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 담 > 프로야구 삼성 96 결산

  • 입력 1996-09-13 00:00

프로야구 삼성이 94.95년에 이어 96년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올 시즌전 '개혁'을 부르짖으며 코칭스태프 교체, 투수부문 대폭보강 등
을 통해 우승후보 내지 4강을 목표로 했던 삼성이 어이없이 무너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영남일보는 강태정 영남일보 사외편집위원, 우용득 전 삼성감독, 홍승규
대구MBC해설위원을 초청, 삼성구단의 문제점과 대책을 들어봤다.
<편집자註>

* 강태정씨 = 삼성의 올해 성적부진은 선수들에 대한 감독의 믿음부족과
김상엽 김태한 김성래 등 주축선수들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봅
니다. 몇몇 선수를 제외한 선수들이 1,2경기 못하면 교체되거나 2군행을
반복했고, 이는 컨디션 저하와 성적부진을 가져왔습니다. 김상엽 김태한이
지난해와 같은 활약을 보였다면 4강진출은 무난했을 것입니다.

* 우용득씨 =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코칭스태프와 선수간의 팀워
크가 좋아야 합니다. 그러나 삼성은 이 요소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또한 선
수들의 응집력도 지난해에 비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 홍승규씨 = 시즌초반 확실한 베스트멤버가 구성이 안됐기 때문에 감독
은 초반부터 선수들이 주축이 된 야구가 아닌 작전의 야구를 펼쳤으나, 실
패를 거듭했습니다. 또 마운드의 변칙운영도 성적을 그르친 요인이 되겠지
요.

* 우 = 선수기용에 있어 벤치의 일부선수에 대한 편애는 결과적으로 선
수들간에 위화감을 조성, 팀단합을 저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삼성
선수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봅니다. 구단에선 선수들에게 최상의
대우를 했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특히 양준
혁은 경기와 상관없이 노골적으로 개인타이틀에 욕심을 내는 추태를 보였
습니다.

* 강 = 시즌중 가장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것이 에이스 투수 김상엽의 트
레이드설이었는데 이 문제는 감독의 선수에 대한 관리 잘못으로, 김상엽의
잘못이 있다하더라도 팀의 일원임을 일깨워 끌어안는 자세가 우선돼야 하
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 홍 = 스타선수는 연봉만큼 그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면
에서 가벼운 부상 등을 이유로 등판을 거부했던 김상엽은 프로선수로서의
기본 자질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백 감독도 김상엽과의 사이에 일어난 불
화를 김상엽 탓으로 돌렸는데 지도자로서 기본이 안됐다는 느낌을 받았습
니다.

* 우 = '김상엽 트레이드'사태는 코치들이나 고참들의 중재 역할이 미흡
했던 것도 원인이라면 원인이 되겠지요.

* 강 = 백 감독은 자신이 데려온 코치에게도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했습
니다. 투.포수 교체에 코치들의 영향력이 지난해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
은 이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 우 = 선수와 감독의 불신은, 백 감독이 대구출신이 대부분인 삼성선수
들의 기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보수적인데다 불만을 잘 드러내지 않는 대구사람들의 정서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나폴레옹식 지도
방법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홍 = 동감입니다. 타격부문에서 감독은 좋은 컨디션을 갖춘 선수만 쓰
겠다고 했는데, 이는 선수들 스스로 문제를 찾아가고 해결하는 능력을 간
과한 것입니다.

* 강 = 코치들도 감독에 자기생각을 전달하기보다는 모든것을 감독의 지
시에 따르다보니 선수들로부터도 신뢰를 잃었다고 봅니다. 또 감독의 작전
남용으로, 얻은 찬스를 살리지 못해 진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 홍 = 삼성의 최대 취약부문이 포수입니다. 포수는 한시즌동안 보통 한
팀에 2명정도로 운영되는 것이 보통인데 삼성은 4~5명이 교체 기용돼 마운
드불안을 가져왔습니다. 포수가 약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그치기보다
는 포수가 강해지도록 도움을 줘야 할 것입니다.

* 우 = 해태 최해식과 한화 조경택도 한때 쌍방울과 LG시절 2군선수였지
만 지금은 팀의 주전으로 좋은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좋은 예입니다.
삼성은 지난해 박선일이 주전포수였는데, 공격위주의 야구에 치우친 나머
지 주전에서 빠진 결과를 빚었습니다.

* 강 = 공격부문에서 팀홈런부문 3위(87개)로 대구구장의 확장후에도 여
전히 장타력을 과시했고, 뛰는 야구를 내세우며 팀도루부문 2위(1백31개)
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만 타격의 기복은 여전했습니다. 타격의 응집력도
지난해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는 느낌입니다. 이는 한두게임 못하면 선발엔
트리에서 빼버려 타순이 들쭉날쭉한 때문이라고 봅니다. 특히 1번타자는
시즌전 정해지는 것이 보통이나 시즌중 트레이드된 선수까지 1번으로 기용
하기도 했습니다.

* 홍 = 백 감독은 취임하면서 독특한 타법을 타자전원에게 전수시켰습니
다. 허나 타격은 전체적으로 통일시킬 수 없고, 자기나름대로의 특성을 살
려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시즌초 선수들이 타격감을 찾지못해 혼란이 왔
습니다. 양준혁은 자기폼(오픈스탠스)으로 돌아간뒤 페이스를 찾는 모습이
었으나 이동수와 신동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 강 = 올시즌 삼성은 지난해 신인투수를 대거보강해 이 부문은 좋은 성
적이 기대됐습니다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선발 마무리의 구분없
는 '마구잡이식' 등판이 빚은 현상이었습니다.

* 우 = 아마야구도 아니고 프로야구에서 역할분담이 안되었다는 것은 한
마디로 '동네야구' 라고 봅니다. 마운드사정이 넉넉지 않은 쌍방울이 방어
율부문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투수출신 김성근 감독의 효과적인 투수
관리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현역시절 포수로 뛰었던 백 감독은 투수코
치의 활용도를 높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 강 = 홈승률에선 지난해 6할1푼대를 기록하며 관중 60만명을 돌파하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만, 올해엔 4할4푼4리로 팀승률을 밑돌아 50만명 돌
파에도 실패했습니다.

* 우 = 홈관중수 감소는 월드컵과 프로야구 수준의 하향평준화 때문이었
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프로야구단의 전반적인 현상입니다. 다만
삼성의 홈승률저조는 먼저 홈경기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되지 않았느냐는
생각입니다. 원정에서 한게임에 투수를 너무 많이 등판시켜 홈게임 선발
을 맞추지 못한 느낌을 받았고, 이는 전반적으로 야구수준을 떨어뜨리게한
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죠.

* 강 = 삼성이 내년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한다면 선수단 구성
원간의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합니다. 시즌이 끝난뒤 대화의 장을 마련해
서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단합을 다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우 = 시즌후 올시즌 활약이 미미했던 코치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일본 요미우리자이언츠의 경우 감독출신이
나 원로들의 모임을 만들어 한해를 지나면서 팀의 문제점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 선수트레이드나 감독경질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삼성도 이젠 이
러한 모임을 한번쯤 생각해볼 때입니다. 팀이 어려울 때일수록 팀을 떠난
사람들을 포용해 좋은 충고를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 홍 = 지나치게 우승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볼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
다는 생각입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어떻게 하면 팬들에게 사랑받는 야구
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도 중요합니다.
<정리 = 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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