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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13] 새로운 도시 브랜드 '산소카페 청송'…봄엔 청보리, 가을 백일홍 세상…청송정원선 숨쉬는 것만으로도 행복
한 도시의 이미지는 많은 것을 결정짓는다.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그 도시만의 정체성이면서 때론 경쟁력이기도 하다. 청송 특산물의 브랜드 가치도 청정지역에서 생산됐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청송군은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춘 고장이라는 이미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태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도시 브랜드를 바꾸고 생태환경을 가꾸고 복원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또 3회 연속 국제슬로시티 인증을 획득하며 친환경 도시란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13편에서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 '산소카페 청송'에 대해 소개한다. 코로나 첫해에도 98만명 넘게 다녀가팬데믹시대 허파역할이자 힐링 성지3연속 국제슬로시티인증 '친환경도시'특산물은 청정 이미지 더해 가치 'UP'축구장 19개규모 랜드마크 청송정원임하댐 송강 생태계 복원 연계 시너지 ◆깨끗한 고장 넘어 생태관광도시로청송은 단순한 청정 지역을 넘어 생태관광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2016년 당진영덕고속도로 완전 개통 이후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관광객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북적이지 않고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힐링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대체 관광지로 떠올랐다. 이에 청송군도 관광객이 좀 더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체류형 관광모델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자연환경 보전, 관광자원 개발, 관광 인프라 확충 등으로 생태관광도시를 만들어 도시 이미지 제고는 물론 사과 등 특산물 브랜드 가치도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실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지만 청송 관광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지 않았다. 2020년 청송자연휴양림·주산지·주왕산절골탐방로 등 지역 주요 관광지 14곳의 방문객 수는 98만명이 넘었다. 코로나19를 피해 청정지역에 개별 관광을 오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청송군은 생태관광도시의 기반이 되는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2월 내놓은 환경 분야 추진계획을 보면 청송군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추진계획은 △미세먼지 감축 △폐기물 안정적 처리 △친환경 축산 인프라 구축 △지방상수도시설 확충 △하수처리시설 증설 등이 골자다.최근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청송군이 지난 3월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국제슬로시티 재인증을 받은 것이다. 국제슬로시티 인증은 5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청송이 재인증 평가에서 3회 연속 인증을 받았다. 이로써 청송은 2026년까지 국제슬로시티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청송군이 국제슬로시티 재인증에 성공한 것은 지난 5년간 노력의 결과다. 청송군은 그동안 산소카페 청송정원을 조성하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활용한 교육관광을 활성화했다. 또 외씨버설길과 솔누리느림보길 조성 등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앞서 청송은 '2021 국제슬로시티 어워드'에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도시정책을 가장 잘 실천한 도시로 선정돼 우수 프로젝트상을 받기도 했다. 청송은 국제슬로시티에 이어 2017년부터 유네스코의 세계지질공원 자격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청송군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임하댐 송강 생태계 복원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27일 사업 착수설명회를 열어 청송군의 건의사항 등을 듣고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임하댐 송강 생태계 복원사업은 파천면 송강리 293 일대(임하댐 송강지구 홍수터)에 생태관광 공간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이곳에 있는 댐 홍수터는 집중호우로 수위가 높아질 때 상류 지역에서 내려오는 물을 저장하기 위한 곳이다. 일부는 물에 잠기는 횟수가 적어 하천부지로서 생태적 가치가 높다. 청송군은 과거부터 홍수터의 생태적 가치를 인지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민해 왔다. 이번 사업의 목표는 댐 저수구역의 생물종 분석을 통해 보전가치가 높은 붉은점모시나비·원앙 등 법정보호종과 먹이사슬의 중·하위 생태적 지위를 가지는 잠재·단기목표종의 복합서식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청송군은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청송정원과 연계해 △넘나들이 생태학습장 △힐링 탐방길 △댐수위 변화에 따른 단계별 생태습지 △생물다양성습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청송군은 임하댐 홍수터가 생태습지로 복원되면 다양한 볼거리가 생겨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관광 인프라 조성을 위한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청송 산림레포츠 휴양단지 조성사업'(2020~2025년), '태행산 생태지질 탐방안내센터 조성사업'(2021~2024년), '주산지테마파크 조성사업'(2017~2022년)과 '주산지관광지 조성사업'(2020~2022년) 등이 진행되고 있거나 완료를 앞두고 있다. ◆축제부터 각종 공연까지 새 랜드마크지난달 30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 신기리에 있는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오색빛깔로 물들었다. 노랑·자주·주황·분홍 등 각가지 색으로 만발한 백일홍이 정원을 가득 메운 것. 평일인데도 꽃놀이를 즐기러 나온 이들이 적지 않았다. 꽃 색깔에 맞춰 노란·빨간색 양산을 든 나들이객도 눈길을 끌었다. 방문객들은 백일홍이 가득한 꽃밭 사이를 한가롭게 걸었다. 정원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박현우(35·대구)씨는 "주왕산국립공원에 가족들과 놀러 가는 길에 이곳에 백일홍 단지가 있다고 해서 잠시 들렀다"며 "정원에 백일홍이 이렇게 많이 조성돼 있을 줄은 몰랐는데 와서 보니 너무 예쁘다"고 웃었다.용전천 일원 13만6천㎡(4만1천여 평) 규모로 조성된 청송정원은 지난해 9월1일 문을 열었다. 청송군은 매년 가을, 정원을 백일홍 단지로 꾸며 개방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다. 또 매년 봄에는 청보리로 공원을 꾸며 놓는다. 입장료는 무료다. 청송정원은 전망대인 천국의 계단을 비롯해 회전계단형 전망타워·중앙무대·각종 조형물과 포토존 등을 갖추고 있다. 주차장에서는 청송백자를 전시하고 판매도 한다. 농특산물 판매장도 마련돼 있다. 올해에는 벤치 그늘막과 사과터널 등 각종 조형물과 포토존을 추가로 설치했다. 앞서 청송군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미래 관광 수요에 대비하고 주민과 관광객에게 힐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정원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청송정원은 행정당국뿐만 아니라 지역단체와 주민이 힘을 합쳐 꾸미고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청송정원은 개장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며 금새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백일홍 단지가 운영된 지난해 9월1일~10월24일 두 달 남짓한 기간 10만명이 청송정원을 찾았다. 청송나들목(IC)과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점도 한몫했다.청송정원은 지역 행사의 메카로도 발돋움하고 있다. 매년 각종 축제와 다양한 지역 행사가 청송정원에서 진행된다. 5월5일 어린이날 행사도 이곳에서 열렸다. 이날 하루에만 3천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정원을 찾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은 마술·댄스 공연과 태권도 시범 등을 보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각종 공연도 줄을 잇는다. 지난 1일 청송문화원합창단 등 경북지역 13개 시·군에서 18개 합창단이 참여하는 '제33회 경북합창제'가 진행된 데 이어 '청춘 마이크 경북권 공연' '작은 음악회' 등이 차례로 열렸다.지난달 20일에는 '산소카페 청송정원, 백일홍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열려 김희재·류지광·강혜연·김범룡·우연이·신계행 등 다양한 장르의 인기가수가 총출동한 바 있다. 내달 2~6일 청송사과축제도 청송정원에서 진행된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지역 랜드마크로 떠오른 산소카페 청송정원과 연계한 임하댐 송강 생태계 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한국수자원공사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며 "생태계 복원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내 청송정원을 방문하는 분들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산소카페 청송정원 내에 자리한 전국 최대 규모의 백일홍 단지는 가을이면 나들이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용전천 일원 13만6천㎡ 규모로 2021년 9월 문을 연 뒤 지역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산소카페 청송정원에는 사랑의 징검다리를 비롯해 전망타워·중앙무대·각종 조형물·포토존 등이 갖춰져 있다. 올해엔 벤치 그늘막과 사과터널 등을 추가로 설치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백일홍이 만발한 산소카페 청송정원에서 버스킹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2022.10.25
[역사의 중심에 선 예천人 .2] 애민정신 실천한 예천임씨 시조 임춘…고려 무신란때 집안 몰락…예천 머물며 벼랑길 내고 물길 만들어
임춘은 고려시대 무신의 난에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목숨을 잃고 가문이 풍비박산 나는 고통을 당해 이리저리 떠돌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예천에 머물면서 지역민들을 위한 애향심을 발휘해 '임춘천'을 내기도 했다. 이런 예천에 대한 사랑은 그를 예천임씨 시조로 만들었다. 또한 임춘은 자신의 불우했던 인생에 지지 않고 사회비판의식을 담은 가전체 소설을 저술해 이름을 후세에 남겼다.#칼끝이 목을 겨누다1170년 고려 의종의 치하였다. 문신과 무신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문신은 왕권을 등에 업고 정치를 좌지우지한 반면, 무신은 같은 관리임에도 호위무사 정도로나 취급받았던 것이다. 결국 정중부(鄭仲夫)가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이른바 무신정변이었다. 의종은 거제도로 쫓겨 갔고 도성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문신이라면 지위 고하를 가리지 말고 잡아 죽여라."서하(西河) 임춘(林椿·생몰년 미상)의 집안에도 화가 닥쳤다. 고려 건국에 공을 세운 임씨 가문은 당시 귀족사회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기반이 탄탄한 명문가에 속했다. 증조부 임언(林彦)은 예종 때 병마령할(兵馬鈴轄)로 여진정벌에 큰 공을 세워 '고려사(高麗史)'에 이름을 올렸고, 조부 임중간(林仲幹)도 중서문하성의 정이품직 평장사(平章事)를 지냈다. 아버지 임광비(林光庇)와 큰아버지 임종비(林宗庇) 형제 또한 한림원(翰林院)에 들어갔을 정도로 칭송을 받았다. 임춘 본인도 그에 못지않았다. 7세에 육십갑자를 외우고 경서를 통달해 신동으로 불렸고 사마시(司馬試·소과)에도 단번에 급제했다. 반면 대과에는 합격하지 못했다. 당시는 과거제가 시행된 이래로 급제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어쩔 수 없이 연소자의 합격을 암암리에 억제했는데 임춘이 스무 살도 안 된 나이로 응시한 탓이었다. 그 과정에서 문음(門蔭)을 제안받기도 했다. 전현직 고관의 자제를 과거 없이 관리로 채용하는 제도였기 때문에 고개만 끄덕이면 되는 일이었지만 임춘은 "내 어찌 조상님의 음덕에 기대 벼슬을 구하겠는가. 수치스럽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당연히 정변을 일으킨 무신 집단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살해되고 집이 불탔다. 장서가 잿더미로 내려앉았음은 물론이었다. 조상 대대로 지켜온 공음전(功蔭田·공신과 5품 이상의 관리에게 지급하던 토지)을 빼앗기면서 당장 끼니까지 걱정해야 했다. 가문의 처참한 몰락이었다. 급기야 목숨마저 경각에 이르자 임춘은 가족과 함께 은신했다. 모멸스러움을 우정에 의지해 버텼다. 임춘을 비롯해 이인로(李仁老)·오세재(吳世才)·조통(趙通)·황보항(皇甫沆)·함순(咸淳)·이담지(李湛之) 등 일곱 명이 모였다 하여 죽림칠현에 빗댄 죽림고회(竹林高會)였다. 하지만 희망을 품을 새도 없이 상황은 더 악화됐다. 김보당(金甫當)이 난을 일으키면서 수색과 탄압이 더 지독해진 것이다. 임춘은 개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이로써 급제와 출사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는구나." 1174년(명종 4), 울분 속에 짐을 꾸려 길을 떠났다. 목적지는 강남이었다. #그를 위로한 땅, 예천험난한 여정 끝에 임춘이 자리를 잡은 곳은 예천 지과리(知過里)였다. 이곳에 은거하여 집을 지었으며 그 집을 희문당(喜聞堂)이라고 했다. 땅은 푸근했으나 궁핍함은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詩人自古以詩窮/顧我爲詩亦未工/何事年來窮到骨/長飢却似杜陵翁.'자고로 시인은 시 때문에 곤궁하다지만/돌아보면 나는 시조차도 세련되지 못하구나/어찌하여 곤궁함은 해마다 뼈에까지 사무치는지/오랜 굶주림이 두릉옹과 흡사하구나.'두릉옹은 전란을 피해 떠돌이 생활을 하며 우국(憂國)의 심정을 읊었던 두보(杜甫)를 일렀다. 임춘의 처지에서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임춘은 예천 지역주민들에게 애향심과 애민심을 발휘하여 노동도 불사했다. 예천읍 서본리 굴모롱이 위의 현산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암반길(지고개 입구에서 천주교 성당 아래)은 옛날부터 사람들이 다니던 벼랑길인데, 임춘이 암반을 깎아서 비리길을 내어 사람들이 편리하게 다니게 하였다. 이곳을 사람들은 '임춘천' 곧 임춘벼랑길이라 불렀다. 또한 임춘은 벼랑길을 내면서 한천과 연결되는 도랑을 파서 남쪽 교외에 있는 솔개들에 물을 대어 농사에 도움을 주었다. 이후 1919년 장승환 면장 때 예천읍내 하수와 우수를 순조롭게 내려가게 하기 위해 삼익수도(三益隧道)를 개통하였다. 임춘이 굴을 뚫어 물길을 내고, 이것을 확장해 삼익수도로 불리었다는 것은 후대로 내려오면서 이런 사실들이 뒤얽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예천에 대한 임춘의 지극한 애정은 그를 예천임씨의 시조로 이끌었다.그 전부가 임춘이 절조를 지킬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 달팽이 집과 다를 바 없는 누옥에서 밥 대신 벼루를 깨어 먹는 심정으로 과거시험에 더 집중한 것이다. 하지만 중앙에는 그를 불러들일 의사가 눈곱만큼도 없었다. 임춘은 "큰 고래 떨치려니 파도가 마르고, 아픈 학 날려 하니 날개가 꺾였구나!"하고 탄식했다. 그리고 고통으로 끓는 속을 문학을 통해 표출했다.十年流落負生涯/觸處那堪感物華/秋月春風詩准備/旅愁羈思酒消磨/縱無功業傳千古/還有文章自一家.'십 년을 떠도는 동안 생계가 무너졌으니/어디를 가도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구나/가을 달, 봄바람에 시를 준비하고/나그네 시름과 유랑의 회포를 술로 지우나니/천고에 전할 공은 없다 해도/문장만큼은 일가를 이루었도다.'그러던 1179년(명종 9)의 어느 날, 정변의 주동 인물이었던 정중부가 죽었다. 정권은 여전히 부패한 무인의 손에 있었으나 임춘은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예천에 정이 많이 들었지만 임춘은 개경행을 결정했다. 그때가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였다. #인재는 죽어 이름을 남기나니 만사형통을 기대한 것은 아니나 거의 10년 만에 돌아온 개경은 예상했던 이상으로 삭막하기만 했다. 살길은 여전히 암담했고 마른 몸 누일 누추한 공간 하나 마련하기가 어려웠다."송곳 꽂아 넣을 땅조차 허락되지를 않는구나." 어쩔 수 없이 임춘은 장단(長湍) 감악산(紺嶽山)으로 들어갔다. 從此文星不在天/世人雖識塵中隱/四海詩名三十秋/燒丹金鼎功成近.'이후로 문성(문운을 주관하는 별)은 하늘에 없을 터/내가 속세에 숨어 있음을 세상 사람 누가 알리오/시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지 삼십 년/금 솥 안의 단약(신선이 만드는 장생불사의 영약)이 거의 익었구나.'설상가상 떠도는 중에 얻은 병마저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임춘은 불우했던 인생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갔으되 그의 글은 남았다. 가전체 소설(사물을 의인화하여 전기 형식으로 서술하는 문학 양식)의 효시인 '국순전(麴醇傳)'과 '공방전(孔方傳)'이 그것이다. 두 작품 모두 사회 비판의식으로 가득했다. 그 외에도 투철한 자아 인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글을 지었다.그 글을 죽림고회의 일원이었던 벗 이인로가 아꼈다. "선생의 글은 고문(古文)을 얻었고, 시는 이소(離騷)와 시경(詩經)의 풍골을 얻었으니 우리나라에서 벼슬하지 않고도 최고에 오른 이는 임춘 한 사람이다"라고 이르며 자신이 지은 '파한집(破閑集)'에 여러 차례 인용하기도 했다. 고문은 모범으로 삼을 만한 이상적인 글의 비유였고, 이소는 중국 초나라 시기의 대시인 굴원이 지은 장편 서정시를, 시경은 춘추 시대의 민요를 주로 모은 오래된 시집을 가리켰다. 실로 어마어마한 극찬이라 할 수 있었다. 이인로는 한 발 더 나아가 임춘의 유고를 모아 여섯 권의 '서하선생집(西河先生集)'으로 엮었다. 하지만 목판에 새겨 후세에 전하려던 그의 뜻은 돌연한 죽음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다행히 이태가 흐른 1222년(고종 9)에 당시 실권자이던 최우(崔瑀)의 후원으로 간행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판본은 조선 1656년(효종 7)에 기적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개경에서 거의 1천 리나 떨어진 청도 운문사(雲門寺)의 동호(銅壺·보물 제208호)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예천임씨 후손들은 감격했다. 임재무(林再茂)가 꼼꼼하게 준비해 1713년(숙종 39)에 다시 펴냈고, 1865년(고종 2)에는 임덕곤(林德坤) 등이 목활자 판으로 재간행하였다. 임춘의 위패는 현재 예천 옥천서원(玉川書院)에 모셔져 있다. 1667년(현종 8)에 옥천정사(玉川精舍)로 건립되었다가 1711년(숙종37)에 유림에서 반유(潘濡)·태두남(太斗南)·송복기(宋福基) 등 3현을 더 추배함으로써 서원으로 승격되었다. 이후 1868년(고종 5)에 서원훼철령으로 철폐되었으나 1920년에 상현사와 명교당을 복원하였고, 1989년에 현재의 위치인 감천면 덕율리로 이건하였다. 매년 음력 3월에 중정에서 향사를 지내고 있다. 글=김진규<소설가·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예천군임춘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예천 옥천서원. 임춘은 고려시대 무신의 난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아픔을 겪었으나 예천에서 지역민들을 위한 일을 함으로써 예천임씨 시조로 추앙받는다. 임춘의 유고를 모아 고려시대에 만든 '서하선생집(西河先生集)'의 판본이 400여 년이 흐른 뒤 조선시대에 청도 운문사 동호(보물 제208호)안에서 발견됐다. 임춘이 예천 서본리에 한천과 연결되는 도랑을 파서 농사를 도왔다. 1919년 이곳에 삼익수도(三益隧道)가 개통되었다. 현재 수도는 사용하지 않지만 그 흔적과 삼익수도라 새긴 글자가 벽에 남아 있다.
2022.10.24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6] 품질 좋은 영양 한우와 다양한 지원 제도…청정한 환경서 스트레스 없이 키워 육질 부드럽고 육즙 '좔좔'
영양의 특산물 가운데 '숨은 보물'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한우다. 영양 한우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질 좋은 사료를 먹고 자라 고기의 품질과 맛이 뛰어나다. 특히 성장 과정에 스트레스를 받을 요인이 거의 없어 소들이 매우 건강하게 자란다는 장점도 지닌다. 영양은 다른 지역에 비해 한우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희소성이 높은 편이다. 영양 축산농가들은 작은 규모로 뛰어난 품질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강소농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6편에서는 지역의 또 다른 특산물 한우와 영양군의 다양한 지원제도를 소개한다.해발 300m서 소 사육 김연동씨사과농사와 함께 한우 48마리 키워2018년 경북한우경진대회 최우수상지부장 맡아 TMR 자체 생산도 추진영양군, 축산농 지원 사업축사 현대화 등 경쟁력 향상에 심혈사료작물 재배·첨가제 구입땐 보조고급육 생산 장려금·수송비 지원도◆해발 300m 청정지역서 자라는 소"음매~." 19일 오전 8시 경북 영양군 영양읍 화천리에 있는 한 축사에서 소 울음소리가 울렸다. 김연동(62) 전국한우협회 영양군지부장은 축사 울타리 앞에 볏짚을 부지런히 깔았다. 소들은 울타리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볏짚을 입에 넣어 우물대기 시작했다. 김 지부장이 소를 키우는 이곳은 해발 300m 지대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소음이나 공해가 전혀 없다."오전 8시와 오후 6시 두 번 정해진 시간에 소들에게 여물을 줘요. 늘 소부터 먹이를 먹고 제가 식사를 한다니까요. 소가 상전입니다." 김 지부장은 맛있게 여물을 먹는 소를 쓰다듬었다. 축사 위에는 소에게 벌레가 달려드는 것을 막아주는 모기퇴치램프와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춰주는 송풍기가 달려있었다. 송풍기는 축사 내 기온이 22℃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작동된다고 한다. 축사 입구에는 티머시·옥수수 사일리지·볏짚·배합사료인 TMR(Total Mixed Ration) 등이 가득 쌓여있었다."1++등급을 받는 소는 전국적으로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키우는 소들은 대부분 1++나 1+등급을 받아요. 영양 한우는 품질이 좋아서 높은 등급을 받는 편이에요. 인간도 장수하려면 깨끗한 물과 공기가 중요한데 소도 마찬가지예요. 맑은 환경에서 스트레스 없이 좋은 것을 먹어야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김 지부장이 소를 키운 지는 10년이 채 안 된다. 젊은 시절 대구에서 일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청송에서 펌프카 장비사업을 했다. 그러다가 2014년 이곳에 들어온 뒤 집 옆에 826㎡(250평) 규모로 축사를 짓고 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6천611㎡(2천평) 규모로 사과 농사도 함께 지었다. 그는 현재 한우 48마리를 키우고 있다.2018년에는 경북한우경진대회 한우고급육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 지부장은 자신이 키우던 417㎏짜리 한우를 출품했다. 그의 소는 경북의 15개 시·군을 대표하는 28~32개월령 한우 27마리와 치열한 경합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진 경매에서 그의 소는 ㎏당 3만3천310원, 1천389만원에 팔렸다. 경북한우경진대회는 경북도와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 전국한우협회 대구경북도지회 등의 주관으로 매년 열리는 행사다."소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소에게 좋다는 것은 뭐든 구해다가 먹이면서 연구를 했어요. 2018년 수상한 소는 영주 풍기까지 가서 구한 인삼 '막지(찌꺼기)'를 갈아서 송아지 때부터 먹였어요. 지금도 직접 밭에서 옥수수와 호밀을 재배해서 사료로 쓰고 있어요." 김 지부장은 매일 자택 거실 벽에 걸린 경북한우경진대회 수상 게시물을 보며 힘을 낸다고 했다.그는 지난 7월 임기 2년인 전국한우협회 영양군지부장에 취임했다. 자신의 임기 동안 TMR를 자체 생산해 축산 농가에 싸게 공급하는 게 목표다. TMR는 섬유질·곡물부산물·발효원료·곡류·견과 등을 섞어 만든 섬유질 배합사료다. 시중에서 판매되지만 가격이 비싸다. "한우 사료 가격이 많이 올라서 작년에는 매달 300만원 나가던 게 올해는 500만원이 들어갑니다. 영양 축산 농가들이 직접 TMR를 생산해 사용하면 사룟값이 줄어 농가에도 도움이 되고 한우 가격도 안정될 거예요."◆사육 수 적지만 최고급인 영양 한우영양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우 사육 농가나 사육되는 한우 수가 많지 않다. 하지만 깨끗한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축산 농가들의 노력이 더해져 뛰어난 품질의 한우가 생산된다. 영양 한우 산업은 작지만 강한 '강소농' 형태를 갖추고 있다.특히 영양 축산업의 중심은 한우다. 영양에는 돼지 사육 농가가 단 한 곳도 없다. 한우는 현재 139농가에서 5천124마리를 키우고 있다. 1만6천명이 조금 넘는 영양 전체 인구를 감안하면 한우 농가가 적지 않은 편이다. 영양 한우는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자라 품질과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홍색 윤기가 흐르고, 육즙이 풍부하며 지방도 고르게 분포한다. 특히 사육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차진 맛이 특징이다. 영양 한우는 특허청에 상표등록 돼 있다.영양군은 지역 한우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축사 현대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한우 경쟁력 강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자부담 40%를 조건으로 △한우인공수정 △축산농가기자재 개·보수 △축사시설송풍기 △한우자동목걸이 △축사용워터컵 △축사용CCTV △축사음향시설 △모기퇴치램프구입 등을 지원한다.소 사육 농가 등에 축사환기시설 설치 비용을 지원해주는 축산농가 지원 사업도 운영 중이다. 한우 품질 향상을 위한 사업도 다양하다. 그중 한우 고급육 생산 장려금 지원 사업이 눈여겨볼 만하다. 한 마리당 1++등급은 20만원, 1+등급은 10만원을 지원한다. 또 한우를 공판장에 수송할 때 수송비의 60%를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 놨다.경북한우 암소능력검정사업에 참여하는 농가 중 등록을 원하는 한우에 대해 등록비를 지원하는 '한우개량사업'도 있다. 한우등록비·한우친자확인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해준다. 질 좋은 사료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사업은 기본이다. 사료작물재배장려금·조사료생산장비 등을 자부담 40%를 조건으로 지원하고, 옥수수·보리·호밀 등 사료 작물 종자를 구입해 직접 재배하는 축산 농가를 돕기도 한다. 또 소 사육 농가 등에 면역강화용 사료첨가제 구입 비용의 절반을 보조하고 있다. 축산 농가에 스키드로더 구입비의 절반을 보조해주는 광역한우브랜드 지원사업은 소 20마리 이상을 키우는 농가 중에서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로 축사면적 100㎡ 이상이 지원대상이다. 이외에도 조사료 생산장비는 물론 가축분뇨퇴비화용 톱밥 구입비를 보조해주는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공동기획: 영양군김연동 전국한우협회 영양군지부장이 경북 영양군 영양읍 화천리에 있는 자신의 축사에서 소에게 볏짚을 주고 있다. 영양에서는 김 지부장을 포함해 139개 농가가 한우를 키우고 있다.2018년 경북한우경진대회 고급육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한우. 경북 영양군 영양읍 화천리에 있는 한 축사에서 소들이 먹이를 먹고 있다.
2022.10.20
스마트팜 5천34㎡ 저렴하게 임대, 3년 농사경험후 독립농장 부푼꿈
17일 찾은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 엄암리에 있는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A동 안에는 딸기와 오이 모종이 가득했다. 따뜻한 온실 안에서 햇빛을 가득 머금고 쑥쑥 자라는 중이다. 한쪽에선 농장주인 양명진(37)씨가 오이를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산 출신인 그는 병원에서 일하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스마트팜 혁신밸리 광고를 보고 새로운 삶을 꿈꿨다. 이후 2020년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안에 있는 청년창업보육센터 2기 교육생으로 입문했다."직장 다니면서 사업을 할까 생각을 했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서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알게 됐습니다. 농업에 대해 배우러 여기저기 찾아다니지 않아도 이곳에서 모든 교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줘서 좋았어요." 교육을 마친 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안에 있는 스마트팜 A동의 5천34㎡(1천523평)를 임대해 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청년보육생에게 농사지을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해주는데 1년 단위로 모두 3년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청년농촌보금자리에 저렴한 가격으로 살 곳도 얻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창업보육센터 교육에 참여한 뒤 청년농촌보금자리에 머물며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이렇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보통 사업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제 돈은 거의 들지 않았어요. 임대형 스마트팜 임대 기간 3년이 끝난 뒤에는 개인 농장을 차려 농업을 하는 것이 꿈이에요."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안에 있는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A동에서 양명진(37)씨가 자신이 재배한 오이를 포장하고 있다.
2022.10.19
상주 스마트팜, 전국 최대 42.7㏊ 조성…농업교육·임대·창업·주거 한꺼번에 지원
상주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농업 중심도시다. 농사짓기 좋은 자연환경에 뛰어난 재배 기술까지 갖추며 농업으로 행복한 도시를 꿈꾸고 있다. 특히 상주는 우수한 농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유치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앞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은 물론 교육·창업·경영·생산·유통 등 활동으로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는 농업의 메카로 거듭날 전망이다. '상주, 삼백의 고장에서 스마트팜 도시로' 10편에서는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소개한다. ◆전국 최대 규모 스마트팜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은 2018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사업계획을 승인하며 본격 추진됐다. 첫 삽을 뜬 지 2년9개월여 만인 지난해 9월, 청년창업보육센터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3개월 뒤에는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A동·실증단지·혁신밸리 지원센터가 완공됐다. 차츰 모양을 갖춰가기 시작하더니 올해 5월에는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B동과 청년농촌보금자리 조성도 마무리됐다. 내년에는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C동, 2024년에는 기존 농업인 임대형 스마트팜과 문화거리 등이 준공될 예정이다.2018년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대상지 공모사업에 선정된 지역은 모두 4곳이다. 이 가운데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규모(42.7㏊)가 가장 크다.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21.3㏊)와 경남 밀양 스마트팜 혁신밸리(22.1㏊) 면적의 두 배에 달한다. 전남 고흥 스마트팜 혁신밸리(33.0㏊)도 상주에 비해 적은 규모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특화전략은 △농업용 로봇 △병해충 연구 △플랜트 수출 3가지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투입된 사업비만 1천547억7천여만 원에 달한다. 앞으로도 시설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사업비는 더 커질 전망이다.특히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친환경적인 농업을 실천하는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현했다. 지열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 폐양액(廢養液)도 회수한 뒤 살균해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폐식물은 파쇄 뒤 전문업체에 맡겨 처리하고, 빗물은 저류지에 저장했다가 살균처리를 거쳐 다시 온실에 사용한다.현재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키우는 작물은 딸기·토마토·멜론·오이 4종류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주변에 관련 시설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상주시 모동면에 한국미래농업고가 문을 열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한국미래농업고와 교육·실습·자문 등 연계안을 마련하고 있다. 2026년 하반기에는 상주 사벌국면에 경북도농업기술원도 이전할 예정이다. 2018년 농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 본격 추진임대형 스마트팜 등 핵심 시설 속속 들어서청년창업보육센터 해마다 52명 20개월 교육수강료 무료에 전문가 기술지도·숙식 제공귀농귀촌 희망 청년 '보금자리' 입주 자격도◆교육부터 창업·생산·유통까지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농업인에게 교육 실습·임대 경영·창농·주거까지 한 번에 지원해 주는 복합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청년창업보육센터가 있다. 규모도 엄청나다. 경영실습장 1.91㏊, 이론실습장 0.17㏊, 관리동 0.19㏊ 등 전체 면적만 2.27㏊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매년 만 18세 이상~39세 이하 청년 52명을 모집해 교육한다. 교육기간은 20개월이다. 첫 단계는 입문 교육으로 2개월 정도(180시간 이상)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는 경영관리·시설관리·작물생리·품목별 재배관리·현장견학·전문가 특강 등이 진행된다. 두 번째 단계는 6개월 과정의 교육 실습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실습온실과 스마트팜 선도농가 온실 등에서 현장실습이 진행된다. 마지막 단계는 경영 실습이다. 교육기간도 1년으로 가장 길다. 직접 영농경영을 경험할 수 있는 과정이다. 교육 수강료는 전액 무료다. 교육기간 동안 숙식 지원도 이뤄진다. 농업 전문가의 우수한 영농기술지도와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교육 수료생에게는 임대형 스마트팜 입주 우선권을 주고,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종합자금 대출 신청 자격도 준다.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보증 비율 우대도 받을 수 있다. 임대형 스마트팜은 혁신밸리 내 가장 큰 규모의 시설이다. 비닐온실 12.75㏊ 가운데 5.75㏊는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이고, 7㏊는 기존 농업인을 위한 공간이다. 현재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3개 동 가운데 2개 동이 준공돼 운영되고 있다.임대형 스마트팜은 최대 3년 동안 임대할 수 있다. 팀별로 0.5㏊ 정도의 공간을 빌려준다. 임대료는 0.5㏊당 280만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임대형 스마트팜은 온실·히트펌프·양액시스템·지열펌프·축열조·폐양액 회수저장고 등의 설비도 갖추고 있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안에는 청년농촌보금자리도 있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만 18~39세 청년에게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이곳에서는 2년 단위로 최대 6년 거주가 가능하다. 28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규모로, 공유형 주방과 북카페, 공동육아실 등을 갖춘 커뮤니티센터도 마련돼 있다. 월 임대료는 크기별로 8만~24만원 정도며, 보증금은 500만~2천200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규모에 걸맞게 지원센터가 별도로 존재한다. 혁신밸리 지원센터 1층에는 R&D 라운지·오픈강의실·실증장비실·카페 및 식당이 위치한다. 2층에는 빅데이터센터·R&D연구실·공용제작실·회의실 등이 있다. 빅데이터센터는 포항테크노파크에서 위탁 운영 중이다.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농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빅데이터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실증단지는 스마트팜 제품 및 기술의 품질을 높여 사업화를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유리온실·비닐온실·자율실증구역 등의 시설이 3.24㏊ 규모로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시설재·기계장치·농업로봇·병해충 진단 솔루션 등의 일을 하는 기업·기관·대학·연구소 등이 입주해있다. 이들에게는 사무실뿐만 아니라 연구할 수 있는 온실 등의 공간도 별도 제공한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창업보육센터 토마토팀 교육생들이 경영형 실습온실에서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전국 4곳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전경.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창업보육센터 기계실 지열냉난방장치.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12] 친환경 농업…전국 최초 껍질째 먹는 사과 생산…1천여 농가 GAP인증 획득
농업 분야에도 친환경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먹거리를 주로 생산하는 만큼 다른 어떤 영역보다 민감한 분야가 농업이다. 앞으로의 농업은 경제성은 차치하고 농산물의 안전성 확보와 환경 보전이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하다. 청송도 일찌감치 친환경 농업에 주목하고 전국 최초로 껍질째 먹는 사과를 내놓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인 재배기법을 통해 '건강한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가도 차츰 증가하는 추세다. 청송군도 지역 농·특산물의 친환경 이미지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해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12편에서는 친환경을 실천하는 농업인과 청송군의 지원정책을 소개한다. '3無 시범포 단지' 지정 지역 사과농가 잎·꼭지 안 따고 반사 필름도 안 써 농약 최소화…농경지·용수까지 관리"예쁜 상품보다 먹거리 안전 더 중요" 郡, 친환경 농업 육성 위한 정책 다양 유기질 비료 구입·판로 확대 사업 등 올해에만 관련 지원사업 28개 달해◆환경 보전 농사가 세계적 추세지난 11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 옹점리에 있는 청신농원 입구. '저농약 농산물(사과)'이라고 적힌 푯말이 눈길을 끈다. 농원 안으로 들어서자 또 다른 표지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3무(無) 시범포 단지'. 사과나무에 걸린 안내판이 바람을 따라 살랑살랑 나부낀다. '3무'란 잎을 따지 않고, 꼭지를 제거하지 않으며, 반사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사과 재배 방식을 뜻한다. 실제 청신농원은 다른 과수원에 비해 사과나무마다 잎이 무성했다. 제초제도 거의 쓰지 않아 과수원 곳곳에는 풀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청신농원을 운영하는 김영락(49)씨는 5.29㏊(1만6천평) 규모로 사과 등 농사를 짓고 있다. 사과는 후지와 시나노 골드 품종을 재배한다. 그는 경남 창녕에서 일하다가 2003년 가족과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시작했다. 귀농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농장에서 자란 사과는 저농약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저농약 농산물이란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기준량의 절반 이하만 사용해 재배한 농산물이다. 그가 저농약 농산물 인증을 받을 당시만 해도 지역에선 흔치 않은 경우였다. 그만큼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시절이었다.이후 저농약 농산물 인증 제도가 사라지고 2006년 GAP 인증제도가 생겨나면서 GAP 인증도 획득했다. GAP는 'Good Agricultural Practices'의 약자로 '농산물 우수 관리제도'를 뜻한다. 농가나 생산자단체가 농업환경과 유해물질을 중점 관리하고 전문기관이 이를 인증해 주는 제도다.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농업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농산물의 생산·수확·유통 등의 단계에서 농경지·농업용수·농약·중금속·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등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최근에는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도 받았다.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은 농업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고, 소비자에게는 윤리적 소비 선택권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다. 저탄소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선 농약·화학비료·살충제 등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땅을 갈아엎지 않는 등 기계적 에너지 사용을 자제하고,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 또 사전에 친환경 농산물(유기농산물·무농약 농산물)이나 GAP 인증을 받은 농산물만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농부의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올여름에만 청송에서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를 중심으로 136개 농가가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획득했다. 김씨는 사과 농사를 지으며 농약과 제초제·화학비료를 최대한 적게 사용한다. 반사필름 등 농자재 사용도 최소화하고 있다. 직접 풀을 치는 초생재배를 하고,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이용하거나 객토하는 게 일상이다. 친환경 농업은 '농부의 뼈를 갈아 넣는 농사'라 불릴 만큼 고된 일이다.사실 국내 농산물 시장은 친환경 농업이 확산하기 어려운 딜레마를 안고 있다. 보기 좋은 상품만 제값을 받는 유통구조 문제가 가장 크다. 사과를 예로 들면 나무의 잎이 많으면 많을수록 영양소가 열매에 공급돼 사과의 당도가 올라가고 껍질도 자연스레 붉어진다. 하지만 잎에 가려 햇빛을 받지 못하는 열매가 새빨갛게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농업인들은 잎을 따고 대신 반사필름을 깐다. 또 사과 꼭지를 제거하면 수분이 빨리 증발해 저장성이 낮아지는데도 도매상들은 상품성 보존과 포장성 등을 이유로 꼭지 없는 사과를 선호한다. 김씨는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꼭지와 잎을 따고 반사필름을 사용하면 인건비·자재비가 그만큼 들어가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국내 농산물 유통시장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넘어 환경을 보전하는 농업이 전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하고 있다"며 "우리 농가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진지하게 친환경에 대해 고민을 할 때"라고 덧붙였다.◆청송의 친환경 농업 지원정책국내에서 친환경 농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이미 수십 년 전이다. 친환경농업육성법이 만들어진 것도 1998년의 일이다. 친환경 농업이란 미래세대를 위해 농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환경을 보전하며 화학비료와 농약 등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와 농산물 우수 관리제도(GAP)를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들 제도를 통해 농약이나 화학비료 사용 여부 등에 관한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GAP는 인증 농산물이 어디서 생산돼 어떻게 유통되었는지 등에 대한 정보까지 알 수 있다.청송지역 농업인들도 소비자들이 안전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환경적인 과수원을 조성하고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 최소화에 동참하는 농업인이 하나둘 늘고 있는 것. 앞서 2002년에는 저농약 재배를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껍질째 먹는 사과를 내놓은 곳도 청송이다. 사과 농가의 경우 청송사과 GAP사업단을 운영하고 있고, 이미 1천 가구가 넘는 농가가 GAP 인증을 받았다. 이에 발맞춰 청송군도 친환경 농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올해 시행 중인 친환경 농업 관련 지원사업만 28개에 달할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유기질비료 지원이다. 20㎏ 한 포당 유기질비료 1천600원, 가축분퇴비 1천500원씩 지원받을 수 있다. 친환경 농자재와 장비 등을 지원하는 생태 유기농 핵심농가 지원사업은 자부담 50%를 조건으로 농가에 2천만원을 지원해 준다. 유기농업자재 구입과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돕는 사업도 운영한다.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으면 200만원, 무농약 농산물 인증을 받으면 150만원을 농가에 지급하고 있다. 자부담 50%를 조건으로 1건당 8천원의 택배비를 지원해주는 친환경 농산물 판로확대 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친환경적인 재료로 퇴비를 생산하거나 볏짚을 환원하는 농가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경북 청송군 파천면 옹점리에 있는 청신농원에서 김영락씨가 자신이 키우는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김씨의 농원은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사과 꼭지와 잎을 제거하지 않고 반사필름도 사용하지 않는 '3무 시범포 단지'로 운영되고 있다.청신농원에서 생산되는 후지(위쪽)와 시나노 골드 사과는 GAP 인증을 받았다. 나뭇잎을 인위적으로 제거하지 않아 사과의 당도가 높고 껍질 색도 자연스럽다.
2022.10.18
[역사의 중심에 선 예천人 .1] 하늘이 내린 효자 도시복...숯 구워 팔아 지극히 부모 봉양…솔개·호랑이도 효심 감복해 도와
■ 시리즈를 시작하며…경북 예천은 천혜의 자연과 함께 유서 깊은 역사가 공존하는 고장이다. 특히 역사의 중심에 선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인재향(人材鄕)으로 손꼽힌다. 영남일보는 예천이 낳은 인재와 그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하는 '역사의 중심에 선 예천人'시리즈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간다. 올해는 효자 도시복, 우리나라 가전체 소설의 효시 국순전의 저자 임춘, 불사이군의 충신 김저, 예천지역민을 위해 의술을 펼친 이찬과 김영인 부부, 고국을 생각하며 원나라 황제에게 고려의 세금을 깎아달라 청했던 국파 전원발 등을 연재한다. 1편에서는 하늘도 감복시켰다는 효자 도시복에 대해 다룬다.#숯 굽는 사내1883년(고종 20) 9월23일(양력 10월23일), 의정부에서 임금에게 아뢰었다."경상좌도 암행어사 이도재(李道宰)의 별단(別單·암행어사의 보고서에 딸린 첨부 문서)에 속한 내용입니다. '야계(也溪) 도시복(都始復)의 성실함과 효성이 드러났으니 마땅히 아름답게 여겨 포상하소서'라 하였으니 이를 해당 부처에 일러 처리하게끔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이에 임금이 윤허하였다. 도시복(1817~1891)이 죽기 8년 전의 일이었다.도시복은 1817년, 예천군 상리면 야항리(현 효자면 용두리)에서 도상진(都尙震)과 강릉유씨(江陵劉氏) 사이의 5남매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직계 조상 가운데 벼슬을 산 이가 많았으나 도시복은 관직과는 상관없는 서민의 삶을 살았다. 서민의 삶이 의미하는 바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도시복의 것은 가난함이었다. 척박한 땅을 일구는 것만으로는 식구들이 배불리 먹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부모님을 편히 모시기 어려웠다. 도시복은 호구지책으로 숯을 굽기 시작했다.그것은 중노동이었다. 참나무를 구해 바리바리 짊어지고 가마로 옮기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널브러진 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아궁이에 넣고 불을 지핀 뒤 옆을 지키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도시복이 흘리는 땀의 양만큼 흑탄과 백탄이 골고루 만들어져 나왔다. 도시복은 그렇게 구워진 숯을 내다 팔아 집안을 이끌었다. 맏아들이자 맏형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믿고 최선을 다했다. 분주한 와중에도 도시복은 부모님에 대한 '출필곡반필면(出必告反必面)'의 도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집을 나설 때 반드시 아뢰고, 돌아와서도 반드시 얼굴을 보고 인사를 드림으로써 양친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늘이 도우셨음인지 아내 곡산연씨(谷山延氏) 또한 비슷한 성정이었다. 부부간에 평화가 흘렀고, 그 평화가 집 안을 훈훈하게 데웠다. #하늘이 내린 효자어느 날이었다. 예천 장날을 맞이해 도시복은 여느 때처럼 지게에 숯을 싣고 장터로 향했다."요즘 어머니 건강이 전만 같지 않으시니 걱정이다. 잘 드셔야 하는데 몇 술 뜨시다 수저를 내려놓으시니 이를 어이할꼬. 고기를 지금보다 많이 드시면 회복하시는 데 도움이 되려나. 오늘은 한 근 더 사야겠구나."고단한 장사 끝에 도시복은 숯을 모두 팔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져 해가 서쪽하늘로 넘어가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도시복은 숯을 판 돈으로 서둘러 고기와 반찬거리를 사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솔개가 나타나 보따리를 채 날아갔다. 어찌나 놀랐는지 헛웃음이 다 터졌다. 그 자리에 서서 넋 놓고 있던 도시복이 심호흡을 했다."이리 된 데는 하늘의 뜻이 있을 것이다."의연함을 찾은 도시복이 다시 걸음을 놓았다. 더 늦었다가는 부모님이 걱정하실 게 뻔해 부지런히 움직여 집에 닿으니 아내가 저녁상을 차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궁이 옆에 솔개가 채간 보따리가 놓여 있었다. 아연해진 도시복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어찌 된 일인지를 묻자 아내가 "아버님, 어머님 진지 드실 시간이 늦어질까 봐 솔개가 서방님을 도왔나 봅니다"고 답했다. 그리고 "부모님을 생각하시는 서방님의 진심이 짐승들 사이에도 파다하게 소문이 난 게지요"라고 덧붙였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싶으면서도 도시복은 안도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지극한 효심을 하늘도 아는지 신기한 일이 한 번씩 벌어졌다. 부모님이 병중에 흘리신 말씀을 놓치지 않고 동분서주한 끝에 5월에 홍시를, 섣달에 수박을 구한 것이 그것이다. 심지어 홍시를 얻은 곳은 예천에서 이만저만 멀지 않은 산골짜기 마을이었다. 그 먼 길을 호랑이가 실어가고 실어왔다. 당시 호랑이가 감나무 사이를 정신없이 헤매던 도시복에게 감복해 등을 내준 장소를 '업은골'이라 일렀는데, 현재 은풍면 송월리에 자리하고 있다.또 병환 중인 부모님을 노심초사하는 중에 얼음구덩이에서 잉어가 튀어나오기도 했으며 노루가 집 안으로 뛰어 들어오기도 했다. 잡아서 부모님을 구완했음은 물론이다. 서리가 일찍 내려 마을의 농작물이 해를 입은 해에도, 돌덩이 같은 우박이 퍼부어 천지가 엉망이 됐던 해에도 도시복의 산골 밭만 무사히 넘어갔다. 이때 도시복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소출을 갈라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이처럼 상서로운 일들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벌어지자 마을에서 관아에 효자 발천(發闡)의 소장을 올렸다. #명심보감에 기록되다 지극정성으로 부모님을 봉양했어도 흐르는 시간까지 붙들어 매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도시복은 결국 부모님을 여의었고 애끓는 심정으로 무덤가에서 시묘를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낭패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근방에 물을 구할 곳이 없었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그래서야 부모님 묘에 상식을 올리기가 어려웠다. 이를 어쩌나 궁리하는데 맑은 물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반색하며 뒤지니 근처 바위 아래서 맑은 물이 솟고 있었다."천지신명이시여, 감사합니다."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그 물줄기는 도시복이 시묘를 마치고 떠나자 이내 말라버렸다. 이처럼 이적을 몰고 다니던 도시복의 지극한 효행은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남아 있다. 8장 '효행 속(孝行 續)'에 어머니를 위해 자식을 버리려 했던 손순(孫順), 흉년과 전염병의 때에 자신의 넓적다리살을 베어 부모님을 봉양한 상덕(向德)과 함께 도시복이 실린 것이다. 이야기는 "都氏家貧至孝, 賣炭買肉, 無闕母饌. 一日, 於市晩而忙歸, 鳶忽攫肉. 都悲號至家, 鳶旣投肉於庭"으로 시작한다. 이를 풀이하면 "도씨는 집은 가난하였으나 효성이 지극하였다. 숯을 팔아 고기를 사서 어머니의 반찬을 빠짐없이 차렸다. 하루는 장에서 늦어 걸음을 재촉하는데 솔개가 고기를 낚아채 가버렸다. 슬피 울며 집에 와 보니 솔개가 그 고기를 집안 뜰에 던져 놓았다"라는 뜻이다. 이야기는 또 다른 내용으로 이어진다."(…) 都彷徨枾林, 不覺日昏. (…) 都乘至百餘里山村, 訪人家投宿. 俄而主人, 饋祭飯而有紅枾. (…) 是天感君孝. 遺以二十顆. 都謝, 出門外, 虎尙俟伏. 乘至家, 曉鷄 .(…) 도씨는 감나무밭을 헤매느라 날이 저문 것도 몰랐다. (…) 호랑이 등에 올라 백 여리나 되는 산동네에 이르러 하루 묵게 되었다. 주인이 제사상의 찬으로 밥상을 차려주었는데 홍시가 있었다. (…) 하늘이 그대의 효행에 감복하셨나 봅니다 하며 주인이 홍시 스무 개를 주었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나오니 호랑이가 여전히 엎드려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타고 집에 돌아오자 새벽닭이 울었다."그리고 "後母以天命終, 都有血淚" 즉 "후에 어머니가 천명을 다하고 돌아가시자 도씨가 피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였다"로 끝이 난다.아울러 그의 효행은 마을의 이름마저도 바꾸게 만들었다. 본디 상리면(上里面)이었으나 2016년 2월1일에 효자면(孝子面)으로 명칭이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 효자면에 그를 기리는 도시복 효공원이 세워졌다. 총면적 5천992㎡ 규모로 조성된 공원에는 도시복의 생가가 복원돼 있고, 효자각 1개소, 사모정 3개소, 홍살문 등이 설치되어 있다. 아울러 도시복의 이적에 얽힌 솔개·홍시·수박·잉어 이야기 또한 테마로 재현돼 있다. 그리고 그 전부를 호랑이 동상이 형형한 눈빛으로 지키고 있다.글=김진규<소설가·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공동기획 예천군하늘도 감복했다는 도시복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예천군 효자면의 도시복 효공원에는 그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으며, 집 앞에 도시복의 형상물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맞고 있다.도시복 효공원에는 도시복의 효와 관련된 각종 이야기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잉어 등이 테마로 재현되어 있다.도시복의 효행을 기록한 '효자야계도공정려비'.
2022.10.17
영양사과 10만 상자 한번에 보관…지역 최대규모 선별·저장시설 '자랑'
영양 사과는 전국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사과 재배에 최적화된 자연 환경과 기후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양사과의 품질이 뛰어난 것과 달리 명성을 얻지 못했다. 사과가 영양의 특산물 중 하나인 것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른 지역에 비해 사과 재배가 본격화된 기간이 짧은데다 브랜드화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최근들어 영양사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시장에서 품질이 뛰어난 '가성비 좋은 사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영양군은 앞으로 판매와 유통 구조 개선에 집중해 영양사과를 전국적인 히트상품으로 키울 심산이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5편에서는 영양 사과 유통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남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소개한다. 이와 함께 사과 재배 농가를 지원하는 영양군의 다양한 지원사업도 다룬다. 사과 색상·중량·당도 등 모든 선별과정 자동화…직원들 최종검수 후 판매가성비 甲 사과로 입소문 타 매년 700t이상 처리…전국적 히트상품 발돋움재배농가에 컨테이너 상자 직접 전달해 큰 호응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어"사과재배 후발지 부담 떨치기 위한 郡 고품질 과실생산 지원사업 등 성과◆영양 사과 선별과 유통의 중심지난 11일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에 있는 남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앞마당에는 플라스틱 컨테이너 상자와 이를 받쳐줄 플라스틱 팰릿이 가득 쌓였다. 곧 몰려들어 올 사과를 운반할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18㎏짜리 사과 10만 상자를 한꺼번에 보관할 수 있는 저온창고와 선별장도 청소는 물론 소독까지 마친 상태였다.이곳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지역 최대 규모의 사과 선별·저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선별 공정은 모두 자동화로 이뤄진다. 선별기에 사과를 넣으면 색상과 중량·당도·내부 이상 유무를 파악해 자동으로 선별된다. 직원들은 최종 검수만 하면 된다. 검수를 마치고 포장된 사과는 저온창고로 옮겨진 뒤 판매로 이어진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처리하는 사과는 매년 700t이 넘는다. "최근 저온창고와 선별장 청소하고 소독하느라 엄청나게 바빴어요. 지난해에는 10월25일 첫 사과가 들어왔는데, 보통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열흘 동안 엄청난 양의 사과가 들어옵니다." 강성철(40) 농산물산지유통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영양군 석보면 출신으로 남영양농협에서만 13년째 일하고 있다. 영양에 자리한 2개 농협 가운데 영양농협은 영양읍 등 4개 읍·면을, 남영양농협은 석보면과 입암면을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영양농협은 고추, 남영양농협은 사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남영양농협 직원은 36명으로 이 중 3명이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근무한다.1999년 준공된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사과를 생산하는 작목반인 영양군사과연합사업단으로부터 사과를 수매해 위탁 판매하고 있다. 영양군사과연합사업단 회원 농가로부터 사들인 사과를 선별·포장한 뒤 개별 소비자나 도소매상에게 제값을 받고 대신 팔아주는 것이다. 영양군사과연합사업단은 지역 최대 규모의 사과 생산 작목반이다. 한때는 300명의 회원이 활동할 정도였다. 영양 전체 사과 재배농가가 700여 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규모다. 지금은 농가마다 선별기·저온창고를 갖추고 있는 데다 택배 거래가 늘며 작목반 회원이 줄었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사과 재배농가의 편의를 위해 플라스틱 컨테이너 상자를 직접 농가마다 가져다준다. 농민들이 여기에 수확한 사과를 실으면 트럭으로 상자를 다시 농산물산지유통센터로 가져온다. 이 시스템은 영양군사과연합사업단 회원 95%가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농가들이 너무 편하다고 좋아해요. 사실 농민 입장에서 빈 상자를 과수원까지 가져갔다가 다시 여기로 실어 오는 게 힘들거든요. 농민은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죠." 강 센터장의 영양사과 자랑이다.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국내 최대 사과 주산지인 청송과 불과 2㎞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영양에서 사과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 바로 청송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석보면과 입암면이다. 지난해 기준, 영양 사과 전체 재배면적(577㏊)의 70%가 석보(209㏊)·입암면(194㏊)에 쏠려있다. 행정구역상 명칭만 다를 뿐 청송과 거의 같은 자연환경과 기후여건을 가진 지역이다. 석보면과 입암면은 해발 250m 이상인 고산지대다. 석보면에는 해발 600m가 넘는 곳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도 있다고 한다. 해발고도가 높은 산간지역, 높은 일교차, 풍부한 일조량 등 사과재배에 최적화된 환경 조건이다."사실 영양고추가 너무 유명하다 보니 사과가 주목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영양은 청송과 비슷한 환경 조건을 지녀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맛있는 사과가 나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서 소비자에게는 가성비 좋은 사과로 인식돼 재구매율이 높은 편입니다." 강 센터장이 부연 설명했다. ◆반사필름구입 등 다양한 지원영양은 사과 재배 후발 주자다. 전통적으로 고추와 담배가 특산물이었으나 1990년부터 사과 재배가 급속도로 늘었다. 온난화 영향으로 사과 재배 최적지가 북상했기 때문이다. 이후 사과는 영양에서 고추 다음으로 많은 소득을 올리는 특산품이 됐다. 영양 사과는 당도가 높고 아삭한 식감이 좋아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모은다.영양군도 사과 재배농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규 과원조성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새롭게 사과 등 과수를 재배하는 농가에게 ㏊당 지주시설은 1천400만원, 관수시설은 500만원, 비가림시설은 4천만원을 보조한다.사과 재배에 필요한 각종 장비나 시설을 지원하는 사업도 다양하다. 우선 '농가형 저온저장고 지원사업'은 저온저장고를 갖추려는 농가에 자부담 50%를 조건으로 평당 250만원을 지원해 준다. 또 승용 예초기나 다목적 리프트기·과수전용방제기 등 장비 구입비를 지원하거나 △휴대용 비파괴 당도 측정기 △과실선별기 △과수 이동식저온저장고 △과일 신선도 유지기 등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당도측정기와 선별기, 저온저장고는 자부담 50%를 조건으로 각각 대당 165만원·300만원·300만원씩을 보조해 준다. 신선도 유지기도 본인이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면 크기에 따라 125만~320만원을 지원한다.고품질 사과, 배를 위한 사업으로는 농가에 착색봉지나 반사필름 구매비 절반을 지원하는 '고품질 과실생산 지원사업'을 꼽을 수 있다. 친환경 사과적화제 구입비와 과실 장기저장제 설치비의 50%를 지원해 주는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이외에도 영양군은 사과의 수급 안정과 적정가격 유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 놨다. 바로 '저품위 사과 시장격리 수매 지원사업'이다. 저품위 사과를 가공용으로 출하할 때 가격 일부를 지원해 주는 사업으로 수매기관은 대구경북능금농업협동조합이다. 영양군은 올해 20㎏짜리 2만3천 상자의 저품위 사과를 수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영양군은 8천5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놨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제공공동기획 : 영양군영양군 입암면 방전리에 있는 남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내부에 선별 과정을 거친 사과가 박스채 쌓여있다. 연간 700t이 넘는 사과를 처리하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영양 사과 유통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선별라인에 사과를 넣고 있는 모습.선별 공정을 모두 마친 사과는 상자에 담겨 저온 저장고로 옮겨진다.자동화 공정 뒤 육안 선별 과정.마지막 관문인 최종 검수 작업.남영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전경.
2022.10.13
농업환경·거주여건·지자체 지원 '3박자'…지난해 1370가구 상주로
경북 상주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귀농·귀촌의 '메카'다. 매년 유입되는 귀농·귀촌인구가 1천700명에 이를 정도다. 농업에 적합한 자연환경과 선진 재배기술, 살기 좋은 거주환경,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 귀농·귀촌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쇠퇴하고 있는 농촌사회에서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은 매우 중요하다. 지역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농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상주, 삼백의 고장에서 스마트팜 도시로' 9편에서는 상주의 귀농·귀촌 현황과 지원제도를 소개한다.◆접근성 좋고 거주 환경도 뛰어나"귀농한 뒤로 정말 즐겁고 재미있어요. 농촌생활이 저에게 딱 맞는 것 같아요."11일 상주시 함창읍 오사리에 있는 농장 오굿셀에서 만난 김동욱(41)씨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김씨는 동갑내기 아내 김은진씨와 2018년 귀농했다. 이들 부부는 현재 3천960㎡(1천200평) 규모의 스마트팜에서 오이 농사를 짓고 있다. 귀농할 때만 해도 자녀는 두 명이었는데 막둥이 아들이 태어나 식구는 모두 다섯으로 늘었다. 부부는 부산 출신이다. 부산에서 결혼해 직장에 다녔다. 하지만 남편 직장과 집의 거리가 멀어 주말부부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 얼굴 보는 게 어려웠던 터라 부부는 귀농을 결심했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도 크게 작용했다. 김씨 부부는 이곳저곳 귀농할 지역을 알아보다가 상주 함창을 선택했다. 초·중·고가 모두 있고 병원 등 편의시설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작물은 안정적이고 단기간에 소득이 잘 나오는 오이를 선택했다. 김씨는 함창에서 오이 농사를 잘 짓는 이를 찾아가 농사를 배웠다. 집과 밭은 임대했고, 청년농업CEO 농어촌진흥기금 등을 융자로 지원받아 스마트팜을 지었다. 최근에는 수입이 괜찮아져 낡은 집을 사서 보수하고 있다. 접근성 뛰어나 해마다 1700명 유입2018년 부산서 귀농 김동욱씨 부부스마트팜 오이 농사로 성공적 안착영농기반 구축·주택 마련 지원 다양청년농업인 육성 지원 사업도 운영처음에는 낯선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게 힘들었지만 외향적인 성격이라 금방 적응했다. 남편 김씨는 새마을지도자회를 비롯해 오이 재배 농가들이 만든 삼삼원예영농조합, 상주 남성 보컬 앙상블 '아리아리', 함창농협 청년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신처럼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과 함께 돌봄품앗이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1일에는 상주시 저출산 극복 가족사진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상주는 대한민국 중간에 있어 어디에 가든 접근성이 좋아요. 아이들과 놀러 가거나 외식하러 갈 곳도 주변에 꽤 있어서 애들 키우며 농사짓고 살기 좋은 것 같아요." 아내 김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주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귀농·귀촌 선호지역이다. 지난 9년 동안 매년 1천700명·1천300가구 안팎의 귀농·귀촌인이 상주로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귀농인 규모로는 경북에서는 1~2위, 전국에서는 2~4위를 다툰다. 귀농인은 농촌에 들어가 농업을 전업으로 삼는 것이고, 귀촌인은 농촌에서 농업이 아닌 다른 일에 종사하며 사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상주 귀농인은 282명·212가구, 귀촌인은 1천445명·1천158가구다. 이 둘을 합치면 지난해 상주에 들어온 귀농·귀촌인은 모두 1천727명·1천370가구에 이른다. 경북 의성과 전남 고흥에 이어 전국에서 셋째로 많았다. ◆"영농기반 구축, 市에서 지원해 드려요"농촌생활이나 농업에 익숙하지 않은 귀농·귀촌인은 농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농사지을 땅과 주택·시설·농기구 등 영농기반 구축에도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상주시는 이런 귀농·귀촌인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미래 농업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귀농인 정착지원사업'이다. 소형농기계·저온저장고·농업시설 등 영농기반을 갖추는 데 자부담 100만원을 조건으로 400만원을 보조해 준다. 65세 이하 전입 5년 이내 농업인이 대상이다. '귀농·귀촌인 주택수리비 지원사업'도 주요 사업 중 하나다. 도배, 장판, 화장실, 보일러 등 주택과 관련한 수리비 500만원을 지원해 준다. 자부담 500만원 조건으로 전입 5년 이내 귀농·귀촌인이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귀농·귀촌인 주거임대료 지원사업'도 눈여겨볼 만하다. 1인 가구 연 120만원, 2인 가구 연 180만원, 3인 가구 연 240만원, 4인 이상 가구 연 300만원 등 농가주택 임대료를 대신 내준다. 수혜대상은 다른 사업과 동일하다.융자 성격의 지원 제도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농지나 시설 구입 등의 비용을 지원해주는 '귀농 농업창업 지원사업'이다. 최대 3억원을 융자받을 수 있다. 65세 이하 전입 5년 이내 농업인이 대상이다. '귀농 주택구입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농가주택을 구입하거나 신축할 때 최대 7천500만원을 융자해 준다. 나이 제한 없이 전입 5년 이내 농업인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귀농인 농어촌진흥기금 지원사업'도 운영 중이다. 농업 관련 운영자금이나 시설을 갖추는 데 필요한 자금을 빌려준다. 융자금액은 1천만~5천만원이다. 이외에도 '입주자 주도형 소규모 전원마을 조성사업'이 있다. 상주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5~19가구의 소규모 전원마을을 상주에 조성해 실제 거주하면 진입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설치해 준다. 사업비는 5~10가구 규모는 7천만원 이내, 11~19가구 규모는 1억원 이내다. 청년농업인을 지원하는 제도도 다양하다. 그 가운데 '청년농부 참여형 마을영농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청년농업인이 주도하고 지역농업인이 참여하는 지역공동체나 조직을 위해 마을단위 영농기반 시설이나 장비 등을 지원한다. 조건은 자부담 30%, 3억원 이내다.만 18세 이상 40세 미만 독립경영 3년 차 이하 청년농업인 또는 영농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1년 차 월 100만원, 2년 차 월 90만원, 3년 차 월 80만원 등의 영농정착지원금이 지급된다. 더불어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으로 3억원의 융자도 받을 수 있다.농업 사업자금과 활동비로 최대 3년 동안 1천만원을 지원하는 '청년농부 육성 지원사업'과 하루 8시간 기준으로 6만원의 교육훈련비(월 100만원 한도)를 지급하는 '초보청년농부 멘토링 지원사업'도 있다.이외에도 상주시는 '청년농업CEO 농어촌진흥기금 지원사업' '청년농업인 커뮤니티 활성화 지원사업' '청년농부 창농기반 구축 지원사업' 등을 통해 청년들의 농업활동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상주시 함창읍 오사리에 있는 농장 오굿셀에서 귀농한 김동욱·김은진씨 부부가 오이 모종을 살펴보고 있다. 농업에 적합한 자연 환경과 살기 좋은 거주 여건을 지닌 상주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귀농·귀촌 친화지역이다.지난해 상주의 한 텃밭에서 농사자립과정 텃밭정원농사 워크숍 수강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상주시 귀농귀촌인역량강화사업 먹거리 자립과정 교육 참가자들이 강의가 끝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2.10.12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11] 청송 농업인 교육...청송군농업기술센터 미래변화 대응 농업인재 육성 앞장
청송이 사과 주산지를 넘어 '작지만 강한 농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지리적 요건과 기후 환경, 농민의 구슬땀, 청송군의 농업정책 등이 맞물려 오늘의 성과를 냈다. 이에 더해 농업인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최초로 키 낮은 사과원을 만들고, 껍질째 먹는 사과를 내놓는 등 청송이 다른 지역에 비해 한발 앞선 기술을 보유하게 한 원동력이 바로 '교육'인 셈이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11편에서는 농업 기술 교육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청송군농업기술센터와 주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한다.청송농업인대학 18년간 2657명 졸업친환경사과반·미래농업반 나눠 운영품종 선택요령·친환경 해충 방제 등올해는 이론·실습 병행 현장 맞춤형신재배기술 제공해 변화대처력 배양농기센터 농업인 교육전담팀 운영귀농귀촌·강소농육성교육도 실시◆인구 10% 이상 청송군농업인대학 졸업청송의 대표적인 농업인 교육프로그램은 '청송군농업인대학'이다. 2004년 문을 연 뒤 지난해까지 18년간 모두 2천65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청송 전체 인구 2만4천727명(2021년 12월 기준)의 10%가 넘는 수치다. 청송 주민 10명 중에서 1명은 청송군농업인대학 졸업생인 셈이다. 농업인대학의 전반적인 운영은 청송군농업기술센터에서 맡고 있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는 농업인 교육을 전담하는 인력육성팀을 따로 꾸려놨다. 이들은 농업인 교육뿐만 아니라 농촌지도자 등 학습조직체 육성, 강소농과 정보화농업인 육성, 농업기술정보화사업 등의 업무를 수행 중이다. 청송군농업인대학은 두 개의 전문 과정으로 나뉜다. 친환경사과반과 미래농업반 과정이다. 대학 설립과 함께 운영을 시작한 친환경사과반은 매년 37~225명씩 지금까지 2천90명의 졸업생이 나왔다. 2010년 신설된 미래농업반도 56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청송군농업인대학은 매년 2월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보통 모집 인원은 매년 친환경사과반과 미래농업반 각각 40명씩 80명 정도다. 접수된 지원서를 심사해 입학생을 선발한다. 이후 학사운영은 3월부터 11월까지 이뤄진다. 학비는 전액 무료다. 친환경사과반의 주요 과목은 △사과재배의 이해와 품종 및 대목 선택 요령 △사과원 시비 및 토양 관리 △사과 병해충 방제기술 △친환경 해충 방제 △농업인이 알아야 할 법률 지식 △시나노골드 고밀식 재배기술 △사과 수확 후 관리 등이다.미래농업반은 △친환경 인증 규정 △체계적 친환경 유기농업자재 제조 실습 △고품질 사과재배기술 △친환경 해충 방제 △농업 회계 지식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위한 친환경 재배 △소방안전교육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온라인 마케팅 전략 등을 배운다.전체 교육과정의 4분의 3 이상 출석하고, 수료시험에서 100점 만점 기준 60점 이상 받아야 졸업을 할 수 있다.◆코로나19에도 식지 않는 배움의 열정청송군농업인대학은 코로나19 확산 때도 운영을 지속했다. 2020년도에는 평소보다 석 달가량 늦었지만 학사 과정을 열고 대면-비대면 교육을 병행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인력포털'을 이용해 온라인교육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당시 청송군농업기술센터는 온라인 강의가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교육생들을 위해 농기센터 3층 정보화 교육장을 활용하기도 했다. 또 문자메시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강절차를 안내하고 이수확인서를 제출받았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서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강의실에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하고, 교육 전 발열 여부 확인은 물론 강의실 소독을 진행했다. 제17기 친환경사과반 87명과 제11기 미래농업반 28명 등 115명은 그렇게 그해 12월10일 농업인대학을 졸업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도 깊었던 수강생들이었다.올해도 청송군농업인대학 교육과정은 한창 진행 중이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는 지난 3월10일 청송군농업인대학 개강식을 열고, 71명(친환경사과반 38명·미래농업반 33명)의 신입생을 맞았다. 이들은 매월 2~3번 모두 20번에 걸쳐 수업을 듣는다. 친환경사과반은 수요일 오후, 미래농업반은 목요일 오후 교육이 진행된다. 올해 교육 과정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현장 맞춤형으로 구성됐다. 특히 자연순환형 농업을 통한 친환경농산물 생산 확대 교육과 신재배기술 및 정보 제공으로 농업여건 변화 대처 능력을 배양하는 데 교육의 초점이 맞춰졌다.친환경사과반은 △사과원 토양관리 및 시비 △사과 정지 전정 이론과 실습 △사과원 결실 관리 △사과 수확 후 저장 유통 관리 △사과원 병해충 관리 등 사과 재배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현장실습교육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농업반은 △작목별 재배기술의 이론과 실습 △친환경 농산물 생산 관리 △기후변화대응 아열대 작물 재배기술 및 정보 제공 △신소득 작목 재배기술 및 정보 제공 등 여러 작물 재배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이론과 실습을 통해 배우고 있다.◆귀농귀촌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청송군농업기술센터는 농업인대학뿐만 아니라 귀농귀촌교육과 강소농육성교육도 매년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다. 귀농귀촌교육 과정은 매년 6~7월 두 달간 진행되며 이론과 토론, 실습, 견학을 통해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다. 또 이들이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주된 교육 내용은 귀농·귀촌 성공전략 및 농업·농촌의 이해, 지역특화작목 기초영농기술, 농업기계 안전사용교육 등이다.강소농육성교육은 농업경영체가 대상이다.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기술·경영상태를 진단하고, 경영기록장을 작성하며 교육과 컨설팅 등 경영개선 실천의지가 있는 농업경영체를 뽑아 교육한다.주요 과목은 강소농 육성 프로그램 이해, 농업경영 역량진단 및 평가, 경영개선 실천노트 작성, 농산물 마케팅 전략, 소비자 트렌드 분석 등이다. 교육은 매년 3월~7월 이뤄진다.이상락 청송군농업기술센터 인력육성담당은 "군의 농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갈 전문 농업인을 양성해 농가소득 증대 및 지역 농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여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교육을 통해 청송의 농업 경쟁력 향상, 기후변화 대응 및 다양한 농산물 생산, 새로운 소득원 창출 및 비전 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경북 청송군의 한 과수원에서 청송군농업인대학 친환경사과반 현장실습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청송군농업인대학 교육은 지역 농업인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 확대와 환경 변화에 따른 대처 능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지난 3월 경북 청송군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2022년도 청송군농업인대학 개강식' 참석자들이 관계자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2004년 문을 연 청송군농업인대학은 지난해까지 모두 2천65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022.10.11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4] 고추와 대표작물 양대산맥 '사과'…해발 1219m 일월산이 키운 사과…베어 무는 순간 '아삭한 꿀맛' 가득
영양의 주요 특산물을 꼽으라면 사과를 빼놓을 수 없다. 1990년대 이후 재배 규모가 점차 늘어나 지금은 영양의 대표 작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영양은 기후 조건과 지리적 환경이 사과 재배에 최적화돼 있어 고품질의 사과가 난다. 껍질이 얇고 조직이 치밀한 데다 과즙이 많고 맛과 향까지 뛰어나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사과로 인정받고 있다. 지역 농가에 안정적인 소득을 가져다주는 효자 작물이 바로 사과인 셈이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4편에서는 고추와 함께 양대 특산품으로 꼽히는 영양 사과를 소개한다. ◆영양의 '효자 작물'로 거듭난 사과영양은 조선 후기부터 고추와 담배 산지로 유명했다. 산간 내륙분지인 영양은 비가 잘 내리지 않아 고추와 담뱃잎이 잘 마르고 보관하기도 좋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고추와 담배 외에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과 재배면적이 크게 늘었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사과를 키우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면서다.시나브로 사과는 고추와 함께 영양을 대표하는 양대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 고추에 이어 농가에 가장 많은 소득을 가져다주는 효자 작물이 된 것. 지난해 기준 영양 사과의 재배면적은 577㏊, 재배농가는 725가구에 이른다. 생산량과 생산액은 각각 8천848t, 234억7천600만원을 기록했다. 고추 재배면적(1천459㏊)과 농가 수(2천138가구), 생산액(822억4천만원)의 1/3 수준까지 성장한 것. 영양은 사과 재배에 적당한 지리적 조건과 기후 환경을 갖추고 있다. 경북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산간 지역에 위치해 공기가 맑고, 물도 깨끗하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당도가 높고 저장성이 좋은 사과가 생산된다.영양 사과는 지역에서 가장 높은 일월산(해발 1천219m) 자락에서 산풀퇴비를 활용한 유기농법과 제초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된다. 주요 품종은 부사와 홍로·아오리 등이다. 아오리를 부사와 함께 키우면 벌이 두 품종의 서로 다른 성분을 옮겨줘 사과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영양 사과는 다른 지역 사과보다 당도는 물론 맛과 향이 뛰어나다. 과피가 얇고 조직이 치밀해 과즙이 많은 데다 과고(꼭지와 배꼽 사이의 길이)가 높아 모양도 좋다. 아삭아삭 씹는 맛이 인상적인 영양 사과는 2006년 전국으뜸농산물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도매시장에서도 품질을 인정받아 높은 수매가격이 매겨진다. 현재 영양 사과는 영양참사과, 예실찬 등의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사과 연구모임 지원부터 기술 전수까지고품질의 사과를 재배하기 위한 영양 농업인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영양군도 기술 교육과 다양한 지원사업 등을 통해 사과 재배 농가를 적극 돕고 있다.그 중심에는 영양군농업기술센터가 있다. 영양군농업기술센터는 사과재배 농업인들의 재배 기술 향상을 위해 매년 세미나를 열고 농업인대학에서 △사과반 교육 △초보자 멘토링 교육 △사과연구모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농업인대학 운영 과정에서 사과대학을 운영하며 과원 조성, 수형만들기, 생육 및 결실, 수확, 저장에 이르는 핵심기술을 전수한다. 과수특작 농촌지도사업도 사과 재배농가를 위한 주요 지원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과수서리피해방지시설 보급'과 '과수저온저장고 가습기 보급'이다. 매년 개화기 이상기후로 냉해 서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과 재배농가에 열방상팬을 보급하고, 저온저장고 내 자동 습도조절 장치·초음파가습기를 설치해 탈수에 의한 감모율(과실 내 수분 증발로 중량이 떨어지는 비율)을 감소시키는 등 농가의 고품질 사과 생산을 돕고 있다.영양군농업기술센터는 전문농업인 육성을 위한 자율학습조직체도 운영 중이다. 또 정보화농업인 육성 사업을 통해 인터넷·모바일·스마트스토어팜을 활용한 온라인 직거래 활성화 교육도 병행하며, 우수 사과 작목반을 선정해 핵심기술 컨설팅도 해준다. 특히 센터에서는 각종 병충해 방지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3월 사과·배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 3회차분의 과수화상병 방제 약제를 공급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 농업기술센터 대회의실에서 2022년도 과수화상병 방제 약제 선정을 위한 영양군 병해충 예찰·방제협의회를 개최하기도 했다.이와 더불어 영양군은 자연재해 등 어려움에 처한 농민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사과 재배농가가 큰 피해를 봤을 때였다. 당시 영양에서는 대구경북능금농협에서 저품위 사과 시장격리 수매를 했는데 단기간에 수매물량이 몰려 농가에 보관 중인 수매대기 사과가 부패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영양군은 추가로 남영양농협과 협의해 낙과사과 긴급수매에 나섰다. 당시 낙과사과 수매단가는 20㎏ 상자당 8천원이었는데 영양군이 5천원, 수매기관에서 3천원을 부담했다.◆경북지역 사과주산지 연대 중심에 "△농업인구의 노령화로 인한 저생산성 △신선 과일 수입에 따른 사과소비 감소 △온난화로 인한 재배환경 불리 △재배지 북상 등 사과산업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미래형 과원체계인 2축형, 다축형 사과원 재배시설을 적극 지원하고 이와 더불어 새로운 소비시장 개척, 해외 수출확대, 트렌드변화에 맞는 가공식품 개발 등 사과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7월8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홍도관에서 '경북도 사과주산지 시장·군수협의회' 실무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경북도 사과주산지 시장·군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오도창 영양군수는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북도 사과주산지 시장·군수협의회는 사과 재배면적이 300㏊ 이상인 경북의 15개 시·군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이들 지역의 사과재배 면적을 모두 합치면 2만2천383㏊에 이른다. 이는 전국 전체 사과재배면적의 65%에 달하는 규모다.이날 회의는 오는 11월 개최 예정인 경북사과홍보행사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마련됐다. 경북 15개 시·군 담당 과장, 경북도 친환경농업과 직원, 대구경북능금농협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올해 경북사과 홍보행사 추진 방안과 정부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가입추진에 따른 대응책 마련, 기후변화에 따른 과수 피해 대책, 사과산업 공동발전 방안 등을 함께 논의했다.전국 최대 사과 생산지 경북 안에서의 '사과 연대'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영양과 청송은 지역 축제 때 서로를 방문해 주는 끈끈한 사이이기도 하다. 2019년 청송에서 청송사과축제가 열렸을 때 영양에서는 오도창 영양군수를 비롯해 공무원, 농업인 등 300여 명이 축제장을 찾았다. 앞서 청송에서도 그해 5월 영양에서 열린 영양산나물축제 때 300여 명이 축제에 참가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영양군 제공 공동기획 : 영양군경북 영양군의 한 과수원에서 농민이 탐스럽게 익은 사과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영양에서 자란 사과는 껍질이 얇고 과즙이 많아 맛과 향이 뛰어나다.청정지역에서 자라 모양이 좋고 색깔이 선명한 영양사과.영양군농업기술센터 전지작업 현장교육 참가자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과수원에서 농민들이 수확한 사과를 크기별로 정리하고 있다.
2022.10.06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10] 청송 농업인단체 "저탄소 농산물 생산하며 지역문제 해결에도 앞장서죠"
청송군은 인구 대비 농업인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다. 청송의 농업인단체는 단순한 봉사활동 모임에 그치지 않고 지역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다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며 행정 당국의 정책 결정에도 적극 참여한다. 지역의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협동심과 리더십을 발휘해 지역농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다. 청송이 작지만 강한 농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10편에서는 청송의 농업인단체에 대해 소개한다. 후계농업경영인 등 9개 단체 가입 봉사활동·공적활동까지 적극 참여 협동심·리더십으로 청송미래 고민 귀촌해 농사꾼 길 택한 곽동주 회장 "미래형 농업모델 거듭나기 위해선 저비용 고품질 생산 체계 갖춰야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 개선 필요"◆9개 농업인 단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청송은 작은 군이지만 젊은 귀농인이 많고 농민의 화합과 단결 수준이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권익 활동 참여율이 높고 지역 문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지난달 30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강2리 과수원에서 만난 곽동주(51)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장과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곽 회장은 자타공인 '농사꾼'이다. 청송이 고향인 그는 경북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는 부총학생회장을 맡았고, 쌀수입개방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에 돌아와 농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청송군농민회 사무국장, 전국한우협회 청송군지부 사무국장,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 파천면 회장 등을 역임하며 여러 농업인단체에서 두루 활동했다. 파천면 송강2리 이장, 청송농협 감사로도 일했다. 2018년에는 청송군 기업형돈사 반대대책위원회 대책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 수장을 맡으면서도 소 사육과 사과·벼·콩·고추 등 19.8㏊(6만평) 규모의 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는 청송군 주요 9개 농업인단체의 협의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 △청송사과협회 △한국농촌지도자 청송군연합회 △한국생활개선 청송군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 청송군연합회 △한국쌀전업농 청송군연합회 △전국한우협회 청송군지부 △청송군농민회 △청송군 4-H연합회 등 청송의 주요 농업인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는 농업인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농업인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건의하는 것은 물론 매년 11월 '농업인의 날' 행사도 연다. ◆축제는 물론 농산물 홍보와 판촉까지청송의 농업인단체는 지역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 축제나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농산물 홍보와 판촉에도 열심이다. 산소카페 청송정원 조성 등 지역에서 일손이 필요할 때도 선뜻 나선다. 다양한 봉사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과수 전정 대행단' 운영이 대표적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는 지난해부터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부족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5개 팀으로 꾸려진 과수 전정 대행단을 운영하고 있다. 농작업이 어려운 취약계층 농가를 위해 과실나무 곁가지 따위를 자르고 다듬는 일을 대신해 준다.지역 문제 해결에도 농업인단체가 늘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2018년 기업형 돈사(豚舍) 반대 운동이다. 당시 대부분의 농업인단체는 기업형 돈사의 청송 진입을 막기 위해 함께 대책위를 꾸려 반대 집회를 하는 등 맞섰다. 이에 청송군은 관련 조례까지 개정하며 돈사 건축을 잇달아 불허했다. 이후 관련 행정소송 10건이 잇따랐지만 청송군이 모두 승소했다. 농업인들이 군과 함께 지역의 청정 환경을 지켜낸 셈이다.청송 농업인단체는 저탄소 농산물 인증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를 중심으로 136개 농가가 이미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저탄소 농산물 인증은 정부의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농산물우수관리) 검증을 받은 농산물 중에서 저탄소 농산물임을 증명하는 제도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된 농산물이 인증 대상이다. 곽동주 회장은 "탄소가 적게 발생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농업인은 엄청난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데 아직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저탄소 인증 농산물은 그만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탄소 인증 농산물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기반을 꼭 마련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농업인은 단순히 식량 자원을 생산하는 이들이 아닌 환경 보전이라는 공적 역할까지 맡은 중요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청송군과 함께 농업의 미래를 이끌어청송의 농업인단체를 이끄는 곽 회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물가, 예측이 힘든 기후변화 속에서 농업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특히 기후변화는 재해를 넘어 국내 농작물 재배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큰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 4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온난화로 2070년대가 되면 사과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농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요. 농민이 게을러서가 아니에요. 올해 기름값이 100%, 비료가 140%, 사룟값이 40%, 인건비가 30% 정도 올랐어요. 기후변화로 태풍 등 재해도 너무 빈번해졌어요. 사과 재배지역도 계속 북상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청송 농민들은 계속 사과 주산지 명성을 지켜나가야 해요. 이 문제는 농민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힘들어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모두가 나서서 함께 이 문제들을 풀어줘야 해요." 곽 회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이어 농작물 재해보험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농작물 재해보험에는 지역할증이라는 것이 있는데 전국 평균이 10%인 반면 청송은 30%대로 매우 높다고 한다. 청송에선 늦은 봄 사과꽃이 필 무렵 서리피해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 할증이 높아지면 그만큼 농민들의 농작물 재해보험 자부담률도 높아진다. 자연재해에 의한 농작물 피해도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곽 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면 농업이 미래 산업으로 유망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저비용 구조로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농업이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결국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력을 증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그는 청송 농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데 청송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청송군은 윤경희 군수가 취임한 이후 시나노 골드 등 사과 품종 다변화에 뛰어들었다. 2020년부터는 청송사과 품질보증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청송사과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윤 군수는 모든 농가에 일정 금액을 주는 농민수당 제도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곽 회장은 "윤 군수가 사과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농가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어서 농업인들은 큰 힘이 된다"며 "미래형 과원 조성과 이에 따른 묘목 공급, 외국인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 나서고 있어 지역 농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웃었다.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청송사과협회·재경청송향우회 회원 등이 윤경희 청송군수와 서울 청계산 등산로에서 청송사과 홍보행사를 벌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송사과협회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인 청송사과를 국내외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곽동주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이 탐스럽게 익은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청송군 농업인단체협의회는 청송지역 9개의 농업인 단체가 모여 구성된 협의체다.지난 1월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가 운영하는 과수 전정 대행단이 지역 사과 농가를 찾아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 회원들이 전북 장수군에서 청송 농산물 홍보행사를 벌였다. 제24회 청송군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내빈들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청송군 제공〉
2022.10.04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3]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직거래 장터 넘어 '농민-수도권 시민 소통' 전국구 축제로 성장
매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서울광장에는 매콤하면서도 달곰한 내음이 은은하게 퍼진다. 고운 햇살을 가득 머금고 붉게 물든 고추의 향이다. 광장 곳곳에 쌓인 붉은 고추의 빛깔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해마다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의 풍경이다.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은 단순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넘어 농민과 수도권 시민이 소통하는 어엿한 하나의 축제로 성장했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3편에서는 국내 대표 농산물 축제로 발돋움한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을 소개한다. ◆3년 만에 열린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영양 고추가 확실히 색깔이 좋네요" "이거 백화점에 납품하는 거라니까요".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서울광장은 영양고추를 팔려는 농민과 이를 사려는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장바구니를 들고나온 이들은 큰 비닐에 담긴 건고추를 살펴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50곳에 달하는 부스에는 생산자 이름과 연락처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생산 농가의 자부심이 엿보였다. 광장 곳곳에서는 '2022 영양고추 H.O.T Festival'이라고 적힌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축제에 앞서 영양군은 고추 등 영양 특산물 판매 부스를 운영할 생산자를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했다. 고추 생산 농가뿐만 아니라 영양고추유통공사, 영양농협, 남영양농협 등 영양의 뛰어난 고춧가루 가공업체도 함께했다. 또 사과, 전통장류, 버섯나물류 등 영양의 다른 특산물 생산자도 뽑았다.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 영양군연합회는 소비자 신뢰를 위해 이번 축제에서 고추 수확·건조·포장 등 모든 공정에 대한 품질관리를 도맡았다. 영양군은 이번 축제 기간 서울광장에 영양고추 테마동산을 꾸몄다. '고향의 가을'을 테마로 한 고추 터널과 고추 분경(盆景) 100여 점, 포토존, 각종 조형물 등은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광장 한쪽에는 전시·홍보 부스도 마련됐다. 여성군자 장계향 선생이 쓴 최초의 한글 음식 조리서인 '음식디미방'과 함께 영양자작나무숲,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등 영양의 문화·관광 명소도 소개했다.영양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비자의 안전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성대한 개막식을 없애고 상생과 나눔의 의미로 홍고추 도시락과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떡 나눔 행사를 가졌다. 또 소비자가 구매한 농특산물을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배달해 주는 도우미 서비스도 제공했다. 농특산물 홍보 사절단인 영양고추아가씨들은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영양고추 홍보에 앞장섰으며, 오도창 영양군수는 물론 영양군의원 모두가 축제장을 방문해 관계자를 격려했다. ◆지역 축제에서 전국구 축제로지난달 28~30일 'K-매운맛! 맵단맵단 영양고추'를 주제로 열린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은 올해로 14번째를 맞았다. 이번 축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리지 못했다가 3년 만에 개최한 만큼 영양군과 영양축제관광재단은 이번 행사에 공을 들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축제 동안 8만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18억여 원의 행사장 판매 매출과 5억여 원의 생산자 직거래 주문 매출을 올렸다. 영양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TV광고, 프로그램 PPL광고, 신문보도, 오프라인 프로모션 행사 등으로 350억원의 홍보 및 경제유발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영양의 고추축제 역사는 1984년 시작된 영양고추아가씨 선발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행사의 중심은 영양고추아가씨 선발대회였다. 2000년부터 영양고추문화축제라는 명칭으로 바뀌며 축제 규모가 커졌다.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로 탈바꿈한 것은 2007년부터다. 농민이 고추 등 영양 특산물을 갖고 수도권 소비자를 찾아가는 행사로 기획됐다. 이후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은 대성공을 거뒀고, 매년 추석을 앞두고 서울시와 영양군에는 축제 일정을 묻는 전화가 쇄도하는 국내 대표 농산물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에 영양군은 지역 축제를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2015년 영양축제관광재단까지 설립했다.오도창 영양군수는 "한결같이 기다려 주신 마음에 보답하고자 성실하게 준비했던 만큼 영양의 따뜻한 농심을 수도권 소비자에게 잘 전할 수 있었다"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은 생산 농가와 도시 소비자 모두에게 서로 윈윈(win-win)하는 도·농 상생의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이번 축제를 평가했다.그는 또 "내년 행사도 더욱 내실 있게 준비해 한층 더 성장한 축제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 정직하고 우수한 품질의 농특산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순박한 농부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공동기획 : 영양군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2 영양고추 H.O.T Festival' 방문객들이 고추 터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은 농민과 소비자가 상생하는 국내 대표 농산물 축제로 발돋움했다.영양고추 H.O.T 페스티벌 조형물 앞에서 인증사진을 남기고 있는 가족의 모습.수도권 소비자들이 고추 판매 부스에서 고추를 고르고 있다.영양고추를 직접 만져보고 있는 오도창 영양군수(맨 왼쪽)와 박형수 국회의원(왼쪽에서 두번째)등 내빈들.영양고추아가씨들이 영양고추 홍보를 위해 서울광장 곳곳을 돌며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다양한 축제 프로그램 가운데 방문객에게 좋은 호응을 이끌어낸 O·X퀴즈.서울광장 축제장을 찾은 시민들이 다양한 종류의 고추 분경을 구경하고 있다.
2022.09.29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2] 영양고추 명성의 중심 영양고추유통공사…세계 최대 규모 시설 갖추고 최고 품질의 '빛깔찬' 고춧가루 생산
영양이 홍고추 주산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는 영양고추유통공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홍고추를 수매해 건고추와 고춧가루를 만드는 지방공기업이다. 지난 17년 동안 농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영양 고추의 명성을 지키는 데 큰 몫을 해냈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전국 최고의 고춧가루를 생산해 농가의 소득 안정은 물론 영양 고추의 매운맛을 세계에 전하는 첨병 역할도 맡고 있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2편에서는 영양 고추 발전을 이끌어 온 영양고추유통공사를 소개한다.◆홍고추 건조부터 가공까지"영양 고추는 과피가 두껍고 색깔이 맑아요. 보시다시피 빛깔이 선홍색이잖아요."지난 14일 영양군 일월면 가곡리에 있는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만난 최현동 영양고추유통공사 사장은 말린 고추와 고춧가루를 직접 보여주며 설명했다. 말린 고추에는 고추씨가 가득했다. 고춧가루는 대형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보다 좀 더 밝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최상의 고춧가루를 만들려면 세척·건조·가공 전 과정이 잘 이뤄져야 해요. 이에 앞서 농민들의 뛰어난 재배 기술·자연 환경·좋은 육묘·양질의 퇴비 등이 모두 갖춰져야 이런 고추가 나와요. 영양 농민들은 모두 고추 박사예요." 정승화 경영관리팀장이 웃으며 최 사장의 설명을 거들었다.영양고추유통공사 건조처리공장과 고추분쇄공장 안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자동 세척된 고추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자 흰색 위생복을 착용한 직원들이 매서운 눈으로 이물질을 선별해냈다. 이어 바람으로 수분을 날려주는 기계를 통과하자 고추의 물기는 모두 제거됐다. 고추는 다시 반원을 그리며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해 절단된 뒤 건조기로 들어갔다. 건조를 마친 고추는 10㎏짜리 비닐에 담겼다. 이렇게 포장된 고추는 저온창고에 보관된다. "다른 지역은 고추를 마대자루에 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물질 유입 방지와 위생을 위해 비닐을 사용합니다. 공장 안에는 24시간 중앙집중식 관리가 가능한 제어실도 갖추고 있어요." 최 사장이 설명했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홍고추를 수매해 세척·건조·가공하는 일괄처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건조라인에서는 건고추를 원료로 일정량을 투입하면 자동으로 1·2차 세척 뒤 직원이 직접 이물질을 선별해낸다. 이후 자동으로 고추 절단과 예비 건조, 본 건조를 거쳐 포장이 이뤄진다.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처리시간은 3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공라인에서는 건고추를 타격식 조파쇄 장치를 이용해 종자와 과피로 분리시킨다. 1·2차 분쇄를 거친 고춧가루는 김치·양념·고추장용 등 다양한 용도에 맞는 크기의 입자로 선별되는 입도선별 공정을 거친다. 이후 분쇄작업으로 나올 수 있는 미세 철분을 제거하고, 자동포장기를 통해 규격별로 포장이 이뤄진다.매년 8~9월은 영양고추유통공사가 가장 바쁜 기간이다. 수확한 고추가 본격적으로 밀려 들어와 하루 종일 공장이 가동된다.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처리하는 고추는 영양 전역에서 생산된 고추의 20~30%에 이른다. 영양 고추 농가 절반 이상인 1천200가구 정도가 영양고추유통공사와 계약재배한다. "약 두 달 동안은 일요일만 빼고 하루 24시간 공장이 계속 돌아가요. 25명 정도가 한 팀으로 해서 세 팀이 3교대로 투입됩니다. 고추유통공사에서는 1t 트럭 16대를 돌려 농가에서 수확한 고추를 계속 실어옵니다." 최 사장은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17년 역사 영양고추유통공사 영양고추유통공사는 2006년 9월 지방공기업법을 근거로 설립됐다. 앞서 그해 1월 영양군은 영양고추유통공사 설치 조례를 제정했다. 영양고추와 지역 농산물의 가공판매를 통해 군민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당시만 해도 영양 고추 산업은 △불합리한 고추 유통구조 △비절단 상태의 고추건조 방법 △고품질 위생적 건고추 원료 생산의 필요성 △소규모 고추 재배 농가의 소득기반 확보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영양고추유통공사 설립이 이뤄졌다. 영양고추유통공사의 규모는 대지면적 5만6천100㎡, 건축면적 6천990㎡다. 건조처리공장 2동(3천643㎡)과 고추분쇄공장(1천165㎡), 저온저장고 및 부대시설(2천574㎡) 등을 갖추고 있다. 연속건조기 2대는 1년에 1만2천t의 홍고추를 처리할 수 있다. 고추분쇄 포장라인시설은 1년에 고춧가루 2천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영양고추유통공사는 △고추 등 지역 내 농산물 수매 △고추 건조 및 가공 △농산물 가공 및 유통사업 △비료제조 및 판매사업 △농산물 직판장 운영 △농산물 유통 및 수출 △주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하는 경영수익사업 △소득다변화를 위한 해외 농업개발사업 추진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홍고추 수매·세척·건조·가공의 일괄처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제규격의 고품질 고춧가루를 생산한다. 이 덕분에 영양 고춧가루의 수출 기반을 조성해 해외 판로를 새롭게 열었다.영양고추유통공사는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계약재배를 통해 홍고추를 수매하고 있다. 매년 5월쯤 농가와 계약을 하면 계약금액의 20%를 선급금으로 지급한다. 농가와 계약할 때 순한 맛이 나는 고추를 생산할지, 매운맛이 나는 고추를 생산할지도 미리 협의한다. 이후 고추가 생산되면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직접 농가에 가서 생산된 고추를 실어온다. 이 과정에서 최상품 홍고추만을 엄선해 수매한다.사들인 홍고추는 세척, 건조, 절단한 뒤 건고추로 팔거나, 이를 다시 분쇄해서 고춧가루를 만들어 판매한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이런 건조와 가공 과정에서 엄격한 위생 관리를 하고 있다. 꾸준히 최고 품질의 고추를 생산해 소비자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함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영양고추유통공사가 판매하는 고춧가루 브랜드가 '빛깔찬'이다. 빛깔찬 고춧가루는 김치용·양념용·고추장용으로 나뉘어 생산된다. 맛도 매운맛·순한 맛·보통 맛이 있으며, 150g·500g·1㎏·3㎏·5㎏단위로 포장돼 판매된다. 빛깔찬 고춧가루는 여러 차례 세척과 절단, 3시간 저온 건조를 통해 영양소가 살아있는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영양 고춧가루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수출되고 있다. 2019년 영양고추유통공사가 생산한 고춧가루는 미국에 10.2t이 수출됐다. 이후 수출량이 급격히 늘어 지난해에는 미국·캐나다·호주·독일 4개 나라에 모두 33.6t이 수출됐다. 2년 만에 수출량이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수출액도 같은 기간 1억여 원에서 8억여 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외에도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영양군농업기술센터 등과 연계해 육묘장을 운영하며 농가에 육묘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공동기획 : 영양군영양고추유통공사 직원이 농가로부터 받은 고추를 건조라인에 투입하기 전에 정리를 하고 있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전국 최고의 고춧가루를 생산해 농가의 소득 안정은 물론 영양 고추의 매운맛을 세계에 전하는 첨병 역할도 맡고 있다.영양고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영양고추유통공사 전경.영양고추유통공사 설비는 최첨단 자동화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다.직원들이 건조라인을 거친 홍고추를 포장하고 있다.
2022.09.22
농특산물 수출액 1천억 '눈앞'…해외서도 고품질 인정받아
경북 상주는 농특산물 수출 선도 도시다. 상주의 농특산물 수출액은 경북 전체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해마다 수출액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수출액 1천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상주 농특산물은 세계 각국에 고품질 상품으로 인식돼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수출량에 비해 수출액이 급성장하는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상주, 삼백의 고장에서 스마트팜 도시로' 8편에서는 상주시의 농특산품 수출 현황과 노력에 대해 다룬다.작년 4646t수출…경북지역 내 1위농식품부 지정 등 전문수출단지 21곳배·포도·토마토·곶감 등 품목도 다양 자연환경·숙련된 기술로 상품질 우수市, 해외 주요국 홍보관 운영 성과도 4년연속 道 수출정책 평가 대상 수상 ◆상주의 농특산물 전문수출단지지난 16일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 덕가리에 있는 참배수출단지 앞마당. 지게차가 'PREMIUM KOREAN PEAR'라고 적힌 15㎏짜리 종이 상자를 가득 실어 트레일러로 연신 날랐다. 트레일러는 금세 배가 든 상자로 가득 채워졌다. 모두 1천80상자, 무게만 16.2t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4천만원어치다."트레일러에 실린 배는 항구를 통해 베트남으로 수출됩니다. 저희는 수출업체, 해외 바이어와 신뢰가 잘 구축돼 있어요. 내일모레에는 인도네시아로 갈 배가 선적될 예정입니다." 이정원(67) 참배수출단지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이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지정을 받아 2006년부터 배와 포도 전문수출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사벌국면에서 배농사 6㏊(1만8천평)와 쌀농사 2㏊(6천평)를 짓는 대농(大農)이기도 하다. 상주에서 나온 만풍이라는 배 품종을 최근 '청배'라는 브랜드로 만들어 해외에 수출도 한다. 참배수출단지 건물 안에는 '참배수출단지'라고 적힌 플라스틱 상자가 가득했다. 15단 이상, 5m 이상 높이로 쌓여 있다. 상자에는 갓 들어온 배로 빼곡했고, 생산 날짜와 농민 이름이 붙어있다. 건물 한쪽에는 '경축 참배수출단지 대통령상 수상'이라고 적힌 펼침막이 눈길을 끈다."상주 배니까 잘 팔리죠. 상주는 지형과 풍토가 좋아요. 낙동강 옆 기름진 옥토에서 재배되고 국토 중간에 위치해 있어 자연 재해도 없습니다. 이번 태풍에도 상주는 큰 피해를 보지 않았어요." 상주 배를 살펴보던 이 회장은 흡족해하며 설명했다. 참배수출단지 건물 내부에는 선별장이 따로 마련돼 있다. 당도측정기부터 포장기, 저울, 에어세척기 등 선별장에 필요한 시설을 모두 갖췄다. 농민들이 납품한 배는 선별장에서 세척→선별→포장 과정을 거쳐 해외로 수출된다. 선별장 곳곳에는 'Premium Korean Pears' 'Sweet & Fresh Korean Pears', 'Korean Jumbo Pears' 등이 적힌 배 포장 상자가 가득 쌓여있다. "이건 호주로 가는 거예요. 코스트코에서 팔리죠." 'FRESH PEAR For Austrailia'라고 적힌 포장 상자를 가리키며 이 회장이 말했다. 선별장 반대편에는 저온저장고가 여러 개 자리한다. 저온저장고를 열자 배가 든 상자가 한가득이다. "여기 보관된 배는 인도네시아에 가는 거고, 저기 보관된 배는 호주로 가는 거예요. 이렇게 보관해야 배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어요"라며 이 회장이 상주 배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농특산물 수출액 1천억원 눈앞상주는 농특산물 수출이 경북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좀처럼 '수출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상주의 농특산품 수출량은 2015년 3천832t에서 지난해 4천646t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205억원에서 870억원으로 4배 이상 껑충 뛰었다. 수출량보다 수출액이 훨씬 가파르게 성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에서 상주 농특산물이 고품질의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지난해 상주에서는 모두 27개 품목, 4천646t·870억원어치의 농특산물이 수출됐다. 수출량으로는 배가 2천727t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포도 1천5t, 토마토 261t, 선인장 63t, 곶감 41t, 복숭아 13t 등의 순이다. 수출액은 포도가 206억원으로 배(105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토마토(12억5천만원)와 선인장(11억원)도 10억원 이상을 기록했고 곶감(7억5천만원), 복숭아(1억2천만원)가 뒤를 이었다.상주 농특산물이 수출된 나라는 30개 국가에 달한다. 수출량으로만 보면 대만 1천367t, 미국 1천146t, 베트남 586t, 중국 446t, 홍콩 229t 등 순이다. 반면 수출액으로는 중국이 500억원으로 압도적이다. 이어 미국 58억원, 베트남 54억원, 대만 45억원, 홍콩 3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주에서는 농특산물 전문수출단지만 21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단지만 11곳이다. 나머지 10곳은 경북도 지정 단지와 예비단지로 구성돼 있다. 농특산물 중에서는 배(8곳)와 포도(7곳) 전문수출단지가 가장 많다. 복숭아, 사과, 화훼, 토마토, 선인장, 쌀 전문수출단지도 각각 1개씩 있다. 상주가 농특산물 수출 거점으로 우뚝 선 것은 농업에 유리한 자연환경과 농민들의 숙련된 재배 기술 덕분이다. 백두대간이 상주 북서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일교차가 크고 자연재해가 적다. 더욱이 상주 동쪽은 낙동강이 비옥한 평야지대를 만들어 일찍이 농경이 발달했고, 재배 기술도 함께 발전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주 농특산물이 최고로 인정받게 된 배경이다.농특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상주시의 노력도 빛을 발했다. 상주시는 2017년부터 해외 주요 도시에 지역 농특산물 해외 홍보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독일(2곳)을 비롯해 태국(3곳), 홍콩(3곳), 뉴질랜드(3곳), 대만(1곳) 5개국에 12곳의 홍보관을 운영 중이다. 상주시는 신선농산물 수출을 위한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만 농가와 단체, 수출업체 80곳에 모두 4억원을 지원했다. 농가·단체 41곳은 2억5천만원, 수출업체 39곳은 1억5천만원의 혜택을 받았다.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상주는 농특산물 수출 선도 지역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에도 경북도 농식품 수출정책 우수 시·군 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8년 이후 4년째 대상을 거머쥐었다.상주시가 이 평가에서 최고 자리를 놓치지 않는 것은 상주의 농특산물 수출액이 매년 크게 늘고 있어서다. 또 해외 홍보관 운영과 해외시장 개척 노력 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과 전문수출단지, 상주시의 행정적 지원이 삼박자를 이룬 결과다.이종진 상주시 경제산업국 유통마케팅 과장은 "농특산물 해외 홍보관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상주가 여러 시기마다 다양한 농산물이 나오는 '농산물 백화점'이기 때문"이라며 "상주는 비옥한 토지와 자연재해가 없는 환경에서 최고 품질의 농특산물이 생산되는 데다 2000년대 초반부터 양보다 질을 중시해 왔던 만큼 해외에서도 프리미엄급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상주시 사벌국면 덕가리에 위치한 참배수출단지 앞마당에서 직원이 지게차로 수출용 배 상자를 트레일러에 옮기고 있다.이정원 참배수출단지 회장이 해외로 수출되는 배를 가리키며 상주 배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지난 8월 상주 외서농협유통센터에서 열린 상주 배 수출 선적식에서 참석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태국 방콕에 위치한 상주시 농특산품 해외 홍보관에서 외국인 직원이 상주 농특산물을 홍보하고 있다.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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