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시티·따뜻한 공동체' .20] 스케일업 하는 스마트시티:스마트시티가 당면한 세가지 주제
코로나로 인해 스마트시티를 추구하는 세계 도시들의 시계가 멈춘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 끊임없이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월드 콩그레스(SCEWC: Smart City Expo World Congress)'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3년 만에 대면으로 재개된 행사의 달라진 풍경은 헬싱키나 브리스틀 같은 북유럽과 영국 도시들과, 선전이나 항저우 같은 중국 도시들이 대거 사라졌다. 대신 도쿄를 포함한 일본, 인도, 아랍의 도시들이 새롭게 선보였다. 브렉시트(Britain Exit)와 유럽·중국 간의 불편한 지금의 국제정세가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 이번 SCEWC는 향후 세계 스마트시티가 나아갈 세 가지 주제, '미래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시민참여'를 분명한 메시지로 던지고 있다. 앞의 두 개는 스마트시티가 집중해야 할 도시 문제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스마트시티를 만들어 가는 절차와 거버넌스 문제다. 스마트시티에서 '모빌리티(mobility)'는 버스, 지하철, 자동차와 같은 운송수단(vehicle) 개념을 뛰어넘어 전동스쿠터, 공유자전거, 공유 차량 등 도시 내 인간 이동과 관련된 총체적 서비스 개념이다. 미래 모빌리티는 드론택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 이동성까지 포함한다. 또한 스마트시티에서 '지속가능성'은 도시가 오랫동안 번영을 유지한다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탄소중립과 에너지를 관리하여 기후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체적인 도시목표를 의미한다. 세계적 '기후중립'의 가치 촉구모빌리티·지속가능 키워드로다양한 도시서비스 변화 추세현재 세계는 탄소중립에서 한발 더 나아가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등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모든 물질을 균형적으로 관리하는 '기후중립'을 세계 도시에 촉구하고 있다. 행정, 복지, 시설관리, 도시재생, 재난관리 등 도시가 현실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다양한 서비스는 모빌리티와 지속가능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수렴되는 추세다. 다시 말하자면 '교통약자를 위한 모빌리티' '도시 지속가능을 위한 모빌리티 설계' '탄소중립을 위한 도시 자원관리'처럼 탄소중립과 모빌리티로 수렴된 실체적인 서비스로 계층화되어 도시에 실현되고 있다.한편 스마트시티를 만들어 가는 절차에 대해서도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는 이번 SCEWC 행사가 지향하는 '시민에게 영감을 받는 도시(Cities inspired by People)' '시민에게 집중하는 스마트시티(Centering People in Smart Cities)'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시민들을 중심으로 도시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를 넘어 시민이 분명한 주체로 참여하는 다양한 방법을 구체화하고 있다.대구가 구축한 데이터허브모델인센티브 장치 등 보완한다면세계도시와 초격차 만들 수도세계 스마트시티의 뚜렷한 변화 속에 한국 스마트시티도 유럽이나 미국의 스마트시티 모델을 따라가던(catchup) 이전 상황과 달리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 한국의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와 데이터 허브모델은 세계 도시들에 자랑할 만하다. 데이터 중요성에 대한 구호만 있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한국 도시는 선도적 실증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부 해외 기업이 보여주는 혁신 제품과 서비스도 가볍게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5년 전만 하더라도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는 싱가포르가 유일했지만 지금 한국 스마트시티는 데이터의 표준과 개방성, 오픈소스 개발 방식 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도시들이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세계 도시들을 완전히 탈추격하여 초격차를 만들려면 다음의 몇 가지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첫째, 현재 대구가 시범도시로 선정되어 구축한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 모델을 고도화해야 한다. 나아가 도시별로 확대하고 있는 통합데이터센터와 데이터 허브 모델을 묶어 통합 개방 환경을 구축하여 다양한 서비스가 창출되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오픈 도시데이터를 활용하여 개발한 서비스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다시 데이터 허브에 재귀적으로 저장(recursive data)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둘째, 시민중심 스마트시티를 위한 거버넌스의 실질적, 제도적 구현이 필요하다. 시민중심의 스마트시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달리 한국사회에서 구체화시키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성숙한 시민력의 부재와 같은 이유 외에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행정의 사일로(silo) 현상이다. 국토부, 과기부, 행안부 등 부처별로 비슷한 도시서비스와 데이터를 관리하지만, 부처 간 협업부재로 시너지가 발휘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요청되는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시민중심'이라는 절차적인 거버넌스를 세세하게 살필 겨를이 없다. 스마트시티 거버넌스의 행정 총괄책임자 위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국가는 총리급, 도시는 부시장급 이상이 거버넌스를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셋째, 유연한 스마트시티 서비스 개발방식이 필요하다. 시민중심의 스마트시티가 도시의 모든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정답은 아니다. 행정가와 전문가의 빠른 의사결정과 넓은 관점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다만 실제 도시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과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디자인씽킹, 리스닝 거버넌스 모델, 커뮤니티 개발, 리빙랩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넷째, 도시 리더십의 변화에도 스마트시티의 지속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도시의 리더십이 바뀌면 이전에 추진되는 사업들이 생명력을 이어가기 어려운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결국 민간이 주도하는 스케일업 전략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도시별 특성에 맞는 스마트시티 클러스터링이 필요하다. 베를린의 유리프 캠퍼스(EUREF-Campus)는 좋은 사례이다. 베를린 시립 가스회사의 가스공장으로 활용되었으나 전후 운영이 중단되면서 방치되었던 곳을 2007년 민간 개발업자가 부지를 매입해 에너지 전환과 모빌리티 관련 캠퍼스로 개발하여, 현재 에너지 관련 기업 150개가 모여있는 생태계 공간으로 바뀌었다.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관련 제품과 서비스의 표준을 주도하며, 새로운 스타트업이 스케일업 하기 좋은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운영기관은 주체들 간 네트워킹을 끊김 없이 주도하며 혁신 시너지를 만든다. 한국도 모든 도시가 동일한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 국가예산을 경쟁적으로 유치할 것이 아니라, 도시별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집적화하여 시너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설명한 데이터 중심 스마트시티 실증의 확대, 시민중심 거버넌스 마련, 이해관계자 참여방식의 서비스 개발, 민간주도 스마트시티 개발 등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계 스마트시티 환경 속에서 한국 도시들이 주도적으로 채를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대구TP 기획평가팀장>김희대 (대구TP 기획평가팀장)
2022.12.09
[대학혁신의 길Ⅴ- 독일의 직업훈련과 평생교육 시스템 .8(끝)] 김춘식 동신대 교수 인터뷰…"韓 일자리 해결 위해 獨 이원화고등직업교육제 도입 모색을"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인공지능(AI)을 위시로 한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혁명을 추동하는 실재의 힘은 인재양성에 있다. 특히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은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서 핵심 교육 분야이다." 김춘식(58) 동신대 에너지경영학과 교수는 인문학자로서 대한민국 최초의 엔지니어 공과대학 교수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공과대학에서는 인문학 전공자가 융복합 연구와 교육을 하는 것이 일상적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낯설다. 현재 그는 동신대 에너지융합대학에서 창의융합교육을 하고 있으며, 독일의 역사와 문화, 독일의 평생교육,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과 고등직업교육에 관한 다수의 학술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2014년에는 한-독 정부 간 '직업교육 및 고등교육 교류와 협력프로그램 추진'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으며, 초대 한·독 통일역사교육포럼위원장(2014 베를린) 역임을 포함해 지금까지 교사 교류, 전문대학 장기현장실습프로그램, 독일취업프로그램,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 교류 등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고등)직업교육 분야에서의 양국 간의 교류에 기여해 오고 있다. 지난 8월 독일 취재 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역사학)한 후 바로 독일로가 북부 함부르크대학교(Universitat Hamburg)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모두 마쳤다. ▶독일의 직업교육훈련 체계에 대해 느낀 점은."기독교적 전통과 문화에 따라 중세시대부터 직업(Beruf)에 대한 각별한 소명의식(Berufung)을 가진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체계는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성공적인 직업교육 모델이라 확신한다. 독일의 직업교육훈련 체계는 무엇보다도 업체에서의 현장실무교육과 직업교육기관에서의 이론교육이 함께 이루어지기에 현장과 교육의 괴리가 적다는 점이 장점이다. 직업학교(Berufsschule)의 커리큘럼 형성이나 대학 주도의 이원화 고등직업교육의 학사과정(Duales Studium)에 각기 지역의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산학일체형 직업교육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또 직업학교의 운영 및 커리큘럼의 설정 과정에까지도 수공업회와 상공업회(상공회의소) 등 경제와 산업의 주체들이 참여해 산업(체)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직업교육에 산업계가 적극 참여하는 점이 인상적이다."그렇다. 독일의 직업교육제도에는 산업체가 주도하는 직업인력 개발에 대한 사회적 기여정신이 강하게 녹아있다. 산업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기관과 기업, 사회경제단체, 노조들이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아주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정부는 직업교육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와 체계를 지원하며, 국가인력 개발에 필요한 정책연구 및 직업(교육)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늘 새로운 기술변화에 민활하게 대응하는 유연성도 독일 직업교육훈련체계의 큰 특징이다. 최근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직업교육훈련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과학기술의 등장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업인력의 디지털기술 역량은 직업교육의 변화와 직업훈련체계의 고급화·고도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일은 직업교육훈련체계의 국제화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갈수록 성장하는 독일의 수출경제 수요에 걸맞게 독일제품(Made in Germany)의 질(Quality)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외 현지에서 독일의 제품생산구조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아우스빌둥(Ausbildung)이라는 이름으로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체계가 독일의 자동차 등 몇 개의 독일 제조회사와 연계해서 인력양성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獨 직업훈련, 현장과 교육 괴리 적어전문인력 양성 위해 산업계 참여새 기술변화 대응 본보기 삼아야최근 獨 대학 이원화교육제 '인기'졸업생 80% 이상 취업 보장 받아일반대학 비해 교육기간은 짧지만 두 개의 자격 취득 통해 경쟁력 UP韓 고등단계 직업교육구조 변화 필요전문대 집중 직업교육, 4년제 확대를전문대엔 석사과정 단계적 도입해야獨처럼 다양성 담보된 정책 추진을 ▶최근 독일에서는 중등직업교육훈련을 넘어 종합대학 및 응용과학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서도 직업교육을 시행하는 대학 이원화교육제도(Duales Studium)가 매우 인기가 높은데 이 고등직업교육제도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1970년대 초반 이래 독일은 '대학 이원화 교육제도'를 통해 직업교육과 대학교육 사이의 교차점에서 성공적인 직업교육모델을 개발했다. 기존 중등단계의 직업교육과 달리 보다 전문성이 높은 직업에 적합한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이 새로운 대학교육시스템은 대학에서의 이론과 기업체에서의 실무적인 직업교육훈련을 연계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2000년대 초반 이래 지금까지 대학의 학문교육과 직업교육이 연동된 대학 이원화 교육과정에 대한 공급과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학업성취도가 높은 독일의 청소년들은 전통적인 이원화 직업교육훈련제도가 제공하는 직업교육보다는 대학 이원화 교육의 기회를 더 선호하며, 기업 또한 이원화 교육을 통한 고급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왜냐하면 독일의 대학 이원화 교육이 높은 취업률을 견인하고 있으며, 이원화 교육과정 졸업생의 80% 이상이 실무교육을 수행한 기업에 바로 취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학 이원화 교육의 졸업생은 직장에서 높은 승진 가능성과 급여를 보장받으며, 일반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교육 기간(3~5년), 졸업 시에 두 개의 자격(학사학위와 공인 이원화직업자격) 취득을 통해 노동시장에서의 상대적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추가로 대학 이원화 교육은 직업역량만을 보유하고 있는 직업 경력자들에게 대학의 문을 개방함으로써 직장인들의 직무능력을 포함한 역량강화교육도 지원하고 있다."▶독일 평생교육체계는 어떤가."독일은 1950년대부터 평생교육체계를 구축해왔으며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과 더불어 평생교육을 정규교육의 한 부분으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독일 정부의 평생교육정책은 시대에 맞게 항상 변화하면서 국민이 적절한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평생교육 기관이나 시설들을 직접 통제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평생교육기관들로 하여금 자율성을 가지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용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체계는 계속교육이나 직업교육 등을 통해 평생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성인대학(Volkshochschule·VHS)'과 같은 평생교육을 위한 기반시설을 잘 마련하고 있으며, 대학을 포함해 일반 학교교육기관들도 평생교육을 위해 과감하게 학교를 개방하고 있다."▶직업교육 못지않게 평생교육체계도 잘 구축된 인상을 받았다."아마 특별히 독일이 평생교육시스템을 강화하고 평생교육을 권장하기 위해 정부가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독일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직업 계속교육을 통한 실업자구제 프로그램(AQUA)' '교육상여금' '교육휴가 청구권' 등과 같은 사례가 그것이다. 결국 독일 국민은 평생교육을 자신의 자아실현의 통로이자 국가경쟁력의 근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에서도 국민이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평생교육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대학진학률은 한국보다 낮지만 재교육률은 높은 편이다. 독일 학생들은 일학습병행 직업교육훈련(Ausbilung) 같은 제도를 통해 먼저 직업을 경험하고,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독일의 평균 대학 입학 연령은 23세로 한국보다 무려 3살이 높다. 또 장년층이 평생교육이나 직업전환을 위해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40~64세 대학 신입생 수는 7만8천명으로, 한국의 1만6천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아 독일의 평생교육은 이제 공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의 축이 되고 있다. 참고로 저도 독일에 처음 도착했을 때 경험했지만 독일의 평생교육기관인 성인대학(Volkshochschule)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독일어 기초강좌를 포함해 다양한 성인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우리나라 평생교육체계, 전문대 교육체계 등에 대한 연구 등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다. 현재 전문대가 매우 어려운 환경인데 우리나라 전체 교육의 틀 안에서 전문대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같은 고민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국내 노동시장의 여건은 고등단계 직업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전환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청년층 일자리 문제와 고용률의 확대에 고등단계 직업교육구조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요구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독일의 이원화고등직업교육 제도의 도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직업교육에 관한 한 세계적 모델국가인 독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평생교육을 직업교육과 연계해 고용안전 및 경제발전의 시금석으로 삼고 있다. 특히 평생교육의 구체적인 구현행위로서의 계속교육은 성인 스스로 창조해 가는 삶이 가능하도록 직무능력의 향상 및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을 지원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한 기술 교육 지원 및 직업재교육 지원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독일에서 평생교육은 자아실현이나 행복과 같은 개인적인 의미를 넘어 노동과 직업과 같은 사회경제적 의미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평생교육과 잘 연계된 독일의 중등 및 고등단계의 이원화 직업교육제도와 교육과정의 운영시스템은 한국의 고등직업교육정책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국내 고등교육체계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인가."그렇다. 특히 갈수록 가속화되는 기술변화의 추이를 반영해 미래에는 고등단계의 직업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기존 전문대에 집중된 고등단계 직업교육을 4년제 대학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구조의 개편도 적극적인 논의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아울러 독일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중등단계의 이원화직업훈련교육과 고등단계의 이원화고등직업교육을 넘어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들이 현장에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여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이론을 학습하고 현장에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 혹은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산학 협동 모델을 우리 산업 현장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구체적인 방안이 있나."저는 이미 2015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고등교육의 구조개편을 주장해 왔다. 특히 독일의 응용과학대를 모델로 해 한국 전문대의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가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전문대학이나 폴리텍과 같은 고등직업교육기관에 석사과정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비록 늦었지만 2021년부터 5개 전문대를 시범으로 하여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마이스터대 사업'이라는 새로운 고등직업교육모델을 실행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대표적인 독일의 이원화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응용과학대학은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의 구조개편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또 한국은 독일과 같이 다양성이 담보된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현재의 4년제와 전문대학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특히 대학교육에는 긴 호흡으로 투자를 해야 하며, 취업률을 대학교육의 실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때문에 정부도 대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대학이 좀 더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물론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 전문대 교수자들의 응용연구역량도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수자의 연구가 학생교육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김춘식 교수 약력△독일 함부르크대(Universitat Hamburg) 역사철학부 철학박사(서양근현대사) △독일 함부르크대 역사철학부 학사/철학석사(역사학, 정치학, 교육학) △독일 트리어대(Universitat Trier) 역사학, 정치학 수학 △한양대 사학과 문학사(역사학, 고고인류학) △현 동신대 에너지경영학과 교수, 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 소장 △전 포항공과대(POSTECH) 인문사회학부 교수(2007년 3월~2017년 2월)△전 독일 함부르크대 역사철학부 강의교수(2004년 6월~2005년 5월)△현 교육부(한국전문대학협의회) '전문대학평가인증위원회' 부위원장 △현 '포스텍/나노융합기술원-독일/프라운호퍼 IISB연구소' 운영위원 및 국제자문위원 △전 교육부 '고등교육 및 직업훈련교육' 국제협력 자문위원(2013~2019) △전 <재>포항문화재단 이사(2018~2019) △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학생 해외인턴십' 사업관리위원 △전 교육부 '대학생 해외인턴십사업단 선정사업' 평가위원 △전 포항학 인문아카데미 원장 △현 나주학 진흥위원회 위원 △현 '경북정책연구원' 상임연구위원주요논저 : ‘독일 평생교육의 역사와 한국에의 시사점’(역사와교육 2017), ‘독일과 한국의 직업교육과 고등직업교육’(경상논총, 2019), ‘독일 ‘대학 이원화 교육의 역사와 최근 현황 및 한국에의 시사점’(경상논총, 2022), '한국의 교육, 독일의 평생직업교육을 만나다'(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2023년 2월 발간예정)김춘식(왼쪽) 동신대 교수가 독일 성인교육연구소 라이프니츠 평생 학습 센터(DIE) 관계자와 독일 평생교육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춘식(오른쪽) 동신대 교수가 독일 사립응용과학대학인 중소기업대학(FHM) 총장 안네 드라이어(Anne Dreier)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2.07
[스토리가 있는 청도 힐링 여행 .3] 화양읍 도주관로, 성내 걷든 성밖 배회하든…화양, 그 이름처럼 어디 가든 빛이 가득
화양(華陽)은 빛나는 양지.역사가 기록된 이래 경부선 열차가 개통되기 전까지화양은 청도의 중심이었다.남쪽에는 청도군의 진산인 남산(南山)이높이 솟아 양팔 벌려 화양 땅을 안고 있고그 아래로는 청도천(淸道川)이 동류하며 넓은 들을 펼쳐 놓았다.남산과 청도천 사이에는청도읍성이 자리한다.남산은 남쪽을 경계하고 청도천은 북쪽을 파수했다.동·서·북문이 있었고성안에는 민가와 함께관아와 객사·군기고 등이 융성했다.청도읍성은 조선시대 동래에서 한양으로 가는주요 도로가 거쳐야 하는8개 읍성 중 하나였고길은 동문과 서문을 통과했다.그 길의 이름은 오늘날 '도주관로'다.◆청도읍성을 관통하는 도주관로청려로 화양삼거리에서 청도읍성 방향으로 들어서면서 도주관로가 시작된다. 화양읍을 관통하는 큰길이다.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양쪽으로 시원하게 뻗어 흐르는 청도읍성의 성벽이 보인다. 처음 성을 쌓은 것은 고려 때라 한다. 그때의 성은 돌과 흙을 섞어 쌓은 토성이었고 조선 선조 23년인 1590년에 왜란에 대비하라는 왕명에 의해 성은 돌로 다시 축조되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성벽은 파괴되었고 동·서·북문이 소실되었다. 이후 수차례 개축하여 읍성을 유지했고 고종 7년인 1870년에는 남문을 건립하여 4대문을 갖추게 되었다.청도읍성의 운명은 1905년 경부선철도가 건설되면서 변하게 된다. 철도는 읍성을 우회해 현재의 청도읍에 놓였지만 일제의 읍성 제거 정략은 집요했다. 읍성 내에 신작로를 개설한다는 명목으로 동문을 비롯한 성문과 성벽 일부를 헐었고, 도로의 변화와 함께 객사가 훼손되었다. 화양읍에 있던 관공서는 청도역 주변으로 옮겨졌고 상권의 중심도 청도장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1960∼70년대만 해도 청도에서 "읍내 간다"고 하면 화양읍을 의미했다고 한다. 화양은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청도의 중심이었다. 성벽 일부와 기저만이 남아 있던 청도읍성은 지금 북문인 공북루(拱北樓)와 서문인 무회루(撫懷樓) 그리고 동쪽·북쪽·서쪽 구간의 성벽 1천800m가 복원되어 있다. 남문지는 마을길이 나고 논을 일구면서 사라졌다. 그리고 동문인 봉일루(捧日樓)가 있던 자리에 도주관로가 놓여 있다.도주(道州)는 고려 현종 1년인 1010년부터 근 100년간 청도를 부르던 이름이었고, 그 이름을 이어받은 도주관은 조선시대 청도군 객사의 이름이다. 객사는 왕을 상징하는 위패(位牌)를 모시고 지방 수령이 초하루와 보름에 배례(拜禮)하던 곳이자 청도를 찾는 관원이 머무는 곳이었다.성안을 가로지르는 도주관로를 따라가면 화양우체국 지나 도주관의 긴 담이 나타난다. 도주관은 정당과 우익사만 남아 있었으나 현재는 복원되어 웅장한 모습이다. 건물 앞에는 대원군의 명으로 세워진 척화비가 서 있다. 도주관 뒤편의 화양초등에는 수령이 행정 실무를 보던 동헌 건물이 있다. 영조 13년인 1737년에 지어진 것으로 '주홀헌(주笏軒)'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임금을 알현하듯이 백성을 보살피겠다는 뜻이다.도주관로에서 성벽 길에 오른다. 동문지에서 북문 지나 서문까지 읍성을 밟아본다. 성벽에는 치(雉)와 치성(雉城)이 설치되어 있다. 멀리까지 적의 동태를 살필 수 있는 구조물로 지금은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한다. 성벽 위에는 여장이 올라 있다. 가슴께에 닿는 높이와 두툼한 두께는 안정감을 주고 사각으로 뚫린 총안은 근사한 창이 된다. 북문과 서문은 옹성을 갖추었다. 성안에는 화양읍사무소가 자리하고 말을 징발하던 고마청과 남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가두어 읍성에 물을 공급하던 인공 연못 '성내지'가 있다. 성 밖에는 원형의 벽으로 둘러싸인 형옥이 있고 여름이면 1만 송이 수련이 피어나는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복원 초기 단백석 같던 성벽에는 벌써 더께가 내려앉았다. 왕성한 담쟁이가 성벽을 기어오르고 성의 안팎으로 초목이 자라나 평화로운 숨결이 자욱하다. 성내를 거닐든, 성 밖을 배회하든, 성벽을 따라 전진하든, 어디로 걸음을 옮기든 머리 위에는 항상 빛이 가득하다. 화양, 빛나는 양지라는 그 이름처럼.경부선 개통 이전 청도의 중심 '화양'동~서 관통하는 큰길이던 '도주관로'복원된 성벽 안팎 곳곳에 역사 흔적성 밖에는 1만 송이 수련 피는 연못이서국 왕이 피신했다는 남산계곡은절경 가득해 계곡 트레킹 즐기는 곳남산길 끝자락 신둔사 마애부도 2기보주 있는 종형에 사리공 뚫어 특이◆동천리와 교촌리를 잇는 동교길동문 밖 도주관로에서 동쪽 성벽 곁으로 남산을 향해 오르는 길은 동교길이다. 화양읍성 동쪽에 개천을 끼고 있는 동천리(東川里)와 청도 향교가 있는 교촌리(校村里)를 잇는다. 동교길을 조금 오르면 왼편 구릉지에 청도 석빙고가 있다. 전국에 남아있는 6개의 석빙고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물 제323호다. 석빙고의 입구 왼쪽에 석비(石碑)가 서 있다. 거기에는 '5천451명의 막일꾼이 모두 하루씩 부역하였고, 607명의 승려가 돌을 날랐으며 12명의 석공, 3명의 야장 그리고 1명의 목수가 일했다. 양식쌀 53섬, 와공전(瓦工錢) 300냥, 시우쇠 1천438근, 회(灰) 384섬이 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 청도 석빙고는 동서로 긴 내부구조와 지상에 남북으로 걸쳐진 4개의 홍예보만 남아 있지만 천년이 지나도 제 모습일 것처럼 굳건해 보인다. 동교길을 조금 더 오르면 청도향교가 나타난다. 청도향교는 화양향교라 불리기도 하는데 조선 선조 1년인 1568년에 화양읍 고평동에 세웠던 것을 영조 10년인 1734년에 지금의 자리에 옮겨 지었다고 한다. 향교 내에는 사당 출입문인 내삼문, 사당인 대성전과 동무·서무·공부하는 곳인 명륜당과 동재·서재 등이 있으며 우묘좌당(右廟左堂)의 독특한 건물배치를 보인다. 향교가 있는 교촌리는 청도의 양반 터줏대감들의 동네로 명당이라 한다. ◆화양남산길 따라 남산계곡으로청도향교 앞 동교길에서 동천3길로 빠져나가면 화양남산길이 남산계곡으로 향한다. 화양남산길은 도주관로 초입에서 시작되어 동천을 따라 신둔사까지 이어지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상류의 남산계곡주차장에서부터 계곡의 오솔길을 따라 오르는 계곡을 즐긴다. 남산계곡은 이서국의 마지막 왕이 피신했다는 골짜기다. 또한 500년 전 무오사화 때 고을의 선비들이 모여 시회를 열며 음풍농월하던 곳이다. 계곡 곳곳의 절경마다 옛사람들이 남긴 각자를 만난다. 13곳이라고도 하고 16곳 혹은 19곳이 넘는다고도 한다. 안내판에는 음용지(飮龍池)·백석뢰(白石賴)·봉화취암(奉和醉巖)·취암(醉巖)·운금천(雲錦川)·질양석(叱羊石)·만옥대(萬玉臺)·연주단(聯珠湍)·석문(石門)·산수정(山水亭)·유하담(流霞潭)·일감당(一鑑塘)·낙안봉(落雁峯)·자시유인불상래(自是遊人不上來)·금사계(金沙界) 등 15개를 소개하고 있으나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용항(龍亢)·옥정암(玉井巖) 등의 선경도 만날 수 있다. '자시유인불상래'는 주자의 '무이구곡가' 중 제8곡의 마지막 시구를 빌려온 말로 '여기서부터 놀러 오는 사람은 올라오지 말라'는 뜻이다. '금사계'는 '관세음보살이 머무는 곳'을 나타내는 말이다. 관세음보살이 머무는 곳은 곧 화양남산길 끝에 자리한 신둔사(薪芚寺)다. 신둔사는 고려 명종 3년인 1173년에 보조국사 지눌(知訥)이 창건하고 봉림사(鳳林寺)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후 절의 자세한 역사는 알 수 없는데 현종 때인 1667년에 상견(尙堅)이 중창하였고 고종 때인 1878년에 중건하면서 절 이름을 지금의 신둔사로 바꾸었다고 전한다. 경내에는 영산보탑이라 불리는 5층 석탑이 있다. 그 옆에는 탑의 조성과 관련된 내용을 새긴 탑비가 있는데 1924년 3월1일 공사를 시작해 5월14일에 마쳤으며, 신도들의 헌금 800여 원을 들여 제작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신둔사에는 다른 사찰에서 보기 힘든 마애부도 2기가 남아 있다. 부도는 요사채 뒤쪽 바위암벽에 10m가량 거리를 두고 새겨져 있는데 모두 보주(寶珠·불가에서 보배로 여기는 둥근 공 모양의 구슬)가 있는 종모양이다. 왼쪽의 것에는 '사리탑(舍利塔)'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오른쪽 것에는 '보현수이씨사리탑(普賢修李氏舍利塔)'이라는 명문과 함께 철종 3년인 1852년에 조성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두 부도 모두 명문 위쪽에 사각의 자그마한 구멍을 뚫어 사리공으로 삼았다. 신둔사에서 동북쪽으로 뻗어 나간 능선에는 왕이 숨은 봉우리라는 은왕봉(隱王峰)이 있다. 이서국의 왕이 신라군을 피해 은신했다는 곳이다. 사람들은 신둔사가 이서국 왕실의 은신처와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신둔사의 종소리가 은왕봉의 정령을 위로한다고 믿는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청도군지. 한국지명유래집. 한국학중앙연구원. 디지털청도문화대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공동기획 : 청도군고려 때 처음 지은 것으로 알려진 청도읍성에 가면 담쟁이가 성벽을 기어오르고 성의 안팎으로 초목이 자라난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디로 걸음을 옮기든 머리 위에는 항상 빛이 가득해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이서국의 마지막 왕이 피신했다는 골짜기인 남산계곡에서는 상류의 남산계곡주차장부터 계곡의 오솔길을 따라 오르는 계곡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신둔사에는 다른 사찰에서 보기 어려운 마애부도가 남아 있는데 보주가 있는 종모양이다. 명문 위쪽에 사각의 자그마한 구멍을 뚫어 사리공으로 삼았다.
2022.12.06
[대구신산업 비전리포트 .5] 디지털 헬스케어 "대구 기업·의료기관 연계 강화땐 헬스케어 성공모델 창출"
의료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메디시티 도시 대구의 미래 신산업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의료수요 증가, 접근성 등 기존 의료 서비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에는 높은 기술력을 지닌 의료기기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첨단의료기기 개발 및 공급 쪽으로 바뀌면서 이들 기업의 활약상도 주목받고 있다. 네오폰스와 빔웍스는 첨단의료기기 개발을 무기로 대구 헬스케어 생태계에 든든한 밀알이 되고 있다. 박기수 네오폰스 대표기존 치료 시스템과 경쟁관계 아닌보완재 개념으로 병행 '시너지효과'대구시 헬스케어 육성 노력 긍정적네오폰스는 음성 데이터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비대면 언어 치료 플랫폼 '토키토키'를 개발하며 주목받았다.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언어재활 훈련을 받는 것은 물론 언어치료사와 매칭하는 기능도 수행한다.박기수 네오폰스 대표의 본업은 신경외과 교수(칠곡경북대병원)다. 언어치료 체계를 고안하는 과정에서 창업 아이템을 정했다. 박기수 대표는 "언어장애 원인은 다양하다. 주로 뇌와 연관이 많은데 기존 치료방식은 너무 아날로그적이다. 또 대면 치료를 받아야 하다 보니 치료 과정에 제약이 많았다"며 "우리가 개발한 플랫폼을 이용하면 언어치료사 진료 스케줄을 정하고 비대면 치료도 가능하다.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2019년 대구시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주관하는 '메디 스타트업 과제'에 선정되며 사업기반을 다졌고 이듬해 네오폰스를 설립했다. 언어치료사, AI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박 대표는 "한국어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특히 언어치료에 필요한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끈질긴 노력 끝에 관련 특허를 획득하며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네오폰스는 인공지능 음성청진기 소프트웨어인 'AIVIS'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음성 데이터를 통해 목 상태, 음성발화 정확도, 질환 가능성을 진단한다. 그는 "음성·언어 특징을 발굴해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한다.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유형의 음성 데이터를 분석, 정량적 지표를 산출해 질환 발생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이어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존 치료 시스템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병행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내는 보완재 개념이 될 것"이라며 "보편적으로 확산된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언어치료의 경우 한국어를 익히고자 하는 외국인, 다문화 가정 등으로 활용 분야를 확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박기수 대표는 "대구시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하나의 기회로 보고 육성하는 노력은 긍정적이다. 전문기관과 기업 간 네트워킹을 더 강화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겠다는 목표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김원화 빔웍스 대표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개화 직전의료계, 인명 직결돼 보수성 있지만인식 달라지면서 잠재력도 매우 커빔웍스는 초음파 영상을 분석하는 지능형 판독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초음파 검사는 의료기관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검사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주관적 판단에 의존도가 높아 사용자의 경험, 전문성에 따라 진단 편차가 크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유방암 진단의 경우 고려해야 할 기준이 많아 정확한 판독이 어렵다. 빔웍스는 기존 검사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기술을 도입한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캐디-B(CadAI-B)'를 선보였다.김원화(경북대 의대 영상의학과 조교수) 빔웍스 대표는 "유방암을 진단하는 데 의사 한 사람이 봐야 하는 프레임이 3만장이 넘는다. AI가 의심 병변(병이 나타나는 부위)을 실시간 검출한다"며 "사전 조사를 했을 때 프로그램 개발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있었지만 우리 제품은 대체가 아닌 진단을 보조하는 데 목적이 있고 여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김 대표는 4년 전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김재일(경북대 IT대학 조교수) 공동대표를 만났다. 의료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시도가 차츰 늘어나던 시기였다. 두 사람은 각자 분야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3년 정도 소통을 하다 보니 접점을 찾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붙었다"고 말했다.지난해 창업한 빔웍스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특화지원사업·혁신창업 패키지사업·창업성장기술 개발사업 등에 선정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기업인 'GE Edison Developer Program'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내년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받고 국외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FDA, 유럽 CE 승인을 획득하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김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개화 직전의 꽃'이다. 의료 쪽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다 보니 보수성이 있어 진보가 더딘 편이지만 인식이 바뀌면서 잠재력도 매우 크다. 지금 시기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는 의원·종합병원·상급의료기관 간 연계가 잘 형성돼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적용하고 성공적 모델을 창출할 가능성도 높다"며 "의료 기술의 성과와 혜택을 보다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확실한 비전을 갖고 제품 혁신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박기수 네오폰스 대표는 본업이 칠곡경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다. 〈네오폰스 제공〉경북대 의대 영상의학과 조교수인 김원화(왼쪽) 빔웍스 대표와 김재일 공동대표. 〈빔웍스 제공〉
2022.12.01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12·(끝)] 외국인 근로자 운용 정책…"공무원이 직접 관리, 외국인 근로자 이탈 없는 비결이죠"
국내 농촌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농업 종사자 열 명 중 네 명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1970년 전체의 4.9%에 머물던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이 2020년 42.4%로 8배 이상 급증했다. 전체 농가인구는 자꾸 줄어드는데 젊은 층의 유입은 거의 제자리 수준이다. 부족한 일손은 농기계와 외국인 근로자가 메우고 있다. 대한민국 농촌은 이제 외국인 근로자의 도움 없이는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경북 영양은 보다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운용 정책을 펴고 있다. 법무부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과 결혼이민자 가족을 활용한 각종 지원책을 통해 지역 농가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12편에서는 영양군의 외국인 근로자 활용방안과 앞으로의 정책을 소개한다.법무부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영양군 2017년부터 도입 시행공무원 현장방문 등 사전 준비중개인 없이 직접 모집·교육다문화가족센터 등 지원받아통역·문화적 갈등 극복 도움결혼이민자 친척 초청 활용도프로그램 설문서 90% "만족"◆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적응 위해 각별한 노력 쏟아"3개월간 고생하셨습니다. (영양)군에서도 틈틈이 현장을 방문하고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애썼는데 아쉬움은 없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출국하기 전에 작성한 설문지를 보고 더 나은 사업을 준비하겠으며,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지난 11월6일 오도창 영양군수는 영양을 떠나는 외국인들을 배웅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지난 8월11일 입국한 143명의 베트남 화방군 출신 계절근로자다. 가을철 농번기를 맞아 한국에 들어와 90일 동안 영양의 52곳 농가에서 일손을 도운 뒤 이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영양에서 일한 것은 법무부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2015년 법무부가 외국인의 불법체류를 방지하고 농번기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단기간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어업 분야에서 합법적으로 최대 5개월 동안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양군은 이 제도가 본격 확대 시행되던 2017년부터 참여했다. 영양군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부터 철저한 준비를 했다. 동남아 여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했고, 베트남 화방군과의 협의가 급물살을 탔다. 2016년 10월5일 영양군은 베트남 화방군과 농업인력 파견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해 11월15일에는 베트남 화방군 인민의회장을 비롯한 화방군 관계자를 초청해 영양군 농업현장을 보여주고 군수 등 주요 인사와 간담회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영양군은 2017년부터 법무부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베트남 계절근로자들이 영양에 들어와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도왔다. 계절근로자 수도 2017년 71명에서 2018년 162명, 2019년 256명 등 해마다 늘면서 지역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하지만 2020년과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베트남 계절근로자 입국이 중단됐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방한이 허용되면서 베트남 계절근로자 프로그램도 재개됐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베트남 화방군에서 영양에 일하러 온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는 632명에 이른다. 눈여겨볼 것은 이 가운데 단 한 명의 이탈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찾기 힘든 모범적인 사례로, 중개인 개입 없이 영양군과 베트남 화방군의 담당 공무원이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집·교육·입출국 관리 등을 직접 맡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양군은 화방군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지역의 결혼이민자 가운데 통역원을 채용해 직접 소통했다. 또 영양에 들어온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적응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추석이면 명절 음식과 베트남 음식을 전달하는 등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이웃이나 동료처럼 대했다. 상호 간 신뢰가 쌓인 영양군과 베트남 화방군은 2018년에는 더욱 돈독한 협력을 위해 자매결연까지 맺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국가·지역 다양화 추진영양군은 오래전부터 지역 일손 부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영양의 대표 작물인 고추는 생산 과정의 기계화가 어렵고, 수확기에 인력 수요가 갑자기 많아져 수급에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고심하던 영양군은 2011년 '영양 빛깔찬 일자리지원센터'를 건립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국내 대도시 인력을 일손 부족 농가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내국인이 농촌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는 데다 주로 고령 근로자 위주로 참여해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영양군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7년 법무부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영양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워지자 지난해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112명의 계절근로자를 급히 데려와 42개 농가에 보내기도 했다. 영양군은 올해부터 결혼이민자 가족을 활용하는 방안도 도입했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민자의 4촌 이내 가족과 친척을 초청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로 일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영양군은 또 필리핀 딸락시와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필리핀 출신 계절근로자도 확보했다.올해 영양군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 화방군에서 143명, 필리핀 딸락시에서 119명의 근로자가 들어왔다. 또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방식으로 23명의 근로자가 입국하는 등 285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지역 농가 98곳에서 일손을 도왔다. 경북에서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영양군은 외국인 근로자와 지역 농업인들이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통역 지원은 물론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중재에도 나선다. 그만큼 프로그램 만족도가 높다. 영양군 자체 설문조사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에 만족한다는 농가 비율이 전체의 90%에 육박한다.영양군은 인력 공급 및 인건비 안정을 위해 앞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작업에 특화된 인력을 원활하게 확보하기 위해 출신 국가와 지역을 다양화할 생각이다. 영양군은 사업 참여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고 있다. 매년 설문 조사 및 평가를 통해 상호 간 재계약을 원할 경우 우선 배정하고, 평점이 높은 농가와 근로자에 대해서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평점이 좋지 않으면 사업 제외 등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애쓰는 중이다. 남한진 영양군 유통지원과장은 "영양군은 앞으로도 외국인 계절근로자 선발 및 현지 교육 등에 직접 참여해 근로자 선발 인터뷰를 함께 진행하고 현지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 문화와 영양군의 특성 등은 물론 지역 주요 농작업 방법과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예의·기초 한국어 등을 교육하고, 영양지역 사업 신청 농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설명·간담회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영양군공동기획: 영양군영양군의 한 농가에서 베트남 출신 근로자들이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영양은 베트남 화방군, 필리핀 딸락시와 농업인력 파견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농번기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국내로 입국한 뒤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농번기에 맞춰 영양지역 농가에서 일하기 위해 입국한 베트남 근로자들이 영양군문화체육센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오도창 영양군수가 지역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한 뒤 격려하고 있다.
[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7> 호모루덴스와 밈코인과 이누코인의 숨겨진 맥락
크립토(crypto) 시장에는 98법칙이 있다. 98법칙은 학계에서 검증된 과학적 이론이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두 가지 맥락에서 사용 중이다. 첫째, 현재 유통되는 코인과 토큰의 98%가 사라진다. 소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장 격인 코인들만 남는다. 둘째, 현재 투자자의 98%는 소위 '손절'하고 크립토를 결국 떠난다. 손절은 한자 손절매(損切賣)의 축약한 말이다. 손해(損)를 잘라(切)버리는 매도(賣渡)라는 뜻이다. 98법칙은 크립토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오늘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코인과 토큰이 발행되고 있다. 새로 나온 코인이 공기처럼 자연적으로 순환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신규 코인이 시장에 공급되고 인지도를 획득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 우리는 오늘날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의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크립토 시장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이 어떤 특정 코인이나 토큰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주식과 비교해 매우 짧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출시와 함께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시장에 확산될 묘수를 찾아야 한다.시간이 유한한 것처럼, 심리적 및 물질적 측면에서 사람들의 관심 여력도 매우 제한적이다. 밈(meme)과 이누(inu) 코인 등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도를 단박에 높이기 위해 그 명칭과 이미지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대표적으로 도지코인(DOGE), 쉬바이누(SHIB), 좀비이누(ZINU) 등이 있다. 앞서 언급한 3개 모두는 강아지를 소재로 사용한 밈코인이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에이프코인(APE)은 원숭이를 모티프로 했다. 강아지와 원숭이 이외에 고양이(KITTY)와 돼지(PIG) 등 여러 동물 캐릭터를 차용한 밈코인도 많다. 그럼 밈코인 확산의 배경은 무엇일까?여러 이유와 배경이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쉽게 풀기 어려운 각종 이슈와 전례 없는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한 마디로 세상살이가 어렵고 복잡하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보면,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도 적응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진화해 왔다. 이른바 놀이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루덴스'의 출현이 대표적이다. 호모루덴스는 하위징아(J. Huizinga)가 1938년에 네덜란드어로 발간한 'Homo Ludens'라는 동명의 책 제목에서 시작하였다. 이 책은 사회와 문화 활동에서 놀이(play)라는 요소의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논의했다. 하위징아는 새로운 세대가 출현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한 환경이 놀이라는 점을 제시했다.하위징아는 20세기에 등장한 호모루덴스가 21세기 디지털 밈으로 다양한 놀이를 즐길 것을 상상했을까? 그 당시는 세계 2차 대전의 발발 전이라 어둡고 침체한 분위기였다. 따라서 어쩌면 놀이는 사회적 활력을 위해서 강제적이더라도 필요한 시기였다. 세계 대전이 끝났지만, 전 세계는 경제와 환경과 재난 분야에서 인류는 새로운 전쟁을 끊임없이 겪고 있다. 이러한 흉흉하던 분위기는 밈코인 출현의 주요 배경임이 틀림없다. 국내에서도 2017년에 출간된 '즐거움이 경쟁력이다'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것을 보더라도, 호모루덴스는 사회적 트렌드가 되었다.이 밖에도 밈코인이 잠깐의 유행으로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힘을 얻는 요인이 있다. 밈코인과 NFT 이미지가 만나면서, 모바일 SNS 미디어를 통해서 공유하고 다른 사람에게 과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스마트폰은 거의 모든 세대가 자존감과 친밀감을 표현하는 공간이자 매체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NFT와 통합된 밈코인은 새로운 형태의 정서적 관행을 표현하고 새기는 데 호모루덴스의 소통 도구로서 기여할 수 있다. 어쩌면 인터넷 중독처럼 밈코인에 대한 편집증적 태도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트윗하면, 사람들이 이것을 투자 신호로 여기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상기해 보자. 산업계 등 여러 분야에 머스크 팬덤 계층이 존재한다. 이 집단은 머스크의 활동을 소셜 미디어로 실시간으로 널리 공유하고 미사여구 형식으로 홍보한다. 때로는 단순한 바이럴(viral)을 넘어 머스크의 트윗 내용을 시장의 지배적 담론으로 만드는 경향도 있다. 머스크가 이룬 전기 자동차와 우주선 사업의 성공이 밈코인과 암호 화폐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신봉한다. '머스크 효과'(Musk effect)와 '밈코인 패러노이드'(meme coin paranoid)라고 이름 지을 수 있을 만큼, 추종자들의 인지적 전이 과정은 호모루덴스 시대에 더욱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하루가 멀다고 세계 각지에서 무거운 뉴스가 들려오는 시대이다. 밈코인은 따뜻한 공감은 반드시 아닐지라도, 특색 있는 이미지로 사람들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해 준다. 밈코인의 본질이 개발자와 투자자의 달콤한 유혹일지라도, 사회적 유행은 호모루덴스가 추구하는 신나는 활동적 욕구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 사실이다. 유희의 인간이 단순히 놀기 좋아하는 세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밈코인을 주목하고 유명인의 언급에 반응하며 NFT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은 정신적인 창조활동이다. 호모루덴스가 밈코인과 이누코인을 통해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과 차별적 특징을 지닌 문화적 자산의 생산은 인류 역사의 발전에 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영남대 교수, nft-korea.eth>박한우 교수는?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 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수상했다. 과학정보 노벨상 '데릭 솔라 프라이스상'에 후보로 여러 번 올랐다. 퍼블론스(Publons) 최우수심사자(세계 1%)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국제저널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리서치닷컴(Research.com)에서 2022년에 발표한 사회과학 및 인문학 최고 과학자(Top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Scientists) 순위에서 국내 1위에 올랐다. 연구자의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한 지표인 h 지수(h-index)가 48, 논문 피인용 6천322회, 논문발표 168편으로, 세계순위는 1천418위였다. 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박한우 영남대 교수
2022.11.30
[라이프니츠협회] 독일 최대 비대학연구기관연합, 연방정부와 협약 통해 독일 과학시스템 강화
라이프니츠협회(Die Leibniz-Gemeinschaft/Wissenschaftsgemeinschaft Gottfried Wilhelm Leibniz )는 97개의 독립적인 연구 기관을 연결하는 독일 최대 비대학연구기관연합이다. 1990년 설립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다. 라이프니츠협회에는 1만1천500명의 과학자를 포함해 약 2만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재정 규모는 20억유로다. 주된 관심사는 자연, 공학 및 환경 과학부터 경제, 공간 및 사회 과학,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라이프니츠협회는 사회적, 경제적, 생태학적으로 관련된 문제에 전념하고 있다. 라이프니츠협회가 가진 네트워크 내에서 지식 및 응용 연구를 수행하거나 과학 인프라를 유지하고 연구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이프니츠협회는 연구 기관들과 함께 지식 이전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이를 통해 정치, 과학, 비즈니스 및 대중에게 조언하고 정보를 제공한다.라이프니츠 기관은 라이프니츠 사이언스캠피(Leibniz ScienceCampi)(협력 파트너십)의 형태로 국내외 산업체, 대학 등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라이프니츠협회의 기관들은 국가 및 국제적 수준에서 대학, 다른 연구 기관, 기업, 국가 기관 및 사회 기관 등 간 협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라이프니츠협회는 크게 다섯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각 섹션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진다. 다섯 섹션은 △문화유산과 교육(인문학 및 교육 연구) △경제 및 공간 개발, 민주적 참여 및 사회 통합 △생물 다양성과 건강(생명 과학) △빛, 물질, 정보(수학, 자연 및 공학 과학)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환경 과학) 등이다.라이프니츠협회는 연구에 필요한 막강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인프라에는 모든 종류의 정보(데이터·개체·미디어)를 관리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와 데이터 또는 아카이브 컬렉션 형태의 연구 기반 서비스 및 리소스가 포함된다. 대규모 디지털 데이터 세트를 처리하기 위한 IT 인프라, 보안 수준이 높은 실험실과 같은 대형 장치, 특수 실험실, 회의 센터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연구 기반 및 장기 연구 인프라를 제공한다.라이프니츠협회는 연방정부와의 연구와 혁신을 위한 협약을 통해 독일의 과학 시스템을 강화하고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성과를 거뒀다. 이 협약은 2030년까지 유지하기로 했으며, 독일의 미래 생존 가능성에 기여하고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대학혁신의 길Ⅴ- 독일의 직업훈련과 평생교육 시스템 .7] 성인교육연구소(DIE)…국가 지원하에 성인교육 체계화…최근 사회통합교육 큰 비중
독일은 전 세계에서도 독특한 직업훈련 교육으로 유명하지만 평생교육체계 또한 잘 구축돼 있다. 독일 평생교육은 매우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평생교육 태동기부터 단순한 여가 프로그램보다는 지적 욕구 충족과 지식의 확산이라는 가치를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6만여 개의 평생교육 제공 기관이 있고, 교수자는 53만명 정도다. 독일 교육체계를 단순 분류하면 학교교육, 직업교육, 평생교육 등 3개로 나눌 수 있다. 학교교육과 직업교육을 제외한 나머지 교육을 평생교육으로 보면 된다. 재교육이라는 개념도 있다. 재교육은 직업교육과 비직업교육으로 구분하는데 평생교육은 비직업교육이 중심이다. 독일 연방교육연구부(BMBF)는 최근 국가교육 추진 전략을 세우고 직업 훈련과 평생 학습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디지털 변화에 전문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2030년까지 평생교육 참여율을 65%로 높이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국가 평생교육 회의를 구성하고 문해력 향상과 소외 그룹에 대한 기회 확대 등 5개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시민 지적욕구 충족 위한 성인교육1960년대 경제 회복기 비약적 발전1990년대 교육 콘셉트 주변국으로 확산현재 평생교육 제공기관 전국 6만개디지털화 전문적 참여 도모 교육 강화 2030년 교육 참여율 65% 상향 목표최근 난민 문제 대응 위해 변화 시도외국이주민 늘며 언어교육 등 치중 ◆독일 평생교육의 역사근대적 관점의 독일 평생교육은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에서는 독서클럽, 박물관 모임, 문학 토론, 사상 토론, 특강, 강연 등이 활발했다. 성인들이 저녁에 모여 지적 욕구를 충족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1863년 전독일노동자협회, 1871년 독일 대중교육지능협회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성인교육이 시작된다. 독일 평생교육은 이 당시 재교육이라고 불렸고 후에 평생교육을 거쳐 현재는 성인교육과 평생교육을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성인교육은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직업교육과 만나 직업재교육으로도 확대됐다.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성인교육은 거의 설 자리를 잃었고 독일 첫 민주 정부인 바이마르공화국에서 사회 각 분야 성숙과 더불어 성인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됐다. 이때 많은 성인교육기관이 설립됐다. 나치는 성인학교 프로그램을 나치 선전도구로 활용해 성인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2차 대전 후 전승 국가들은 탈나치화와 민주국가 건설, 독일 재건 등을 위해 다시 성인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독일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든 1960년대부터 독일 성인교육은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한다. 노동시장이 성숙하고 시민사회의 공동체가 활성화되면서 시민의 지적 욕구와 자기만족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성인교육이 활성화됐다. 전폭적인 국가의 지원 아래 성인교육법령이 제정되고 대학 학부에 전공학과가 신설되는 등 성인교육의 구조화·체계화 과정을 밟는다. 이후 독일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성인교육 시장이 확대됐으며, 1990년대는 유럽연합 출범과 더불어 독일 성인교육 콘셉트가 인근 국가로 확산하는 국제화 과정을 밟는다. 당시부터 좀 더 성인교육의고급화, 질적 향상에 대한 욕구가 커졌으며 이후 관련 연구가 본격화됐다.현재는 당면한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과제(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성인교육 역량 강화, 국제비교연구 등과 더불어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의 많은 노력에도 이민자 증가 등으로 문맹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과거 국제적 금융위기와 최근의 난민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성인교육체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민자 증가 등으로 사회통합을 위한 언어교육, 문해교육 등에 치중하고 있다.◆독일 성인교육연구소 라이프니츠 평생 학습 센터(DIE : Das Deutsche Institut fur Erwachsenenbildung/Leibniz-Zentrum fur Lebenslanges Lernen e.V.)DIE는 성인교육 및 학습 분야에서 60년 이상 연구한 독일 최고의 성인교육연구소다. 현재 직원은 130여 명이다. 독일 연방정부와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ordrhein Westfalen) 주정부의 재정으로 설립됐다. DIE는 성인의 개인 개발, 민주적 사회 참여 및 고용 가능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결과와 지식 이전,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평생교육의 질을 높이고 성인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다.1957년에 독일 성인교육협회의 교육청(PAS)으로 프랑크푸르트 마인에 설립됐다. 설립 후 몇 년 동안 성인 프로그램 설계의 질적 향상, 특히 독일 성인 교육 센터의 강사의 자격 강화에 중점을 뒀다. 도서관도 설립했다. 1960년대부터 성인교육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책과 성인교육에 관한 자료를 발간했다. 1970년대에는 정치적 지원에 힘입어 인적·재정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1980년대에는 이주민, 실업자, 문맹자 등 이른바 교육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교육사업의 문제를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건강 및 환경 교육에도 중점을 뒀다.1990년대에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으며, 이를 기점으로 모든 성인 교육 기관을 위한 종합센터의 역할을 맡게 됐다. 평생교육과 관련된 기관 네트워크 △평생교육 연구 △평생교육 기관의 조직 및 구조에 관한 연구 △평생교육 교육자 능력 개발 △평생교육 관련 잡지 발간 및 데이터 구축 등이다.라이프니츠협회 준회원이자 DIE 연구원(wissenschaftliche mitarbeiterin research associte)인 수잔 라케(susanne lattke)씨는 "성인교육은 나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민 등 외국 이주민이 늘면서 언어교육과 사회통합교육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21세기 새 역할밀레니엄의 전환기에 연구소는 새로운 연구 우선순위를 정했다. 직원의 전문화와 구조적 데이터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연구소 본사를 본(bonn)으로 이전하고 라이프니츠 협회의 회원이 됐다. DIE의 도서관은 독일어권 세계에서 성인교육을 위한 최대 규모의 학술 전문 라이브러리로 발전했다. DIE는 젊은 인재도 육성한다. 대상 그룹은 견습생, 박사과정생 및 박사후과정생 등이다. DIE는 젊은이에게 직업적 미래를 형성할 수 있도록 사무실 관리 사무원, 도서관 전문 미디어 및 정보 서비스 전문가, 시장 및 사회 연구 전문가 등의 견습생을 교육한다. 박사과정교육과 박사후과정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도 3가지 프로그램으로 지원하고 있다.◆다양한 평생교육기관전국 6만여 개 평생교육기관 가운데 지역 성인교육센터(VHS·Volkshochschule)가 가장 대표적이다. 성인교육센터(VHS)는 주로 지자체가 운영하거나 재정지원을 하는 성인교육 및 추가 교육을 위한 비영리기관이다 . 정치·사회·환경강좌, IT 관련 강좌, 외국어 강좌, 외국인 및 이민자를 위한 문해 교육, 보건 교육, 문화와 디자인 교육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 가운데는 여행·소풍 프로그램도 있다. 전국 성인교육센터 협회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가족교육센터(Familienbildungsstatte)는 전통적으로 출산 및 가족 준비 과정(베이비시터 교육), 부모-자녀 강좌, 교육심리학 강좌, 창의적 여가시간 강좌, 건강 및 영양 강좌 등이 주류를 이룬다. 여성, 예술 및 사회 분야, 다문화 교육, 종교교육 등도 이뤄진다.지역 대학에서는 대부분 시민대학(Burgeruniversitat)을 운영한다. 대학에서 시민에게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폐쇄성 강한 독일 대학이 시민에게 개방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그 운영 형태는 학교별로 다양하다.민간교육기관도 많은데 일정 조건을 갖추고 승인을 받아야 운영 가능하다. 우리나라 자격시험용 직업학원처럼 주로 직업과 관련된 자격 취득 과정이 많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DIE의 도서관은 독일어권 세계에서 성인 교육을 위한 최대 규모의 학술 전문 라이브러리로 발전했다.DIE 도서관 내부.
[스토리가 있는 청도 힐링 여행 .2] 이서·풍각·각북의 길들...길이 길을 만들어…청도비슬산둘레길 곁길로 새는 '몰래길'까지
옛 문헌인 '오산지(鰲山志)'에 의하면,'청도(淸道)'라는 명칭은 '산과 시내가 맑고 아름다우며,큰 길이 사방으로 통한다 (山川靑麗 大道四通)'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동서로 긴 지형의 청도는 읍내를 중심으로 산이 많은 동쪽을 산동,들이 넓은 서쪽을 산서라 칭하는데 산서~읍내~산동을 잇는 등뼈 같은 도로를 청려로라 한다.청려로는 바로 '산과 시내가 맑고 아름답다'는 청도의 이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길이며 이 길로부터 많은 큰길들이 사방으로 통한다.그중 산서에서 대구로 향하는 이서로와 헐티로 역시 청려로와 연결되어 있다.◆이서면 이서로는 청도 관문이서면은 산서에서 가장 큰 면이다. 뒤로는 삼성산(三聖山)이 높이 솟아 있고 앞으로는 청도천이 서에서 동으로 흐른다. 이서(伊西)는 청도 지역의 초기 성읍 국가인 이서국에서 따 온 이름이며 그 중심을 흐르는 길이 이서로다. 이서로는 대구 파동에서 가창 삼산리 지나 청도로 들어가는 팔조령 터널에서 시작된다. 팔조령은 과거 동래에서 한양으로 가는 영남대로의 주요 길목이었으니 이서로는 청도의 관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팔조령을 지난 이서로가 이서면의 너른 분지 속으로 내려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청도박물관이다. 이곳은 고대 유물부터 근현대 사료에 이르기까지 청도를 대표하는 다양한 역사·문화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청도의 관광지와 문화재·유적지를 비롯해 각종 특산품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서국의 실체를 조명하는 영상과 청도 지역에 남아 있는 선조들의 실제 생활 유물도 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청도박물관은 매년 다양한 기획전시를 열고 있고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청도박물관 바로 옆에는 한국 코미디타운이 자리한다. 청도를 한국 코미디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긴 이곳은 한국 코미디 역사 100여 년을 재조명하고 사라져가고 있는 재담·만담·악극 및 방송 코미디에 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또한 생활관과 공연장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코미디언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아카데미 공간도 있다. 타운에 들어서면 한국 코미디의 역사를 다양한 체험과 함께 접하게 된다. 웃음 요술램프·몸 개그 훈련소·코믹 분장실·개그 오디션 등의 체험이 가장 인기가 많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부흥기인 1950∼60년대의 영화도 상시 상영하고 있으며 코미디 관련 도서와 대본 및 각종 서류도 전시되어 있다. 정원에는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인 구봉서의 동상이 있는데 그의 손등을 만지면 복을 받고 웃을 일이 생긴다고 한다.산서~읍내~산동 잇는 '청려로'가 축가창서 팔조령 넘으면 청도의 관문이서로엔 청도박물관·코미디타운자계서원 등 들렀다 청도천 건너면물길 시작 천변 300~400년 금곡숲대구 향한 또다른 길 각북 헐티로천년고찰 용천사·둘레길로 잇닿아◆삼성산길과 자계서원길이서면은 산서에서 집성촌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된 집과 재실도 많고 기리고 기억할 만한 서원도 여럿이다. 이서로를 따라 달리다 금촌리와 학산리 입구에서 삼성산을 향해 깊이 뻗어 있는 삼성산길로 들어선다. 삼성산은 세 명의 성인이 난 곳이라 생긴 이름이라 하는데 산의 세 봉우리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삼성산길을 따라 약 1㎞ 정도 들어가면 금촌리 풍양지를 바라보는 자리에 동계(東溪) 이운룡(李雲龍) 장군과 향산(鄕山) 이백신(李白新)을 모신 금호서원(琴湖書院)이 있다. 동계 선생은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우고 경상우수사 겸 삼도수군통제사에 이른 분으로 이순신 장군이 가장 아꼈던 장수 중 한 명이라 전해진다. 향산 선생 역시 임진왜란 때 왜적과 싸운 분이시다. 후손과 유림에서는 지금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삼성산길에서 학산리로 들어서면 모산길이 있다. 모산(牟山)은 학산리의 자연마을로 '산을 의지하고 앉은 마을'이라고도 하고 '높은 지역'이라는 뜻이라고도 한다. 모산길 끝자락에 용강서원(龍岡書院)이 자리한다. 이곳은 밀양박씨 충숙공(忠肅公) 박익(朴翊)과 임진왜란 때 창의한 14의사를 제향하고 있다. 용강서원의 첫인상은 대단하다. 작은 마을에서 이처럼 규모가 큰 서원과 마주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나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한 가문에서 14명이나 되는 의사가 한 마음으로 왜적과 싸운 일이다. 용강서원의 충렬사(忠烈祠) 및 14의사 묘정비(廟廷碑)는 청도 지역의 창의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이서로를 따라가다 청도천을 건너기 전 서원리 자계서원길로 들어가면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을 배향한 자계서원(紫溪書院)이 있다. 조선 초 김종직의 문인이자 영남사림파의 맹장 중 한 사람인 탁영 선생은 무오사화 때 참화 되었다가 중종반정 이후 대제학에 추증된 분이다. 서원 마당에는 거대한 은행나무 두 그루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중 한그루 은행나무 앞에 '탁영선생수식목(濯纓先生手植木)'이라는 작은 표석이 서 있다. 탁영 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나무다. 수령 500년 된 나무로 높이 15m, 둘레는 4.4m나 된다. 자계서원은 가을날 은행나무 순례지로도 이름나 있다. ◆풍각 청려로와 각북 헐티로청도천을 건너면서 이서로는 끝나고 청려로가 이어진다. 청려로의 시작이자 끝은 풍각면의 금곡리다. 창녕으로 넘어가는 비티재 아래 마을로 오래전 이곳 골짜기에서 쇠를 캤다고 하여 금곡(金谷)이라 부른다. 이곳에서 청도천이 시작되는데 마을 입구 천변에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어우러진 금곡숲이 있다. 숲은 300∼400년 정도 이어져 왔으나 일제강점기 때 베였고, 지금은 남은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후계목들이 울창하게 자라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금곡숲 나무들이 동시에 잎을 틔우면 풍년이 온다고 믿고 있다. 금곡숲은 2017년에 공원으로 가꿔졌다. 쉬어가기 좋은 정자와 벤치·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고 8∼9월에는 맥문동이, 9∼10월에는 꽃무릇이 장관을 연출한다. 금곡으로 향하는 청려로가 신당교차로에서 대구를 향해 내어놓은 또 다른 길이 헐티로다. 헐티로는 비슬산 헐티재를 넘어 대구 가창으로 연결되는 길로 헐티재는 창녕·밀양·부산 방면에서 각북면을 거쳐 대구로 가는 가장 높은 고개다. 헐티의 의미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는데 일설에서는 험준한 고개를 헐떡이며 넘으면 배가 고파온다고 하여 헐티재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봄의 헐티로는 벚꽃으로 찬란하다. 여름은 녹음으로 장대하고 가을은 단풍으로 눈부시다. 헐티재 아랫마을인 오산리에는 천년고찰 용천사(湧泉寺)가 자리한다. 신라 문무왕 때인 670년에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수행하고 돌아와 세운 화엄 십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용천사에는 용천이라 부르는 샘이 있는데 가물 때나 장마가 질 때도 늘 일정한 양의 맑은 물이 흐르고 사철 마르지 않으며 한겨울에도 어는 법이 없다고 한다. 오산리에서 비슬산길을 따라 들어가면 지난 6월에 문을 연 청도자연휴양림이 나타난다. 편백나무로 지어진 휴양관은 청도의 특산물인 미나리, 반시 등 친근하고 재미난 이름을 가졌으며 최신 시설을 자랑한다. 특히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어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청도자연휴양림은 최근에 조성된 '청도비슬산둘레길'의 기점 중 한 곳이다. 청도자연휴양림에서 비슬산의 동쪽 자락을 따라 6㎞의 도란도란 이야기길과 2.6㎞ 참꽃길이 이어지고, 5㎞의 숨소리길이 남쪽으로 크게 돌아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펀앤락'에 닿았다가 다시 헐티로를 올라 용천사를 거쳐 휴양림 가는 6.4㎞의 타박타박 풍경길이 합해져 총 20㎞의 둘레길을 이룬다. 펀앤락에서 풍각면 성곡리의 철가방극장까지 이어지는 '청도 몰래길'도 있다. 개그맨 전유성과 패션디자이너 최복호가 만든 몰래길은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몰래 남겨 자신만의 추억을 만드는 길이다. 참 많은 길이 있다. 도처에 길이고, 길이 길을 만든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참고= 한국지명유래집, 한국학중앙연구원, 디지털청도문화대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공동기획 : 청도군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펀앤락'에서 풍각면 성곡리의 철가방극장까지 이어지는 '청도 몰래길'. 개그맨 전유성과 최복호가 만든 '몰래길'은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몰래 남겨 자신만의 추억을 만드는 길이다.한국 코미디타운은 한국 코미디 역사 100여 년을 재조명하고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정원에는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인 구봉서의 동상이 있는데 그의 손등을 만지면 복을 받고 웃을 일이 생긴다고 한다.청도박물관은 고대 유물부터 근현대 사료에 이르기까지 청도를 대표하는 다양한 역사·문화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청도의 관광지와 문화재·유적지를 비롯해 각종 특산품도 소개하고 있다.금곡숲은 300∼400년 이어져 왔으나 일제강점기 때 베어졌고, 지금은 남은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후계목이 울창하게 자라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금곡숲 나무들이 동시에 잎을 틔우면 풍년이 온다고 믿고 있다.
2022.11.29
[재일동포 발자취 찾아 나선 경북청년 벗나래] (하) 각계각층 동포 만나 경북도민 연대감 키워
경북도 청년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2022 경북청년 벗나래 캠프'가 그 대표적 사례다. 캠프는 해외동포 발자취를 통해 청년들이 재일동포 사회에서 교포와 뉴커머(신정주자)의 차이를 이해하고, 문화 교류를 통해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오롯이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기존의 틀에서 탈피, 새로운 경로를 설계하고 활동하며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게 핵심이다.청년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경북도의 위상을 되찾고, 지방시대를 주도해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경북이 가진 문화와 교육, 산업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앞으로 한민족 디아스포라 2~4세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 속의 경북을 만들어 가겠다는 복안도 있다.일본서 김치 통해 한식 전파한처가방 오영석 대표 등 만나日 문화·직장 분위기 등 들어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소통해정체성 문제 관한 대화도 나눠◆'청년의 힘'으로 새로운 경북이철우 도지사는 최근 지역 대학생과의 소통을 늘리며 청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경북의 청년정책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7일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청년홈페이지 '청년e끌림' 개점식, 경북청년정책참여단 '상상이상' 포럼 등에 참석,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이 도지사는 "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 지방의 엄연한 현실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많은 청년이 기회의 땅인 경북에서 자신만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며 "삶과 미래를 수도권에서만 찾지 말고 경북에서 함께 꿈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이에 도는 그 실행방안의 하나로 새로운 경북을 위한 경북청년 벗나래 캠프를 기획, 올해 도전했다. 한민족 디아스포라 2~4세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 속의 경북을 만들어 가겠다는 소신과 의지의 산물이다.경북 청년은 경북에 뿌리를 둔 재일동포의 생애사를 듣고,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로 일군 사업장도 방문했다. 또 해외에서 경북인의 정체성을 지니며 살아가는 교포와 공감하며 자신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등 도약하는 새로운 경북에 작은 힘을 보탰다.캠프 참여자들은 "세계 곳곳에 뿌리내린 경북 출신 이주·이민자, 경제인을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앞으로 미래세대인 청년이 경북이 마련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한층 더 넓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특히 "해외동포를 만나면 이민세대든, 뉴커머든 고향인 경북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았다. 캠프를 통해 경북도민으로서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가질 수 있었으며, 앞으로 진로설정에 있어 다시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경북의 정체성과 벗나래 캠프경북의 정체성은 '화랑·선비·호국·새마을정신'으로 대표된다. 이는 우리 존재의 밑바탕이자, 정체성을 정립하는 소중한 뿌리로 인식된다. 뿌리가 4대 정신이라면 기둥은 청년이다. 무성한 잎과 달콤한 열매는 우리가 거둘 미래다. 청년의 욕구는 즐거움과 개방성·포용성·어울림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보장되는 곳에서만 채워지기 마련이다.캠프의 마지막 일정은 '김치'로 일본 열도를 달군 처가방 오영석 대표와의 만남이었다. 오 대표는 캠프 참여자들에게 "일본이 한국 김치에 열광하는 것은 상품성과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가치를 인정하면 민족과 문화, 역사와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일본 사회의 배경과 저력은 우리 사회도 인정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경북을 떠나 타지에 사는 중장년층을 돌아오게 만드는 정책도 중요하다. 경북의 DNA를 갖고 타지에서 사는 중장년층의 '역'디아스포라. 바로, 벗나래 캠프가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3세대 교포인 이에리나씨는 할머니의 권유로 도민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한양대에서 한국어 공부도 했다. 그녀와 동행한 박숙미씨도 같은 회원이다. 이들은 경북 청년과의 교류에 있어 한치의 소홀함 없이 정성껏 대했다.캠프 참여자인 박성수씨는 "평소 일본문화에 흥미를 느꼈고, 군 복무 때 자기계발 시간을 통해 일본어 공부를 하며 어렴풋이 세워놨던 계획을 이번 기회에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교민께서 이틀씩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일본 문화와 직장 분위기 등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줘서 매우 감사했고,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더 나은 경북의 미래를 위해흔히 도쿄 신오쿠보역 주변에 조성된 코리아타운을 한국문화의 출발지라고 한다. 일반 사람은 '한류 거리' '일본 속의 한국'으로도 부른다. 50년 전 대구경북 청년이 섰던 자리에 MZ세대 캠프참가자 이현아씨가 섰다.그는 "항상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재일동포의 모습에 놀랐다"며 "앞으로 더 활발한 문화교류 활동을 통해 선배 세대가 만들어 놓은 연결 고리를 굳건히 하는 등 양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하는 손다희씨는 "다문화 가정교육이 발달한 일본을 방문,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어떻게 정체성 문제를 극복했는지 직접 들어보는 좋은 기회였다"며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할 거리를 만들어가는 캠프활동이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경북도가 주최하고 인문사회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캠프는 경북 청년이 두 차례에 걸친 사전 워크숍을 통해 △해외 발자취 재조명사업 참가의 의미 △미래 콘셉트는 무엇인지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사진=도쿄에서 장석원기자도쿄 신오쿠보역 주변에 조성된 코리아타운의 한 식당이 삼겹살과 소주 등을 맛보기 위해 방문한 일본 현지인들로 북적이고 있다.도쿄에서 김치로 일본 열도를 달군 오영석 대표가 운영하는 처가방.2022 경북청년 벗나래 캠프에 참가한 경북청년들이 도쿄 코리아타운을 둘러본 뒤 3세대 교포인 이에리나(앞줄 왼쪽 셋째)씨, 박숙미(넷째)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래형 사과원 도입으로 생산구조 새 전환" 이철우 경북도지사
'사과 주산지' 경북을 이끄는 이철우 〈사진〉 도지사는 "사과는 역시 경북"이라며 경북사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전국 사과의 2/3가 경북에서 생산된다. 경북을 빼놓고 사과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경북사과는 절대적"이라며 "이는 경북 농업인의 피나는 노력과 도의 꾸준한 투자의 결실이다. 도는 2004년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과수산업 경쟁력을 위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도는 이때부터 올해까지 총 1조518억원을 들여 과수 고품질시설 현대화, 과실전문 생산단지 조성, 과수 생력화 장비지원, 과실 생산비 절감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경북 사과산업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신경북형 사과원(키낮은 사과원)', 과실전문 생산단지 조성과 사과전용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 건립을 통해 생산성과 상품화율이 크게 향상됐다. 산지 유통 기능 또한 강화됐다. 이에 대해 이 도지사는 "경북에는 최고의 선진국형 사과산업 기반이 구축돼 있다"고 평가했다.하지만 경북사과는 최근 기후변화와 일손부족, 신선 농산물 수입 증가 등으로 위축되는 상황이다. 이 도지사는 "기존의 노동집약적 생산방식으로는 지속적 유지가 어려운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 도지사는 "앞으로 미래 100년 사과산업 생산구조 대전환을 위한 '미래형(다축형) 사과원'을 도입할 계획이다. 주요 생산과정의 기계화·로봇화를 통해 노동력을 절감하고, 낮은 수고로 도복 등의 재해 피해를 적게 받게 된다"며 "FTA 기금사업을 활용해 지주·관수시설 지원 등 다축형 사과원 조성으로 품종 개신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 또 농민사관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사과 선도농가 육성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경북사과 홍보행사'에 대해 이 도지사는 "대도시 소비자와 경북 생산자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눠 농촌과 도시가 상생할 수 있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코로나19로 그동안 현장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방역조치가 완화돼 직접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능금의 고향' 대구에서 많은 시민이 행사장을 찾아 경북 사과를 맛보며 우수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어 이 도지사는 "FTA 체결 확대, CPTPP 가입 검토 등 대외 여건 외에도 수입과일 증가, 소비자 기호 변화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사과 농사에 심혈을 기울여 준 농가에 감사하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경북사과의 명성을 더욱 발전시켜 경북이 사과산업의 세계적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2022.11.25
"방제 전문성 바탕 과수전염병 예방에 앞장" 서병진 대경능금농협 조합장
"과수전염병, 전국 유일무이한 과수 전문 품목농협인 대구경북능금농협이 앞장서 극복하겠습니다."서병진〈사진〉 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은 과수전염병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구경북능금농협(이하 능금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과수 전문 농협으로서 방제 등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다.서 조합장은 "단순한 약제 공급보다 과수화상병 등 과수 전염병 현황과 예방법 지도, 정확한 약제 살포 등이 있어야만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과수 전문 지도 인력이 있는 능금농협이 약제 공급 등의 주체가 돼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현재는 방제약제 등의 구매를 시·군별 입찰 형식으로 진행한다. 능금농협의 경우 소재지가 대구라는 이유로, 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확인서를 소지할 수 없는 이유로 입찰 참여가 불가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서 조합장은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서는 공급 후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능금농협의 역할이 중요한 건 바로 이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이와 함께 그는 사과 산업의 도약을 위한 '꼭지 무절단 사과' 유통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각종 농자재 가격 상승, 인력 부족과 인건비 증가, 소비자 기호 변화 등으로 직면한 사과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꼭지를 절단하지 않은 사과가 시중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능금농협은 꼭지 유무에 따른 과일 신선도 검증 용역을 실시하고 농가·소비자 인식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서 조합장은 "사과 1t을 수확할 경우 꼭지를 절단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전체 11.3시간 중 4.16시간(1인 기준)을 차지한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190억원 이상"이라며 "전국 사과 재배 면적·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경북을 기준으로 했을 때, 꼭지 무절단 사과를 유통하면 연간 115억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확 작업 시간 절약 및 불필요한 인건비 절감에 따른 농가 경영 개선 효과 외에도, 꼭지 무절단 사과 유통을 통해 과수의 수분 함량 증가와 과중 감소 방지 효과 등도 있다"고 덧붙였다.서 조합장은 "사과는 '눈'이 아닌 '맛'으로 먹어야 한다. '꼭지 절단 사과'는 수분 이탈이나 과중·함수율 감소가 발생한다"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꼭지 무절단' 사과 유통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끝으로 서 조합장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사과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농작물재해보험 보장 확대 등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며 "능금농협은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 등 '경북사과'의 다양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경북 명품사과 보고 먹고 즐기고~오감만족 체험행사 '풍성'
'사과 주산지' 경북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품질의 사과를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2022 경북사과 홍보행사'가 25~27일 사흘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서편광장에서 열린다.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매년 11월 서울광장 등 대도시에서 개최돼왔으나 지난 2년간은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으로 치러졌다.올해 행사는 '경북 사과가 돌아왔다(GYEONGBUK APPLE'S BACK)'를 주제로 '능금의 고장' 대구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경북도와 사과 주산지 시·군협의회(15개 시·군)가 주최하고, 대구경북능금농업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경북에서 생산된 사과를 직접 맛보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할인행사(2.5㎏/6천원)도 진행된다.주최 측은 도내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다양한 품종의 사과와 여러 메시지를 담은 문자 사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경북사과 명품관'도 선보인다. 또 사과 다트게임, SNS 경북사과 먹자, 페이스페인팅, 버스킹 공연 등 다채로운 부대·체험 행사를 통해 경북 명품사과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행사 기간 경북고향장터 사이소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저렴한 가격에 온라인 판매도 병행한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방역 완화 조치로 3년 만에 경북사과가 소비자를 직접 찾아간다. 많은 대구시민이 행사장에 오셔서 농민과 소비자 간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노벨문학상 산책] 루이즈 글릭의 '야생 붓꽃'
정은귀 교수는 한국외국어대에서 현대시, 문화시학, 문학번역을 가르치면서 우리시를 영어로 영시를 우리말로 옮겨 시를 알리는 일에 정성을 쏟고 있다. 주요 저서로 산문집 '딸기 따러 가자'와 '바람이 부는 시간'이 있고 번역시집으로 앤 섹스턴의 '밤엔 더 용감하지',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패터슨', 어맨다 고먼의 '불러줘 우리를, 우리 지닌 것으로', 나타샤 트레스웨이의 '네이티브 가드' 등 다수가 있다. 루이즈 글릭의 시집 '야생 붓꽃' '아베르노' '신실하고 고결한 밤'이 최근에 시공사에서 출간되었다.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이성복의 '아, 입이 없는 것들', 강은교의 '바리연가집' 등을 영어로 옮겼으며, 시가 사람을 살리는 말의 뿌리가 될 수 있음을 믿으며 세계의 시를 두루 읽고 전하고 있다. 2020년 여성 시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탄 루이즈 글릭(1943~)은 1943년 뉴욕에서 태어나 롱 아일랜드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때 섭식 장애로 고통받은 글릭은 그 치료에 집중하느라 대학 진학을 제대로 못 하고 컬럼비아대 등 몇몇 대학에서 비학위 과정으로 공부했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7년의 긴 시간을 심리치료에 힘쓴 글릭은 또래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보낸 그 시간이 자신의 생애에서 무척 의미 있는 경험이었으며 축복된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시 습작을 시작한 글릭은 1968년 '맏이'를 시작으로 꾸준히 시집을 펴냈다. 1992년에 출간된 '야생 붓꽃'으로 퓰리처상과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상을 받았고 볼링겐상, 미국 계관시인, 국가인문훈장 등 시인으로서는 굵직한 상을 많이 탔다. '야생 붓꽃'은 많은 시가 꽃 이름을 제목으로 하고 있으며, 기도시도 많다. 꽃을 수동적인 재현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능동적인 목소리를 준 것이 놀랍다. 야생 붓꽃, 연령초, 광대수염꽃, 눈풀꽃, 제비꽃, 개기장풀, 클로버, 들꽃, 데이지꽃 등 글릭이 시로 불러오는 꽃들은 크고 화려한 꽃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소박한 식물들이다. 그늘에서 자라는 광대수염꽃이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잡초인 개기장풀, 한겨울 눈을 뚫고 피어나는 눈풀꽃 등을 통해 시인은 이 세계에서 고통받는 이름 없는 존재들을 우리 앞에 데리고 온다. "진실로/ 나는 당신이 말하는 방식으로/ 지금 말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말을 해요,/ 산산이 부서졌으니까요." '꽃양귀비'의 목소리는 논리나 이성이 만든 세계의 질서를 허물고 느낌과 감성으로 이 세계를 새롭게 보여주고자 한다. 부서졌기 때문에 말을 한다는 꽃의 야무진 선언은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부서졌기에 입을 닫는 것이 아니라, 부서졌기에 말을 하는 것이다. '산사나무'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것들은/ 바라보는 법을 배우지"라는 말로 낮은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식물이 그 수동성을 토대로 가장 기민한 시선을 획득한다는 놀라운 신비를 말해준다. "살아남기 위해 당신의 찬사는/ 필요 없습니다// 내가 그 들판을 만들 것입니다"라는 '개기장풀'의 외침은 정원에서 늘 뽑혀 나가는 잡초가 그에 굴복하지 않고 이 세상을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호기로운 선언이다. 글릭의 '야생 붓꽃'은 꽃과 풀, 정원을 가꾸는 인간 그리고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이 주고받는 문답으로 가득하다. 그 문답은 어느 누구의 목소리도 주와 종을 이루지 않고 존재마다 팽팽한 개성을 드러내는 태피스트리를 엮는다. 정원사인 인간은 시인 자신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엄마의 목소리면서 남편과의 일상을 치르는 아내의 목소리면서 하느님 앞에서 삶의 의미를 묻는 인간의 목소리다. 꽃의 절정처럼 사랑의 절정이 있고, 기우는 해와 함께 다가오는 저녁이, 인생의 황혼이 있다. 삶이 주는 환희와 절망과 슬픔을 여러 목소리의 합창을 통해 들려주는 시집 '야생 붓꽃'은 환희와 영광보다는 상실과 패배에 귀 기울이고, 상실 이후에 그를 딛고 나아가는 법을 우리에게 나지막이 들려준다. 한낮의 해가 곧 기울어 밤이 되듯 여름의 시간도 영원하지 않고 곧 가을이 또 겨울이 온다. 시의 독자는 루이즈 글릭이 선보이는 이 연약한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인간으로 살아가는 이 세계의 신비를 맛본다. "쉿. 사랑하는 이여, 되돌아오려고 내가 / 몇 번의 여름을 사는지 그건 내게 중요하지 않아요 / 이 한 번의 여름에 우리는 영원으로 들어갔어요./ 그 찬란한 빛을 풀어 주려고 나를 파묻는/ 당신 두 손을 나 느꼈어요." '야생 붓꽃'의 마지막 시 '흰 백합'에서 죽음으로 들어가는 채비를 하는 꽃의 말은 사랑의 상실을 앓는 인간의 말이기도 하다. 나고 죽는 일, 자연의 행로에 순응하는 것이 꽃의 일이라면 인간 또한 그와 비슷한 상실과 기다림, 인내를 거치는 것. 이토록 격조 있게 들려주는 시의 말 덕분에 나는 이 세계가 보여주는 수많은 환멸과 패배의 풍경들을 참고 견디는 힘을 얻는다.'야생 붓꽃' 외에 스웨덴 한림원이 주목한 시집이 2006년에 출간된 '아베르노'다. 아베르노는 고대 로마인에게 지하세계로 가는 입구로 알려진 호수를 말하는데, 이 시집에서 글릭은 페르세포네 신화를 현대식으로 바꾸어 삶 속에 드리운 죽음과 죽음 너머의 삶을 응시한다. 전생과도 같은 기억들을 통과하여 나오는 언어가 시가 되는 셈이다. 시인 김소연은 시집 '아베르노'의 해설에서 훼손된 것들을 되돌리는 그 언어 속에서 완전한 애도가 이루어진다고, 글릭의 비통한 시 세계에서 황홀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우리는, 우리 각자는, 먼저 깨어나는 사람,/ 먼저 움칫 움직여, 거기서, 첫 새벽에,/ 그 낯선 이를 보는 사람" 시 '프리즘'에서 시인은 잠에서 깨어나는 연인의 눈을 통하여 익숙한 것과의 결별, 새로운 발견의 시선을 들려준다. 2014년 글릭에게 전미도서상의 영광을 준 시집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글릭이 특별히 아끼는 시집이다. 시집을 번역하면서 영어 'faithful and virtuous night'를 나는 오랜 고심 끝에 '신실하고 고결한 밤'으로 옮겼는데, 우리 주변에서 잊히고 있는 믿음직한 덕목인 신실함을 어떻게든 회복하고 싶어서였다. 시인은 나이 든 예술가의 목소리를 통해 어린 날의 기억을 들려주면서 삶이라는 여행을 한 바퀴 돌아보게 한다. 나희덕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글릭의 시를 "간신히 존재하는 사람의 시"라고 부른다. 지상에 거주하면서도 반쯤은 죽은 자들과 함께 사는 생. 어쩌면 우리가 나이 드는 과정이 점점 삶에서 죽음으로 이행하는 그 시간 속에서 어느덧 죽은 자들의 기억을 다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닌가. 거기서 조금씩 증발하는 삶의 활기와 추억과 귀한 덕목들을 나지막하게 오래 말하는 것, 그래서 인생이라는 여행을 크게 돌아보게 하는 것, 잊고 있던 먼 기억을 통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맥없이 지워버린 가치들을 다시 살리는 것, 글릭의 시가 우리에게 전하는 마법이다. 이 겨울, 우리에게 죽음도 많고 슬픔도 많다. 글릭의 시를 읽으면서 이 세계에서 고통받는 작은 존재들,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말하는 입도 없이 그늘 속에서 살아온 존재들, 그러나 그 자체로 환한 빛을 발하는 수많은 이름 없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면 어떨까. 작은 것들이 만드는 여린 빛을 서정적으로 회복한 글릭의 시는 이 세계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아직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수많은 상실을 기억의 방식으로 다시 앉히는 작업을 글릭의 시를 통해 해보면 어떨까. 그 치유와 애도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신실함의 가치를 회복하게 할 것이다. 이렇게 나는 또 시에 기대어 적조한 회색 계절의 빛에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여러분들을 그 길에 초대한다.공동기획:KNU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HK+사업단정은귀 교수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11] 새롭게 떠오르는 약용작물 '단삼'…자연 그대로 키워내 약효 탁월…국내 단삼 주산지로 '우뚝'
단삼(丹蔘). 효능이 산삼에 버금간다고 해서 인삼·현삼·만삼·사삼과 함께 오삼(五蔘)으로 불리는 약초다. 심장을 다스리는 데 중요한 생약재로 쓰이고,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없애는 등 혈관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거의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다 최근 들어 국내산 단삼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상업적 재배가 본격화되면서다. 단삼은 서늘한 기후에 강수량이 적은 곳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국내에선 경북과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한다. 특히 영양은 단삼 재배에 적합한 기후·토양 조건을 갖춰 국내 주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일월산 자락에서 자연 그대로 키워내 약효는 뛰어나고 잔류 농약 걱정도 없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11편에서는 영양의 새로운 소득 작물로 주목받는 단삼을 소개한다. 단삼 대량재배 전국 첫 성공 정구식씨해발고도 330m 6천평대 무농약 재배전량수입하던 단삼 국내유통에 도움최근 수요 많아져 시기 앞당겨 수확단삼은 심장·혈액순환 돕는 생약재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 있어 주목음식·화장품 원료로도 쓰이며 각광◆일월산 자락서 자라는 약용작물지난 11일 찾은 경북 영양군 일월면 도곡리 샘물농장 입구. 저 멀리 일월산(해발 1천219m) 정상이 시야에 들어왔다. 농장 안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식물 뿌리의 흙을 제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흙을 털어낸 뿌리는 붉은색을 띤다. 한약재로 쓰이는 단삼이다. 작업장 한쪽에는 수확한 단삼이 수북이 쌓여있고, 플라스틱 상자에는 작업을 끝낸 단삼이 가득했다."단삼은 보통 3~4월에 심어서 1년 뒤에 수확하고 다시 심는 것을 반복합니다. 최근 들어 수요가 많아져서 예년보다 일찍 단삼을 수확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단삼을 더 많이 재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샘물농장을 운영하는 정구식(61)씨가 밭에서 자라는 단삼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의 농장은 해발고도 330m 지점에 위치한다. 규모만 2㏊(6천평)에 이른다. 정씨는 전국에서 최초로 단삼 대량 재배에 성공한 농민이다.8대째 영양에서 사는 토박이인 그는 7남매 중 장남으로 어릴 적부터 농사일을 도우며 자랐다. 잠시 도시로 나갔던 적도 있지만 이내 돌아와 농사를 시작했다. 부모로부터 땅을 물려받아 수박·고추를 키운 것. 그러다 그는 2010년 갑자기 단삼 재배에 나섰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에서 쓴 단삼 관련 글을 읽은 것이 계기였다. 앞으로 건강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 단삼이 '효자 작물'이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같은 마을 주민 한 명과 함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에서 종자를 얻어와 단삼 재배를 시작했다. 영양에서는 처음이었다. 이후 그는 도곡리 주민을 중심으로 친환경작목반도 꾸렸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단삼 재배 농가 조직이었다."단삼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면서 가뭄에 강해요. 대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안 되고 토양은 진흙땅이 나은 것 같아요. 영양의 기후와 땅이 단삼 재배에 딱 들어맞는 거죠."정씨는 단삼 가공 시설도 하나둘씩 갖춰나갔다. 수확한 단삼을 세척·건조·절단하는 장비를 모두 갖고 있다. 그가 생산하는 단삼은 전국 한약재가 모이는 서울 경동시장에 팔거나 프랑스에 수출하기도 한다. 건강식품회사나 화장품회사에도 납품한다. 판로가 안정적이다 보니 다른 농가에서 단삼을 팔아달라고 할 정도다.단삼은 장점이 많은 작물이다. 우선 같은 약용작물인 천궁에 비해 병해충에 강해 무농약 재배가 쉬운 편이다. 재배 과정에서 노동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인건비 등 생산비가 적게 든다. 시장에서 단삼 가격 편차도 적은 편이라 가격도 안정적이다.실제 정씨는 단삼을 무농약으로 재배한다. 그가 단삼 재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무농약 재배가 수월한 약용작물이라는 점이었다. "농약은 소비자 건강뿐만 아니라 농부 건강에도 좋지 않아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 농사를 도왔던 터라 농약이 얼마나 나쁜지 잘 압니다. 단삼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 생산비가 적게 들어 더 좋은 것 같아요."정씨는 아내 김영남씨와 함께 2017년 8월 농협중앙회로부터 '이달의 새농민상'을 받기도 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단삼을 국내 최초로 대량 재배에 성공한 점을 인정받았다. ◆국내 단삼 주산지로 떠오르는 영양단삼은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적삼(赤參), 홍근(紅根) 등으로도 불린다. 단삼은 오삼(인삼·현삼·단삼·만삼·사삼)에 속하는 약초로 한의학에서는 말린 뿌리를 심장을 다스리는 데 중요한 생약재로 사용해 왔다. 주요 약효 성분으로는 혈액순환을 돕는 살비아놀산 B(Salvianolic acid B)와 탄쉬논 IIA(Tanshinone IIA) 등이 있다. 단삼의 뿌리 추출물은 혈전(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을 없애고, 혈액 순환을 돕는다. 심혈관 질환 치료에도 사용되며,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특히 여성에게는 생리불순이나 산후복통 등 부인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삼 추출물이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의 형성을 막고, 골 형성을 촉진해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단삼은 중산간지의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 재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은 해발 500m 안팎의 산 구릉지이며 연평균 기온 17℃, 연간 강우량 900~1천㎜인 곳이다. 단삼은 비교적 추위에 잘 견디고 기후 적응성도 좋아 재배 분포가 넓은 편이다. 단삼의 뿌리는 60~80㎝의 깊이까지 자랄 수 있어 토양층이 깊고 부드러운 사질 양토가 생장에 가장 유리하다.영양은 이런 면에서 단삼 재배 적지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인 해발고도가 경북에서 가장 높은 데다 서늘한 기후와 적당한 강수량 등 단삼이 자라는데 유리한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단삼은 경북과 강원 산간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까지 국내에서 유통된 단삼은 대부분이 중국산이었다. 국내에선 대량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2010년대 들어서야 중국산 단삼의 안정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상업적 재배가 시작됐다. 현재 국내에서 단삼은 경북 영양·전남 곡성·강원도 철원·충남 청양·전북 고창 등지에서 일부 재배되고 있는데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 영양이다. 일월산 자락에서만 매년 3~6t가량의 단삼이 생산된다.단삼 뿌리는 차·주스·영양밥·샐러드 등 각종 음식과 화장품 원료로 쓰이며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2016년 '다산', 2018년 '고산' 등 국내 육성 품종을 잇달아 개발해 보급하는 등 단삼 국산화에 힘쓰고 있다.영양군도 천궁을 대체할 작물로 단삼을 주목하고 있다. 천궁의 경우 오랜 기간 연작해 생산량은 줄고 병해충 피해는 커지고 있다. 이에 영양군은 농가 소득원 다변화 차원에서 단삼의 대량 생산 기반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공동기획: 영양군경북 영양군 일월면 도곡리 샘물농장 단삼밭 전경. 영양은 서늘한 기후와 적당한 강수량 등 단삼이 자라는데 최적지로 꼽힌다. 단삼 뿌리는 차·주스·영양밥·샐러드 등 각종 음식과 화장품 원료로 쓰이며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붉은색을 띠는 단삼 뿌리는 혈액 흐름을 촉진하고 새로운 혈액을 생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국내에서 처음으로 단삼 대량 재배에 성공한 정구식씨가 자신의 밭에서 단삼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2022.11.24
기획
[폰맛탱] '출시 27주년' 포켓몬스터 이름값하는 시리즈의 '현실' 게임…초등학생 조카도 직장인 삼촌도 함께
[서문시장과 상인, 그리고 사람] 물건 사고 팔던 전통시장에서 문화·관광이 공존하는 공간으로…방문객들의 변화
[대구경북에도 이런 기업이] 섬유기계기업 이화에스알씨…차세대 첨단소재 생산기계 국산화·디지털화 주도
많이 본 뉴스
오늘의운세
말띠 [오늘의 운세] 6월 3일 ( 음 4월 15일 )(오늘의 띠별 운세) (생년월일 운세)
영남생생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