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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산책]- 베르그손 '창조적 진화'
철학자가 노벨문학상을 받기란 매우 드문 일이고, 그마저도 1964년 수상을 거부한 장폴 사르트르가 마지막이었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철학자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은 루돌프 크리스토프 오이켄(1908년 수상), 버트런드 러셀(1950년 수상), 앞서 말한 사르트르, 그리고 우리가 오늘 이야기할 앙리 베르그손(1927년 수상), 단 네 사람뿐이다.그런데 철학자가 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리 영예로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철학자는 엄밀한 논리와 보편적 개념 체계로 현실 세계를 해명하는 반면, 예술가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허구의 세계를 창조한다. 그러니 문학상을 받은 철학자란 한눈파는 철학자가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노벨문학상을 받은 네 철학자 중에서 특히 베르그손은 철학과 예술이라는 상반된 인간의 정신 활동을 무리 없이 융합했다. 노벨문학상 위원회는 그에게 상을 수여하는 이유로 베르그손의 "풍부하고 생생한 생각들, 그리고 이 생각들을 표현하는 뛰어난 솜씨"를 들었다. 이 함축적인 평가에 따르면, 베르그손은 철학자로서 풍부하고 생생한 생각들을 품었을 뿐 아니라 이 생각들을 언어적으로 표현해내는 데에도 탁월했다.사실 베르그손의 철학에서 이 두 가지, 곧 생각과 언어적 표현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1859년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자 출신의 음악가 아버지와 영국계 유대인 출신의 어머니가 이룬 가정에서 출생한 베르그손은 프랑스 파리의 엘리트 교육 코스를 밟으면서 성장한다. 그는 과학적 재능이 뛰어났음에도 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서, 인문계 최상위 대학인 고등사범대학 졸업 후 클레르몽페랑의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면서 첫 번째 저작이 될 박사학위논문을 작성한다. 1889년 출간된 이 논문에는 '의식의 직접 소여들에 관한 시론'이라는 다소 길고 학술적인 제목이 붙었다. 이 제목은, 훗날 영어 번역본을 출간하면서 작품의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시간과 자유의지'라는 제목으로 바뀌게 된다.이 책의 중심 주장은, 무수한 감정과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서로 뒤엉키며 이어지는 우리 마음의 내적 흐름이야말로 진정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획일적으로 모두에게 똑같은 속도로 흐르는 시계의 시간은 인위적 약속의 산물에 불과하다. 베르그손은 각자가 경험한 과거의 체험들이 현재의 경험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과거와 현재가 각자의 삶 속에서 얼마나 분리될 수 없게 연속되어 있는지를 정묘하게 서술한다. 이 저작에서 독자는 고통의 감각에서부터 깊은 사랑의 감정에 이르는 다양한 의식 상태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접하게 된다. 베르그손이 '지속'이라고 일컫는 진정한 시간 개념은 바로 우리 인간의 의식적 경험에 대한 거의 예술가적인 묘사를 통해서만 표현할 수 있고 전달 가능한 것이다. 마치 소설가가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몇 개의 낱말들을 통해서 인물의 감정을 독자 스스로 경험하도록 유도하듯이 말이다. 베르그손의 새로운 철학적 관념들은 그에 부응하는 새로운 언어적 표현 방식에 의해서만 드러낼 수 있는 것이었다. 베르그손은 철학이 과학과 같은 엄밀한 방법을 따르며 실증적인 경험 증거들에 근거해 진보하는 학문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 못지않게 철학은 예술과 같이 언어로 표현 불가능한 구체적인 경험을 최대한 언어 안에 담아내는 창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학적 사유로 포착한 세계의 규칙성과 엄밀성을 배경으로 할 때 그러한 과학적 사유를 벗어나는 섬세한 정신과 생명의 차원이 어렴풋이 전경에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베르그손의 철학은 과학의 틀을 빠져나가는 정신과 생명의 모습을 독창적인 예술적 감수성으로 감지하고 그려낸다. 그는 20세기에 과학과 예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철학 모델을 창안한 것이다.이러한 철학관이 가장 높은 완성도에 이른 저작이 그의 가장 유명한 저작인 1907년작 '창조적 진화'다. 이 책의 제목 자체가 이미 이 책이 제기하는 철학적 도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당대에 한창 논쟁 중이던 다윈의 진화론을 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과학적 진화론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 진화론이 말하는 대로 생명체들은 지구상에서 진화한 것들이며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베르그손은 생명 진화란 다양한 생명체들이 주어진 환경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적응 과정이라는 진화론의 주장에는 반대한다. 생명체들은 환경의 제약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새로운 생명 형태들을 창조하며, 생명 진화의 과정 전체는 무기 물질을 가로질러 세계 안에 자유를 도입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을 무기 물질에서부터 시작하는 진화의 산물로 보면서도 생명의 본질 자체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고 오히려 물질에 저항하면서 물질 안에서 자유의 경향을 실현하는 독립적인 힘으로 본 것이다. 생명의 진화는 인간 의식의 지속처럼 창조와 새로움을 향하는 경향성이라는 이 저작의 주장은, 당대의 과학적 진화론보다 한 발 앞서 나아가며 자유로운 생명,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고전적인 관념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생명의 창조적 운동을 포착하기 위해서 베르그손은 여러 가지 언어적 이미지들을 동원한다. 무수한 생명체들을 가로지르는 단일한 생명적 본질의 전체적 운동을 도약, 곧 뜀뛰기로 표현하기도 하고, 물질과 생명의 대립적인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쇳가루를 가로지르는 보이지 않는 손의 이미지를 동원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물질적 우주를 창조한 가장 근원적인 생명의 본질은 여기저기 틈이 나 있는 용기에서 분출하는 수증기 가닥들로 형상화된다. 러셀은 이 저작을 두고 경멸의 의미를 담아 철학 저서가 아니라 형이상학적 시라고 말한 바 있는데(정작 이렇게 말한 러셀 자신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는 근대 자연 과학의 성취 위에서 그려낸 장대한 우주적 서사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창조적 진화'는 베르그손이 무명의 젊은 학자이던 시절 발췌 번역하여 출간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근대적 언어로 다시 쓴 저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당대의 진화론과 생물학의 과학적 성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이러한 과학이 말해주지 못하는 생명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논구하는 이 저작은 베르그손을 단박에 세계적인 철학자로 만들어 주었다. 박사학위논문과 두 번째 저작인 '물질과 기억'(1896)을 통해 프랑스의 신진 철학자 그룹 선두에 있었던 그는 '창조적 진화'를 통해 당대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철학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베르그손이 당대 진화론에 맞서 내세운 여러 실증적 논변들은 현대 생물학과 진화론의 수준에서 논박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창조적 진화'의 실증적, 논리적 논변들이 힘을 잃고 나면 남는 것은 그저 우아한 표현들로 포장한 근거 없는 몽상적 사변들이 아닐까? 이러한 신랄한 평가도 가능하겠지만, 그와 함께 어쩌면 이 저작의 여전히 살아 있는 핵심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과거의 틀린 철학 이론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문제를 던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저작이다. 철학과 문학을 종합한 이 책이 발휘하는 강력한 설득력을 어떻게 현대과학의 성취들 위에서 갱신하고 계승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에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으로 남아 있다. 주재형 교수는 프랑스 파리에서 베르그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단국대 철학과에 재직 중이다. 현재 단국대 철학과에서 '생활과 철학' '서양근대철학' '형이상학' '윤리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프랑스 근현대 철학사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한편 현대과학의 수준에 걸맞은 새로운 우주론 형이상학의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철학연구회 총무이사, 한국프랑스철학회 총무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단국대 철학연구소 '철학논고'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역서로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문학과지성사, 2008, 공역), '현대 프랑스 철학' (길, 2014), 저서로 '철학, 혁명을 말하다'(이학사, 2018, 공저), '서양근대교육철학'(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21, 공저), '푸코와 철학자들'(민음사, 2023, 공저)이 있으며, '베르그손의 순수 기억의 존재 양태에 대하여'(2016), '들뢰즈와 형이상학의 정초'(2017), '데리다: 진리의 탈구축'(2020), '러브크래프트와 철학: 반우주로서 생명'(2021), '노화의 자연경제'(2022) 등의 논문을 썼다.주재형 교수 (단국대)
2023.10.06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1] 농업 혁신 거점도시
▶시리즈를 시작하며저력 있는 역사도시 상주가 시대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를 발판삼아 첨단산업 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또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과학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 농업의 저변 확대를 통해 국내 농업 혁신 거점도시로 거듭난다는 목표도 세웠다. 양질의 일자리가 넘치는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 지속 가능한 성장이 보장된 도시, 앞으로 상주시가 만들어나갈 미래 모습이다. 영남일보는 오늘부터 격주로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면적 42.7㏊ 스마트팜 2021년 완공청년창업보육센터·실증단지 등 갖춰교육·경영·창농·주거 원스톱 지원농업 인구 2만6천명 전국 일곱번째지난해 농특산물 30여개 나라 수출상주는 예로부터 한국 농업의 중심이었다. 일찍이 벼농사와 양잠업이 발달했고, 지금도 배와 포도 등 다양한 농특산물이 전 세계로 수출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조성되면서 국내 농업 혁신의 최전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리즈 첫 편에서는 상주 농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소개한다.◆ 농업 혁신의 중심 스마트팜 혁신밸리상주 동쪽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낙동강 사이 사벌국면 일원에는 한국 농업의 미래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면적만 42.7㏊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스마트팜이다. 상주시는 2018년 전북 김제, 전남 고흥, 경남 밀양과 함께 전국 4대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선정된 바 있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2021년 12월 준공됐다. 2021년 9월 청년창업보육센터를 시작으로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A동, 실증단지, 혁신밸리 지원센터,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B동, 청년농촌보금자리,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C동이 잇따라 완성됐다. 내년에는 문화거리 등이 추가로 들어선다. 국내 스마트팜 혁신밸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는 농업과 관련한 교육, 경영, 창농, 주거까지 농업인에게 필요한 지원이 원스톱(One-Stop)으로 이뤄진다. 그중에서도 스마트 농업 교육이 핵심을 이룬다. 첨단 기술과 정보통신을 활용한 농업 기술의 확대·보급을 위해서다. 최근 세계 농업은 각종 센서를 이용해 농축산물의 생장, 생육 단계부터 온도·습도·CO2 등의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병충해 등의 피해를 막는 것은 물론 네트워크, 분석 소프트웨어, 스마트기기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노동집약형 산업이자 자연 환경에 의존성이 높은 한계를 극복 가능하기 때문이다.스마트팜 전문인력 육성은 청년창업보육센터가 도맡고 있다. 청년창업보육센터는 경영실습장(1.91㏊)과 이론실습장(0.17㏊) 등 2.27㏊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현장 위주의 실습을 통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매년 만 18세 이상~39세 이하 청년 52명이 스마트 농업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첨단 농업기술은 이미 입소문이 났다. 미래 농업에 관심 있는 다양한 기관·단체들이 찾아와 견학 명소로 자리매김한 상태다.임대 경영도 혁신밸리의 주요 기능이다. 임대형 스마트팜의 온실 규모만 12.75㏊에 이른다. 5.75㏊는 청년을 위한 임대형 스마트팜이고, 나머지 7㏊는 기존 농업인에게 임대하고 있다. 임대형 스마트팜은 온실과 히트펌프, 양액시스템, 지열펌프, 축열조, 폐양액 회수저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임대기간은 최대 3년이다.스마트팜의 주요 재배작물은 딸기, 토마토, 멜론, 오이다. 이외에도 농업용 로봇, 병해충 연구, 플랜트 수출이 특화전략으로 설정돼 있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실증단지에는 시설재, 기계장치, 농업로봇, 병해충 진단 솔루션 등의 일을 하는 기업, 기관, 대학, 연구소 등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선 스마트팜 제품과 기술의 품질을 향상시켜 사업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스마트팜 재배 작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추적인 역할을 실증단지가 맡고 있는 셈이다.혁신밸리 지원센터도 주요 시설 중 하나다. 지원센터 1층에는 R&D 라운지, 오픈강의실, 실증장비실, 카페 및 식당이 위치한다. 2층은 빅데이터센터, R&D연구실, 공용제작실, 회의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에는 청년 농부를 위한 주거지원 시설도 갖춰져 있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만 18~39세 청년 가구에게는 '청년농촌보금자리' 입주 자격이 주어지는데 월 임대료가 8만원~24만원, 보증금은 500만원~2천200만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더욱이 청년농촌보금자리에는 공유형 주방과 북카페, 공동육아실 등이 있는 커뮤니티센터도 마련돼 있어 호응도가 높은 편이다. 거주기간은 2년 단위로 최대 6년. 상주 농업의 혁신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근처인 상주시 모동면에 한국미래농업고등학교가 문을 연 데 이어 2026년 하반기에는 경북도농업기술원이 사벌국면으로 이전한다. 인재 양성과 농업 기술 향상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 국내 농업 혁신을 이끌고 있는 상주경북 서북쪽 내륙에 위치한 상주는 낙동강 상류를 끼고 있어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난해 일찍부터 농경과 목축이 발달했다. 넓은 평야, 적당한 강우량, 풍부한 일조량 등은 상주 농업 발달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더욱이 백두대간의 도움으로 자연재해마저 적었다.천혜 환경을 바탕으로 상주는 농업의 고장으로 이름났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농업이 꽃피었다. 삼백은 본래 쌀, 목화, 누에고치를 뜻했는데 지금은 곶감이 목화를 대신하고 있다. 조선 전기 경상도 전체를 관할하던 경상감영(慶尙監營)이 위치해 있었던 것을 보면 당시 상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상주는 현재도 농가 수, 농업인구, 농지면적 등 모든 지표에서 전국 탑 10에 드는 농업도시다. 상주 전체 면적은 1천254.78㎢으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여섯 번째로 넓고, 농지면적 역시 2만4천849㏊로 전국에서 여섯 번째 규모다. 농가는 1만2천582가구로 전국에서 네 번째, 농업인구(2만6천146명)는 일곱 번째다. 상주의 감 생산량은 전국 1위며 쌀과 배, 시설오이, 양봉 등의 생산량은 경북 1위다. 현재 상주의 농특산물은 쌀, 곶감, 사과, 포도, 배, 복숭아, 오이 등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상주의 한 해 농업 총생산액만 1조원이 훌쩍 넘는다. 경북에서 농특산물 수출이 가장 많은 상주는 한국 농특산물 수출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베트남과 미국 등 30여 개 나라에 모두 372억원어치(4천564t)의 농특산물을 수출했다. 상주 농특산물 수출을 이끄는 품종은 포도(151억원·736t)와 배(111억원·3천73t)다.상주시는 농특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2017년부터 해외 주요 도시에 상주시 해외 홍보관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홍보관은 뉴질랜드, 대만, 베트남, 독일, 프랑스, 몽골, 홍콩 등 7개 국가의 10개 도시에 모두 12곳이 운영되고 있다.상주시는 2025년까지 '농산물 종합물류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각지에 흩어져있는 노후화된 도매시설을 모아 15만㎡ 규모의 자동화 종합물류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상주시는 농특산물 집하, 패키징, 공판 등 전통적인 공판장의 기능에 유통, 교육, 문화 기능까지 더할 예정이다.상주시는 매년 엄청난 규모의 농업·농촌 예산을 집행하며 농업을 지원한다. 올해 상주시의 농업·농촌 예산은 2천억원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 2026년까지 4년 동안 스마트 농업 육성, 농촌 소득작물 발굴, 청년농업 활성화 등에 모두 1조원이 넘는 농업·농촌 예산을 편성해 투입할 심산이다. 김영록 상주시 농업정책과장은 "기존 농업 분야별 지원사업을 보강하고 스마트 농업 등 첨단농업 육성사업을 적극 발굴해 청년 농부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농업 혁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 기자 zone5@yeongnam.com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창업보육센터 교육생들이 경영형 실습온실에서 딸기모종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면적만 42.7㏊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지능화 농장이다.실증단지와 유리온실 등을 갖춘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전경.스마트팜 혁신밸리 직원이 빅데이터관제실 상황판을 보고 있다.매년 가을이면 상주 곳곳에서 곶감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8] 영양의 석탑들
탑은 묘였다. 석가모니를 기억하기 위한 기념물이었다. 불상은 더 많은 대중에게 불법을 전하기 위해 나타났다. 절집은 탑과 불상을 위해, 그것에 예배하기 위해 세워졌다. 그러나 절집이 사라진 탑, 절집보다 작아진 탑, 논 가운데 혼자 서있는 탑, 마을의 한가운데서 집들에 둘러싸인 탑, 천변의 풀밭에서 나날이 늙어가는 탑에서 보이는 것은 탑이 아니다. 그것은 간절한 기원, 지극한 정성, 무수한 발자국 소리다. 그것은 살아있었던 사람들의 것이고, 현재적이지는 않지만 실재하는 오래된 호흡이며, 사라지지 않고 우리에게 하나의 증여가 되어 돌아오는 현재다. 국보 187호 산해리 오층모전석탑8세기 중엽 통일신라시대 조성 추정보물 610호 현리삼층석탑 9세기 건립12지신상·8부중상·사천왕상 등 새겨현리 모전석탑, 감실 당초문양 특이◆ 입암면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신구리 삼층석탑, 신사리 석탑첩첩으로 둘러싼 검푸른 산들은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장엄하다. 소리도 없이 흐르는 강물은 소쇄하고 물가의 대지는 텅 비어 넓게 펼쳐져 있다. 그 가운데 국보 187호인 산해리 '오층모전석탑'이 자리한다. 진입하면서 바라보면 자연의 스케일 때문에 그리 크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탑의 위용은 압도적이다. 산과 물과 대지로 둘러싸인 고요한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듯 팽팽하고 조밀한 시선이다. 바람마저도 저 시선의 언저리를 맴돌다 떠날 것 같다.산과 물의 골짜기라는 산해리의 반변천 변이다. 마을 이름이 봉감(鳳甘)이어서 이 탑은 오래전부터 봉감탑이라 불렸다. 8세기 중엽 통일신라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탑은 거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현존하는 모전석탑과 전탑 대부분이 긴 시간 동안 파손되고 결실되어 그 원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을 생각하면 참 귀하다. 무엇보다도 이 탑은 우리나라 학자들에 의해 해체되고 연구되고 복원된 유일한 탑이라 한다. 탑은 굉장히 크다. 높이는 11.3m, 초층의 너비는 3m가 넘는다. 토석을 섞어 만든 단층기단 위에 2단의 탑신 받침을 쌓고 수성암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5층의 탑신을 쌓아 올렸다. 1층의 탑신에는 화강암 테두리의 문이 남쪽으로 열려 있다. 속은 어두워 보이지 않지만 직사각형의 방이라 한다. 사리함이 있었을 듯한데 함의 조각만 발견되었을 뿐 사리구는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석탑 주변에서 기왓장과 청자 조각들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일대에 저 모전석탑의 규모에 맞는 큰 절집이 있었을 법하나 그에 대한 기록이나 전해오는 이야기는 전혀 없다. 반변천 물길을 거슬러 북쪽으로 오르면 입암면 소재지인 신구리에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84호인 '영양 신구리 삼층석탑'이 자리한다. 조금은 한산한 신구2리의 마을 안, 조선 중기에 지어진 약산당 바로 앞이다. 2층의 기단에 3층의 탑신을 올린 소박한 모습으로 신라 시대의 것으로 여겨진다. 1층 탑신석 상부에는 직사각형 사리공이 있었으나 사리 장치는 발견되지 않았다. 옆에는 마멸이 심한 불상 하나가 앉아 있다. 작고, 훼손이 심한 데다 보수의 흔적마저 보인다. 석탑과 석불좌상은 마치 보리수 아래의 싯다르타 같다. 반변천 서편 신사리 새골마을 입구에도 작은 석탑이 있다. 그저 '영양 신사리 석탑'이라고 불리는 이 탑은 훼손된 탑신부 부재들을 이리저리 쌓아 놓아 간신히 돌탑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고 건립 연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새골은 고대부터 마을이 형성되었고 배산인 부용봉에는 산성의 흔적도 남아 있다. 석탑은 마을의 선두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 제 모습은 잃었지만 여전히 강건해 보인다. 흩어진 부재를 수습해 쌓아 올린 이는 누구였을까. ◆ 영양읍 현리 오층모전석탑, 현리 삼층석탑, 화천동 삼층석탑반변천을 거슬러 올라 영양 읍내로 들어서기 직전에 현리라는 마을이 있다. 원래 영양현의 읍치였던 곳으로 예전에는 현동이라 불렀다. 천의 남쪽은 현2리, 북쪽은 현1리다. 현2리 반변천 변에 오층의 모전석탑이 자리한다. '영양 현리 오층모전석탑'이다. 석재를 벽돌모양으로 다듬어 축조한 이 탑은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 초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모서리 돌들이 둥글고 부드러워 시간의 흔적이려니 했는데 그리 치석한 것이라 한다. 1층의 탑신 남쪽에 감실이 있고 안에는 최근에 모신 듯한 부처님이 앉아 계신다. 감실의 문설주에 새겨져 있는 당초문양이 특이하다. 일제 강점기 때는 4층 일부까지 남아 있었다 한다. 이후 2층까지만 남아 있던 것을 1979년경에 5층으로 복원했다. 해체복원과정에서 일부 변형되었지만 봉감탑과 같은 재료를 사용했고 같은 양식을 계승하고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최근 보물 2천69호로 지정됐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용주사의 말사인 영성사(永成寺)가 이 탑을 지키고 있다. 현리 오층모전석탑에서 반변천 너머 들판을 바라보면 영양로 고가도로의 다리 사이로 쓸쓸하게 서 있는 삼층석탑이 보인다. 보물 610호인 '영양 현리 삼층석탑'이다. 탑의 높이는 4.27m로 아담하다. 2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형태로 아래층 기단에는 12지신상, 위층 기단에는 8부중상, 1층 탑신에는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다. 전체적인 구성과 조각 수법으로 보아 통일신라 후기인 9세기경에 세워진 것으로 여겨진다. 삼층석탑에서 150여m 떨어진 곳에는 2.1m 높이의 당간지주가 하나 서 있다. 둘이어야 하는데 하나다. 장대를 꽂는 구멍이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깊게 파였다. 주변에 신라와 고려 시대의 기와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고 한다. 저 너른 들판이 옛 절집의 규모를 상상케 한다. 현리의 동쪽으로 반변천의 지류인 화원천을 따라가면 대천리 지나 화천리다. 뒷산에서 흘러내리는 골짜기의 물이 화원천으로 합류하는 지점에서 천 따라 200여m를 들어가면 몇 채의 민가에 둘러싸인 삼층석탑이 있다. 보물 609호인 '영양 화천리 삼층석탑'이다. 이 탑은 현리 삼층석탑과 '쌍둥이 탑'으로 불린다. 축조연대와 조각장식, 전체적인 모양 등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한 석공의 손에서 두 탑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화천리는 영양읍에서 영덕으로 가는 길가의 마을이다. 고개를 넘어 고을과 고을을 오가던 많은 사람들의 걸음이 이 탑 앞에 머무르지 않았을까. 탑신에 새겨진 사천왕이 발밑에 악귀를 꽉 딛고 서 있다.◆ 영양읍 삼지리 모전석탑과 일월면 용화리 삼층석탑영양읍 북쪽에 삼지리가 있다. 세 개의 연못이 있어 '삼지'다. 아주 오래전 연못은 반변천이었으나 어느 날 천지가 변하여 못이 되었고, 또 어느 날 못에는 연꽃이 피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뒷산 중턱에 신라 시대 고찰인 영혈사가 있었다고 전한다. 절집은 400여 년 전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연대암이 들어섰다. 조선 선조 때 학자인 사월(沙月) 조임(趙任)이 임진왜란 이후 지은 암자다. 암자 뒤편에는 자연 석굴이 있는데 '영혈(靈穴)'이라는 샘이 솟는다. 18세기 초의 기록에 따르면 영혈에서 기우제를 올렸는데 영양의 진산인 일월산보다 먼저 제를 올리는 영험한 샘이었다고 한다. 암자의 오른쪽 절벽 끝 햇살이 스며드는 자리에 전탑이 서 있다. 과거 영혈사에 속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기록이 없어 '삼지리 모전석탑'으로 불린다. 삼국통일 이전에 만들어진 호신불이라 하니 탑은 천년도 더 된 셈이다. 높이는 3.14m로 원래 3층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2층까지만 남아 있다. 1962년 탑을 수리할 때 감실 바닥에서 4좌의 금불동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다. 1998년의 해체 보수 때는 석재 사리함과 사리 1과가 출토되었다. 탑은 오랜 세월 풍화에 시달린 흔적이 역력하지만 여전히 당당하다. 탑에서 연지가 내려다보인다. 연지에는 지금도 신라 시대의 연인 법수홍련이 피어난다. 이제 더욱 북쪽으로 거슬러 반변천이 시작되는 일월산으로 향한다. 일월산의 북쪽과 서쪽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가 만나 반변천을 이루는 깊은 골짜기에 옛날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고 한다. 용들이 모두 뜻을 이루어 하늘로 올라간 뒤 골짜기에는 용화사(龍化寺)라는 절이 지어졌다. 지금은 전설과 오래된 탑만이 남아 있는 그곳이 오늘날 일월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마지막 마을인 '용화리'다. 탑은 길가의 밭 한가운데에 서 있다. '용화리 삼층석탑'이다. 통일신라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3층 석탑으로 네 개의 판석을 세워 조립한 기단석 위에 높이 3.41m로 올라 있다. 상륜부는 없어졌지만 안정감 있는 단아한 모양이다. 용화리 삼층석탑을 떠올릴 때마다 푸른 밭의 가장자리에 나 있던 탑으로 가는 희미한 길이 떠오른다. 그 길에 서면 탑은 바다에서 솟은 듯했고, 마당 넉넉한 집에서 들려오던 고추 쏟아붓는 소리가 파도 소리 같았다.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참고=영양군. 한국학중앙연구원. 국립문화재연구소.영양군 입암면 산해리의 반변천 변에 자리한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8세기 중엽 통일신라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탑은 우리나라 학자들에 의해 해체되고 연구되고 복원된 유일한 탑이다.영양 현리 삼층석탑영양 삼지리 모전석탑영양 현리 오층모전석탑
2023.10.05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8] 태행산 MTB코스
짜릿하고 쫄깃한 다운, 울퉁불퉁한 낙타봉의 연속, 적당하게 까칠한 다운, 시원하게 내리 쏜다, 열심히 쏜다, 샤방하게 달린다, 흙과 자갈과 풀의 상태를 살핀다, 끌바 등의 표현이 있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종종 쓰는 표현이다. 산속을 달리는 자전거를 상상해보면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언젠가 엉금엉금 올랐던 산길, 미끄러질 것만 같아 조심스레 빗겨 밟았던 길섶의 풀, 헉헉 거친 숨소리와 가파르게 오르는 심박 수, 후다닥 잰걸음으로 달려 내려갔던 내리막길, 탁 트인 곳에서 내 몸을 감싸고 지나가던 바람 같은 것들. 산악자전거 챔피언 네드 오버렌드는 이렇게 말했다. "산악자전거는 사람들이 환경 보호론자가 되도록 도와준다. 산악자전거는 자연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이다."2009년부터 5~6월 청송군수배 대회올 450여명 참가 전국구 대회 명성크로스컨트리·다운힐 등급별 열려울퉁불퉁한 낙타봉·울창한 숲으로MTB의 묘미 맘껏 즐길 수 있는 곳◆산악자전거 197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 북쪽 마린 카운티(Marin County)에 있는 타말파이스(Tamalpais) 산에서 젊은이들이 낡은 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내려왔다. 그들은 그저 재미로 산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점차 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젊은이들이 늘어났고, 험한 산길에서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자전거도 만들었다. 산악자전거 초기에 라이더들이 가장 선호한 것은 두꺼운 바퀴의 자전거였다. 그들은 두꺼운 바퀴의 자전거를 개조해서 산길을 달렸고 울퉁불퉁한 지면 위를 달리고 도랑을 뛰어넘고 인근의 숲을 돌아다니거나 호수에 자전거를 담그기도 했다. 이후에는 변속기를 달았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산악자전거라고 부르는 자전거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1976년 10월21일, 마린 카운티의 젊은이들은 누가 산에서 가장 빨리 내려오는지를 겨뤘다. 경기는 타말파이스 산에 있는 소방도로를 달려 내려오는 다운힐 방식이었다. 그것이 최초의 산악자전거 대회다. 현재의 산악자전거는 산악능선을 질주하기 위해 바퀴의 지름이 20~27인치로 도로 사이클보다 작고, 두께는 도로용보다 1.5~2.5배 두꺼워 모터크로스(오토바이형) 자전거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높은 충격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프레임과 구동계열 부품, 특수 충격 흡수장치와 강력한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으며 특히 경사진 길을 보다 쉽게 오르내리기 위해 27단, 30단, 33단 등의 고단의 기어가 장착되어 있다. 경기 종목으로는 험난한 산악 지대를 달리는 크로스컨트리와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오르는 힐클라이밍(Hill Climbing),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다운힐(Down hill), 2명이 한 조가 되어 언덕을 내려오는 듀얼슬라럼(Dual slarom), 인공적으로 설치한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트라이얼(Trial) 등이 있다.이 가운데 크로스컨트리는 1996년 미국 애틀랜타 하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경기 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 직선로와 굴곡이 골고루 섞여 있어 여러 가지 기술을 종합적으로 숙련해야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은 선수가 올바른 코스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일정 간격으로 표지판을 설치해야 하며 때에 따라 위험 지역을 알리는 표시와 방어벽 설치도 요구된다. 산악자전거 경기 종목 중 가장 화려하고 인기가 높은 것은 다운힐이다. 3~4㎞ 거리를 최고 속도 80㎞로 3~5분 내에 내려오는 경기로 박진감이 넘친다. 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를 내는 경기라 항상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출전자는 오토바이 헬멧과 같이 머리 전체를 감싸는 헬멧과 팔, 다리, 어깨, 가슴, 등 온 몸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출전한다. 산악자전거가 한국에 도입된 것은 1980년대 초다. 이후 큰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많은 동우회가 운영되고 있고 각종 대회들도 개최되고 있다.◆청송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매년 5월 혹은 6월이면 수백 명의 자전거 탄 사람들이 청송으로 몰려온다. 청송 태행산 MTB 코스에서 열리는 청송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청송군은 2008년 10월 태행산 일대 임도에 MTB 코스를 개설하고 2009년에 '제1회 청송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및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개최한 이후 해마다 대회를 열고 있다. 태행산 MTB코스에는 3종의 표지판 84개가 설치되어 있고 종합안내판과 자전거거치대, 안전을 위한 목책 등도 설치되어 있다. 경기 종목은 다운힐과 크로스컨트리며 각 종목 등급별 수상자에게 메달과 상장, 시상금이나 시상품을 수여한다. 보통 대회 첫날에는 초급, 중급, 상급 등 6등급의 다운힐 경기가 치러진다. 둘째 날에는 초급, 중급, 남자부, 학생부, 여자부 등 22등급의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펼쳐진다. 각 코스에 초, 중, 상급으로 나뉘어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다양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참가한다. 2023년 제13회 청송군수배 산악자전거대회는 지난 6월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45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명실상부한 전국대회로 자리매김했다.태행산은 청송군 진보면 괴정리와 청송읍 월외리에 걸쳐 있다. 높이는 933.1m이며 동서 방향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이 일대에서 비교적 높은 산지를 형성하고 있고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등의 군락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 산악자전거 코스는 지형이 만든다. 태행산 코스는 울창한 숲, 굴곡이 심한 계곡과 능선, 시원스러운 풍광으로 산악자전거의 묘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태행산에서 열리는 청송군수배 산악자전거대회는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기다려지는 대회로 통한다. 산소카페 청송의 자연과 함께하기에 참가 그 자체로도 이벤트라 여긴다. 대회 출발지점은 청송읍 부곡리 달기약수터가 있는 약수공원 공영주차장이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관광객과 주민들이 대회를 응원하러 모이고 카메라, 영상, 식사, 심판, 수송 등을 담당하는 운영 스태프들, 경찰관과 의료진들, 동호회 회원들 등으로 떠들썩하다. 개회식에는 다양한 경품이 걸린 추첨행사도 진행한다.◆태행산 MTB 코스오전 10시 정각, 시총과 함께 선수들이 달려 나간다. 먼저 1그룹인 상급 일반부, 대학부, 고등부, 중등부와 중급부 전체, 초급 시니어부, 베테랑1, 2부가 출발하고 5분 뒤 2그룹인 초급 그랜드마스터부와 마스터부가 출발한다. 초반은 도로구간으로 4.5㎞의 도로를 달리게 된다. 약한 내리막과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길이다. 누적거리 3.6㎞ 정도에 한번 짧고 굵게 오르는 300여 m의 오르막이 있다. 선두에서 후미를 쪼개놓기 위해 확 치고 오르며 강하게 달려 오르는 구간이다. 짧지만 12~13% 경사로 오르는 도로구간이기에 순간 심박이 꽤 오른다. 다시 내리막이다. 약 500m쯤 시원하게 내리쏜 뒤 옹점교 다리를 건너기 전 우회전 해 평지구간을 신나게 달려 나간다. 5.5㎞ 지점에서 비포장으로 바뀌고 7㎞ 지점 정도가 되면 슬슬 오르막으로 변하는 것이 체감 된다. 선두에서는 강력하게 도망가며 속도를 내고 뒤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게 달려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힘 손실이 많은 구간이다. 8㎞ 지점부터는 경사가 강해지는 임도다. 경사도는 15~22% 정도까지 변하고 속도는 떨어진다. 경사가 센 구간에서는 앞바퀴가 들썩들썩하는 느낌까지 든다. 다행히 이 경사는 그렇게 길지 않고 약 300m 급경사 오르막을 달려 코너를 돌면 어느 정도 경사가 완만해지기 시작한다. 9㎞ 지점부터는 약간 더 완만해지는 편이라 여기에서부터는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기 좋다. 간격을 벌리기 위해 더 열심히 쏘는 선수들도 많다. 9.8㎞ 지점부터 태행산 정상 10.8㎞ 지점까지는 4~5% 경사의 완만한 오르막으로 속도를 좀 더 높여서 달릴 수 있다. 정상을 500여m 정도 앞두면 임도 옆으로 목책이 보이기 시작한다. 좀 더 속도를 높이고 힘을 내 영차! 10.8㎞ 지점 정상을 통과하면 바로 신나는 내리막이다. 13㎞ 지점까지 2㎞가 넘는 내리막으로 중간에 두 차례 정도 짧게 치고 오르기도 하지만 굉장히 속도가 붙는 고속 내리막 구간이다. 13㎞ 지점 이후로는 계속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울퉁불퉁한 낙타봉이 연속되고 짜릿하고 쫄깃한 다운과 적당하게 까칠한 다운, 급 오르막 구간 끌바도 이어진다. '끌바'는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는 뜻이다. 좁은 산길을 추월해 나갈 때는 '좌측으로 갈게요' '우측으로 갈게요' 소리도 지른다. 누적거리 17.5㎞ 지점이 되어야 오르막이 끝난다. 그때까지는 죽기 살기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이다. 17.5㎞ 지점을 통과하면 800여 m의 짧고 신나는 내리막이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만나게 되면 본격적인 레이스 코스는 거의 끝났다고 봐도 된다. 이제 2㎞ 정도 남아있는 대회 코스, 마지막 500m는 샤방하게 달려 피니시 지점을 통과한다. 서로를 축하하는 환호가 터진다. 이들에게 수상은 뿌듯한 기쁨이고 완주는 더없는 기쁨이라고 한다. 라이딩 후 달기약수로 만든 닭백숙은 "끝내준다."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참고=청송군. 대한자전거연맹. 체육학대사전청송군 진보면 괴정리와 청송읍 월외리에 걸쳐 있는 태행산은 국내 산악자전거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울창한 숲, 굴곡이 심한 계곡과 능선, 시원스러운 풍광이 어우러져 산악자전거 타기에 안성맞춤이다. 〈청송군 제공〉지난 6월 태행산에서 열린 '제13회 청송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2023.10.04
[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17> 읽기에서 쓰기로 그리고 이제는 페이(pay)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에 있는 한 언론사의 관계자가 연락을 해왔다. '웹3.0과 밈코인' 시리즈를 잘 읽고 계시다며, 언론사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현재 이 분야 전문가들도, 연구기관도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스스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뉴스 제작부터 유통까지 기존 공급망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하지만, 진단이 아닌 처방을 원하는 언론사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병원 처방이 환자의 특성에 따라 다르듯이,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회사를 위한 웹3 기반 뉴스와 콘텐츠 전략도 회사의 특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웹1)가 정보의 보편적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언론사닷컴에서 뉴스를 주로 읽었다.웹2가 되면서 읽기(문해력)보다 쓰기(참여성)가 더 중요해졌다. 사람들은 언론사닷컴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포털뉴스의 댓글 공간, 동호회 카페,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뉴스 공유를 통해 감정을 표현했다. 때때로 의견 충돌을 통해 재미를 찾고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언론사닷컴이 웹1에서 웹2로 전환하면서 중개자(콘텐츠 유통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자, 포털과 소셜미디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당시 데스킹을 맡은 국장이나 경영진은 언론사닷컴을 단순히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수준의 조직으로 저평가했기 때문이었다.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해 주면서도, 낡은 관행에 빠져 페이퍼 저널리즘이 최고라는 허상을 좇는 언론사는 아직 많다.독자와 시청자는 뉴스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웹1에서는 콘텐츠를 읽는 데 돈이 들었는데, 웹2에서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돈이 들지 않게 되어,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웹3은 웹1의 장점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인터넷에서 웹2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던 중개자가 무력화될 수 있다. 분산적 특성을 지닌 웹3을 작동시키는 스마트 계약이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의 필요성을 없애기 때문이다.또한, 포털과 소셜미디어에서 이용자가 작성한 희노애락의 콘텐츠와 사람들과 공유한 정서적 유대가 플랫폼 회사의 알고리즘에 의해 이용당한다는 이용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회의와 절망도 포털과 소셜미디어가 지배한 중개자의 종말을 요구한다.언론사는 이제 블록체인에서 스마트 계약 코드를 구현하여 제3자 없이 생산자와 이용자 간의 계약을 쉽게 실행하고 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ID 시스템이 필요한 요소이다.블록체인 중에서도 비트코인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구동되는 반면, 다양한 디애플리케이션(dApp)이 실행되는 스마트 계약용 블록체인은 자기인증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탈중앙화 ID에 대한 인식과 초기 투자가 없다면 어떤 언론사도 현재로서는 웹3으로 나아가기 어렵다.읽기에서 쓰기로 그리고 이제는 페이(pay)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웹1에서 수용자는 원하는 뉴스를 읽기만 했다면, 웹2에서는 뉴스에 대한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웹3에서 뉴스를 통해 거래하고 싶다는 이용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만이 알고 있는 새로운 소식과 현장감 있는 사진으로 보도 자료를 작성하여 배포하고 싶다.그리고 이 뉴스를 통해 언론사가 수익을 얻었다면, 나의 노력이 인정받고 경제적으로 보상받기를 원한다. 그 보상으로는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를 읽고 반응하는 데 지불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해당 언론사의 경계를 넘어 원하는 물건을 쇼핑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 이러한 웹3 서비스는 보편적 ID가 원활히 작동하는 스마트 계약 없이는 불가능하다.이 과정에서 대화형 AI와 생성형 언어모델의 발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반 이용자는 해당 언론사와 제휴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통해 스트레이트 기사뿐만 아니라 기획 기사까지 작성할 수 있다. 뉴스룸의 데스킹은 이제 사람들이 매일 올리는 콘텐츠의 팩트체킹으로 변화해야 한다. 사실 웹3에서 팩트체킹의 개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뉴스 생산 과정에서 이용자는 시공간에 대한 자기인증 프로토콜을 이미 사용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콘텐츠의 품질에 대한 사전 검증은 AI의 몫이다. 또한, 언론사는 이용자의 자발적 기여로부터 얻는 뉴스와 콘텐츠와 그들의 체류 시간으로부터 발생한 광고 수입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언론사가 상생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갖추지 않으면, 이용자는 스마트 계약의 블록체인이 존재하더라도 결국 또 다른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를 찾을 것이다.결론적으로, 언론사는 웹3 시대에 급격히 달라지는 이용자의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변화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해야 한다. 뉴스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이용자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처방전을 발급해도 약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약값을 지불해야 하듯이, 언론사도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진단을 통해 진행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쇠퇴하는 뉴스 미디어 산업을 구제할 결정적인 처방전만을 찾지 말고, 조금씩 고쳐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 소장, nft-korea.eth>박한우 교수는?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데이터 기반 주요 연구방법론인 과학계량학(scientometrics), 하이퍼링크분석(hyperlink network analysis), 웹계량학(webometrics), 대안계량학(altmetrics), 트리플헬릭스(triple helix) 등을 국내에 소개하고 선도해 왔다. 하이퍼링크 연결망은 INSNA(International Network for Social Network Analysis) Connections가 출판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다.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최근에는 Scienceasset.com의 웹3 국제학술지 ROSA Journal의 초대 편집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사회연결망과 빅데이터를 통해서 데이터와 정보의 흐름 및 지식생산과 혁신체제 관련 이슈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로서 SSCI급 저널에 100편 이상의 논문을 출판했고, 최근 2023년 5월에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가 선정하는 석학회원(ICA Fellow)으로 뽑혔다.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023.10.01
[논설위원의 직터뷰] 개그맨 겸 대학교수 김홍식씨 "만만하지 않은 직업 '김샘'…폰게임보다 더 흥미 있는 수업 다짐"
"너그 아부지 뭐하시노?" 선생님들이 대놓고 이렇게 말한 시절이 있었다. 영화 '친구'에서 담임교사를 연기한 배우 김광규의 명대사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오래전 KBS TV '폭소클럽'의 '떴다 김샘'에 출연한 개그맨 김홍식의 이 대사가 귀에 더 익다. 얼마 전 TV 토크 프로그램에 나온 그를 봤다. 재담(才談)이 여전했다. 하 수상한 작금의 세상, 당최 웃을 일이 없다. 문득, 개그맨인 그는 웃으며 살고 있는지, 웃으며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 얘길 듣고 싶었다. 그의 인생 스토리도 함께. 틀에 박힌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관계가 아닌 오랜 개인적 인연으로서. 그를 만났다. '떴다 김샘'에 나올 때가 서른다섯, 지금은 쉰넷이다. 트레이드 마크인 '헌팅 캡'은 그대로였다. 이젠 턱수염 말고도 콧수염도 있다. 또 어엿한 대학교수가 돼 강단에 서고 있다. 근데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았다. 인생의 등불과도 같았던 어머니가 얼마 전 돌아가신 후여서다. 그는 상을 치른 뒤 한 달간 매일 어머니 묘소에 들렀다고 한다. "약속엔 10분 일찍 나가 기다리고, 남한테 뭔가를 받으면 꼭 배로 돌려줘래이." 생전 어머니가 늘 강조하신 말이라고 한다. 그렇게 숙연한 분위기에서 첫 질문을 던졌다.▶대학에선 무역학도, 사회 첫발은 이벤트 MC. 흔치 않은 진로였습니다. "글쎄요. 천상 '마이크 체질'이랄까. 어릴 때 소풍·운동회 장기자랑 사회를 도맡았죠. 무역학과(영남대 87학번)는 그냥 취직 잘된다 해서…. 입학 후 첫 신입생 환영회에서 사회자를 본 순간 '히어로'처럼 느껴졌어요. 강렬한 그 첫인상이 절 이벤트 MC로 이끌었죠. 초·중·고 때 했던 가락도 있어서. 몇 가지 스킬을 익혀 MC 알바를 뛰었죠. 학과·동문회 페스티벌…. 열심히 쫓아 다녔습니다. 마냥 대학 등 젊은 층 행사를 할 순 없었죠. 졸업 후엔 '무대'를 바꿨어요. 회갑·칠순·팔순 잔치 등으로. 그렇게 제 첫 명함을 파게 된 겁니다.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트로트 가수 이찬원도 같은 영남대 상대 출신인데, 재학 중 이벤트 MC로 이름을 날렸다네요. '동종업계 선후배' 사이인데, 언젠간 한번 만나겠죠.(웃음)"▶'김홍식' 하면 '폭소클럽'의 '떴다 김샘'이죠.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는데."'궁하면 통한다' 옛말 틀린 게 없어요. 2004년,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였죠. 지인에게 큰돈을 빌려주는 바람에…. 걱정하는 아내에게 '1년 안에 답을 낼게'라고 큰소리쳤죠. 믿는 구석도 없이. 정 안되면 쪽지('성공해서 돌아올게, 미안해') 써놓고 떠날 생각도 했어요. 그러던 중 '폭소클럽'에 평소 존경하는 MC 선배 한 분이 나오게 됐어요. 근데 무대에서 진땀을 흘리는 선배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내가 만약 저 무대에 선다면…' 평소 운전 중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해요. '김샘' 캐릭터도 운전 중에 나온 것입니다. 학창시절 별의별 선생님이 다 있었잖아요. 영화 '선생 김봉두'처럼 돈 밝히는 선생님도 있었고, 영화 '친구'의 단순무식한 선생님도 있었고. '두 캐릭터를 짬뽕해 보면 어떨까.' 폭소클럽 담당 작가에게 제안했죠. 결국 'OK' 사인을 받아 코너를 따냈어요. 결과는 대박이었죠.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가 내 인생의 큰 재산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떴다! 김샘' 인기에 힘입어 '투사부일체' 등 영화에도 나왔죠. 큰물에서 계속 놀 수 있었는데, 왜 대구에 남았는지."제가 전국구 스타가 된다고 쳐요. 대구를 떠나 서울에 살아야 하고, 친한 친구도 자주 만나기 어렵고. 많은 걸 포기해야겠죠. '가늘고 길게 살자'고 다짐했죠. '팔자를 고쳤어도 난 변한 게 없다.' 그런 모습을 주위에 보여주고도 싶었어요. 저보다 앞서 방송에 진출해 변한 사람을 많이 봐 온 터라,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죠." ▶대학교수로서 인생 3라운드를 펼쳐가고 있습니다. 학교 생활은 재미있는지."2009년 개그맨 남희석씨 추천으로 강의(대경대 초빙교수)를 시작했죠. 지금은 사학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전임교수가 됐고요. '공동체 질서와 삶' '대인관계' '리더십'을 가르쳐요. 어때요, 어울리나요? '짝퉁 샘'에서 진짜 선생이 됐지요.(웃음) 처음엔 직업병인지, 과거 '김샘' 이미지로 학생들을 웃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연차가 쌓일수록 '재미'가 다가 아니더라고요. 짧은 한 시간이라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래서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요. 수업 내용 중 뭐가 좋고 안 좋은지를. 수업 중 휴대폰 게임 하는 친구를 꾸짖을 순 없어요. '내 수업이 지루하다'는 방증 아니겠어요. 게임보다 더 흥미를 주는 교수가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하지요. 아무튼 선생이라는 직업, 결코 만만치 않아요. 그렇지만 다양한 분야에 있는 졸업생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껴요."▶요즘 '일타강사 김샘'으로도 유명하던데요. "다 '김샘' 캐릭터 덕분이죠. 강연 활동의 피크 시절은 지났죠. 지금은 '하향 안정화'에 있지만 여전히 소중한 밥벌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 강의의 특징은 '주문식'이라는 점입니다. 의뢰 기관에 '원하는 주제'를 먼저 물어 보지요. 이래야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 오거든요. '입맛'을 맞춰 주니까. 청중이 청소년이라면 미리 아이돌 가수 등 그들의 최애 관심사도 함께 공부해 놓고요. 강연 집중도가 확 달라져요. 과거 정보통신부에서 한 강연이 변곡점이 됐어요. 신문 기사에 '김샘, 정보통신부 최고 강사로 등극하다'라는 제목이 뽑혔어요. 강의 평점이 무려 96점. 직전 강연이 황우석 박사였는데 85점을 받았거든요. 강연가로 클 수 있는 기폭제가 됐죠. 이후 관공서 강연 의뢰가 줄을 잇기 시작했어요. 역시 '인생은 타이밍'입디다."▶코로나 팬데믹 땐 강연이 없어 답답했겠습니다."직격탄을 맞았죠.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니. 매출 감소 '100%'. 미치겠더라고요. 학교 말고 내가 뭐라도 일을 더하고 있다는 걸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장 수입도 급감했고요. 이만하면 'N잡러 강박증'이죠? 결국 큰 딸과 함께 밤에 택배 알바를 했답니다. 몸은 고됐지만 저는 물론 딸에게도 '돈보다 값진 그 무엇'을 몸소 느끼게 해 준 일이었죠. 우리, 더 늙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합니데이.(웃음)"▶교육자로서 최근 이슈인 '교권 추락'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겠네요."오래전부터 학부모들을 직접 만나 얘기하고 싶었어요. 모든 게 가정교육인 것 같아요. 좀 야박한 얘기 같지만, '학부모 과잉 민원'도 그 학부모 윗대로부터의 가정교육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봐요. 과거 사립 중고교 교장 모임에서 '공교육과 학부모' 주제의 강의를 제안한 적이 있어요. 교장들이 좋은 생각이라며 동석한 교육계 윗분에게 건의를 했죠. 근데 그분이 저를 힐끗 보더니 '내가 얘기를 해도 안 듣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더라고요. '하물며 니가 뭐라고'라는 말이 생략된 뉘앙스였죠. 솔직히 자존심 상했죠. 교권이든, 학생 인권이든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새겨야 합니다. 임시처방격으로 어느 한쪽을 옹호하면 다른 한쪽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잖아요. 양자 관계가 '풍선'은 아니잖아요. 함께 존중돼야 하니까. 서로가 지키지 않으면 안될 강력한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나랏일 하는 사람들 몫이겠지요"▶과거 영남일보 칼럼에서 '인생 뭐 있나'라는 화두를 던졌지요. 김샘표 '웃으며 사는 법'은 무엇인지. "'그럴 때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 제 카카오톡 대문에 적힌 글입니다. 인생 좌우명이죠. 제 행복감의 원천이기도 하죠. 타인들 때문에 상처받아 화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럴 때마다 이 글을 떠올려요. 귀신같이 그런 감정이 사라진답니다. 습관적으로 제 자신에게 최면을 걸다시피 하니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는 것 같아요. 기자님도 한 번 실천해 보세요. 인생 뭐 있나요."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팬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식당 등에서 가끔씩 저를 알아보는 분들에게 물어 봐요. 제가 어떤 이미지였냐고. '촐랑촐랑 까불지 않고도 대중을 즐겁게 해줬다'고 덕담을 해주더라고요.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언젠간 잊히겠지만 '골치 아픈 일도 쉽게 풀어주는 선생이었다'라고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창호 논설위원 leech@yeongnam.com김홍식씨가 화이트보드에 적은 인생 좌우명 글귀 '그럴 때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를 가리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씨는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이 글만 떠올리면 웃고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23.09.27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7] 청송의 아름다운 등산코스
언젠가 가을 삼자현을 넘어 청송으로 들었을 때, 탄성조차 삼키게 하는 세상 때문에 애달팠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산행(山行)이라는 시에서 '멀리 가을 산 위로 돌길이 비껴 있고/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보이네/ 단풍 든 숲의 저녁 경치가 좋아 수레를 멈췄더니/ 서리 맞은 잎이 봄꽃보다 더 붉다.'라고 했는데, 그 가을 주왕산에서 두목의 이름 위에 내 이름을 얹고 싶었다. 산 오르기 참 좋은 계절이다. 가만 청송자연휴양림을 걸어도 좋고, 신성계곡을 쉬이 흘러도 좋겠지만, 고단하고 부단히 산을 올라 큰 숨을 푹푹 내 쉬는 것이 오늘은 조금 더 좋겠다. 알다시피, 큰 숨은 몸에 좋다.5.3㎞ 주왕계곡 대표 탐방코스 꼽혀대전사~주봉~후리메기삼거리 코스탐방로 잘 정비 초보자도 산행 가능난이도 높은 가메봉코스 동해 조망얼음골 출발 등산로 가족산행 적당◆ 주왕산의 등산 코스, 편안하게 또는 약간 고되게주왕산에는 등산 코스가 많다.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추천하는 코스는 7개나 된다. 그러나 금은광이, 후리메기, 가메봉 등의 분기점을 활용해 조금 더 길게 혹은 조금 더 짧게, 조금 더 편안하게 혹은 조금 더 멋지게 새로운 코스를 개척하는 사람들도 있다. 첫 번째는 주왕계곡 코스다. 대전사에서 주방천 계곡을 따라 용추협곡과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를 지나 내원동 옛터까지 이어지는 5.3㎞ 코스로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주왕산국립공원의 대표 탐방코스로 용추폭포까지는 유모차나 휠체어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용추폭포에서 내원동 구간에는 돌길이 많지만 목재 데크나 교량 등이 설치되어 있고 기울기가 완만해 운동화로도 가능하다. 절구폭포는 등산로에서 살짝 이탈해 200m 정도 들어가야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보통 용연폭포까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를 따라가는 탐방객이 다수다. 대전사에서 자하교까지 1.3㎞는 맨발로 걷기에 좋고 발 씻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수달래가 피어나는 봄과 단풍이 물드는 가을을 최고로 꼽지만 사계절 멋있지 않은 날이 없는 길이다. 두 번째는 주봉코스다. 주왕산 산행코스 중 가장 일반적인 코스로 잘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대전사에서 '주봉 마루길' 따라 주봉, 칼등고개갈림길, 후리메기삼거리를 지나 주방계곡으로 내려오는 10.1㎞ 길로 4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계단으로 오르며 시작하는 경사진 길이라 다소 힘들 수 있지만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가면 어렵지 않다. 주봉에서 후리메기까지는 내리막과 계단이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주방계곡에 닿으면 조금의 수고를 더해 용연폭포와 절구폭포를 만나는 것이 좋겠다. 울창한 숲길이라 여름과 가을을 추천한다. 세 번째는 장군봉 금은광이 코스다. 대전사에서 장군봉, 금은광이 삼거리에서 용연폭포, 주방계곡으로 내려오는 11.8㎞ 길이다. 기암을 바라보며 가파른 데크길을 오르며 시작한다, 장군봉까지는 2㎞로 급경사의 암벽 길이라 난도가 높다. 늦가을의 이른 새벽, 아직 사위가 어두울 때 출발한다면 장군봉 가는 길에 광활한 구름바다를 볼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 깊고 넓은 운해를 보려고 미리 와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가을에는 단풍과 어우러진 기암과 주봉의 산세를 탁 트인 시야로 감상할 수 있다. 장군봉에서 금은광이 능선 구간은 두어 차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주로 평탄하다. 오솔길 양쪽으로 아름다운 숲이 우거져 있어 봄의 연두가 특히 아름답다. 금은광이 삼거리에서 용연폭포 구간은 내리막길로 무릎을 잘 보살펴야 한다. 네 번째는 가메봉 코스다. 대전사에서 후리메기 삼거리까지는 주봉코스의 하산 길과 동일하다. 그러나 후리메기에서 가메봉까지는 난이도 '매우 어려움'으로 주왕산 산행 코스 중에서도 가장 험난하고 고된 길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천천히 치고 올라가 가메봉 정상에 닿으면 힘들었던 기억은 완벽하게 사라진다. 만추의 날이면 낭떠러지 아래로 보이는 절골의 모습에 숨이 턱 막힐 것이고 화창한 날이면 저 멀리 보이는 영덕 바다에 탄성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기상 여건에 따라 광활한 운해도 볼 수 있다. 대전사에서 가메봉까지는 7.2㎞로 약 4시간 5분 소요된다. 왕복 8시간이 넘으니 출발과 하산 시간을 잘 계획해야 한다. ◆ 주방계곡으로 수렴되는 긴 길들다섯 번째는 절골 코스다. 절골분소에서 대문다리와 가메봉을 거쳐 대전사로 하산하는 장장 13.5㎞ 길로 7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보통 대문다리까지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이 많고 가메봉 코스에서 절골로 내려가는 산행 꾼도 있다. 여섯 번째는 월외 코스다. 달기약수로 유명한 월외리 탐방지원센터에서 노루용추계곡과 달기폭포, 너구마을을 지나 금은광이 삼거리를 통해 장군봉, 대전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너구마을 입구까지는 시멘트 포장길로 멋진 풍경과 함께 설렁설렁 걸으면 된다. 너구마을을 지난 뒤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그다지 힘들지 않은 산길이 1시간 정도 이어지다 금은광이 삼거리를 바로 앞에 두고 오르막이 시작되고 이후는 장군봉 코스와 겹친다.일곱 번째는 갓바위 코스로 주왕산국립공원의 신규 탐방로다. 영덕의 달산면 용전리 갓바위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소원성취의 전설을 가진 갓바위, 주왕산국립공원의 동쪽 끝자락인 대궐령, 청송과 영덕의 경계인 왕거암을 지나 내원마을에서 주방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길이다. 총 13.3㎞로 갓바위탐방지원센터에서 대궐령까지 경사가 심한 편이고 전체 거리가 멀어 숙련된 성인이 적절한 장비를 갖추고 시간을 철저히 계산해가며 산행해야 한다. 갓바위와 대궐령 전망대에서는 영양과 영덕 일원의 풍력발전단지가 조망되고 날씨가 좋으면 동해까지 보인다. 대궐령에서 왕거암으로 가는 길은 동해를 바라보며 걷는 원시림이다. ◆ 청송 얼음골에서 출발하는 가벼운 등산청송 얼음골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도 있다. 첫 번째는 해월봉 코스로 얼음골 주차장에서 돌탑봉, 해월봉, 구리봉으로 간 뒤 원구리마을로 하산해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산행 거리는 약 5.5㎞이며, 3시간 안팎 걸린다. '여기는 청송 얼음골입니다'라는 입간판을 지나 데크길을 10m쯤 가면 등산로 입구다. 얼음이 언다는 잣밭골 너덜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고 여름에는 폭포, 겨울에는 거대한 인공 빙벽장이 되는 높이 60m의 암벽도 내려다보인다. 원구리 마을로 내려와 계곡의 징검다리를 건너 도로를 만나 들머리였던 얼음골 주차장까지 1.5㎞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위험한 구간이 없어 가족 산행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얼음골~해월봉 코스 외에도 영덕의 옥계계곡 상류까지 이어지는 코스, 도등기마을까지 이어지는 코스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는 무장산 코스다. 얼음골 주차장에서 시작해 국화마을, 무장산 정상 갈림길, 632m 봉 데크 쉼터, 국화마을, 무장산 정상 갈림길, 청송 얼음골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을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산행 거리는 약 5.7㎞에 시간은 2시간 30분 안팎이 걸린다. 주차장에서 도로 건너편에 '울진장씨 묘도입구' 비석 왼쪽의 계단이 무장산 입구다. 활엽수와 소나무가 주종을 이뤄 삼림욕장을 걷는 기분이다. 굵은 소나무의 허리춤에는 일제강점기와 1960~1970년대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 남아 있다. 엄청난 크기의 데크 쉼터가 펼쳐지는 곳이 632m 봉이다. 이곳이 무장산 정상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진짜 정상은 쉼터에서 약 200m 더 가야 한다. 삼각점이 있는 진짜 정상을 밟는 일은 선택이다. 하산은 국화마을로 향하는 경사 급한 길이다. 도로에 내려서면 '산소 카페 청송군' 광고판이 반긴다. 오른쪽에 청송 얼음골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과 인공폭포가 있고 주차장은 왼쪽으로 15분 거리다. 4월 사과꽃 필 무렵이면 부남면에서 얼음골까지는 꽃길이다. 여름에는 얼음골의 서늘한 진가를 경험할 수 있고 가을에는 단풍과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들이 반짝거리며 겨울에는 거대한 빙벽을 마주할 수 있다. 어느 때든 산행 후 얼음골의 약수 한잔은 보약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청송 대전사~주봉~칼등고개갈림길~후리메기삼거리~주방계곡으로 이어지는 '주봉 코스'에는 전망대가 갖춰져 있어 주왕산의 장군봉과 기암, 연화봉, 병풍바위 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주왕산 주봉 정상부 모습. 대전사와 2.3㎞ 떨어져 있다.
[떠나요! 포항 전통시장 감성여행 .5] 구룡포 시장
내항의 반드러운 바다에 수많은 배가 흥성흥성하다. 항구를 둘러싼 거리는 비할 데 없이 벅적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항구마을 고유의 억양과 온갖 고장의 악센트가 뒤섞여 펄떡인다. 그 길에 구룡포 시장의 아케이드 입구가 높다. 구룡포항 바로 앞에 구룡포 시장이 있다. 후동천이 내항으로 흘러나가는 사거리에서 부두 입구인 수협교차로까지 항구 도로와 구룡포 초등학교 앞 안길도로를 잇는 커다란 직사각형 블록이다. 그 가운데에 아케이드 지붕을 올린 시장통이 십자로 뻗어 있다.바닷가 시장답게 해산물 양 압도적입구부터 국산대게 등 대게 가게 즐비국내 대게 어획량 1위 구룡포 명성 입증70년 전통 찐빵 맛집 '철규분식'부터국수 달인이 만드는 해풍국수 등 별미◆구룡포 시장바닷가 시장답게 입구부터 해산물 가게가 압도적이다. 갓 건져 올린 바다가 가지런히 넘친다. 금세 숨넘어간 것들, 꿈틀꿈틀 살아있는 것들, 빨래집게에 입을 물린 채 말라가는 것들, 덜 말린 것들과 바짝 말린 것들, 찢어 놓은 것, 잘라 놓은 것, 썰어 놓은 것, 구워 놓은 것, 쪄 놓은 것 등 온갖 모습의 바다가 다 있다. 커다란 대게들이 열 지어 대자로 뻗은 즐거운 가게들도 있고, 순진한 눈빛을 한 별별 날것들의 횟집이 있고, 과메기나 물회와 같은 달큰하고 비린 이름들도 있다. 모든 어패류는 산소 포장해 준다는 안내문을 본다. 만원의 행복을 외치는 광어회, 도다리회, 참돔회, 모둠회 등의 회 도시락도 있다. 주전부리 건어물 3종 세트도 역시 만원의 행복이다. 그 사이사이 채소가게와 과일가게, 식육점, 방앗간, 떡집, 그릇 가게, 반찬가게, 닭집, 참기름집, 각종 식당, 뜨개방, 떡갈비집, 호떡집, 옷가게, 잡화점 등이 자리한다. 건어물 가게에서 즉석으로 문어를 굽고 있다. 시장 호떡집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국숫집 문이 노상 열렸다 닫히고 곰탕집의 커다란 가마솥에서는 뽀얀 소머리 곰탕이 솥뚜껑을 들썩이며 팔팔 끓고 있다. 특히 국산대게, 국산홍게, 러시아 수입 박달대게 등 게가 많이 보인다. 구룡포에 도착하면 수많은 대게 가게에 일단 놀라게 되는데,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구룡포항은 국내 대게 어획량 1위에 최대 집산지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대게 물량의 절반 이상이 구룡포 산 대게다. 심지어 성수기에는 구룡포에서 잡힌 대게가 울진, 영덕으로 팔려 가기도 한다. 구룡포 대게는 속살이 눈처럼 희고 껍질이 부드러우며 담백한 맛과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연지홍게'라는 것도 있다. '꿀 홍게'라고도 부르는데 포항 구룡포 앞바다 수심이 낮은 곳에서만 조업되는 품종이라 한다. 장맛이 대게와 흡사하고 단맛이 나며 껍질이 투명하면서도 주홍 핑크 빛을 띤다. 크기는 작지만 짜지 않고 담백하고 고소해 인기가 많다. '배오징어'도 볼 수 있다. 오징어를 잡자마자 바로 손질해 배에서 말린 오징어다. 그래서 살아 있을 때의 오징어 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포항의 특산물인 과메기 역시 대부분 구룡포에서 만들어서 유통된다. 겨울이 되면 구룡포 시장 곳곳에서 대게 찌는 소리가 넘쳐나고 정육점이고 닭집이고 국수 공장이고 어디에서나 신우대에 빽빽이 걸려 말라가는 윤기 자르르한 과메기를 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구룡포 시장의 명물들구룡포 시장에는 향토 뿌리 기업인 제일국수공장 해풍국수 점포가 들어서 있다.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줄서서 사가는 국숫집이다. 이곳에서는 한 묶음의 국수가 탄생하기까지 짧게는 이틀, 길게는 사나흘도 걸린다. 반죽을 하고 재래식 기계에서 면을 뽑아내는 데 한나절, 이후 야외 건조장에서 해풍으로 반건조 상태가 되면 창고에 넣어 숙성시키는데 이 시간만 15시간이다. 이마저도 태양과 바람이 도와줄 때만 가능하다. 그렇게 말린 국수 가락을 새벽에 꺼내 다시 널어 완전 건조시킨 후 알맞은 크기로 자르기까지 다시 한나절이다. 국수 재료는 딱 3가지, 물, 소금, 밀가루뿐이다. 그날그날 날씨에 따라 소금 농도와 물의 양과 국수 두께까지 달라진다. 날씨가 흐리면 소금을 적게, 바람이 약하거나 추울 때는 소금을 많이 넣는다. 바람이 강하고 습도가 높으면 물을 많이 넣어 반죽을 약간 질게 만들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면 물을 적게 부어 반죽을 되게 한다. 국수를 건조할 때도 날씨에 따라서 국수 가락 너는 간격까지 달라진다. 45년간 국수를 만들어 온 할머니는 자연과 소통하며 국수를 만들고 이제는 소금물에 맨손을 담그는 것만으로 그 염도를 구분해낼 수 있는 국수의 달인이다. 구룡포의 향토음식인 모리국수를 맛볼 수 있는 가게들도 있다. 모리국수는 생선과 갖은 야채를 넣어 얼큰하게 우려낸 국물에 칼국수 면을 넣은 것이다. 집집마다 술안주나 해장용으로 먹던 음식이라 가게마다 각양각색의 맛이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맛과 모양새는 호불호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득 다시 떠오른다. 확실한 것은 이 맛을 보려는 손님이 전국에서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70년 전통의 찐빵집인 철규분식도 널리 알려진 맛집이다. 국수, 찐빵 5개와 단팥죽으로 구성된 찐빵세트, 단팥죽이 메뉴의 전부다. 찐빵이 가장 유명하지만 국수 맛에 놀란다는 것이 맛본 이들의 전언이다. ◆오일장이 열리는 상설시장구룡포는 조선 시대까지 대체로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 1883년 조일통상장정이 체결되고 일본인의 조선 출어가 본격화되면서 조용한 어촌마을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1906년에는 가가와현의 어업단 80여 척이 고등어 떼를 따라와 구룡포에 눌러앉았다. 일제강점기가 되자 구룡포는 최적의 어업기지로 떠올랐다. 구룡포 앞바다는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었고 갈퀴로 쓸어 담을 만큼 고기가 잘 잡혔다. 이에 일본인 수산업자인 '도가와 야사브로'는 조선총독부를 설득해 구룡포에 축항을 추진했다. 방파제를 쌓고 부두를 만든 것이 1923년. 큰 배가 정박할 곳이 생기자 일본인들이 대거 구룡포로 몰려왔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시장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구룡포의 옛 이름은 창주(滄洲)다. 당시에는 5일장 형태로 운영되어 창주장이라 했다. 광복 후 1950~1960년대에는 영일군 전체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아케이드 공사는 2014~2019년 4차에 걸쳐 이루어졌다. 지난한 시간이었다. 올해는 '2023년도 전통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앞으로 '문화관광형시장'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시장디자인 환경개선, 점포 콘텐츠 개발 등 문화 콘텐츠 사업, 디자인 조형물 제작, 상인교육 등 혁신역량 강화사업과 프리마켓, 시장 내 행사 등 활성화 이벤트가 추진된다.안길도로에서 구룡포 시장 입간판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구룡포종합시장'이라는 이름이 걸린 박공지붕의 옛 장옥을 볼 수 있다. 이 장옥은 70년이 넘은 건물로 과거에는 잡어선(일명 고뎅구리) 경매어시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라 한다. 각종 고기들이 경매를 거쳐 시판되었고 일부 암컷대게(일명 빵게)는 일본으로 수출할 정도로 시장이 형성됐었다. 암컷대게의 포획이 금지되면서 '구룡포종합시장'은 점차 해체되었고 이후 창고처럼 쓰이며 방치됐다.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옛 장옥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모르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난다. 항구의 시장 또 어느 곳에서 이런 장옥을 만날 수 있을까.현재 구룡포 시장은 상설시장이면서 3일과 8일마다 오일장도 열린다. 장날 이른 아침이면 대보, 장기, 삼정, 구포, 오천, 동해면 등에서 온 할매들이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호박, 가지, 고추, 배추, 상추, 호박잎, 늙은 호박. 부추, 파, 깻잎, 양파, 마늘. 오이, 토마토 등 구석구석 크고 작은 밭에서 키운 것들이 많다. 1933년 구룡포에서 태어난 황보출 할머니는 팔십이 넘어 시인이 되었다. 가난 때문에 아홉 살 때부터 식모살이와 행상을 시작했고, 고깃배가 들어오면 고등어, 꽁치, 오징어를 한 '다라이' 받아서 팔았다고 한다. 결혼을 한 뒤에는 밭농사를 지으며 이랑 사이사이 호박과 무, 배추를 심었다. 밤 11시까지 일을 하고도 새벽 4시면 시장으로 채소를 팔러 나갔다. '새벽에 시장가면'이라는 할머니의 시에는 멀고도 생생한 시장 풍경이 눈앞에 흐른다. '새벽에 시장가면/ 검은 털신 신고 검은 비닐봉지도 같이 신었다/ 새벽바람 불어 춥다 나무 주워서 불 때고 발을 쬐는데/ 양말이 불에 타는 줄 몰랐다/ 국수도 있고 미역국도 있지만 1천500원짜리 밥도 못 먹고/ 집에 돌아오면 허리가 휘청였다/ 집에 와서 밥을 먹으면 목에 걸리지도 않고 잘 넘어갔다/ 그 밥으로 한평생 살았다.' 건어물가게에서 만원의 행복 주전부리 건어물 3종 세트를 사며 한 '다라이'에 담긴 바다를 생각한다. 질겅질겅, 집으로 향하는 차 안이 숫제 바다다.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공동기획: 포항시포항 구룡포항 바로 앞에 위치한 구룡포 시장에는 바닷가 시장답게 입구부터 해산물이 넘쳐난다. 소라, 해삼, 멍게, 새우, 가리비를 비롯해 국산대게·홍게, 러시아산 대게 등 게 종류가 유독 많다.시설 현대화 과정을 거친 구룡포 시장은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문화관광형시장'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2023.09.26
대구 공공의료기관의 한 축이었던 '대구적십자병원'…누적 적자 견디지 못하고 폐원
공공의료기관의 한 축을 담당했던 '대구적십자병원'은 지난 2010년 3월 폐원했다.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누적 적자'였다. 매년 적자가 10억 원씩 발생해 19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대구적십자병원은 지난 1961년 중구 남산동에 지상 5층, 지하 1층 연면적 6천278.13㎡ 규모로 개원했다. 이후 대구의료원과 함께 양대 공공종합병원으로 임무를 수행해왔다. 특히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우 긴 세월 동안 쪽방 주민, 노숙자, 새터민 등 대구 지역의 취약계층들 진료를 맡아왔다. 지난 2000년 6월부터는 매달 둘째·넷째 주 일요일마다 '외국인 무료진료'가 열리기도 했다. 해당 진료에는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카톨릭대병원, 파티마벼원 등에서 근무하고 있던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의사들이 나와 진료를 봐주기도 했다. 당시 진료를 받기 위해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들이 의자에 앉아 본인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지난 2007년부터는 대구시치과의사회가 이주노동자 치아 건강을 위해 무료진료에 나서기도 했다. 무료 치과 진료소의 경우 대구시치과의사회 회원들의 상금 등으로 3천만 원의 치과 장비, 치과 물품 등을 갖춰 운영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홀몸 노인들을 위한 '보호자 없는 병실 사업', '취약계층을 위한 건강검진사업' 등을 담당했다.대구적십자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A씨는 "중구 반월당네거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 저소득층을 위한 진료비 감면 혜택도 있어 대구적십자병원에서 진료를 자주 받아왔다"면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앞으로 어디서 진료를 받아야 될 지가 제일 막막했다"고 했다.진료 이외에도 대구적십자병원은 '헌혈'을 하기 위해 찾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임현주(여·43)씨는 "대구적십자병원 하면 헌혈을 한 기억이 가장 크다. 동성로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보니 약속 나간 김에 방문해 헌혈했다"면서 "당시에 헌혈하러 친구들과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대구적십자병원 폐원 추진이 이야기가 시작된 건 지난 2009년이다. 당시 대한적십자사 경영합리화추진위원회는 '경영 정성화방안 컨설팅 중간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대구적십자병원을 폐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대구의 경우 종합병원만 14곳이 있어 의료수요에 비해 의료기관이 2배 이상 달하는 등 포화상태여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대구적십자병원이 폐원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대구시민, 시민단체 등에서 많은 항의가 빗발쳤다. 2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는 성명을 내고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우 입원환자 중 67%가 의료급여 수급자다"면서 "구호병원 역할을 대구적십자병원이 하는데, 경영이 힘들다는 이유로 폐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많은 반대에도 대구적십자병원은 결국 지난 2010년 문을 닫았다. 이모(여·68)씨는 "어머니가 당뇨로 치료를 대구적십자병원에서 자주 받으셨다. 병원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매우 안타까워 하셨다. 어느 병원을 앞으로 다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다"면서 "노인분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했던 병원인데 사라진 게 아쉽다"고 했다. 대구적십자병원 소유주인 대한적십자사는 폐원 당시 매각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우 도시계획 시설상 '의료시설'로 용도가 지정된 데다 매매가가 250억 원대로 커 방치가 이뤄졌다. 건물 활용을 위해 지난 2014년 대한적십자사 대구시자는 해당 건물의 용도 변경을 신청한다. 이후 지난 2017년 2월 '도시계획 시설상 의료시설 외에 다른 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제약이 폐지되고 '중심상업지구'로 변경이 이뤄진다. 당시 대구적십자병원 활용 방안이 주목을 받았다. 2.28민주운동 60년을 맞아 관련 문화센터로 건립하는 방안, 공공의료 역사성과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공간 개발 방안 등도 제시됐다. 그러나 결국 지난 2020년 반도건설에 매각이 이뤄졌다. 반도건설은 해당 부지에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구경북의 사라지거나 희미해져가는 생활·문화를 기록하는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이 재정비를 마친 후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시즌2에서는 유통·문화·명칭의 변화 등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소중한 기억들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대구콘서트하우스·구 대구시민회관의 명칭 변경 전후와 관련한 기억이 있으신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또 대구 지역 토종 영화관 브랜드였던 '한일극장' '중앙시네마' '아카테미 극장' 등 영화관과의 추억이 담긴 일화, 대구의 공공의료기관이었던 '적십자병원', 대형마트 '까르푸' '홈플러스 1호점'과 관련한 기록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자여러분과 함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라져가는 삶의 기억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추억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연락(yooni@yeongnam.com)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대구적십자병원 전경. 대구적십자병에서 외국인노동자에게 무료 독감예방접종을 실시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지역의 취약계층들의 진료를 맡아왔다. 영남일보 DB외국인 근로자가 대구적십자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지난 2020년 대구적십자병원은 반도건설에 매각됐다.
2023.09.23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사람의 뼈를 통해 본 옛사람들의 질병②
옛사람들의 뼈에는 일상적인 행위 수준과 노동 강도를 짐작할 수 있는 병리 지표들도 확인된다. 특정 부위의 관절이나 근육을 많이 사용해 나타나는 병변은 성인의 뼈대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관절면의 퇴행성 변화, 근육과 인대가 붙는 뼈대 부위의 변형, 척추 관절면에 나타나는 쉬모를 결절 등이 대표적이다.사람 뼈의 퇴행성 관절 질환은 관절면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뼈와 뼈가 직접 접촉하면서 나타나는 병변으로 진단된다. 구체적으로 관절면에 작은 구멍이 생기거나 관절 주변부가 확장되고 심할 경우 관절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생긴 선이나 고랑, 표면의 광택(상아질화)으로 옛사람들이 앓았던 관절염을 알아낼 수 있다.5세기 중반에 축조된 조영CⅡ-1호묘의 주피장자는 뼈를 통해 볼 때 남성적 요소가 강하며 나이는 36~50세 정도로 비교적 많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사람의 대퇴골의 하단부에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았던 흔적이 확인되며 하악골에는 생전에 치아가 모두 결실되어 있어 여러 곳에서 퇴행성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사진1~2) 5C 중반 30~50세 상당수 男특정 근육 반복, 과하게 사용대퇴골 하단부 관절염 많아전쟁이나 사고 등 골절 부상팔·늑골 치유된 흔적도 확인근부착부위 뼈대 변형은 힘줄과 인대, 관절주머니가 뼈와 만나는 부위에서 발생하는데 반복적인 동작으로 해당 부위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외상, 염증,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조영1A-7호의 주피장자(36~50세 남성)의 쇄골(사진3)과 조영EⅡ-6호의 인골(21~35세 여성적)의 대퇴골 하단(사진4)에서 이 현상이 잘 관찰된다. 또한 조영1A-7호 주피장자(36~50세 남성)의 종족골(사진5)과 임당2호 북분의 주곽 인골(36~50세 남성)의 하악골(사진6)에서도 퇴행성 관절 질환이 잘 확인된다. 특히 임당5D2호 인골(36~50세 남성적)의 척추골에서도 퇴행성 관절 질환이 확인되는데 이 인골의 경우 흉추 12번과 요추 1번이 생전에 붙어있어 등뼈앞굽음증으로 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사진7) 쉬모를 결절은 척추의 디스크(척추사이 원반) 내용물이 척추몸통의 연골종말판 아래의 뼈로 파열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증상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기도 하고 척추후만증이나 외상, 대사성 질환과도 관련되어 있으나 옛사람 뼈에서는 주로 척추에 가해지는 역학적 스트레스에 의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증상은 조영EⅡ-7호의 주피장자(21~40세 남성)에게서 잘 확인(사진8)되는데 이 사람은 이 외에도 두개골의 다공성 과골화증, 치관 탈락 등 다양한 질병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골절은 외부의 힘에 의해 뼈가 부러지는 것을 의미한다. 힘의 정도에 따라 뼈에 다양한 종류(횡형, 사선형, 나선형 등)의 골절선이 나타날 수 있다. 골절이 된 후에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거나 충분한 혈액 공급 등이 없다면 원래 모습과는 다르게 치유될 수도 있다.임당유적 출토 인골 중에서도 골절이 발생한 후에 치유된 흔적이 확인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임당2호 북분 순장자의 인골이다. 임당2호 북분은 평면 명(明)자 형의 주부곽식 암광목곽묘로 주곽에 주피장자 외에 3명 이상의 순장자가, 부곽에도 2명의 순장자가 매장되었다. 이 중 부곽의 북서편에 머리를 북동으로 누워 있는 인골은 부곽의 함몰 시 충격으로 인해 많이 흐트러져 있었으며 인골은 머리에서 가슴, 그리고 두 다리 쪽으로 S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었다. 이 순장자는 최소 30대 이상의 성인으로 남성(적)이며 오른쪽 요골에서 골절 후 치유되었던 흔적이 확인되었다.(사진9) 이러한 고고학적 정황을 통해 볼 때, 이 남성은 생전에 주인을 모시던 순장자로 전쟁이나 어떠한 사고로 인해 팔이 부러졌으나 잘 회복되었던 삶의 이야기가 이 뼛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임당5D2호의 인골(36~50세 남성적) 중에는 늑골이 부러졌다가 생전에 회복(사진10)된 사례가 확인되기도 하며 조영1A-15호 주피장자(21~35세 남성적)의 경우에는 대퇴골이 골절(사진11)되기도 했다. 심지어 조영1A-7호의 주피장자(36~50세 남성)는 족골 중 일부가 골절되었다가 회복되기도 했다. (사진12) 이상을 통해 볼 때 옛사람들은 일상적인 행위에서 상당한 강도의 노동에 시달렸으며 반복적으로 특정 근육을 사용함으로써 관절염이나 뼈대 변형 등 퇴행성 질환으로 육체적 고통이 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현대인들도 많이 겪고 있는 무릎이나 허리 통증 등 관절 질환의 흔적이 뚜렷이 관찰된다. 또한 팔과 다리, 심지어 발가락과 늑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위에 골절이 있었으며 살면서 회복되는 과정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고대인의 질병에 관한 구체적인 모습은 영남대학교박물관 특별전 '사람 뼈로 본 옛사람들의 질병'(2023년 9월4일~11월30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2023.09.22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7] 검마산자연휴양림과 수비능이버섯축제…울창한 숲·시원한 계곡…별천지를 거닐다
지나는 버스정류장마다 반딧불이가 올라앉았다. 첩첩산중의 공기와 바람으로 아침마다 세수를 하는 듯 그 얼굴들 모두 환히 깨끗하다. 영양의 동북 끝인 수비면에 들어서는 길이다. 면 소재지에서 동쪽 구주령으로 향하는 88번 국도에 오른다. 곁은 밭이고 사위는 산인 10리길. 촌락은 대개 멀리서 포복한 듯한데, 마을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외딴집들이 박자를 서두르면 어느덧 신원2리가 길옆으로 바짝 다가온다. 집들을 관통해 좁은 임도를 따라 오른다. 초저녁부터 어둠에 싸이고 밤이면 별 비에 젖는 길이니 부디 이 산에 들 적에는 환한 대낮에 오시는 것이 좋겠다. 끝 모르는 길에 심장 소리 쿵쿵 울리다 저 앞에 강돌로 기둥을 세우고 나무줄기 걸쳐놓은 입구를 보고서야 큰 숨을 쉰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이다.◆검마산자연휴양림우선 팔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켠다. 공기가 달다. 울창한 활엽수와 노송의 골짜기다. 빛은 활엽과 침엽의 바람길에 고여 눈 닿는 자리마다 청량함뿐이다. 검마산(劍磨山)은 태백산 지맥이 동쪽으로 내려와 백암산으로 뻗어가는 가운데에 솟아 있다. 산세가 가파르고 꼭대기에는 바위만 있는데 정상부의 석골(石骨)이 마치 칼을 빼 든 것 같은 형상이라 하여 검마산으로 불린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은 그 북서쪽 계곡에 펼쳐져 있다. 골짜기에는 맑고 차가운 계류가 흐르고 물길 따라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 데크, 바비큐장, 취사장, 물놀이장, 샤워장 등이 오밀조밀 자리한다. 야외교실과 종합운동장, 등산로와 산책로, 삼림욕장, 숲속 도서관과 목공예체험 교실 등도 조성되어 있다. 시설물들은 소박하고 정감이 넘쳐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오직 숲뿐이다. 구역면적은 7천866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1천명, 최적 인원은 600명이다. 1997년에 문을 열었으며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관리한다.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산림문화휴양관이 보인다. 2층 건물로 19㎡ 크기의 4인실 객실이 16개 있다. 은하수, 오로라, 쥬피터, 오리온,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베가, 귀뚜라미, 반딧불이 장수하늘소, 고추잠자리, 주목,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 객실 이름이 영양답다. 복도는 1970년대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객실 문을 열면 리모델링되어 산뜻한 방과 깨끗하고 뽀송뽀송한 침구류에 씩 웃게 된다. 에어컨과 테이블, 접시와 컵 등의 각종 주방 물품과 냉장고, 정수기 등이 갖춰져 있다.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도 있는데 세면도구와 수건은 개인 지참해야 한다. 신선놀음하기 좋은 장기와 바둑판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숲으로 꽉 찬 창이다. 야영장은 두 곳으로 최대인원 6인인 13㎡의 데크가 24면 마련되어 있다. 전기사용이 가능(600W 제한)하고 온수도 유료로 사용할 수 있다.이 가운데 휴양관 7개 객실과 야영장 9면이 반려견 동반시설이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은 반려견과 동반할 수 있는 휴양림으로 이름 높다. 야영장 옆에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전용 놀이터가 있고 산림욕장 내에는 반려견 숲 놀이터와 전용 그네, 해먹, 자작나무 가마 등이 있다. 진심이 느껴지는 다정한 공간들에 견주들은 감동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산책과 숲속 명상을 통해 견주와 반려견의 유대감을 높이고 신뢰를 다지는 '댕댕이와 함께 떠나는 숲속 여행', 견주와 반려견의 관계를 성숙시키는 '오늘, 나 반려견의 반려인이 되다' 등의 체험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을 완료하고, 놀이터 외 장소에서는 목줄을 반드시 착용하는 등 기본 준수 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계곡물 소리와 숲의 바람 속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숲속도서관에 다양한 장르의 책이 4천권이나 있다. 고로쇠 수액 채취, 표고버섯 재배, 목공예와 야생화 화분 만들기 등의 체험도 진행한다. 숲 해설을 요청하면 하늘말나리, 나비나물, 며느리밥풀꽃, 도둑놈의갈고리, 수까치깨, 산여뀌, 주름조개풀, 옥잠난초 등의 야생화와 귀한 상황버섯, 광대버섯, 가지버섯, 운지버섯, 싸리버섯, 테두리 방귀버섯 등 작고 이름도 재미난 숲의 생명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산책로도 여럿이다. 입구에서 산림욕장까지 이어지는 숲 해설 코스가 있고 산림욕장에서 약수터를 거쳐 내려오는 숲 탐방로와 검마산 정상까지 오르는 3.56㎞의 등산로도 있다. 계절마다 아름다워지는 나무들과 곧게 뻗은 붉은 몸의 소나무들로 수다한 산. 검마산은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루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특히 휴양림 내의 송림은 '미림(美林)'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 산림욕장 위쪽에 도성사 절터가 있다. 조선 중기 이전에 경파당 스님과 신계단 스님이 창건 및 중흥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성사가 창건되면서 마을이 형성되어 옛날에는 절골 또는 사동리(寺洞里)라 했다 한다. 꽤 번창했다는 절은 19세기 말 폐사의 길을 걸었고 스님이 떠난 자리는 골짜기의 주민들이 작은 제당을 쌓아 지켰다고 한다. 지금은 오래된 부도와 최근에 세운 두 칸 법당이 그 자리를 지킨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터다. 조선 중기의 선비 문월당 오극성은 사찰을 방문한 뒤 '검마산에서 노닐며'라는 시를 읊었다. '티끌 세상을 벗어나 도방을 찾으니/ 마치 신선이 사는 곳에 이른 듯한데/ 우거진 고목에 그윽한 꽃이 피니/ 걸음마다 가벼운 노을이 좁은 길에 펼쳐지는구나./ 구름이 짙게 낀 곳에는 검은 표범이 숨고/ 높이 솟은 봉우리에는 푸른 새가 나는데/ 평생토록 부질없이 구름 낀 산을 동경하여/ 다시 가을바람을 기다리니 하늘이 서늘하구나.' 검마산 자연휴양림을 거닐면, 옛사람의 정취와 오늘의 정취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수비 능이버섯축제수비면은 해발 600m가 넘는 산들이 대다수인 산간벽지다. 아시아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반딧불이생태공원, 천문대가 있는 지역이 바로 수비면이다. 이 청정 오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준다. 쉽게 툭 내주지는 않지만 성심을 들이면 귀한 것들을 선사한다. 그중 하나가 능이버섯이다. 능이버섯은 야생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버섯이다. 토양은 물론 기후, 습도, 온도가 맞아야 자랄 수 있기에 아직까지 인공재배는 불가능하다. 순수 자연산 야생버섯인 만큼 생장 환경이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수비지역의 능이는 식감과 향이 뛰어난 최고급 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대도시 공판장에서도 최고상품으로 쳐준다.지난해 10월 수비면 발리리 체육공원 일원에서 제1회 '수비능이버섯축제'가 열렸다. 단 이틀의 축제기간 동안 5천여 명의 관광객과 소비자들이 축제장을 찾았으며, 능이버섯을 중심으로 송이버섯과 묵나물, 영양 특산물인 영양고추, 수비면의 토종 고추인 수비초 등 각종 지역 농산물의 구매가 이어져 20억원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특히 능이백숙, 능이무침, 수비두루치기, 수비약식 등 능이버섯으로 만든 음식들이 인기가 높았다. 축제에는 매년 10월마다 열리는 수비면의 가을 제천행사인 '수비무천제'와 주민 한마당이 펼쳐졌고 주민과 방문객들이 어우러진 '사랑줄다리기', 대박을 기원하며 박을 터트리는 '수비대박마당' 등 각종 볼거리 놀 거리도 풍성하게 진행됐다. 올해 제2회인 '수비능이버섯축제'가 10월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수비면체육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귀한 수비능이를 한 곳에서 잔뜩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개막 축하 공연과 풍물난장이 흥을 돋우고 다양한 이벤트 게임과 농산물 대박 경매도 열린다. 맥주 빨리 마시기, 농부들의 패션쇼, 능이 요리대회, 수비면민 노래자랑 등 주민과 방문객이 어우러지는 프로그램도 넉넉하고, 능이버섯의 맛을 알리는 능이 막걸리 페스티벌과 능이라면 나눔 시식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능이버섯은 갈참나무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갈참나무는 단풍잎을 가을 늦게까지 달고 있어 '가을참나무'란 뜻에서 이름 붙여졌단다. 능이버섯은 가을에만 채취할 수 있다. 그래서 생으로 된 능이버섯은 제한된 동안 그것도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가을이다. 능이버섯은 가을의 맛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영양군, 국립검마산자연휴양림, 한국지명유래집.영양의 동북 끝인 수비면에 위치한 검마산자연휴양림에는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뤄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검마산자연휴양림에는 야영데크를 비롯한 캠핑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19㎡ 크기의 4인실 객실 16개를 갖춘 산림문화휴양관.
2023.09.21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6] 산소카페 청송정원
청송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 건너편 야산에 걸린 '산소카페 청송군'이란 커다란 입간판이 보인다. 차창을 내리자 순간 콧속이 맑아져 눈이 똥그래진다. 전신을 감싸는 신선한 공기를 흡흡 욕심껏 삼킨다. 넘치게 마시고 삼켜도 좋다. 다 공짜다. 파천면사무소 앞을 지나 맑은 용전천 물길을 따라간다. 함께 혹은 저만치 앞서 반짝거리는 용전천은 로렐라이 같다. 그를 쫓아 두어 개의 산모롱이를 돌아서는 순간 꽃밭이 펼쳐진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은 꽃밭, '산소카페 청송정원'이다.용전천변에 축구장 19개 면적 꽃밭추석연휴~10월초까지 꽃 만개할 듯곳곳 포토존·전망대…주말 음악회송강리 습곡·한지공방도 둘러볼만◆산소카페 청송정원청송군 파천면 신기리 용전천변 일대는 지금 백일홍 꽃밭이다. 축구장 19개 면적에 달하는 13만6천㎡(약 4만1천평)의 땅에 300만 송이, 아니 1억 송이의 백일홍이 온갖 색으로 피어 있다. 꽃을 가꾼 사람들은 청송 군민들이다. 새마을회와 이장연합회 등 청송군 내 17개 단체와 주민들이 씨를 뿌리고 가꿔 백일홍 꽃밭을 만들었다. 꽃밭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1지는 청송사과협회가 심고 가꾼 모양이다.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라는 뭉클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12지는 청송군체육회의 솜씨다. '꽃길만 걷자'라는 전언에 볼이 통통해진다. 그네의자, 사과 모양의 벤치, 천국의 계단, '청송 드림' 거울 액자, 아주 커다란 전망대 의자들 등 각종 강렬한 원색의 조형물들이 꽃들 사이에서 포토존을 만든다. 그 속을 빨간 우산, 노란 우산을 쓴 사람들이 걷는다. 정원을 찾는 이는 누구나 청송 정원 입구 안내소에서 색 고운 우산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농특산물 직판장도 있고 청송군 새마을회에서 운영하는 작은 편의점도 있다.이곳은 '갯들'이라 불렸다. 태풍이 오면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던 천변의 땅이다. 2018년 태풍 '콩레이'가 휘몰아친 후 청송군은 용전천 제방을 높이고 흙을 돋우어 대규모 구릉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백일홍을 심었다. 2021년 꽃이 피어나자 '산소카페 청송정원'을 활짝 열었다. 평일 약 1천명, 주말 평균 약 5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정원을 찾아왔다. 꽃이 피어있는 9월부터 10월까지 2달 남짓한 운영 기간 총 10만여 명이 다녀가면서 청송정원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청송 군민 2만4천600명의 4배가 넘는 관람객이 찾은 것이다. 계절적 한정성에도 불구하고 '산소카페 청송정원'이 이처럼 단시간에 전국으로 알려진 것은 공중파 TV와 유튜브 채널, 다양한 사회 관계망 서비스 등을 활용해 적극적인 홍보를 펼친 결과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이 이곳에서 촬영되었고, 지난 3월에 방영된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의 아름다운 꽃밭도 바로 이곳이다. 백일홍은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온갖 색으로 피어났다가 서리가 내리면 진다. 꽃이 지고 들이 비워진 초겨울에는 청보리를 파종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청보리는 한 뼘쯤 새파랗게 자라나고 3, 4월이면 푸른 물결이 일 정도로 쑥쑥 자라 있다. 그러면 청송정원은 다시 열린다. 싱그러운 초록 물결 속에서 전국 동요제가 열리고 어린이날 행사도 열린다. 청보리의 끝부분이 노란색이 되는 황숙기에 접어들면 청송군은 청보리를 거둬들인다. 단백질 함량과 섬유소 등이 풍부한 시기에 수확한 청보리는 지역 축산농가의 사료로 쓰인다. 비워진 들에는 다시 백일홍 씨앗이 뿌려진다. 사람들은 날마다 그 꽃필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마침내 백일홍 꽃이 무더기무더기 피어나면 또 그렇게 꿈결 같은 시간이 이어진다. 2023년 가을의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지난달 29일 개장해 10월31일까지 약 2달간 운영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며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전면 무료로 개방한다. 올해 백일홍은 추석 연휴를 거쳐 10월 초순까지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구 수돗가에 가지런히 벗어둔 신발들이 보인다. 사람들은 꽃밭 사이로 난 마사토 길을 맨발로 걷는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안심 가로등'은 태양광 독립 발전으로 불을 밝힌다. 공공전기료를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착한 가로등이다. 중앙 무대에서는 주말마다 음악회와 버스킹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리고 매년 각종 축제와 다양한 지역 행사가 진행된다. 높이 18m의 회전계단형 전망타워도 있다. '산소카페 청송정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바로 곁을 흐르는 용전천의 모습도 보인다. ◆송강리 습곡과 청송한지장용전천 너머는 파천면 송강리다. 청송정원 제2주차장에서 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너면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 명소인 '송강리 습곡'을 볼 수 있다. 이곳 주민들이 주름 바위라 부르는 곳이다. 용전천 물가 비탈진 면에 자리한 습곡은 한반도가 형성되기 이전인 선캄브리아기의 암석으로 바위 전체에 깊고 촘촘한 주름을 가득 펼쳐놓고 있다. 주름 외에도 단층과 암맥 등 다양한 지질구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선캄브리아기 이후부터 중생대 동안 몇 번의 엄청난 지각 변동을 겪었다는 의미다. '송강리 습곡'은 그러한 멀고 긴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 주는 시간의 저장소며 '산소카페 청송정원'에서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멋진 시간이다. 산소카페 청송정원의 북쪽 경계에는 신기천이 흘러 용전천에 합류한다. 신기천 너머는 닥나무 밭이다. 그곳에 '슬로시티 청송'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한지 공방이 자리한다. 경북도 무형문화재인 이자성 한지장이 운영했던 공방으로 7대째 가업을 이어 전통 기법 그대로 한지를 만드는 곳이다. 기능 보유자인 이자성 한지장은 안타깝게도 얼마 전 타계하였고 지금은 그의 아들과 딸이 맥을 이어가고 있다. 파천면은 닥나무가 많아 신라시대부터 제지업이 성행했다고 한다. 조선시대부터 1920년대까지 파천면 신기리의 약 20가구가 청송한지를 생산해 왔는데 점차 지역에서 생산되는 닥나무의 양이 줄자 이자성 한지장은 직접 자신의 밭에 참닥나무를 재배해 한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백번의 손이 간다고 하여 백지라 불리는 청송한지는 참닥나무를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그 껍질을 말려서 다시 삶고 씻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한지는 질이 좋고 흡습력이 강하며 보존성이 좋아 서예가나 화가들이 널리 찾고 있다. 조선시대 청송의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 이 종이를 사서 가지고 갔다고 전해진다. 청송한지장에서는 청송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고 장인이 만든 한지 공예품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도 있다. 또한 부채 꾸미기, 가면 만들기 등 한지를 활용한 공예품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청송의 도시 브랜드 '산소카페 청송군''산소카페'는 청송군의 도시 브랜드다. '산소카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송은 거의 80%가 임야이며 전국에서 산소포화도가 가장 좋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청송군은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춘 고장이라는 이미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태관광도시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미세먼지 감축,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 친환경 축산 인프라 구축, 지방상수도시설 확충, 하수처리시설 증설 등 생태관광도시의 기반이 되는 세부적인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한 '청송 산림레포츠 휴양단지 조성' 등 관광 인프라를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큰비가 올 때마다 피해를 입던 갯들을 청보리밭이자 백일홍 꽃밭으로 변화시킨 것도 그 일환이다. '산소카페 청송정원'의 하류 홍수터에는 생물종 분석을 통해 보전가치가 높은 붉은점모시나비와 원앙 등의 법정보호종과 먹이사슬에서 생태적 지위를 가지는 여러 종의 복합서식지를 조성하는 등 생태계 복원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청송정원과 연계해 넘나들이 생태학습장, 힐링 탐방길 및 댐 수위 변화에 따른 단계별 생태습지, 생물다양성습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오늘날 청송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고 국제 슬로시티며 더 나아가 생태관광도시로 주목받고 있다.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청송군 파천면 신기리 용전천 변에 위치한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매년 9~10월이면 온갖 색을 띤 백일홍으로 가득찬다. 꽃밭 규모만 13만6천㎡에 달해 2021년 첫 개장 이후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부엉이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청송정원의 풍경을 조망하고 있다.정원 곳곳에는 사과와 커다란 의자 등 다양한 조형물이 놓여 있다.
2023.09.20
남한권 울릉군수 인터뷰 "생태관광 메카 조성 문화·교육·의료 개선 살고 싶은 울릉 완성"
"울릉도·독도 지원 특별법 제정, 울릉공항 개항과 기반 인프라 구축 등을 포함한 현안 사업에 군정(郡政)을 집중하고 군정 내실화와 현장 중심의 소통행정으로 군민에게 다가가겠습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기초시설을 정비·강화하고 울릉도·독도를 생태관광의 메카로 조성하는 데 전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남 군수는 "문화와 교육, 의료서비스를 개선해 주민복지를 향상하고 새 희망이 가득한 군민이 행복한 울릉의 완성을 위해 살고 싶고 행복한 울릉을 만들겠다"며 "열악한 지역의 의료 환경과 교육 환경 개선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울릉군 보건의료원에 입원실을 확보하고 전문 의사를 배치함과 동시에 118전대에도 군의관 인력의 배치를 지속해서 건의해 울릉군민의 건강한 생활을 위한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데 힘쓸 방침인 남 군수는 "관내 유일의 고등학교인 울릉고를 명문 학교로 육성해 울릉군이 아이를 교육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또한 아끼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남 군수는 민선 8기 남은 임기 동안 울릉도·독도 지원 특별법 제정, 울릉공항 개항과 관광 인프라 구축, 완전하고 안전한 일주 도로망의 기반 마련, 어항 시설 현대화와 항만 기능 확충,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기초시설 정비·강화, 생태관광의 메카 조성 등에 발 벗고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관광객 입도가 다소 늘어났지만, 농어업 등 지역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 남 군수는 "민선 8기가 출범한 후 산재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고뇌해 온 지난 1년의 값진 시간이 앞으로 헤쳐가야 할 많은 일의 해법이 되리라 생각된다"며 "지금 울릉군은 대변혁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 내딛는 걸음이 울릉의 미래 100년을 좌우하게 되는 만큼, 남은 임기 동안 공약사항들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남한권 울릉군수1
공항·특별법…6대 역점 시책으로 울릉도·독도를 띄운다
경북 울릉군이 6대 역점 시책사업으로 △울릉도·독도 지원 특별법 제정 △울릉공항 개항과 기반 인프라 구축 △완전하고 안전한 일주 도로망의 기반 마련 △어항 시설 현대화와 항만 기능 확충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기초시설 정비·강화 △생태관광의 메카 조성을 선정하고, '행복한 군민 다시 찾는 새 울릉' 만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울릉도·독도 지원특별법 제정 '울릉도·독도 지원특별법'이 지난 4월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되면서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들어간 가운데, 울릉군은 제정 촉구 서명운동과 범국민 온라인 서명운동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특히 남한권 울릉군수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와 정부를 여러 차례 방문해 특별법제정을 위한 설득에 나서고 있다. 울릉군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울릉도·독도 지원특별법은 '서해5도 지원특별법'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해5도 지원특별법은 종합발전계획이 5년마다 수립되고 연차별 시행이 가능하며, 모든 지역사업에 국비 80%가 지원된다. 또 노후 주택 개량 사업 지원과 정주 생활 지원금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정주 생활 지원금은 10년 이상 거주한 주민들에게 1인당 매월 15만원이 지원되고 10년 미만 거주자에게는 1인당 매월 8만원씩 지원되고 있다. 4인 가족의 경우 매월 60만원을 지원받는 셈이다. 울릉도·독도 지원특별법안의 내용은 크게 울릉군 종합발전계획의 수립, 주민 정주 환경 개선지원, 교육정책지원, 독도 환경정책 등 울릉군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과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담고 있다. 지난해 재정자립도가 11.6%에 불과한 울릉군은 대규모 투자사업을 국가재정의 의존 없이 별도로 추진할 수 없으며, 육지와 멀리 떨어진 도서 지역 특성상 상주인구 회복·증가는 기대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울릉군은 특별법의 올해 내 국회 통과를 위해 대국민 홍보와 서명운동 등 총력을 쏟고 있다. 군은 특별법이 제정되면 특별법에 규정된 울릉군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필수적 사업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육지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주지원금·주택개량지원·교육지원 등 주민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울릉공항 개항 울릉군 주민 숙원사업이었던 울릉공항은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입찰 참가 업체들이 중도 하차하면서 유찰 재공고가 잇따르기도 했지만, 2020년 착공 이후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울릉공항은 현재 3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울릉공항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건설한다. 항구에 대형 방파제를 축조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활주로를 구성하는 케이슨은 전체 30개 중 현재 19개가 제작 완료됐으며, 14개가 울릉도에 설치를 완료했다. 현재 제작을 마친 4개는 포항 영일만 신항에서 울릉도로 운반을 기다리고 있으며 동시에 나머지 케이슨 제작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21년부터 이어진 관급 자재와 철근 수급 불안정 등으로 공사가 다소 지연되기도 했지만, 올해부터는 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울릉군은 울릉공항에 취항하는 항공기가 기존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울릉공항 활주로 설계를 기존 50인승에서 8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크기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울릉공항 활주로 양쪽 옆 안전구역인 착륙대 폭을 기존 140m에서 150m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활주로 옆의 폭만 넓히는 것이어서 사업비가 많이 소요될 것 같지는 않아 계획 변경은 본공사에 반영되므로 공사 기간에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고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울릉군은 공항 개항에 맞춰 울릉공항을 중심으로 교통 편의성을 증진하고 주민과 관광객 모두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울릉공항이 건설되면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걸리는 이동 시간이 기존 7시간에서 1시간 정도로 줄어들고, 지역 주민의 교통서비스 향상은 물론 근거리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관광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릉군은 울릉도와 독도 일대에 국제관광 자유 지대 지정을 추진함과 동시에 대규모 해상 복합리조트와 국제 유람선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경북지역 공항과 울릉공항을 연계해 경북을 하나의 교통권역으로 묶어 통합하는 관광 프로그램도 추진해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길도 모색할 방침이다. ◆공공하수처리시설 신설 추진 울릉군은 울릉공항 개항에 맞춰 공항 부지 내 공공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현재 환경부에 사업계획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예산은 1천396억원으로 하루 처리용량 4천500t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다. 울릉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사업은 울릉군 서면 통구미를 포함해 울릉읍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를 적절히 처리하는 데 필요한 하수처리시설 및 하수관로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하수도 보급률이 전국 최하위인 울릉군(보급률 5.5%) 실정을 고려,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사회기반시설이다. 울릉군은 지난해 10월 부산지방항공청을 방문해 공공하수처리시설 부지를 울릉공항 내 조경부지 지하에 설치할 것을 원칙적으로 협의했다. 이에 따라 울릉군 하수도정비 기본계획도 공공하수처리시설을 개별 마을별 설치에서 통합 설치로 변경해 환경부 승인을 받은 상태다. 울릉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 사업은 하수처리장 5천㎥/일, 하수관로 신설 및 개량 38.7㎞, 배수 설비 2천77개 소, 오수중계펌프장 35개 소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민간제안서가 접수됐으며, 이달 중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적격성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군은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2026년 착공해 2029년에는 준공할 방침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울릉읍(서면 통구미 포함)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의 적정 처리로 수질오염 및 해양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어 생태계 보전과 지속할 수 있는 청정 섬 생태관광 활성화가 가능해진다. 특히 건축물 신축·증축·개축 및 용도변경 시 개인 하수처리시설 설치 면제로 건축주의 건축용지의 효율적 활용 및 건축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어 주민 정주 여건 및 복지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울릉공항 조감도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해상에 건설 중인 울릉공항 조감도.
[경산 뉴 파노라마 .7] 경산시민의 안식처 남천
경북 경산은 억겁의 세월, 하천이 빚어낸 비옥한 땅이다. 지역 곳곳에는 금호강과 여러 지천들이 만든 충적평야가 펼쳐져 있다. 해발고도가 낮고 기복이 거의 없는 땅이 경산에 유독 많은 이유다. 경산지역을 유유히 흐르는 여러 하천 중에서 남천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도심의 형성이 남천을 따라 이뤄졌기 때문이다. 경산 시민의 삶, 그 중심에서 역사를 함께 만들어 온 남천은 지금도 휴식과 여유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산 뉴 파노라마' 7편에서는 지역의 대표 하천이자 시민 안식처인 남천에 대해 소개한다.해발 696m 용각산서 물줄기 시작남천면·경산도심 지나 금호강으로농업용수·휴식공간 등 다양한 기능내년까지 50억 들여 생태복원사업물놀이장·파크골프장·습지 등 조성◆남천을 따라 발전한 경산경산의 주요 하천은 크게 4개로 나뉜다. 북쪽지역을 동서로 지나는 금호강(琴湖江)과 금호강에 합류하는 지천인 남천(南川)과 오목천(烏鶩川), 청통천(淸通川)이다. 용각산에서 발원한 남천은 북류하며 남천면과 경산 도심을 지나 금호강에 흘러든다. 구룡산에서 시작된 오목천은 용성면과 남산면을 거쳐 금호강에 유입된다. 팔공산에서 태동한 청통천은 와촌면과 하양읍을 흐르다가 금호강을 만난다. 이들 하천은 모두 경산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젖줄'이다. 특히 남천은 경산을 대표하는 하천으로 손꼽힌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위치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경산은 남천을 따라 아파트 등 주거밀집지역이 형성되며 도시로 성장해 왔다. 남천의 역사가 곧 경산의 역사인 셈이다. 남천의 물줄기는 용각산(해발 696m)에서 출발한다. 용각산은 청도 매전면 두곡리와 경산 남천면 하도리의 경계에 우뚝 솟은 산이다. 남천은 남부동, 중방동, 서부1동, 서부2동, 북부동 등 경산 도심을 관통해 대구 수성구 매호동에서 금호강에 합류한다. 남천의 전체 유로는 22.5㎞, 유역면적은 109.4㎢다. 남천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남쪽에서 흘러오는 하천'이라는 뜻이다. 경산의 다른 하천들과 달리 백악기 안산암질암류(安山巖質巖類)가 기반암을 형성하고 있다. 그 때문에 남천 둔치 면적은 다른 하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지 않은 편이다. 남천의 좁은 골짜기는 남부지방으로 통하는 중요 교통로 역할을 한다. 대구부산고속도로, 경부선, 국도 제25호선, 지방도 제925호선 등 주요 교통망이 남천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남천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하천이다. 농업 용수로도 쓰이고 여가·생태를 위한 도시하천 역할도 한다. 실제 남천 상류는 머루포도 등이 재배되고 있고, 중류는 도심지역, 남천과 금호강이 만나는 하류 지역에는 넓은 충적평야가 형성돼 벼농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생태환경을 가진 하천습지도 하류지역에 위치한다.남천은 경산 대부분의 동(洞) 지역을 관통한다. 경산 전체 인구 28만여 명 중에서 동 지역에 약 60%의 인구가 모여 산다. 남천 둔치에는 야외공연장(중방동)이나 은호공원(중방동), 남천 파크골프장(북부동) 등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 또 남천에는 남천동자전거길과 남천서자전거길을 비롯해 산책로와 벽화, 야간조명 등이 곳곳에 꾸며져 있다. 남천 둔치에서는 '시민건강 걷기대회'나 '경산 청소년가요제&댄싱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남천, 자연생태하천으로남천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경산시는 남천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는 '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 동안 사업비 50억원을 들여 남천을 본래의 자연성과 생태적 기능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복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다 건강한 하천으로 만들어 도시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시민 만족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또 남천을 랜드마크화해서 경산시민뿐만 아니라 인접한 지역의 주민들도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사업은 남천면과 남부동을 잇는 백농교부터 경산과 대구의 경계인 북부동까지 총 5.5㎞ 구간에서 이뤄진다. 우선 경산시는 탄성포장, 저수로, 하상호안 등 준공 11년이 지난 자연형 하천 노후 시설물을 재정비한다. 또 분수, 경사로, 산책로, 보행등을 만들고 벽화를 그려 시민들이 휴식하기 좋은 친수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할 생각이다. 특히 이번 사업을 통해 남천은 물놀이장과 파크골프장, 가동보, 맨발산책로, 수변광장, 경관조명, 생태습지 등이 새롭게 들어서며 외형적으로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천 물놀이장은 현재 서부1동과 남부동을 잇는 백옥교 상류 좌안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경산시는 기존 물놀이장을 리모델링해 지역 최대 규모의 공공 물놀이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남천이 지나는 도심지역에는 아이를 둔 젊은 부부가 많아 여름철 물놀이장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남천 물놀이장 옆에는 새로운 파크골프장도 들어선다. 현재 남천 북부동에는 기존 파크골프장 1곳이 운영 중이다. 경산시는 이와는 별도로 9홀 규모의 새 파크골프장을 만드는 방안을 수립했다. 현재 경산에는 20여 개 클럽, 600여 명의 파크골프 회원들이 활동 중인데, 매년 동호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25~26일 경산 남천 파크골프장과 하양 파크 골프장에서는 '제9회 삼성현배 전국 파크골프대회'가 경산시체육회 주최, 경산시파크골프협회 주관으로 열리기도 했다. 경산 서부2동과 중방동을 잇는 공원교 상류에는 하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가동보도 설치된다. 공원교 일대는 남천 둔치 야외공연장과 은호공원 등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다양한 행사가 자주 열린다. 경산시는 공원교 상류에 가동보를 운영해 남천 수변경관을 개선한다. 또 중방동 보도교 일원에 800m 길이의 힐링산책로가 조성된다. 이곳에 수변스탠드, 벽천, 실개천 등 다양한 친수시설과 문화행사 공간 등이 어우러진 수변광장을 만들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서부2동과 중방동을 잇는 영대교와 서부1동과 중방동을 잇는 경산교, 공원교에는 경관조명이 설치돼 아름다운 야경이 연출될 전망이다. 남천 중상류에는 수질 개선과 아이들의 생태 학습을 위한 생태습지가 만들어진다.이외에도 경산시는 남천을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태하천으로 조성하기 위해 다른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지난 4월7일 관련 부서 공무원 10여 명과 함께 직접 '2023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남천의 생태하천 사업에 접목할 만한 우수한 사례들을 발굴했다.경산시는 조현일 시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남천 자연형하천 종합정비계획'을 통해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지난해 10월 '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 사업예산편성 및 추진계획(안)'을 마련하고, 올해 4월에는 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착수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실시설계용역도 시작했다. 경산시는 내년까지 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한 빨리 각종 용역을 마무리한 뒤 오는 11월 공사를 발주해 내년 말까지는 조성사업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손영억 경산시 하수도과장은 "여가 및 소통의 공간인 남천을 시민이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정비하겠으며, 한발 더 나아가 부족한 하천유지수를 확보하고 경관 개선 및 주민 편의시설을 확충해 보다 편리하고 아름다운 수변환경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경산의 주요 하천인 남천은 남부·중방·서부1·서부2·북부동 등 도심을 관통한다. 둔치에는 자전거길을 비롯해 야외공연장과 은호공원, 남천 파크골프장 등 시민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보라색 맥문동이 예쁘게 피어있는 남천 숲길 산책로에서 시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야간 조명이 켜진 남천 보도교의 밤 풍경. 다리 아래에는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경산의 젖줄이자 휴식처인 남천 둔치는 어두운 밤에도 운동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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