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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역사학자 이이화
2020년 3월18일 '재야 역사학자'로 명망 높던 이이화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1937년 8월23일 대구 비산동에서 출생했으니 향년 83세로 유명을 달리하신 것이다. 선생은 어릴 때 집이 가난해 초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했다. 15세 때 학교에 다니려 가출, 부산·광주 등지에서 여관 종업원 등으로 일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에 진학하지만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1년 만에 중퇴했다. 세월이 흘러 32세가 되었을 때 신문사 임시 직원으로 취직했다. 임시직이나마 취업을 하게 된 데에는 어렵게 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독서를 해온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 후 38세 때 민족문화추진위 국역연수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학 공부에 매진했다.40세부터는 직장 없이 글쓰기에 전념했다. 이윽고 50세에 역사문제연구소를 설립하여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59세부터는 10년 동안 외부 활동을 삼가고 '한국사 이야기' 전 22권을 집필했다.'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즈는 "가장 소외받는 계층부터 지원하는 것이 정의"라고 했다. 프랑스, 독일 등의 서구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이화 선생처럼 혼자 힘으로 대기만성을 이루는 사례는 너무나 희귀하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천재들이 허무하게 묻히고 있다.필자는 '한국사 이야기'에서 문학 향기를 맡는다. 본래 이이화 선생은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한국사 이야기'를 읽으면 역사학자가 어찌 이처럼 유려한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싶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흔히 '역사의 대중화'라 한다.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역사책을 소설처럼 읽을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체계를 세우고 자상하게 해설한다는 뜻이다. 대중적 역사 해설서의 원조 이이화 선생의 글에 짙은 문향이 샘솟는 것은 당연하다.전체 22권 중 제4권이 '남국 신라와 북국 발해'다. '통일신라와 북국 발해'가 아니라 신라를 남쪽나라, 발해를 북쪽나라로 표현했다. 고려가 사실상 최초의 통일 국가라는 의미다. 그래서 제5권 제목이 '최초의 민족통일국가 고려'다. 선생은 필자의 '전국 임진왜란유적 답사여행'(전 10권) 추천사에서 "10권이나 썼지만 아직 미완성이다. 어서 통일이 되어 북한의 임란 유적도 모두 다루어야 완성이 될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통일을 못 본 채 우리 곁을 떠난 선생을 기리며 오늘 이 글을 쓴다. <소설가>정만진 (소설가)
2022.03.18
[금주의 베스트셀러] 1.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1. 불편한 편의점(김호연)2.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김지수, 이어령)3.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4. 웰씽킹 WEALTHINKING-10만부 기념 한정판 골드 에디션(켈리 최)5.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0 : 고려의 발전 편(설민석, 스토리박스)6. 그리스 로마 신화 27(박시연)7. 윤석열 X파일(열린공감TV 취재팀)8.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9. 틴틴팅클! 2(난)10. 에그박사 6 : 자연 생물 관찰 만화(에그박사) 〈예스24 제공〉
[신간] 미래, 메타버스와 함께?
메타버스는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펼쳐지는 가상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추세에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자본이 쏠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메타버스가 미래의 거주지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 책은 메타버스가 가지고 있는 공간의 특성을 말하고 있다. 또 메타버스 공간이 가지는 희망적인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아가 메타버스에 잠복하고 있는 위험 요소는 무엇인지 등을 분석한다.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이종관 외 지음/성균관대 출판부/2만원
[신간] 몰입의 완성
이 책은 스마트폰에 빠진 현대인의 실상을 보여주면서 벗어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온전한 몰입으로 자기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을 '코칭식'으로 안내하고 있다. 6년에 걸쳐 신경생물학, 생산성, 비즈니스, 예술 등 여러 분야를 연구해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을 따라 30일간 시도하다 보면 아이디어→집중→몰입의 프로세스를 완성할 수 있다.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캐리 오버브루너 지음/이소영 옮김/현대지성/1만5천500원
[신간]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이 책은 끊임없이 당대의 문제에 천착하며 시대적 징후를 읽어온 인터뷰어 지승호가 시대의 징후로부터 철학적 담론을 생성해온 철학자 강신주를 만나 인터뷰를 한 책이다. 강신주는 강력한 자본주의 세상을 '스마트폰'으로 압축해 분석한다. 또 누구나 '작은 자본가'가 되기를 꿈꾸는 현시대를 비판한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담론들과 맞서 싸우며 삶과 시대에 대한 강신주만의 성찰을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다.정지윤기자강신주 외 지음/EBS BOOKS/1만7천원
[신간] 열 평짜리 공간
주거 공간은 대한민국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청년, 홀로 사는 노인 등 1인 가구 주거 공간은 사회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 주거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표현한 책이다. 국내 1호 SNS 작가인 저자는 본인이 직접 경험한 1인 가구 주거 공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또 경험을 통해 얻은 주거 공간 해결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 중간마다 저자가 그린 일러스트도 흥미롭다.정지윤기자이창민 지음/환경일보/1만5천원
[책 속의 길] 공정하다는 착각
20대 대통령 선거 공약 중 입시제도는 '공정성 강화'가 화두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도 입시불공정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이는 결국 교육의 불균형이 초래한 결과이고, 마이클 샌델 교수도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성공의 지름길이지만 대다수의 명문대는 능력주의로 성공한 상류층 자녀들이 입학하기 쉬운 구조다. 일단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기회의 공정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능력주의에 대해 공평한가? 능력주의는 결과에 따라 도덕적으로 승자와 패자로 나뉘게 된다. 즉 승자는 자신의 노력으로 쟁취한 것이기에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패자는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결과로 비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사회적 시스템보다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기에 정당하게 느껴지고, 결과 중심이다 보니 능력의 결과도 공정하다고 느낀다.'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보다는 일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은 자신의 능력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 사회적 시스템 그리고 운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겸손'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공정'은 우리 사회가 '공정을 초월하는 가치'에 관해 깊이 있게 성찰하라는 화두를 던져준다.'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오바마의 기술관료적 태도를 비난했고, 능력주의가 절대 공동의 선이 될 수 없다는 점과 윤리와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다만 겸손함과 연대의식의 강화가 현실적 대안으로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하는 성공에 개인의 능력을 지나치게 대입시키지는 않았는지, '능력주의가 정당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자의 생각을 엿보게 되었다. 이동운〈새마을문고 대구시지부 이사〉이동운〈새마을문고 대구시지부 이사〉
[신간] 돌보는 마음, 가사·육아·간병…돌보는 사람을 돌보지 않는 세상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위기는 '돌봄 노동'의 책임과 의무를 더욱 크고 무겁게 만들었다. 한 번 시작된 돌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의무와 노동으로 이어진다. 한 문학평론가는 이를 '돌봄 회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김유담 작가의 소설집 '돌보는 마음'은 돌봄 노동을 홀로 감내하는 각계각층의 여성에 주목한다. 1~3부로 구성된 소설집에는 모두 10편의 단편이 담겼다. 작품의 배경은 집, 병원, 직장 등 우리 사회의 '돌봄 현장' 곳곳이다. 청소년과 노년, 전업주부와 감정 노동 종사자 등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돌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캐릭터마다 표정과 말투, 은근한 뉘앙스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이를 통해 실생활의 면면과 광범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세밀하게 보여 준다. 애정과 절망을 오가는 돌봄 노동자들의 감정선도 행간마다 고스란히 나타나고, 돌봄을 둘러싼 관계의 역학도 생생하게 드러난다. 세대, 지역, 계층의 현실과 불안을 들여다보면서 사회 구조적인 모순까지 바라본다.특히 한 인물의 시점으로 타인의 입장과 마음을 동시에 바라보고, 그 사이에서 형성되는 미묘한 권력 관계를 능수능란하게 드러내는 김유담 특유의 글쓰기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1부는 '집 안 여자'를 둘러싼 돌봄 노동의 기울어진 역학관계를 바라본다. 단편 '안(安)'은 가정에 대한 헌신을 여성의 도리라고 강조하는 큰엄마와 여자일수록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다그치는 엄마 사이에서 자란 '나'의 이야기다. 특히 시어머니와 남편은 '정형화된 집 안 여자'의 역할에 '나'를 끼워 맞추려 한다. 그때마다 '나'는 두 엄마의 삶을 돌아보고, 직접 조언도 구해 보지만 시원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가족을 돌보는 동안 나를 돌볼 수 없고, 나를 돌보려 하면 이기적이라는 비난이 돌아오는 비합리적인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나'는 큰엄마의 장례식장에서 이혼을 결심한다. 두 엄마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가 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나'를 통해, 개인의 희생만으로 점철된 돌봄 노동의 부조리한 단면을 선명히 들여다볼 수 있다.2부는 예전과는 달라진 이 시대의 '엄마다움'에 주목한다. 작가는 '엄마'가 시작되는 공간으로 '산후조리원'을 주목한다. 단편 '조리원 천국'에서 산후조리원은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기술을 습득하는 곳으로 정의된다. 이곳의 계급은 사회적 성취와 무관하게 '아이를 잘 먹이고 키우는' 순으로 새롭게 정립된다. 주인공은 전형적인 '엄마'의 역할이 스스로에게 점점 덧입혀지는 것을 공포로 느낀다. 3부는 돌봄 노동의 부조리함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노인 돌봄'의 현장으로 향한다. 단편 '특별재난지역'의 '일남'은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도 남편과 손녀, 치매에 걸린 아버지까지 돌보는 노년 여성이다. 손녀를 가르치고 키우는 일은 예전 같지 않고, 아버지를 돌보는 일도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일남'은 있는 힘껏 가족을 돌보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과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으리라는 불안에 사로잡힌다.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유담은 첫 소설집 '탬버린'으로 신동엽문학상을, 이듬해 '안(安)'으로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했다. '당대의 실제적인 삶'을 직시하고 '동시대의 내밀한 부정(不淨)'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개인의 삶과 지금 이 시대를 가장 넓고 세밀하게 그리는 젊은 작가로 자리 잡고 있다. 작가 역시 이번 소설집에서 '돌보는 사람, 그리고 쓰는 사람. 아이가 태어난 후로 내게 그 두 가지 외 다른 정체성은 허락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김유담 작가의 소설집 '돌보는 마음'은 돌봄 노동을 홀로 감내하는 각계각층의 여성에 주목한다. 돌봄 노동의 부조리함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노인 돌봄'의 현장도 작가 특유의 시선과 감성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민음사/304쪽/1만3천원
이일배 전 마성중 교장 수필집 '나무는 흐른다' 출간
이일배(75) 전 경북 문경시 마성중학교 교장이 최근 수필집 '나무는 흐른다'를 출간했다.304쪽 분량의 이 책은 '나무의 삶' '나무처럼' '산은 영원하다' '모두 다 꽃이야' '세상 여행' '임이 절로 오시어서 깨울 때까지' 등 6부문으로 나눠 자연을 노래한 66편의 수필을 실었다. 문학평론가 신재기 교수가 평한 것처럼 이 수필집의 작품은 상당수 "산을 오른다"로 시작한다. 신 교수는 "이 작가의 수필은 자연은 삶의 지표이고 스승임을 알 수 있는 작품"이라며 "자연을 통해 구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작가는 "산에 오르는 이유는 거기에 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듯 대부분 산을 오르내리며 만나는 나무나 꽃을 통해 자신의 인생 철학을 드러내고 있다. 1974년 영양고 국어 교사를 시작으로 교직에 몸을 담아 이 씨는 2011년 인동고 교장으로 정념 퇴임할 때까지 37년간 교단에 섰다. 1995년 영남일보 '교단 칼럼'을 집필하며 본격적인 수필에 빠진 그는 1997년 '교평문학상'을 받았고 이듬해 '수필공원'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2002년 울릉도 근무의 단면을 담은 수필집 '마가목 빨간 열매'를 펴냈다.울릉도 최초 문학단체인 '울릉문학회'를 창립하고 2008년 '울릉 문학' 창간호를 발행했다.퇴직 후 중학교 교장으로 살았던 문경으로 귀촌해 은거 생활을 담은 '대문을 괜히 달았다'를 조선일보에 발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구 KBS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다.2017년 구미 '금오산수필문학회'를 만들어 자문위원을 맡는 등 활발한 동호회와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수필집 '나무는 흐른다' 표지.이일배 전 마성중 교장
2022.03.17
[신간] 우리 문화 박물지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한국문화' 반전 매력
지난 2월 이어령의 병색은 완연했다. 기력은 부쩍 사그라들어 있었고 얼굴은 야위어 초췌했다. '우리 문화 박물지'의 최종 교정쇄를 펼쳐 보던 그의 손은 가볍게 떨렸다.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누운 채였다. 그는 떨리는 손을 억누르며 교정쇄 첫 장에 짧은 메모를 남겼다. '내 마지막 동행을 스캔한 영혼의 동반자'. 짧지만 울림이 큰 메시지였다. 그리고 며칠 후, 그는 우리 곁을 조용히 떠났다.'우리 문화 박물지'는 지난달 26일 별세한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과 '마지막을 동행'한 책이다. 2007년 첫 출간된 이후 수많은 독자에게 한국 문화의 길잡이가 된 책을 새롭게 단장해 내놓은 개정판이다. 평생을 한국의 문화 원형 연구에 힘쓴 이어령 특유의 시적 직관과 상상력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다. 미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이어령 글쓰기'의 면모도 살펴볼 수 있다.이 책은 갓, 거문고, 보자기 등 우리 고유의 생활용품부터 호랑이, 논길, 박과 같은 자연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의 삶의 흔적이 담긴 63가지 유무형의 자산에 대한 탐색기다. 한국인의 모습과 생각, 혼과 마음을 읽어 낸 '우리 문화 독해서'이기도 하다. 사전과 역사책에서도 읽을 수 없는 독창적인 문화 해석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대대로 손때가 묻어온 도구를 다각도로 탐색한다.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살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이 갖는 상징성과 이데올로기적 메시지, 도덕성을 포착한다. 또 도구의 만듦새와 쓰임새, 만들어진 연원 등을 분석하며 그것을 둘러싼 층위를 하나씩 파헤쳐나간다. 뒤집어 보고, 들춰 보고, 견주어 보는 과정을 통해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는 의미를 굴착한다. 한 켜를 들여내어 우리가 지나치고 간과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다른 켜를 뒤집어 보며 단점이라고 여겼던 부분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기도 한다. 달걀을 반만 싸서 밖으로 드러낸 달걀 꾸러미에서는 기능성과 정보성 그리고 대조와 조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대충대충 짜서 틈이 벌어진 한옥의 문에서는 문풍지 소리의 정취를 즐기는 한국인의 마음을 찾아낸다. 선비들의 갓은 일종의 점잖음을 보여주는 도덕성이면서 인격과 정신을 표현하는 '머리의 언어'라고 정의한다. 엿장수의 가위 역시 서로 다른 것을 결합하는 융합의 상징물로 본다.'가위는 무엇을 자르기 위해 고안된 도구이기 때문에 자연히 악역 노릇을 해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랑받지 못한 가위의 이미지를 역전시켜 그 일탈의 시적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한국의 엿장수 가위다.(중략) 엿장수 가위는 자르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내는 음향효과에 그 기능을 두었기 때문이다. 절단 작용을 청각 작용으로 전환시킨 순간 가위는 악역에서 정겨운 주역으로 바뀌게 된다. (중략) 그리고 그 가위는 무엇이 잘리는 공포, 프로이트가 말하는 거세 콤플렉스의 불안이 아니라 오히려 듬뿍 덤을 주는 훈훈한 인정을 느끼게 한다'-가위: 엿장수 가위의 작은 기적 중에서-저자는 글을 맺으며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것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기울일 것을 주문한다."우리는 사물을 보지 않는다.(중략) 그러기 때문에 사물의 형태나 빛깔 그리고 그것들이 끝없이 우리를 향해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듣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시선을 멈추고 어떤 물건이든 단 1분 동안만이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어김없이 먼지를 털고 고개를 치켜들 것이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순간처럼 전연 낯선 얼굴로 우리 앞에 다가설 것이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우리 문화 박물지'의 저자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엿장수의 가위를 서로 다른 것을 결합하는 융합의 상징물로 본다. 갓은 일종의 점잖음을 보여주는 도덕성이면서 인격과 정신을 표현하는 언어라고 해석한다. (디자인하우스 제공)이어령 지음/ 디자인하우스/ 280쪽/ 1만6천원
2022.03.11
[북릴레이.37] 아리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활동가, 아픔이 길이 되려면
최근에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얼마 전 의료비용으로 생활이 급격하게 어려워지면서 청년이 아버지를 죽음까지 이르게 한 일이 있었다.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병원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청년은 모아두었던 돈을 병원비로 쓰게 되었고, 생활은 급격하게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먼 친가족의 도움을 빌려서도 생활은 유지할 수 없었다. 결국 청년은 아버지를 이틀 동안 돌보지 않고 방안에 가두어 죽게 만든 것이다. 책을 집필한 교수는 의료적인 해부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 정부가 전쟁 이후 급격하게 나라가 빈곤해지면서 가난한 사람을 강제로 수용하던 구빈원에서 시체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저자 김승섭 교수가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정부로부터 무책임한 폭력 속에서 상처는 오래간다. 그러나 정부는 공익근무를 앞두고 간병으로 생활비를 벌 수 없었던 청년에게 '왜? 너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냐?'라고 묻는다. 그렇다. 김승섭 교수는 본질과 다른 말일 수 있지만 "결국 가장 큰 힘을 가진 집단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되고, 그로 인해 큰 피해자는 당연히 힘을 행사할 수 없었던 사회적 약자들이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피해 본 것은 빈곤한 사람들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돌봄과 의료가 공공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아리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활동가는 '북 릴레이' 다음 편에 영남대 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에 재학 중인 김기현씨를 추천했습니다.
[새로 나왔어요]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오늘날 사회는 고도로 발전한 과학과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유사 과학, 음모론, 미신 등 비과학 요소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과학 요소들은 사회갈등, 편 가르기 등을 부추긴다. 이 책은 탈진실과 비이성의 시대에 더욱 필요해진 '과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유영미 옮김/갈매나무/1만8천원)
[새로 나왔어요] 나는 학벌보다 돈이 좋습니다만
2천만원 대출도 무서워했던 저자는 범생이 한의사였다. 마흔 살이 될 무렵 순자산이 '0원'임을 알고 저자는 큰 충격에 빠져 부동산 투자를 결심하게 된다. 이후 투자 3년 만에 17채 자산을 소유하게 됐다. 이 책은 저자의 투자 비결을 담았다. 부동산 이론과 지식인 '코어지식'과 실전투자 방법인 '코어전략' 등 투자의 방법이 담겨있다.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나는 학벌보다 돈이 좋습니다만(풍선빵 지음/길벗/1만7천원)
[새로 나왔어요] AI, 세상을 바꾸다
현재 산업, 문화, 학문, 예술 등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이 뒤흔들리고 있는 혁명적 변화기이다. 이 중 인공지능은 거의 인간처럼 사고하며 노동까지 대신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는 인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의 기원과 현상들을 살펴보고 새로운 현실을 쉽고 재미있는 언어로 이야기한다.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AI, 세상을 바꾸다(박평종 지음/달콤한책/1만5천원)
[새로 나왔어요] 기억의 스케치북
치매는 자칫 관심 밖으로 밀어내거나 외면하기 쉽다. 이 책은 치매의 현실과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치매 극복 수필집'이다. 저자는 지역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경험담, 개인적 소회, 관련 지식, 지혜 등을 친근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책 중간마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치매 관련 상식도 제공하고 있다.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기억의 스케치북(김형순 지음/프리윌출판사/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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