관심 없는 사람도 많다. 이상(李箱)이 보면 권태를 느낄 것 같다. 그런데 관심이 없던 나도 그 안에 독립운동가 집안의 손자가 야당 후보로 출마한 사실을 알게 됐다. 유명한 왕산(旺山) 허위(許蔿) 선생(1855~1908)의 5대손이 대구에 출마한 것이다.허위 선생은 구미 출신으로 학자이면서 한말 의병대장이었다.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가 위태로울 때 막대한 재산을 팔아 의병을 결성했다. 거병하여 10여 년간 활동하다 일제에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서 54세에 생을 마감했다. 왕산뿐 아니라 왕산의 형 허훈 허겸, 아들 허학 허영 허준, 사촌 허형, 허형의 동생 허필, 허필의 아들 허보 허형식 허규식, 6촌인 허국, 삼종 간인 허담, 허형의 아들 허민 허발 허규, 사위인 이기상 이기영도 독립운동가였다. 허형의 따님 허길은 진성이씨 이가호와 결혼해 독립운동가 이원기 항일시인 이원록(이육사)을 낳았다. 삼대가 망한다는 독립운동가를 수도 없이 배출한 집안의 손자가 대구에서 입후보한 사실, 우리가 왕산 5대손을 외면할 수 있는가. 후손은 부일 친일 매국이 아닌 민족독립정신을 이어받아 올곧게 성장했을 게 아닌가. 선생은 물론 손자도 대우받아 마땅한 일 아닌가. 4·10총선에서 보수여당은 대구에서는 안심하는 모양이다. 야당이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독립운동가 집안의 후손이 출마한 것을 인지하고 당선은 아니더라도 공경은 해야 되지 않겠는가.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의 대구의 자존심!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언론학 박사유영철 언론학 박사
[강준만의 易地思之] '제왕적 정당 대표'의 귀환인가
왜 양심적이고 정의롭고 균형 감각을 갖춘 사람이 정치에 입문한 뒤 금배지만 달고 나면 극단적 언행에 앞장서거나 강성 지지층의 극단적 행태에 침묵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이 질문에 대해 경향신문이 지난 2월2일 특집기사를 통해 전 의원 A의 입을 빌려 답을 내놓았다. A는 "특히 선거가 다가올수록 의원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소위 말하는 강성 당원들에게 찍히면 경선에서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렇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자신을 지지하는 강성 팬덤 당원들을 많이 거느린 정치 지도자는 정당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어찌 저런 일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어떤가? 최근 민주당에서 벌어진 공천 파동의 대표적 사건인 '박용진 탄압'을 음미하면서 생각해보기로 하자.2월20일 민주당 의원 박용진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어제 민주당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되었음을 통보받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고 오늘 민주당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박용진뿐만이 아니었다. '비명횡사·친명횡재 공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공천의 기준은 오직 이재명에 대한 충성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이와 관련, 이재명은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은 "문제는 하필 '비명의 가죽'만 집중적으로 벗기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 가죽으로 찐명의 가죽잠바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그런 일이 가능했단 말인가?과거엔 각 의원실이 제출한 활동 자료와 동료 의원의 다면평가, 지역구 여론조사를 기계적으로 합산했지만, 이재명의 '시스템 공천'은 평가위원의 '정성평가' 항목을 22%로 늘렸으며, '하위 평가자'는 경선 득표수의 최대 30%까지 감산하도록 해 불이익을 강화했다. 과거엔 '하위 명단'에 비주류만 일방적으로 포함된 적이 없었다. 정량평가로 하면 특정 그룹에만 페널티를 주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성평가 항목의 평가 근거는 비밀이었다. 박용진은 재심신청서에서 다면평가·정성평가 기준을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지만, 당 공관위는 회의도 열지 않은 채 기각했다. 이재명에겐 또 하나의 '시스템'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막강한 팬덤 권리당원이다. 그는 '팬덤정치의 달인'이 아닌가. 이재명 팬덤은 대거 권리당원으로 참여해 민주당 여론을 장악했고, 이재명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이들은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 번호를 미리 공유하고 "수박을 박살 내자"고 서로 독려했다. 이게 바로 각 지역구에서 '비명 현역'과 '친명 원외'가 맞붙을 때마다 ARS 여론조사 응답률이 치솟은 이유다.(중앙일보 3월13일자)민주당 후보 경선은 권리당원 50%, 여론조사 50%를 반영한다. 박용진은 정봉주와 맞붙은 경선에서 둘 다 정봉주를 이겼지만 자신에게 적용된 30% 감산으로 인해 패하고 말았다. 정봉주가 '막말'로 후보직을 사퇴했지만, 후보직은 박용진에게 승계되지 않았다. 박용진의 이전 경선 성적에 비추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민주당 지도부는 박용진의 30% 감산 페널티를 계속 고수하면서 두 가지 꼼수를 추가했다. 서울 강북을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정치 신인과 여성 후보자로서 25%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후보(조수진)를 내세웠고, 강북을 권리당원의 비중을 30%로 하면서 전국 권리당원의 비중을 70%로 한 '당원 100%' 온라인 투표'로 룰을 바꾼 것이다.드라마나 코미디에 등장하더라도 '막장'이라고 욕먹을 해괴한 방식이었지만, 박용진은 '바보'가 되겠다며 이 경선마저 수용했다. 물론 조수진이 이겼지만, 그마저 성폭력 '2차 가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퇴했다. 이젠 시간적 여유도 없어 박용진에게 공천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이재명의 선택은 친명 대변인 한민수였다.한겨레는 '공천 참사'라고 했고, 동아일보는 "이쯤이면 '폭력'"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공천 참사'의 사례들은 무수히 많았다. 이재명 부부,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등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 5명이 민주당 우세 지역에 줄줄이 공천된 건 어떤가. 민주당 사람들은 그 부당성에 대해 침묵하면서 모두 이재명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3김 시대 '제왕적 정당 대표'의 귀환인가? '총재' 또는 '당수'로 불렸던 3김은 오랜 세월에 걸쳐 경륜과 카리스마를 갖춘 정당 창업자였다. 반면 이재명은 늘 민주당의 변방에 머물던 아웃사이더였지만 팬덤의 힘으로 채 10년도 안 된 짧은 기간에 민주당을 장악한 기적의 사나이다. 자신의 서러움과 원한을 풀고 남을 정도로 복수는 화끈했다. 지지자들은 이런 인간 승리 서사에 더욱 열광한다.과거에도 열성 지지자들은 있었지만, 지도자가 직접 개입해 그들을 조직하면서 직접적인 소통을 한 적은 없었다. 여기에 더하여 디지털혁명 시대의 '정치군수업자들'을 적극적인 관리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언론으로 이용한 사람도 없었다. 자신의 존재를 전국적으로 알린 "박근혜의 무덤을 파서 박정희의 유해 곁으로 보내주자"는 2016년의 과격 발언이 시사하듯이, 이재명만큼 대중의 피를 끓게 만드는 증오·혐오를 선동한 지도자도 없었다.이재명은 그런 새로운 유형의 정치를 선보여 성공시킨 천재일 수 있지만, 그가 이룬 모든 걸 역사적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 역사적 퇴행은 아닌가? "이쯤이면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반민주적 정치행태에 대한 대중의 묵인 그리고 열혈 지지자들의 종교적인 추종은 증오·혐오의 선동에 의존하고 있잖은가. 그럼에도 이 모든 걸 만든 장본인은 그간 증오·혐오의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해 온 대통령 윤석열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 8할의 책임이 문재인 정권에 있듯이, 그는 현재의 이재명을 만드는 데에 8할의 기여를 했다. 이재명은 또 누구를 위한 8할의 기여를 할 것인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자해(自害) 악순환이 안타깝다. 전북대 명예교수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3040칼럼] 오타니의 슬럼프
'9천억 사나이'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5일 한국을 방문했다. 메이저리그 최초 한 시즌 10승 40홈런 기록, 만장일치 MVP, 일본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 세계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 계약까지. 강속구 투수이면서 동시에 홈런 타자인 오타니는 잘생긴 외모와 성실한 인성까지 갖추고 있어 유니콘, 만찢남 등 별명을 갖고 있다. MLB 서울 시리즈로 오타니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그는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이런 오타니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깊은 바닥을 헤맨 적이 있다고 한다. 오타니는 2018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는데 팔꿈치와 무릎 수술로 2년 넘게 침체기를 보냈다. 2018년 빅리그 데뷔 후 첫 시즌 10경기에 등판한 뒤 팔꿈치에 이상을 느꼈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며 2019년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20년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일본 프로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슈퍼스타로서의 기량은 볼 수 없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투수 등판을 포기한 데 이어 옆구리 부상까지 입어 2021년 완전히 시즌 아웃 했다. 오타니의 로커룸이 깨끗이 비워져 있어 그가 시즌 아웃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난 후였다. 오타니는 "나는 의구심을 품은 수많은 사람들을 늘 상대해 왔다. 그 압박감이 나를 삼키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투수와 타자 겸업에 대해 사람들은 의구심을 가졌고 일본에서 프로 데뷔 당시 조금만 삐끗하면 "역시 무리"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그는 침체기 동안 휴식, 운동, 수면 관리, 식습관 관리, 데이터를 통한 피로도 측정, 과학적 분석을 통한 동작 교정 등 조용하지만 단단한 시간을 보냈다. 재활에 성공하고 선수 생활을 재기할 수 있을까 어제는 용기가 났는데 오늘은 불안한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오타니 옆에 그를 믿고 격려해 주는 감독과 가족, 친구들이 있었다.운동선수의 부상처럼 우리 인생의 위기나 어려움은 다양한 모양으로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가족과의 이별, 사업 위기, 취업 시험 낙방, 예상치 못했던 퇴직, 갑작스러운 질병 등. 그러한 때에는 그 시기에 맞는 새로운 루틴과 훈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이라고 느껴질 때,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극복의 첫 출발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인데' '나는 큰딸인데' '남들은 이보다 더한 일도 이겨내는데' '빨리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깊은 생채기를 내지 않기를 바란다. 마음껏 주저앉아 있기를, 무기력하게 쓰러져 있기를, 지금의 상황을 정면으로 직시하여 받아들이고 또 소화하기를. 그러고 나면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통째로 잘라내고 새로운 실을 뽑아야 할지 자연스럽게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수술받은 환자가 처음에는 수액으로 영양 공급을 받다가 어느새 죽 먹고 밥 먹고 일어나 회복하듯, 때가 되면 새롭게 다져진 단단한 길을 걷고 있을 자신을 믿어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그 상황을 당장 벗어나려고 허둥지둥 발버둥치다 탈진하게 되면 회복은 더뎌진다.어제는 용기가 났는데 오늘은 불안한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본다. 세상 풍파와 인생의 위기, 슬럼프를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발자국을 내가 총총 뒤따라가고 있는 중인 것도 같다. 부상과 슬럼프를 극복하고 세계 최정상의 야구 스타가 된 오타니 쇼헤이처럼 우리 또한 각자 인생의 MVP가 되기를 염원한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단체장의 생각:長考] TK 미래 100년을 이끌 글로벌 관문도시 군위
지금 대한민국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더불어, 지방소멸이라는 시대적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이미 20년 전부터 인구감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수도권 쏠림'이라는 인구 집중화 현상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지방 소도시의 소멸을 부추기는 실정이다.최근 많은 자치단체가 저출생과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위군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접근법에서는 '인근 시·군으로부터 인구 뺏어오기'와 같은 기존 방식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대구시와 함께 발표한 '군위군 도시공간 종합계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계획안에는 첨단산업단지, 배후 주거단지와 생활SOC 등의 구축 등을 위한 최대 20조원 규모의 개발사업과 함께, 중남부 신경제권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신공항 인근 지역의 각종 규제를 배제하는 'TK신공항프리존' 조성 등의 담대한 구상이 담겨 있다.이 계획에 따르면 군위군은 10만개 이상의 신규일자리를 갖춘 25만명 규모의 미래형 도시로 재탄생한다. 하지만 계획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창조와 성장의 시간과 함께, 과도기 과정에서 예상되는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현재 군위군은 팔공산 관통 고속도로, 동군위IC~신공항 도로, 대구 경북광역철도 등 도시 기반 조성의 근간이 되는 광역SOC 확충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인구증가 효과를 얻지 못했던 혁신도시의 선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차별화된 인구정책 수립에 주력하고 있다.가장 먼저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해 육아와 보육, 교육 등의 분야에 군위만의 특화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아이를 믿고 키울 수 있는 생활 여건이 정주 의사를 결정짓는 핵심요소이다. 이에 임산부와 영·유아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군보건소 통합건강지원센터를 필두로, 유아·어린이 돌봄 복합공간인 아이사랑키움터, 청소년 문화어울림 공간인 청소년가온누리관 조성 등의 맞춤형 행정지원에 총력을 쏟고 있다. IB교육 도입과 교육발전특구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두 번째로는 생활인구 증가를 위한 지역의 고유 자원을 활용한 정책 개발이다. 생활인구는 최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주 인구뿐만 아니라 일정 시간·일정 빈도로 체류하는 사람까지 지역인구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생활인구 증가를 위한 대표적인 분야가 관광 및 레저 스포츠이다. 군위군은 팔공산국립공원을 비롯해, 삼국유사테마파크, 화산마을, 화본역 등을 도시민의 쉼이 있는 힐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외에도 편리한 접근성을 기반으로 한 삼국유사야구장과 실내테니스장은 전지훈련과 아마추어 스포츠 경기의 최적지로, 군위종합운동장은 사회인 미식축구 리그전 등의 대회 유치를 통해 생활스포츠 메카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2026년 전국 최대 규모(180홀)를 자랑하는 파크골프장이 완성되면, 체류형 스포츠 관광이 지역 경제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것이다.이처럼 군위는 변화와 도전의 길목에서 TK 미래 100년을 이끌 글로벌 관문 도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말 그대로 머지않은 미래에 대구시의 발전을 선도하는 '대구시 군위군의 시대'를 위해 앞장설 것을 약속한다.김진열 군위군수김진열 군위군수
[아침을 열며] 일등보다는 일류가 되자
학교 다닐 때 시험이 정말 싫었다. 그래도 항상 1등을 하려고 노력했다. 평범한 집안 자식이 대접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접 후보자가 되어 두 번의 큰 선거를 경험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였다. 모두 압승을 하였고, 그 결과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선거와 시험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가장 공정하게 서열을 정해주는 방법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최근 근무하는 로펌의 대표변호사님으로부터 '가치성장위원회'를 만드는 데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러한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변호사는 업무의 특성상 공공성이 강조되지만, 생계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는 영리추구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기업과 같은 로펌의 경우 변호사 숫자나 매출액 같은 외형으로 순위를 매긴다. 이런 현실에서 뜻밖에 무형의 가치를 성장시키는 걸 목표로 하는 위원회를 만드는데, 그 이유가 "일등 로펌보다 일류 로펌"이 되기 위해서란다. 일등은 모든 경쟁자들을 밟고 오직 자신만이 살아남아 적들을 양산하지만, 일류는 주변과 상생발전하면서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총선의 열기가 뜨겁다. 한 지역구에서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하에서의 총선은 오징어게임 같다. 최후의 승자는 엄청난 권력과 명예를 얻지만, 떨어지면 목숨을 잃는 것만큼 참혹하다. 그러다 보니 온갖 비난과 모략이 난무한다.우리 선거의 원칙은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자유선거이다. 만 19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연령, 성별, 종교, 학력 등 어떠한 차별 없이 1인당 한 표씩 공정하게 선거권이 부여되는 것이다. 어떠한 주관적인 고려도 없이 한 표라도 더 얻어 승자가 되면 모든 것을 독식한다. 전체 선거권자의 몇 %의 지지를 받았는지는 문제 되지 않는다.우리의 시험 역시 거의 대부분 정해진 정답을 맞추는 방식이다. 세상일 모두 유일한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부란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응시자의 다양한 생각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공정성 시비 때문에 채점자의 재량을 최대한 배제하는 정량평가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어릴 때부터 암기 위주의 정답찾기 시험에 익숙하다 보니 다양한 사고를 펼치는 연습이 부족하다. 과거의 지식을 기억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창의성이 떨어진다. 편하게 읽고 쓸 수 있는 한글 덕분에 대한민국의 문맹률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낮은 편이다. 또한 초중등학교 의무교육 실시와 높은 교육열 덕분에 전 세계적인 고학력 사회이다.그러나 이렇게 우수한 국민들로 구성된 나라에서 문학과 과학 분야에서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콘크리트로 된 입시학원을 전전하며 얼마나 많이 외우고, 어떻게 해야 한 문제라도 더 맞출 수 있는지만 배운 결과이다.청소년을 콘크리트 입시 학원에서 오징어게임을 시키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질문 하나를 던지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아이들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오징어게임에서 일등이 되기를 기대할 것인가. 아니면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며 생각과 신체가 모두 일류가 되도록 자라게 할 것인가. 이 문제는 모두가 살아서 통과할 것 같다.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단상지대] MZ세대와 아버지의 눈물
필자 주변에 자녀 훈육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40대, 50대 아버지들이 많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자녀의 태도를 고치겠다고 '욱'하는 마음에 자녀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고압적인 아버지가 된 탓이다. 아버지 세대와 다른 MZ세대인 자녀들의 특성을 모른 채, '내 자식은 어린 시절의 나와 비슷하겠지'라는 착각 속에서 지낸 탓도 크다.무엇보다 체벌이 법으로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버지도 적지 않다. 국내의 체벌 금지가 2021년에 발효되었고 한국은 세계에서 62번째로 체벌을 금지한 나라가 되었다. 2020년 10월 입양된 지 8개월 만에 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일명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고, 국회는 2021년 1월 민법에 존재해 온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법 제915조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라는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2015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신설되어 부모의 자녀체벌을 금지했지만, 민법의 자녀징계권 조항이 존치하고 있어 대내외적으로는 체벌이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올해 1월 직장인 박병수(가명·46)씨와 그의 딸 사이에 체벌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다. 박씨는 직장 내에서 모범적인 직장인이자 평소 세 자녀를 끔찍이 사랑하고 가정교육에 신경을 쓰는 아버지였다. 그런데 겨울방학 공부를 소홀히 한 딸(고1)의 손바닥을 파리채로 서너 대를 때렸는데, 그 딸이 아버지를 112에 아동학대혐의로 신고한 것이었다. 박씨는 딸의 112신고에 놀랐지만,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밀 때 딸이 '아빠가 끝까지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는 것에 더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그는 한 달 가까이 할 말을 잃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씨는 당시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딸애 교육을 위해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는데 이게 그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니 인생이 우울하다"며 눈물을 보였다.최근 박씨는 이 사건이 종결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의 아동학대혐의는 인정되나 정상을 참작해 재판으로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딸과의 관계도 상당 부분 회복되었다. 그는 자식과의 관계, 부모의 관계를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다짐도 한 듯했다. 자녀에게 섭섭했던 마음을 넘어 자녀를 포용하고, 그 사건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최근에 만난 김중기(가명·56)씨는 5년 전 고3 아들의 행동을 교정하려고 야단을 쳤는데, "잘못했습니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들이 "그래서 우짜랍니까"라고 대들었단다. 욱하는 마음에 아들을 손찌검하는 등 끔직한 기억을 만들어냈다. 이후 아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를 제대했지만, 김씨는 아직도 아들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하고 냉랭하다고 한다. 아버지들은 시대 변화에 맞게 변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살아온 '자기 기준'대로 훈육한다. 그러나 자녀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부모의 감정이 앞선다면, 그 훈육은 꼭 체벌이 아니더라도 체벌과 다름이 없다.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단체장의 생각:長考] 문제는 대구다 바보야
1991년 이른바 '사막의 폭풍'으로 불린 미국 중심의 군사작전은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군대를 가볍게 제압하며 세계 경찰국가 미국의 진면목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그 중심에 있던 '아버지 부시' 조지 H.W. 부시 제41대 미국 대통령은 여유 있게 이듬해 재선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이자 명실상부한 세계 지도자로서 중동의 독재자를 응징한 아버지 부시는 대구와 비슷한 200여만 명 인구의 변방 아칸소 주지사이자 워싱턴 정계의 신인이었던 '빌 클린턴'에 의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드라마 같은 이변을 연출한 클린턴의 명대사는 "It's the Economy, Stupid!"였다. 가히 시대를 관통한 간결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민주적인 선거제를 운영하는 국가에선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떤 나라든 전쟁보다 치열하고 극적인 선거를 경험할 수 있다. 인구감소, 지방소멸이라는 폭풍전야와 같은 위기가 흐르는 대구도 며칠 후면 예외 없이 총성 없는 권력 전쟁과 마주할 것이다. 이 드라마 같은 전쟁에서 대구시민에게 진정한 승리를 안겨줄 시대정신과 맞닿은 명대사는 무엇일까?위대한 개선장군을 굴복시킨 시골뜨기 주지사 빌 클린턴의 승리처럼 승자독식의 근시안적 태도로 점철된 '서울공화국'의 확장에 맞서 대구의 위기를 극복할 드라마가 펼쳐질 대구 유권자에게 꼭 필요한 대사로는 "문제는 대구다, 바보야!"가 마땅하다. 청년 인구 유출과 인구감소, 볼품없는 GDP 같은 지수들을 굳이 나열할 필요도 없다. 비어있는 상가, 활력이 사라진 공단 그리고 위기의 부동산은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체감하고 동의할 수밖에 없는 대구의 현실을 말해준다.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 '대구의 위기'에 앞선 정치적 목표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에 있어 정치적 이견을 보이는 정치인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국가 균형발전은 지역 불균형을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협하는 국가적 문제로 국민 모두 인식하고 있음에도 점점 심화하는 지역 불균형은 결국 문제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실천이 부족한 탓이다.경기도 화성이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등극했다는 뉴스와 대한민국의 명운을 걸고 추진한 반도체 특구마저 삼킨 수도권 독식은 불균형을 넘어 무서운 속도로 인재와 투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의 균형발전을 위한 모든 정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윤석열 정부는 산업화·민주화에 이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지방시대로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방시대 실천계획'을 발표하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실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고 있다. 이 계획의 실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동량'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마땅하다.대구 유권자들의 표심과 민심이 오로지 대구를 향하고 있듯 대구를 지역구로 희망하는 모든 후보 역시 대구의 위기 극복 및 생존을 직시할 때 지방시대는 비로소 정치를 벗어나 우리의 현실에 찾아올 것이다.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버린 수도권에 경종을 울려야 마땅한 이번 총선을 마주한 오늘, 시골뜨기 구청장의 "문제는 대구다"라는 외침이 극적인 명대사로 등극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다만, 어쩌면 이번 총선이 추락 중인 대구의 반전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기에 소중한 지면을 빌려 소견을 펼치는 바이다.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인도의 총선
세계에서 가장 큰 선거는 어느 선거일까? 금년 4월19일에서 6월1일까지 치러지는 인도의 하원의원 선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선거이며 역사적으로도 그만한 선거가 없었다. 인도 14억 인구 중 유권자가 9억6천만명이나 된다. 5년 만에 치러지는 이 선거는 선거기간이 44일이며 100만 투표소에서 1천500만명이 선거업무에 종사한다. 깊은 히말라야 산속의 촌락이나 절해고도에도 선거 종사자들이 기차, 헬리콥터, 선박, 말 등 가능한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유권자를 찾아가 전자투표를 실시한다. 선거 일정은 7단계로 나뉘어 있지만 날씨와 문화적 종교적 축제를 고려하여 지역마다 다르다. 인도의 선거는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이 드는 선거이기도 하다. 2019년 총선 밑에 70억달러가 들었지만 금년 선거에는 그 곱이 들 것이라고 한다. 지난 총선 때 현금, 황금, 술, 제약 등으로 표를 매수하려다 발각된 금품이 수억 달러에 달했다. 투표율은 67%로 높았다.현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당선되면 3선을 하게 된다. 인도는 정치 소요가 많았지만 지난 75년간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를 잘 지켜왔다. 하원의 543석 중 과반을 획득한 당이 정부를 꾸리고 그 당의 당선자 중 한 사람이 총리가 된다. 지난 총선에서 모디의 바라티야자나타당(인도인민당)이 303석을 얻고도 다른 당과 연합하여 352석으로 정부를 꾸렸다. 이번에도 모디의 기반은 탄탄하다. 그는 힌두교 이념과 정서에 기반을 두고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복지와 인프라를 약속했다. 인도국민회의가 수십 년 집권하다 야당이 되었는데 이번 선거에선 모디의 3선을 막기 위해 다른 야당과 똘똘 뭉쳐 한 당처럼 대처하고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성현 생각] 민주주의 포기해'선' 안되는'거'
한 국가의 주권이 권력을 가진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아닌 국민에게 있는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할 때 민주주의의 꽃은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선거를 통해 자유롭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 많은 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뒤따랐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때로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들의 행태에 실망을 하며 투표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투표권은 자동차의 조향장치인 핸들과 같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할 때 권력자들은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국가의 정책방향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민주주의 선거는 포기해선 안 되는 거다. 도성현〈blog.naver.com/superdos〉
[경제와 세상] 의사집단의 '경제학'과 정부의 '정치학', 피해는 국민 몫
먼저 필수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선생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번 의사들의 의대 증원 반대 집단행동을 보면 염치없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의사의 연평균 임금 2억6천만원과 지난 10년간 79% 인상은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임상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2.6명으로 OECD(평균 3.7명) 최저라는 통계를 의사 공급부족의 근거로 내세운다. 이에 반해 의사들은 적은 수로 장시간 노동하기 때문에 실제 수입은 OECD 평균의 1.5배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이번 파업의 핵심인 전공의들은 "의사들이 국제 평균의 3배나 일을 하고 있다며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반박한다. 의사를 3배 늘려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는 통계를 의사 스스로 제시하면서도 의대 증원은 집요하게 반대한다. 이상하다. 일이 많아 인력을 늘려준다는데, 왜 반대할까? 의사들은 증원 반대의 주요 이유로 의료재정 붕괴가능성, 의료교육 부실화, 정부 일방통행 추진 반감, 심지어 공대 진학생들의 자질 저하로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하락 등을 들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의사들이 솔직해져야 한다. 핵심은 지난 19년 동안 '의대 정원동결'이라는 의사 수 공급독점으로 확보한 초과이익 유지의 '경제학'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는 시장 왜곡을 통한 고소득을 유지하기 위한 탐욕이 주된 이유다. 물론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그간 집단행동 때마다 정부가 양보하여 국민보다는 의사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제도를 용인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무원칙 '정치학'에 기인한 정책실패가 의사집단을 강성 노조 뺨치는 특수 집단화한 주범이다. 현행 의료 체계하에서는 의사들이 진료가 어렵고 수입이 적은 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는 기피하고 수입이 월등히 높은 피부과·안과·성형외과(피안성)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일부 필수의료 전문의들조차 미용·성형에 종사하는 것은 정부가 실손 보험과 비보험 진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과감하게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집단은 의사 공급통제를 통한 의료시장 왜곡으로 독점적 이익을 누리면서 정작 의사집단 내 일부는 시장원리에 충실, 즉 더 나은 수익을 좇아 피안성에 종사하다 보니 필수의료 분야는 의사가 부족하게 되어 의료서비스 공급마저 왜곡되는 것이다. 또한 등록의사 가운데 전문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1980년 37%에서 현재 86%에 이르러 전문의가 과잉공급되고 있다. 실제로 동네 의원급 일차진료는 6년 과정의 의과대학만 졸업한 일반의(GP)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면 충분한데 대부분이 대학교육 포함 10년이 넘는 단과전문의 중심의 개업의가 주류이다. 이들 개업전문의 입장에서는 10년 이상 교육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공급독점으로부터 보호받을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의사들은 고귀한 생명을 다룬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도 법적 조항이나 규제 일변도로 옥죄기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필수의료 수가 인상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적절한 보상체계 확립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한 난제가 많지만 현재로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해결책이다. 그간 의사집단의 탐욕 기반 '경제학'과 정부의 무원칙 기반 '정치학'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었다. 정부는 이번이 의사집단의 '경제학'에 기인한 시장실패와 그간 정부의 '정치학'에 기인한 정책실패를 바로잡고 의료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비상한 각오로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더 나은 세상] 탄소배출 없는 에너지는 모두가 육성해야 할 산업이다
기후변화의 주범이 화석연료라는 것이 밝혀지고 유엔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의 재앙을 막기 위해 1992년부터 기후변화 협약을 맺었고 2015년 파리에서는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를 열어서 지구온난화 저지의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노력을 하였다. 이는 산업화 이전의 지구의 평균온도보다 2℃ 이상은 절대로 넘기지 말아야 하고 가능하면 1.5℃ 이하로 유지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주요국 대통령, 수상들이 모여 선언한 것을 말한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탄소중립 개발 이행 목표를 5년 단위로 제출하고, 급기야 2023년부터는 이러한 각국의 탄소배출 감축 선언의 이행을 점검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도 어떤 노력으로 얼마만큼 지구온난화 가스의 배출을 감소하였는지에 대한 보고서도 제출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매우 부족하여 2023년 말에 이미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온도보다 1.5℃ 이하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막겠다던 선언이 무색하게도 1.6℃가량 상승을 돌파하였다. 이러다가는 2.0℃ 상승은 조만간 일어날 것이라는 충격적인 현실과 그 재앙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리라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견해이다.이에 다급해진 국제사회는 각국의 자발적 탄소배출 저감 선언과 이행에 더는 기대할 것이 없어 실력행사에 들어가는 모양새이다. 탄소 중립을 위한 청정에너지 기술의 확산과 에너지 전환을 경제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탄소 가격제(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등)를 도입하기 시작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65개국에서 73개의 탄소 가격제가 시행되고 있다. 2026년부터 EU는 탄소국경조정세(CBAM)를 시행한다. 현재의 낮은 수준의 국제 탄소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다. 탄소국경조정세(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란 EU 이외의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이 EU 내의 기준 제품의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초과할 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그 타격이 매우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또한 이와 비슷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의회에 통과시켜 시행하고 있어 사실상 우리나라는 보다 빨리 탄소 저감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나라는 난관에 봉착했지만 동시에 화석연료인 석유, 석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탈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미래산업의 부각은 큰 기회이기도 하다. 수입액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석유·석탄의 수입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진국보다 더욱 탈탄소 시장의 새로운 제품 개발을 해야 한다는 절대적 조건이 수반되어야 한다.지난 정부와 현 정부 그리고 여당, 야당은 탈탄소 에너지 개발에 있어서 원자력에너지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정책이 나누어져 있고 한번은 원자력을 줄여 그 산업생태계를 초토화하더니 이번에는 신재생에너지의 육성에 소극적이면서 원자력 살리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이러다가는 탈탄소 에너지의 양대 축인 두 산업 모두 타격을 입고 고사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두 산업 모두 우리나라는 강점이 분명히 있다. 두 산업을 모두 최선을 다해 키워도 석탄 화력 발전의 퇴출에 따른 에너지 빈자리 보충이 어려운 판에 정치가 앞장서서 민간이 열심히 키워나가는 중요한 산업의 생태계를 고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정재학 영남대 교수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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