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화교 . 4] 대구 화교의 교육, 경제활동

  • 입력   |  발행일 1999-10-29 제면

대구시 남구 봉덕동 대구화교중.고등학교 교정에 들어서면 건물 옥상에 타이완 국기인 청천백일기가 우선 눈에 띈다. 운동장은 잡초가 무성하고 여기저기 헌 책상이 늘브러져 있어 말끔하지 못한 느낌이다. 고3 교실은 좁은 공간에 28명의 학생들이 한국어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의 국어는 한 국어가 아니라 중국어다. 고3생의 경우 일주일에 6시간, 고등학교 1.2년생 은 3시간, 중학생은 일주일에 2시간의 한국어 수업을 받는다. 이 학교에서 한국어를 6년째 가르치고 있는 한국인 임경아 교사는 "초등 학교 5학년때부터 수업시간에 한국어를 가르쳐주기 때문에 학생들의 어휘 력이 부족하다. 의미전달에 어려움은 있지만 수업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 한다. 이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타이완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교사가 부족해 학생들은 타이완처럼 다양한 교과목을 배우지 못한다. 대 구화교중.고등학교의 경우, 정식교사(교장 포함) 9명과 시간강사 5명이 화 교중.고생 109명을 가르치기 때문에 서울화교중학교에서처럼 영작문, 한국 역사, 한국지리, 한국사회 등의 교과목은 개설돼 있지 않다. 정보화사회에 대처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2시간 컴퓨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어 이외의 수업은 대부분 중국어로 진행하는데, 최근에는 학생들의 중국어 능력이 떨어져 한국어를 병행해서 가르치고 있다. 당가본(唐家本) 교무주임은 "국제결혼 때문에 한국인 학부모가 30-40%에 달하고 중국어보 다 한국어를 더 많이 접하게 되는 환경으로 학생들의 중국어 능력이 점점 저하되고 있다"며 "중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 때문에 강의내용을 한국어로 재해석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고교 졸업후 화교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한다. 대구화교고등학교 3학년 28명중 한국대학 지원학생은 12명, 타이완과 외국에 유학하려는 학 생은 10명, 그외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화교 학생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의 대학교에 특례입학할 자격이 주어지고, 타이완 대학 진학도 할당된 배당량이 있어 별 어려움없이 진학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와 중 국어 능력이 떨어져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희망학 과는 의대와 한의대가 약 60%로 가장 많았다. 3학년 반장 유종인(劉宗演) 군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컸기 때문에 한국대학에 진학하고 싶다. 화교학생은 외국인이기때문에 졸업후 취업이 곤란하다. 그래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의대에 가고 싶다"고 했다. 90년대초까지만 해도 타이완으로 유학가는 학생의 비율은 약 80%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그 비율은 역전되 어 한국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의 비율이 훨씬 높은 편이다. 타이완에서 유 학한 주학태(朱學泰.35) 경북외국어테크노대 강사는 "타이완에서 유학해도 직장구하기가 힘들다.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인해 한국화교의 취업은 타이 완에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취업을 못하는데 왜 타이완에 유학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전국에 화교중.고등학교가 있는 곳은 대구 이외에 서울, 인천, 부산. 이 전에는 광주에 있었지만 최근 학생수가 급감, 폐교했다. 한국 화교학교는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02년 인천 화교초등학교 설립을 계기로, 일 제시대에 서울, 부산, 대구 등 주요도시에 초등학교 설립이 잇따랐다. 아 시아연합신학대의 우심화(于心華) 교수는 "화교가 이주지에 학교를 세우는 것은 그 나라에 동화되지 않고 중국의 전통 생활양식을 유지하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에 화교학교가 설립된 것은 1941년. 대구화교초등학교는 화상들이 중심이 돼 현 종로호텔 부지에 세워졌다. 대구에 화교인구가 증가하면서 1958년에 대구화교중학교가, 1967년에 현 봉덕동 교정에 대구화교고등학교 가 세워졌다. 70년대 학생수가 많을 때는 600여명에 달했지만 해외 이민의 증가와 핵가족화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대구화교학교는 다른 화교학교와 마찬가지로 재정이 매우 열악하다. 대 구화교중.고등학교의 경우, 전체 학교 운영비의 30%는 타이완정부로부터 조달하고 나머지는 학생의 수업료와 동창회의 보조금으로 충당한다. 그래 서 학생들의 수업료가 비싸다. 중학생은 1년에 128만원, 고등학교는 146만 원으로 한국 학생보다 10배 가량 높다. 이런 사정으로 대부분 타이완에서 유학한 교사의 급료는 20년 근무해도 월 200만원이 채 못되며, 퇴직금이 없어 노후보장이 안되는 실정이다. 지난해까지 화교학교는 단순한 '외국단체'로 등록돼 한국 정부로부터 어 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 남신명(南新明) 교사는 "화교는 교육세와 지방세 를 다 납부하면서도 한국학교와 같은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했 다. 대구화교중.고등학교는 법령개정으로 10월 18일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각종학교로서의 외국인학교'로 인가받았다. 이에따라 화교학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지 기대에 부풀어 있다. 화교학교의 학부모 직업분포도 점차 변하고 있다. 화교초등학교 학생 55 명의 학부모 직업을 보면, 중국식당을 경영하는 학부모가 70%, 한의사와 의사가15%, 기타 자유직종이 15%로 나타나있다. 이같은 수치는 10년전 90% 의 학부모가 중국식당을 경영한 것에 비하면 직업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왕영조(王榮祖) 대구화교초등학교장은 "전반적으로 볼때 화교학교 학부 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이는 한국 사회 속에서의 비전이 보이지 않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학생의 교육에 신경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가봉성 대구화교 중.고등학교장 "대구화교 중.고등학교는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고 한국 학교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싶습니다." 가봉성(58.賈鳳聲) 대구화교중.고등학교장은 "대구에 외국인학교가 있다 는 것은 대구의 국제화에 큰 의미를 가집니다. 대구가 타이완은 물론 전세 계 6천만명의 화교와 교류하고 그들의 투자를 유도할 때 대구화교는 큰 역 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완의 기자출신인 그는 "화교 학생들은 한 국 땅에서 이방인이 아니라 떳떳하게 살고 싶어한다"며 "이를 위해 대구시 민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1953년 피란으로 대구에 정 착한 가 교장은 화교중.고등학교 설립에 적극 참여, 평생을 후학양성에 바 쳐온 인물. 학생과 교사들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받고 있는 가 교장은 "화교학교가 정부로부터 외국인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은 만큼 일반 중.고교와 자매결연 도 하고 학교를 이들 학교에 개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21세기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화교 학생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중국어와 한 국어 구사를 완벽할 수 있도록 하는데 교육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학교의 교육방침을 설명했다. /이정희기자 san@yeongnam.com

/강문홍기자 moonh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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