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화교 100년 그들의 발자취와 희망 .12] 대구와 화교의 공존 (하)화교학교

  • 입력   |  수정 2005-11-03  |  발행일 2005-11-03 제면
"한국서 학력인정 받는 국제학교 전환 절실"
학생수 계속 줄고 재정난 심각, 정부도 지원 외면 갈수록 쇠락
[대구 화교 100년 그들의 발자취와 희망 .12] 대구와 화교의 공존 (하)화교학교
대구화교중·고교는 한때 600명의 학생이 다닐 만큼 큰 규모를 자랑했으나, 최근 학생 수가 계속 줄어 50여명이 재학 중이다. 중3 학생들이 수학수업을 받고 있는 장면.

한국화교가 일제지배와 한국전쟁 등 어려운 고비를 겪으면서도 학교를 세우고 가꾼 노력은 눈물겹다. 화교학교는 중국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는 정체성과 직결된다. '화교교육이 없으면 화교사회가 없다(無僑敎卽無僑社)'는 말은 화교사회에서 화교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화교교육의 미래는 과거에 비해 순탄하지 않다. 총체적 위기라고 말하는 화교도 있다. 한국사회가 정보화시대를 맞아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만 화교학교의 경우 낙후된 교육시설에서 한국실정과 맞지 않는 대만교과서를 배우는 현실에 대해 화교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


1970년대 화교엑소더스 이후 화교 학생 숫자가 줄어들면서 많은 화교학교가 문을 닫았다. 74년 소학교가 50개소, 중·고교가 5개소에 달했으나, 99년에 소학교, 중·고교를 합쳐 26개로 줄었다.

대구화교소학교 재학생이 한때 400명이 넘었으나 지금은 104명에 그치고 있다. 5·6학년이 각 6명, 11명에 불과하고 1·2학년은 편법으로 한국인 학생 20여명씩을 받아들여 숫자가 꽤 많은 편이다. 화교학교 재정은 대만 정부의 지원, 학생등록금, 화교독지가의 기부금 외에 건물임대수입 등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대만정부의 재정지원은 한정된 데 그치고 있고, 중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대만과의 전통적인 관계와 이데올로기적인 이유 때문에 아직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화교독지가의 기부금은 화교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학생의 등록금으로 학교운영에 필요한 경비 대부분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특이한 일은 최근 한국인 학생을 받는 화교유치원이 화교소학교에 생겨나고 거기서 생기는 수입이 소학교들의 재정적인 안정에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한·중경제교류의 급증으로 중국어 교육에 대한 한국 학부모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언어학습을 목적으로 화교유치원이나 화교소학교에 보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운영해 재정난 보충

대구화교소학교도 다른 화교소학교와 마찬가지로 원생 24명 내외의 화교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원생은 모두 한국아동들이다.

대구화교소학교는 유치원에 다니는 한국 아동들의 등록금 덕택에 재정적인 부담을 덜고 있다. 화교소학교 학생은 한국계 혼혈아, 외국계 한국인, 중국어사용 외국인, 외국시민권·영주권 소지자, 해외 체류 5년 이상 해외교포자녀로 국한되지만, 취학연령이 되지 않은 한국 학생들이 상당수 1·2학년에 다니고 있다.

대구화교소학교 임숙미(林淑美·54) 교장은 "화교 자녀들이 줄어들고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화교유치원과 소학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한국학생들이 재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며 "그래도 재정이 어려워 한글과 영어, 컴퓨터 교육은 자원봉사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구화교중·고도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은 비슷하다. 한때 600명 이상의 학생이 다녔지만, 지금 한 학년이 10명 내외로 모두 51명이 재학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매달 300만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만큼 어렵다고 한다.

교육세 내고도 권리는 없어

화교학교의 재정문제는 교육여건의 악화와 교사의 낮은 보수로 이어져 교육의 질적인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화교학교의 교사는 한국이나 대만의 교사에 비해 월등히 낮은 보수를 받고 있고, 낮은 교사 처우 때문에 화교학교 교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교사를 채용하기도 한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한국화교실태를 조사했던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많은 화교들이 한국인과 다름없이 교육세를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화교를 납세자이자 주민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그들에게 일정한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또 화교학교와 관련, 화교학교의 학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교육부의 방침을 문제로 삼았다. 대구화교소학교와 대구화교중·고는 초·중등교육법 제4조와 각종 학교에 관한 규칙 제12조에 따라 '각종 학교'로 인가받았다.

'각종 학교'로 인가받은 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의 지위를 갖게 되어 교육부 장관과 대구시 교육감의 지도와 감독을 받게 되고 양도세·부가가치세·재산세 등 조세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과정이 다르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학력인정수준에 미흡하다는 이유로 아직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화교학교들이 학력인정을 못받고 있음에도 불구, 화교중·고교 졸업자가 여전히 아무 문제없이 한국대학에 진학하는 모순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화교학교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현상 유지마저 힘겨운 실정이다. 대구화교들은 장기적으로 소학교와 중·고교를 국제학교(International School)로 만들어야 대구화교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의 화교학교가 일본인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한국학생을 받을 수 있고 교육부로부터 학력을 인정받는 국제학교를 얘기하는 이도 있고, 소학교와 중·고교의 부지를 팔아 그 대금으로 새로운 부지를 매입하고 대구외국인학교를 설립하자는 의견도 있다.

최근 대구시가 대구외국인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화교들은 솔깃해하고 있다. 대구시는 외국인투자자 자녀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하여 2008년 3월 목표로 대구외국인학교의 설립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 외국인학교는 화교들이 생각하는 외국인학교와는 접근방법 자체가 다르다.

"대구 국제화되면 가능성"

대구시 관계자는 "외국인 학교는 30~40대 영어권 출신의 외국인투자자 자녀의 교육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설립하려고 한다"면서 "중국어권 외국인 학교는 아직 검토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화교들은 대구시의 대구외국인학교 설립을 기대에 찬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외국인학교가 설립되면 대구시의 국제화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중국어권 외국인학교의 설립도 현실성 있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움말=박경태(성공회대 교수) 왕매용(전 대만문화대 교수) 남신명(대구화교중·고 교사) 왕영조(대구화교협회 수석부회장)

[대구 화교 100년 그들의 발자취와 희망 .12] 대구와 화교의 공존 (하)화교학교
대구화교소학교 전경. 이 학교도 화교유치원을 운영해 재정적인 부담을 덜고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