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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8) 일본서 12월31일 밤에 먹는 음식 이것은...
2020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연말연휴가 시작됐다. 일본의 연말 행사 중 빼놓을 수 없는 걸 꼽으라면 지난주(7회) 소개한 '대청소' 외에도 '연말음식 먹기'가 있다. 연말음식 중에는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가 있는데, 일본에 온 후 매년 챙겨 먹고 있다. 토시코시소바는 12월31일 저녁에 먹는 소바(메밀 국수)다. 끊어 먹기 쉬운 소바를 한 해의 마지막 밤에 먹음으로써 액운도 끊어 잘라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이외에 가늘고 긴 소바처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 차가운 소바를 먹을 것인지, 따뜻한 소바를 먹을 것인지, 튀김 등 곁들어 먹을 것을 추가할 것인지 먹는 방법이나 먹는 시간대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난 회사 근처 소바 전문점에서 차가운 소바와 함께 새우튀김 먹는 것을 좋아한다. 번외편으로 '토시코시우동(年越しうどん)' '토시코시라멘(年越しラーメン)' 등의 면요리가 있다. 일본에서도 연말연휴가 되면 지인과 함께 망년회 등 모임에 참석하거나 해돋이 구경하러 가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렵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출입국 절차도 까다로워져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일본 정부는 28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영국발 변종 바이러스 유입까지 확인되면서 비상이 걸린 것. 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도 28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중단됐다. '에휴~. 황금연휴를 이국땅에서 집콕해야 하다니…' 고향인 대구에 잠시 다녀갈 수도 없는 필자에게 이번 연휴는 더욱 아쉬운 시간이다. 2018년 일본으로 건너온 후로 매년 이맘때면 귀국해서 대구에서 열리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구경하곤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에서의 새해 맞이는 올해가 사실상 처음으로 기록되겠다. 얼굴을 직접 마주하며 새해를 맞이할 수 없어 아쉽지만, 메신저와 통화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건 그나마 다행. 문명의 이기가 문명의 쇠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럴 땐 분명 축복임이 분명하다. 지인들과 영상 통화를 하면서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고, 집 베란다에서 해돋이를 감상하려 한다. 또 서로 각자의 장소에서 본 해돋이 사진을 공유하며 새해를 맞을 계획이다. 학교 다닐 적 얘기 등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떠올린 추억의 장소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등 실제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며 연말 '감성'에 젖어보려 한다. 어쨌든 2021년은 소처럼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라이풀은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2년 전 지인이 일본 후지산 정상에서 촬영한 해돋이 장면.▲출처:위키피디아(https://ja.wikipedia.org/wiki/%E8%95%8E%E9%BA%A6)
2020.12.28
[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7) 현관문에 달린 저게 걸이형 방충제였다고?
일본생활 3년차인 필자는 매년 연말 대청소를 실시하면서 부족한 생활용품을 다시 채워 놓곤 한다. 오늘은 일본에서 유용하게 쓰고 있는 생활 꿀템들을 소개하려 한다. ◆ 주방·욕실 청소용품집안에서 가장 이용이 많은 장소는 단연 주방과 욕실이다. 돌아서면 물때와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배수구망과 배수구 필터, 청소용 시트만 있다면 편하게 청소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새것으로 교체해 줘야 하기 때문에 다이소 등의 100엔샵에 갈 때마다 항상 구매한다. 사실 욕실의 고무패킹을 청소하거나 물때·곰팡이를 제거할 땐 만만찮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청소 세제 ‘카비키라(カビキラー)’가 유명한데, 효과가 탁월해 특대 사이즈로 구매해 놓고 사용하고 있다. 효과가 강한 만큼 냄새를 오래 맡거나 맨손으로 만지는 것은 좋지 않기에 비닐 장갑 및 마스크 착용과 환기는 필수다.◆제습제·방충제·살충제 일본에서 살아 보니 이곳 여름은 한국보다 더 습도가 높은 것 같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도쿄의 평균 습도는 무려 89%에 달했다. 곰팡이나 벌레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에 집 내부의 습도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필자는 따로 제습기를 설치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구입한 대용량 제습제와 천연 방충제를 집안 곳곳에 놔두고 에어컨 및 환기로 습도 관리를 했다. 제습기가 없다면 제습제라도 꼭 놔둘 것을 추천한다. 일본 가정을 방문하다 보면 현관문이나 베란다, 창가 등에 특이한 물건이 걸려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게 뭐지 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알고 보니 문을 열고 닫을 때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해 주는 걸이형 방충제였다. 벌레를 싫어하는 필자에게도 이젠 집안의 필수품이 됐다. 사용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잊지 않고 꼬박꼬박 사둔다.한국 네티즌들이 바퀴벌레를 ‘바선생’이라고 부르듯 일본에서는 ‘G씨(Gさん)’라고 부른다. 일본어 ‘고키부리(ゴキブリ)’의 철자를 따온 것. 집안에서 G씨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먹이캡과 살충제를 샀다. 교체 시기와 유통 기한 등을 체크해야 한다.◆주방·실내 환기구 필터 및 환기구용 방음 필터 집안을 청소하다 보면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레인지 후드와 실내 환기구다. 소홀히 하면 기름때로 인해 레인지 후드에 소음 등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실내 환기구 쪽 벽면이 시커멓게 오염되는 등 무서운 후폭풍(?)이 올 수 있기에 연말만큼은 꼭 청소하고 있다. 일본 맨션이나 아파트에서는 주로 실내벽에 통풍구(환기구, 공기 흡입구)를 설치한다. 외부 공기가 들어와 환기가 충분히 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필자의 집에도 두 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매번 환기 기능을 작동시킬 때마다 발생하는 미묘한(?) 소음이 엄청나게 거슬렸다. 다행히 아마존에서 쓸만한 방음 필터를 찾을 수 있었다. 소음을 완벽하게 없애는 것은 힘들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레인지 후드와 환기구의 경우, 집집마다 설비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구매 전 사이즈 확인은 필수다.오늘 소개한 물품은 모두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것들이다. 일본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라이풀은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일본에서는 욕실 배수구망, 싱크대 배수구망, 전자레인지·냉장고 청소 시트용, 만능 클리너 시트, 배수구 필터 등 다양한 주방·욕실 청소용품이 판매되고 있다.곰팡이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청소 세제 ‘카비키라(カビキラー)’일본 여름은 습도가 높아 각 가정에서 제습제와 천연 방충제를 구비해 사용하고 있다.일본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걸이형 방충제.바퀴벌레 먹이캡과 살충제레인지 후드 필터와 실내 환기구 필터.실내 환기구용 방음 필터.
2020.12.21
[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6) 일본동료의 질문 "손가락하트는 언제 써?"
재미있게 본 드라마나 영화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소통 매개체로 아주 유효한 수단인 것 같다. 여기 일본에서도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약방의 감초 같은 주제가 바로 드라마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비록 서로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정서가 달라도 큰 문제는 안 된다.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등으로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누구나 친구가 된다. 요사이 회사 동료들과 추천 작품을 서로 공유하고 감상평을 나누는 일이 잦아졌다. 아마도 코로나19가 낳은 비대면사회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일본 동료들은 한국 영화나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일본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 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 TV 프로그램의 경우 오늘의 TOP10 중 세 작품이 한국 드라마다. 오늘의 TOP10 영화에서도 한국영화가 랭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도 총 123건의 한국 작품이 서비스(12월 13일 기준)되고 있다. 특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사랑의 불시착’ 등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 드라마인데, 실제로 회사 동료로부터 ‘사랑의 불시착’에 나온 손가락 하트가 어떤 상황에 주로 쓰이는지, 정확한 제스처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도 있었다. 정작 그 드라마를 본 적 없던 나는 알고 있는 대로 열심히 설명했고, 그 후 ‘사랑의 불시 착’을 보지 않았음을 고백하자 무척 재미있다며 거꾸로 추천을 받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결국 그의 말에 따라 주말 내내 ‘사랑의 불시착’을 정주행했었다.필자는 주로 일본의 유명한 TV 프로그램이나 일본 현지인들만 알고 있는 숨겨진 명작 영화 등을 추천받는 걸 좋아한다. 호러나 미스터리를 선호해서 그쪽 장르로 많이 추천받았는데, 덕분에 지난 여름을 오싹오싹하게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일본어 실력 향상은 덤이다.이렇듯 재미있게 본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함께 얘기하다 보면, OST를 주연 배우가 불렀다거나 손가락 하트가 어쩌다 생겼는지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서로의 취향뿐만 아니라 문화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화제인 것 같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라이풀은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오늘 일본의 TOP 10 TV 프로그램에서 5위와 6위에 각각 랭크된 한국 드라마 '스타트업'과 '사랑의 불시착'.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는 한국 드라마가 적지 않게 소개되고 있다.일본 드라마 ‘당신 차례입니다(あなたの番です)’출처 PR TIMES(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103.000023394.html)
2020.12.14
[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5) 게임 곁들인 온라인 회식 유행...'마피아 게임' 인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인들과 만나기 힘든 요즘, 일본에서는 'ZOOM회식(ZOOM?み?)'이나 'LINE회식(LINE?み?)'과 같은 '온라인 회식'이 유행하고 있다. 화상 회의 프로그램과 메신저 앱 등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회식 자리를 갖는 것인데, 화상으로 얼굴을 마주하며 먹고 마실 뿐만 아니라 각종 게임에도 함께 참가할 수 있어 오프라인 못지않게 즐길 수 있다. 게임 중에서는 '늑대인간 게임(人狼ゲ?ム)'이 가장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마피아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수의 늑대인간 팀과 다수의 시민 팀으로 나뉘어져 상대팀을 전멸시키기 위한 논쟁을 계속해야 하는 게임이다. 일본에서는 TV 프로그램으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게임 역할 별로 일정 수의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명이 모인 온라인 회식에 최적화된 게임이다. 실제로 직장 동료와의 회식 자리에서 해본 적이 있는데,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스스로를 열심히 변호하거나 상대를 의심해서 몰아가다 보니 일본어를 엄청 사용하게 됐다. 그날 하루는 정말, 일본어에 통달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회사 일이 아닌 일상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거나 협력하기 때문에 서로의 성격 등을 더 잘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혹시 일본에서 일본인과 회식 자리를 갖고 분위기를 띄우고 싶다면 이 게임을 강력 추천한다. 이외에도 그림 끝말 잇기(?しりとり), 수수께끼(なぞなぞ) 등 클래식한 게임들도 온라인 회식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제격이다. 가끔씩 화면 너머로 지인의 가족분들이나 반려동물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인사를 나누고 함께 게임을 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회식뿐만 아니라 사내 세미나, 팀 빌딩(팀원들의 작업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켜 조직의 효율을 높이려는 조직개발 기법) 등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있어서 매번 재미나게 참가하고 있다. 다음번에는 어떤 게임이,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될지 기대하고 있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라이풀은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구글 플레이에 있는 늑대인간 게임 앱. 유명한 만큼 여러가지 앱이 서비스되고 있다.ZOOM과 LINE의 모바일 앱 아이콘
2020.12.07
[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4) 코로나19에 망쳐 버린 휴가
한국이든 일본이든 직장인에게 최고의 날은 뭐니 뭐니 해도 공휴일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일본에서는 공휴일을 '축일(祝日)'이라고 일컫는데, 2020년의 축일은 총 16일이다. 축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그 다음의 평일을 휴일로 하는 대체휴일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축일과 일요일이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축일을 월요일로 옮긴 '해피 먼데이 제도(ハッピーマンデー制度)'도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체감상 한국보다 휴일이 자주 있는 느낌이다. 5월 초에는 골든위크, 9월 말에는 실버위크와 같은 황금연휴도 있기 때문에 계획을 잘 세운다면 일주일 이상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축일이면 일본 어디를 가도 사람으로 붐빈다. 이 때문에 축일이 끝나고 나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 역시 '빨간 날'이 아닌 '까만 날'에 여행가는 것을 좋아한다. 더더욱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연휴 때마다 종일 집에만 있었다. '까만 날' 집에서 40분 거리의 가마쿠라(神奈川県鎌倉市)에 조심스레 다녀온 것이 올해 휴가의 전부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골든위크 때 교토나 디즈니랜드에 놀러 가거나 대학 동기들과 잦은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올핸 휴가를 써도 갈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있다 보니 연휴를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만 열심히(?) 했다. 결국 상반기 휴가 사용이 너무 적어서 직장 상사로부터 휴가 사용을 적극 권유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겼다. 올 연말은 더욱 우울할 것 같다. 지난해까지는 회사 사람들과 망년회를 가지며 일본에서의 한 해를 마무리한 뒤, 한국에 돌아가 2주간의 대형(?) 휴가를 즐겼다.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나만의 연례 행사였던 것.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이 못된 녀석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그저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길 기원하고 있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라이풀은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일본 인기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지로 유명한 가마쿠라. 이곳은 촬영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일본에서는 공휴일을 축일이라고 부른다. 올해 축일은 총 16일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을 해야 하는 '슬픈 날'로 바뀌었다. 일본의 2020년 달력. 출처 美人のマネ活(https://money.rakuten.co.jp/woman/article/2020/article_0095)
2020.11.30
[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3) 재택근무 메신저·메일 때문에 멘붕 빠지다
일본 내 코로나19 유행으로 여러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 또한 재택근무가 중심이 되면서 사무실로의 출퇴근은 극히 제한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 안팎에서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는데, 특히 외국인의 입장에서 사내 메신저나 업무 메일에서 사용되는 일본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일본어는 다양한 경어 표현만큼이나 뉘앙스의 차이가 많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땐 사실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하지 못해도 표정이나 바디랭귀지로 커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신저나 메일은 다르다. 정확한 표현이 아니면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도 있고, 업무에 혼선을 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엔 메신저와 메일을 사용할 때 가급적 단순하고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게 됐다. 한마디로 주눅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업무가 단순한 문장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보니 '멘붕'이 오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비대면 업무로 전환된 후 복잡한 내용의 일본어를 작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는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매순간 완벽한 의미 전달을 위해 머리를 싸매야만 했다. 나름 일목요연하다고 생각한 보고 내용이 의도와는 정반대로 전달되거나 상대가 같은 내용을 되물어올 때도 있었다. 그래서 방금 보낸 내용을 구구절절하게 풀어서 다시 적어 보내기도 했다. 상대가 재확인을 위해 온라인 미팅을 요청할 때면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부족한 일본어 실력에 힘이 빠진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각종 어휘나 표현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해결책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엘리트 상사가 사용하는 어휘를 따라하는 것이었다. 특히 그룹을 이끄는 매니지먼트 라인에 있는 상사들의 일본어를 따라하는 것이 좋다. 회사 안팎으로 교류가 잦기에 다양한 상황에서의 표현 스킬과 어휘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와의 메일에는 세일즈 그룹 리더의 일본어를, 엔지니어 간 연락에는 사업추진 그룹 리더의 일본어를 따라하면서 일본어 스킬이 크게 향상됐다. 되묻거나 다시 확인하는 일이 없어지자 업무 효율도 올랐다.예의와 정확성을 중요시하는 상사의 스타일 덕분에(?) 20대 치고는 무척 사무적이고 딱딱한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 회사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일상 생활에서 무심코 회사에 있을 때처럼 얘기해 버리는 바람에 대화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분위기 메이커로 평판이 좋은 동료 사원의 일본어를 참고할 생각이다. 회사에서 마주치는 모든 일본인과의 대화는 앞으로 사용할 일본어의 밑바탕이 된다. 이를 잘만 응용한다면 회사에서나 일상에서나 일본어 사용에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라이풀은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메신저에서는 인사말이나 감사 표현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일본어 문장이 자동 완성되고 있다. 위에서부터 '수고하십니다' '확인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2020.11.23
[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2) 정말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먹거리
올해로 일본생활 3년차가 됐다. 도쿄와 요코하마 사이에 위치한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神奈川県 川崎市)에 살고 있다. 직장은 도쿄도 치요다구(東京都千代田区)에 있어 지하철로 출퇴근하는데, 대략 40분이 걸린다. 지금은 먹고 사는 것에 큰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초기엔 낯선 이국땅에서 한없이 외롭고 막막하기만 했다. '혈혈단신이란 말은 이럴 때 쓰게 되는구나.'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랄까. 알고 있는 것이라곤 업무에서 쓸 수 있는 일본어와 회사까지 가는 방법이 전부였을 뿐, 생활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는 것이 없으니 살림살이 또한 형편없었다. 평일엔 아침·점심·저녁 세끼 모두 회사 근처에서 해결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 이유도 있었지만 식재료를 어디서, 어떻게 구입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집에서는 정말 잠만 잤다. 한 달 전기세가 1천543엔(한화 약 1만6천300원) 밖에 나오지 않았을 정도(지금은 평균 2천500엔 정도 나온다). 할 수 없이 주말만 되면 뻔질나게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를 들락거렸다. 한국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환경이면 마음이 편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이는 일본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리아타운까지 교통비는 왕복 940엔이지만, 외식비는 한끼에 3천엔(한화 약 3만2천원) 정도 썼다. 먹는것에 돈을 많이 써서 저축도 힘들었다. 기실 알고 보면 코리아타운에 가보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서 온 젊은 여성이 홀로 일본생활을 하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다는 게 현재까지 내린 결론이다. 일본의 생활방식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꽤 많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턴 더 이상 신오쿠보에 발걸음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본에 대해 하나 하나 알아 가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먹거리다. 한국 음식이 생각나면 동네 마트에서 장을 봐 집에서 해먹으면 된다. 의외로 한국산 식자재를 파는 곳이 여러 곳 있어서 놀라웠다. 주로 칼디 커피 팜(KALDI COFFEE FARM, 이하 칼디)이나 교무슈퍼, 대형마트 등에서 장을 본다. 특히 칼디는 세계 각국의 식료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다양한 향신료·소스·와인 등을 구입할 수 있다.온라인 쇼핑은 아마존(Amazon)과 아이허브(iHerb)를 이용하는데, 생수· 쌀·영양제 등 매달 정기적으로 물건을 구입할 때 유용하다. 그 외에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스포티파이(Spotify)를, 인공 지능 스피커로는 아마존 알렉사(Amazon Alexa)를 사용하는 등 한국에서의 생활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지내고 있다.말은 이렇게 했지만 타국에서의 홀로서기는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주변 상가에 들러 어떤 물건을 파는지 발품을 들여 눈으로 확인해야 할 때가 많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잘못 사서 쩔쩔매기도 했다.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이제서야 사람답게 살고 있는 듯하다. 일본 생활을 막 시작했다면, 가장 먼저 주변을 먼저 둘러보기를 권한다. 조금만 발품을 팔아도 나에게 필요한 것,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라이풀은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칼디 커피 팜(KALDI COFFEE FARM) 전경. 세계 각국의 식료품을 취급하고 있다.칼디 커피 팜(KALDI COFFEE FARM)에서는 핫도그·쌈장·된장·고추장·삼계탕·다시다 등 코리아타운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한국산 식자재를 모두 구입할 수 있다.칼디 커피 팜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칼디 커피 팜에서 판매하고 있는 한국라면.처음 대형마트에 갔을 때 떡볶이·닭갈비·잡채·삼계탕·순두부찌개·육개장 등 한국에서 즐기던 음식이 진열돼 있어 무척 놀랐다.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2020.11.16
[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1) 주민등록증이 없었던 나라
"(디지털청의) 열쇠는 마이 넘버 카드. 2년 반 후에는 국민 모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마이 넘버'란 일본에서 주민표(한국의 주민등록등본에 해당)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여받게 되는 열두 자리 번호다. 한마디로 일본판 주민등록번호인 셈. 일본에서는 '개인 번호'라고도 불린다. 이 번호를 바탕으로 제작된 마이 넘버 카드가 바로 한국의 주민등록증 역할을 한다. 최근 마이 넘버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일본에선 주민등록등본만 있었을 뿐, 주민등록증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었다. 한국에서 온 필자로서는 그저 이상하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카드 신청은 의무가 아니지만 주민등록증의 나라에서 온 만큼 거리낌 없이 신청했다. 2018년 일본에 갓 도착해서 처음으로 본 행정업무이기도 했다. 카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꽤 수고로웠는데, 막연히 한국처럼 금방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가 애를 먹었다. 2년 전 일이라 현재 절차와는 다를 수 있다. 전입 신고일로부터 3주 후면 우편으로 통지카드와 카드 교부 신청서를 받게되는데 이름, 주소, 생년월일, 성별, 개인번호만 적혀 있고 얼굴 사진이 없으므로 본인 확인에는 사용할 수 없다. 개인 번호만 증명할 수 있는 종이 카드인 셈이다. 통지 카드에 적힌 개인 번호로 카드 교부 신청서를 작성하여 접수하면 끝. 온라인 접수도 가능하기에 스마트폰으로 접수했다. 이제 교부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교부 통지서를 기다리면 되는데, 약 한 달이 걸린다. 1개월 3주 동안의 교부 준비가 완료되고, 드디어 교부일이 돼 구청을 방문했다. IC칩 내장 카드여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전자 증명서 설정이 필요했다. 서명용 증명서와 이용자 증명서 두 가지를 설정해야 하는데, 주민등록증 1개에 공인인증서와 카드 비밀번호가 모두 설정돼 있는 느낌이다. 입력 오류 5회 이상으로 락이 걸리면, 구청에 직접 가서 해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외국인 경우, 재류(在留)카드 갱신에 맞춰 마이 넘버 카드의 유효 기간도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구청으로 직접 방문해야 한다. 나름 고생해서 카드를 만들었지만, 은행업무나 연말정산 때 개인 번호를 증명하는 것 외에는 사용한 적이 없어서 허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2020년 특별정액급부금(일본의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청 방법이 공개되자, 카드를 만들어 놓길 잘했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특별정액급부금 온라인 신청에 마이 넘버 카드가 필수였던 것. 구청에는 카드 교부 신청을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기본 대기 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겨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전자 증명서의 비밀번호 재설정을 위해 찾은 사람도 함께 몰려드는 바람에 구청은 매일같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카드 교부 준비 기간도 2개월 이상이 걸리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필자 또한 비밀번호를 잊어버렸기에 재설정을 위해 구청을 방문해야 했다. 휴가까지 내 아침 일찍부터 대기한 결과, 1시간 만에 재설정을 완료할 수 있었는데 대기줄은 여전히 길었다. 특별정액급부금 신청으로 마이 넘버 카드가 화제가 됐지만, 2020년 9월 현재 카드 교부율은 19.4%에 그치고 있다니 이 또한 놀랄 일이다. 현재 일본 총무성에서는 마이 넘버 카드를 활용한 포인트 환원 제도를 실시하는 등 계속해서 카드 보급에 힘쓰고 있다. 스가 총리의 희망대로 2023년에는 카드 교부율이 100%가 될 수 있을까?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라이풀은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영남일보 인터넷판에서 '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를 연재하는 전혜민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통지카드.마이넘버카드 앞면.마이넘버카드 뒷면.
2020.11.09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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