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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거 참여로 지속적인 정책선거 만들어야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4월10일 수요일로 점차 다가오고 있다. 유권자는 자신의 소중한 선거권을 행사함으로써 민주주의 사상과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한 국가에서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즉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나 한 명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자로서보다 정치권력이나 국가권력을 개인의 소유욕과 이익만을 챙기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정치인이 무관심한 유권자의 심리를 더욱 악용하여 국가권력을 갖게 되면, 우리나라는 불공정과 적폐의 사회라는 늪에 빠지게 된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를 당하게 된다"고 했으며, 민중운동가 함석헌도 "정치란 가장 덜 나쁜 놈들을 뽑는 과정이다. 어차피 다 나쁜 놈들이라고 투표를 안 하면 가장 나쁜 놈이 다 해먹는다"고 했다.정치는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의를 통해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미래지향적 행위이다. 특히 정책선거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지킬 수 있는 정책을 국민들에게 약속하고 국민들은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하면서 분석하여 유익하고 실현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를 당선자로 선택하고, 당선자가 약속한 정책을 잘 이행하는지 지켜봄으로써 다음 선거에서의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가치지향적 정치과정이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부동층을 증가시키며, 부동층의 투표에 대한 무관심은 낮은 투표율로 이어지고, 이런 저조한 투표율은 당선자의 대표성 기능에도 위기를 가져온다. 이로 인한 사회적 현상은 선거제도에 있어서 헌법적 가치를 추구할 수 없게 되며,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구현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전개될 수 있다. 선거는 국회의원 후보자만의 행사가 아니고, 유권자가 선거의 중심에 바로 서 있어야 미래의 밝은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유권자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국민의 대표자일 뿐이며, 그 대표자는 대의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국민을 대신하여 정책을 만들고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 예산을 쓸 수 있도록 선거를 통해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국민이 맡긴 일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유권자의 몫이며, 유권자들은 정당과 후보자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우리가 기대하고 존경하는 정치인은 그야말로 지역의 현안이나 국가 미래를 바라보며 고민하고 연구하며 실천하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그 역할을 해주는 자이다. 선거 때마다 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각 정당 간의 논쟁이나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심판만으로 총선을 치러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복수정당제에서 집권정당과 그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당연히 있어야 하겠지만, 이에 더 나아가 어느 정당이든 간에 더욱이 지역을 대표하고자 하는 국회의원 후보자는 지역의 현안과 정책을 제시하며 국가 미래 지향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2024년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도 정책선거로 치러지기를 기대하며, 이후 그간의 정책을 평가하고 다음 제23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현안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선거가 지속되길 희망한다. 김종세 (한국창의정책학회 회장 겸 계명대 법학과 교수)김종세 (한국창의정책학회 회장 겸 계명대 법학과 교수)
[기고] 독립운동기념관과 구국운동기념관
우리 헌법 전문(前文)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된다. 여기서 3·1운동과 임시정부는 독립운동이고, 4·19는 구국운동을 말한다. 독립운동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항쟁이었고, 구국운동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바로 세우는 일이다. 지난 3월4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문시장 옆 계성중 부지에 구국운동기념관을 짓도록 도와달라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요청에 화답했다. 대구시의 구국운동기념관 건립 구상은 2020년 대구의 민간 독립운동단체인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발기인 대회를 갖고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시작한 기념관 건립 활동이 한창인 가운데 나온 만큼 대구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우리 사업회와 추진위원회의 시민 활동, 보훈부 방문, 정관계 설득과 홍보 등으로 나름 공감대를 얻고 있는 즈음에 제시된 대구시의 구상이니 더욱 그랬다. 그런데 최근 '건국 전쟁' 논란과 이승만기념관 건립 움직임, 이승만 동상 건립 등의 분위기를 보면서 대구시의 구국운동기념관 추진에 왠지 걱정이 앞선다. 구국운동은 역사적으로는 외세와의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역사적 인물들, 강감찬 장군이나 이순신 장군 등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공(功)과 함께 과(過)도 있는 인물을 공만 부각하고 과는 뺀 채 구국운동의 영웅처럼 앞세우는 현실은 이해하기 힘들다. 광복 후 철저하지 못한 친일배의 청산, 석연찮은 반민특위의 해산 과정, 보도연맹이나 국민방위군과 같은 의혹투성이 사건, 정적 탄압과 정권 연장을 위한 부정투표 등 여러 대형 부정과 부패 사건에 얽힌 인물이 바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물론 토지개혁 등 그의 업적은 내세울 만한 공(功)도 있다. 하지만 허물 즉 과(過)도 적지 않게 뒤섞인 독재 정치가라는 평가도 있다. 이를 균형 있게 다루기는커녕 구국영웅으로만 그리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도 지나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정돼야 할 시각이다.구국운동과 독립운동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제강점기는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아예 나라를 빼앗기고 없던 때였다. 나라 되찾는 데 목숨과 모든 것을 바쳐 세계를 떠돌며 풍찬노숙을 마다않은 의병. 대한광복회, 의열단, 임시정부 등 뭇 독립운동 단체에서 희생한 선열들을 떠올리면 독립운동에 대한 관점은 달라야 한다.독립운동과 구국운동까지 아우르고 싶은 대구시의 구상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대구의 구국운동기념관에 채워질 내용이 무엇이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선명히 새기는 기념관을 먼저 염두에 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가 아닌가. 또한 서대문형무소에 버금가는 순국의 희생 역사자산을 가진 대구형무소도 재현해 형무소 순국 206명(서대문형무소보다 11명 많음)의 애국지사를 조금이나마 위령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구국운동기념관이 아니라 독립운동기념관을 기원하는 마음이 더 앞서는 것은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아버지(백산 우재룡 광복회 지휘장)가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 보낸 핍박한 삶을 지켜본 자식으로서의 연민 때문만은 아니다. 2021년 계명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확인된 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 찬성 민심(75.9%)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여든 해를 대구에서 보낸 한 노인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 )
[특별기고] "고령대가야축제로 초대합니다"
고령군은 지난해 가을과 올해 초에 겹경사를 맞이하였습니다. 하나는 1500년 전 대가야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지산동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호남 화합과 상생발전을 위한 '달빛철도' 특별법의 국회 통과로 고령에 철도역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대가야의 도읍지 고령이 관광도시로의 변신과 함께 산업물류 허브로서의 길이 열리는 큰 경사입니다. 이제 고령은 지역의 변방이 아닌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 하는 것은 물론 교통의 중심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고령은 현재에도 길이 사통팔달로 뚫려있어 어느 지역보다 편리한 지역이기도 하나 '달빛철도'가 건설되면 광역교통망을 두루 갖추게 되어 접근성이 뛰어나 영호남 내륙권 산업물류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고령군은 대구와 연접한 산업ㆍ경제도시이자 도농복합형 도시로, 늘어나는 산업물류는 달빛철도가 건설됨으로 더욱 원활해질 것입니다. 달빛철도를 중심으로 광역교통체계의 변화를 일으켜 접근성 향상은 물론, 고령의 산업물류 수용량 확대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는 늘고, 정주인구 또한 증가할 것입니다. 고령군은 달빛철도가 영호남 산업벨트 조성을 가능케 하는 영호남 상생의 원동력이자, 고령의 100년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고 다양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지산동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명실상부 고령이 역사문화도시로서의 가치를 전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군은 세계유산의 도시, 고령에 지역민은 물론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의 관광객들이 편하고, 보다 쉽게 찾아올 수 있는 품격있는 도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런 계획이 완성되면 고령은 대변신을 하게 될 것입니다.이같이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고령의 모습을 29일부터 31일까지 대가야읍 지산동고분군과 박물관 일원에서 열리는 '2024 고령대가야축제'에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세계유산, 고령 지산동고분군'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가야축제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산동고분군의 매력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현하여 관광객들에게 보여드릴 것입니다.지난해 호응을 얻었던 100대 가야금 공연을 비롯해 창작뮤지컬 '도둑맞은 새', 야간 고분군 트레킹, 밤하늘을 수놓을 '대가야 별빛 쇼' 등 다채로운 행사가 축제 기간 내내 펼쳐져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할 것입니다. 고령군은 올해도 정성을 다해 고령대가야축제를 준비하였습니다. 실시간 CCTV 중계 및 상황 전광판과 360도 무지향성 스피커가 탑재된 울트라 보이스(이동식 대중경보장치)를 활용하는 등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였습니다.가족, 친구, 연인과 손잡고 축제에 오셔서 무르익어가고 있는 봄도 감상하시고,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산동고분군의 매력을 직접 느껴보시기 바랍니다."올해도 여러분을 고령대가야축제로 초대합니다!" 이남철 고령군수이남철 고령군수
[기고] 달구벌대로 동범서죽(東泛西竹)
한반도 영남권의 중심도시 대구의 지형은 서쪽에서 북동쪽으로 가파른 기울기를 가진 고구마 형태였다. 그러나 군위군 편입으로 수탉 모양의 군위군이 그 위에 올라서는 형상이 된다. 개편을 앞둔 2030 대구 도시기본계획은 대구 공간구조를 1 도심, 4 부도심, 5 성장유도거점으로 설정하고 있다. 교통은 신체의 핏줄처럼 공간에 연계성을 부여하며 역외까지도 뻗는다. 대구의 교통망은 6개 고속도로와 경부고속철도, 경부선, 대구선이 통과하는 광역교통망과 도시 내 4개 순환선, 10여 개 방사선 도로와 3개 도시철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반월당을 중심으로 동서로 뻗은 폭 50m 달구벌대로는 동쪽에 범어네거리, 서쪽에 죽전네거리를 거점으로 지하철 2호선과 함께 대구 동서교통의 중심축을 이루며 역외 경산과 성주와도 힘차게 손잡고 있다. 범어네거리는 동대구역과 동대구 벤처밸리 등을 배경 삼아 관문성·역동성으로 상업·업무 고층 빌딩과 공공건물들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며 동대구권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앞으로 동대구로에서 대구 미래 먹거리와 위상을 향해 펼쳐갈 묘기들이 주목되는 가운데 범어네거리는 달구벌대로를 더욱 꼭 잡아야 할 것이다.한편 2022년에 개통된 서대구역은 대구·경북 신공항철도, 달빛철도, 대구산업선, 대구광역철도를 품으며 국토 영남권 철도교통의 중추 역할을 담대히 주장해 갈 것이다. 근거리에 있는 죽전네거리는 대구 산업 심장 성서·서대구 산단과 월배·성서지역을 아우르는 대구 서부권의 중심으로 본리네거리 방향으로는 이미 고층빌딩 숲으로 하늘을 가려가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 서대구 성서IC 진입교통의 관문인 죽전네거리는 서대구역과 시 신청사를 배경으로 대구 서부권 경제·문화·산업의 중심 위상을 확인해 갈 것이다. 도시의 관문 및 인접 교차로는 도시의 첫인상과 정체성을 담는다.이에 정부 인증 '그린시티' 달서구는 성서IC 주변에 8천여 그루 편백 나무를, 고속도로 지하 벽에는 아트그래픽 그리고 용산네거리 주변에는 담쟁이를 식재하며 두류 청사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시청사 진·출입 주 관문이 될 성서IC는 수십 년 후 아름드리 편백숲에 묻혀 통과 차량에 신선한 청량감을 선사해 줄 것이다.한편 훗날 신공항이 운영되고 군위군이 공항도시로 활력을 가질 때 죽전네거리와 두류네거리 그리고 서대구역사는 두류공원과 손을 잡고 신교통 수단으로 무장해 가며 목소리를 높여 갈 것이다. 도시의 위상과 품격은 교통 결절점 주변의 빌딩들이 대변해 준다. 금융·보험업 그리고 기업 건물들이 나서주어야 할 대구의 주요 네거리들이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로 점령돼야 하는 대구 경제의 허약함이 씁쓰레함으로 다가온다.세계의 교차로 뉴욕 타임스스퀘어는 뉴욕시청사에서 센트럴파크 그리고 브로드웨이로 연결되어 하루 300여만 명을 품어 준다고 한다. 이를 아는 듯 달구벌대로는 동부권에 더욱 치우쳐 가는 지역 정책들에 새로운 균형추가 될 시청사 건립과 두류공원 대개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구 백년대계의 꿈이 실현되는 그날을 향해 범어네거리와 죽전네거리는 부지런히 그리고 야무지게 활약상을 펼쳐갈 것 같다. 펼쳐지는 대구 서부권 시대에 힘을 더해 줄 달구벌대로는 하늘 높이 펄럭이는 동범서죽(東泛西竹)이란 깃발에 흐뭇한 미소를 보내주고 있다.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기고] 오늘의 건강검진, 건강한 내일 위한 시작
10년 전 시아버님께서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으셨다. 수술이 끝나길 기다리며 걱정하는 시어머님을 위로해드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현재 아버님은 암 완치 판정을 받고 건강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수술 이후 건강관리에 힘쓰면서 요가, 탁구, 파크골프 등 운동을 즐기며 오히려 수술 전보다 더욱 건강해졌다고 이야기하신다.현재 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병이며 국민 10명 중 약 4명이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최근 5년간 진단받은 암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2.1%로 암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율은 10년 새 6.6% 증가했으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이 같은 생존율 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국가암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부서에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암 검진이 암을 직접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진을 통한 암 조기 발견이 암 환자 사망률 저하에도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빈도가 높은 암종은 대부분 제때 치료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주요 6대 암인 자궁경부암(20세 이상 여성), 위암(40세 이상), 유방암(40세 이상 여성), 대장암(50세 이상), 간암(40세 이상 고위험군), 폐암(54~74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국가암 검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세대 보건대학원 국민건강증진연구소가 12년간 국가건강검진 참가자의 총 의료비를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년 검진을 받은 사람에 비해 건강검진을 한 번 이상 건너뛴 사람의 총 의료비가 2.1배로 높았고 입원일수도 1.7배 길었다. 또 5회 이상 건강검진을 빠뜨린 사람은 꾸준히 받은 사람보다 고혈압 발병률이 1.5배, 당뇨병 2배, 고지혈증 1.7배, 대사증후군은 1.8배 높았다고 한다.3월21일은 '암 예방의 날'이다. 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암의 예방·치료 및 관리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 향상을 목적으로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이래 17회째를 맞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암 발생의 1/3은 예방이 가능하고, 1/3은 조기진단과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며, 남은 1/3도 적절한 치료로 완화가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암의 조기검진과 조기치료를 권장하고 있다.2024년도는 출생연도가 짝수인 분들이 국가암 검진 대상이다. 올해 국가암 검진 대상자는 2024년 12월31일까지 검진이 가능하나 연말에는 수검자가 집중되므로 연말 이전에 여유롭게 검진받으시기를 추천한다. 오늘 하루를 건강검진에 투자하는 것이 건강한 내일을 위한 시작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직원으로서 건강검진이 여러분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정지은 <국민건강보험공단대구수성지사 보험급여3팀 과장>정지은
[기고] 청렴이 쏘아올린 국민연금기금 1천조 시대
2023년 수익률 13.59%, 수익금 127조원.이처럼 놀라운 성과의 주인공은 바로 국민연금기금(NPF)이다.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 다음으로 세계에서 셋째로 큰 기금이다. 2023년 12월 말 기준 적립금은 1천36조원으로 대한민국 한 해 예산 656조원보다 400조원가량 더 많다.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의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해 끝없이 치솟는 물가와 금리에 휘청거리고 있다. 그러나 항상 예외는 있는 법.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혹독한 시련을 딛고 '역대 최고 수익률'을 달성했다. 마치 매서운 추위를 뚫고 화려한 꽃을 피워낸 매화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찬란한 성과를 이뤄냈다. 대통령께서도 "어떻게 이런 좋은 결과가 나왔는지, 그 비결을 분석해 향후에도 적극 활용 할 것"을 주문하셨다.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우연한 성공도 없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NPSIM)의 아름다운 도약은 끊임없는 혁신과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편안함에 머무르지 않고 낯설고 어색한 미래를 대비하며 과감하게 탈바꿈을 시도한 변신의 결과다.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꾸준히 확대했고, 투자자산의 다각화와 투자전략의 다변화를 추진했다. 또한 리스크를 정교하게 관리하면서 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했기에 글로벌 리딩 연금기관이 될 수 있었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청렴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다."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의 말이다. 청렴과 준법, 공정과 신뢰는 국민연금공단(NPS)에 근무하는 7천400명 임직원의 굳건한 다짐이다. 특히 기금운용본부에 근무하는 임직원은 수익률을 최대로 증진하면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기금을 관리하고 운용할 책무를 부담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국가는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 예산과 별개의 기금을 설치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국민연금기금이다. 국민연금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국민연금법에 따른 급여에 충당할 책임준비금인 것이다. 그러니 국회의 세밀한 통제, 감사원의 엄격한 감시에서 절대 비켜갈 수 없다. 또한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준법감시인과 감사실은 법규 준수 여부, 적법성 등을 검토한다. 그야말로 360도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1988년부터 투자에서 벌어들인 수익금만 자그마치 578조원에 이른다.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은 국민연금을 노후생활의 버팀목으로 여긴다. 그러니 막대한 자금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기금운용 관련자에게 높은 수준의 공정과 청렴 의무를 지우는 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기금운용 관련자는 수탁자의 책임을 부담하므로 윤리의식을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국민연금공단 임직원 행동강령'은 부패행위의 방지, 유가증권 등의 거래행위 금지, 비공개정보의 사용 금지, 기밀 준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관련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는 엄정한 조사와 엄격한 페널티를 부과하여 어떠한 부정의 씨앗도 싹트지 못하게 차단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총성 없는 무한 전쟁터에 비유된다. 국민연금기금도 그 중심에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분산투자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려면? 중요한 건 기본이다. 그래서 국민연금기금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준법과 청렴을 강하게 부르짖는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가 곧바로 수익률로 연결된다는 믿음으로. 이재수 <국민연금공단 서대구 지사장>이재수 (국민연금공단 서대구 지사장)
[기고] 자치경찰제 시행 3년, 뭐가 바뀌었나
우리나라에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지 이제 3년이 되어 간다. 필자에게 기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이 "자치경찰을 실시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이다. 이어지는 질문은 "자치경찰을 시행한 후에 대구가 어떻게 달라졌는가"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은 연속선상에 있는 질문이다. 2021년 5월20일 시범 실시 후, 7월1일 본격 시행된 대구형 자치경찰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시민안전을 위해 주민자치행정과 경찰행정을 잘 결합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살인이나 강도, 조직폭력 등 강력범죄를 수사하거나 경호경비, 외사와 간첩 등 보안업무는 국가경찰 업무 영역이고, 아동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 교통사고 예방과 안전, 생활안전이 자치경찰의 주요 업무 영역이다. 필자는 자치경찰제 주민설명회에 가서 암, 백혈병, 중한 병에 대한 수술은 대학병원에 가고, 감기, 몸살, 배탈, 설사는 동네병원에 가는 것처럼 대학병원은 국가경찰이고, 동네병원은 자치경찰이라고 비유해 설명하기도 한다. 물론,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학자들이 참여하는 전문학술토론회가 아닌 찾아가는 주민자치 설명회에서 나름 쉽게 설명해 본 것이다. 그렇다. 음주운전, 과속, 폭주족 단속 등 교통안전 활동,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예방 같은 사회적 약자 보호, 순찰 등 범죄예방 업무가 자치경찰의 영역이다. 이러한 업무는 자치경찰이 국가경찰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민자치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산과 인력, 시설 측면에서 기초적인 인프라가 튼튼하고, 여기에 경찰행정이 결합되니까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다.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분야가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이다. 셉테드는 물리적인 환경 개선을 통해서 범죄를 예방하는 기법을 말한다. 어두운 골목길은 주민들에게 심야시간에는 위험하고, 시민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여기에 제복을 입은 늠름한 경찰의 예방순찰과 함께 CCTV, 비상벨, 가로등의 조명 밝기 등을 결합하면 범죄예방에 훨씬 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대구시는 자치경찰을 시행하면서 이와 같은 셉테드에 공을 많이 들였다. 대구시 서구 학교 밀집지역에 스마트 안심 정거장 건립, 북구에 샛별로 프로젝트, 대구도시공사와 함께 매입임대주택의 컨설팅 사업을 통한 범죄예방 프로그램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는 과학치안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채택해 주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지역의 치안수요를 발굴하고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자치경찰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취약한 가구를 대상으로 스마트 초인종, 문 열림 센서, 가정용 CCTV, 창문 잠금장치 등 안심 물품을 지원해 범죄에 대한 물리적,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하는 주거안전 취약가구 세이프 홈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치경찰이 출범하면서 활성화된 시민안전 프로젝트이다.아울러 자치경찰에서 중요한 개념이 협력과 소통이다. 쉬운 사례로 학교폭력을 예로 들면, 이 문제는 단순히 학교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물론 교육청, 경찰, 지역사회 모두가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자치경찰 제도는 이런 점에서 주민안전을 위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박동균(대구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기고] 시골 찾아가는 병원버스
합계출산율 0.65명.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역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진입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2023년 출산율인 0.7보다 낮은 수치다.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방소멸의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인구감소는 지방에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줄어드는 인구만큼 경제, 사회, 의료, 문화 인프라도 함께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고령화 비율이 높은 지방의 경우 의료 인프라 확충은 필수 과제로 손꼽힌다. 그러나 경제성이 없어 시장 논리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군위, 영천, 청송 등 경북 곳곳은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들 지역은 자식을 도시로 떠나보낸 노인들이 홀로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들은 대개 병원이 없어 환자들은 병이 생겨도 쉽게 진찰과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몸이 아파도 병원이 있는 도시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므로 노인 혼자 움직이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K-water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시골 마을로 찾아가는 병원 버스 운영에 시동을 걸었다. 병원 버스에는 다양한 의료 장비가 설치되고, 전문 의료인이 탑승해 진료를 펼친다. 대상은 댐 인근 지역에서 사는 어르신들이다. 이동형 마을병원 버스는 4월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이번 찾아가는 병원 버스 운영 사업(K-water 의료 사랑방)은 그동안 추진해 온 '댐 주변 지원 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환점으로 의미가 크다. K-water 낙동강유역본부는 군위댐, 성덕댐, 보현산댐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댐 주변 지원 사업'을 지속해 추진해 왔다. 그동안 댐별로 각각의 사업을 시행한 이유로 의료지원 등 비용이 드는 사업은 쉽게 추진할 수 없었다.어르신 의료 공백 해소는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K-water는 그동안 개별사업을 통합해 의료 장비가 갖춰진 병원 버스를 마련했다. 찾아가는 병원 버스는 의료취약지역 주민 1천500여 명에게 주 2회 방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 버스는 의료전문 기관에서 위탁 운영한다. 이 버스에는 의사, 간호사가 탑승해 시골 마을 어르신의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것은 K-water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동형 의료버스 지원 사업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키는 보루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세진 (K-water 낙동강유역본부장)김세진 (K-water 낙동강유역본부장)
[기고]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대한민국은 태어났다
'젊어서 공산주의에 심취하지 못하면 가슴이 없는 사람이고 나이 들어서도 공산주의에 빠져 있으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은 좌우대립이 극심했던 광복 이후 한때 사람들 입에 많이 회자됐다. 경제적 평등이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을 외치는 공산주의는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많은 진보적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소수의 양반지주들이 토지를 모두 차지하고 대다수 농민들은 50%의 소작료를 지주에게 바치고 입에 겨우 풀칠을 해야 했던 일제 강점기의 젊은 지식인들에게 공산주의는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그들은 민족의 독립만이 아니라 '양반'과 '쌍놈'이라는 봉건적 신분질서를 타파하고, 경제적 평등을 추구해 가난한 농민도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그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상당수가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체계적으로 공산주의 교육을 받지 않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조차도 남로당에 가입해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김종필 전 총리는 골수 공산주의자 박상희의 딸 박영옥과 결혼했다. 그러나 공산주의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이타적인 인간이어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이타적인 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인간들을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공평하게 나누어 갖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강력하게 개입을 해 가진 자들로부터 재산을 빼앗아 없는 자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 따라서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하고 철저히 통제할 수밖에 없고 전체주의적 일당독재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공산주의의 기본적 속성을 일찍이 간파한 사람이 있으니 다름 아닌 우남 이승만 박사다. 미국 하와이에 살고 있던 이승만은 1923년 '태평양'이라는 잡지 3월호에 발표한 '공산당의 당부당(當不當)'이라는 기고문에서 그 당시 세계의 대다수 지식인들이 열광하던 공산주의에 대하여 공산주의는 '평등'이라는 한 가지만 빼고 모두 인간의 자유를 박멸하는 최악의 독재체제라고 말했다. 1923년이면 레닌이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켜 소비에트 연방을 창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볼셰비키의 적군과 왕당파 백군이 치열하게 내전을 벌이던 시대였다. 레닌이 사망한 후 스탈린이 트로츠키파를 숙청하고 집권해 전체주의 공산독재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육하기 전인데도 이승만은 공산주의의 민낯을 이미 꿰뚫어 본 것이다. 1945년 조지 오웰이 전체주의 공산독재를 비판한 소설 '동물농장'을 발표하기 훨씬 전이다. 광복과 함께 국내에 들어온 이승만은 공산주의에 반대하여 38선 남쪽에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는 나라를 세웠다. 대한민국은 자유의 나라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자유의 나라로만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평등의 나라로 태어났다. 1925년 조봉암은 박헌영, 김단야 등과 함께 비밀리에 조선공산당을 조직했다. 조봉암은 1932년 일본에 체포되어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신의주 감옥에서 복역 중 고문과 혹독한 추위에 시달려 손가락 마디 7개가 동상으로 잘려 나갔다. 광복 후 조봉암은 여운형의 좌우합작노선을 지지했지만 이를 사사건건 방해하는 조선공산당을 탈당하고 대한민국으로 전향해 이승만의 남한 단정에 참여했다. 초대 농림부장관으로서 이승만 대통령의 명을 받아 농지개혁법을 입안했다.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은 가난하였지만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태어난 대한민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정책과 맞물려 가난한 후진국에서 단기간에 G7과 어깨를 겨누는 선진국가가 될 수 있었다.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둘 다 소중한 가치다. 새가 두 날개로 날아가듯이 국가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튼튼한 두 날개로 균형을 잡아나갈 때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태어난 지 70여 년이 되는 지금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볼 때다. 박헌경 (변호사)박헌경 (변호사)
[기고] 남산동, 이야기를 입히자
조선시대부터 대구 중심부를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 원도심인 남산동. 일제 강점기인 1914년 남산정(南山町)에서 1949년 남산동으로, 1951년엔 대구시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남산동을 돌아보는 첫걸음은 명덕로터리가 좋겠다. 달서구 두류동으로 옮긴 2·28 민주의거기념탑은 1960년 2월28일 선거부정에 맞서 민주의 횃불을 높이 든 학생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김윤식 시인은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이라는 시에서 "보라. 스크럼의 행진!/ 의를 위하여 두려움이 없는 10대의 모습,/ 쌓이고 쌓인 해묵은 치정 같은 구토의 고함소리/ 허옇게 뿌려진 책들이 짓밟히고/ 그 깨끗한 지성을 간직한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리고…"라고 노래했다. 로터리 부근 2·28민주운동기념회관에 가면 그날의 뜨거운 함성과 대구의 자랑스러운 민주운동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명덕초등학교 강당 자리에는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 전태일이 다녔던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던 청옥공민학교가 있었다. 성유스티노 신학교 입구 길에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며 산화한, 기와지붕이 삭아 당장 허물어질 것 같지만 아무도 관심 없는 전태일이 살던 옛집이 있다. 그리고 명덕초등학교 복도에는 대구가 낳은 근대미술의 천재화가 이인성의 1942년 작 사과나무 그림이 걸려 있었다. 남문시장을 지나다 보면 문우관과 상덕사 비각이 있다. 문우관은 군자는 글로 벗을 모으고 벗으로 인을 돕는다는 말에서 따왔는데, 한일합방 후 낙육제와 양사제가 폐허가 되자 선비들을 모아 강학할 장소로 설립된 곳이다. 이숙과 유척기의 상덕사 비각은 기호지방의 서인 두 분이 남인의 본거지에서 베푼 목민관으로서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당파를 초월하여 주민과 유림들이 함께 건립한 것이다.남산동 지금의 동부교육지원청 자리는 기생 출신의 김울산 여사가 1910년 대구복명공립학교를 세운 곳이다. 6·25 때는 상화 이상화와 고월 이장희 시인의 호 앞자리 이름을 딴 상고예술학원이 들어섰다. 당시 김동리, 이은상, 구상, 조지훈, 박목월, 마해송, 백기만, 이효상, 김사엽, 서동진 등 90여 명의 대단히 화려한 운영진이 참가한 학원이었으며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이육사 고택 부근에는 독립투사이자 시인인 이육사기념관이 있고, 성유스티노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계산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김수환 추기경,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근대연극 연출가 홍해성, 친일 전력에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학장을 지낸 '그 집 앞' '고향생각' '희망의 나라로' 등을 작곡한 현제명,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사에서 역동적인 삶의 궤적을 그리며 조양회관을 건축한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 동암(東庵) 서상일도 남산동 출신이다.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서예가 유한준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했다. 따뜻한 마음의 눈길로 남산동을 걷다 보면 진정 대구의 속살이 보일 것이고 내가 사는 대구 땅 어느 곳 하나 문화의 향기와 정취가 서리지 않은 곳이 있으랴. 이무열(시인·대구문화관광 해설사 회장)이무열(시인·대구문화관광 해설사 회장)
[기고] 가족의 행복은 안전한 일터에서부터
지난 한 해 1천494명의 가족이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안전보건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산업재해 발생인원은 10만1천538명, 사망자는 1천494명으로 집계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약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산업재해는 발생하고 있다.최근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50인 미만의 기업 확대 적용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2년간의 시행 유예가 종료되면서, 지난 1월27일부터는 50인 미만 기업도 중처법의 적용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법률적인 제재를 넘어서 안전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회로 받아들여져야 한다.안전문화란 단순히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과 조직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그것이 일상화되어 생활 속의 모든 영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전기공사 분야의 경우, 협력회사 대부분이 근로자 50인 미만 기업으로 중처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안전문화 정착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한국전력 대구본부에서는 최근 외부 전문가들과 협력해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대구지방노동청 및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등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전기공사 협력회사(대구·경북지역) 89개사 대표와 함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기본과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며 소통과 공감을 통해 안전사고 예방에 힘쓰겠다는 다짐과 실천을 담은 'SAFETY WAY 실천 결의'를 시행하였다. 이 결의는 전기공사 분야의 안전문화 내재화의 일환으로, 모든 구성원이 안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더불어 전기공사 협력회사는 작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사례를 공유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함께 논의하는 안전 관련 회의체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전기공사 분야의 종사자들이 노력하고 있는 안전문화 정착에는 국민들의 참여와 이해가 수반된다. 전기공사에는 작업자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전 후 작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전 후 작업'이란 일정 시간 전기공급을 중단한 상태에서 감전의 위험 없이 전력설비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다. 정전 후 작업을 하게 되면 현장의 작업자는 안전할 수 있지만, 이 시간 동안 전기사용자는 정전이라는 불편을 겪게 된다. 한국전력에서는 국민들이 겪을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전 후 작업 예정일 7일 전에 미리 일정을 고지하고 있으며 작업 전후 SMS 안내로 고객이 충분히 정전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의 불편한 시간은 누군가의 아버지나 아들을 지키기 위한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시간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국민들의 넓은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 조경준 〈한국전력 대구본부 안전재난부 대리〉조경준 (한국전력 대구본부 안전재난부 대리)
[기고] 헌혈에 나서자
학생들의 긴 겨울방학, 겨울 추위 등으로 인해 매년 1~2월은 '헌혈보릿고개'를 겪는다. 이러한 현상은 '혈액 수급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적혈구제제 3일 미만인 '주의' 수준으로 적정재고량인 5일 미만인 상황이 특정 시기에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1~2월 동안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은 공군제11전투비행단, 해병1사단, 신천지 위아원, SK스페셜티, 안동성소병원, 영주시 등 민·관과 함께 혈액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현재 대구경북 지역 일일 혈액보유현황(2월19일 0시 기준)은 전체 3.9일이며, 특히 A형과 O형의 혈액 보유량은 각각 3.0일, 2.5일로 혈액 수급이 절실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기업, 공공기관 등 우리 모두가 혈액 수급의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헌혈은 헌혈자와 수혈자를 잇는 생명의 끈이다. 사고나 수술로 인한 과다 출혈을 겪거나 백혈병이나 혈우병 등의 혈액 질환을 앓는 이들은 수혈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인공장기들이 만들어져 생명 유지에 사용되고 있으나, 현재는 혈액을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헌혈은 우리 몸을 더욱 건강하게 유지시켜준다. 그 이유는 혈액검사에 따른 건강체크, 암 발병률 저하 및 원활한 혈액순환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헌혈의집을 찾아 헌혈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맥박, 혈압, 헤모글로빈 수치 등의 검사이다. 이는 자신의 건강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헌혈도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헌혈 전 실시하는 혈액검사를 계기로 건강의 적신호를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미국의 의학 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정기적 헌혈은 혈행(血行)에 도움이 되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심지어 암 발병률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우리 몸은 체중의 7~8%가 혈액이며, 그중 10% 정도는 예비 혈액이다. 가령 65㎏ 체중의 경우 몸속에 약 5천㏄ 정도의 혈액이 있으며 그중 약 500㏄ 정도는 예비 혈액이기 때문에 400㏄의 전혈 헌혈은 헌혈자의 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몇 해 전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최적의 수를 찾아내서 인간을 이기는 모습을 확인했다. 가게에서 주문은 이미 점원이 아닌 키오스크로 대체됐고, 공공기관에 들어섰을 때 로봇이 민원을 안내하고, 식당에서 로봇의 음식물 서빙도 익숙해졌다. 이렇듯 앞으로 인공지능은 더 넓은 분야에서 보다 많은 것들을 대체해서 더욱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갈 것이다.하지만 "효율성이 높을수록 살기 좋은 사회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을 하기에는 왠지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효율성만이 강조된 사회는 자칫 '비인간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AI만큼 효율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지 늘 돌아보고 성찰해야만 할 것이다. 헌혈의 동참은 다른 생명을 살리고 나의 건강을 지킴과 동시에 이웃사랑, 나아가 인류애를 실현하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른다. 헌혈에 나서자! 박종원 (대구경북혈액원 헌혈홍보위원·텐진중의약대학 의학박사)박종원 (대구경북혈액원 헌혈홍보위원·텐진중의약대학 의학박사)
[기고] 무역통계와 경북 수출의 재도약
지난 1월 발표된 경북의 2023년 수출실적은 전년 대비 12.4% 감소한 410억6천만달러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수출실적 순위로는 8위다. 경북 수출은 2000년대 초반 전기·전자와 철강 수출에 힘입어 전국 3위에 세 번이나 올랐고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11월까지 수출실적 발표에서도 경북은 변함없이 6위였고 연말 실적 또한 상위권 달성이 확실해 보였다. 그랬던 경북 수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무역통계는 우리 기업이 물품을 수출입 통관할 때 지역 세관에 제출하는 신고서류에 기재된 정보를 토대로 집계된다. 정부는 이 집계를 토대로 매월 수출입 실적의 잠정치, 확정치를 발표한다. 한국무역협회는 대외무역법에 수출입 실적증명기관으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무역통계정보를 제공 받아 여러 방면에서 활용하고 있다. 실적증명은 물론 수출의욕 고취를 위한 수출의 탑 포상, 글로벌 시장 동향 분석, 공급망 대응 등 연구활동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전까지의 무역통계를 분석해 다음 해 실적을 예측하기도 한다. 그만큼 무역통계는 숫자 그 이상의 엄청난 정보와 의미를 담고 있다.지자체별 수출실적은 제품의 제조장소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예를 들어 수출물품의 제조자가 A 지역에 있고 이를 실제 수출한 수출(대행)자는 B 지역에 있다 해도 이 물품의 지자체별 수출실적은 A 지역으로 집계된다. 수출자가 수출신고를 잘못한 경우 정정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간혹 무역통계 홈페이지에서 몇 개월 전 확인했던 수치가 어느 날 갑자기 바뀌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정정신고된 내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경북지역의 지난해 11월까지 수출은 426억달러였다. 그 시점 철강은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지역 전체 수출에서 18.7%의 비중을 차지하며 여전히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경북의 지난해 연간 수출은 12월 실적이 반영되면 468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12월 실적이 최종 집계되었던 지난 1월 중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연간 수출실적이 발표됐다. 410억6천만달러. 이는 11월까지의 실적(426억달러)보다 낮은 숫자였다. 경북의 1~11월 월별 수출액을 꼼꼼히 확인해 보니 기존 확인됐던 실적 보다 매월 약 5억달러씩 빠져 있었다. 결국 연간 수출실적은 예상치보다 무려 57억달러나 적었다.지자체와 세관 그리고 해당 제조기업에 수차례 문의하고 확인한 결과, 수출대행을 맡아오던 협력사에서 지난 12월 수출 정정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 기업의 생산공장은 경북과 다른 지역, 이렇게 두 곳에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경북으로 신고했다고 한다. 무려 1년간이나 제조지역을 잘못 기재해 왔던 것. 이러한 정정신고가 반영돼 경북의 지난해 연간수출액은 410억6천만달러로 재집계됐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글로벌 교역량 확대와 IT 수요 회복으로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컴퓨터 등 전기·전자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경북 주력 수출상품의 성장이 크게 기대되는 부분이다. 불과 한 달여 전, 경북 수출기업 100여 명과 여러 기관이 모인 자리에서 '2024년 경북 수출 500억 달러 달성'을 외쳤다. 하지만 경북의 지난해 수출실적 정정으로 어쩔 수 없이 올해 수출목표는 '450억달러'로 재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수출목표는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지만, 경북 기업인들의 수출 의지는 꺾일 수 없다. 다시 한마음 한뜻으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힘껏 달려 나가길 응원한다.권오영〈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권오영〈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
[기고] 영화 '크레센도'와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보는 감동
크레셴도(Crescendo)는 '점점 세게'라는 뜻의 음악 용어이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헤더 윌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는 2022년도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실황을 기록한 빼어난 작품이다. 물론 콩쿠르 60년 역사 이래 최연소(18세)로 우승한 한국이 낳은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보는 기쁨이 크다. 하지만 이 영화는 1962년 이래 4년마다 개최되는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의 탄생과 운영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다. 또 2022년도 지원자 51개국 388명의 피아니스트 중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개최된 준준결승까지 올라온 30명의 빼어난 피아니스트 한 명 한 명에 대해 소개받는 재미도 솔솔하다.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과학기술 강국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구 소련)은 이듬해 그들이 문화예술에서도 세계 최고임을 자랑하기 위하여 '차이콥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개최하였다. 그런데 냉전이 절정이던 이 시기 뜻밖의 우승자는 미국에서 온 23세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Harvy Lavan Cliburn, 1934~2013)이었고, 당시 후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부터 직접 금메달을 수여했다. 이 놀라운 소식은 미국 전역을 열광케 하였고 카퍼레이드 등의 대환영을 받은 반 클라이번의 영광은 결국 반 클라이번 재단이 설립되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경연 대회(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차이콥스키 그리고 반 클라이번 각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의 상금은 공히 10만달러이고 1932년 시작된 폴란드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상금은 3만달러이다. 그러나 이들 수상자의 영광은 상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함이라 할 것이다. 이미 한국은 세계적인 문화강국이다. 12명이 겨룬 준결선 리사이틀에 무려 4명의 한국청년이 선발되었다. 순수 국내파 영재로서 고등학교 과정을 뛰어넘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이던 최연소 연주자 임윤찬이 5년 전(코로나19로 1년 연기됨) 당시 28세의 나이로 우승자이던 미국 유학파 출신인 선우예권(1989~)의 뒤를 이어 2회 연속 한국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임윤찬은 12명이 겨룬 준결승전에서는 프란츠 리스트의 초절 기교 연습곡을 연주하여 이미 심사위원으로부터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연주였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어서 20대 후반의 한국 형 3명을 남겨두고 미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 연주자들과 6명이 겨룬 결선 마지막 무대에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임윤찬 외 다른 2명도 같은 곡을 연주했는데, 이 곡은 반 클라이번이 1958년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영화 중 임윤찬과 반 클라이번의 연주 장면이 겹쳐져 나오기도 한다. 빼어난 편집이 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 높였다. 우승자 임윤찬에 이어 이미 아기를 하나 둔 러시아의 임신부 31세 안나 게뉴세네가 2위를,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쵸니가 3위를 차지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전쟁국가인 두 나라의 젊은 예술인들이 한 무대의 시상식장에 선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됐다.김성태 (영화평론가·K국제펜문학회 회장)김성태 (영화평론가·K국제펜문학회 회장)
[기고] 선진국으로 가는 힘은 무엇인가
선진국이 되려면 반드시 4차 산업혁명이란 시대적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일상화하고 인간과 로봇이 동거하는 시대다. 그리고 우주시대, 생명공학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류의 위대한 변화인 4차 산업혁명은 상상력을 혁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확 바꾸어야 한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놔두고 다 바꾸라"고 했다. 사람이 생각을 바꾸고 더 높은 생각을 하면 선진국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과제를 앞에 두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시민 교육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 학생들의 정규교육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생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스마트폰·TV·컴퓨터 등을 잘 만들고 있지만 원조는 미국이다. 컴퓨터에 비밀번호와 통장 비밀번호가 없으면 내 통장에 있는 돈은 누군가 다 빼내 갈 것이다. 비밀번호가 있기 때문에 내 돈이 내 통장에 보관된다. 이 비밀번호를 만든 사람은 48세의 평범한 이스라엘 가정주부였다. 생각이 얼마나 위대한가. 우리는 매월 컴퓨터 사용료를 부담한다. 거기에는 이스라엘 여인이 만든 컴퓨터 비밀번호 사용료도 포함돼 있다. 우리는 선진국이 먼저 만든 것을 발 빠르게 모방해 만들어 사용도 하고 무역도 하며 먹고산다. 왜 우리는 먼저 생각해 먼저 설계하지 못하고 외국 사람이 먼저 만든 것을 따라만 할까. 우리 국민의 평균 IQ는 선진국 국민보다 훨씬 높은데 왜 우리가 먼저 생각해 먼저 만들지는 못 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생각을 했으면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만들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생각의 수준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을 외친 사람은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 회장 슈 밥이다. 우리는 발 빠르게 마누라와 자식만 놔두고 다 바꾸라고 외쳤다. 이 말은 우리의 생각을 높이자는 이야기와 같다. 우리는 시·군·구청마다 평생교육과를 만들어 인문학 위주로 교육을 한다. 왜 하필 인문학인가. 생각을 높이는 학문은 인문학이 중심 학문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손에 잡히지도 않고 막연하다. 쉽게 말해 책을 많이 읽으면 생각이 높아지고 한 시대를 앞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선진국 국민은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독서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미국·영국·일본에선 버스나 지하철에서 독서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가을 대구박물관 벤치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외국인 60대 남자를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에 관광 와서 대구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해 대구박물관을 둘러보고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한 시간가량 박물관 벤치에 앉아서 열심히 책을 읽었다. 내가 접근하는데도 태연했다. 그는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이 나라는 17세기에 세계 패권국이었다. 국토 면적은 경상도만 한 크기이지만 지금 농산물수출액은 미국 다음이다. 우리는 자원이 없는 나라다. 4차 산업혁명은 자원이 아니고 생각이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을 높여서 다음 시대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어느 고등학교 현관에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라는 현판이 있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진수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가장 멋진 방법이다.황무일 (대구시교육청 창의인재 육성 교육강사)황무일 (대구시교육청 창의인재 육성 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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