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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오타니의 슬럼프
'9천억 사나이'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5일 한국을 방문했다. 메이저리그 최초 한 시즌 10승 40홈런 기록, 만장일치 MVP, 일본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 세계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 계약까지. 강속구 투수이면서 동시에 홈런 타자인 오타니는 잘생긴 외모와 성실한 인성까지 갖추고 있어 유니콘, 만찢남 등 별명을 갖고 있다. MLB 서울 시리즈로 오타니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그는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이런 오타니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깊은 바닥을 헤맨 적이 있다고 한다. 오타니는 2018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는데 팔꿈치와 무릎 수술로 2년 넘게 침체기를 보냈다. 2018년 빅리그 데뷔 후 첫 시즌 10경기에 등판한 뒤 팔꿈치에 이상을 느꼈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며 2019년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20년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일본 프로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슈퍼스타로서의 기량은 볼 수 없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투수 등판을 포기한 데 이어 옆구리 부상까지 입어 2021년 완전히 시즌 아웃 했다. 오타니의 로커룸이 깨끗이 비워져 있어 그가 시즌 아웃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난 후였다. 오타니는 "나는 의구심을 품은 수많은 사람들을 늘 상대해 왔다. 그 압박감이 나를 삼키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투수와 타자 겸업에 대해 사람들은 의구심을 가졌고 일본에서 프로 데뷔 당시 조금만 삐끗하면 "역시 무리"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그는 침체기 동안 휴식, 운동, 수면 관리, 식습관 관리, 데이터를 통한 피로도 측정, 과학적 분석을 통한 동작 교정 등 조용하지만 단단한 시간을 보냈다. 재활에 성공하고 선수 생활을 재기할 수 있을까 어제는 용기가 났는데 오늘은 불안한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오타니 옆에 그를 믿고 격려해 주는 감독과 가족, 친구들이 있었다.운동선수의 부상처럼 우리 인생의 위기나 어려움은 다양한 모양으로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가족과의 이별, 사업 위기, 취업 시험 낙방, 예상치 못했던 퇴직, 갑작스러운 질병 등. 그러한 때에는 그 시기에 맞는 새로운 루틴과 훈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이라고 느껴질 때,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극복의 첫 출발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인데' '나는 큰딸인데' '남들은 이보다 더한 일도 이겨내는데' '빨리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깊은 생채기를 내지 않기를 바란다. 마음껏 주저앉아 있기를, 무기력하게 쓰러져 있기를, 지금의 상황을 정면으로 직시하여 받아들이고 또 소화하기를. 그러고 나면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통째로 잘라내고 새로운 실을 뽑아야 할지 자연스럽게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수술받은 환자가 처음에는 수액으로 영양 공급을 받다가 어느새 죽 먹고 밥 먹고 일어나 회복하듯, 때가 되면 새롭게 다져진 단단한 길을 걷고 있을 자신을 믿어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그 상황을 당장 벗어나려고 허둥지둥 발버둥치다 탈진하게 되면 회복은 더뎌진다.어제는 용기가 났는데 오늘은 불안한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본다. 세상 풍파와 인생의 위기, 슬럼프를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발자국을 내가 총총 뒤따라가고 있는 중인 것도 같다. 부상과 슬럼프를 극복하고 세계 최정상의 야구 스타가 된 오타니 쇼헤이처럼 우리 또한 각자 인생의 MVP가 되기를 염원한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단체장의 생각:長考] TK 미래 100년을 이끌 글로벌 관문도시 군위
지금 대한민국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더불어, 지방소멸이라는 시대적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이미 20년 전부터 인구감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수도권 쏠림'이라는 인구 집중화 현상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지방 소도시의 소멸을 부추기는 실정이다.최근 많은 자치단체가 저출생과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위군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접근법에서는 '인근 시·군으로부터 인구 뺏어오기'와 같은 기존 방식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대구시와 함께 발표한 '군위군 도시공간 종합계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계획안에는 첨단산업단지, 배후 주거단지와 생활SOC 등의 구축 등을 위한 최대 20조원 규모의 개발사업과 함께, 중남부 신경제권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신공항 인근 지역의 각종 규제를 배제하는 'TK신공항프리존' 조성 등의 담대한 구상이 담겨 있다.이 계획에 따르면 군위군은 10만개 이상의 신규일자리를 갖춘 25만명 규모의 미래형 도시로 재탄생한다. 하지만 계획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창조와 성장의 시간과 함께, 과도기 과정에서 예상되는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현재 군위군은 팔공산 관통 고속도로, 동군위IC~신공항 도로, 대구 경북광역철도 등 도시 기반 조성의 근간이 되는 광역SOC 확충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인구증가 효과를 얻지 못했던 혁신도시의 선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차별화된 인구정책 수립에 주력하고 있다.가장 먼저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해 육아와 보육, 교육 등의 분야에 군위만의 특화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아이를 믿고 키울 수 있는 생활 여건이 정주 의사를 결정짓는 핵심요소이다. 이에 임산부와 영·유아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군보건소 통합건강지원센터를 필두로, 유아·어린이 돌봄 복합공간인 아이사랑키움터, 청소년 문화어울림 공간인 청소년가온누리관 조성 등의 맞춤형 행정지원에 총력을 쏟고 있다. IB교육 도입과 교육발전특구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두 번째로는 생활인구 증가를 위한 지역의 고유 자원을 활용한 정책 개발이다. 생활인구는 최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주 인구뿐만 아니라 일정 시간·일정 빈도로 체류하는 사람까지 지역인구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생활인구 증가를 위한 대표적인 분야가 관광 및 레저 스포츠이다. 군위군은 팔공산국립공원을 비롯해, 삼국유사테마파크, 화산마을, 화본역 등을 도시민의 쉼이 있는 힐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외에도 편리한 접근성을 기반으로 한 삼국유사야구장과 실내테니스장은 전지훈련과 아마추어 스포츠 경기의 최적지로, 군위종합운동장은 사회인 미식축구 리그전 등의 대회 유치를 통해 생활스포츠 메카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2026년 전국 최대 규모(180홀)를 자랑하는 파크골프장이 완성되면, 체류형 스포츠 관광이 지역 경제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것이다.이처럼 군위는 변화와 도전의 길목에서 TK 미래 100년을 이끌 글로벌 관문 도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말 그대로 머지않은 미래에 대구시의 발전을 선도하는 '대구시 군위군의 시대'를 위해 앞장설 것을 약속한다.김진열 군위군수김진열 군위군수
[아침을 열며] 일등보다는 일류가 되자
학교 다닐 때 시험이 정말 싫었다. 그래도 항상 1등을 하려고 노력했다. 평범한 집안 자식이 대접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접 후보자가 되어 두 번의 큰 선거를 경험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였다. 모두 압승을 하였고, 그 결과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선거와 시험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가장 공정하게 서열을 정해주는 방법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최근 근무하는 로펌의 대표변호사님으로부터 '가치성장위원회'를 만드는 데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러한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변호사는 업무의 특성상 공공성이 강조되지만, 생계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는 영리추구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기업과 같은 로펌의 경우 변호사 숫자나 매출액 같은 외형으로 순위를 매긴다. 이런 현실에서 뜻밖에 무형의 가치를 성장시키는 걸 목표로 하는 위원회를 만드는데, 그 이유가 "일등 로펌보다 일류 로펌"이 되기 위해서란다. 일등은 모든 경쟁자들을 밟고 오직 자신만이 살아남아 적들을 양산하지만, 일류는 주변과 상생발전하면서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총선의 열기가 뜨겁다. 한 지역구에서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하에서의 총선은 오징어게임 같다. 최후의 승자는 엄청난 권력과 명예를 얻지만, 떨어지면 목숨을 잃는 것만큼 참혹하다. 그러다 보니 온갖 비난과 모략이 난무한다.우리 선거의 원칙은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자유선거이다. 만 19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연령, 성별, 종교, 학력 등 어떠한 차별 없이 1인당 한 표씩 공정하게 선거권이 부여되는 것이다. 어떠한 주관적인 고려도 없이 한 표라도 더 얻어 승자가 되면 모든 것을 독식한다. 전체 선거권자의 몇 %의 지지를 받았는지는 문제 되지 않는다.우리의 시험 역시 거의 대부분 정해진 정답을 맞추는 방식이다. 세상일 모두 유일한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부란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응시자의 다양한 생각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공정성 시비 때문에 채점자의 재량을 최대한 배제하는 정량평가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어릴 때부터 암기 위주의 정답찾기 시험에 익숙하다 보니 다양한 사고를 펼치는 연습이 부족하다. 과거의 지식을 기억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창의성이 떨어진다. 편하게 읽고 쓸 수 있는 한글 덕분에 대한민국의 문맹률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낮은 편이다. 또한 초중등학교 의무교육 실시와 높은 교육열 덕분에 전 세계적인 고학력 사회이다.그러나 이렇게 우수한 국민들로 구성된 나라에서 문학과 과학 분야에서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콘크리트로 된 입시학원을 전전하며 얼마나 많이 외우고, 어떻게 해야 한 문제라도 더 맞출 수 있는지만 배운 결과이다.청소년을 콘크리트 입시 학원에서 오징어게임을 시키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질문 하나를 던지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아이들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오징어게임에서 일등이 되기를 기대할 것인가. 아니면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며 생각과 신체가 모두 일류가 되도록 자라게 할 것인가. 이 문제는 모두가 살아서 통과할 것 같다.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단상지대] MZ세대와 아버지의 눈물
필자 주변에 자녀 훈육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40대, 50대 아버지들이 많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자녀의 태도를 고치겠다고 '욱'하는 마음에 자녀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고압적인 아버지가 된 탓이다. 아버지 세대와 다른 MZ세대인 자녀들의 특성을 모른 채, '내 자식은 어린 시절의 나와 비슷하겠지'라는 착각 속에서 지낸 탓도 크다.무엇보다 체벌이 법으로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버지도 적지 않다. 국내의 체벌 금지가 2021년에 발효되었고 한국은 세계에서 62번째로 체벌을 금지한 나라가 되었다. 2020년 10월 입양된 지 8개월 만에 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일명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고, 국회는 2021년 1월 민법에 존재해 온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법 제915조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라는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2015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신설되어 부모의 자녀체벌을 금지했지만, 민법의 자녀징계권 조항이 존치하고 있어 대내외적으로는 체벌이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올해 1월 직장인 박병수(가명·46)씨와 그의 딸 사이에 체벌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다. 박씨는 직장 내에서 모범적인 직장인이자 평소 세 자녀를 끔찍이 사랑하고 가정교육에 신경을 쓰는 아버지였다. 그런데 겨울방학 공부를 소홀히 한 딸(고1)의 손바닥을 파리채로 서너 대를 때렸는데, 그 딸이 아버지를 112에 아동학대혐의로 신고한 것이었다. 박씨는 딸의 112신고에 놀랐지만,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밀 때 딸이 '아빠가 끝까지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는 것에 더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그는 한 달 가까이 할 말을 잃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씨는 당시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딸애 교육을 위해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는데 이게 그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니 인생이 우울하다"며 눈물을 보였다.최근 박씨는 이 사건이 종결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의 아동학대혐의는 인정되나 정상을 참작해 재판으로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딸과의 관계도 상당 부분 회복되었다. 그는 자식과의 관계, 부모의 관계를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다짐도 한 듯했다. 자녀에게 섭섭했던 마음을 넘어 자녀를 포용하고, 그 사건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최근에 만난 김중기(가명·56)씨는 5년 전 고3 아들의 행동을 교정하려고 야단을 쳤는데, "잘못했습니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들이 "그래서 우짜랍니까"라고 대들었단다. 욱하는 마음에 아들을 손찌검하는 등 끔직한 기억을 만들어냈다. 이후 아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를 제대했지만, 김씨는 아직도 아들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하고 냉랭하다고 한다. 아버지들은 시대 변화에 맞게 변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살아온 '자기 기준'대로 훈육한다. 그러나 자녀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부모의 감정이 앞선다면, 그 훈육은 꼭 체벌이 아니더라도 체벌과 다름이 없다.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단체장의 생각:長考] 문제는 대구다 바보야
1991년 이른바 '사막의 폭풍'으로 불린 미국 중심의 군사작전은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군대를 가볍게 제압하며 세계 경찰국가 미국의 진면목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그 중심에 있던 '아버지 부시' 조지 H.W. 부시 제41대 미국 대통령은 여유 있게 이듬해 재선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이자 명실상부한 세계 지도자로서 중동의 독재자를 응징한 아버지 부시는 대구와 비슷한 200여만 명 인구의 변방 아칸소 주지사이자 워싱턴 정계의 신인이었던 '빌 클린턴'에 의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드라마 같은 이변을 연출한 클린턴의 명대사는 "It's the Economy, Stupid!"였다. 가히 시대를 관통한 간결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민주적인 선거제를 운영하는 국가에선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떤 나라든 전쟁보다 치열하고 극적인 선거를 경험할 수 있다. 인구감소, 지방소멸이라는 폭풍전야와 같은 위기가 흐르는 대구도 며칠 후면 예외 없이 총성 없는 권력 전쟁과 마주할 것이다. 이 드라마 같은 전쟁에서 대구시민에게 진정한 승리를 안겨줄 시대정신과 맞닿은 명대사는 무엇일까?위대한 개선장군을 굴복시킨 시골뜨기 주지사 빌 클린턴의 승리처럼 승자독식의 근시안적 태도로 점철된 '서울공화국'의 확장에 맞서 대구의 위기를 극복할 드라마가 펼쳐질 대구 유권자에게 꼭 필요한 대사로는 "문제는 대구다, 바보야!"가 마땅하다. 청년 인구 유출과 인구감소, 볼품없는 GDP 같은 지수들을 굳이 나열할 필요도 없다. 비어있는 상가, 활력이 사라진 공단 그리고 위기의 부동산은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체감하고 동의할 수밖에 없는 대구의 현실을 말해준다.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 '대구의 위기'에 앞선 정치적 목표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에 있어 정치적 이견을 보이는 정치인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국가 균형발전은 지역 불균형을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협하는 국가적 문제로 국민 모두 인식하고 있음에도 점점 심화하는 지역 불균형은 결국 문제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실천이 부족한 탓이다.경기도 화성이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등극했다는 뉴스와 대한민국의 명운을 걸고 추진한 반도체 특구마저 삼킨 수도권 독식은 불균형을 넘어 무서운 속도로 인재와 투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의 균형발전을 위한 모든 정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윤석열 정부는 산업화·민주화에 이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지방시대로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방시대 실천계획'을 발표하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실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고 있다. 이 계획의 실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동량'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마땅하다.대구 유권자들의 표심과 민심이 오로지 대구를 향하고 있듯 대구를 지역구로 희망하는 모든 후보 역시 대구의 위기 극복 및 생존을 직시할 때 지방시대는 비로소 정치를 벗어나 우리의 현실에 찾아올 것이다.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버린 수도권에 경종을 울려야 마땅한 이번 총선을 마주한 오늘, 시골뜨기 구청장의 "문제는 대구다"라는 외침이 극적인 명대사로 등극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다만, 어쩌면 이번 총선이 추락 중인 대구의 반전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기에 소중한 지면을 빌려 소견을 펼치는 바이다.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인도의 총선
세계에서 가장 큰 선거는 어느 선거일까? 금년 4월19일에서 6월1일까지 치러지는 인도의 하원의원 선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선거이며 역사적으로도 그만한 선거가 없었다. 인도 14억 인구 중 유권자가 9억6천만명이나 된다. 5년 만에 치러지는 이 선거는 선거기간이 44일이며 100만 투표소에서 1천500만명이 선거업무에 종사한다. 깊은 히말라야 산속의 촌락이나 절해고도에도 선거 종사자들이 기차, 헬리콥터, 선박, 말 등 가능한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유권자를 찾아가 전자투표를 실시한다. 선거 일정은 7단계로 나뉘어 있지만 날씨와 문화적 종교적 축제를 고려하여 지역마다 다르다. 인도의 선거는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이 드는 선거이기도 하다. 2019년 총선 밑에 70억달러가 들었지만 금년 선거에는 그 곱이 들 것이라고 한다. 지난 총선 때 현금, 황금, 술, 제약 등으로 표를 매수하려다 발각된 금품이 수억 달러에 달했다. 투표율은 67%로 높았다.현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당선되면 3선을 하게 된다. 인도는 정치 소요가 많았지만 지난 75년간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를 잘 지켜왔다. 하원의 543석 중 과반을 획득한 당이 정부를 꾸리고 그 당의 당선자 중 한 사람이 총리가 된다. 지난 총선에서 모디의 바라티야자나타당(인도인민당)이 303석을 얻고도 다른 당과 연합하여 352석으로 정부를 꾸렸다. 이번에도 모디의 기반은 탄탄하다. 그는 힌두교 이념과 정서에 기반을 두고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복지와 인프라를 약속했다. 인도국민회의가 수십 년 집권하다 야당이 되었는데 이번 선거에선 모디의 3선을 막기 위해 다른 야당과 똘똘 뭉쳐 한 당처럼 대처하고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성현 생각] 민주주의 포기해'선' 안되는'거'
한 국가의 주권이 권력을 가진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아닌 국민에게 있는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할 때 민주주의의 꽃은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선거를 통해 자유롭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 많은 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뒤따랐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때로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들의 행태에 실망을 하며 투표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투표권은 자동차의 조향장치인 핸들과 같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할 때 권력자들은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국가의 정책방향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민주주의 선거는 포기해선 안 되는 거다. 도성현〈blog.naver.com/superdos〉
[경제와 세상] 의사집단의 '경제학'과 정부의 '정치학', 피해는 국민 몫
먼저 필수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선생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번 의사들의 의대 증원 반대 집단행동을 보면 염치없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의사의 연평균 임금 2억6천만원과 지난 10년간 79% 인상은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임상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2.6명으로 OECD(평균 3.7명) 최저라는 통계를 의사 공급부족의 근거로 내세운다. 이에 반해 의사들은 적은 수로 장시간 노동하기 때문에 실제 수입은 OECD 평균의 1.5배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이번 파업의 핵심인 전공의들은 "의사들이 국제 평균의 3배나 일을 하고 있다며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반박한다. 의사를 3배 늘려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는 통계를 의사 스스로 제시하면서도 의대 증원은 집요하게 반대한다. 이상하다. 일이 많아 인력을 늘려준다는데, 왜 반대할까? 의사들은 증원 반대의 주요 이유로 의료재정 붕괴가능성, 의료교육 부실화, 정부 일방통행 추진 반감, 심지어 공대 진학생들의 자질 저하로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하락 등을 들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의사들이 솔직해져야 한다. 핵심은 지난 19년 동안 '의대 정원동결'이라는 의사 수 공급독점으로 확보한 초과이익 유지의 '경제학'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는 시장 왜곡을 통한 고소득을 유지하기 위한 탐욕이 주된 이유다. 물론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그간 집단행동 때마다 정부가 양보하여 국민보다는 의사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제도를 용인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무원칙 '정치학'에 기인한 정책실패가 의사집단을 강성 노조 뺨치는 특수 집단화한 주범이다. 현행 의료 체계하에서는 의사들이 진료가 어렵고 수입이 적은 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는 기피하고 수입이 월등히 높은 피부과·안과·성형외과(피안성)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일부 필수의료 전문의들조차 미용·성형에 종사하는 것은 정부가 실손 보험과 비보험 진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과감하게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집단은 의사 공급통제를 통한 의료시장 왜곡으로 독점적 이익을 누리면서 정작 의사집단 내 일부는 시장원리에 충실, 즉 더 나은 수익을 좇아 피안성에 종사하다 보니 필수의료 분야는 의사가 부족하게 되어 의료서비스 공급마저 왜곡되는 것이다. 또한 등록의사 가운데 전문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1980년 37%에서 현재 86%에 이르러 전문의가 과잉공급되고 있다. 실제로 동네 의원급 일차진료는 6년 과정의 의과대학만 졸업한 일반의(GP)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면 충분한데 대부분이 대학교육 포함 10년이 넘는 단과전문의 중심의 개업의가 주류이다. 이들 개업전문의 입장에서는 10년 이상 교육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공급독점으로부터 보호받을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의사들은 고귀한 생명을 다룬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도 법적 조항이나 규제 일변도로 옥죄기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필수의료 수가 인상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적절한 보상체계 확립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한 난제가 많지만 현재로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해결책이다. 그간 의사집단의 탐욕 기반 '경제학'과 정부의 무원칙 기반 '정치학'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었다. 정부는 이번이 의사집단의 '경제학'에 기인한 시장실패와 그간 정부의 '정치학'에 기인한 정책실패를 바로잡고 의료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비상한 각오로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더 나은 세상] 탄소배출 없는 에너지는 모두가 육성해야 할 산업이다
기후변화의 주범이 화석연료라는 것이 밝혀지고 유엔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의 재앙을 막기 위해 1992년부터 기후변화 협약을 맺었고 2015년 파리에서는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를 열어서 지구온난화 저지의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노력을 하였다. 이는 산업화 이전의 지구의 평균온도보다 2℃ 이상은 절대로 넘기지 말아야 하고 가능하면 1.5℃ 이하로 유지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주요국 대통령, 수상들이 모여 선언한 것을 말한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탄소중립 개발 이행 목표를 5년 단위로 제출하고, 급기야 2023년부터는 이러한 각국의 탄소배출 감축 선언의 이행을 점검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도 어떤 노력으로 얼마만큼 지구온난화 가스의 배출을 감소하였는지에 대한 보고서도 제출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매우 부족하여 2023년 말에 이미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온도보다 1.5℃ 이하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막겠다던 선언이 무색하게도 1.6℃가량 상승을 돌파하였다. 이러다가는 2.0℃ 상승은 조만간 일어날 것이라는 충격적인 현실과 그 재앙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리라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견해이다.이에 다급해진 국제사회는 각국의 자발적 탄소배출 저감 선언과 이행에 더는 기대할 것이 없어 실력행사에 들어가는 모양새이다. 탄소 중립을 위한 청정에너지 기술의 확산과 에너지 전환을 경제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탄소 가격제(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등)를 도입하기 시작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65개국에서 73개의 탄소 가격제가 시행되고 있다. 2026년부터 EU는 탄소국경조정세(CBAM)를 시행한다. 현재의 낮은 수준의 국제 탄소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다. 탄소국경조정세(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란 EU 이외의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이 EU 내의 기준 제품의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초과할 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그 타격이 매우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또한 이와 비슷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의회에 통과시켜 시행하고 있어 사실상 우리나라는 보다 빨리 탄소 저감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나라는 난관에 봉착했지만 동시에 화석연료인 석유, 석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탈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미래산업의 부각은 큰 기회이기도 하다. 수입액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석유·석탄의 수입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진국보다 더욱 탈탄소 시장의 새로운 제품 개발을 해야 한다는 절대적 조건이 수반되어야 한다.지난 정부와 현 정부 그리고 여당, 야당은 탈탄소 에너지 개발에 있어서 원자력에너지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정책이 나누어져 있고 한번은 원자력을 줄여 그 산업생태계를 초토화하더니 이번에는 신재생에너지의 육성에 소극적이면서 원자력 살리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이러다가는 탈탄소 에너지의 양대 축인 두 산업 모두 타격을 입고 고사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두 산업 모두 우리나라는 강점이 분명히 있다. 두 산업을 모두 최선을 다해 키워도 석탄 화력 발전의 퇴출에 따른 에너지 빈자리 보충이 어려운 판에 정치가 앞장서서 민간이 열심히 키워나가는 중요한 산업의 생태계를 고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정재학 영남대 교수
[시선과 창] 58년 개띠의 미안함, 투표로 덜자
김형, 우리는 '베이비부머'라고 늘 여론의 주목을 받았지. 농경사회, 산업사회, 지식·정보사회, 제4차 산업혁명 사회를 직접 경험한, 지구상 어디도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세대지. 1958년 출생아 수는 99만여 명, 1959년 100만명을 넘기니 합하면 200만명, 대단한 숫자야. 또래가 많으니 당연히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었잖아. 콩나물 교실로도 모자라 3부제 수업을 한 초등학교. 중학교 무시험 진학, 대구서 고등학교를 입학한 우리는 경쟁 입시의 마지막 세대였고, 입시 부정 사고로 입학시험을 두 번이나 치른 세대잖아.우리는 모두 가난했지만, 절망하지는 않았지. 수돗물로 점심을 때우고 평행봉에서 차오르기를 했어. 학도호국단, 예비고사와 본고사 등이 고교 시절을 일컫는 말이지. 대학 77학번으로 학생 운동도 했고, 역사의 격변기도 여러 번 겪었어. 막걸리를 놓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지. 최전방에서 군 생활도 했어. 입학하던 해 대학가요제가 처음 열렸지.다행히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기여서 졸업 후 일자리는 찾았지. 대부분 30세 전에 결혼하고 자녀도 낳았지.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했고 나름의 성취도 이루었어. 잘나갈 때 IMF 사태를 만나 조기 퇴직하는 1세대가 되었지. 고학력 실업 문제, 노인 일자리 등 새로운 사회 문제가 대두되었지. 배우기도 했고 약간의 경제력도 갖춘 노인들이 확 늘어나는 세상이 되었으니까.시골서 나고, 도시서 배운 나도 힘겨웠지만 이겨냈고, 직장 생활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어느 칼럼에서 자식 교육을 잘못한 세대라고 책임지라더군. 오로지 내 자식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천박한 생각을 지닌 세대라고. 곰곰 생각해 보니 그렇기도 해서 세상에 조금 미안하네. 우리 대부분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첫 아이를 낳았지. 우리 아이들이 바로 MZ세대야. 이 아이들의 좋은 점이야 당연히 많지만, 결혼·출산에 부정적이고 공동체보다 자신을 생각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것에 부정적인 세대라고도 평가하네. 특히 돈과 공부 지상주의에 빠진 우리 세대, 그보다 더한 자식 세대라고 나무라더군. 김형, 그래도 우리가 누군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약간의 경제력을 갖춘 고학력 은퇴자' 아닌가. 자식 교육 문제는 일부 생각해 볼 점이 있지만, 그래도 경제 성장의 주역이고, 국가 발전을 이룩한 핵심 세대잖아. 그런데 우리도 제법 나이를 먹어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사회에 헌신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마침 다시 중심에 서야 할 때가 왔네. 총선이 눈앞이지 않은가. 바르게 선택해야 나라가 발전하지 않겠나.누구를 선택하랄 수는 없지만, 이런 후보는 찍지 마세나. 양심과 도덕, 법과 규범을 무시하는 사람은 공동체를 해하는 사람이야. 신념이나 철학을 유불리에 따라 바꾸는 사람은 시민을 멍청이로 본다는 뜻이지. 말 바꾸기가 능한 사람도 같은 부류겠지. 일부 시민을 특정해서 모든 국민이라고 속이는 사람은 분열을 부추기는 사람이고 권력을 사유화할 사람이야. 상대의 약점만 강조하는 사람은 자기 장점이 없는 사람이지. 시민을 대표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욕심만 앞세우는 사람은 부여된 권한을 엉뚱하게 써서 세상을 해롭게 할 거야.김형, 200만명이 총선에서 바르게 선택하면 세상에 보탬이 되겠지. 우리 자녀 세대들이 더 나은 제도와 문화 속에서 살 수 있겠지.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되겠지. 꼭 투표장에 가서 제대로 된 사람을 뽑으세. 그래야 우리 미안한 마음도 덜 수 있을 테니까.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인재가 지역을 바꾼다
지방은 위기다. 위기의 본질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준비를 못 한 것이다. 기회가 많을수록 그 기회를 잡으면 더 큰 도약을 하지만, 그 기회를 놓치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한다. 2019년 2월 구미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유치에 실패했다. SK하이닉스는 용인을 선택했다. 인재가 문제였다. 고급 인력은 수도권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대구경북에서는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구미 시민들이 생각하는 구미의 취약점은 교통, 교육, 문화·예술 등 정주여건이었다. 과거에는 기업과 산업단지 관점에서 '생산성'이 중요했다면, 지금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인재와 정주여건 관점에서 '매력도'가 더 중요하다.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정된 지 5년이 지났지만,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2000년대 지식기반사회로 진입할 때부터 인재와 정주여건 관점에서 지방에 투자를 했다면 지금 우리는 더 큰 도약을 맞고 있을 것이다. 2023년 7월 경북 구미는 경기도 용인시·평택시와 함께 반도체특화단지로 지정되었다. 놓친 기회가 다시 왔다. 대한민국의 지난 압축성장은 인적 자원에 기반한 성장이었다. 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부터 반도체 등 기술집약적 산업에까지 산업화단계별로 우수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모세대의 희생적 교육열과 지방의 희생적 인재유출이 있었다. 지방은 악순환에 있다. 열악한 일자리는 인재가 안 오고, 괜찮은 일자리는 인재를 못 구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일자리, 교육, 문화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해서 지방은 인재유출로 소멸위기다.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노른자)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서울 출퇴근에 청춘을 바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다. 공직 퇴임 이후, 지난 2년간 전국 곳곳에서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하는 청년들과 지역공동체를 위해 애쓰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청년들은 경기도가 계란 흰자라면, 비수도권 지방은 프라이팬이라고 했다. 모두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지방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청년들은 더 많고 더 다양한 기회를 찾아서 수도권으로 떠난다. 지금부터라도 인재와 정주여건 관점에서 과감한 전환과 투자를 해야 한다. 탐색과 실험, 훈련과 창업부터 재도전 기회까지 차별화된 기회를 제공하고, 골목과 거리, 창업공간부터 개방적인 문화까지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제 지방은 인재공급이 아니라 인재활용과 지역정착이 더 시급하다. 지역인재가 지역을 바꾸면, 떠나간 인재도 돌아온다. 지역과 인재 대표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특별기고] 응급실을 지켜라!!
며칠 전, 밤 11시 진료하는 응급실에 호흡 곤란이 심한 70대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전원 돼 내원했다. 오랫동안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가 상태 악화로 급하게 상급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진료 자료도 한 뭉치 가져왔다. 당시 환자는 열 나고, 숨차고, 맥박도 빨랐다. 응급실에서도 급하게 환자를 처치하는 소생실로 옮겨 진료했다. 호흡 곤란에 대한 응급처치 이후 환자가 왜 이럴지 고민하면서 가져온 자료와 새롭게 검사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리고 치료 방침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약화 원인을 찾아냈다.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신장내과, 감염내과, 비뇨의학과 교수 협진을 통해 결과가 나오고, 치료 방침을 잡으니 새벽 1시가 넘었다.환자에게는 열을 내릴 수 있도록 항생제와 수액 요법을 시행 후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아 응급 투석을 했다. 이후 신장 응급 시술을 하면서 환자는 점점 호흡곤란에서 벗어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숨이 찬 증상도 없어지고 원인이 해결된 시간은 새벽 5시쯤 됐다. 그때 내원할 때 울면서 면담한 딸이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냥 지켜봤으면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숨쉬기 편하게 해줘 연신 고맙다며 울먹였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밤을 꼬박 새어 진료한 찐한 보람을 느끼게 됐다. 또한, 같이 진료 봐준 교수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이런 의료시스템을 갖게 해준 게 너무 즐거웠다. 응급실이라 생각하면 급박하고 무섭고 힘들게만 생각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급박하나 정교해야 되고, 무섭지만 사람에 대한 정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힘들지만 큰 보람이 있는 곳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대학병원 응급실 시스템은 여러 해를 거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이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여러 의사 선생님의 노고로 이뤄졌다.이번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전공의 미출근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은 너무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 일주일에 24시간 근무 3번 정도 하면서 의료진 피로도가 최대치로 올라가 있다. 그리고 어려운 환자가 왔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소멸해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곧 나타날 의사 피로도가 응급의료 시스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는 곧 정성으로 대해야 하는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게 명확하게 보인다.어릴 때 재미나게 읽었던 솔로몬의 유명한 '진짜 엄마 가짜 엄마 판별하기'에서 '아이를 반으로 자르거라'라는 말에 양보하는 엄마가 '진짜 엄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국민을 아낀다면 이쯤에서 의·정의 싸움은 멈춰야 한다. 정부는 강압적 자세로 의료인과 시스템을 대한다면 일하고 있는 응급실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그 좋은 공공선이 없어지고 사명감 높은 의사의 회의가 짙어진다. 그리고 학생들과 전공의들도 완충할 수 있는 전향적 자세를 가지고 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기의 진정한 엄마가 될 수 있다. 진짜 아기엄마 맘으로 진심으로 우리가 지켜야 할 건 우리 자존심이 아니라 병들어서 힘들고, 아파서 힘든 국민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건실한 의료적 접근이다. 진료하고 있는 응급실은 어떻게든지 지키겠다. 이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고민하고 행동하면서 더 따뜻하게 환자를 대하겠다. 다만 이렇게 열심히 만들어 놓은 의료적 성과와 시스템을 정부는 좀 더 이해해줘 솔로몬 이야기의 진정한 엄마가 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행동을 가지면 좋겠다.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종현의 블록체인과 AI] "비트코인 투자 조심하세요"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어섰군요. 칼럼을 시작할 때만 해도 1억은 꿈의 숫자였는데 많은 유튜버나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2억, 5억을 외치고 있습니다. 코인 마켓은 엄청나게 위험합니다. 1억이 몇 달 사이에 500만원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거래소에서 거래중지 될 수도 있습니다. 부디 다른 이들이 몇백 배 몇천 배 벌었다는 소리에 나도 해봐야지 하시는 분 제발 없으시길 합니다. 칼럼을 시작할 때 코인 투자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렸지만 경험자로서 경고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거듭 조심하시라는 말씀드립니다. 2008년 리먼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부동산 대출을 담보로 어마하게 발행된 미국 달러를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비트코인이 시작되었습니다. 총발행량을 2천100만개로 정하고 추가로 발행되지 않으며 소수점 아홉째 자리까지 나뉘어 거래할 수 있게 설계가 되었습니다. 중앙통화 관점에서는 현물의 가치가 현금 대비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만, 2천100만개의 한정적인 숫자로 인해 코인의 가치가 상승하고 거래되는 트랜잭션이 공개되어 큰돈의 움직임 또한 판단할 수 있게 설계되었죠.또한 채굴을 하면 비트코인이 생긴다고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데 채굴이라는 것은 주어진 조건의 숫자를 빨리 찾는 것이며 이때 해시라는 숫자(digit)를 찾고 그것이 블록이라는 것을 만드는 데 쓰이게 되고 이때 엄청난 컴퓨터 자원과 소모하는 전기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 수수료 형식의 비트코인을 채굴자에게 보상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보상체계는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들게 설계되었으며 보상은 절반이 되지만 채굴의 난이도 상승에 따른 컴퓨팅파워는 승수로 올라갑니다. 투자를 위해 거래소에서 구매한 사람이라면 100만원에 사서 100만원에 팔 수도 있겠지만, 채굴자를 통해 생성되는 비트코인은 2배 이상 원가를 더 지불하게 되어 아주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아마 원가 이하 판매는 힘들 겁니다. 그래서 지난 4년마다 벌어지는 반감기에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이라는 이벤트가 벌어졌습니다.상승은 이렇게 기본적으로 4년마다 반감기라는 이벤트를 통해 벌어지고 있고요. 하락은 왜 오는가? 마운트 곡스 사건이 제가 알고 있는 최초의 가장 큰 비트코인 가격 하락 이벤트였는데요. 일본에 설립된 마운트 곡스라는 거래소가 전 세계 70%의 비트코인 거래를 도맡아 하다 80만개의 비트코인을 해킹당합니다.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80조원 정도이니 어마어마하게 느껴지시죠. 그러한 해킹 이벤트로 각 나라 정부에서의 부정적인 규제 등이 발표될 때마다 가격 그래프가 수직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국내에서는 2017년 가을 겨울 정부의 규제 의지가 가장 큰 이벤트였던 거 같습니다. 새로운 이벤트는 항상 많은 투자자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하였습니다. 불과 30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잔고가 25% 정도 남는 것을 보기도 하고 10여 분 만에 원상회복하는 것을 보며 많이 놀라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겁이 없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지금은 제가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오르는 것은 예정이 되어 있다, 나는 반드시 성공한다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떨어지는 것은 절대 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2010년 이후 많은 세계 투자사들이 알고리즘을 통한 주식매매를 진행하였으나 알고리즘도 대응하지 못한 여러 번의 하락장이 존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규칙을 따라가는 알고리즘조차도 시장을 앞서가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라 마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조심하십시오.〈주〉루트랩 대표이사김종현 〈주〉루트랩 대표이사
[이하석의 발견과 되새김] "어머, 매화가 당신 땜에 핀 게지요?"
# 화신(花信)의 그늘봄꽃 소식과 함께 말들이 퍼진다. 올봄은 말의 성찬으로 풍성해질까? 총선을 두고 하는 말이다. 꽃들이 만개하면서 그 향기가 짙듯, 하마 온갖 말들이 우리 사회를 풍미한다. 꽃 소식은 이미 와락, 밀려오는 느낌이다. 청도 읍성 주변에 있는 한 식물원에서 수선화가 가득 핀 걸 본다. 그 곁에는 복수초 꽃이 노랗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매화도 벌써 피었다. 동백의 만개는 아직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지난주 거제 바람의 언덕 주변에서 동백숲 길을 걸었는데, 꽃들이 듬성듬성 붉은 기를 내보이는 상태였다. 아마도 이번 주말이나 내주에는 만개한 꽃들은 물론 산책길에 떨어져 있는 처연한 낙화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삼월은 그런 꽃소식으로 설레야 한다. 자연의 순환이 가져오는 경이로운 광경을 두고 그려보는 것이겠지만, 올봄의 설렘은 거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이들의 눈을 통해 꽃들을 보면서 말들을 꽃 피우는 것이 당연히 더 의미 있어 보인다. 그래, 좀은 유치하더라도 "어머, 매화가 당신 땜에 핀 게지요?"라는 말이 나오는 광경을 그린다. 나는 그렇게 올봄을 '보고, 듣고' 싶다. 그러나 올봄은 온갖 말들로 피어서 시끄럽고 분답한 철이 될 듯하다. 선거 바람이 꽃향기처럼 퍼졌으면 하지만, 역시 아닐 듯하다. 새 사람을 뽑고 그리하여 새로운 봄 사회가 열리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러한 바람과 달리 여전히 꿈의 그늘을 보여줄 뿐이다. 무엇보다 말들이 봄의 화신처럼 그리움을 담은 말이 되지 못해 안타깝다. 말은 추상적이고, 기호적이며,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에 말이 많을수록 의미는 복잡해지고 탁해진다. 그래서 예부터 침묵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 한 것이리라. 선거가 치열해질수록 그 말들 때문에 어지럼과 살벌함이 느껴지니까 하는 말이다. 선거판의 말들이 대개, 살리는 말들이 아니고 죽이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우울한 정치'극단의 정치, 분노의 언어'라는 말을 듣는다. 어느 신문 사설의 제목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총선 운동에 돌입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공천 과정이 국민의 뜻대로 이루어지긴 어렵다는 걸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여전히 '친윤 불패'니 '친명 불사'라는 말이 대세를 이루는 듯해서 씁쓸하다. 이런 쏠림이 불식되지 않는 한 선거가 국민의 축제가 되긴 불가능하다.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거나 무관심을 불러올 수 있을 뿐이다. 충성 경쟁이나 강성 후보의 득세가 판을 치면 결국 자기들만의 혈투로 난장판이 되기 마련이다. 막말 같은 '분노의 언어'는 거기서 나온다. 정당들마다 진영논리에 갇혀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패륜 공천' '목발 경품'이란 말이 살벌하다. 상대 당을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때로는 조선 시대에 죄인을 두고 쓴 말들로 상대 후보를 질타하기도 한다. 상대를 겁주고, 자신을 우월적인 존재로 부각하지만, 결국은 그 화가 자기에게 돌아올 뿐이다. 비극적인 희극이 아닐 수 없다.우리의 선거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듯해서 여전히 우울하다. 선거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말을 정화하고, 말의 품위를 지키는 가운데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상대와 토론하면서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왜 그러한 풍토가 되지 않을까? 막말을 타이르고 정쟁을 중재할 '어른'이 없어서 또는 큰 정치가 갖는 균형감을 마련하지 못해서 그러할까? 양대 정당의 구조가 화해는 뒷전에 두고 대립으로만 치달으면서 말들이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왜 우리의 선거판은 아이들 학급 반장 선거보다 못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 되는 것일까?#말의 꿈탈무드의 명언이 있다. "물고기는 항상 입으로 낚인다. 인간 역시 입으로 걸린다." 말은 힘이 있지만, 화를 자초하는 것일 수 있음을 경계한 말이다. 말이란, 말하는 자와 듣는 자라는 구조를 갖기 때문에 항상 상대에 대한 배려가 따른다. 언어 구사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자기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늘 헤아리며 신중해야 한다. "칼로 벤 상처는 쉽게 아물지만, 말로 벤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총선은 말의 성찬을 이루지만, 그 말들이 '분노의 언어'인 한 유권자의 귀에 수용되지 못함은 물론이다. 구체적인 대안이 없이 수사만 번지르르한 말 역시 신뢰를 얻지 못한다. 막말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누구의 말마따나 그건 거의 '매운맛' 중독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의 한복판은 막말의 범람이라 할 만큼 자극이 강하다. 상대 후보를 자극하고 분노를 부추기기에 각박한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진정성 있는 말이 그립다. 좋은 말은 수사의 힘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삶과 생각의 진정성이 받침이 되어야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 정치의 한복판에서 부대끼며 국민을 위한 개진의 몸부림을 친 삶에서 나온 말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밖에 없다. 가령 고(故) 노회찬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방송사 토론에서 한, 양당 체제 비판의 말처럼 말이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됐습니다." 이 말은 삼겹살 좋아하는 우리 국민의 식성에 딱 맞아떨어지는 말로 회자됐다. 상대를 공격하는 말이 아닌, 너와 내가 함께 반성하여 살리자는 말을 친숙한 우리의 식습관을 들어 말한 것이다. 그야말로 국민을 의식하고 국민이 바로 선거의 주인임을 내세우는 말이기도 했다. 안개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말의 성찬 속을 헤매면서 문득문득 꿈꾸어 보는, 봄꽃 같은, 화사하면서도 향기 넘치는 말. 우리는 막말이 아닌,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시인이하석 시인
[시시각각(時時刻刻)] 잘사는 초중고, 가난한 대학
지난해 1인당 GDP 3만3천745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가난한 후진국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요인들 중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열이 바로 그 중심에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내국세수의 일정 비율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급하는 내국세 연동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내국세 20.79%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인구 팽창기인 1972년1월1일에 시행되어 50년 세월 동안 유지되면서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내국세와 연동된 세수는 경제성장에 비례하여 그 재원이 증가한다. 덕분에 초중고는 잘살게 되어 등록금도 사라지고 무상급식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23년 출산율 0.72명을 기록했고,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학령인구는 2020년 546만명에서 2060년 302만명으로, 앞으로 30년간 44.7%나 감소할 전망이다. 급기야 2022년 못 쓰고 남긴 초중고 교육예산이 7조5천억원이라고 한다. 학생 수는 줄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계속 늘어나 초중고생 1인당 교육교부금 액수가 2023년 1천207만원에서 2032년 3천39만원, 2060년에는 5천448만원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초중고는 넘쳐나는 예산을 소비하고자 학생과 교사에게 무상으로 디지털기기를 제공하고, 입학준비금이나 교원 주택임차비까지 지원한다. 내국세 연동 총량 산정방식의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구조가 되어 초중등 교육투자만 세계 1위 수준이라는 기형적인 재원배분 결과를 가져왔다.반면 대학의 경우는 대학등록금 동결 정책이 대학의 재정자립도를 악화시키고 있다. OECD 38개국 중 고등교육 1인당 교육비가 초중등교육 1인당 교육비보다 낮은 나라는 그리스를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사립대학의 경우 등록금수입이 대학 총수입의 50% 내외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등록금동결정책 이후 사립대학의 재정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대부분 국가는 전체 경쟁력과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유사한 수준이나,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4~50위권 수준으로 정체되고 있다.결국 초중고는 국민소득 대비 투자가 세계 최고 수준이나 대학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비효율적 교육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교육 분야에서의 재원조절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과거에는 대학진학률이 낮았지만, 이제는 89%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교육도 무상교육으로 전환할 때가 되었다. 무상교육은 교육의 기회를 넓혀주고 실질적인 평등을 추구하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미래 한국의 국제경쟁력이 된다는 점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량 산정방식을 초중등 학령인구 변화에 맞추고, 대학교육과 평생교육 및 직업교육의 재정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2025년을 기준으로 추산한 사립 일반대학과 국공립 일반대학의 무상교육에 필요한 예산이 10조~11조원이라고 한다. OECD 평균인 GDP 1% 수준으로 확보할 경우 교육의 무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독일 등 서구선진국은 지금의 우리나라보다 GDP가 훨씬 낮은 시절부터 모든 교육의 무상화가 이루어졌다. 교육재정의 분배조절로서 이룰 수 있는 상황이라면 서둘러 시행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의 교육비 절감은 출산율 상승에도 크게 영향을 주어 국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해 본다.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권세훈 (주) 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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