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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왔어요]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
20년 넘게 숲속에서 살아온 농부 작가 최성현이 자연에서 배운 가르침들을 일상의 언어로 전한다. 무정설법(無情說法)이란 곧 감정이 없는 산하대지를 비롯한 하늘, 바위, 바다 등이 설법을 한다는 뜻이다. 천지만물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니, 그 말씀을 잘 듣고 새겨야 한다는 뜻이다. 자연에서 얻은 지혜, 인간 중심에서 자연 중심으로의 생태주의적 관점 전환 등 인류와 자연의 공존 메시지를 담았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최성현 지음/판미동/1만7천원
2024.04.05
[새로 나왔어요] 미래 세대를 위한 우주 시대 이야기
이 책은 우주개발 역사, 우주여행, SF영화, 빅뱅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우주 시대에 꼭 알아야 할 이야기를 청소년 눈높이에서 쉽게 알려준다. 청소년들은 우주와 관련한 다채로운 영역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우주에 대한 통합적 지식과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어떤 미신을 믿는지, 우주망원경이 어떻게 과거를 볼 수 있는지 같은 우주의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담았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손석춘 지음/철수와영희/1만5천원
[신간] 메가시티 네이션 한국, 세계 거대도시들과 경쟁…미래도시건축 전략 세워라
세계화와 도시화는 국가 간의 경계마저 허물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머지않아 세계 문명의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는 국가가 아닌 주요 도시들이 긴밀히 연결된 초거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다. 급변하는 흐름 속에 효율적인 도시 공간 체제를 조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 책은 미래 사회를 대비한 도시건축 전략서다. 저자는 책을 통해 한국 도시건축의 미래를 상상하며 그 방향성을 모색한다. 간결한 글과 정보 집약적인 도표, 구체적인 사례 연구를 통해 도시건축의 이상향을 제시한다.무엇보다 저자는 국토 공간 전체를 하나의 초거대도시로 운영하는 '메가시티 네이션' 전략을 제안한다. 인구 감소, 고령화, 양극화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 속에서 한국이 세계 거대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는 단서이자 출발점은 '메가시티 네이션'이라고 주장한다.책은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 나간다. 1장에서는 '무엇이 도시를 바꿀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해답을 찾기 위해 데이터 마이닝 기술로 도출한 미래 도시건축의 핵심 키워드를 소개한다. 교통물류, 디지털 변환, 탄소중립, 인구변화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 도시가 맞이할 변화를 설명하고 가능성을 전망한다. 네옴, 텔로사 등 실제로 계획된 미래도시의 사례도 살피며 상세한 답을 내놓는다.2장에서는 '도시는 어디까지 커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메가리전(megaregion)이 미래 도시건축 변환의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 메가리전은 '규모의 경제와 집적의 이익을 통해 경제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고, 다양한 문화와 자원을 공유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 지역 공간 집적체'를 일컫는다. 저자는 책에서 주요 선진국의 메가리전과 중국·일본과 같이 한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10곳의 메가리전을 선정해 '글로벌 10 메가리전'이라 규정한다. 그러면서 이들의 규모와 특징을 들여다본다. 또 인구, 국내총생산, 기업, 대학, 문화, 교통 등의 지표 분석을 통한 상대적인 경쟁력과 역량을 파악한다. 저자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한국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가리전을 형성할 수 있는 곳이라고 밝힌다. 3장에서는 '미래에 우리는 어디에서 살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한국 국토 공간의 현재를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먼저 한국을 수도권, 대전-충청권, 대구-경북권, 광주-호남권, 부울경권으로 구분한다. 권역별로 나눈 뒤 야간 인공위성 사진, 지역내총생산, 경제·대학·교통 인프라 등을 살펴본다. 분석 결과 대도시권과 그 밖의 지역 간 양극화와 지방 소멸의 현실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자는 국토 공간 주요 지역에 일자리와 놀이 요소를 마련하고 전국을 쉽게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업무·교육·의료·쇼핑·문화 등 도시의 핵심 프로그램들이 집적되고, 저탄소화·자동화·서비타이제이션의 미래 트렌드가 실현된 '압축거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압축거점의 개발수익을 참여자들과 공유하는 식의 재편된 개발 방식을 제안한다. 그러면서 압축거점에 중심 인프라를 집적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한국을 하나의 '도시국가' 시스템으로 구축하자는 것이 '메가시티 네이션 한국'의 핵심 전략이라고 소개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하늘을 이동 통로로 활용하는 도심항공교통이 주목받고 있다. '메가시티 네이션 한국'의 저자는 교통물류, 디지털 변환, 탄소중립, 인구변화 등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무엇이 도시를 바꾸는지 살핀 후, 국토 공간 전체를 하나의 초거대도시로 운영하는 '메가시티 네이션' 전략을 제안한다. 천의영 지음/ 공간서가/237쪽/2만4천원
[어린이&청소년 BOOK] 10대를 위한 1일 1페이지 논어 50…수천년 불변의 지혜 '논어'
20만부 베스트셀러 '오십에 읽는 논어'로 흔들리는 50대에게 인생 후반전의 지혜를 건넨 저자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고민하는 10대 청소년에게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는 '논어'의 지혜를 건넨다. 책의 핵심 주제는 선택(Choice), 변화(Change), 학습(Charge), 기회(Chance), 도전(Challenge)이다.저자는 '논어'를 빌려 뜻과 목표를 명확하게 정한 뒤 겉과 속이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 건강하게 준비해 길을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잘못을 알면 바로 고치라고 충고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역할과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자신을 조절하며 타인과 신뢰 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최종엽 지음/믹스커피/364쪽/1만9천500원
[어린이&청소년 BOOK] 벚꽃 수영장 : 야옹이 수영 교실2…고양이들 호수 수영 성공할까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가 기후 위기 때문에 수영을 배운다고? 시의성 높은 설정,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 재미있는 이야기로 주목받은 베스트셀러 '야옹이 수영 교실'의 후속작이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야옹이들은 위급 상황에서 내 몸을 지키는 생존 수영을 본격적으로 배운다. 배움의 공간은 수영장에서 마을 호수로 넓어지고,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도 한층 풍성해졌다. 벚꽃 휘날리는 봄날, 호수 수영에 도전하는 야옹이들은 과연 바라는 대로 꽃잎처럼 둥둥 뜰 수 있을까? 수많은 독자가 궁금해한 수영 코치 하오의 숨은 사연 역시 보름달 뜨는 밤 환하게 공개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신현경 글/노예지 그림/북스그라운드/72쪽/1만6천800원
[금주의 베스트셀러] 1.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 (와야마 야마)…
1.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 (와야마 야마)2. 불변의 법칙(모건 하우절)3. 일류의 조건(사이토 다카시)4. 삼체 1~3 세트(류츠신)5.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마티아스 뇔케)6. 알사탕 제조법(백희나)7.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8.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9. 세이노의 가르침(세이노)10. 이처럼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 <예스24 제공>
[금주의 베스트셀러] 1. 불변의 법칙(모건 하우절)…
1. 불변의 법칙(모건 하우절) 2. 일류의 조건(사이토 다카시) 3. 알사탕 제조법(백희나) 4.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5. 기적의 서울대 쌍둥이 공부법(여호원, 여호용) 6. 세이노의 가르침(세이노) 7.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8. 벼랑 끝이지만 아직 떨어지진 않았어(소재원) 9.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양유진) 10. 이처럼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
2024.03.29
[신간] 스탈린의 서재, 독재자 스탈린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독재자의 서재는 어떤 모습일까. '스탈린의 전쟁'으로 한국에서도 낯익은 소련사(蘇聯史)가인 제프리 로버츠(Geoffrey Roberts)가 그의 신작에서 스탈린이 읽은 책을 통해 그의 일생과 시대를 비추는 시도를 했다. 스탈린은 사회주의 체제의 수호를 위해 무수히 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냉혹한 독재자인 동시에 나치 독일의 패망에 기여하고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데 성공한 지도자다. 이 책은 책을 사랑한 독재자의 서재로 들어가 그의 사상과 신념, 혁명과 전쟁, 국정과 외교에 미친 영향, 인격과 감정의 내면까지 파고든 새로운 스타일의 전기다. 스탈린은 하루에 300~500쪽을 읽을 수 있는 열렬한 독서광이었다. 생전 2만5천여 권의 책을 모았으며, 그중 많은 책에 길고 짧은 문구나 혹은 '횡설수설' '동의함' '옳아' 처럼 여러 '포멧키(pometki·표시들)'를 여백에 달아 자신의 생각과 감정, 신념을 드러냈다. 스탈린 사후에 그의 장서는 뿔뿔이 흩어졌으나, 그가 개인적으로 메모를 달아놓은 400여 점의 텍스트들과 장서 목록은 남아 있다. 러시아 기록 보관소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와 스탈린이 책에 남긴 내밀한 기록을 좇은 저자는 냉혹한 독재자의 얼굴 뒤에 감춰진 '감수성이 예민한 지식인'의 면모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평생 마르크스와 레닌의 저서를 삶의 이정표로 삼은 스탈린은 트로츠키, 카우츠키 같은 정적의 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공부에 '진심'이었다. 현실 정치와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책을 읽었던 스탈린은 혁명, 대숙청, 전쟁 등 중요한 정치적 국면이 찾아올 때마다 책이 주는 교훈에 의지했다. 저자 제프리 로버츠는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을 교차시킴으로써 독자들이 스탈린의 일대기뿐만 아니라 소련사회의 핵심 시기 또한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스탈린은 역사서와 소설, 희곡, 영화 대본 등 각종 문학 작품도 가리지 않고 읽었다. 스탈린의 눈에 비친 학문과 예술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진진하다. 저자 제프리 로버츠는 지은이의 말에서 "저는 스탈린의 삶과 이력을 폭넓게 다루는 책을 쓰고 싶었지만, 기존의 전기 형식을 따르고 싶진 않았습니다. (중략)1920년대 초부터 스탈린은 줄곧 읽고, 쓰고, 편집하고, 텍스트에 표시를 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한 명의 독자로서 그가 펼친 활동을 탐구하면 그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스탈린과 그의 시대에 관한 연구의 정점에서 쓴 이 책은 2022년 출간 후 영국의 '히스토리 투데이', 호주의 '더 오스트레일리아', 인도의 '오픈' 등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스탈린 시대를 연구한 역사학자인 서울과기대 김남섭 교수의 탁월한 번역으로 완성된 '스탈린의 서재'는 지식인 스탈린의 삶과 그의 시대에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길을 제시해 줄 것으로 보인다. 저자 제프리 로버츠는 영국 런던 뎁트퍼드에서 태어났다. 소련 외교와 군사정책, 스탈린, 제2차 세계대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이다. 2005년 아일랜드 코크대의 역사학 교수로 부임해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쳤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명장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게오르기 주코프의 전기인 '스탈린의 장군(Stalin's General)'으로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군사사학회에서 우수 도서상을 받았다. 현재 코크대 역사학 명예교수로 있으며, 아일랜드 최고의 학문적 영예인 로열 아일랜드 아카데미 회원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스탈린의 서재'는 소련 독재자 스탈린이 읽은 책을 통해 스탈린의 생애와 소련사의 핵심 쟁점을 톺아볼 수 있는 책이다. 제프리 로버츠 지음/김남섭 옮김/너머북스/554쪽/3만1천원
[신간] 음악박물관, 사진·지도 400여장…눈으로 보는 대구음악사 연대기
도판을 제시하며 화상학적 연구 방법으로 바라본 대구 음악사. 이 책은 대구의 지도와 모습을 담아 전체적인 흐름을 설정했다. '음악'이라는 예술이 대구의 지역, 문화와 어떻게 융화하고 발전했는지 변화를 담고 있다. 책은 190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나눠 대구의 음악사를 정리했다. 도시 변천 과정을 알 수 있게 하는 지도 14장과 그 당시 모습 10장을 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1900~1910년대 33장, 1920년대 40장 등 총 438장의 지도와 사진을 실었다. 이 중 가장 많은 건 1950년대 자료다. 이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서울의 전문 예술인들이 대구에 피란을 와 음악 활동을 활발하게 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시기는 서양음악의 거점이 교회였던 만큼, 선교사의 사진과 이들의 활동사진을 제시하고 설명을 덧붙였다. 1920년대는 당시 작성된 악보와 작곡, 박태준·권태호 등 대구 음악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삶도 담고 있다. 점차 장르별로 확산해 나가는 음악 장르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대구시립합창단, 대구관악제 등이 등장한 시점을 비롯한 기록, 음악이 대중화하는 과정 등도 다루고 있다.저자인 손태룡 한국음악문헌학회 대표는 책 머리말에서 "이러한 화상학적 연구는 대구 음악사와 대구음악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실증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마땅하다. 화보에 실린 도판은 대구 음악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더욱 출간 의미를 더해줄 것"이라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손태룡 지음/영남대출판부/372쪽/3만3천원
[정만진의 문학 향기] 진시황은 만무방
1974년 3월29일 진시황릉이 발견되었다. 진은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 제국을 세운 지 불과 15년 만에 멸망했다. 분서갱유로 무모한 사상 통일을 시도하고, 만리장성 축조로 백성들을 못살게 핍박한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 '예기'에 "혹독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라는 금언이 나온다. 학정보다 무서운 것은 무엇인가? 당나라 위징은 태종에게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기도 한다(水能載舟亦能覆舟)"라고 지적했다. 이때 물은 백성이다.당은 진보다 약 840년 뒷날 국가이다. 시황제는 "수능재주역능복주"의 진리를 직접 배운 바 없었다. 하지만 여론은 쇠도 녹인다는 중구삭금(衆口삭金)은 시황제 이전인 춘추시대 좌구명의 '국어'에 나온다. 중구삭금의 진리를 무시한 시황제의 인식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공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상급 사람, 배워서 아는 차등급 사람, 곤란을 겪고 나서 배우는 차차등급 사람, 곤란을 겪은 뒤에도 배우지 않는 하급 백성이 있다고 했다. 진시황은 곤란도 겪지 않고 배우지도 않았으니 제5 인간형인가? 진시황을 그렇게 평가할 만한 예화들은 무수하다. 불로초 이야기가 단적이다. 진시황의 명을 받은 사람들이 제주도까지 왔다고 전해진다. 진시황은 당시 중국인들이 스스로를 가리킬 때 쓰던 어휘 '짐'을 자기 혼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1937년 3월29일 타계한 김유정의 단편 '만무방'은 진의 파멸을 문학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의 응칠은 전과 4범으로 동생에게 얹혀살고 있다. 만무방은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인간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동생 응오는 혹독한 지주 김참판의 수탈에 저항해 추수를 거부한다. 응오의 소작 논에 밤마다 도둑이 숨어들어 벼이삭을 잘라간다. 사람들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느낀 응칠은 도둑을 잡기 위해 잠복한다. 이윽고 야심한 시각에 수상한 사내가 나타나 벼이삭을 자른다. 응칠이 기습해 사내를 물씬 두들겨 팬다. 그런데 복면을 벗겨보니 동생 응오 아닌가! 응오가 항의한다. "내 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 응오 같은 하급 백성이 제 것을 스스로 먹는 경우에는 누가 뭐라고 말할 일도 없다. 진시황은 제 것이던 천하를 말아먹었다. 국가 지도층 등이 제 것이라며 삼키는 것에는 만민의 공유물이 많다. 진시황 같은 국가적 만무방이 21세기 대명천지에는 없는지 '주인'들은 잘 살펴야 한다. 그 한때가 선거철이다. 〈소설가〉정만진 소설가
[책속의 길] 나를 사랑하는 연습
언젠가 친구가 물었다. '생업을 위해 하는 가게 일만으로도 피곤할 텐데 봉사활동까지 왜 그리 열심히 하는지.'삶의 기준과 범위를 어디까지 두면서 살고 싶은지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나는 생업에 집중하는 만큼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어떻게 살아라, 어떤 것이 인간관계이다' 하고 정해주는 것들은 내 기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삶과 내 삶은 뼛속부터가 다르다. 친구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내 답은 명확했다. 그 친구와의 관계 온도는 한 획 차이지만, 그 한 획이 아주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삶의 기준과 가치관은 더욱 그랬다.가게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나에게 그만큼 잦은 기쁨도 있지만 반대로 고통 또한 찾아왔다. 관계에서 정답이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찾아오는 갈등과 결핍은 이 책을 만나면서 그런 자잘한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옷깃도 스치면 인연이라고 했는데 봉사활동으로 찾아갔던 도서관의 책장에서 스친 인연의 책, '나를 사랑하는 연습'이라는 책이었다.어느 주말, 가게를 찾아온 친한 친구는 고등 동창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쌓인 불만을 동창생 흠집 내기로 뿜어냈다. 관계에서 모든 이들에게 '호'가 될 수는 없다. '호불호'도 함께 존재한다. 즉,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인간은 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원하는 많은 일 앞에서 주춤하기도 한다. 삶에서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동창과의 관계에서 조금 서툰 친구지만 나를 찾아와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친구를 사랑하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친구의 마음 씀씀이에 항상 고맙다. 가끔 불만을 토로하는 친구를 보는 마음이 불편의 끝자락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래서 친구가 타인과의 다름을 조금이라도 인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려 애쓴다. 그 또한 나의 행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 행복이 곧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김성희<새마을문고대구시서구지부 회장>김성희
[신간] 더 레고 스토리, 파산할 뻔한 레고 부활시킨 네 가지 전략
레고는 장난감 브랜드의 혁신으로 꼽힌다. 1932년 목재완구 사업으로 시작한 레고는 1960년대부터 세계 시장의 판로를 개척하며 90여 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플라스틱 블록의 브랜드 파워는 지금도 꺾일 줄 모른다. 게임,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 화려하고 자극적인 놀 거리가 넘쳐나는데도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많은 마니아층의 변치 않는 애착도 레고만의 강점이다. '바비인형'을 만든 마텔(Mattel), '모노폴리'와 '젠가'를 만든 해즈브로(Hasbro) 등 경쟁사들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던 2020년에도 레고는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세계 최고 장난감 기업' 타이틀을 지켜냈다. 2020년, 2021년, 2023년에는 글로벌 기업 평판 1위에 오르기도 했다.특히 레고는 이제 장난감과 테마파크를 넘어 '비즈니스 툴'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며 영역을 확장 중이다. 과연 레고의 꺾이지 않는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책은 레고의 성공 신화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동시에 혁신의 비결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분석한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덴마크 소도시에 자리 잡은 레고 본사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있는 일선 현장까지 곳곳을 누비며 취재한 내용을 면밀하게 기록했다.또한, 레고의 CEO와 경영혁신에 기여한 MIT 교수진 등 핵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레고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기업 내부의 상황까지 담아내기 위해 레고에 근무했던 직원들의 이야기까지 빠짐없이 수록했다. 브랜딩부터 비즈니스 모델, 콘텐츠 전략, 조직 문화, 제조 현장까지 레고의 구석구석을 면밀하게 살펴 레고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레고 공장 견학기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레고라고 해서 늘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레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록의 특허가 만료된다. 밑면의 홈에 윗면의 돌기가 딱 맞게 끼워지는 '클러치 구조' 덕에 견고하고 정교한 조립이 가능해 큰 인기를 끌었던 블록을 이제 누구나 싼값으로 만들어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등 비디오 게임의 등장으로 레고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더 이상 블록의 품질만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없게 되면서 레고는 유능한 외부 경영자를 초빙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나쁘게 흘러갔다. 2000년대 초반, 레고는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며 파산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에 다다른다. 레고의 혁신을 칭송하던 모든 이들이 몰락을 점치며 등을 돌렸다.이러한 가운데 레고를 부활시켜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은 네 가지 전략이었다. 잘하는 일에 집중하기, 계속해서 히트작 내놓기, 탄탄한 커뮤니티 활용하기, 명확한 존재 의의 세우기가 바로 그것이었다.이 책은 레고가 생존을 위협받던 위기 상황에서 네 가지 전략이 어떻게 힘을 발휘했는지에 집중한다. 범용화와 신기술로 촉발되는 존재 가치의 위기는 오직 레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슷한 환경에 놓인 기업, 인간을 넘어 AI까지 경쟁자로 삼게 된 개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분석한 네 가지 전략은 지극히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 역시 책에서 "지금의 레고가 파는 것은 단순한 블록이 아니라 그들만의 독보적인 가치와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에비타니 사토시 지음/류지현 옮김/유엑스리뷰/272쪽/2만3천원'더 레고 스토리'는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레고의 성공 신화와 혁신 비결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분석한 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새로 나왔어요] 완장
권력의 허구성을 풍자와 해학의 기법으로 표현한 윤흥길의 대표작 '완장'이 출간 40주년을 기념해 개정판으로 선보인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한국인의 권력 의식을 '완장'이라는 상징물에 담아냈다. 해학과 함께 남도 방언의 구수한 입담도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품은 6·25전쟁 이후 우리 사회에 팽배했던 정치 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억울한 삶을 조명한다. 초판 출간 후 40년 만에 저자가 다시 책을 펼쳐 퇴고를 맡았다.완장 윤흥길 지음/현대문학/1만6천800원
[새로 나왔어요]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저자는 자신이 쓴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로 우리 사회가 시대착오적인 지옥이 된 이유를 이야기했다. 그는 이 책에서 '우울한 나라' 대한민국의 원인에 극단적인 경쟁이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그는 경쟁 교육에 주목한다. 책 제목은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사상에서 발췌한 말이다. 이는 1970년 독일에서 교육개혁을 실시할 때 모토가 됐다. 저자는 이제 이러한 모토 아래 우리도 교육 혁명을 시작할 때라고 강조한다.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김누리 지음/해냄/1만8천500원
[새로 나왔어요] 감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
코로나19로 급작스럽게 아버지를 잃은 뒤 저자는 다스리기 어려운 감정의 파도와 마주한다. 그는 우리를 뒤흔드는 감정이라는 기이하고 실체 없는 현상과 그 원인을 파악하고 이해해 나간다. 그가 애도의 과정에서 집필하기 시작한 이 책은 이성과 대척점에 있는, 나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감정'에 대한 현상에 관한 기록이자 탐구서다. 공감하는 인간의 탄생부터 IT 기술 속 감정까지 두루 살폈다.감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 딘 버넷 지음/김아림 옮김/북트리거/2만2천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의료개혁 시기상 미룰 수 없는 과업…소통 통해 의견 좁힐 것"
경북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155명' 조정에 대구경북 타 대학 결정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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